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93)
1161화 Leadership (12)
2021년 2월 21일. 런던 N7 7AJ, 잉글랜드. 혼지 로드.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경기 시작 20분 전
아스널 0 : 0 맨체스터 시티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2-3-1
GK ? 에데르송 / GK ? 베른트 레노
RB ? 김다온 / RB ? 엑토르 베예린
CB ? 김민재 / CB ? 롭 홀딩
CB ? 후벵 디아스 / CB ? 파블로 마리
LB ? 주앙 칸셀루 / LB ? 키어런 티어니
DM ? 페르난지뉴 / RCM ? 그라니트 자카
RCM ? 베르나르두 실바 / LCM ? 모하메드 엘네니
LCM ? 일카이 귄도안 / RAM ? 니콜라 페페
RW ? 리오넬 메시 / CAM ? 마르틴 외데고르
LW ? 라힘 스털링 / LAM ? 부카요 사카
ST ? 엘링 홀란 / ST ? 피에르-에밀 오바메양
.
.
이틀 전 벤피카 원정을 소화하고 온 아스널은 맨체스터 시티 경기에서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프리미어리그를 통한 유럽 대항전 진출이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출전 시간이 많았던 에밀 스미스 로우 등이 빠지고, 니콜라 페페와 모하메드 엘네니처럼 주로 벤치에 머물던 이들이 선발로 나선 이유다.
리그 1위. 그리고 현시점까지 전승(全勝) 중인 시티를 상대로 로테이션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아스널이 처한 현실을 보여 주고 있다.
미켈 아르테타 역시, 이런 부분을 강조한다.
“마음 편하게 임해라. 너희가 가진 실력만 전부 보여 주면 된다. 결과는 내가 책임지겠다. 그저 열심히 뛰는 것만을 생각하도록.”
“…….”
올 시즌은 그동안 아스널이 품어 온 문제점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시기였다.
아르센 벵거가 쌓아 올렸던 명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1990년대 중반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 중인 아르테타의 경질조차 쉽게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독이 든 성배가 아닌 독(毒) 그 자체가 되어 버린 아스널의 감독직을 수행하려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미디어마저 감독이 아닌 보드진을 탓했기 때문이다.
결국 아스널의 보드진은 메수트 외질/소크라티스 파파스타토풀로스/슈크다른 무스타피와의 계약을 상호 해지.
선수단 세력의 중심이던 이들을 모두 쫓아냄으로써 미켈 아르테타에게 권력을 더 싣는 쪽을 택했다.
이는 어떠한 때에도 아르테타의 해임은 없을 거란 의사 표현이자, 진정한 의미의 시작이었다.
미켈 아르테타가 본인의 철학을 아스널에 심으려고 할 때마다, 그것을 중간에서 방해해 왔던 인물들이 지난 1월 팀을 떠난 베테랑 3인방이었다.
“후우~”
경기 전 마지막 팀 토크 이후, 피치로 나선 아르테타는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경기의 시작을 기다린다.
현시점 기준으로만 놓고 보면, 맨체스터 시티는 아스널이 감히 넘보기 힘든 거대한 산이었다. 어설프게 등반을 시도하려면, 반드시 큰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더구나 클럽 내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선수들도 다수가 빠져 버린 상황이다.
프리미어리그 전반기가 끝난 이후 아르테타는 선택과 집중을 택했고, 과감히 프리미어리그를 포기하며 유로파리그에 집중해 챔피언스리그를 노리는 길을 택했다.
삐?익!
조나단 모스의 휘슬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되고, 탐색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아스널에 위기가 찾아온다.
후방에서 빌드업을 이어 가던 시티의 후벵 디아스가 오른쪽 측면에 넓게 벌려선 리오넬 메시에게 정확한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그 앞을 키어런 티어니가 막아선다.
여유 있게 1:1을 시도하는 메시가 조금씩 전진해 페널티 박스와의 거리를 좁혔고, 예상하지 못했던 한 박자 빠른 타이밍에 안쪽으로 크로스를 띄웠다.
그리고 그것은.
촤랑-!
“!!”
높이 뛰어오른 스털링의 헤더로 이어져 첫 실점이 되었다.
“YEAH-!!!!”
“그거지!!!”
맨체스터 시티의 벤치 쪽에서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오고, 경기 시작 후 75초 만에 실점을 허락한 아스널의 선수들은 아르테타가 있는 곳을 바라봤다.
좌절감이 밀려드는 중에도 아르테타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선수들을 진정시킨다.
지금까지 시티가 보인 성향을 고려하면, 득점 이후 추가 골을 노리기 위해 더욱 강하게 몰아붙일 거다.
만약 여기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경기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질 게 틀림없다.
더구나 최근 몇 경기에서 득점포가 잠잠해진 엘링 홀란이 호시탐탐 골대를 노리고 있다. 노르웨이의 스트라이커는 인터뷰 자리에서 하루빨리 부진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예상대로 더욱 강하게 아스널을 몰아붙이기 시작한 맨체스터 시티의 공세(攻勢)가, 거너스(The Gunners)를 성벽 안쪽에 가둬 버린다.
오히려 대포를 발사하는 쪽은 맨체스터 시티였고, 그들의 앞에서 아스널은 수비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팡-!!
“우-!”
절묘하게 감아 찬 메시의 슈팅을 베른트 레노가 환상적인 선방으로 막아 내고, 전반전 5분이 채 되기도 전에 두 번째 실점 위기를 허락한 아르테타는 다시금 목소리를 높인다.
“침착해-! 속도를 죽여!!”
그렇지만 침착할 수도, 볼을 점유하고 있지 못하니 속도를 죽일 수도 없었던 아스널의 선수들은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볼만을 바라보며 자신들의 몸을 날려 필사적으로 뛰었다.
계속되는 다이빙과 몸을 맞고 튕기는 굴절.
그럴 때마다 아르테타는 마음이 아프다.
아스널의 선수들 역시 프리미어리그에서 뛸 만한 수준에 올라선 이들이지만, 현재 그들의 모습은 프로를 상대하는 아마추어와 그리 다르지 않아 보인다.
“Go, Go-!!”
결국 쓰러져 버린 모하메드 엘네니를 확인하기 위해 아스널의 의료진이 출동하고, 전반 10분 만에 흙투성이가 된 몇몇 이들을 본 아르테타의 고개가 아래로 떨어진다.
참패(慘敗)를 모면하는 것.
오직 그것만이.
‘어쩔 수 없어.’
현재의 아스널이 시티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최선이다.
.
.
.경기 종료(2020/21 EPL 25R)
아스널 0 : 2 맨체스터 시티
[골] 라힘 스털링 : 전반 02분(리오넬 메시)리오넬 메시 : 후반 14분(김다온)
김다온 ? 95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7.6)
MoM ? 리오넬 메시(1골 1어시스트/평점 8.7)
.
.
[김다온에 이어 프리미어리그 역대 2번째로 30골 20어시스트를 기록하게 된 리오넬 메시. – Sky Sports(U.K)]***
2021년 2월 22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퍼스트 팀 실내 피치.
펑-!
촤라라라락-!!
…….
펑-!
촤라라라락-!!
내가 사람들에게 엘링이 이곳에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그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아 보였다.”]는 재닛 플래나간의 말을 듣고 난 다음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득점을 적립해 가던 엘링은 최근 몇 경기에서 부진했는데, 충분히 골로 연결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매번 마무리에 실패했다.
물론 팀적으로만 보면 엘링의 움직임을 통해 파생되는 공간 덕분에 다른 선수들이 자유를 얻을 수 있지만, 욕심 많은 저 녀석에겐 그건 아무 의미도 없을 거다.
엘링 홀란은 그런 녀석이다.
팀보다는 내가 중요한.
물론 여기에는 승리라는 전제 조건을 당연히 깔고 들어가지만, 그래도 난 저 녀석이 조금 여유를 가졌으면 한다.
펑-!!
촤라라라락-!!!
“그물 찢어지겠는걸?”
“?”
“언제 봐도 대단한 슈팅이야.”
“……당신이 할 말인가요?”
“하하. 나도 안에 들어가도 돼?”
“얼마든지.”
엘링 홀란이란 스트라이커의 특징은 괴물 같은 피지컬과 그를 이용한 모든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남들보다 우월한 긴 다리를 이용해 순식간에 라인을 파고드는가 하면, 드미타르 베르바토프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연상케 하는 아크로바틱한 동작으로도 득점을 만든다.
그리고 1:1 상황에서는 정교함과 파워를 동시에 갖췄는데, 골대 앞에서 강하게 후려차는 슈팅은 지난 시즌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퍽-!!!
촤랑—–!!!
툭-
“파워도 당신이 더 강해요.”
“하하. 대신 넌 내가 가지지 못한 걸 가졌잖아.”
“그게 뭐죠?”
“본능.”
“……그게 도움이 되나요?”
“글쎄. 말했듯 내가 가지지 못한 거라서 말이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
한때는 이 녀석에게 포식자(Predator)라는 별명을 붙이고 싶었지만, 그냥 포기하고 짐승(Beast)이 가장 어울린다고 인정해 버린 순간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포식자라고 하면 좀 더 머리를 쓰는 느낌인데, 엘링은 그와는 조금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물론 이 친구의 오프-더-볼이나 패스로 연계하는 모습을 보면, 경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플레이가 단순해지면 단순해질수록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 준다는 점이라든가, 템포가 늦춰지는 상황에서 활약이 떨어지는 부분은 플레이가 단순하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전에도 말했지만, 너는 좀 더 주변을 생각해야 해.”
“이미 하고 있어요. 그런데 더 하라고요?”
“겨우 하나를 알아간 것뿐이니까. 축구가 그렇게 쉬울 거로 생각했어? 그랬다면 큰 오산이야.”
“……그런 적 없어요.”
“그래? 그럼 기특하니까 알려줄게.”
“네. 말해 봐요.”
엘링의 부진이 케빈의 부상과 궤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실제로 케빈이 뛰지 못한 이후 엘링의 득점력 역시 극적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평소 엘링을 누가 가장 잘 활용해 왔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직접적인 어시스트에 있어 올 시즌의 케빈은 많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최종적으로 엘링에게 패스를 도달케 하는 조립 과정에선 그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케빈은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플레이만이 아니라, 몇 수 앞의 미래까지도 예측하면서 뛴다.
물론 나나 리오 역시 케빈과 같은 방식으로 축구를 하곤 있지만, 우리 두 사람의 결은 케빈이나 엘링이 감응하는 파장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벤피카에서 본격적으로 축구를 배우기 시작한 나는 같은 이베리아반도의 스페인과 좀 더 어울리는 편이다.
반면 케빈은 선이 굵고 전진성이 확실한 축구를 선호하는데, 그러한 면에서 엘링과의 궁합이 좋다.
“그 말은 그러니까…….”
“아니. 그게 아니야.”
“제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요?”
“알아, 엘링. 안다고. 말해 볼까? 너는 아마 이렇게 말하고 싶었겠지. 케빈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거냐고. 혹은 우리에게 맞춰야 하냐고. 맞지?”
“…….”
“맞다고 생각할게.”
사실 누가 누구에게 맞추고 하는 것 따위는 현재의 우리에겐 전혀 필요하지 않다.
가장 쉽게 성적이 그걸 증명하고 있으며, 펩 과르디올라라는 남자가 본인의 축구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를 큰 돈을 주고 데려올 리도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현재 시티 스쿼드에 속한 선수들은 최소 몇 가지는 공통된 부분을 지니고 있다.
물론 다른 부분 역시도 존재하며, 그를 맞추기 위해 본인의 장점을 깎아내리는 식으로 끼워 맞추기보단 서로가 서로를 더 깊숙이 이해하도록 시간을 들여야 한다.
케빈 더브라위너라는 플레이메이커가 없는 지금, 공격진영에서 흐름을 결정하는 건 리오넬 메시가 쥐고 있다.
그리고 엘링은 이걸 이해해야 한다.
“지금 우리 공격은 리오의 리듬이야. 그리고 리오는 늘 자신이 더 많은 득점을 기록했지. 그리고 어시스트도.”
“…….”
“너는 요즘 볼이 네게 자주 오지 않아서 조급할 거야. 하지만 그건 리오가 독단적이어서가 아니야. 오히려, 봐. 라힘, 군도, 필. 이런 녀석들은 리오가 경기 리듬을 주도할 때 더 잘해 주고 있어. 베르나르두 역시 마찬가지지.”
지금 내가 언급한 네 명의 선수들 역시, 리오의 파장과 궁합이 잘 맞는 이들이다.
라힘의 경우 오프-더-볼과 포지션 유연성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공격수들과는 차별되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골 결정력은 취약하지만, 리오가 그걸 채워 주고 있다.
어느새 리그 9골을 기록한 라힘은 리오가 온(On)볼을 하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득점에 유리한 위치를 먼저 선정하곤 했다.
전날 아스널 원정 때도 라힘은 리오가 띄운 크로스 위치에 정확히 서 있었는데, 본래라면 거긴 엘링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헤더에 자신이 없는 엘링은 좀 더 발로 처리하기 편한 먼 위치에서 기다렸고, 그런 그에게 수비가 쏠린 틈을 타 라힘이 편안하게 헤더로 득점을 마무리했다.
어떻게 본다면 엘링의 포지셔닝이 라힘이 득점할 수 있도록 도운 셈이지만, 의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좋은 위치 선정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최근 폭발적으로 득점을 쌓으며 어느새 리그 11골을 기록한 군도 역시, 본인이 볼을 드리블로 나를 필요가 없어지면서 느린 발이라는 약점이 사라진 케이스였다.
그렇게 되자 군도는 거의 쉐도우 스트라이커(SS)처럼 뛰기 시작했고, 본래의 장점인 침착성이 더해져 정교한 슈팅으로 마무리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
본인 역시, 이 역할에 푹 빠져든 듯하다.
마지막으로 필과 베르나르두의 경우, 본래부터 기술이 좋아 리오와의 티키타카가 잘 어울리는 이들이다.
“내가 말하려는 건 이거야.”
“?”
“넌 카멜레온이 되어야 해.”
“카멜레온?”
“응.”
내가 생각하는 공격수 부분 최고의 카멜레온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뛰는 카림 벤제마다.
흔히 완성형 공격수를 논할 때 브라질의 호나우두가 끊임없이 언급되곤 하지만, 다재다능함의 영역에만 국한하면 벤제마가 좀 더 낫다고 본다.
이런 카림 벤제마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론 그의 가장 큰 장점이 안배(按排)에 있다고 본다.
카림 벤제마의 플레이에는 절대 넘침이 없다.
라인 브레이킹, 포스트 플레이(Post Play), 볼 키핑, 연계, 완급조절, 메이킹, 패스, 오프-더-볼 등. 현대 축구에서 9번(ST)에 요하는 모든 장점을 갖췄다.
실제 레알 마드리드에서 상대하기 가장 까다로웠던 선수는 늘 호날두가 아닌 벤제마였다.
“내가 볼 때, 넌 그보다 나아.”
“…….”
“벤제마가 지니지 못한 것들까지 갖췄지. 예를 들어, 더 쉽게 득점하고 육체적으로 더 완성되어 있어. 하지만 넌 그것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진 못해. 그저 네가 편한 방법으로 뛰고 있는 거지. 물론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굳이 변하려고 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넌 발롱도르를 가져갈 거야.”
“?!”
미래 발롱도르 위너가 될 거라는 나의 말에, 엘링이 다소 놀란 눈이 되어 나를 바라봤다.
진심인지 아니면 그냥 하는 말인지를 확인하려는 듯했는데, 나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 그대로를 얼굴에 나타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링이 고개를 숙였고 귀 부분을 매만지면서 축구는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평생 그럴 거야. 펩이 그랬으니까.”
“후우- 전 득점하고 싶어요.”
“그렇게 될 거야. 언젠간.”
“언젠가……. 그게 한참 뒤면 어쩌죠?”
“어쩌긴. 그때 마음껏 기뻐하면 되지.”
때때로 가장 쉽게 해 왔던 일이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럴 때 인간은 본인 스스로를 의심하며 끊임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마도 엘링이 지금 그런 때가 아닐까 했는데, 나는 이 친구가 슬럼프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었다.
그래서 난 이후로도 엘링의 여러 고민을 들어 주며, 감정을 섞지 않고 최대한 덤덤하게 내가 가진 생각과 경험을 녀석의 앞에다 풀어놓았다.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우리 집에 오든가.”
“하하. 그럴 걸 그랬네요.”
“다음부터는 그렇게 해. 우리 집 문은 언제든 열려 있으니까. 너한테는 벨을 누르면 바로 열어 주겠다고. 이런 데서 말고, 따뜻한 곳에서 이야기 나누면 좀 좋아?”
“꼭 그렇게 할게요.”
“그래. 슈팅을 더 할 거야?”
“아뇨. 이미 몸도 굳었어요.”
“좋아. 같이 정리하자.”
“도와주게요?”
“왜? 하지 말까?”
“아뇨. 저야 고맙죠.”
“그래. 넌 저기서부터 해.”
“네.”
엘링이 훈련한 실내를 간단히 정리하며, 내가 저 커다란 노르웨이 녀석에게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꾸만 손이 간다.
그래서 아까도 발걸음을 멈췄었다.
“대충 끝났네. 이제 가자. 남은 건 백룸이 해 줄 거야.”
“네. 바로 가는 거죠?”
“응. 너는?”
“저는 좀 씻고 가려고요.”
“그래? 그럼 알았어. 나 먼저 갈게.”
“네.”
복도 한쪽에서 헤어지며, 난 엘링에게 더 무리하지 말고 곧장 집으로 가라고 종용했다.
알겠다고 답하는 녀석과 헤어진 후, 몇 걸음을 더 걸었을 때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휴대전화가 울렸다. 아영이인가 싶어, 난 얼른 전화기를 꺼냈다.
“……하하.”
메시지는 귀엽게도 엘링으로부터 도착한 것이었는데, 나는 따로 답을 하는 걸 생략하며 전화기를 도로 주머니에 넣고 휘파람을 불며 걸어갔다.
클럽이 잘나가는 와중에도, 고민은 어김없이 존재한다.
과거의 내게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는 거냐며 말을 걸어왔던 베테랑들이 어째서 그러한 이야기를 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해 왔던 나는 양쪽 모두의 처지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
물론.
‘그저 더 잘하고 싶은 거야.’
어떠한 쪽의 대답도 똑같지만 말이다.
바라보는 곳은 언제나 같은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