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199)
1167화 Leadership (18)
간절한 쪽이 늘 성과를 얻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한다는 것은 기본임과 동시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때론, 너무 열심이어서 문제가 발생키도 한다.
바로, 지금처럼.
삑-!
“…….”
.
(마틴 타일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브루누 페르난드스가 에데르송을 마주 봅니다. 그리고 그대로 집어넣는군요-!! 전반전 겨우 2분. 단 2분 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맨체스터 시티에게 앞서 나갑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로군요.”
(제이미 캐러거)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맨체스터 시티가 더 몰아붙일 거라고 봅니다만, 이런 이른 시간의 실점은 분명 변수가 될 겁니다.”
.
.
.전반 02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1 : 0 맨체스터 시티
“괜찮아. 열심히 하려던 것뿐이야.”
“…….”
“…….”
찰싹-!!
“!!”
“Vi Vil. 맞지? 기운 내라고.”
“네.”
“그래. 실수는 만회하면 되는 거야.”
“……네.”
경기가 시작되고 단 수십 초, 너무 잘하고 싶었던 걸까? 엘링이 초반 흐름을 좌지우지(左之右之)했다.
맨유의 선축 이후 우리가 볼을 가져온 상황에서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와 빌드업을 도우려다 브루누에게 패스를 줬고, 이후 만회하려는 과정에서 마르시알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그런데 하필이면 파울이 나온 지점이 페널티박스 바로 안이었던지라, 주심 앤쏘니 테일러가 바로 P.K를 선언했다.
“후우-”
흐름이 조금 미묘해졌다.
.
(제이미 캐러거)
“개인적으론 이제부터 유나티이드가 어떠한 식으로 나올지가 궁금합니다. 만약 지금의 골을 전반 동안 지키려고 든다면, 시티에 쉽게 반격을 허용할 겁니다. 솔셰르는 팀을 본래 계획했던 모습으로 이끌어야 해요. 득점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그들이 본래 하려고 했던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
.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조금 더 확인해 봐야겠지만, 제 기억으론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0:1로 뒤진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시티거든요? 그것도 전반전 2분 만에 나온 실점인데, 경험해 본 적 없는 상황이라는 면에서는 분명한 변수입니다.”
.
삐?익!
한 골을 뒤진 상태에서 경기가 재개되고, 볼이 후방으로 돌려진 상태에서 우린 맨유의 반응을 살폈다.
0:1로 시작하게 된 건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제 겨우 전반 03분이다. 동점을 만들고 역전까지 노리기에 넘치고도 남는 시간인지라, 나는 본래 하던 것을 이어 가기로 했다.
오늘 맨유는 그들의 홈에서 잔꾀를 부리지 않고 자신들이 가장 잘하는 것을 가지고 나왔다.
포그바가 없는 상황이기에 더 그런 것 같았는데, 본인들에게도 또 상대에게도 익숙한 축구를 한다는 건 분명한 장단점을 지닌 부분이다.
맨유가 얻은 이른 시간의 행운이 이 장단점의 어떠한 부분을 더 나타나게 할지, 잘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일단 우리에게 있어 긍정적인 면이라면, 이 팀이 가진 경험이 상당하다는 점이다. 엘링을 제외한 남은 10명의 선수가 다양한 경기 경험을 갖췄다.
‘그래도 역시…….’
팡-!
가장 믿을 수 있는 리오에게 패스를 보내며, 나는 그에게서 만들어지는 무언가를 기대했다.
짊어진 짐을 마냥 떠맡기고 관망하려는 게 아니라, 리오가 지닌 개인의 힘이 만들어 낼 차이를 기다리며 그것을 거머쥘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맨유 역시 대(對) 리오넬 메시 전략을 가지고 나온 것 같았는데, 맥토미니가 바로 파울로 끊어 냈다.
삑!
다소 거칠었던 동작.
난 걸어가며 앤쏘니 테일러에게 외쳤다.
“지금은 카드를 줘야죠-!!”
“…….”
내 목소리가 가볍게 무시당할 거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무표정하게 파울 지점으로 향한 테일러는 볼을 붙잡은 케빈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나 역시, 딱히 더 어필하고픈 생각은 없다.
목소리만 제대로 귀에 들어가면 된 거다.
팡-
케빈이 곧바로 짧게 패스를 이어 가며 프리킥을 처리했고, 뒤쪽으로 돌았던 볼은 스톤스를 거쳐 하프라인 바로 뒤에 넓게 펼쳐서 있던 내게 도착했다.
군도와 리오가 내게 접근하고, 여전히 P.K를 내어준 게 걸리는 엘링은 열정적인 대쉬를 보여 줬다.
‘힘 빼도 된다니까…….’
엘링의 움직임에 딱히 전술적인 가치는 없었기에, 나는 녀석을 일단 무시하기로 하면서 다른 공격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가까운 곳의 군도에게 먼저 패스를 보내 놓고선, 이후 리오에게 볼이 전달될 것을 예측하며 더 높이 이동해 좋은 위치를 선점코자 했다.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군도가 자연스럽게 몸을 전방으로 돌린 후,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있던 리오에게 바로 패스를 전달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많은 이들이 ‘티키타카(Tiki Taka)’로 오해한 펩의 축구 철학의 가장 근본은 패스가 먼저가 아닌 포지셔닝이 먼저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패스를 통해 전진하는 게 아니라, 볼을 가지지 않은 선수가 먼저 전진할 수 있는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그곳으로 볼을 보내는 행위를 반복한단 뜻이다.
그래서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영리하게 이용할 줄도 아는 리오의 합류가 시즌 내내 큰 보탬이 되는 거다.
물론 리오넬 메시라는 선수 그 자체만으로도 전력의 엄청난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시너지가 발휘되고 있는 이유는 이 축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그것 때문에, 이런 플레이가 가능하다.
“리오-!”
팡-
올 시즌 처음 실전에서 리오와 내가 여러 개의 짧은 패스를 단시간에 주고받는 장면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그것이 마치 다니 아우베스와의 연계를 떠올리게 만든다고 말했다.
겨우 몇 달 호흡을 맞췄을 뿐인데 그것이 가능하냐면서, 월드클래스끼리는 통하는 것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리오도 또 나도, 펩의 철학을 이해하고만 있다면 굳이 시간을 오래 함께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플레이라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만큼 펩의 철학을 깊숙이 이해하는 사람이 많이 있지 않다는 부분이다.
‘아까 뒤쪽에 공간이 있었어.’
퉁-
“???”
리오가 내게 보낸 패스를 바로 리턴한 지점은 앞이 아닌 조금 뒤쪽이었다.
전진을 위한 플레이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 머릿속엔 두 개의 패스를 더 추가해 좋은 위치로 볼을 가져갈 수 있는 시나리오가 그려진 상태였다.
리오가 살짝 뒤로 물러선 틈을 타 횡(橫)으로 올라선 내가 조금 전 리오의 위치 가까운 곳으로 움직였고, 다시 패스가 전해진 뒤엔 살짝 템포를 죽여 볼을 지키는 것을 택했다.
맥토미니가 달라붙어 나를 거칠게 몰아붙이고 있지만, 나는 그걸 버텨 내며 약간의 시간을 벌었다.
그러곤 얼마 뒤, 나로 인해 안쪽으로 좁혀져 있던 루크 쇼의 본래 공간을 노리는 리오를 향한 로빙 패스를 날렸다.
툭-
바로 이게, 조금 전 내가 말한 두 개의 패스다.
가장 경계해야 할 리오가 본인들의 왼쪽 측면에서 넓은 공간을 점유하게 되자, 맨유는 예민하게 반응하며 곧바로 많은 선수를 거기에 투입했다.
루크 쇼가 빠르게 복귀했고, 맥토미니 역시 해리 매과이어 주변에 자리를 잡으면서 어떠한 쪽도 커버할 수 있는 위치를 잡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내가 자유로워졌는데, 처음부터 리오와 나는 이런 장면을 그렸다 믿고 싶었다.
아니.
분명 그랬을 거다.
“리…….”
팡-!
리오에게 콜(Call)을 보내기도 전에, 그의 발이 먼저 움직이며 축구공이 이쪽으로 굴러왔다.
그래서 난 재빨리 볼이 굴러오는 곳을 확인해 두고, 바로 시선을 페널티박스 안쪽으로 돌려서 다이렉트로 패스를 전달할 수 있는 상황인지를 살폈다.
하지만 얼마 전 대쉬를 시도했던 엘링은 재차 뛰어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베르나르두가 포켓(Pocket)에서 좋은 위치를 잡고 있었으나 근처엔 이미 프레드가 있었다.
졸지에 가장 좋은 두 개의 옵션이 사라져 버린 상황. 아마도 지금쯤 브루누가 나를 막고자 시선이 닿지 않는 위치에서 뛰어오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 번째 옵션.’
직접 처리하기.
탁-
“…….”
사실 지금 브루누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었냐고 묻는다면, 난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또한 어떻게 브루누의 스탠딩태클을 정확히 예측하고 원터치를 통해 그의 가랑이 사이로 볼을 통과시키며 몸을 돌릴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이 경로를 뺀 다른 방법으로 내게 접근할 순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 말할 거다.
이는 맨유의 전형과 그들이 지금까지 4-2-3-1 포메이션 상에서 수비해 온 방법. 조금 전의 전개와 룩업(Look Up)으로 확인한 피치의 모습을 종합한 데에서 나온 판단이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정확히 맞아떨어져, 브루누를 돌파한 순간 내게 새로운 옵션을 제시해 주었다.
본래는 반대쪽 주앙을 겨냥하여 긴 전환 패스를 보내려고 했지만, 케빈이 너무 좋은 포지션을 잡고 있어 거기로 볼을 전달하기로 한 것이다.
팡-
템포를 죽이지 않고자 바로 왼발을 사용해 보낸 패스가 케빈의 발아래에 정확하게 도달하고, 살짝 앞쪽으로 퍼스트 터치를 가져간 그가 다시 바로 볼을 처리한다.
팡-!!
원스텝으로 가져간 케빈의 슈팅.
이는 바로 맨유를 위협한다.
하지만.
‘아…….’
골이 되기에는 슈팅의 방향이 조금 나빴다. 볼은 골대 위쪽으로 벗어났고, 애꿎은 잔디를 스터드로 두드린 케빈이 허리춤에 손을 얹고 아쉬움을 토해 낸다.
대략 25초 정도 피치를 완전히 지배했던 상황에서 나온 슈팅인지라, 본인도 아쉬운가 보다.
‘그러고 보면, 저 녀석도…….’
이 팀에는 리오와 나 말고도, 펩의 철학을 충분히 이해하는 선수들이 존재한다.
케빈.
군도
베르나르두.
그리고 이번 시즌부터 포지셔닝과 플레이메이킹 측면에서 눈부시도록 발전한 주앙 역시, 본인의 힘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할 수 있어. 그렇고말고.”
든든한 동료들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나는 이 위기를 무리 없이 극복할 미래를 기대하고 있다.
“케빈-!”
“?”
“좋은 슈팅이었어!”
“…….”
으쓱하는 어깻짓 한 번에 아쉬움을 털어 내는 케빈.
0:1이지만, 시간은 겨우 전반 04분이다.
***
【20분 뒤】 맨체스터 M4 5EP, 잉글랜드. 23 블로썸 스트리트, 안코츠. 세컨드 시티.
“Come on, Come on-!”
“Shoot-!!”
“넣어 버려-!!”
평범한 스포츠펍에서 도시의 명물로.
세컨드 시티는 지난 수개월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평생 익명의 키다리 아저씨로 살며 타인을 위해 헌신해 온 바니 에겔튼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가져온 이 변화에 익숙해진 상태다.
비록 펍 내부는 여전히 텅텅 비어 있고 음식은 오직 테이크아웃으로만 가능했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는 이곳은 경영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지금도 바(Bar) 내부엔 이곳의 피쉬&칩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에 맞춰 줄을 서서, 커다란 화면에 눈을 고정한 채 더비 경기를 시청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뒤.
“YEAH—-!!!!!!”
“COME ON-!!!!”
“FUCK MAN UTD-!!”
세컨드 시티 내부가 크게 들썩였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본 주인장 바니 에겔튼이 스피커의 볼륨을 높이고자 리모컨을 집어 들어 버튼을 눌렀다.
딸깍, 딸각, 딸각, 딸깍.
.
(마틴 타일러)
“This is Equalizer-!! 케빈 더브라위너의 강력한 슈팅이 경기의 균형을 맞춥니다-!! 계속해서 유나이티드를 몰아붙이던 시티가 결국 결과물을 얻는군요-!! 유나이티드가 얻었던 행운은 전반전을 넘기지 못합니다!”
.
맨유를 하프라인 아래쪽에 가둬두고 몰아붙였던 시티의 노력이 빛을 보고, 득점 순간 환호성을 내뱉었던 이들은 곧 약속이나 한 것처럼 마스크 아래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OH- Man City-! The Only One Football Team in all of Manchester-!!”}
지금 세컨드 시티에서 울려 퍼지는 ‘Oh Man City’란 노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들 사이에선 ‘Blue Moon’이나 ‘Wonder Wall’만큼이나 듣기 싫은 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는 응원가 내에서 스스로 맨체스터 시티를 ‘맨체스터의 하나뿐인 축구팀’이라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에 맨유의 팬들은 감정적인 반박 외에는 달리 말을 할 수 없었는데, 본인들의 연고가 도시를 벗어난 스트렛퍼드 트래퍼드에 있어서다.
더구나 최근 맨유는 시티의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부끄러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레딧(Reddit)과 같은 인터넷 세계에서 논쟁이 이뤄질 때도. 개입한 제3의 클럽 팬들로부터 [‘너님들은 이제 시티한테 떡발리는 X밥 아님? 풉-’]이란 소리를 듣고 있다.
더구나 지난 12월 ‘Goal.com’의 조사에 의하면, 맨체스터 시티가 최초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누르고 잉글랜드 내에서 가장 많은 글로벌 팬을 보유한 클럽으로 등극했다.
클럽 가치에 있어서야 이미 오래전 시티가 추월한 상태였기에, 이제 맨유의 팬들은 성적으로도 클럽 가치로도 또 팬 숫자로도 무엇하나 이길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렸다.
유일한 내세울 거리라곤 클럽이 획득해 온 트로피의 숫자인데, 그마저도 무시무시한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2016/17 시즌 EFL Cup 우승이 가장 최근의 트로피인 맨유의 팬들이 그것을 논해 봤자, 찬란했던 과거를 곱씹으며 그리워하는 궁상처럼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유나이티드보다는 시티.
또 빨강보다는 파랑.
팬데믹 기간, 이는 도시의 새로운 상식이 됐다.
{“우린 태어날 때부터 블루였다네-! 거짓말이 아니야-! 보면 알 거야-! 우리의 푸른 혈관엔 푸른 불길이 흘러-! 왜냐하면 우린 시티즌이니까-! 도시의 주인-! 이제 전 세계를 파랑으로 물들일 거야-!”}
새로운 응원가인 ‘We are Blues.’
이 노래가 최근 시티즌들의 No. 1곡이다.
그리고 이 노래의 작곡가는 놀랍게도.
“좋은 노래야. 정말 저작권료에 욕심이 없나?”
“하하. 네- 말 그대로 헌정곡인걸요.”
“그렇군.”
“무엇보다…….”
“?”
“보답이라면 이미 충분히 받았고요.”
“하하.”
세컨드 시티의 손님이었던 조엘 바버.
브라이튼 태생임에도 어릴 때부터 맨체스터 시티를 응원해 온 이 독특한 대학 졸업생은, 진로를 고민한 끝에 바니 에겔튼의 뒤를 잇는 키다리 아저씨가 되기로 했다.
처음엔 에겔튼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지만, 자신의 여자친구이자 세컨드 시티의 웨이트리스로 근무했었던 멜로디 블레어의 도움을 얻어 펍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본래부터 성실했던 데다가 싹싹한 성격을 바탕으로 접객 요령 역시 좋아, 손님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세컨드 시티의 주요한 수입원이 된 배달 업무에서도 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띠링-
“이런. 지금 배달인가요?”
“그래. 하지만 바로 앞이야.”
“주문은요?”
“피쉬&칩. 그리고 K도그.”
“피쉬&칩이랑 K도그. 알겠어요.”
한국에서 흔히 핫도그로 알려진 K도그의 주문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재빨리 주방으로 달려간 조엘 바버가 앞치마를 둘러메고 조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바니 에겔튼은 실내에 있는 손님들에게 노래는 그만하고 얼른 주문이나 하라면서 괜한 성질을 부렸다.
“Come om, 바니-! 좀 즐기자고!”
“내 말이! 우리가 얼마나 좀이 쑤시는 줄 알아?!”
“덕분에 마누라랑 종일 마주 보고 있잖아!!”
“그래! 덕분에 난 둘째가 생겼다고!”
“오-! 그건 축하할 것 아닌가?!”
“축하는 무슨! 덕분에 대학을 보낼 때까지 허리가 두 배는 휘어지게 되었는걸!”
“와하하하하.”
정겨운 단골들의 웃음소리.
일부러 성질을 부리긴 했지만, 바니 에겔튼 역시 펍 내부를 가득 채운 이들의 목소리를 그리워하며 잃어버린 일상이 조금이나마 회복되길 바라고 있다.
‘본래라면 이름을 바꾸려고 했지만…….’
언젠가 맨체스터 시티가 도시의 주인이 되는 날, 바니 에겔튼은 펍의 이름을 The First City로 바꾸려고 했다.
하지만 이젠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펍 이름의 의미를 [첫 번째 시티는 맨시티이니, 이곳이 두 번째 시티가 되겠다]로 새롭게 재해석했기 때문이었다.
시티의 팬들과 맨체스터라는 도시로 여행 온 관광객들에게 언제나 따스하고 열린 곳일 여긴, 어쩌면 잉글랜드 내에서 유일하게 차별에서 자유로운 공간일 거다.
‘이것도 전부, 자네 덕분이야.’
펍의 한쪽 벽.
그곳엔 커다란 액자에 걸린 김다온과 그가 이끌었던 Team CFG 소년들이 함께한 사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