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
12화
기회를 붙잡는 건 크게 두 부류다. 준비를 한 사람이거나 혹은 준비된 사람이거나. 같은 말이지 않으냐고 하겠지만, 실은 전혀 다르다. 다온은 이 중, 준비된 사람이었다.
– 라우리츠 뱅 Via 팀 동료로서 바라본 다온에 대해.
2010년 7월 18일.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라이트 투 드림 파크.
·전반 종료
FC 노르셸란 2 : 1 실케보르 IF
노르셰핑 경기가 끝난 이후,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에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우선, 정식으로 1군에 호출을 받았다.
이전까진 B팀 소속으로서 A팀과 유스를 오갔다면, 지금은 온전한 A팀의 일원이 되었다.
팀의 공식 책자만 보더라도,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가족들은 이미 그것을 가보처럼 간직 중이다.
그리고 오늘은 대망의 2010/11 대니쉬 수페르리가의 개막일이었다.
총 7개의 그라운드에서 경기가 펼쳐지고 있었고, 우린 실케보르를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전반 10분 마티 룬드 닐센이 멋진 중거리슛으로 포문을 열었고, 29분에는 니키 빌 닐센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헤더로 추가득점에 성공했다.
물론 3분 만에 수비 실수로 실점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팀은 새로운 전술을 훌륭하게 소화 중이다.
전부, 열심히 프리시즌을 보낸 덕분이다.
2 : 1로 앞서고 있어서인지, 라커룸의 분위기는 밝았다.
팀 전체에, 승리할 수 있단 자신감이 엿보인다.
하지만 감독님은 방심을 경계했다.
경기력과 비교하면, 실제 점수 차는 하나에 불과하다면서 말이다.
“헨릭! 네 역할이 뭔지를 기억해야지! 그리고 마이클! ”
그래서인지 감독님의 지적은 매우 날카로웠다.
지목받은 대상은 실점의 빌미가 된 플레이를 펼친 마이클 파크허스트와 헨릭 킬덴토프였다.
오늘은 표면적으론 4-3-3이지만, 공격과 수비에 따라 2-5-3이나 5-4-1로 변화가 있었다.
당연히 포지션 변화의 핵심이 되는 키플레이어들이 있고, 그들이 역할을 잘 소화해야만 전술적으로 안정이 됐다.
이건, 축구의 매우 기본적인 부분이다.
그러니까, 덴마크에서 배운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긴 이론적인 부분에서 굉장히 빡빡한 곳이다.
우리 팀만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후반전이 시작되고, 확실히 팀은 좀 더 생동감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할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만큼, 모두가 그것을 신경 써가며 뛰는 것처럼 보였다.
“흐음- 제법이야. 잘 보고 있었군.”
“제가 맞았나요?”
“하하. 정답이 어디 있어. 다만, 네 의견은 아주 그럴 듯 했어. 그렇다면 네가 지금 저기에 있다면 어떻게 뛰어야 할까?”
“음-.”
오늘 나는 일곱 번째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투입을 기대하고 있진 않았지만, 점수 차가 벌어진다면 또 모를 일이다.
그래서 난, 에른스트의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곤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서술했다.
시종일관 반응을 보여 가며 경청을 해주는 에른스트의 모습에, 난 곧 신이나 잔뜩 떠들고야 말았다.
그로부터 몇 분 뒤, 피에르 벵트손(Pierre Bengtsson)이 올린 크로스를 스톡홀름이 가볍게 밀어 넣었다.
3 : 1. 리드가 벌어지는 순간이다.
?후반 10분. #$#%$ 골!! 니콜라이!?
[스톡홀름-!!]?니콜라이!!!?
[스톡홀름-!!!]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는 여전히 내겐 웅얼거리는 것처럼 들려 전부 알아듣기 힘들다.
처음과 마지막, 골을 넣은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는 것 정도만 이해하고 있다.
아무튼, 지금의 득점은 크다.
“어라? 어디에······?”
주변의 사람들과 기쁨을 나누고 난 후, 난 옆자리에 앉아있었던 에른스트를 찾았다.
한참을 두리번거린 끝에 발견한 그는 감독님의 곁에 있었다.
헌데, 무언가 이야기를 하며 날 가리키는 것이 아닌가?
퍼뜩 떠오른 건, 아까 전에 나눈 이야기다.
꽤나 날것이었던 말도 많았던 것 같은데······.
“하하. 하하하. 하하하하.”
에른스트야 워낙 나를 편하게 해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나, 1년이 지난 지금도 감독님은 여전히 감독님이다.
부디 그가, 정제를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응? 내가 왜? 넌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어.”
“······[고자질쟁이.]”
“······?”
지금 이 순간, 난 한국어를 할 수 있어 참으로 편리했다.
***
김다온이 에른스트에게 투정을 부리는 동안, 모르텐 비그호스트는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고작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김다온은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모르텐. 이걸 좀 들어봐요.]에른스트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김다온이 얼마나 현재의 팀 전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려줬다.
베테랑수비수인 킬텐토프마저도 아직 헤매는 상황이다.
그런데 16살의 어린 수비수가 더 많은 걸 이해해 버렸다.
‘어디 한 번, 뛰게 해봐야겠어.’
교체카드 한 장을 김다온에게 사용하기로 결정한 모르텐 비그호스트.
성장이 필요한 어린 축구선수에게 있어, 자신을 믿어주는 1군 감독만큼 필요한 존재는 없는 법이었다.
***
·후반 38분
F.C 노르셸란 4 : 1 실케보르 IF
후반 23분, 니키 닐센이 추가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덕분에 경기는 많이 기운 상태다.
?선수교체가 있습니다!! No.52!! 키——임!!?
[야-!! 너넨 개고기를 먹는다며!! 그럼 어디 한 번 개처럼 달려봐!! 또 알아?! 내가 개를 한 마리 사줄 수도 있잖아!!] [와하하하하하-.]저런 짓궂은 말에 상처를 받지 않게 된 지는 조금 되었지만, 대체 언제쯤에야 모든 한국인들이 개를 먹지는 않는다는 말을 기억할지 모르겠다.
난 벌써 몇 번이나 인터뷰에서 그 이야기를 강조했다.
박지성 선수의 영향으로, 이곳 사람들은 한국인하면 개를 먹는 나라의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뛰게 되면서, 나는 박지성이란 이름이 가지는 영향력을 몸소 체험하고 있었다.
한국은 몰라도, 박지성은 알았으니까.
덕분에 지금은 가장 존경하는 선수가 됐다.
“똑같아요! 바뀐 건 없어요!”
“알았어. 아주 좋아.”
후반 17분과 24분, 팀은 안드레아스 라우드럽과 라베즈 라완을 투입하며 전술적인 변화를 준 상태다.
4-3-3은 3-6-1로 바뀌었는데, 내겐 실전에서 가장 익숙한 전술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노르셰핑 전처럼 뛰면 된다.
‘중앙을 커버해야겠어.’
현재 팀의 중원은 크리스텐센과 스톡홀름이 맡고 있다.
그러면서 마티 닐센이 수비형 미드필드에 가까운 중앙수비 역할을 맡았는데, 허울상의 포지션일 뿐 실제로는 또 하나의 중앙미드필드라 보는 게 옳았다.
수비적인 역할을 부여받은 라우드럽이 다소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칠 것이기 때문에, 측면수비를 기대해도 되었다.
그러니.
쿠-웅!
“읏-!!”
얼마든지 이래도 된다는 의미다.
난 지금, 실케보르의 20번에게서 볼을 빼앗았다.
6번은 체격적으로 부딪칠 엄두가 나지 않지만, 이 20번은 아니다.
[뭘 봐? 꼽냐?]“······.”
거친 눈빛을 보내오는 20번에게 한마디를 내뱉어주며, 난 볼이 움직이는 곳에다 시선을 두었다.
그런데.
쿵-!
“악-! [이 새끼가?]”
금방 20번이 내 뒤꿈치를 밟았다.
하지만 난 드러누워 엄살을 피우는 대신, 20번의 곁에 달라붙어 일부러 뒤엉키는 상황을 연출했다.
우린 곧장 바닥을 뒹굴었고, 그러자 주심이 경기를 멈췄다.
저 멀리서 휘황찬란한 대머리를 빛내며 달려온 주심이 엉겨 붙은 우리 두 사람을 떼어놓는다.
“자네 둘! 이번은 구두에서 끝내겠어!”
여전히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노려보는 나와 20번.
아니, 나와 F.한센에게 주의가 내려졌다.
이제야 제대로 이름이 보이네.
[뭘 보냐니까? 난 너 안 무섭거든?]“계속 그렇게 씨부려 봐!”
[응~ 그럴 거야~]개똥도 쓰임새가 있다고,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는 핼리 무리와의 다툼이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 난 더 이상 외국인들이 무섭지 않았고, 그들의 의도적인 거친 행동이나 교묘한 신체접촉 역시도 간단히 받아칠 수 있게 되었다.
유치찬란한 F.한센과의 신경전이 끝난 뒤엔, 다시 자리로 돌아가 본연의 일을 할 시간이 주어지게 됐다.
어떻게든 만회를 하려는 실케보르 IF는 맹렬한 공격을 진행 중에 있었고, 지금은 오른쪽 측면에서 기회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었다.
오른쪽 윙어로 출전한 10번은 활동량에 비해 활약이 신통치가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게 중원에서 공급되는 패스의 질이 너무나도 형편없었다.
지금만 하더라도, 나름 2 : 1 패스를 하려는 것 같았으나 축구공의 방향이 비엘란 쪽으로 향해버렸다.
‘역습······ 은 아닌가?’
4 : 1의 커다란 리드를 잡았기 때문인지, 비엘란은 전방으로 패스를 보내는 대신 골키퍼에게 패스를 돌렸다.
템포가 느려지고, 실케보르가 전방압박을 해온다.
여유 있게 패스를 돌리는 예스퍼 한센.
그러고 보니, 저 남자도 한센이다.
예스퍼 한센(Jesper Hansen). 실케보르에는 F.한센. 또 중앙수비수 중엔 T.한센도 있다.
한국으로 따지자면 김씨 정도 되려나?
내겐 너무나도 헷갈리는 이름들이다.
스코어와 경기 템포 덕분에 다소 루즈한 경기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 포지션 이동에 따라 중앙으로 움직인 내게 패스가 도달했다.
본래라면 난, 이대로 볼을 다시 뒤로 돌리려고 했다.
스코어와 시간상, 그게 올바른 판단이었으니까.
그런데······.
라베즈 라완의 위치가 너무나도 딱 좋은 곳에 있는 게 아닌가?
공격에 중점을 둔 실케보르는 라인을 잔뜩 당긴 상태였고, 특히 윙백들은 거의 측면 윙어라 봐도 무방한 위치였다.
이대로라면 저리로 패스를 보내면 괜찮을 것 같은데.
이성과 욕망이 충돌을 시작하기 시작한 찰나,
‘어라?’
파앙-!
저절로 내 오른발이 움직여 먼 쪽으로 패스를 보내버렸다.
장담하는데, 이건 진짜 내 100% 의지가 아니다.
한 99.99999% 정도?
내 양심의 무게가 0.00001%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낙담하며, 난 패스가 뻗어가는 곳을 바라봤다.
센터서클 부근에서 왼쪽 측면 깊숙한 곳으로 날아간 축구공은 라완의 발등 위로 정확히 안착했다.
허를 찔린 실케보르의 수비수들이 재빠른 복귀를 결정하지만, 라완이 보낸 땅볼 크로스는 미켈센의 발끝을 거쳐 팀의 다섯 번째 골로 완성이 되었다.
삑-! 삐익-!
솔직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감독님의 요구사항을 제대로 이행해내지 못했다는 생각에, 난 고개를 돌려 벤치의 눈치를 보았다.
그러나 감독님은 지금.
“······.”
나를 향해 척하고 엄지를 치켜세워 주고 계셨다.
어찌나 다행이고 또 기쁘던지.
아주 조금은 ‘자유롭게 뛰라’던 감독님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
.
·경기 종료
FC 노르셸란 5 : 1 실케보르 IF
***
[3년만의 홈 개막전 승리를 챙긴 F.C 노르셸란. – Visitfootball.com] [모르텐 비그호스트,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던 경기.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 TheSport] [트로엘스 베흐, “인상적인 경기력. 특히 후반전 노르셸란이 윙백을 활용하는 방법이 흥미로웠다.” – TheSport]***
감독실
정리정돈이 시작 된 라이트 투 드림 파크도 이제 휴식을 맞이할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이 켜진 노르셸란의 감독실에는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F.C 노르셸란은 다가올 25일 쇠네르위스케(SønderjyskE)와 리그 2라운드를 치른 뒤, 29일 곧바로 포르투갈의 스포르팅 CP를 만나 유로파 예선을 치른다.
4일 간격으로 치러지는 일정인데다, 8월 1일 다시 또 리그 3라운드 경기가 있는지라 로테이션을 준비해야 했다.
하지만 사실 이를 대비한 로테이션이 큰 틀은 이미 완성이 된 상태였다.
일정의 공표가 한참 전에 이뤄진 만큼, 충분히 준비를 해왔던 것이다.
허나, 모르텐의 고집이 변수를 만들고 있었다.
“모르! 그건 녀석에게도 좋은 일은 아니에요!”
“나도 알아. 하지만 오늘 봤지 않나? 녀석은 고작 한 달 만에 어떻게 뛰어야 하는지를 이해했어.”
“그건 그렇지만······.”
“투자 없인 성공도 없지. 난 지금 우리가 투자를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 자네들만 동의한다면, 구단을 설득하는 것은 내가 맡도록 하지.”
유럽국제대항전에 나가는 모든 클럽에게 있어,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가 지니는 의미는 리그보다 더 중요했다.
국제적인 명성이 곧 구단의 부와 연결되는 만큼, 사활을 걸만한 충분한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국제대회를 앞두고, 모르텐은 김다온을 선발로 내세우는 베스트일레븐을 계획 중에 있었다.
이미 김다온의 잠재력에 대해 인정하고 있던 코칭스태프들이지만, 유로파에서 선발로 나서는 건 시기상조였다.
하지만 모르텐은 너무나도 확고해 보인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하지 않나. 그러니, 자네들은 녀석에게 더 많은 교육을 해주면 돼. 나는 늘 새로운 축구를 꿈꿔왔어.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도 알고 있지. 녀석은 내 철학에 부합하는 놈이야. 그러니, 가능하다면 좀 더 밀어주고 싶군.”
“······.”
이 정도로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없었던 모르텐이었기에, 노르셸란의 코치들은 거절을 하는 게 더더욱 힘이 들었다.
결국, 회의는 매니저의 뜻에 따라 끝나고야 만다.
먼저 문밖을 나서게 된 어시스턴트 코치들.
문을 닫자마자, 다들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난 모르겠어. 모르가 책임진다고 했으니, 그를 따를 수밖에. 이보게, 노노. 자네가 좀 더 수고를 해줘야 할 것 같아.”
“······안 그래도 그럴 겁니다.”
“조금만 더 상냥하게······ 아니, 됐어. 난 모르겠네. 이런! 기껏 얻은 5 : 1 승리의 기쁨도 몽땅 날아가 버렸군. 다들 잘 가게. 나도 내일부터 그 꼬맹이를 가르치려면, 골머리를 좀 앓아야 할 것 같으니까.”
인사를 나누며 각자 방향을 달리한 노르셸란의 코치들이 떠난 자리.
그곳을 비추는 건, 깜빡거리는 복도의 형광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