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04)
1172화 Leadership (23)
2021년 3월 24일. 일본. 가나가와현 222-0036 요코하마시 3300 고즈쿠에초, 코호쿠구. 요코하마 국제 종합경기장(Nissan Stadium. 3300 Kozukuecho, Kohoku Ward, Yokohama, Kanagawa 222-0036, Japan).
대망의 한일전을 하루 앞두고, 우린 경기가 펼쳐질 요코하마 국제 종합경기장에서 마지막 적응 훈련에 돌입했다.
“우영-!”
팡-
전날 면담이 끝난 후, 벤투 감독님이 본인의 체재 아래에서 처음으로 뽑힌 선수들을 전원 불러 따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인제 와서야 개인 면담을 하자니 조금 그래서 단체로 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솔직히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거기까지 얻어 낼 수 있었던 게 어딘가 싶다.
[더 빨리! 지금은 볼 처리가 늦어!]“더 빠르게-!!”
세르지우 코스타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린 피드백 내용을 훈련에 대입하려고 노력했다.
[멈춰-!!]“그만!!”
아직 선발 명단 발표 전이지만, 대강의 분위기로 봐서는 익숙한 얼굴을 투입하는 쪽이 될 것 같다.
전술은 아마도 4-3-3.
중요한 건 중원 구성이다.
하필이면 이번에 빠지게 된 선수 중 다수가 본래 대표팀 중원을 책임졌던 이들이라, 그 공백을 어떠한 식으로 채울는지가 궁금하다.
일단 두 자리(큰 정우영/남태희)는 확정적이고, 남은 한 자리를 어떤 식으로 조합할는지가 궁금하다.
미디어에서는 강인이를 선발로 예상하지만, 벤투 감독님의 성향을 고려하면 수비가 되지 않는 선수를 중원에다 배치할 리 없다.
오히려 강인이는 나와 오른쪽에서 호흡을 맞출 것 같다. 실제 지금도 함께 묶여 있다.
[둘이서 수비를 벗겨 내고 저기까지 가야 해. 그리고 다온은 재빨리 여기로 돌아오고, 강인은 홍철을 막아. 무슨 말인지 이해했지?]세르지우 코치님이 훈련 내용을 이야기하고, 고개를 끄덕인 나는 곧바로 강인이와 호흡을 맞췄다.
우린 어렵지 않게, 상대를 벗겨 냈다.
[돌아와-!!]“후욱-!”
“Very Good-!!”
만족스러웠던 코치님이 엄지를 치켜세우고, 나는 다른 그룹이 같은 훈련을 하는 틈을 타 강인이에게 다가가 내 생각들을 전했다.
“내일은 수비에 신경 쓰지 마.”
“네?”
“적당히 하는 시늉만 하라고.”
“······그래도 돼요?”
“형만 믿어. 네가 시늉만 하는 거 모르게 해 줄 테니까. 대신 수비할 땐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를 막아 줘. 하프라인 위쪽으로.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천성적으로 수비에 대한 의지가 부족한 강인이를 적극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 친구가 가진 장점을 발휘토록 하는 게 옳다.
물론 이는 임시방편이긴 했다.
강인이 스스로 좀 더 좋은 선수가 되길 바란다면, 꾸준히 수비에 관한 이해도를 키워서 약점을 없애야 한다.
다만 지금은 한일전 승리라는 훨씬 중요한 과제가 있고, 승리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지고자 내 스스로 공격 비중을 줄이고 수비에 좀 더 힘쓰는 길을 택했다.
성공적으로 세대교체에 성공한 일본은 스쿼드의 80% 이상을 유럽파로 꾸렸고, 내일도 미나미노 타쿠미(Minamino Takumi)가 왼쪽 윙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1:1로 맞붙는 거야 솔직히 전혀 걱정 없지만, 베테랑 나가토모 유토(Nagatomo Yuto)가 함께할 예정이라 거의 1:2 상황에서 수비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 어설프게 강인이에게 수비를 기대하기보다, 처음부터 수비는 혼자 짊어질 생각으로 가려고 한다.
벤투 감독님이 이러한 모습을 바라지는 않겠지만, 말한 것처럼 나는 강인이가 수비 시늉만을 한다고 느끼지 않도록 만들 자신이 있다.
무엇보다, 지금 나의 이런 행동이 전달받은 전술에서 벗어나는 것도 아니었다.
감독님은 기본적으로 큰 틀에서만 벗어나지 않는다면 순간적인 상황 상황에서의 판단은 우리 선수에게 맡긴다.
그렇기에 더 본인의 입맛에 맞는 선수만을 선호해 온 것인데, 죄송한 말이지만 그 방식이 옳았다면 감독님은 지금 유럽에서 계속 감독을 맡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최초 임명 당시의 반발 역시도 없었을 거고 말이다. 냉정히 말해, 이는 현실이었다.
[좋아, 그만-!! 여기에서 정리한다!!]“자, 정리이-!!”
훈련이 끝나고, 우린 페드루 페레이라와 함께 마무리 훈련에 들어갔다.
다행히 어제오늘 훈련 집중도가 상당히 높았고, 만족감을 표하는 코치들을 보며 대표팀의 형들은 내가 와서 분위기가 많이 살아난 거라고 했다.
스스로 그를 잘 알고 있고 책임감 역시 느끼고 있어서, 난 이런 분위기를 내일까지 좀 더 끌어 올리려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대표팀 신입생들과 주로 어울리며, 이들이 팀에 섞일 수 있도록 만드는 중이다.
“어이, 승범-! 같이 가자!”
개인적으로는 승범이가 대표팀에 큰 기여를 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내일 당장은 힘들겠지만, 4-2-3-1의 10번(AM)으로 뛰면 상당한 재주를 보여 줄 거다.
“야, 먼저 가기 있어?”
“아, 몰랐어요.”
“몰랐긴 인마, 한 살 차인데 말 편하게 해.”
“아, 네.”
그러고 보니, 승범이의 롤모델이 비달이랬던가?
이따가 영상통화를 시켜 줘야겠다.
“야, 애인 있냐?”
“네. 사진 보실래요?”
“오~ 그래 보자. 이따가 내 방으로 와.”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 뭐, 어려운 건 없고?”
“딱히, 다 잘해 줘서요.”
“좋네. 언제든 괜찮으니까, 고민이나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편하게 해. 알겠지?”
지난해 K리그 최고의 라이징 스타(Rising Star)였던 승범이와 함께, 나는 드레싱 룸으로 돌아와 호텔로 돌아갈 준비를 시작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훈련은 내일 오전 호텔에서 진행될 피지컬과 경기 전에 앞둔 최종 워밍업뿐이다.
부상자는 없다.
이제 남은 건.
‘전력을 다하는 것뿐이야.’
수많은 논쟁과 반발 속에서 성사된 한일전.
그 시작까진 겨우 하루가 남았다.
***
[특파원 리포트 : 왜 하필 이때 한일전? ···대표팀은 日정부와 JFA의 도쿄올림픽 시뮬레이션 몰모트 ? KBS NEWS/2021.03.18.(오전)]? (중략) 코로나19의 장벽을 뚫고 펼쳐지는 이번 평가전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경기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랐을 정도입니다.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지금 “왜 하필 지금 한일전이냐?”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지금까지 한일전에 ‘부담감’이 아닌 ‘거부감’이 나온 경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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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일전 개최는 미뤄진 도쿄올림픽을 성사시키겠다는 일본 정부의 입김이 들어간 경기, 어째서 한국은 일본의 제안을 받아들였는가? – MBC NEWS/2021.03.18.(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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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야스 하지메, “한국을 꺾고 코로나19로 지친 일본 국민에게 기쁨을 안겨 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것만으로, 이번 일한전 개최는 의미가 있다.” – 삿포로 통신/2021.03.19.(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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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보 다케후사 · 도안 리츠, 일본의 ワンダ?ボ?イ(원더 보이)들은 이번 일한전에서 뛰지 않는다. 두 사람은 올림픽 팀에 포함되어 아르헨티나 올림픽 팀과 경기를 치른다. – 사커 다이제스트(일본)/2021.03.19.(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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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왜 하는가?” 반대 여론에 파울루 벤투 작심 발언. “사회 구성원들을 보라.” – 서울스포츠/2021.03.20.(오전)]? 팬들의 싸늘한 시선에도 불구, 파울루 벤투 감독은 한일전에 관한 본인의 소신을 밝혔다.
벤투 감독은 파주 NFC에서 치러진 인터뷰에서, “모든 사회 구성원이 자기가 속한 분야에서 방역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한다. 우리도 제한된 부분은 있으나, 우리에겐 축구가 일.”
“최근 1년 사이에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대표팀 소집은 단 한 차례만 진행됐다. 이런 악재를 극복하고 6월부터 시작될 월드컵 예선을 시작해야 한다. 한일전을 통해서라도 선수들을 확인하고 전략을 짜는 건 고마운 부분.”이라며 한일전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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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철의 선발을 두고, 아쉬움을 표현한 강찬일 감독, “홍철은 좋은 선수지만 지금 당장 한일전과 같은 큰 경기를 뛸 컨디션은 아니다. 나는 벤투 감독이 어째서 내게 전화를 걸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그는 우리 K리그 감독들을 신뢰하지 않는데, 그건 무척 아쉬운 일이다. K리그의 감독들 역시 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성공하길 바란다.” – OSEM/2021.03.20.(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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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표팀은 되고 올림픽팀은 안 된다? 일본의 황당한 이중잣대 ? 지니어스 스포츠/2021.03.21.(오전)]? 많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 이번 한일전에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이는 일본 정부와 일본 축구협회의 이중적인 행보다.
의 취재 결과 대한민국 올림픽 팀이 도쿄 올림픽 본선을 대비해 일본에서의 평가전을 추진했지만 무산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한축구협회는 일본 키타큐슈에서 펼쳐질 ‘세종 카드 컵’ 참가 문의를 했으나, 일본은 한국이 “코로나 위험국”이라는 이유로 참가 거부를······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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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친선전 앞두고 日코치 코로나 양성. 이제라도 평가전 취소가 옳지 않은가? – 연합뉴스/2021.03.23.(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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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적인 여론은 알고 있지만, 대표팀 선수들끼리 호흡을 맞춰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파울루 벤투. “7개월 동안 어떠한 경기도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 풋볼베스트일레븐/2021.03.24.(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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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야스 하지메, “한국은 월드컵 준우승에 빛나는 강팀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긴다.” – 마이니치 신문/2021.03.24.(오후)]***
2021년 3월 25일. 일본. 가나가와현 222-0036 요코하마시 3300 고즈쿠에초, 코호쿠구. 요코하마 국제 종합경기장.
.경기 시작 2시간 전
일본 0 : 0 대한민국
&Best Eleven(한국/상대팀)
&Tactics(한국/상대팀) : 4-2-3-1/4-2-3-1
GK ? 조현우 / GK ? 곤다 슈이치
RB ? 김다온 / RB ? 토미야스 타케히로
CB ? 김민재 / CB ? 요시다 마야
CB ? 김영권 / CB ? 이타쿠라 코
LB ? 홍철 / LB ? 나카토모 유토
RCM ? 정우영 / RCM ? 모리타 히데마사
LCM ? 이동경 / LCM ? 엔도 와타루
RAM ? 이강인 / RAM ? 이토 쥰야
CAM ? 남태희 / CAM ? 카마다 다이치
LAM ? 손흥민 / LAM ? 미나미노 타쿠미
ST ? 조규성 / ST ? 오사코 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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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한일전이 펼쳐지는 당일, 나는 우선 전날의 명단 발표에 대해 말하고 싶다.
[“우선 수비는 왼쪽부터 홍철······.”]강찬일 감독님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홍철 형님은 A매치를 치를 컨디션이 못됐다. 부상에서 돌아온 직후 선발된 것이라, 폼 자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기제 형의 경우, 날카로운 왼발 감각을 자랑하며 공수에서 완성도 높은 플레이를 보여 줬다.
수원 블루윙스가 홍철 형님을 울산으로 이적시킬 수 있었던 이유로, 현재의 폼으로만 놓고 보면 단연 K리그에서 손꼽히는 레프트백이었다.
실제 훈련에서도 기제 형이 선발로 나설 분위기였던지라, 우린 당연하게 기제 형의 선발을 예상했다.
하지만, 선택은 홍철 형님이었다.
“형, 괜찮아요?”
드레싱 룸에 짐을 풀어놓기 무섭게 의료실을 찾아 다리 여기저기 테이핑을 두르는 형님을 보며,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안부를 물었다.
코로나19 격리 규정이 빡빡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문제로 정운 형님이 차출 거부 되면서, 벤투 감독님 체재에서 익숙한 홍철 형님이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사생활은 조금 그래도 축구에 있어서만큼은 늘 진심인 형님이라 팀 분위기에 많은 도움이 되지만, 솔직히 이런 몸 상태로 출전할 거라곤 상상도 못 한 게 사실이다.
내 질문에 쓰게 웃은 홍철 형님이 “안 괜찮으면 어쩔 거야?”라는 씁쓸한 답변을 보내온다.
“다리가 부러져도 뛰어야지.”
“······.”
아시아 국가 대다수가 그렇지만, 여전히 한국 축구는 클럽보다는 대표팀 축구를 더 중시한다.
유럽에서 뛰다 보면 그런 감각이 무뎌지지만, 아무래도 K리그에 속해 있다 보면 부담 아닌 부담감을 짊어질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그런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홍철이 형을 보며 서글픈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결정된 이상 이를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저, 응원을 보낼 뿐이다.
“아프면 이따가 그냥 드러누워요.”
“안 그래도 그러려고.”
평소라면 농담으로 이야기했겠지만, 지금 답하는 홍철 형님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도 진심이었다.
한일전 패배의 원흉이 되느니 경기에 뛰지 않는 편이 훨씬 더 낫다는 건, 벌써 10년 동안 한일 친선전을 갖지 않은 우리 사이에서도 유명한 이야기다.
한일전 패배의 책임을 진다?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후우-”
홍철 형님을 살핀 후 라커 앞으로 돌아와 몸을 풀 준비를 시작한다.
어제 호텔에서 벤투 감독님은 4-3-3이 아닌 4-2-3-1이라는 다소 의외의 전술을 꺼내 들었는데, 작년 11월 준호 형의 활약을 보면서 느낀 게 있으신 것 같았다.
성용이 형님과는 달리 원볼란치로 두었을 때 드러나는 우영이 형님의 치명적인 약점을 비로소 보게 된 것 같다.
이는 오늘 우리에게 긍정적인 부분이다.
우영이 형은 팀 전력보다 낮은 레벨을 상대론 공수 모든 영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수준이 같거나 높을 땐 하나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공격적으로만 활용 가능한 동경이를 파트너로 둔 건 올바른 판단이다.
동경이는 우영이 형에게 부족한 탈압박을 제공할 수 있고, 우영이 형 홀로 볼란치를 맡을 땐 보기 힘든 전진성 역시 불어넣을 수 있다.
승범이와 마찬가지로 본래는 10번에 더 어울리는 친구이긴 하나, 올림픽 대표 레벨에서는 플레이메이킹도 가능했던 만큼 잠재력에 기대를 둔다는 편이 옳았다.
다만 수비가 부족한 두 선수(이동경, 이강인)를 앞쪽에 배치했다는 건, 다소 껄끄러운 부분이기도 했다.
수비수로서, 이는 고민거리다.
순수한 수비 능력을 떠나, 수비할 의지가 있고 없고는 후방을 지키는 선수로서 경기의 질 자체가 완전히 달라질 만큼 큰 차이를 보여 준다.
하지만 이를 마냥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 건, 전날 명단 발표 후 벤투 감독님이 보낸 시선 때문이다.
몇몇 선수의 이름을 말할 때마다 벤투 감독님은 슬쩍 나를 쳐다봤고, 이는 다른 대표팀 동료들이 느낄 수 있을 만큼 적나라한 것이었다.
그리고 난 그를 일종의 도발로 받아들였다.
감독이 선수에게. 그것도 같은 팀의 감독이 선수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올바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내가 느낀 감정은 분명히 그러했다.
그 이유 역시 명백히 알 수 있었다.
[‘네가 옳다는 걸 증명해 봐.’]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벤투 감독님의 의도는 바로 이것이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대표팀 소집 기간에만 만나는 데다가 코로나19라는 변수도 있어 서로 알아 갈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 난 지금도 여전히 파울루 벤투라는 남자를 배워 가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깨달은 파울루 벤투의 성격은 너무나도 신중하고 엄격해서, 본인의 의견이 틀렸음을 인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었다.
당장 오늘 선발 명단만 살펴보더라도, 그러한 성격에서 나온 메시지가 여기저기 그득하다.
태희 형을 오른쪽 윙에다 두고 강인이를 익숙한 10번에다 두는 배치를 굳이 외면한 것이라든가, 4-3-3이 아닌 4-2-3-1을 택한 것 자체가 나를 겨냥한 포석이다.
이는 일종의 주도권 싸움으로, 감독님은 본인의 철학을 우리에게 강요하기 위해 내가 틀렸음을 입증하길 원하고 있다.
‘이제 이러는 건 너무 늦었지만···.’
만약 팬데믹이라는 변수가 없었다면 작년에 이런 과정을 거쳤겠지만, 주어진 현실은 월드컵을 2년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감독을 설득하라 강요한다.
팬들은 선수가 감독에게 반기를 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대표팀에서만큼은 그 부분을 예외로 두고 싶다.
언젠가 파울루 벤투라는 남자는 대한민국을 떠나겠지만, 나 김다온은 선수 생활을 그만둘 때까지 이 유니폼을 입은 채 조국을 위해 뛸 테니 말이다.
대표팀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이라면, 난 지금처럼 언제든 목소리를 높일 생각이었다.
그것이 내가 바라본, 대한민국 캡틴이다.
‘이러니까 또 보고 싶네.’
라커에 놓인 성용이 형으로부터 물려받은 주장 완장을 지그시 바라보며, 나는 웝업 전 다시 한번 의지를 다졌다.
찰싹-!
“후우-”
얼얼한 두 뺨을 느끼며, 나는 제한된 관중들이 입장할 요코하마 스타디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