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05)
1173화 Leadership (24)
(김형근) – MBC 캐스터
“대한민국의 축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부터 대한민국과 일본. 일본과 대한민국의 A매치 경기를 생중계해 드리겠습니다. 무려 10년 만의 한일전입니다.”
(서현욱) – MBC 해설위원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한일전 개최가 잦았지만, 최근에는 양국협회가 별도로 A매치 경기를 추진하진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패배했을 때의 타격이 상당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김형근)
“안정환 위원님께서는 오늘 경기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정환) – MBC 해설위원
“일단 양 팀 모두 베스트 전력은 아닙니다만, 일본 쪽이 좀 더 완전체에 가깝기는 합니다.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이 거의 합류했거든요? 반면 대한민국은 전력 손실이 조금 있는 편입니다. 그런 부분을 오늘 파울루 벤투 감독이 어떻게 대처할지가 관건입니다.”
(김형근)
“말씀하신 것처럼, 대한민국은 황의조, 황희찬, 권창훈과 같은 선수들이 합류하지 못했습니다.”
(서현욱)
“바로 그 부분이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특히 이재성이나 권창훈 또 황인범과 같은 선수들이 있어야 일본과 미드필드에서 경쟁할 수 있거든요? 아무래도 한국과 일본 하면, 예전부터 공격은 한국이 더 강하고 미드필드는 일본이 더 강하다는 이미지였습니다. 수비도 일본이 더 낫다는 말이 있었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갔고요.”
(안정환)
“동의합니다. 아시다시피, 김다온 또 김민재. 무려 맨체스터 시티의 주전으로 뛰는 수비수가 둘이나 포함된 대한민국입니다. 다만 오늘 미드필드에서 열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서도 두 선수가 얼마나 일본의 공격을 잘 차단해 줄지가 관건이라 보고 있습니다.”
(김형근)
“지금 막 화면에 김다온 선수가 잡혔습니다. 그럼, 여기에서 양 팀의 국가 제창이 있겠습니다.”
.
.
.경기 시작 02분 전
일본 0 : 0 대한민국
약 8천 명의 관객이 입장한 닛산 스타디움. 예전이었다면 휑하다는 기분을 느꼈겠지만, 지금의 내겐 저곳에 팬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낯설기만 했다.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난 내 주변에 멈춰 선 카메라를 애써 무시하며 계속 정면을 바라봤다.
오늘의 경기 화면을 맡은 ‘닛폰 테레비’는 아예 카메라 두 대를 배치해 둔 채, 하나를 나를 비추는 것에만 사용하고 있다.
만약 내가 일본인이었다면, 이렇게 반응했을 거다.
‘오이, 오이. 전력 낭비라고오~?’
.
(츠다 타케오) – 닛폰 테레비 캐스터
“지금, 일본의 국가가 끝났습니다. 아- 지금 화면에는 계속 김다온이 잡히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스타. 아시아 유일의 발롱도르입니다. 그것도 무려 4회! 아시아에서 과연 이런 선수가 또 나올까 싶은 정도의 두려움입니다. 다시 한국의 국가가 이어집니다.”
.
“동~해~”
“물과~”
“배액~”
국가 제창이 시작될 때 뒷짐 지는 대신 어깨동무하자는 건, 전날 내가 따로 제안한 의견이었다.
합류 후 팀 분위기를 많이 끌어올리긴 했지만 팀의 전반적인 자신감이 부족하다고 판단, 결속력을 끌어올릴 작은 행동이라도 보태고 싶었기 때문이다.
어깨에 얹어진 손으로, 동경이의 떨림이 너무나도 잘 전해져 오고 있다.
국가 제창이 끝나고, 손뼉을 친 나는 다시 한번 동료들을 불러 모으며 포토타임을 가졌다. 그러곤 하프라인으로 이동해, 일본의 주장 요시다 마야와 만났다.
일본의 장신 센터백 계보를 잇는 남자로 나와는 EPL에서 종종 만나곤 했다.
서로 연락처도 교환하고 소셜미디어에 좋아요도 남기는 관계지만, 사적인 연락은 따로 해 본 적은 없다.
특징이라면.
[살살 부탁할게.] [여기 너희 홈인 건 알지?] [그랬었나?] [하하.]요시다 마야는 지금까지 내가 만난 일본 선수 중에서 가장 완벽한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
독일이나 잉글랜드 무대에서 만난 일본 선수들은 그 특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어색한 발음을 보여 줄 때가 많았는데, 이 남자만큼은 예외다.
이번 시즌 UC 삼프도리아로 이적한 뒤엔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이탈리아어로 인터뷰를 할 정도다.
언어적인 부분에서 특출난 재능이 있는 듯했는데, 이는 요시다 마야의 플레이 스타일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후방 빌드업을 중시했던 로날트 쿠만에게 총애받았을 정도로, 뒤쪽에서부터 경기를 풀어 나가고 흐름을 읽는 부분에 특출난 장점을 발휘한다.
언어와 그것이 무슨 연관이냐고 묻는다면, 미국의 심리과학자 고든 로건(Gordon Logan)의 실례 이론(Instance Theory)을 말해야 할 것 같다.
고든 로건은 언어의 유창함은 반복으로 인한 자동화가 아니라, 문법 규칙을 비롯한 언어의 법칙을 무의식중에 이해하고 처리하는 능력에서 기인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축구에 적용해보면 ‘주의 집중력’과 연결할 수 있는데, 자동화가 잘된 축구 선수들은 피치의 흐름을 읽고 이해하는 데 훨씬 더 많은 장점을 보인다.
요시다 마야가 언어 습득에 능하다는 건 자동화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했고, 그래서 난 작년 이 남자를 상대할 때 이런 부분을 계속해서 공략했었다.
[뒤가 나왔군. 어떻게 하겠나?] [그대로 하죠.] [그럼 자네가 선공을 정하게.] [저희가 선공을 가져갈게요.] [정해졌군. 서로 악수하게.]인도 출신의 아루무간 로완(Arumughan Rowan) 주심이 동전 토스로 골대와 선공을 정하고, 가져온 엠블럼을 교환한 요시다와 나는 손을 맞잡으며 한 번 더 포토타임을 가졌다.
찰칵-
[기억하지? 살살 해 줘.] [그래, 그래- 네가 먼저 한 골 주면.] [그건 네가 하는 것 아니었어?] [시꺼-]요시다와 헤어진 뒤, 나는 받아 든 엠블럼을 스태프에게 전달하곤 재빨리 달려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면서 전날 규성이에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건, 요시다 마야를 상대하는 방법이었다.
[“요시다는 스프린트는 빠른데, 좀 굼뜨거든? 그러니까 근처에 붙어 있다가 순간적으로 움직여. 달라붙진 말고. EPL에서도 힘이 좋은 애였으니까, 쓸데없이 몸싸움하지 말라는 말이야. 어떻게 하는지 알겠지?”]선발 명단이 발표된 뒤, 나는 알고 있는 최대한의 정보를 동료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계속했고 목이 칼칼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침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반복해서 강조하지만, 이건 한일전.
절대로 패배할 수 없다.
“자, 집중하자. 지금부터는 어지간해서는 실수해선 안 돼. 특히 우리 진영에서 더 조심하고. 계속 말해. 쟤도 알고 있겠지 이딴 건 필요 없어. 뭔 말인지 알지? 일본은 늘 조직력이 좋았어. 패스를 계속해서 우리를 여기저기 움직이게 할 건데, 볼을 쫓지 말고 사람을 쫓아서 공간으로 몰자. 좁아지면 쟤네도 패스 확률이 떨어지니까. 그럼 파이팅하고. 가 보자~! 한국!!”
“어이-!!!”
.
(츠다 타케오)
“곧 일한전이 시작됩니다. 상당히 긴장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토 텟사이) – 닛폰 테레비 해설위원
“역시 그러네요. 일한전은 늘 그런 특유의 긴장감 같은 게 있네요. 하지만 선수들이 어떻게든 그것을 극복해 주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막연한 기대 같은 게 있네요.”
(츠다 타케오)
“지금, 경기가 시작됩니다. 일본과 한국. 양 국가의 자존심을 건 숙명이 달린 한판입니다.”
.
선공을 택한 일본이 후방으로 볼을 밀어 넣고, 빠르게 움직인 선수들이 그들의 포지션을 잡는 일을 수행한다.
4-2-3-1.
일본이 가장 주로 사용하는 전형이다.
“우영-!”
“?”
우영이 형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난 팀 중원의 위치를 조금 조절했다. 이는 일본의 감독 모리야스 하지메가 4-2-3-1을 택한 이유와도 관련이 있다.
일본대표팀 등번호 9번을 단 카마다 다이치(Kamada Daichi)는 현재 프랑크푸르트의 에이스로, 팀 전력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맡을 만큼 실력이 좋다.
등번호 9번의 10번(AM)이라 공격적인 선수로 오해할 수도 있지만, 전술적으로 모든 것을 소화할 수 있는 만능에 가깝다.
공격적으로 나설 땐 팀 전체의 공격 템포를 홀로 조율할 만큼 능숙하다가도, 수비에 힘써야 할 땐 젝서(Sechser/DM)인가 싶을 정도로 하프라인 아래쪽에 머문다.
전술적으로 효율성 많은 만큼 실제로도 다재다능했고, 대표팀에서는 주로 공격적인 부분을 도맡는다.
그렇기에 우린 카마다 다이치를 억제해 일본의 공격력을 떨어트리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 부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줘야 하는 사람이 바로 우영이 형이다.
삐?익!!
하프라인 부근까지 카마다를 추격한 우영이 형이 상대를 넘어뜨려 파울을 범한다.
위험지역이 아니라 딱히 문제 될 것 없는 파울이었고, 재빨리 볼을 전개하려는 카마다는 볼을 왼쪽의 미나미노 타쿠미에게 전달했다.
몸을 내 쪽으로 돌려세운 미나미노는 잠시 고민하더니, 그대로 볼을 뒤쪽으로 보내버렸다.
‘뭐야, 싱겁게.’
좀 더 저돌적으로 나왔다면 제대로 어울려 줄 생각이었건만, 난 볼을 뒤로 보낸 미나미노의 선택을 아쉬워하며 패스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살폈다.
체감상으로 꽤 오랫동안 일본이 볼을 점유 중이었는데, 마찬가지로 초반이니 그 부분은 신경 쓰고 있지 않다.
지금 유일하게 신경 쓰는 건, 패스가 왼쪽으로 전해졌을 때의 팀 반응이었다.
오늘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기제 형과 재능은 있지만 아직은 유망주 수준인 동경이가 왼쪽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앞쪽의 흥민이 형도 수비가 좋은 편은 아니다.
더구나 이토 준야는 아시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온(On) 볼 스프린터다.
지난 시즌을 통해, 벨기에 최고 선수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몸값은 카마다나 토미야스 타케히로(Tomiyasu Takehiro)가 더 높지만, 실제론 이토 준야가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다.
그런 그를, 대표팀 신입생들이 막아야 한다.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팡-
가볍게 기제 형을 요리한 이토 쥰야가 중앙으로 크로스를 보냈지만, 민재가 한발 앞서서 볼을 처리해 낸다.
난 그런 민재에게 박수를 보내는 한편, 기제 형에게 소리쳐 얼른 긴장감을 털어 버리지 않으면 그쪽에서 문제가 될 거라고 말했다.
.
(츠다 타케오)
“역시, 김민재. 좋은 수비였습니다.”
(세토 텟사이)
“그렇습니다. 역시, 맨체스터 시티 소속의 수비수 아니겠습니까? 일본이 골을 넣고자 한다면, 우선 저 남자의 수비부터 어떻게든 해야 할 겁니다.”
(츠다 타케오)
“한국의 벽. 역시, 김다온과 김민재로 이어지는 한국의 오른쪽 수비는 무서울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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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올리비에 지루로 알려진 일본의 스트라이커 오사코 유야(Osako Yuya) 또한 우리가 신경 써서 마크해야 하는 선수 중 하나다.
골 결정력이 처참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음에도, 분데스리가에서 7시즌 반을 뛰었다.
포스트를 통한 볼 연계는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본인 상대 찾아! 집중해!!”
“규성-!!”
이른 시간에 나온 일본의 첫 번째 코너킥.
카마다의 킥은 민재의 헤더에 막힌다.
투웅-
“밀고 나가-!!”
손을 휘저은 내가 팀 전체를 페널티 박스 바깥쪽으로 밀어 보내는 사이, 세컨볼을 붙잡은 엔도 와타루(Endo Wataru)가 다시 볼을 박스 안으로 밀어 넣는다.
그와 동시에 부심의 깃발이 치솟았고, 이타코라 코(Itakura Ko)가 공을 밀어 넣었으나 인정을 받진 못한다.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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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근)
“일본의 오프사이드입니다. 초반부터 상당히 거칠게 대한민국을 몰아붙이고 있는 일본 대표팀입니다.”
(서현욱)
“역시 중원에서 한국이 밀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카마다 다이치를 비롯해 엔도 와타루나 모리타 히데마사도 전부 한가락 하는 선수들이거든요. 특히 엔도 와타루는 지난 시즌 슈투트가르트를 분데스리가로 승격시킨 1등 공신입니다. 과거 일본 대표팀에서 뛰었던 엔도 야스히토와 비슷한 선수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김형근)
“수비진영에서 나온 대한민국의 프리킥. 이기제가 조현우에게 패스를 전달합니다.”
.
파울루 벤투 감독님이 부임한 이후 줄곧 그래 왔던 것처럼, 오늘도 우리는 후방에서부터 경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다만 우영이 형에게 후방을 맡겼던 이전과는 다르게, 우리는 조금 색다른 방식을 택했다. 빌드업 순간이 되면, 포지셔닝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우영이 형을 센터백 사이로 끌어내려 중앙에 서게 하고, 영권이 형과 민재를 좌우 스토퍼로 만들면 내가 가운데로 움직여 사실상의 6번(DM) 역할을 소화한다.
이를 위해 강인이를 오른쪽 윙에 배치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벤토 감독님은 강인이를 하프라인 부근에 배치하고 태희 형을 오른편 하프 스페이스에 두는 걸 택했다.
그러는 사이 동경이가 위쪽으로 올라가 태희 형과 파트너를 이루고, 규성이가 포스트(Post)플레이를 그리고 흥민이 형은 프리롤로서 왼쪽 하프 스페이스에 자리를 틀었다.
왼쪽 사이드라인은 기제 형의 몫이다.
“뒤!!”
“?”
민재의 외침에 재빨리 반응하며, 반사적으로 몸을 뒤쪽으로 기댔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이 느껴졌고, 난 그대로 넘어지는 것으로 상대의 파울을 유도했다.
나를 넘어뜨린 카마다 다이치가 손을 뻗어 왔고, 난 그걸 붙잡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콜 좋았다?”
바로 지금과 같은 콜들은 우리가 90분 동안 절대로 쉬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우리가 일본을 분석했듯 일본 역시 우리를 분석했을 것이고, 이들은 현재의 대한민국이란 팀이 후방 빌드업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려 한다는 것도 알고 있을 거다.
그리고 이런 점유율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중원 힘 싸움에서 승리하는 것인데, 당연히 이 위치에서 압박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지.’
만약 나와 민재가 코로나 프로토콜로 잉글랜드에 합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벤투 감독님은 우영이 형에게 이 역할을 맡길 수밖에 없었을 거다.
그럼 처참히 무너졌을 게 틀림없다.
냉정하게 말해, 우영이 형은 현대축구의 흐름과 정확히 역행하는 유형의 볼란치(Volante)기 때문이다.
전방으로 패스를 보내는 속도가 중시되기 전만 하더라도, 안정적으로 백패스를 보내어 천천히 빌드업을 가져가는 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위르겐 클롭의 게겐프레싱(Gegenpressing)이 주요한 축구 전술의 하나로 여겨진 이후부터, 전방의 압박 강도가 높아지면서 백패스의 가치는 더욱 떨어졌다.
전방 압박의 전술적 발전과 다양성이 그 원인인데, 시티만 해도 상대의 특성에 맞춰 전방 압박할 기본적 토대가 되는 전략이 20개쯤 된다.
백패스를 보냈을 때, 수비나 골키퍼에 부담을 가할 방법이 훨씬 더 많다는 거다.
그리고 그 목적은 상대가 볼을 어설프게 처리하기 위함에 있었는데, 후방에서의 볼 처리가 어설플수록 점유율을 높일 확률은 그만큼 늘어난다.
만약 준호 형이나 인범이가 대표팀에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만, 현 상황에서 우영이 형은 두 번째 옵션으로서 수비에 좀 더 에너지를 투자해 줘야 한다.
팡-
프리킥을 현우 형에게 보내고, 살짝 측면으로 빠진 내가 볼을 받아 들어 빠르게 강인이 쪽으로 패스를 전했다.
엔도 와타루가 수비에 나서 보지만, 여유 있게 돌파에 성공한 강인이가 팀 템포를 만든다. 볼을 다소 끄는 라 리가 방식의 조율이지만, 지금은 그것도 감지덕지다.
아쉬운 점이라면 태희 형의 호응과 아직 얼어 있는 규성이의 뻣뻣함인데, 기껏 중원에 공간을 만들고도 다음으로 이어 가지 못하고 다시 후방으로 볼이 돌게 되었다.
팀이 전진한 상황에서는 우영이 형이 앞으로 나와 빌드업을 담당했는데, 왼쪽을 겨냥한 롱패스는 정확하지 못했다.
‘아, 젠장.’
흥민이 형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간 볼이 사이드라인을 벗어나고, 난 발이 멈춘 동경이에게 움직이라 소리쳤다.
“동경!!! 뭐 해!!!”
작년 소집 때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대표팀에 합류한 어린 친구들은 근성(根性)이 부족하다.
승리를 향한 집념도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았고, 패배에 억울해하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겠지란 식으로 쿨(Cool)한 척 받아넘기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럴 때마다 난 어김없이 그들을 채찍질했는데, 그나마 규성이는 어린 녀석치곤 싹수가 보이는 놈이었다.
지금도 규성이는 홀로 전방을 열심히 뛰며, 벤투 감독님이 요구한 역할을 소화 중이다.
하지만 노련한 일본 수비는 규성이를 가볍게 벗겨 냈는데, 역시 세리에 A 주전 센터백으로 뛰는 선수들이 조합된 구성이라 여유가 엿보였다.
오늘 일본은 클럽에서 센터백으로 뛰는 토미야스 타케히로를 오른쪽 풀백에 배치하는 수를 뒀고, 이는 빌드업 상황에서 쓰리백으로 전환하는 변칙 전술로 이어졌다.
요시다 마야가 중앙을 담당하고, 이타쿠라와 토미야스가 스토퍼를 맡는 방식이다.
촤—악!!
“욱-!”
강인이의 다소 거칠었던 파울이 미나미노 타쿠미를 넘어뜨리고, 이에 격분한 일본 벤치 쪽에서 카드를 줘야 한다는 리액션이 나왔지만 주심은 이를 본 체도 하지 않았다.
어떠한 성향의 주심인지 궁금했는데.
‘조금 거칠게 나가도 되겠는데?’
빠르게 성향을 파악한 나.
고개를 돌려 민재를 바라본다.
‘해 보자.’
“…….”
눈빛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민재를 보며, 나는 일본을 조금 거칠게 다루기로 한다.
전반전 4분.
주도권을 거머쥐는 데 있어 일본이 더 유리한 고지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난 그것을 빼앗아 오는 수십 가지의 방법을 알고 있다.
‘일단은 너 먼저.’
먹잇감을 찾아 움직이는 나의 첫 번째 목표는 바로, 일본 중원의 핵심인 카마다 다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