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07)
1175화 Leadership (26)
.하프 타임
@대한민국의 드레싱 룸
최대 여섯 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가운데, 벤투 감독님이 하프타임 변화를 시도했다.
전반전 존재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던 태희 형을 빼고, 작은 우영을 투입한 것이다. 그리고 골키퍼에도 변화를 주었는데, 현우 형이 빠지고 승규 형이 투입되었다.
[잘 뛰어 줬다. 딱히 말할 게 없을 정도야.]“…….”
[초반은 어려웠지만, 너희 스스로 위기를 잘 극복했다. 그에 대해, 난 무척 칭찬하고 싶다. 피치 위에서 올바로 생각했다는 거니까. 스스로 생각한 것이든, 아니면 주변에 영향을 받았던 것이든 상관없다. 결국 중요한 건 결과다. 우선 영상을 보지.]파울루 벤투 감독님의 하프타임 미팅은 이전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님의 밑에서 해 왔던 것과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선 매 하프타임 마다, 영상이 띄워진다.
이는 방송사의 협조를 통해서 얻어진다.
대표팀의 골키퍼 코치인 비토르 실베스트레(Vitor Silvestre)는 경기 때 늘 관중석에 머무는데, 이때 워키토키로 소통하며 벤치로부터 필요한 장면들을 전달받는다.
재빨리 편집된 영상은 크게 공격/수비로 나뉘는데, 그때마다 우리의 앞에서 설명해 주는 사람들이 다르다.
공격의 경우 벤투 감독님의 오른팔인 세르지우 코스타가 세밀한 내용을 전달하고, 수비는 필리페 코엘류(Felipe Coelho)의 몫이다.
다만 특별히 전달하고픈 내용이 있을 경우, 이땐 벤투 감독님이 코치들을 대신해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오늘은 우선 코스타가 우리의 앞에 섰다.
[후반전은 전반전과는 조금 다를 거다.]작은 우영이 투입되면서, 전반전 때 나와 오른쪽에서 호흡을 맞추던 강인이가 10번(AM)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바로 이 부분이 후반 공격 전개의 핵심이다.
한국에서는 작은 우영이를 윙(Wing)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그건 예전의 이야기고 현재는 사실상 ‘2선 전부를 소화할 수 있는 자원’으로 봐야 한다.
굳이 포지션을 구분 짓자면 9.5번이라고 봐야 할 텐데, 엄청난 활동량으로 측면을 포함한 공격 진영 모든 곳을 커버하는 게 가능하다.
바이에른 뮌헨 유스에서 뛰면서 스스로 변화를 준 것인데, 부지런함이라는 본인 최고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이용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개인적으론 좋은 판단이었다고 본다.
[우영이 이 위치를 중심으로 더 많이 뛰어 줘야 한다. 우영의 역할은 강인이나 규성이 더 편안한 환경에서 볼을 받도록 돕는 거다. 그럼 반대편의 쏘니나 다른 곳에서 기회가 날 수 있으니까. 동경도 이 부분을 잘 봐야 한다. 쏘니나 우영이 뛰어드는 것을 잘 봐줘야 해.]코스타가 이야기한 공격 작업을 간단히 설명하면, 빌드업된 볼을 강인이에게 전하고 그때 강인이가 편하게 다음 동작을 가져갈 수 있도록 오프-더-볼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규성이도 전반보다 더 많은 포스트 플레이를 펼쳐 줘야 하는데, 세리에 A 주전 센터백을 상대해서인지 평소보다는 조금 지친 모습이었다.
설명해주는 코치가 바뀌는 틈을 타 규성이에게 괜찮냐고 묻자, 녀석은 지친 와중에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마어마한 향상심과 그에 어울리는 야망을 갖춘 규성이는 최근 내가 대표팀에서 가장 아끼는 친구가 됐다.
필리페 코엘류의 수비 지시까지 모두 끝난 후, 다시 우리의 앞에 선 벤투 감독님이 짧게 몇 마디를 덧붙인다.
[실점하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리해서 득점하려고 하다간, 일격을 허용하고 흐름이 바뀔지도 모른다. 리드를 지키는 것 역시 우수한 팀의 조건이다. 방심하지 말고, 0:0이라 생각하고 임하도록. 이상.]전날 따로 찾아뵈어 이야기를 나눴던 이후부터, 벤투 감독님은 줄곧 기분이 침울해 보인다.
스스로 내뱉은 말들을 알고 있는 나로선, 죄송한 마음도 있고 앞으로 조금 변했으면 하는 마음 역시 있다. 아니 사실은 미안함보다는 바람이 훨씬 더 크다.
왜냐하면 이 팀이 바라볼 건 월드컵 본선이니까.
대표팀은 계속해서 나아져야 한다.
“일본이 후반전엔 세게 나올 거야. 알지?”
“…….”
“첫 번째 집중하고. 두 번째 말하고. 이건 동경이. 너한테 하는 말이야. 아까 전반 막판에 입이 멈췄잖아. 그리고 수비. 더 소통해야지. 헛발질이 나와서 망정이지, 그 위치에서 오픈 슈팅 기회를 주면 어떡해? 마지막으로 세 번째.”
“…….”
“이기자.”
승리하자는 당연한 부탁.
그에, 동료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아까도 말했지만, 뒤는 수비가 지켜. 수비 믿고, 위에서는 좀 더 과감하게 해 보자. 자~ 가자! 한국-!”
“어-이!!!”
뒤는 수비가 지킨다는 이 말.
난 앞으로 이를 얼마나 더 말하게 될까?
이는 어떻게 보면, 무모한 약속이다.
하지만.
‘상관없어.’
월드컵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설 수만 있다면, 난 앞으로 몇 번이든 공수표를 날리는 거짓말쟁이가 될 각오가 되어 있었다.
쥘 리메란 내게 그런 의미니까.
“후우~ 일단 이기자.”
의지를 다지고 마지막으로 드레싱 룸을 떠나는 내 가슴 속엔, 평소와 같은 굳은 결의가 심겨 있다.
한일전 승리를 위해 남은 시간은 45분.
마무리는 결코 쉽지만은 않을 거다.
***
.후반 04분
일본 0 : 2 대한민국
두 골 뒤진 채로 전반전이 끝났을 때, 모리야스 하지메는 자신이 큰 곤란에 처했음을 깨달았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클럽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로부터 받은, [“카마다 다이치의 출전 시간은 45분으로 제한해 달라.”]는 부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애초에 그것을 수용하는 걸 조건으로 소집했던 선수인지라, 모리야스 하지메는 울며 겨자 먹기로 카마다 다이치를 벤치로 불러들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대신 투입된 에사카 아타루(Esaka Ataru)도 J리그 최고의 10번(AM)이었지만, 분데스리가에서도 최상급인 카마다 다이치와는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두 골 뒤진 상황, 그렇지만 중원 장악력이 부족해진 일본은 한국에 자연스레 주도권을 내어주고 있다.
.
(츠다 타케오) – 닛폰 테레비 캐스터
“이야~~ 지금은 패스가 조금 길었네요. 에사카 아타루. 가시와 레이솔의 스타플레이어입니다만, 약간 긴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세토 텟사이) – 닛폰 테레비 해설위원
“소오 데스네. 좋은 선수인 건 맞지만, 역시 카마다 다이치와 비교하는 건 조금 무리 아닌가… 지금은 급할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도 패스가 나빴네요. 압박에 짓눌린 모습인데, 빨리 보통의 상태를 되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츠다 타케오)
“이게 바로 한일전의 무게감. 일본 선수들이 한시 빨리 골을 뽑아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아타루-! 괜찮아-! 진정해-!”
양손을 입가에 모아 에사카 아타루를 진정시킨 모리야스 하지메가 눈을 볼이 있는 곳으로 가져간다.
일본의 10번(AM)에서 파생되는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 판단한 대한민국은 감독의 지시 없이 자체적으로 플레이 방법을 바꿔 전형을 조절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전반 내내 센터백 사이에 자리 잡고 볼 터치를 최소화했던 큰 정우영이 높은 위치로 올라섰고, 그에 따라 김다온은 본래의 영역으로 돌아가 더 많은 전진성을 보였다.
빌드업에 대한 짐을 던 만큼, 일본의 왼쪽 공격을 막는 것과 풀백으로서 공격에 가담하는 데 에너지를 투자한 거다.
그리고 이는 일본엔 껄끄러운 위협이 되었는데, 미나미노가 지나치게 위축된 점이 악재로 작용했다. 나가토모 유토의 상태가 생각보다 나쁜 것 역시 문제였다.
‘실수였던 건가….’
이번 일본 대표팀 선발을 앞두고, 모리야스 하지메가 가장 고심했던 건 김다온과 상대해야 하는 팀의 왼쪽 라인이었다.
현재 일본은 [‘나가토모 유토를 이을 사람이 없다.’]는 고민을 떠안고 있었는데, 그를 대체할 자원이 마땅치 않아 센터백인 사사키 쇼(Sasaki Sho)를 왼쪽에 둘 때도 있었다.
FC 도쿄 소속의 오가와 료야(Ogawa Ryoya)가 나름대로 기대를 얻곤 있었지만, 김다온이라는 선수 앞에서는 하염없이 작아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결국 모리야스 하지메는 어려울 거라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협회에 부탁해 나가토모 유토의 합류 가능 여부 검토를 부탁했다.
현재 프랑스는 자체적인 코로나 규정상 유관중으로 치러지는 A매치 경기 출전이 어려웠다.
한데 마르세유는 바로 합류를 허락했다.
갈라타사라이 SK를 거쳐 올 시즌부터 마르세유에 정착한 나가토모 유토지만, 노쇠화의 조짐을 여러 곳에서 드러내며 프랑스 리그1에서 경쟁할 레벨이 아님을 드러냈다.
이에 마르세유는 나가토모 유토의 대표팀 합류를 허가하면서, 프랑스 귀국 후 두 차례의 PCR 검사와 보름의 자가격리를 지시했다.
정상적인 리그 일정이 시작됨과 상관없이, 나가토모 유토를 전력 외로 판단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한 현실임에도, 모리야스 하지메는 나가토모 유토의 경험이 기댈 수밖에 없었다. 한때 인테르의 주전 레프트백이었던 베테랑의 저력을 믿은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나가토모 유토가 보여 준 것이라곤, 텅 빈 대한민국의 오른쪽도 제대로 발을 내딛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오가와!”
결국 빠르게 나가토모 유토를 교체할 것을 결심한 모리야스 하지메. 그가 오가와 료야에게 몸을 풀 것을 지시하며 두 번째 교체 카드를 매만진다.
그러는 사이 안정적인 빌드업을 거친 대한민국의 공격은 손흥민에게 볼을 잇는 데 성공했고, 토미야스를 여유 있게 제압한 손흥민의 슈팅이 일본 골대를 향해 날았다.
골키퍼인 손다 슈이치는 이미 얼어붙었다.
{“워–!”}
“후우-”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슈팅에 안도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고, 놀란 가슴을 지정한 모리야스 하지메가 손뼉을 두드리며 선수들을 격려하는 일을 이어갔다.
‘김다온 한 명만이 아니라는 건가?’
좌우 날개에 확실한 무기를 지닌 대한민국. 상대적으로 더 많은 주요 선수가 결장한 와중에도, 그들은 눈에 띄는 안정감을 보여 주고 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그 비결은 바로.
팡-!
“…….”
일본이 시도하는 모든 공격을 막아 내는 단단한 수비에 있었다.
지금도 이토 준야가 돌파에 성공하고 과감한 슈팅을 날렸지만, 길목을 정확히 가로막은 김민재의 발에 걸려 골키퍼가 있는 곳까지 날아가지 못했다.
모리야스 하지메는 문득 이것이 궁금해졌다.
‘도대체 몇 개째지?’
그리고 얼마 뒤 미나미노 타쿠미의 발에서 본인의 물건을 되찾듯 쉽게 볼을 가져가는 김다온을 보며, 일본 대표팀의 감독은 지적할 의욕조차 잃어버리고 말았다.
수비로 상대를 좌절시키는 축구.
한국은 지금 그것을 하고 있다.
***
.후반 26분
일본 0 : 2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장직을 물려받기로 한 이후, 나는 늘 기성용과 구자철이란 대체 불가능한 이들에 관한 생각을 해 왔다.
그러니까, 둘이 없는 대표팀을 말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 두 사람을 대신할 즉시 전력감의 선수는 없었고, 자연히 나는 미래를 바라보게 됐다.
[“넌 월반한 쪽이잖아.”]2010 남아공 월드컵 당시 팀 내 최연소(만 21세)로 참여했던 성용이 형은 불과 4년 만에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며, 내게 그동안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다.
[“아마 4년 뒤엔 많은 게 바뀔 거야.”] [“…….”] [“우리는 이번 월드컵이 끝이야. 그리고 그다음은 네 세대거든? 근데 웃긴 게, 너는 네 세대가 없잖아?”]내 세대가 없다는 성용이 형의 말은 내게 상당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실제 나와 같은 1993년생을 기준으로, 내 또래가 뛴 대회는 2011년(만 18세) 콜롬비아 세계 대회와 2013년 골짜기 세대로 불린 터키 U-20 대회였다.
반면에 나는 그때,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뛰었다.
하나의 세대를 건너뛰어 버린 거다.
[“또래 누구 친구 있어? 말해 봐.”]소위 ‘이광종의 아이들’로 알려진 1991~1993년생 축구 선수들은 매 대회 반전을 거듭하며, U-20 세계 대회에서 16강과 8강이란 업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당시 U-20 팀에 속했던 이들이 노동건/조현우/김진수/이기제/장현수/윤일록/백성동/이종호/지동원/이창민/권창훈/문창진 등과 같은 선수들이다.
한데 나는 그들과 함께하며 U-20 팀에 참여하는 대신, 올림픽 대표팀과 A팀 대표에 선발되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같은 세대의 친구들은 사귀지 못했다.
실제로 난 이들과 친분이 없었는데, 그나마 몇 명과 대표팀에서 인연을 쌓은 게 다였다.
[“근데 있잖아, 그게 네 장점이야.”] [“…….”] [“대표팀에서 네 소속이 불분명하다는 거.”]성용이 형은 이런 나의 연령별 대표 커리어를 두고, 그것이 없었던 게 오히려 높은 단계에서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넌 갑자기 스타가 됐으니까.”]실제로 내 이름은 2012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그 알려짐의 폭이 달라졌고, 브라질에 패해 은메달을 딴 후엔 삶 전체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사람들이 별것 아닌 나의 말을 귀 기울여 듣기 시작했는데, 그건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한마디가 다수의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상 속에서 바라본 대한민국은 내겐 잠재력이 넘치는 팀이었고, 지금은 없는 이들과 함께 진정으로 높은 곳에 올라설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과 2012 런던 올림픽 결승/2014 브라질 월드컵 8강/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이라는 대한민국 역사상 없었던 성공을 함께했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높은 곳.
그건 내겐 월드컵 우승이었다.
[“네가 말한 대로야. 솔직히 흥민이나 다른 애들한테 주장을 맡으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나나 자철이는 너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왜? 네가 대표팀을 하나로 가장 잘 묶을 것 같았으니까. 최소한 대표팀 내에선, 너는 우리 올림픽 세대랑 같은 사람이야. 짬이 달라. 4년 뒤에는 더 그렇겠지.”]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전후로 한 시간은 내게 있어 또 하나의 변화를 준비할 단계였다는 생각이 든다.
뱅상 콩파니와 기성용이라는 뛰어난 리더들로부터, 그들이 지닌 의지를 전달받았기 때문이다.
길었던 부상이란 터널에서 돌아온 나는 다시 일어서야 한다는 데 집착하던 상태였고, 그래서 무엇이 되었든 나를 이끌 수 있는 것이라면 무작정 손에 쥐려고 했다.
그렇게 정신을 차려보니, 난 주장이 되어 있었다.
[“다온아.”] [“네, 형.”] [“너라면 할 수 있어.”] [“…….”]나라면 할 수 있다는 말.
왜 하필 나인 걸까?
도대체 내가 무엇이기에, 형들에게서 또 맨체스터 시티의 위대한 전설들로부터 그들이 지닌 의지를 물려받을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들은 나를 팀에 헌신하게끔 했고, 피치 안팎에서 더 많은 목소리를 내도록 만들었다.
삐?익!
.
(츠다 타케오)
“경기를 통틀어 가장 좋은 기회를 맞이하는 일본. 프리킥을 준비하는 건 J리그 최고의 선수, 와카자카 야스토입니다. 지금이라도 골을 만든다면, 얼마든지 기회는 있습니다.”
(세토 텟사이)
“소오 데스네. 축구는 몇십 초 만에도 골이 나오는 스포츠죠. 수십 분을 앞서 나가 마지막을 버티지 못하고 동점이나 역전이 나오기도 합니다.”
(츠다 타케오)
“지금, 박스 안에 많은 선수가 있습니다. 요시다와 오사코의 활약이 간절합니다. 와키자카. 손을 들어 올립니다. 일본의 프리킥. 볼이 향하는 곳으으은-? 으아- 당했다!!”
.
일본의 17번 와키자카 야스토(Wakizaka Yasuto)가 엉뚱한 곳을 흘끔거린다는 사실을 눈치챈 건, 골대 앞쪽에서 방어를 준비하던 때였다.
무언가 조금 이상하다고 판단했던 나는 앞쪽에 머물던 강인이를 불러 내 위치에 서게 하는 대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페널티 박스 앞쪽으로 가 준비를 했다.
그렇게 얼마 뒤 주심이 휘슬을 불었고, 아니나 다를까 와키자카 야스토는 박스 바깥 쪽으로 패스를 밀어 보냈다.
일본 특유의 엉뚱한 발상이 0:2로 뒤진 상황에서도 발휘된 것인데, 앞으로 튀어 나간 내가 에사카 아타루의 앞에서 볼을 끊어낸 순간 여기저기서 폭발적인 소리가 튀어나왔다.
[달려-!!!!] [막아-!! 돌아와-!!!]“뛰어!!”
현재 일본 대표팀 진영은 왼쪽 풀백인 오가와 료야와 골키퍼 곤다 슈이치만 있는 상태다.
텅텅 비어있는 피치를 있는 힘껏 내달리며, 상대가 주춤대며 물러서는 모습을 보았다. 이건 우리에게 명백한 기회였고, 나는 이를 살리기 위해 집중해서 드리블을 이어갔다.
순식간에 하프라인이 발밑에 다다르고, 그를 지나쳐 센터서클마저 통과해 버린 순간 왼쪽에서 움직이는 빨간 무언가가 시야에 잡혔다.
고개를 흘끔 돌리자, 있는 힘껏 스프린트 중인 흥민이 형의 모습이 보였다.
[“흥민이한테도 도와주라고 할게.”] [“네, 형. 할 수 있어요.”] [“그래. 너랑 흥민이. 앞으론 둘이 나랑 자철이처럼 대표팀을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어째서 갑자기 예전 일이 생각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난 모처럼의 대표팀에서 3년 전 내가 어떠한 마음으로 주장직을 이어받았는지를 떠올렸다.
아마 이번 소집에서 벤투 감독님과 충돌하면서, 내가 바라고 그리는 대표팀의 모습을 많이 상상했기 때문일 거다.
“다온아-!!!”
“…….”
툭-
나와 함께 달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난 드리블의 방향을 살짝 오른쪽으로 가져가며 흥민이 형에게 더 많은 공간을 만들어 주려고 했다.
오가와 료야는 이런 나의 의도를 알고 있었지만, 볼을 가진 내게 공간을 줄 수 없어 함께 자리를 이동했다.
어느덧 일본 진영도 절반을 통과했고, 오가와 료야의 위치도 바라던 곳까지 강제하게 되었다.
‘좋았어.’
이젠, 패스를 보내야 할 순간이다.
팡-
“큿-”
오른발 안쪽에 맞은 축구공이 흥민이 형이 달려 나가는 공간 앞쪽으로 움직이고 예상했다는 듯 오가와 료야가 반응했지만, 거리도 또 속도도 이 상황을 막아 내기엔 무리였다.
어느새 일본의 페널티 박스 앞에 다다른 흥민이 형이 골키퍼와 1:1 상황을 맞이했고, 앞으로 나온 곤다 슈이치를 보며 부드럽게 오른발을 휘둘렀다.
펑-!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3위(15골)를 기록 중인 흥민이 형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격수가 됐다.
2년 연속 10골-10어시스트도 달성했다.
또 얼마 전엔 펩과 치키로부터, [“손흥민을 이 팀에 데려오면 어떨 것 같냐?”]라는 질문도 받았다. 실현 가능성이 없긴 했지만, 시티의 마지막 퍼즐로 고려되는 듯했다.
그런 흥민이 형이, 이 기회를 놓칠 리 없다.
‘가-!’
흥민이 형의 발을 떠난 축구공이 곤다 슈이치의 왼쪽을 통과하고, 빠르게 날아 피치에 한 차례 부딪친 공은 속도를 더하며 일본의 골대 왼쪽 하단 구석을 정확히 꿰뚫었다.
그물이 가볍게 출렁이고, 그를 확인한 순간 나는 기뻐하며 흥민이 형을 향해 손을 뻗어 보였다.
“와-! 와-!!”
자신에게 오라는 흥민이 형의 손짓.
난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잠시 뒤 우린 어깨동무했고, 원정석 한쪽에 자리 잡은 팬들의 앞으로 달려가 자유로운 쪽의 손을 각기 휘두르며 세 번째 골을 만들어 낸 기쁨을 표현했다.
.
(츠다 타케오)
“이게 바로 한국- 이게 바로 세계와 일본의 격차인가-! 베스트가 아님에도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버틴 한국이 일본에 세 번째 골을 집어넣습니다-!”
(세토 텟사이)
“이건 뼈아프네요. 힘든 경기일 거라곤 생각했습니다만, 3:0이나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일본이 못하고 있다기보단… 네. 강하네요, 한국.”
(츠다 타케오)
“네 차례의 발롱도르에 빛나는 맨체스터 시티의 김다온이 프리미어리그 득점 3위 손흥민에게 정확한 패스. 무엇보다, 이 스프린트. 한국 진영에서부터 일본 진영까지 도달한 이 무시무시한 속도! 이게 바로 한국이 지닌 힘인가?! 3:0! 일본 대표팀. 이 패배는 분명 영향이 있을 겁니다!”
.
정말로 벤투 감독님이 틀리고 내가 옳았는지, 그건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리고 아직, 왜 하필 내가 위대한 주장들의 의지를 물려받도록 정해졌는지 역시 답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에 관한 답은 내년에 있을 월드컵이 끝나야 할 수 있을 거다.
누가 옳았으며, 내게 의지를 전해 준 성용이 형의 선택이 틀렸는지 아닌지를 알게 될 거라는 의미다.
“VAMOS-!!!”
“하하. 넌 여기에서도 그거냐?”
VAMOS를 외치는 민재와 셀레브레이션을 나눈 뒤, 나는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짓고 있는 벤투 감독님을 바라보았다.
현재 감독님은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그에 나는 지어 보일 수 있는 최대한의 부드러운 표정과 눈빛으로 답했다. 애초부터, 반발할 생각은 아니었다.
‘서로 노력해 보자고요.’
난 그저, 대표팀을 사랑할 뿐이다.
.
(츠다 타케오)
“다시 봐도 이 스프린트는 대단했습니다. 김다온의 속도를 맞출 수 있었던 손흥민. 이 두 명의 프리미어리거가 일본을 침몰시키고 한국에 세 번째 득점을 만들어줍니다. 3:0. 이 위기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 경기를 뒤집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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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International Match)
일본 0 : 3 대한민국
[골] 김다온 : 전반 15분(이강인)이동경 : 전반 34분
손흥민 : 후반 27분(김다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