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1)
120화
삿포로 참사가 있었던 2011년 8월 10일.
전반 35분 김영권의 부상을 교체로 투입된 박원재는, 엔도 야스히토(Endo Yasuhito)의 슈팅에 머리를 맞고 뇌진탕 증세를 보여 단 12분 만에 다시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뜻하지 않은 교체를 두 장이나 사용한 대한민국 A대표팀은 카가와 신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게 된다.
그로부터 362일.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던 구자철은 기쁜 와중에도 생각한다.
어쩌면 오늘이, 정확히 그 반대가 되는 날인지도 모른다고.
그것도.
‘25분이나 빨라.’
구자철은 정말로, 그날을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었다.
.
.
·전반 12분
대한민국 1 : 0 일본
주심을 둘러싼 일본의 선수들은 시합을 중단시키지 않은 것에 대해 거센 항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라브샨이 판단했을 땐, 당시엔 그 누구도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김다온의 프리킥은 빠르게 뻗어 나갔지만, 얼마 되지 않아 한 남자의 얼굴에 맞고 앞으로 다시 튀어나갔다.
이후 높이 뜬 축구공에 대한 경합이 펼쳐졌고, 벽 앞에 서 있었던 대한민국의 미드필드인 김보경의 머리에 맞은 뒤에, 옆으로 흘러 구자철의 앞으로 굴러갔다.
그의 오른발에 맞은 축구공은 낮고 빠르게 날아 일본의 골망을 갈랐고, 라브샨은 곧바로 득점을 인정했다.
어느 곳에서도, 경기를 중단시켜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물론 일본 선수들은 요시다 마야의 얼굴에 축구공이 맞은 직후, 곧바로 경기를 중단시켜야 했다며 주장하고 있기는 했다.
처음엔 그런 생각도 했었던 라브샨이었지만, 당시 요시다 마야는 자리에서 일어서려 했고 지금 흐르는 코피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볼의 흐름을 쫓는 동안 요시다 마야는 다시 주저앉았고, 지금은 경기장 내 구급차에 탑승하여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일본으로서는 무척이나 억울하겠지만, 라브샨은 똑같은 상황이 다시 펼쳐진다고 해도 같은 결정을 내렸을 거라고 확신했다.
결국, 일본의 항의는 무위로 끝나게 된다.
.
(배정세)
“아- 요시다 마야 선수가 큰 부상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전반 11분 구자철의 선제골로, 일본에 1 : 0으로 앞서나갑니다.”
.
일본의 감독 세키즈카 다카시는 결코 감정을 크게 드러내지 않는 남자로 유명하다.
그렇지만 요시다 마야가 쓰러졌을 땐, 그도 화가 나는 건 어찌할 수 없었다.
네덜란드 에레비디시 VVV 펜로의 핵심 센터백으로 활약 중인 요시다 마야는 단순히 이번 올림픽 대표뿐만이 아니라, 일본 축구계 전체에 있어 핵심적인 선수였다.
요시다 마야의 응급처치가 이뤄지는 동안, 세키즈카 다카시는 대기심에 항의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무척이나 복잡한 셈법을 계산하고 있었다.
어차피, 교체로 투입할 자원은 단 한 명밖에 없던 상황이다.
세키즈카 다카시의 머릿속이 복잡했던 이유는 요시다 마야가 빠졌을 때 일본 대표팀이 겪게 될 혼란을 익히 알고 있어서였다.
특히나 오늘 한국 대표팀은, 일한전에서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거칠고 또 전투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건, 일본 대표팀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드러나게 했다.
“지금은 진중해야 할 때야. 흥분을 가라앉히고, 근성을 보여주는 건 나중으로 미루자고. 네가 영웅이 되어줘야 할 시간이다.”
“네.”
야마무라 카즈야가 전반 12분 만에 교체로 투입되고, 그는 지시받은 대로 선수들의 흥분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를 썼다.
그렇지만 전반 초반부터 거친 압박을 받아온 일본 대표팀의 선수들에겐, 요시다 마야의 부상으로 인한 퇴장은 그들이 방아쇠를 당기도록 만드는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촤-악!!!
“욱-!!”
전부터 팔꿈치를 교묘하게 사용하는 등, 라브샨 주심의 시선을 끌고 있던 야마구치 호타루가 거친 태클로 김보경을 넘어뜨린다.
바닥에 앉아 양말을 끌어 올리는 야마구치 호타루는 파울까지는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 같았지만, 주심이 옐로카드를 들어 올리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그런 그를, 주변의 동료들이 말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미, 일본 대표팀은 이성을 잃어버렸다.
“……칙쇼오-”
세키즈카 다카시가 구상한 오늘 경기의 그림은, 전반 초반부터 빠르게 망가지고 있다.
***
축구에서 평정심이 중요한 이유는 플레이 하나가 모든 것을 망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피치 위는 실수에 무척이나 엄격한 곳이며, 그것에 대한 대가는 온전히 본인 스스로가 짊어져야 한다.
파이팅이 넘치는 것도 좋지만, 그 속에서도 제정신은 차리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형! 여기!”
그런 면에서, 자철이 형은 무척 영리하게 일을 해내고 있다.
요시다 마야가 교체된 이후부터 일본의 선수들이 눈에 띄게 거칠어졌고, 정확히 그 순간부터 ‘먼저 밀어붙이던’ 형은 ‘찌르면 대갚음하는’ 방식으로 태도를 바꿨다.
아까 성용이 형도 ‘아- 저 개새끼, 연기야.’라고 말하며, 자철이 형의 의도를 파악한 것 같은 말을 했었다.
삐-익!!
그렇지만 일본의 선수들은 아닌 것 같다.
그들은 철저히 자철이 형과 나를 목표로 하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는데, 의도적으로 파울을 범하거나 혹은 주심의 눈이 떠났을 때 꼬집거나 발을 밟는 식으로 우릴 아프게 하려고 했다.
한데 중요한 건, 일본 선수들이 건드려야 할 대상을 완전히 잘못 짚었다는 부분이다.
자철이 형이나 나나, 상대가 걸어오는 싸움은 절대로 피하지 않는 성격이다.
.
(배정세)
“다시 경고카드 한 장이 일본에게 부여됩니다. 벌써 세 명이나 경고카드를 받는군요. 대한민국도 구자철과 석현준이 경고를 받은 상황입니다. 전반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양 팀 합쳐 5장의 경고가 나올 만큼, 무척이나 거친 시합이 되고 있습니다.”
(차범근)
“아, 우리 선수들. 지금 일본이 상당히 흥분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말려들지 말고 영리하게 플레이했으면 좋겠네요. 이러다 부상이라도 입으면, 다음 경기에서 뛸 수 없지 않습니까?”
(배정세)
“물론 저희는 그다음이 결승전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
“!!”
움찔하며 뒤로 돌아선 오츠 유키가 두 눈을 부라리며 날 쳐다보고 있다.
난 금방 녀석의 옆구리를 강하게 비틀었는데, 이건 아까 이 녀석이 내 눈을 손가락으로 쑤시려고 한 것에 대한 복수였다.
“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야.”
[뭔 소리를 하는 거야?]“이순신 대왕님이라고, 이 새끼야!”
[오마에, 죽고 싶은 거냐! 앙?]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얘네들이 하는 말을 듣고 있으면 어김없이 자꾸 애니메이션이 떠올랐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험상궂은 표정으로 말을 해도, 조금도 위협적으로 느껴 지지가 않는다.
“형!!”
프리킥 직후 강한 압박을 가해오는 일본의 미드필드들을 보며, 난 성용이 형을 크게 불러 패스를 전달받았다.
그러곤 곧장 최전방에 있는 현준이 형을 향해서 긴 패스를 보냈다.
미드필드부터 차근차근 빌드업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오늘은 현준이 형의 머리를 보고 긴 패스를 보내는 것이 가장 효과가 좋았다.
물론 현준이 형이 짊어지는 부담과 고생이 꽤 크긴 했지만, 형도 은근히 이것을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솔직히 말해.
저 형도 파이팅 넘치는 사람 중 하나다.
‘으휴- 쌈닭들.’
나도 그중에 하나라는 건, 굳이 다시 말하진 않겠다.
두말하는 건 입 아프니까.
선제득점 이후 이렇다 할 장면은 없지만, 일본 역시 조금은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빌드업은 참으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최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의 질과 공격수의 움직임 모두 좋지 않다.
지금도 반대편에서 쇄도해 들어가던 오츠 유키는 창수 형에게 가로막힌 뒤에 얼굴을 붙잡고 쓰러졌다.
누가 보더라도 뻔한 연기.
그런 오츠 유키에게 다가간 창수 형이 허리를 숙이는 모습이 보인다.
보통이라면 손을 잡아주거나 걱정하는 것이라 생각을 했겠지만, 난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뒤 오츠 유키가 발끈한다.
‘그렇지. 그래야, 부산싸나이지.’
참고로 창수 형은 종우 형과는 달리, 진짜 부산에 연고가 있다.
태어나기는 창원에서 태어났는데, 중학교 때부터 가족 모두가 부산으로 이사해 지냈다고 들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참으로 재미있는 건, 종우 형이 기를 쓰고 사투리를 쓰려는 반면에 창수 형은 어떻게든 서울말을 쓰려고 기를 쓴다는 점이다.
내가 들을 땐, 둘 다 그 어디의 말투도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여간, 재미있는 형들이다.
그래도 전반 30분이 넘어가면서, 일본의 공격이 조금씩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판단으론 11번 나가이 켄스케(Nagai Kensuke)가 차이를 만들어내고 있는 선수인 것으로 보인다.
분명 사전에도 볼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 좋은 선수이니, 공간보다는 선수를 차단하는 일에 더 중점을 두라고 들었었다.
일본의 코너킥이 이어지고, 난 그 부분을 영권이 형에게 전달했다.
“형, 사람. 공간 말고.”
“어, 어.”
일본은 아까부터 코너킥 상황에서 다이렉트로 올리기보단, 한 번 거쳐 가는 플레이를 선호하고 있다.
높이에서 압도당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저리 하는 것인데, 매번 같은 패턴이다 보니 겪는 우리로서는 대처가 조금 더 수월한 것도 사실이다.
‘오른발.’
파앙-!! , 틱!
“에?이!!!!”
야마구치 호타루의 크로스 시도를 저지해낸 나는, 발에 튕긴 축구공이 마지막 순간 그의 무릎을 맞고 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난 부심에게 곧장 소리쳤고, 부심 역시 이를 놓치지 않고 우리의 스로인을 선언했다.
정확한 판정에 난 박수를 보내며, 부심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나저나.’
실점 없이 잘 막아내곤 있다지만, 조금씩 일본이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모양새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미드필드에 힘을 준 일본의 전술이 힘을 발한다고나 할까?
중원의 숫자에서 밀리다 보니, 형들은 볼을 점유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점유율이 축구에서 절대적이진 않지만, 지금은 볼을 점유하는 일에 신경 쓰며 일본의 상승세를 꺾어놓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해야…….
“……형!!”
“?”
“올라가요! 올라가! 너무 쳐졌잖아, 지금!”
다른 형들이 어떤 식으로 이 상황을 해석했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봤을 땐 일본의 공세에 수비라인이 아래로 내려가면서 미드필드가 도움을 받지 못하는 원인이 컸다.
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태휘 형님을 돌아보는 영권이 형이 조금 답답해져, 손뼉과 소리를 치며 앞으로 좀 더 나아가 줄 것을 계속해서 부탁했다.
“야! 영권! 가자!”
태휘 형님의 결단이 있고 나서야, 영권이 형은 비로소 내 말에 반응하고 있었다.
난 그것 역시 못내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속으로만 말을 삼켰다.
그래도 수비수들이 용기를 가지고 라인을 끌어 올리자, 자연스레 그 앞에선 성용이 형과 종우 형에겐 선택지가 늘어났다.
후방으로 패스를 돌리는 것은 딱히 좋은 것은 아니지만, 상대의 거센 압박에서 미드필드가 볼을 보유하려면 이런 백패스와 횡패스는 필수불가결한 것이 된다.
그리고 볼 키핑에 자신이 있다면, 이렇게 후방에서 볼을 잡아두는 건 한 방을 날리는 데 무척이나 좋다.
바로 이렇게.
“형! 저기!”
패스를 받아주러 온 성용이 형을 보며, 난 최전방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내 쪽에서는 패스를 보낼 각도가 제대로 나오지 않지만, 보다 중앙에 더 가까운 성용이 형이라면 틀림없이 패스길이 보일 것으로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땅볼 패스를 곧장 오른발 아래로 돌려놓은 성용이 형은, 아까 전부터 달릴 준비를 하고 있던 흥민이 형에게 향하는 긴 패스를 보냈다.
그와 동시에 현준이 형이 일본의 센터백을 아래로 끌어내린 부분도 좋았고, 오프사이드 라인이 무너진 일본의 수비는 흥민이 형에게 1 : 1 찬스를 내어주고야 말았다.
티—잉!!!
“으-악!!”
분명, 들어갈 것만 같았던 슈팅이었다.
골키퍼를 지나쳤던 강한 슈팅이 그대로 크로스바를 두드리고 멀리 튕겨 나왔다.
서로 다른 의미로 놀란 관중들이 각양각색의 탄성을 내지르는 사이, 세컨볼을 노리고 뛰어든 자철이 형을 의식한 다카히로 오기하라가 축구공을 사이드라인 밖으로 걷어냈다.
비록 골은 되진 않았지만, 이걸로 일본의 수비라인이 아까처럼 높이 올라오진 못할 거라고 본다.
그럼 자연스레.
‘높아질 거야.’
축구공이 머무는 자리도 우리 진영에서 올라간, 하프라인 근처로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
롱패스를 기반으로 한 전술이 ‘낡고 오래되었다.’라는 인식은 바르셀로나가 거둔 성공으로 인해 일종의 편견으로까지 굳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세상이 하나의 이치에 의해 굴러가지 않는 것처럼, 피치 위에서도 하나의 전술이 모든 것들을 대표하진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수세에 몰리던 대한민국이 롱볼 위주로 전술을 바꾼 것은 무척이나 현명한 판단이었다.
‘그 계기를 가져다준 건, 저 친구인가?’
김다온을 스카우트하는데 가장 큰 공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세상 누구도 전혀 그것을 모르고 있는 처지의 티아고 로보는, 이번 올림픽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영국에 머물고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는 쭉 브라질 대표팀을 쫓고 있었고, 오늘에서야 비로소 대한민국 경기를 지켜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보았을 때.
‘놀랍도록 성장했군. 나도 이 정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김다온의 가파른 성장세는, SL 벤피카에 합류한 이후로 더욱 가속화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성과가 이번 올림픽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반 30분 이전부터 대한민국이 일본에 주도권을 넘겨주기 시작한 건, 미드필드에서 볼을 제대로 보유하지 못해서였다.
그리고 볼을 보유하지 못한 이유는 근본적인 숫자 싸움에서 일본에 뒤처졌기 때문이고 말이다.
기량이 월등하다면 숫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람들은 반드시 좋은 공격을 위해서는 미드필드 진영을 거쳐야 한다고 믿지만, 심지어 축구 선수들도 과정을 생략할 수만 있다면 더 좋다는 것을 평소에는 잘 깨닫지 못하고 있다.
롱패스가 사장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
그것은 결국 정확도와 롱패스 이후에 볼을 계속해서 점유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 있었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 오늘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을 크게 우위를 점하는 중이었고, 선제골의 계기가 된 프리킥이라든가 결정적이었던 장면들도 모두 롱패스에서 나왔다.
만약 하프타임이 되었다면 감독이 그 부분을 지적했을 수도 있겠지만, 경기 도중 선수들이 해왔던 플레이를 바꾸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부분이 된다.
그러나 누군가 그것을 깨닫고 용감하게 변화를 시도하고자 한다면, 십중팔구는 좋은 결과를 가져오곤 했다.
여기에서 더 금상첨화가 있다면, 이런 변화로 인해 생겨날 영향까지도 미리 파악해두는 것이다.
‘어지간한 경기 이해론 불가능한 일이지.’
그렇지만 티아고 로보는 ‘어지간한 수준’을 뛰어넘은 선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그런 자신의 작품을 바라본다.
에두 크루즈에게 강력한 추천 메시지가 담긴 메일과 영상을 수십 통 이상 보냈었고, 결국 그것이 조르제 제수스에게로 전해져 스카우트로 이어졌으니, 자신의 작품이라 불러도 무방했다.
롱패스 전술이 통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양쪽 풀백의 위치는 높아지게 된다.
센터백과 수비형 미드필드가 공격의 기점이 됨과 동시에 자리를 단단히 지켜주기 때문에, 풀백으로서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는 일이 훨씬 더 수월하게 바뀐다.
특히나 지금의 일본처럼 힘과 높이의 열세에 민감한 경우라면, 중앙자원뿐만 아니라 측면의 선수들까지도 자연스럽게 수비 범위를 가운데로 좁혀오게 된다.
이는 다른 말로 양쪽 윙어와 풀백이 자유로워진다는 의미였고, 만약 운 좋게 세컨볼이 그쪽으로 향하기도 하면.
[가-!! 꼬마!!! 가라고!!!]지금처럼 티아고 로보가 소리치도록 만든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석현준의 머리에 맞은 축구공은 옆으로 흘러나갔고, 이것은 분명 의도된 플레이는 아니었다.
두 명의 센터백 사이에서 축구공에 머리를 맞추는 것에만 집중하기에도 벅찬 상황에서, 동료의 위치까지 파악해 헤더로 볼을 연계해줄 스트라이커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우연은, 노력을 멈추지 않은 이에게는 축복이 된다.
축구공이 흘러나가고 있는 곳에는 어느새, 공격수의 위치까지 깊숙이 올라간 김다온이 기다리고 있었다.
측면으로 멀리 빠진 손흥민이 손을 들어 올려 패스를 요구하지만, 김다온은 그쪽을 전혀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무언가를 예감한 티아고 로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 질렀던 것이다.
깜짝 놀란 주변의 사람들이 그를 돌아보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그는 뒤이어진 장면에 두 손을 높이 들어 휘두르며 큰 목소리로 환호했다.
[브라보오-!!! 브라보!!!]세컨볼을 다이렉트로 걷어찬 김다온의 슈팅.
그것은 오늘 경기 대한민국의 두 번째 골이 되었다.
2 : 0.
김다온은 다시 한번, 웸블리의 주역이 되고 있다.
『김다온의 골 장면』
***
작가의 말 ? 올림픽 에피소드는 다음 화가 마지막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 화의 끝 작가의 말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