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10)
1178화 Leadership (29)
2021년 4월 5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피치.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경기를 하루 앞두고, 우린 최종 훈련을 진행 중이다.
언제나처럼 바이에른 뮌헨이 마이스터샬레에 가까워진 가운데, 도르트문트는 RB 라이프치히와 치열한 리그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이적시장에서 큰 투자를 보여 온 도르트문트지만, 바이에른 뮌헨에게서 마이스터샬레를 빼앗아 오기는커녕 라이프치히에 경쟁을 허용한 것 자체가 뼈아픈 상황이다.
특히 이 기간 도르트문트의 감독이었던 뤼시앵 파브르 시대는 얻는 것 없이 잃은 것만 많은 뼈아픈 시기였다.
결국 올 시즌 11라운드(對 슈투트가르트 1:5 패배) 직후 뤼시앵 파브르는 경질되었고, 도르트문트 Ⅱ를 이끌던 에딘 테르지치(Edin Terzic)가 임시 감독을 맡게 됐다.
시즌 직후엔 우리와 16강에서 붙었던 엠게(MG)의 마르코 로제가 부임하는 것이 결정된 상태다.
여러모로, 재미있는 대진이다.
같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를 연고로 한 두 개의 클럽을 챔피언스리그에서 연이어 만나게 된 데다가, 그중 한 클럽의 감독이 다른 클럽의 감독으로 부임이 확정됐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우린 전력(全力)으로 도르트문트를 상대하려고 한다.
“나중에 나와 동행하지.”
“인터뷰인가요?”
“그래.”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수고하게.”
“네.”
펩으로부터 사전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은 후, 나는 동료들의 곁으로 와 몸을 푸는 일을 시작했다.
겨울보다는 따뜻해진 맨체스터지만, 최고 온도라고 해 봐야 10~12도 수준에 월중 1/3 동안 비가 내린다. 오늘도 우린 꽁꽁 싸맨 채 몸을 움직이고 있다.
그래도 인간은 적응의 생물이라고, 난 어느새 이런 날씨를 [“따뜻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엔 너네가 미친 줄 알았어.”
“쿡쿡쿡쿡.”
“진짜로. 난 여전히 겨울인데, 이게 따뜻하다고? Damn-! 내가 자란 펜실베이니아도 만만찮게 추운 동네긴 하지만, 그래도 봄은 봄이거든?! 젠장! 그런데 여긴, 4월이나 5월까지도 추운 겨울처럼 느껴질 때가 많단 말이야.”
“그래서? 지금은 어떤데?”
“……너희 중 하나가 됐지.”
“푸핫-!”
우리를 웃게 만든 잭 스테판이 골키퍼들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고, 덕분에 날씨에 관한 이야기로 수다 꽃을 피운 우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이어 나갔다.
주제는 주로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자란 곳의 날씨였는데, 참 다양한 곳에서 왔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넌 어때?”
“뭐가?”
“도르트문트와 상대하는 거.”
“글쎄, 너무 오래전의 일이야.”
“그래?”
“응.”
질문을 받은 군도는 도르트문트에 대한 감정이 많이 희미해졌다고 고백했다. 원정 경기 때 팬들을 본다면 또 달랐겠지만, 그럴 순 없을 거라면서 말이다.
“물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은 내 고향이지만, 데뷔는 보훔에서 했어. 난 진짜 많이 돌아다녔거든.”
군도 스스로 말하길, 그는 재능이 남들보다 늦게 발휘된 경우였다.
무려 3살에 입단한 SV 겔젠키르헨 헤슬러 유스팀에서 주목받아 8살의 나이에 FC 샬케 04로 이적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15살까지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또래보다 느렸던 성장과 선천적인 부분에 가까운 느린 발이 주요한 원인이었다.
“뭐, 그래도 넌 여기에 있잖아.”
“그렇지. 그게 중요한 거야.”
날씨에 이어 어린 시절로 자연스럽게 주제가 넘어가지만, 웜업이 끝나면서 대화는 더 이어지지 않게 되었다.
훈련은 30분 정도만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다들 수다를 멈추고 세션에 집중했다. 이제는 다들 20~30분 정도만 진행되는 루틴에 익숙해진 모습이다.
경기 전날 훈련 세션이 모두 끝나고 난 뒤, 샤워와 환복까지 완료한 나는 클럽하우스 로비에 서서 사람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펩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우린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
“벤투가 내게 전화했었네.”
“뭐라고요?”
“들은 대로야.”
“…….”
“몰랐나?”
“전혀요.”
벤투 감독님이 펩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말은 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말해 주실 수 있나요?”
“자네에 관해 묻더군.”
“저요?”
“그래. 정확히는 내게 어떻게 해야 최고의 선수들과 원만하게 지낼 수 있는지를 물었어. 자네, 그리고 리오와 함께한 경험을 묻고 싶다더군.”
“그래서 무슨 말을 했죠?”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될 거랬지.”
이야기를 좀 더 나누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합류하면서 인터뷰 장소로 이동해야만 했다.
나는 그것에 못내 아쉬웠으나, 다음을 기약하며 지금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펩의 표정을 보니, 대화도 잘 풀린 듯했다.
만약 내가 들어야 할 이야기가 있었다면, 펩이 진즉 말해 줬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필요한 건 알게 될 거야.’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듣긴 했지만, 나는 바로 그것을 잊어버리며 준비가 끝난 미디어 존으로 들어섰다. 오늘도 어김없이 사전 인터뷰는 원격으로 진행된다.
자리에 앉으며, 나는 화면 속 이들에 인사를 건넨다.
“반가워요. 변함없이 징그러운 얼굴들이네요.”
– 하하.
– 반가워요, 다온.
– 오늘은 어때요?
“좋죠. 그럼 바로 시작할까요?”
익숙한 일상.
나는 기자들의 앞에서, 도르트문트전 필승을 다짐하는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
【한국 시각】 2021년 4월 7일. 대한민국.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백마로 195 KR. 엠시티.
주로 서울에 주거해 온 이전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들과는 달리, 파울루 벤투는 파주 NFC와 가까운 일산 신도시에 머물기를 원했다.
지금도 그는 본인의 사단과 함께 같은 단지에 거주하며, 파주와 서울을 번갈아 출퇴근하고 있다.
새벽과 오전의 사이인 04시 정각, 파울루 벤투가 진하게 내린 커피 한 잔을 소파 테이블 위에 올려 두고 불이 꺼진 거실 내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다.
맨체스터 시티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2020/21 챔피언스리그 8강 첫 번째 경기다.
“…….”
.
(김정명) – SPORTV 캐스터
“현재까지 시즌 전승을 기록 중인 맨체스터 시티.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오늘, 이런 맨체스터 시티의 기록을 저지하기 위해 에티하드 스타디움을 방문했습니다.”
(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그렇습니다. 일단,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맨체스터 시티가 많이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스쿼드로 보나 기세로 보나, 도르트문트로서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겁니다.”
(김정명)
“지난 3월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에 선정된 리오넬 메시입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맨체스터 시티의 캡틴이자, 대한민국의 캡틴 김다온이 있습니다.”
.
[“만약 당신이 열린 마음이라면, 그에게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배워? 당신이 말입니까?”] [“하하. 그렇습니다. 파울루. 저는 완벽한 사람이 아닙니다. 매번 실수하죠. 하나의 경기가 끝나면, 그것들이 저를 괴롭히곤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많이 나아졌죠. 감독은 절대로 완벽할 순 없습니다. 그 스스로는 말입니다.”]파울루 벤투가 펩 과르디올라에게 전화를 걸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코호트 격리가 끝나고 대한축구협회에서 가진 미팅 때문이었다.
그것도 평소처럼 김판곤과 가진 게 아닌, 대한축구협회 회장인 장철주와의 미팅이었다.
해당 자리에서 장철주는 일본에서 김다온과 있었던 일들을 물어왔고, 벤투는 대표팀 내의 누군가가 그 일을 협회에 이야기했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은 김다온을 의심했지만, 곧이어 장철주가 다른 이야기를 전하면서 의심을 거두게 되었다.
대표팀과 협회 그리고 선수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최태욱 코치가 내용을 전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벤투는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으나, 최태욱 입장에서는 자신과 김다온의 일을 협회에 보고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감독과 주장의 충돌이니 말이다.
그래서 벤투는 화를 내는 대신 모든 걸 인정하며 본인의 생각을 장철주에 전달했었다.
하지만.
[“협회는 다온의 손을 들었습니다.”] [“그렇군요.”] [“네.”] [“그게 화가 났습니까?”] [“…….”]대한축구협회가 김다온의 편을 들어 화가 났느냐는 과르디올라의 질문에, 고민한 벤투는 모르겠다고 답을 했다.
[“그는…… 무척 어려운 선수입니다.”] [“이해합니다.”] [“그렇습니까?”] [“네. 저도 그랬으니까요. 물론, 다온을 이야기하는 건 아닙니다. 그는 제게 있어 뮤즈와도 같죠. 아무튼, 제가 어려워한 선수는 바로 리오넬 메시입니다. 감독으로서 처음으로 경험해 본 세계 최고죠.”]계속해서 이어지는 펩 과르디올라의 말을, 파울루 벤투는 그냥 멍하니 들을 수밖에 없었다.
[“바르셀로나 1군 팀을 지도하게 된 첫날, 전 깨달았습니다. 제 내면이 이렇게 말했죠. 이봐, 펩. 네 생각은 훌륭해. 그렇지만 봐. 네 생각보다 더 훌륭한 선수가 바로 저기에 있어. 그를 위한 축구를 해. 저는 거기에 저항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너무나 명백했기 때문이죠. 제가 하려는 축구보다, 이미 더 수준 높은 축구를 리오가 보여 줬습니다. 전 바르셀로나를 그를 위한 팀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래서, 바로 선수단을 정리했습니다.”]호나우지뉴와 데쿠를 정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 것을 시작으로, 과르디올라는 사무엘 에투/티에리 앙리/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같은 선수들과의 불화도 이야기했다.
어느 정도 미디어를 통해 유명해진 일이었지만, 과르디올라의 입에서 나온 건 뉴스를 통해서는 절대로 들을 수 없는 숨겨진 것들이었다.
과르디올리는 메시의 역량을 최대한을 끌어내기 위해 해당하는 위대한 공격수들을 주춧돌로 삼으려 했는데, 그 의도가 워낙 노골적이라 선수들의 반발을 산 것이다.
[“그때는 저도 미숙했으니까요.”] [“…….”] [“지금이라면 전혀 달랐을 겁니다.”]머쓱하게 웃은 과르디올라는 계속해서 본인이 경험한 첫 번째 세계 최고의 선수와의 동행을 이야기했다.
[“아실지 모르지만, 사실 저는 티키타카라는 말을 무척 싫어합니다. 그건 제 축구가 아닐뿐더러, 무의미하게 패스 숫자만 늘리는 일은 가장 혐오하는 일이니까요.”]FC 바르셀로나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함께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사람들은 티키타카(Tiki Taka)를 과르디올라의 정체성처럼 이야기했다.
바이에른 뮌헨 부임 이후엔 그에 노골적인 불쾌함을 드러낸 과르디올라였지만, 바르셀로나에서 그러지 않은 이유는 그 행위가 메시의 기분을 저해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때 당시로선 메시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던 과르디올라다.
펩 과르디올라에게 있어 천만다행이었던 점은 리오넬 메시와 ‘세 얼간이’로 불린 미드필드 삼총사의 사이와 궁합이 정말 좋았다는 부분이다.
덕분에 과르디올라는 세르지오 부스케츠라는 어쩌면 21세기 최고의 피보테(Pivote)일 수도 있는 선수를 본인의 입맛대로 쓸 수 있었다.
요안 크라위프의 토털사커에 바탕 한 ‘비엘시즘(Bielcism)’을 극한으로 끌어 올린 과르디올라의 축구에서, 쓰리백 전술은 점유율을 높일 중요한 퍼즐이었다.
하지만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현실로 만들려면, 과르디올라는 우선 축구의 흐름 자체를 바꾸어야 했다.
사장(死藏) 되어 가던 라볼피아나(Lavolpiana)를 끌어와 부스케츠에 맞는 옷으로 바꾸고, 패스를 통해 공간을 만들고 선수를 거기로 이동시키는 전술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리고 그 결과, 과르디올라는 마침내 본인의 축구 철학을 ‘세계의 보편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유프 하인케스 이후를 걱정하던 바이에른 뮌헨의 보드진으로 하여금 [“이 세계에서 성공하려면 과르디올라의 방식을 따라야 한다. 그러니 그를 데려오자.”]고 말하게 만드는가 하면, 모두가 바르셀로나의 축구를 모방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과르디올라 본인은 이 위대한 혁명이 리오넬 메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파울루. 진정으로 위대한 선수란 그런 것입니다. 고집을 굽히도록 만들죠. 다소 우회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그를 위한 축구를 하는 게 최선이라 여기게끔 만듭니다. 중요한 건, 그게 감독의 패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오히려, 그걸 기회로 여겨야겠죠.”] [“기회?”] [“다온이나 리오와 같은 레벨의 선수들은 감독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습니다. 타협은 현실과 하는 게 아니라, 그들과 하는 거라는 것을 알게 하죠.”] [“그게 어떻게 기회가 되는 겁니까?”].
(김정명)
“엠레 잔의 패스가 끊겼습니다. 더브라위너.”
(정지현)
“왼쪽에서 포든이 뛰고 있죠?”
(김정명)
“계속 전진하는 더브러위너. 그리고 왼쪽 측면 내어 주고 필 포든 가운데 꺾어 줍니다-! 아, 약간 길었는데요. 그렇지만 리오넬 메시가 잡아냅니다. 메시. 도르트문트의 수비가 박스 안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메시를 막는 게헤이루. 메시. 바깥으로 흘려줍니다. 김다온! 김다오오오오-! 고오오오오올-!!”
.
“!!”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패스 미스를 틈타 이어진 맨체스터 시티의 역습 전개가 득점으로 마무리된다.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더브라위너가 패스 대신 드리블을 선택하고, 그런 의도를 이해한 맨체스터 시티 공격진 전체가 한꺼번에 라인을 끌어 올린 게 주요했다.
그로 인해 도르트문트의 선수들이 박스 안에 모여들었고, 반대로 박스 바깥은 텅 비어 버렸다.
하지만 보통이라면, 그것은 그냥 버려지는 공간이다. 굳이 이런 흐름에서 박스 밖으로 볼을 보낼 이유는 없다.
골대를 향해 쇄도하는 엘링 홀란과 케빈 더브라위너를 겨냥한 컷백을 흘리거나, 다시 반대편 포든을 겨냥해 볼을 띄워 수비를 좌우로 흔드는 게 올바른 선택이었다.
그런데 리오넬 메시는 박스 바깥으로 뛰어드는 김다온을 겨냥했다.
‘과정은 의아했지만, 결과를 만들었어.’
리오넬 메시의 패스를 그대로 걷어찬 김다온의 슈팅은 카메라가 쫓아가기 힘든 속도로 날아 그대로 도르트문트의 골대를 꿰뚫었다.
분명 더 좋은 선택지가 있었는데도, 메시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 김다온을 선택했고 김다온은 자신에게 볼이 올 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아무 망설임 없이 슈팅을 가져갔다.
지금 장면을 시티가 역습을 전개했고 그 끝에 김다온의 원더골 마무리가 나왔다는 식으로 단순화할 수도 있겠지만, 파울루 벤투가 보기엔 비상식적인 선택과 마무리였다.
그리고 이런 벤투의 머릿속에, 잠깐 멈췄던 과르디올라의 목소리가 다시 이어진다.
‘여기에서 멈췄었던가?’
[“그게 어떻게 기회가 되는 겁니까?”] [“사람들은 당신이 만들어 낸 결과만을 생각합니다. 그게 성공의 기준이 되죠. 아무리 선수단의 지지를 받더라도,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면 당신은 좋은 감독이란 평가를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다온은 결과를 만드는 선수입니다. 그의 커리어를 생각해보세요. 그는 승리하기 위해 태어난 남자입니다. 본능적으로 승리에 가까워지는 법을 알죠. 당신은 그것에 따르는 것만으로, 성공한 감독이 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평생 비밀로 간직한 채로요. 물론, 감독으로서의 본분은 다해야 할 겁니다. 무슨 의미인지는 아시겠죠?”] [“…….”]펩 과르디올라는 FC 바르셀로나에서 리오넬 메시를 위한 전술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그는 팀을 유럽 최고로 이끌었고, 스스로 현대 축구의 혁명가 위치로 끌어 올렸다. 그리고 성찰을 위한 안식년을 가지고 나서야, 비로소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지금 저는, 둘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고 있습니다.”] [“…….”] [“파울루? 전 세계에서 지금 다온과 같은 선수를 지도할 수 있는 감독은 단둘뿐입니다. 당신은 지금 그중 하나가 되는 기회를 붙잡은 거고요. 당신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다온이 반발하는 상태라면 말이죠.”] [“그가 반발하는 걸 알고 있군요.”] [“그게 아니라면, 어째서 당신이 제게 전화를 걸어서 다온에 관한 질문을 했겠습니까?”]파울루 벤투는 김다온과 함께하는 시간을 전혀 즐기고 있지 못했다. 오히려 여러 측면에서 자신에게 반발하는 모습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마치, 길들이기 어려운 명마(名馬)를 단순히 성격 나쁜 말로 치부하는 어리석은 기수(騎手)의 모습과도 닮아 있었다.
고뇌하는 파울루 벤투.
그는 망설이고 있다.
고집을 버리고 타협한다는 것.
이는 고집으로 똘똘 뭉친 51년을 살아온 포르투갈 남자에겐, 세상 그 무엇보다 하기 어려운 일이다.
“후우~”
소파에 몸을 파묻으며 입으로 길게 숨을 내쉬는 벤투의 눈에, 마르코 로이스를 능숙하게 막아 내며 실수한 동료에게 소리를 내지르는 김다온의 모습이 들어온다.
파울루 벤투의 새벽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