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15)
1183화 Bubble (4)
2021년 4월 17일. 런던 HA9 0WS, 잉글랜드. 웸블리, 웸블리 스타디움.
.경기 시작 20분 전
첼시 0 : 0 맨체스터 시티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itcs(맨시티/상대팀) : 3-4-2-1/3-4-2-1
GK ? 에데르송 / GK ? 케파 아리사발라가
RCB ? 후벵 디아스 / RCB ?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
CB ? 김민재 / CB ? 치아구 시우바
LCB ? 에므리크 라포르트 / LCB ? 안토니오 뤼디거
RWB ? 김다온 / RWB ? 리스 제임스
RCM ? 로드리 / RCM ? 은골로 캉테
LCM ? 케빈 더브라위너 / LCM ? 조르지뉴
LWB ? 주앙 칸셀루 / LWB ? 벤 칠웰
RAM ? 리오넬 메시 / RAM ? 하킴 지예흐
LAM ? 베르나르두 실바 / LAM ? 메이슨 마운트
ST ? 엘링 홀란 / ST ? 티모 베르너
.
.
토마스 투헬과 함께하기 시작한 첼시 FC가 프랭크 램파드 시절과는 전혀 다른 팀이 되었다는 걸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축구에서 왜 감독이 중요한가를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첼시는 비로소 시즌 전에 보드진이 바랐던 모습을 피치 위에서 드러내고 있었다.
즉, 이 경기가 쉽지 않을 거란 뜻이다.
펩 역시 이런 부분을 알고 있다.
“첼시도 오늘 쓰리백이다.”
“······.”
“좋은 팀이야. 투헬이 첼시를 몰라볼 정도로 바꾸어 놓았다. 저들은 마치, 우리처럼 뛴다. 스토퍼를 높은 위치로 올리고, 윙백을 적극적으로 공격에 참여시키지. 스트라이커 아래에 있는 두 명의 10번은 자유와 영혼을 불어넣는다. 하지만 차이는 바로 중원이야. 여기에서, 우린 힌트를 얻는다.”
총주방장을 교체한 첼시 FC지만, 활용할 수 있는 재료 자체는 똑같다.
오늘 투헬은 폭넓은 활동량을 보여 주는 메이슨 마운트를 왼쪽 10번(AM) 자리에 배치했는데, 의도를 짐작해 보자면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우선 첫 번째로 왼쪽 윙백으로 출전한 벤 칠웰의 오버래핑을 돕고, 다음으론 부족한 중원의 공격력을 보태기 위해 메짤라(Mezz`ala)의 역할을 맡기기 위함일 것이다.
그렇게 메이슨 마운트가 캉테-조르지뉴의 바로 위쪽에 머물며 공격 전개를 책임진다면, 모로코의 핵심 하킴 지예흐는 오른쪽 측면에서 와이드 플레이메이커(Wide Playmaker)의 역할을 소화한다.
이러한 지예흐의 스타일은 넓은 시야와 훌륭한 킥을 지닌 리스 제임스에게 보탬이 되는데, 투헬의 체재 아래에서 리스 제임스가 득점 상황에 관여하는 빈도가 는 것도 이 때문이다.
“투헬과 함께, 첼시의 중원은 그들의 주도권을 잃었다. 투헬은 측면이 팀의 주도권을 붙잡길 원하고, 캉테와 조르지뉴에게 한정적인 역할만을 부여했다. 오늘 우린, 그 부분을 공략한다. 리오 그리고 베르나르두. 너희 둘은 평소보다 중앙에 더 오래 머무른다. 주앙. 너는 평소처럼 뛰면 된다. 주앙이 중앙에 있을 땐, 리크. 네가 왼쪽이다. 다온이 아래로 내려서면서, 우린 이런 식으로 포백이 된다.”
3-4-2-1의 가장 큰 단점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드만으로 팀 전체의 라인을 조율해야 한다는 점이다.
수적으로 늘 열세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부분인데, 이런 부분을 우리가 보완하고 있다면 투헬은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고 공격에 더 큰 비중을 뒀다.
양쪽 윙백의 역할에서 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공격에 더 비중을 두는 첼시와는 다르게 우리는 윙백이 사실상 팀 라인을 주도하고 있었다.
인버티드(Iverted/반대발)로서 중앙 미드필드처럼 뛰는 칸셀루가 부족한 중원의 숫자를 채우는 역할을 맡는다면, 나는 때에 따라 오른쪽 풀백이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한다.
팀이 자유롭게 3-4-2-1과 4-3-3을 오가는 이유기도 한데, 이런 부분은 첼시의 축구엔 없는 것이다.
“첼시는 볼을 붙잡으면, 최대한 빠르게 볼을 측면으로 보내려고 한다. 그럼 그곳에서 볼을 받아 두는 동안, 나머지 라인이 한꺼번에 올라온다. 이게 첼시의 기본적인 메커니즘이야. 측면이 볼을 소유하고, 나머지가 올라선다. 이 말은 그들이 라인을 높이려는 타이밍에 볼을 가져오면, 바로 역습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엘링. 너는 이 부분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무리하게 아래로 내려올 필욘 없다. 어차피 상대는 네 스프린트를 경계할 거야. 늘 후방에 한두 명의 선수를 두려고 하겠지. 그들의 위치는 너로 인해 정해진다.”
중원의 차이에서 승리를 위한 힌트를 찾아 나가는 것으로 시작한 최종 미팅은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으로 이어져, 마지막엔 역습 방법으로 마무리됐다.
펩은 엘링이 치아구와 뤼디거의 위치를 강제할 수만 있다면, 첼시가 공격 상황에서 수적 우위를 점할 일은 없다 믿는 것 같았다.
이후 몇 가지 지시사항을 더 전달하는 것을 끝으로 경기전 미팅이 종료되고, 난 드레싱 룸 가운데 동료들을 모았다.
하지만, 오늘 팀 보이스를 담당하는 건 내가 아닌 후벵이다. 내 생각에 저 친구도 타고난 리더다.
“우린 다음 단계로 갈 거야.”
“······.”
“비록 쉽진 않겠지만, 우리가 가진 능력을 믿으면 가능해. 그렇지만 승리는 어디까지나 서로를 위해 최선을 다할 때 나와. 내가 아닌 팀이야. 우린 계속해서 헌신하고, 동료의 실수를 가리기 위해 노력할 거야. Together! 이건 이번 시즌 내내 우리가 해 왔던 거야! Let`s Go-!!”
“Come On—!!”
만족스러웠던 후벵의 스피치 이후, 나는 손뼉과 함께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전의를 끓여 올렸다.
어쨌든 지금은 무척 좋은 이야기가 나왔다.
헌신하여 동료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
토마스 투헬이 첼시가 지닌 스쿼드의 힘을 많이 끌어냈다곤 하지만, 그가 선수단과 보낸 시간은 우리가 서로 함께한 시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카피캣에 당할 순 없지.’
물론 토마스 투헬은 단순한 카피캣(Copy Cat)이 아니긴 했지만, 동기부여를 위해서 나는 첼시의 축구를 부정하는 길을 택하고 있었다.
FA 컵 결승으로 향하는 길목, 그리고 거기에서 만난 첼시 FC는 내겐 넘어서야 할 존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가이 모브레이) – BBC 코멘테이터
“로드리가 볼을 빼앗깁니다. 이건 맨체스터 시티에겐 좋지 않습니다. 캉테. 베르너가 아래로 내려와 주고 지예흐가 연결받습니다. 왼쪽 측면에 메이슨 마운트가 있고 볼이 거기로 향합니다. 마운트. 볼을 보낼 만한 곳을 찾습니다. 칠웰이 뛰어들고 볼이 거기로 향합니다. 하지만 크로스가 되기 전 다온이 이를 막아 냅니다! 좋은 클리업니다. 칠웰이 앞서나간다고 생각했지만, 다온이 영락없이 이를 막아 냅니다.”
(앨런 시어러) – BBC 컬러-코멘테이터
“벌써 몇 년째 매번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선수입니다. 일반적으로 지금 상황에서는 왼쪽에서 크로스가 올라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다온이 이를 막아 냈죠. 마운트를 상대로 절묘한 위치에서 포지셔닝을 잡는 것부터 시작해, 마지막 수비 마무리까지 아주 훌륭했습니다.”
(가이 모브레이)
“첼시가 스로인을 가져갑니다.”
.
.
.전반 07분
첼시 0 : 0 맨체스터 시티
“로디-!!”
“?”
“침착해! 너무 서둘고 있어!”
“······.”
고개를 끄덕인 로드리가 매치업 상대에 신경 쓰는 사이, 난 공격수의 위치를 확인하며 스로인에 대비했다.
보낼 곳을 발견하지 못한 칠웰이 뒤쪽을 선택하고, 볼을 건네어 받은 캉테는 망설이지 않고 패스를 더 뒤로 보내어 다시 빌드업을 가져가려고 했다.
이러한 모습은 과거 프랭크 램파드 시절에는 쉽게 보기 힘들었던 부분으로, 토마스 투헬 이후 첼시는 ‘후방빌드업을 바탕으로 볼을 점유하는 팀’으로 변화한 상태였다.
.
(정지현) – SPORTV
“첼시가 전반 초반 점유율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
토마스 투헬 부임 이후, 첼시는 지난 4월 3일 웨스트 브로미치에 한 방을 얻어맞을 때까지 15경기에서 패배가 없었다. 더욱 놀라운 건 이 기간 단 2실점만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볼을 점유하는 시간이 올라간 만큼 상대에 공격을 허락하는 시간이 줄어든 데다, 또 수비적으로 조합한 중원이 제대로 힘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메커니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것은 쓰리백의 좌우 스토퍼다.
투헬은 이들에게 전술적으로 큰 부분을 맡겼다.
쓰리백의 중앙을 담당하는 치아구 시우바와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을 스위퍼처럼 내려앉으면, 좌우 스토퍼가 되는 아스필리쿠에타와 안토니오 뤼디거가 높은 위치로 올라선다.
좌우 풀백 그리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드와 삼각형을 형성하는 것인데, 바로 이것이 첼시 후방 빌드업의 핵심이다.
지금도 첼시는 안토니오 뤼디거부터 빌드업을 시작했고, 수월히 벤 칠웰의 위치를 확인한 캉테가 부드럽게 앞쪽으로 패스를 전달했다.
하지만 매번 같은 것이 당해서는 체면이 살지 않는다. 뤼디거가 볼을 받은 순간부터, 난 이런 전개를 예상했다.
빠른 압박에 당황한 칠웰은 볼을 지키는 걸 눈에 띄게 어려워했고, 경합을 펼친 끝에 사이드라인 밖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에 성공했다.
“헤?이!!”
서로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마이크 딘은 최종적으로 칠웰의 발에 닿고 나갔음을 선언한다.
그렇게 볼은 우리에게로 돌아오고, 스로인을 위해 사이드라인 밖으로 빠져나온 내게 다가온 펩이 간단한 지시사항을 빠르게 전달해 왔다.
첼시가 우리를 상대로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민재-!”
“?”
나의 수신호를 받은 민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펩의 금방 내게 전달한 지시사항을 반대편에 알린다. 빠르게 내용은 팀 전체에 공유되었고, 우린 최초의 전략을 빠르게 수정했다.
경기 초반의 주도권을 첼시에 내어주는 대신, 상대가 라인을 더 높이도록 만들 속셈이었다.
라인은 빠르게 수정되었고, 전형에도 변화를 준 우린 몇 명의 위치를 조절하여 4-4-2 형태를 갖추게 됐다.
리크를 왼쪽 풀백으로 두며 수비를 포백으로 전환하는 한편, 베르나르두를 미드필드로 끌고 와 비어 있는 오른쪽 측면을 채웠다.
공격을 전개할 때면 다시 3-4-2-1 형태를 기본으로 한 전형으로 바뀌겠지만, 지금부터는 리오가 아닌 베르나르두와 호흡을 맞출 것이다.
“베르! 내려앉아!”
습관적으로 올라서려던 베르나르두가 내 목소리에 반응해 움직이고, 한동안 우린 첼시가 볼을 점유하도록 만들며 역습을 전개할 기회를 기다렸다.
점유율을 내어주는 것 자체는 조금 답답했지만, 모처럼 수비수로서의 역량을 100% 발휘할 수 있어 기쁘기도 했다.
어떻게든 골을 만들려는 첼시의 노력. 불과 10여 분 사이에, 상대는 그들이 지닌 패를 전부 보여 준다.
스토퍼와 윙백의 포지셔닝을 바탕으로 한 빌드업과 미드필드가 아닌 수비수에서 오버로드 투 아이솔레이션(Overload to Isolation)을 시작하는 방법에 이르기까지를 말이다.
전력 분석을 통해서 전부 알고 있었던 것이긴 했지만, 피치 위에서 직접 그것을 마주하고 막아 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에겐 중요하다.
이는 반대로 첼시에겐, 그들이 손에 쥐고 있던 패가 쓸모없게 여겨지도록 만드는 일이 된다.
인간은 누구나 애착을 가진 사람 혹은 무언가에 본인의 쓰임새가 있길 바라는 법인데,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무기력감이 밀려드는 순간 판단력을 상실한다.
펩이 의도했던 것도 바로 이런 것이다.
판단력이 상실이 실수로 이어지는 때.
첼시가 공격하고 우리가 방어 후 역습하는 어딘가 뒤바뀐 전개 속에서, 어느덧 경기 시간은 20분을 훌쩍 넘어 전반도 중반부로 향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피치 역시 빠르게 변화하여, 양 팀 모두 하프라인 기준 좌우 25m 안쪽에 20명의 필드 플레이어를 모두 모아 놓은 형태가 되었다.
볼은 여전히 상대의 점유 아래 있지만, 우리가 계획했던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이다.
이제 필요한 건 하나의 작은 실수와 그것을 놓치지 않을 준비된 우리의 태도다.
그렇게 이윽고,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
‘엥?’
늘 이야기하지만, 모든 것들은 실수에서부터 출발한다.
그것이 말이 되었든 아니면 몸짓이든 혹은 다른 무언가가 되었든 간에, 의도치 않았던 실수가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을 바꾼다.
축구는 완벽하다면 언제나 0:0.
하지만 그렇지 않기에.
“기회잖아-!! 달려-!!”
“돌아와!!”
피치 위에서는 언제나 득점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거기에 환호를 보낸다. 따지고 보면 축구는 실수에 열광하는 스포츠인 셈이다.
조금 억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말 그대로 따지고 보면 그렇다는 거다.
“케빈-!”
지금은 빌드업을 이어 가던 첼시 쪽에서 어이없는 패스 실수가 나왔다. 조르지뉴를 겨냥한 아스필리쿠에타의 패스가 엉뚱하게 케빈의 발아래 안착한 것이다.
말했듯 현재 양 팀의 라인은 상당히 밀착되어 있고, 이럴 때 나온 미드필드에서의 패스 실수는 결정적이다.
엉뚱한 패스에 첼시 선수들의 몸이 살짝 굳은 사이, 조금이나마 먼저 움직일 수 있었던 나는 빠르게 사람들 사이를 통과해 너른 공간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케빈이 보냈을 패스가 내 앞에 떨어져 내렸는데, 어딘가에서 오프사이드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를 신경 쓰진 않는다.
‘오프사이드일 리 없잖아.’
치아구 시우바가 스위퍼 역할을 맡은 지금, 첼시의 최종 라인은 그들의 생각보다 더 낮은 곳에 있다.
“후욱-! 후욱-! 후욱-!”
빠르게 날아오던 축구공의 속도는 피치에 튕김과 동시에 급격히 느려졌지만, 오른쪽 무릎으로 볼을 받아낸 내 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다.
탁-
“······.”
퍼스트터치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데 성공한 직후, 나는 고개를 돌려 박스 안을 쳐다봤다.
아직 그 안엔 아무도 없었지만,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뛰어드는 한 녀석은 잘 보였다. 곱게 빗어 내어 꽉 묶은 금발을 자랑하는 저 친구는 엘링이다.
저 녀석의 속도와 보폭이라면, 지금 빠르게 크로스를 띄워 보내도 별문제 없이 볼을 받아낼 수 있을 거다.
지금 당장은 치아구가 더 골대에 가깝지만, 앞으로 두 발 정도면 같은 위치.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엘링이 더 골대와 가까워질 거다.
더는 망설일 필요가 없다.
팡-!
오른발 안쪽을 사용한 크로스가 피치를 빠르게 구르며 움직이고, 커다란 보폭으로 움직이던 엘링이 볼이 통과하기 직전 왼발을 가져가는 데에 성공한다.
굴절된 축구공이 골대를 향해 움직인 순간, 나는 케파가 역동작인 것을 확인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저건 못 막지.’
골라인을 통과한 축구공이 그물을 가볍게 출렁이도록 만들고, 그와 함께 폭발적인 목소리가 경기장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어진 마이크 딘의 휘슬은 득점을 확인해 주는 쐐기였고, 이제 우린 노력에 대한 보상을 마음껏 만끽하기만 하면 됐다.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달려온 엘링이 우려스러운 그 몸덩이를 내게 맡기고, 전력으로 질주한 것보다 더욱 애를 쓴 내 위에서 엘링이 커다랗게 소리를 내질렀다.
그 목소리는 바이킹의 포효를 연상케 할 만큼 크고 우렁찼는데, 아무래도 좋으니 이만 내려왔음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어우, 무거.’
대체 이 녀석은 뭘 먹고 자랐기에, 이토록 크고 무거운 몸뚱이로도 그렇게 폭발적으로 달릴 수 있는 걸까?
하여간 이 녀석도 신비한 구석이 있다.
.
(김정명) – SPORTV 캐스터
“맨체스터 시티의 득점 리더 엘링 홀란의 득점! 이를 배달한 선수는 다름 아닌, 맨체스터의 어시스트 리더 김다온입니다! 이 두 선수의 합작품으로, 맨체스터 시티가 첼시에 한발 앞서 나갑니다!!”
***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풀어 나가던 시점에서 나온 이번 실점에 대해, 토마스 투헬은 분노보단 어처구니없는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3-4-2-1에서 두 줄의 플랫을 내세우는 4-4-2로 전형을 바꿨을 때부터, 투헬은 뭔가 이질적인 감정을 느꼈다.
상대적으로 약팀이 수비적인 전술을 내세우고 일발 역습을 꾀하는 건, 실리적인 선택이자 승리에 가장 가까운 현명한 전술로 생각할 수 있다.
어차피 점유율을 가져올 수 없으니까 말이다.
축구에서 볼을 점유하는 시간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 ‘아군엔 공격할 기회를 주고 적의 공격할 기회를 빼앗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축구 감독은 점유율에 집착하고, 그것을 가져올 수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전술을 만든다.
한데 맨체스터 시티. 아니, 펩 과르디올라는 점유율을 과감히 포기하는 선택을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펩 과르디올라다.
점유율의 신(神).
FC 바르셀로나에서 과르디올라가 보여 준 축구에 매료된 이들과 과르디올라가 제시한 기준에 호응하고 반발한 이들이 현대 축구를 정립했다.
그중에서도 토마스 투헬은 집착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과르디올라를 연구하던 남자였다.
그런 그가 가진 상식으로 보았을 때, 맨체스터 시티가 점유율을 포기하는 전형(4-4-2 Double Flat)으로 변화를 꾀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과르디올라는 그의 가장 중요한 철학을 과감하게 버렸고, 그 중심엔 수비진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김다온과 김민재라는 두 명의 한국인은 과르디올라가 기존의 점유율 중심을 넘어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만들었다.
얼마든지 볼을 점유할 수 있는 팀이 그것을 버리고 역습에 집중했을 때, 얼마만큼 뛰어난 완성도를 보이는지를 모두에게 보여 줬다.
‘당신은 언제나 다음으로 나아가는군.’
2021년 4월 17일.
광인(狂人)에 더 가까운 전술가 토마스 투헬은 새로운 축구가 시작되고 있음을 느낀다.
기존의 거대한 물결이 축구를 새롭게 바꿔 놓은 지도 벌써 13년. 하지만 지금 일어나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도 여전히 같은 남자로부터 출발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 토마스 투헬은.
‘꼭 언젠가 파괴해 버리겠어.’
참기 어려운 질투심과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치심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
작가의 말 ? 전날 오전 10부터 시작된 진료와 치료가 오후 8시가 훌쩍 넘어 끝났습니다. 이후 몸이 많이 괴로워 밤을 샌 상태고, 13시간을 투자해 가까스로 원고 한편을 완성했습니다.
송구스럽게도 오후 연재는 어려울 것 같고, 일요일도 어쩌면 2편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대한 맞춰보려고 노력하겠지만 장담이 어려워 글을 남깁니다.
너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