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18)
1186화 Bubble (7)
2021년 4월 25일. 런던 HA9 0WS, 잉글랜드. 웸블리, 웸블리 스타디움.
.경기 시작 2시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토트넘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3-4-2-1/4-2-3-1
GK ? 에데르송 / GK ? 위고 요리스
RCB ? 후벵 디아스 / RB ? 맷 도허티
CB ? 김민재 / CB ? 에릭 다이어
LCB ? 에므리크 라포르트 / CB ? 프란체스코 아체르비
RWB ? 김다온 / LB ? 뱅자멩 멘디
RCM ? 페르난지뉴 / RCM ?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
LCM ? 케빈 더브라위너 / LCM ? 로드리고 벤탄쿠르
LWB ? 주앙 칸셀루 / RAM ? 루카스 모우라
RAM ? 리오넬 메시 / CAM ? 크리스티안 에릭센
LAM ? 베르나르두 실바 / LAM ? 손흥민
ST? 엘링 홀란 / ST ? 해리 케인
.
.
맨체스터에서 피카딜리를 이용해 런던의 호텔로. 그리고 다시 버스를 통해 우린 또 한 번 웸블리에 도착했다.
어느덧 여긴 우리의 홈 경기장처럼 느껴진다.
선수단에 앞서 도착한 백룸 스태프들의 흔적이 경기장 내부 곳곳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나는 그중 한쪽 벽면에 부착된 ‘TOGETHER’ 스티커를 향해 손을 뻗었다.
이제 이 단어는 시티의 팀 정신(Team Spirit)을 상징하는 것이 되었고, 모두가 그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
“좋아. 가 보자.”
스티커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들긴 후, 나는 가방을 고쳐 매며 발걸음을 드레싱 룸으로 가져간다.
결승전의 긴장감은 실내 이곳저곳에 배어 있다.
“Let`s Go-! 다들 루틴을 따라!”
리더십을 발휘 중인 지뉴가 팀 전체에 목소리를 높이는 사이, 조용히 웜업을 준비 중인 내게로 걸어온 엘링이 행운의 악수를 하자고 권한다.
슬럼프에서 벗어나던 날 웜업 전에 나와 악수했었는데, 이후 중요한 경기를 앞두곤 늘 이렇게 손을 내밀어 왔다.
딱히 어렵거나 루틴에 영향을 주는 일도 아닌지라, 난 가볍게 엘링의 손을 맞잡았다.
“오늘 느낌이 좋아요.”
“하하. 그래?”
“네. 꼭 골을 넣을 것 같거든요.”
“그거 멋지네. 우리에겐 좋은 일이야.”
“크로스 전에, 날 지켜봐요. 알죠?”
“내가 누군지 알고. 네가 만든 득점 중 최소 열 골은 내 지분이 컸다고. 그거 알지?”
씨익 웃어 보인 엘링이 자리를 떠나고, 웜업용 복장을 착용한 나는 세르토리에게서 치료를 받고 있는 케빈을 찾아 움직였다.
통증이 사라지고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할 수 있게 되면서, 케빈은 바로 선발출전을 하게 됐다.
“괜찮아?”
“뭐야, 네가 내 엄마라도 돼?”
“비슷하지.”
“뭐?! 하하-!”
“그래서? 좀 어떤데?”
“좋아. 이따가 몸을 풀 때 확실하게 하면, 경기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 같아.”
“좋네, 좋아.”
그렇게 케빈을 확인한 나의 발걸음은 이제 민재를 찾았고, 이후 나는 수비수들을 찾아 움직이며 그들을 살피고 컨디션을 묻는 시간을 이어 갔다.
시즌 막바지 부상자가 많아진 토트넘은 모처럼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10번(AM)으로 쓰는 4-2-3-1 전술을 들고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주제 무리뉴가 선호하는 4-3-3을 그대로 가져 나올 수도 있겠지만, 최근 성적이 별로인 만큼 변화를 줄 걸로 보인다.
베르나르두/필/네이선과 간단히 공을 활용해 실내에서 몸을 풀어 본 후, 난 가장 마지막으로 클럽 내에서 끈끈한 관계로 소문난 두 남자를 찾았다.
바로, 리오와 쿤이다.
“지금은 양보한 거라고 제가 말했던가요?”
“얘 또 시작이네.”
“진짜요. 노친네가 너무 가여워서 말벗이라도 하라고 리오를 양보한 거라고 몇 번이나 말해요. 이봐요, 노땅.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제대로 다리를 닦고 있으라고요.”
“쿡쿡쿡. 그래- 주장의 명령인데 따라야지.”
아르헨티나 대표팀 내에서도 유별난 관계로 소문난 리오와 쿤은 나와 베르나르두를 생각하면 된다.
연령별 대표팀 소집 때의 첫 만남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한데, 아르헨티나 내에서 [“FC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꼬마.”]로 소문난 리오룰 쿤은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이나 스페인에서의 경험담을 이야기하자, 건방지다고 생각해 약간 시비조로 이름을 묻기까지 했다.
그렇게 이름을 듣고 나서야 쿤은 리오가 바로 그 [“FC 바르셀로나에서 뛰는 꼬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고, 첫 트레이닝 이후 바로 팬이 되어 버렸다.
그때가 쿤이 15살 리오가 16살이었으니, 벌써 2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 온 셈이다.
“쟤네는 거칠게 나올 거예요.”
“그렇겠지.”
“네. 그치만 제가 지켜 줄게요. 무슨 말인지 알죠?”
“응. 고마워.”
“이봐- 이거 서운하잖아. 왜 나한테는 그런 말을 한 번도 해 주지 않는 건데? 나도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그야, 당신한텐 다른 사람이 있잖아요.”
“아- 그거야 그래.”
팀 내에서 쿤과 사이가 각별한 다른 사람이라면, 지뉴를 들 수 있다.
두 사람이 함께 선발로 출전할 때면 지뉴가 쿤을 찾아 공격에만 집중하라며, 뒤는 자신이 받쳐 주겠단 이야기를 매번 하고는 했다.
나를 포함해 모두에게 사랑받는 쿤인지라, 굳이 지뉴가 아니어도 누구든 이 남자의 뒤를 지켜 주겠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다.
“아, 그리고 또.”
“?”
“내년에도 함께해서 기뻐요.”
“하하- 벌써 소문이 돈 거야?”
“다른 사람은 아직 몰라요. 전 주장으로서, 어제 소식을 들었고요. 당신은 이곳의 전설이에요. 오늘 꼭 승리해서, 당신에게 트로피를 가져다 바치죠.”
“믿고 있어. 잘 부탁해.”
“네.”
금방 말했듯, 쿤은 클럽과 1년 더 함께하겠다는 합의에 이르렀다.
현역 생활의 마지막을 벤치에서만 보내기 싫었던 쿤은 본인을 성장시켜 준 CA 인디펜디엔테로의 복귀를 생각 중이었고, 실제로 작년 여름 그를 진지하게 고려했다.
하지만 리오가 합류하자마자 연장계약에 바로 도장을 찍었는데, 이번에도 그는 클럽과 1년 더 동행을 선택했다.
우리에겐 무척 좋은 일이다.
비록 올 시즌 내내 몸 여기저기가 고장이 나며 경기에는 거의 출전하지 못했지만, 클럽하우스에 쿤이 있는 것만으로도 팀 분위기가 전혀 달라진다.
많은 면에서 완벽한 본보기가 되는 남자기에, 쿤의 연장계약 소식은 내겐 큰 힘이 되는 뉴스였다.
“VAMOS-!! 힘차게 가자!!”
원업을 나서기 전, 나는 팀 전체에 크게 소리를 내지르며 기선제압의 중요성을 알렸다.
이런 결승전은 본격적인 시합이 시작되기 전부터가 중요했는데, 몸을 풀 때부터 상대에게 우리가 최고의 상태임을 보여 주는 게 좋았다.
큰 대회에서의 경험이 우리가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난 이런 사소한 부분까지 챙겨 승리를 위한 도구와 수단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토트넘에도 해리 케인이란 강인한 주장이 있지만, 이외 선수들의 정신력에 있어선 우리가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야, 김민재-!] [??] [얼른 가!]그라운드로 향하는 복도에서 흥민이 형과 만나 담소를 나누던 민재를 다그친 후, 나는 뭐냐는 듯 어깨를 으쓱이는 흥민이 형의 앞에서 윙크를 찡긋 보냈다.
[형, 다치게는 안 할게.] [야. 뭐냐? 서운하게.] [그럼 이따가 봐. 내가 많이 사랑하는 거 알지?] [야, 김다온!]조금 냉랭한 내 태도에 흥민이 형은 서운함을 표하고 있지만, 결승전 무대에서 도저히 나는 상대로 마주할 선수와 친근하게 굴지는 못할 것 같다.
나의 성격적인 단점이라면 단점이겠지만, 이것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기에 난 그것을 포기하고픈 생각이 없다.
흥민이 형이 뒤에서 듣고 있는 걸 알면서도 난.
[죽어도 이길 거야–!!!!!]마치 잔뜩 화난 사람처럼 소리친 후, 천천히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약 8천 명의 관중이 자리 잡은 웸블리는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소리를 내고 있다.
{“We Love You, City-! WE DO!”}
{“We Love You, City-! WE DO!”}
{“We Love You, City-! WE DO!”}
{“OH- City, We Love You-!!”}
응원가를 들음과 동시에 벅차오르는 감정.
난 이것을 위해 축구를 해 온 거다.
그리고.
‘저건 내 거야.’
웸블리의 높은 곳에 걸린 저 트로피는 곧 나의 품 안에 들어올 것이다.
틀림없이.
***
(알리스테어 만) – City TV 코멘테이터
“시티의 좋은 플레이입니다. 토트넘의 압박을 잘 벗겨 냈습니다. 두 명이 가운데에, 그리고 다온이 오른쪽에서 빠르게 뛰어 올라가고 있습니다. 메시. 그의 선택은 다온입니다. 측면에서 볼을 받는 다온. 프란체스코 아체르비가 앞을 가로막습니다. 저는 이 남자가 벌써 여기에 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분명 조금 전에, 쏜을 틀어막았는데 말이죠.”
.
.
.전반 16분
맨체스터 시티 0 : 0 토트넘
토트넘은 시즌 초반 잠시나마 맨체스터 시티와 프리미어리그 1위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팀이었고, 그런 만큼 꽤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겉보기에 그런 것일 뿐, 경기를 세밀하게 살펴보면 주도권을 쥔 쪽이 어딘지가 쉽게 보였다.
‘시티 사이드군.’
양측 서포터를 제외하고 배포된 남은 4천 장의 티켓 중 하나를 구해 웸블리에 앉은 파울루 벤투 역시, 맨체스터 시티가 경기를 주도함을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는 약 20시간 전 인천을 떠나, 약 5시간 전 런던에 도착해 숙소에서 잠깐 쪽잠을 취했다.
잠에서 깬 이후엔 옷깃이 있는 재킷과 모자를 착용하곤,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웸블리에 들어섰다.
‘쏜은 좋은 선수지만, 소모값이 있어.’
파울루 벤투가 웸블리를 찾은 이유는 표면적으론 양 팀에 속한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기 위해서지만, 공개적이었다면 굳이 이렇게 은밀하게 굴지는 않았을 거다.
대한민국 축구협회에 부탁한 벤투는 이번 방문이 극비리에 이뤄지길 바란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선수들에게 부담 주지 않기 위해서라 생각한 협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벤투가 남몰래 이곳을 찾은 건, 자신에게 티켓을 구해 준 이와의 만남 때문이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일주일 전, 파울루 벤투는 잉글랜드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 괜찮다면 한번 만나겠습니까?]그것은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인 펩 과르디올라로부터의 연락이었고, A매치 일정이 없는 기간을 이용해 잉글랜드에 한번 방문했으면 하는 의사를 조심스레 내비쳤다.
K리그와 AFC 챔피언스리그 관전 일정 등이 잡혀 있는 벤투였지만, 약간의 고민 끝에 과르디올라의 제안을 수락했다.
타협과 변화를 택한 이후, 가슴 한구석에 자리 잡은 찝찝함을 떨쳐 버릴 수 있을 거란 희망 때문이었다.
다만 그 만남이 있기 전, 파울루 벤투는 순수한 축구 감독으로서 자신이 지도할 최고의 선수 셋의 플레이를 관전해 보고 싶었다.
대한민국 대표팀에 부임한 후, 사실 벤투는 단 한 번도 이들 셋의 경기를 지켜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연히 뽑아야 할 이들이어서다.
본인의 시간은 다른 데 쓰는 게 나았다.
그리고 이런 시각에서 바라본 맨체스터 시티와 토트넘 홋스퍼의 EFL Cup 결승전은 파울루 벤투에게 김다온/손흥민/김민재란 축구 선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우선 토트넘의 손흥민은 분명 세계적인 공격수 중 하나인 것은 맞았지만, 그를 위해 낭비하는 자원값이 컸다.
자신을 서포트하는 동료와 팀 전술 그리고 그에 맞서는 상대에 이르기까지, 손흥민은 해당하는 요소가 얼마만큼 충족되느냐에 따라 경기 내의 활약이 결정됐다.
수비가 뒷공간을 노출하고 거기로 볼이 빠르게 투입되는 상황이라면, 손흥민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확실한 결과물을 보여 주는 축구 선수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손흥민은 평범해 보인다.
아니 오히려, 윙어 중 가장 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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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다시 볼을 빼앗기는 손흥민입니다. 이상할 정도로 김다온의 앞에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는 손흥민이거든요? 물론 김다온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선수가 없는 건 사실입니다만, 김다온의 앞에서는 늘 작아지는 손흥민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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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백을 선택한 맨체스터 시티는 해리 케인의 아래로 내려서는 움직임으로부터 발생하는 공간을 철저하게 방어했다.
센터백 중 하나가 해리 케인을 쫓아 움직이면, 남은 두 명이 빠르게 간격을 맞춰 뒤에 생겨난 공간을 막았다. 그러다 측면으로 볼이 향하면, 윙백과 협력해 지연에 나섰다.
이러한 조직적인 움직임에 손흥민은 본인의 장점을 살릴 쇄도 타이밍을 잡지 못했고, 그렇게 한쪽 측면이 막히자 토트넘의 공격은 단조롭게 변했다.
전성기에서 확연히 내려선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폼이 들쭉날쭉한 루카스 모우라론,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를 뚫어 낼 수 없었다.
반면 토트넘의 공격을 능숙하게 막아 낸 시티는 그들의 방식대로 공격을 풀어냈다.
빌드업 시 중원 좌우에 케빈 더브라위너와 리오넬 메시가 존재하는 건 거의 반칙처럼 느껴졌다.
좁은 공간에서의 탈(脫)압박은 물론이고, 시티는 피치의 모든 곳으로 자유롭게 볼을 보내며 토트넘이 준비한 수비 전술을 가져가지 못하고 춤추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때 가장 돋보인 건, 한쪽 사이드라인 앞 구역 전체를 본인의 것으로 만든 김다온이다.
김다온을 잘 안다고 믿고 있는 파울루 벤투였지만, 오늘 그가 보여 주는 활약과 움직임은 알고 있던 것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조금의 자원도 필요하지 않다는 듯. 김다온은 본인을 위한 그 어떠한 도움도 없이 손흥민이라는 공격수를 능숙하게 막아 냈고, 심지어 공격 땐 가장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우오-!”}
듬성듬성 자리 잡은 팬들의 입에서 탄성을 토해 내게 만든 김다온의 패스는 하프라인에서 뻗어 가 엘링 홀란을 겨냥했다.
다소 강했고 방향이 조금 부정확해 연결되진 않았지만, 누구도 보고 있지 못했던 길을 찾아 패스를 보냈다. 더구나 지금은 오른발 아웃프런트였다.
이후로도 계속, 김다온은 홀로 많은 일을 해냈다. 때로는 기민하게 움직여 시티의 미드필드 바로 뒤에서 토트넘의 전진을 잘라 내는 역할도 했다.
그리고 이런 플레이를 통해, 김다온은 오히려 자원이라는 것을 생산해 냈다.
홀로 두 사람 이상의 몫을 해낸 만큼, 그로 인하여 생겨난 여유를 팀 전체라 쓸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그 방법은 다름 아닌 포지셔닝(Positioning)이었다.
“…….”
이렇게 김다온은 온/오프 볼(On/Off Ball)을 포함한 경기의 모든 상황에서 본인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파울루 벤투는 시티의 축구가 과르디올라의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김다온을 위한 맞춘 전술인지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문이 들 때마다, 벤투는 김다온에게 전혀 소모값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이는 그를 위한 전술이 아니란 거다.
프랑스/스페인/브라질과 같은 스쿼드 전체가 세계적인 레벨의 팀이 아니고서야, 어떠한 축구팀이든 스쿼드 내 가장 뛰어난 선수를 위한 맞춤형 전략을 가져간다.
최고 선수의 장점을 끌어내 그의 활약을 이끌어야, 팀이 승리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파울루 벤투처럼 본인만의 철학과 신념이 확고한 경우라면, 제아무리 최고의 선수라도 팀을 위해 희생해 주기를 바라게 된다.
벤투는 김다온 역시 자신의 팀을 위해 헌신하는 커다란 퍼즐 조각이라 생각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김다온은 김다온이다.
.
(알리스테어 만)
“라포르트. 더브라위너가 아래로 내려오고, 볼은 이제 측면으로 연결됩니다. 칸셀루. 도허티와 상대. 드리블합니다. 안쪽으로. 홀란. 다시 칸셀루. 시티의 좋은 패스워크입니다. 더브라위너. 메시. 다온이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볼이 거기로 향하는군요. 다온입니다. 안쪽을 보고 접는 움직임에, 멘디가 벗겨집니다. 다온이 메시에게. 오- 좋은 패스입니다! 다온이 뒷공간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홀라아아안-!! 오, 어떻게 저걸 놓칠 수 있나요? 엘링 홀란이 완벽한 득점 기회에서 볼을 하늘로 날려 보냅니다!!”
.
지금도 김다온은 어느새 공격진영으로 올라서서 마치 오른쪽 윙(Wing)처럼 뛰었다.
패스, 연계, 드리블, 오프-더-볼, 그리고 마지막 컷백에 이르기까지. 공간이 제한된 측면에서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공격적인 재주를 단 하나의 장면에서 보여 줬다.
이렇듯 모든 종류의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기에, 김다온은 상대 수비수가 누구건 또 상대가 어떠한 전술을 가져오건 상관없이 일관된 활약을 보일 수 있는 거다.
김다온은 맨체스터 시티라는 역대 최고의 클럽 내에서도 가장 확실한 높은 양값의 상수(常數)였고, 그로 인해 생겨난 모든 이점을 팀 전체가 누리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서 토트넘은 서서히 무너진다.
언제나 그러했듯, 붕괴의 시작점은 김다온이 선 사이드라인 주변이다.
‘멋지군.’
한 명의 축구 선수가 경기 전체에 관여하는 영향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는 지금, 파울루 벤투는 처음으로 김다온의 역량에 솔직히 감탄했다.
비록 많이 늦었지만 말이다.
눈 깜짝할 새 전반 30분을 향해 가는 EFL Cup 결승전. 파울루 벤투는 조금만 더 경기를 즐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