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19)
1187화 Bubble (8)
현(現)시점을 기준으로, 손흥민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EPL. 나아가 유럽 최고의 윙어(Winger) 중 하나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과연 그가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클럽에서 뛸 만큼 충분한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만 22골 13어시스트.
시즌 전체론 28골 21어시스트다.
득점과 공격포인트로는 토트넘 1위이며,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득점 3위. 어시스트 역시 해리 케인과 함께 토트넘 공동 1위이자 리그 전체 3위였다.
그러나 이런 숫자와는 별개로, 언제나 손흥민을 뒤따르는 꼬리표가 하나 존재했다.
그건 바로.
‘쏘니는 결정적인 게 빠져 있어.’
맨체스터 시티 수비에 아무 위협도 주지 못한 채 허무히 볼을 넘겨주는 모습을 바라보며, ‘맨체스터 이브닝’의 기자 레녹스 베이커는 그 꼬리표를 생각한다.
손흥민의 공격포인트 숫자는 어딘가 모르게 과장된 부분이 존재하며, 투자받은 자원에 비해 나오는 결과물의 정도가 좋지 않다고 말이다.
어떠한 팀에서건 유능한 동료이자 주요한 퍼즐 조각이 되겠지만, 그는 절대 혼자만의 힘으로 승리를 쟁취할 순 없다.
자연스럽게 맨체스터 시티에게로 기운 EFL Cup 결승전 역시, 이런 손흥민의 꼬리표를 떠올리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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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테어 만) – City TV 코멘테이터
“맨체스터 시티의 시즌 두 번째 타이틀이 눈앞으로 와 있습니다. UEFA Super Cup. 그리고 카라바오 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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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46분
맨체스터 시티 2 : 0 토트넘
토트넘의 수비가 생각보다 잘 버텼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엘링 홀란이 두 개의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고 세 차례의 직접 슈팅으로 이어진 프리킥에서 두 번이나 골대를 두들겼다지만, 그래도 토트넘은 무척 잘 버텼다.
하지만, 버티는 게 전부였던 것 역시 사실이다.
피치 위를 부지런히 뛰어다닌 해리 케인이 다방면으로 노력하며 공간을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시티의 대응책과 수비진의 전반적인 레벨이 토트넘을 압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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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매번 말씀을 드리는 부분입니다만,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는 뭐 유럽 최강. 아니 클럽과 국가 대표팀을 통틀어 단연 최고입니다. 공격력은 프리미어리그 최상위권인 토트넘이 오늘 거의 뭐 기회를 만들지 못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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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올 시즌 맨체스터 시티 최고의 영입으로 엘링 홀란과 리오넬 메시를 꼽지만, 레녹스 베이커는 늘 후벵 디아스야말로 그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다 생각했다.
양발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센터백의 재능을 모두 갖춘 디아스는 센터백 포지션의 어떠한 역할도 소화할 수 있다.
기본적으론 중앙/오른쪽을 소화하지만, 존 스톤스가 퇴장당했던 지난 애스턴 빌라 경기 때는 왼쪽에서 뛰었다.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부상이 잦아진 에므리크 라포르트와 최근 몇 년 꾸준히 다쳐온 존 스톤스가 안정적으로 출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디아스의 이런 재능은 시티에 큰 힘이 된다.
오늘도 후벵 디아스는 김다온과 협력해 손흥민의 존재감을 피치 위에서 지워 버렸고, 두 번째의 골을 기점이 되었던 롱패스를 전방으로 정확히 보내기도 했다.
김다온이 공격에 가담한 경우가 많았기에, 토트넘의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을 막은 건 사실 디아스 혼자였다.
외에도 시티의 모든 수비수는 오늘, 본인들이 해야 하는 임무를 120% 완벽히 소화해 냈다.
The Evening of Defenders.
(수비수들의 밤)
결과가 눈앞에 보이는 지금, 레녹스 베이커는 현재 작성 중인 원고의 제목을 위와 같이 정했다.
삑-! 삐?익!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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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테어 만)
“경기 끝납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토트넘을 2:0으로 누르고 카라바오 컵의 챔피언이 됩니다! 주앙 칸셀루. 에므리크 라포르트. 수비수들이 뽑아낸 두 개의 득점을 끝까지 지켜 내며, 리버풀 이후 최초로 4년 연속 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데 성공합니다-!!”
***
@피치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린 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한 차례 크게 포효했던 나는 가까운 곳에서 주저앉은 흥민이 형을 향해 걸어갔다.
고개를 푹 숙인 형의 어깨가 들썩이고 있다.
[형, 수고했어.] [……그래.]다행히도 울고 있진 않았던 흥민이 형을 자리에서 일으킨 후, 포옹을 나누며 슬프고 아쉬울 마음을 달래어 줬다.
얼마 뒤엔 민재도 가까이 왔다.
[고생했다. 나 먼저 가.] [어, 형.] [연락하고.] […….]손흥민이라는 축구 선수의 실력을 부정할 수 없는 것처럼, 이 선수의 커리어가 실력과 비교해 보잘것없다는 사실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2018/19 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
이 두 가지가 흥민이 형이 축구를 해 오며 거둔 가장 커다란 성취인데, 그 흔한 컵 트로피조차 없다는 사실은 저평가하려는 이들의 가장 좋은 핑곗거리였다.
같은 한국인이자 또 좋아하는 형이기에, 나는 이 사실이 늘 못내 아쉬웠다.
본인은 토트넘에서의 삶이 행복하다며 말하곤 있지만, 더 나이를 먹기 전에 도전하는 게 옳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건 무례한 일이었고, 그래서 언제나 속마음으로만 형을 응원하며 언젠가 커리어에서 큰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길 기도했다.
문제는 나 역시 유럽에서 뛴단 사실이다.
그것도 같은 프리미어리그.
흥민이 형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려면 내가 그 대회에서 실패해야 하는데, 난 그러고픈 마음이 없다.
‘어렵다 진짜.’
흥민이 형을 바라보며 든 무거운 마음을 털어 내며, 나는 동료들과 함께 팬들의 앞에서 컵 트로피를 들어 올린 기쁨을 즐기기로 했다.
우울해하기엔, 오늘은 너무 좋은 날이다.
“VAMOS-!!”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내가 거의 2년 만에 경기장을 찾은 상태에서 승리할 수 있어 기뻤다.
피치 한쪽으로 움직인 나는 아영이를 찾아낸 뒤, 양팔을 머리 위로 올려 커다란 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익숙한 얼굴들과 함께한 그녀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Ladies and Gentleman-! The Champions of 2021 Carabao Cup! Manchester City-!!!”】
메달 수여식까지 끝마친 후, 우리가 트로피를 들어 올렸음을 알려온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와 함께 난 손에 쥐고 있던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주장으로서 든 첫 카라바오 컵이기에, 몇 번이나 들어본 것임에도 그 감회가 조금 남달랐다.
그게 아니면 환호하는 팬들의 앞에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어 낯선 것일 수도 있다.
불과 2천 명.
코로나 시대 이전을 생각하면 2천 명은 적은 숫자지만, 오히려 숫자가 적기에 팬들과 더 끈끈한 유대감을 느끼는 중이란 생각도 들었다.
시티 팬들에게 배정된 좌석들을 채운 팬들은 우리와 함께 환호하고 또 노래 부르며, 오랜 시간 동안 사랑을 보내 주었다.
클럽을 상징하는 ‘Blue Moon’이 울려 퍼지는 웸블리에서의 저녁과 밤.
우승을 즐길 자격이 있는 우린 각자의 성격과 취향대로 노래를 부르거나 팬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며, 오랫동안 기억될 이 순간을 즐겼다.
트로피를 들어 올려서가 아닌, 팬이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인지를 깨닫게 된 것을 말이다.
그렇게 큰 여운을 갖고 들어선 드레싱 룸.
“It`s Friday Then-!!”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노래가 울려 퍼지고, 서둘러 전화기를 챙긴 나는 조용한 곳으로 빠져나와 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보셨을 엄마에게 영상 통화를 걸었다.
– 아드을! 축하해!
“헤헤헤. 고마워, 엄마. 수호는?”
– 아이구, 우리 손주. 아빠 볼까?
“수호- 아빠! 아빠가 이겼다?”
최근 1년 동안 클럽 내에서 아빠가 된 이들이 늘었다. 선수 스태프 백룸 가릴 것 없이, 가족 구성원을 늘린 사람들 모두 나처럼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메달을 자랑 중이다.
기쁨을 공유하고픈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 것뿐인데, 우리가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 바뀌었단 사실이 재미있다.
“수호랑 통화했어?”
“응. 너도?”
“응. 자랑하고 싶더라고.”
“나도.”
“가족이잖아.”
“그래- 이상하면서도, 기분 좋아. 안 그래?”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아.”
스톤스는 전 애인과의 사이에서 재닛 스톤스라는 딸을 얻었고, 헤어진 후엔 양육권을 갖고 있다.
현재 만나고 있는 올리비아 네일러(Olivia Naylor) 역시 재닛을 많이 예뻐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엔 그녀가 존의 곁에서 더 어울리는 여성이다.
실제로 둘은 진지하게 미래를 계획하고 있고, 감정적이기보단 신중하게 단계를 밟아 나가는 중이다.
“그래서 리비는?”
“관중석에 있었어.”
“진짜? 미리 나한테 말하지. 아영이에게 좀 챙기라고 부탁했을 건데.”
“괜찮아. 사실 조금 부담스러워하거든.”
“그래?”
“응. 지금은 좀 신중해지고 싶어.”
“그래. 하지만 언젠간 소개해 줄 거지?”
“물론.”
시간이 흘러가며 바뀌는 건, 비단 축구만이 아니다. 우리의 곁에 있는 이들과 삶의 형태 역시 바뀌고 있다.
스톤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다시 드레싱 룸에 들어서고, 나는 안의 동료들과 다시 기쁨을 나누면서 짧게 끝나 버릴 기쁨의 순간을 즐겼다.
오늘 우린 전용기를 통해 바로 맨체스터로 돌아갈 예정인데, 이유는 사흘 뒤 중요한 경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PSG와 치를 UCL 경기로, 네이마르와 음바페를 앞세운 리그 앙의 챔피언과 대회 결승 진출을 두고 두 차례의 진검승부를 펼친다.
당장 첫 번째 경기가 파리 원정인 데다 일정도 PSG에 약간 더 유리한 상태기에, 부족한 시간을 최대한 유용하게 활용하여 당일엔 완벽한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시즌 막바지까지 계속 빡빡한 일정이 이어지며 다소 피곤한 것 역시 사실이지만, 오늘 들어 올린 트로피가 우리에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제공해 주었다.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 보자.’
오늘과 같은 성과를 내고자 많은 것을 희생하며 스스로 선택한 버블(Bubble) 속에서 우리기에, 시즌 마지막까지 가진 전부를 쥐어 짜내고자 한다.
5월에 다시 찾을 웸블리를 떠나며, 우리가 몸을 싣고자 움직이는 곳은 런던 히스로 공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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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결과
맨체스터 시티 2 : 0 토트넘
[골] 주앙 칸셀루 : 전반 39분(리오넬 메시)에므리크 라포르트 : 후반 23분(케빈 더브러위너)
김다온 ? 96분 출전
***
2021년 4월 26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전날 에티하드로 돌아온 우린 오전 식사와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회복을 위해 움직였다.
몸은 지쳐 있지만, 정신은 매우 또렷하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신기한 건, 상대에 대해 어떠한 신경도 쓰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누가 됐든, 우리의 플레이만 제대로 한다면 승리할 거란 자신감이 넘쳐나고 있다.
“좋아, 처음부터-!”
프란세스크 코스와 함께하는 회복훈련이 진행되고, 우린 그에 집중하며 피로를 푸는 과정을 이어 갔다.
부에나벤투라가 피지컬 총책임 코치로 올라서면서 코스가 올 시즌부터 새롭게 부임했는데, 무려 12년 동안 FC 바르셀로나의 피트니스 부분을 담당한 사람이다.
2015/16 시즌 내내 MSN의 과부하를 두고 루이스 엔리케와 언쟁을 벌이다 해임되었고, 이후 소식을 접한 치키가 빠르게 접근하여 코스를 뉴욕으로 보내버렸다.
평소 코스가 원했던 추가 교육과정을 거친 후 뉴욕 시티로 보내기 위해선데, 3년 동안 경험을 더한 이 남자는 올해 7월부터 맨체스터에 합류했다.
이 소식을 듣고 가장 좋아했던 건 바로 리오였는데, 바르셀로나 선수들 사이에서 신뢰가 엄청났다고 한다.
루이스 엔리케과 프란세스크 코스를 일방적으로 해고했을 때도, 많은 FC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감독실을 찾아 만류했을 정도였다.
지금은 그 이유를 잘 알 수 있었다.
“다온!”
“?”
“…….”
회복훈련을 끝마친 후, 나를 호출하는 마넬을 따라 반대편 복도로 발걸음을 옮긴다.
무슨 일인지를 묻는 내게 마넬은 HQ에 나를 만나려는 손님이 있다며 말을 했고, 거기에 가면 펩도 있을 거라면서 자세한 이야기는 그곳에서 들으라고 말했다.
계약과 관련한 문제 등으로 종종 HQ를 찾는 일이 있긴 했지만, 손님을 만나고자 그곳으로 가는 건 처음이었다.
“식사도 따로 하게 될 걸세.”
“오, 그럼 옷 좀 갈아입을게요.”
“그러게나. 여유 있게 하게.”
“네. 그럼 다녀오죠.”
재빨리 라커룸으로 향한 뒤, 땀에 젖은 몸을 씻어 내곤 동료들에게 호출을 받았음을 알린다.
내가 없는 동안 지뉴가 대신 팀을 이끌어 줄 것이고, 오후 훈련까진 돌아오겠단 말을 남기며 옷을 바꿔입곤 얼른 퍼스트팀 센터 건물을 벗어났다.
건물 앞쪽에서 브랜든이 대기 중이었는데, 그는 용품을 실어 나르는 카트로 나를 HQ까지 데려다주었다.
“고마워요.”
“별말을. 어서 가 봐.”
“네.”
브랜든 덕분에 편하게 HQ로 온 나는 건물로 들어가 날 안내할 사람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이곳은 클럽 고위층들의 사무실이 많아, 함부로 돌아다니기가 어려운 곳이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HQ 건물의 경비원인 것으로 보이는 분이 가까이 다가왔다.
“따라오시죠.”
“…….”
작지만 탄탄한 체격을 지닌 남성을 따라 이동한 곳은 이전엔 가 보지 못했던 HQ의 접객실이었다.
손님이라고 했으니 당연한 건가?
딸깍-
“안으로.”
“네.”
고개를 끄덕인 뒤 안으로 들어서자, U자 모양 테이블 한쪽에 자리 잡은 펩의 얼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한 남성이 앉아 있었는데,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뒷모습이다.
‘어디서 봤더라?’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는 것을 느끼며 걸음을 다시 떼려는 순간, 의문의 남성이 앉아 있던 의자가 빙그르르 돌아가며 그 정체(?)가 드러났다.
“!!”
놀란 내가 움찔하며 발걸음을 멈추자, 씨익 웃어 보인 그가 의자에서 일어서며 얼른 오란 손짓을 보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게 맞아?
의문의 주인공은 바로.
“Bom dia, Como e que e?”
“…….”
한국 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님이었다.
***
“어떻습니까? 도움이 되셨습니까?”
“무척요. 당신에게 감사해야 할 것 같군요.”
“하하. 별말을요. 언제 돌아가죠?”
“3시간 뒤입니다. 곧 출발해야겠군요.”
“아쉽군요. 저녁이라도 대접하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말씀만이라도 고맙습니다. 그건 다음 기회에.”
“네.”
“…….”
펩 과르디올라의 제안으로 성사된 파울루 벤투의 깜짝 방문은 김다온과 나눈 30분여의 미팅으로 마무리되었다.
대한민국 대표팀과 전혀 상관없는 과르디올라의 앞에서 파울루 벤투와 김다온은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는데, 오해하던 부분을 바로잡는 것으로 잘 마무리됐다.
서로가 바라는 바가 같았던 만큼, 조금씩 양보하며 의견을 좁히는 일은 생각보단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미팅 이후, 세 사람은 식사까지 완료했다.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얼마든지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겁니까? 물론, 제가 먼저 당신에게 전화한 건 맞습니다. 조언을 청했죠. 그렇지만 이건 너무 과한 친절입니다. 제게 일방적으로 좋은 일이었죠.”
“후후.”
축구의 역사에서 대표팀(협회/감독)과 클럽의 관계가 원만했던 경우는 손에 꼽힌다.
특히 현대에 와서는 클럽 감독들은 대표팀이 자신들을 전혀 배려치 않는다며 입을 모은다. 선수에게 돈을 주는 건 본인들인데,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쓰도록 한다며 말이다.
펩 과르디올라 역시 무책임한 FIFA의 일정에 불만을 자주 토로했고, 주요 선수가 A매치에서 다치기라도 할 때면 어김없이 미디어의 앞에서 불만을 토해 냈다.
그렇기에, 이 호의는 의외였다,
그리고 이러한 파울루 벤투에 질문에 대해, 펩 과르디올라는 본인의 입장을 이야기한다.
“저는 팬입니다.”
“?”
“그것도 아주 열렬한 팬이요. 당신의 생각보다, 그와 나의 관계는 복잡합니다. 다온의 가족을 제외하면, 제가 그 누구보다 그를 응원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김다온이라는 축구 선수를 한 명의 순수한 팬으로서 응원한다고 말하는 과르디올라의 모습을 보며, 파울루 벤투는 약간의 소름을 느꼈다.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성취를 이뤄 낸 감독이 특정 선수의 팬이라 말했기 때문이다.
“벌써, 3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월드컵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
“3년 전 그가 쓰러졌던 날, 저는 제 세상 일부가 무너지는 걸 느꼈습니다. 실제로도 그랬죠. 전 무너졌습니다. 어딘가 이상해졌죠. 시간이 흘렀을 때, 저는 그게 어떠한 감정인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바로, 최애를 응원하는 사람의 심정이었죠. 그가 행복하고, 그가 성공하길 바랐던 겁니다.”
지난 3월 A매치 주간에서 벌어진 일과 관련한 대화를 나눈 이후, 과르디올라는 기회가 된다면 김다온을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파울루 벤투로부터 먼저 전화가 왔고, 이를 계기 삼아 김다온에게 이득이 될 만한 일을 하기로 했다.
파울루 벤투가 알지 못하는 김다온의 모습을 설명하고, 맨체스터 시티의 축구를 보여 준 것 전부 그런 이유 때문이다.
“파울루. 우린 행운아입니다.”
과르디올라의 입에서 나온 말을 벤투는 바로 이해했다.
오직 극소수의 감독만이 당대 최고의 선수를 감독하는 기회를 붙잡을 수 있다. 하물며 그것이 김다온과 같은 역대 최고를 논하는 선수라면, 그 기회는 더 줄어든다.
과르디올라는 그런 행운을 바보 같은 고집으로 놓치면 안 된다며 말했고, 현명히 그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고 보탰다.
“무엇보다 당신이 오해하는 건.”
“오해?”
“다온은 당신의 방식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다만 너무 빨리 한계와 가능성을 정해 두는 것이 싫을 뿐이죠. 그는 그런 사람입니다. 본인의 가능성을 제한해 두지 않는 이에겐 한없이 충성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바로 반박합니다. 카를로가 그를 품을 수 없었던 이유죠.”
생각에 잠긴 파울루 벤투의 앞에서, 과르디올라는 이런 자리를 만든 궁극적인 이유를 묻기로 한다.
“파울루.”
“말씀하시죠.”
“당신은 이번 월드컵에서 어디까지 바라보고 계십니까?”
“…….”
월드컵에서의 목표를 묻는 과르디올라의 질문은 벤투의 가장 약한 곳을 파고들었다.
2010 FIFA 남아공 월드컵 16강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 8강.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
세 개의 대회에서 내리 뛰어난 성적을 거둔 대한민국 대표팀이지만, 파울루 벤투는 자신이 맡은 팀을 향한 신뢰와 존중이 다소 부족했다.
본선에서 만날 팀들보다 한국의 전력이 약하다고 여겨, 그를 상정한 축구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월드컵에서 본인이 보여 줄 축구가 정해졌으니, 당연히 그에 맞는 선수만이 선발되었고 말이다.
“다온은 월드컵 우승을 원합니다.”
“그건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그렇겠죠. 월드컵입니다. 프랑스나 브라질에게도 어려운 대회입니다. 하지만 다온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겁니다. 당신이 정녕,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사람이냐고요. 파울루. 당신은 거기에 제대로 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할 겁니다. 오는 6월까지는 말입니다.”
역대 최고의 선수와 함께한다는 것.
벤투는 오늘 그 의미를 깨닫는다.
최고의 재료를 손에 쥔 요리사가 제대로 된 음식을 만들지 못한다면, 그건 당연히 주방장의 실력 문제다.
변변치 못한 재료로도 최고의 맛을 끌어내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현재 파울루 벤투의 현실은 그의 생각보다 더 어렵고 또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럼, 안녕히. 언제든 연락 주시죠.”
“그러겠습니다. 고맙군요.”
탁-
택시의 문이 닫히고, 자신을 맨체스터 공항으로 실어 나르는 차 안에서 파울루 벤투는 앞으로 본인이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생각해 본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을 때, 대한민국 대표팀의 감독은 다가올 6월 A매치가 몹시 기다려졌다.
‘얼른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군.’
지금 막, 은은하기만 했던 파울루 벤투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