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25)
1193화 Bubble (14)
(알리스테어 만) – City TV 코멘테이터
“오-! 볼이 피치 위에서 멈춥니다! 허망해하는 네이마르. 피치가 원망스러워 보입니다만, 그도 날씨는 어찌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양 팀 모두가 같은 조건이니까요.”
(숀 고터) – City TV 공동-코멘테이터
“축구를 하는 데 있어 날씨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만, 거기엔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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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7분
맨체스터 시티 0 : 0 PSG
악천후 속에서 축구를 해 본 경험이야 많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맨살이 드러난 부분은 에일 듯한 바람에 의해 고통받았고, 겨울을 연상케 하는 기온으로 숨을 쉴 때마다 목이 따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축구공이 피치 위에서 종종 멈춰 섰다.
위와 같은 연유로, 네이마르는 오늘 전혀 드리블러로서의 장점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
조금 전에도 한창 리듬을 타려던 찰나 축구공이 피치 위에서 얼어붙으며 선수가 볼을 스치는 모양새가 됐다. 우리로서야 땡큐지만, 당사자는 꽤 성질이 날 것이다.
예상대로, 네이마르는 욕설을 내뱉는다.
“Puta que pario!”
“…….”
흔히 축구계의 사람들은 날씨는 이 볼-게임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숨어 있다.
축구에서 날씨가 중요하지 않은 진짜 이유를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비가 오든 눈이 내리든 바람이 많이 불든 피치에서 격돌하는 양 팀에 동등한 조건이란 부분이 빠졌다.
당연히 맑고 적당히 선선한 날씨에서 축구하는 게 선수로서도 가장 이상적이다.
또 나쁜 날씨에서 축구를 하게 되면 경기력 전체가 저하되고 연습하거나 준비해 온 것들을 보여 주지 못한다.
더구나 PSG는 지금 무조건 4골 차 이상으로 승리해야 하는 상황이기에, 지금과 같은 날씨는 골칫거리로 느껴질 거다. 별로 한 것 없는데, 전반전은 벌써 절반 가까이 지났다.
‘Welcome to Manchester.’
초조함을 숨기고 있지 못한 네이마르에게 속으로 맨체스터에 온 걸 환영한단 이야기를 전달한 후, 잠시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가 스터드에 붙은 얼음덩어리를 처리했다.
피치를 적당히 정돈했으나 여전히 곳곳엔 눈과 우박이 있었고, 스터드에 달라붙은 그것을 제때 털어 내지 않으면 피치 위에서 미끄러져 다칠 수도 있다.
맨체스터의 고약한 날씨를 몇 년째 경험하는 우리로선 이렇게 스터드를 털어 내는 게 일상이었지만, PSG의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그 익숙함이 덜해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에게.
쿵-!
“욱!”
작은 행운을 안겨다 주었다.
민재로부터 패스를 받아든 날 압박하려던 마르코 베라티가 미끄러지며 넘어졌고, 공짜로 전진할 기회를 번 나는 망설이지 않고 드리블을 가져갔다.
‘길면 안 돼.’
오늘 내내 드리블러들이 고전하는 모습을 보아 왔던 난 빠르게 다음 동작을 가져가기로 했고, 가까이 접근한 리오 대신 반대편에서 움직이는 주앙을 봤다.
말했듯, 짧은 패스는 언제 멈출지 모른다.
팡-!!
딱딱하게 언 쪽이 공인지 아니면 축구화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소라면 느껴지지 않았을 약간의 통증이 발등을 통해 전해져 왔다.
길게 날아가는 축구공은 정확히 목적지에 떨어졌지만, 퍼스트 터치 이후 동작을 빠르게 가져가려던 주앙이 넘어지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볼을 다시 PSG가 가져간다.
‘젠장. 이래서 공평하다고 한 거야.’
좋지 않은 타이밍에서 볼을 빼앗긴 우리는 PSG의 역습을 걱정해 빠르게 후퇴를 시작했고, 하프라인을 넘어선 플로렌치가 이카르디를 겨냥해 빠른 패스를 보낸다.
종일 피치를 구르는 패스가 멈췄던 만큼, 플로렌치는 거의 슈팅이다 싶은 느낌으로 강하게 볼을 굴렸다.
그러나 이번엔, 피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채 플로렌치의 패스가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결국 PSG가 포착한 역습 기회는 몇 초 만에 무산되었고, 신중을 기한 에디가 안정적으로 볼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에?이!!!”
“뒤를 봐!!”
“에디!!”
피치 곳곳에서 다발적인 고함이 터져 나왔다.
그중 하나는 펩의 목소리가 확실하다.
공을 안으면서도 전방을 주시하던 에디가 재빠른 몸놀림과 함께 축구공을 앞쪽에 띄웠고, 발리슛 하듯 비스듬한 자세로 왼발을 휘둘렀다.
팡-!!
우리의 페널티박스 안에서 쏘아진 축구공이 순식간에 하프라인을 지나쳐 PSG의 진영 한복판에 떨어진다.
‘Fantastic, Edd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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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테어 만)
“에데르송의 롱—킥. 오- 그게 바로 홀란에게 도달합니다. 순식간에 뒤가 뚫립니다!”
.
사람들이 에디를 깎아내릴 때마다, 나는 늘 그들에게 반박할 이야기들을 머릿속에다 집어넣었다.
그러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들의 생각이 틀렸고 에데르송이 월드클래스 골키퍼임을 어필했는데, 짜증 나게도 그들은 폄훼하려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만약 에디가 정말 월드클래스라면 브라질 대표팀에서 벤치에 있지 않았을 거라며, 알리송이 주전인 건 전부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들이 틀렸어.’
에디가 대표팀에서 벤치에 앉은 이유는 그의 장점이 브라질엔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필드 플레이어 전원이 두세 명의 선수를 가볍게 따돌릴 수 있는 개인기를 지닌 만큼, 굳이 골키퍼의 발밑 기술과 빌드업 능력은 없어도 된다.
반면 알리송이 지닌 안정감과 선방 능력 그리고 수비 조율은 라인을 극단적으로 높이는 브라질엔 꼭 필요한 요소들이다.
만약 알리송과 에디의 성향이 비슷한데도 대표팀 내에서 밀렸다면 실력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인정하겠지만, 두 사람의 입지를 가른 건 실력이 아닌 스타일의 문제다.
올 시즌 우리의 축구만 보더라도 브라질 대표팀에선 보기 힘든 에디의 장점이 쉽게 발휘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셋.’
이게 뭐냐고?
올 시즌 에디가 컵 대회에서 기록한 어시스트의 숫자다.
“집어넣어-!!!”
에디의 롱패스를 멋진 원터치로 길게 앞으로 가져다 놓은 엘링의 선택은 탁월했다.
만약 볼을 가까운 곳에 떨어트려 두려고 했다면 아까 네이마르처럼 드리블 과정에서 실수가 나오거나, 미끄러지는 등의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드리블이라는 것 자체가 ‘볼을 컨트롤하는 것’과 ‘달리는 것’의 두 가지 행동을 동시에 수행하는 능력이 필요하기에, 오늘과 같은 날씨에선 이 과정을 최소화하는 게 현명하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엘링은 굉장히 똑똑한 플레이를 한 것이고, 지성(知性)을 드러낸 것에 대한 대가를 얻어 냈다.
최후방 골키퍼에게서 최전방 스트라이커에게로 이어진 단 하나의 패스가 온갖 변수를 뚫고 오늘 경기 첫 번째 득점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출렁이는 그물을 보며, 난 주먹을 휘둘렀다.
“VAMOS-!!!”
지금 내가 엘링을 향해 바로 뛰어가지 않은 이유는 지금 내 옆에 벤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득점을 확인한 펩이 벌떡 일어나 코치들과 기쁨을 나누는 사이, 나는 관중석에 앉은 동료들과 교감을 나누며 연속해서 함성을 외쳤다.
갑작스러운 눈과 우박으로 급하게 에디의 롱킥을 주요 전술로 끌어 올렸는데, 그게 들어맞았으니 기쁨은 평소의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전술을 계획하는 건 감독인 펩이지만, 오늘처럼 갑자기 그런 부분을 공유하게 되면 우리도 거기에 함께한 것만 같은 착각을 느낀다.
이런 부분이 팀 전체의 사기(士氣)를 더 끓어오르게 하고, 팀을 더 끈끈하게 만드는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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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테어 만)
“씨티가 이제 4:0으로 앞서 나갑니다-!! What a Great Goal By Erling Haland. And What a Great Pass. 간결하면서도 참으로 아름다웠던 득점입니다!”
(숀 고터)
“바로 저런 면이 에데르송을 특별하게 만드는 겁니다. 세상의 그 어떠한 골키퍼도 저런 킥을 보여 주지 못합니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시티의 골키퍼가 PSG에 비수를 꽂는군요. 엘링 홀란의 마무리 역시 훌륭했습니다.”
(알리스테어 만)
“바로 그 말 그대로입니다. 이제 PSG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똑같이 네 개의 골이 필요합니다만, 그들이 심리적으로 받을 압박은 훨씬 더 커다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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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말하지만, 축구에서 날씨가 중요치 않은 이유는 양 팀 모두가 같은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나 지금처럼 최초부터 공평하지 않은 조건에서 출발했다면, 악천후는 불리한 입장에 있는 쪽에 훨씬 더 짓궂은 면모를 보여 준다.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일을 해야만 하는 5월, 겨울을 연상케 하는 날씨라면 과연 의욕이 얼마나 생기겠나?
실점 직후 침묵에 잠긴 PSG를 보며, 나는 저들이 승리하기를 포기했다는 확신을 품는다. 저럴 때일수록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지만, 애초부터 PSG는 조금 특수한 클럽이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든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불타오르는 투지(鬪志)와 같은 것들을 일상에서 경험하기엔, PSG가 처한 환경은 느슨함이 너무나도 많다.
그리고 그건 내가 절대로, PSG로 가지 않을 이유다.
삑-! 삐?익! 삐—익!!
속도가 더욱 떨어진 PSG가 별다른 공격을 보여 주지 못하면서 전반전이 마무리되고, 드레싱 룸 안에서 펩은 마지막까지 클린시트를 가져가자는 잔인한 말로 쐐기를 박았다.
“클린 시트야!!”
“LET`S GO!!!”
어쩌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으로 향하는 티켓은 이미, 우리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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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UCL Semi-Final 2nd Leg)
맨체스터 시티 3 : 0 PSG
[골] 엘링 홀란(7) : 전반 25분(에데르송/1)리오넬 메시(7) : 후반 11분(김다온/12)
리야드 마레즈(3) : 후반 18분(필 포든/5)
김다온 ? 83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8.2)
MoM ? 에데르송(1어시스트/평점 9.0)
***
[Champions League Final : Manchester City VS Chelsea FC ? UEFA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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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초로 단일 국가에서 2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팀을 모두 올려보내게 된 프리미어리그. – BBC]? 1992년 챔피언스리그가 시작된 이후 결승전에서 맞붙는 팀이 단일 리그에서 나온 경우는 다섯 번뿐이며, 2년 연속 단일 리그의 팀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맞붙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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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말한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그들이 우리보다 더 나은 팀이었고, 날씨마저도 도와주지 않았다. 불행히도 우린 준결승 내내 최고의 모습을 보여 주지 못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그건 내게로 향해야 한다.” – BT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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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와 맞붙는 결승전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하는 펩 과르디올라, “토마스 투헬은 첼시를 몰라볼 정도로 훌륭하게 바꿔 놓았다. 그들을 상대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확실하게 준비해 우승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BT Sports]***
2021년 5월 5일. 애쉬튼-언더-라인 OL7 0NQ, 잉글랜드. 클라이드 스트리트. 더 리프 칠드런&패밀리 센터(The Leap Children & Families Centre. Clyde St, Ashton-under-Lyne OL7 0NQ, England).
전날 경기 후 드레싱 룸에서 이뤄진 우리만의 셀레브레이션은 다소 과격했다.
검은색 브리즈만을 착용하고 등장한 브랜든 애쉬튼이 드레싱 룸 바닥에서 다이빙하며 등장하는가 하면, 반쯤 정신이 나간 이들이 다큐멘터리 촬영 카메라를 부술 기세로 흔들었다.
최근 네 번의 시즌 동안 세 번째로 진출하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이지만, 그 기쁨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것 같았다.
매년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만큼 당연하다 느껴지면서도, 어째서 질리지 않는 건지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버블이 주는 스트레스라니까.”
“하하. 그럴 수도.”
“내 말이 맞아. 다들 쌓일 대로 쌓였을 거니까. 그런 식으로라도 푸는 거야. 덕분에 어제 숙소가 조용했잖아. 안 그래?”
“그건 그래.”
“응.”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확정 지은 다음 날인 오늘, 팀은 오전 회복훈련을 끝낸 후 삼삼오오 조(組)를 구성하여 맨체스터 시내와 그 주변 곳곳으로 흩어졌다.
선수단 전체와 백 룸 그리고 보드진에 이르는 수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인 것으로, 이는 몇 주 전 내가 제안한 한 가지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 활동이었다.
바로, 어린이날을 기념하는 것 말이다.
놀랍게도 잉글랜드를 비롯한 세계 다수의 국가들엔, 어린이날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다.
탁!
“휴우- 다음은 어디죠?”
“가까워. 그럼 이동할까?”
“네. 날씨도 그렇고 꼭 산타가 된 기분이네요.”
“하하. 나도. 그럼 난 루돌픈가?”
“운전하고 계시니 그렇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런!”
알다시피 나는 꾸준히 한국을 포함한 내가 몸담았던 국가에 자선활동을 하고 있다.
셸란/리스본/뮌헨/마드리드와 같은 도시에 법인과 연결된 단체를 놓아두고, 에이전시와 의논하여 꼭 필요한 곳에 돈이나 물품을 보내는 식이다.
최근에는 셸란과 리스본에 지역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스포츠 콤플렉스(Sports Complex)를 건설하기 시작했는데, 2023년쯤에 완공될 예정이다.
그리고 또.
“그러고 보니, 사업 쪽은 어때?”
“좋아. 사실 조금 부끄럽긴 해.”
“좋은 일을 하는 거잖아. 그거 보면 참 대단한 거야.”
“넌 생각 없고?”
“Come on- 난 너만큼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고. 혹시 너 정도 되면 생각해 볼게.”
“하하. 그러든가.”
CFG가 한국에 있는 아카데미 운영에 많은 도움을 주기 시작하면서, 그쪽으로도 꽤 수입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난 그것으로 돈을 벌 생각이 없었고, 벌어들이는 수입 전부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업 계획을 작년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주변 가까운 이들에게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고, 난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 본격적인 프로젝트로 전환해 버렸다.
써드 파티에서 착안한 형태의 에이전시를 별도로 운영하는 것인데, 해외 클럽과의 연계에 취약한 K리그 팀들을 자문하고 선수들의 이적을 돕는 형식이 될 예정이다.
문제라면 K리그 연맹과 구단에서 이 의도를 좋게 볼까라는 것인데, 다행히도 강원과 전북에서 손을 잡아 주었다.
현재 두 개의 K리그 클럽엔 영표 형님과 지성이 형이 대표이사로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나이대에선 이러한 부분에 긍정적인 사람들인 만큼 사업 제안을 받아 줬다.
아카데미에서 벌어들인 수입은 이를 위해 고용한 인력의 급여와 활동비로 쓰일 예정이며, 이적과 관련한 어떤 수익도 챙기지 않을 생각이라 돈을 버는 일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한국 축구를 위한 일로,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유소년 레벨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진 것과는 다르게 지지부진한 성인 쪽의 유럽행을 돕기 위함이다.
또 K리그의 인식 역시 바꾸고 싶다.
일본 J리그의 경우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유럽으로 이적하게 만들어, 쏠쏠한 수준의 이적료를 챙기고 있다.
거기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해외에서 용병/감독을 사들이고, 또 그들을 통해 배우고 성장한 젊은 선수를 다시 유럽으로 진출시키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유럽 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이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의 숫자는 일본이 압도적으로 많다.
“오, 이런 세상에나. 당신들은 천사예요.”
“천사는 아이들이죠.”
“안으로 드시겠어요?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어요.”
“네. 그럼요. 물론이에요.”
또 다른 시설로 이동한 우린 소정의 금액과 준비해 온 물품을 전달하는 일을 이어 나갔다.
코로나로 인해 경영이 어려워진 어린이집이나 아동보호 시설이 많은 만큼, 현재 운영하는 곳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곳이 많았다.
클럽의 도움으로 나는 도움이 필요한 시설의 우선순위를 정했고, 그것에 먼저 손길을 내밀고 있다.
“Hello~”
인사를 하며 들어선 어린이집의 내부에선, 4살에서 6살의 아이들이 신기하다는 듯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난 그런 아이들의 앞에서 정겹게 인사를 전했고, 이후엔 질문을 받거나 동화책을 읽거나 하며 작은 추억을 하나라도 더 만들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마지막 시설이 도착했을 때, 나는 너무나도 좋은 분들과 분위기를 보며 이런 부탁을 하게 되었다.
“언제가 꼭 제 아이도 부탁드리고 싶네요.”
“얼마든지요. 그런데.”
“?”
“그때까지 시티의 선수로 뛰실 생각인가요?”
“그러고 싶네요. 그런데 왜 그러시죠?”
“전 맨유의 팬이거든요.”
“하하하. 그거 이해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아들을 이곳에 보내는 걸 조금 고려해 봐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아들이 집에 왔을 때 레드 데블스가 되어 있다면 좀 슬플 것 같거든요.”
“걱정 마세요. 여기엔 블루인 선생님도 있으니까.”
“꼭 그분이 맡았으면 좋겠네요.”
원장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야 깨달은 건데, 지금 난 너무 자연스럽게 시티에서의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어차피 이적할 생각도 없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여기가 진짜 내 집처럼 편해졌어.’
유럽 어디를 가더라도 나는 늘 스스로 이방인임을 느꼈지만, 지금은 나 역시 이 도시의 일원이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유는 아마도, 수호의 존재 때문일 거다.
“후우- 끝났네요. 어서 돌아가죠.”
“그러자고. 오늘 저녁은 만찬이니까.”
“네. 그걸 놓칠 수 없죠.”
오늘은 펩의 식당 사람들이 몽땅 클럽하우스로 출동하여, 정통 카탈루냐식을 우리에게 대접해 줄 예정이다.
평소 우리에게 음식을 해 주던 주방장들도 오늘 하루는 편히 쉬며 휴식을 취할 수 있을 거다. 이러한 것들 모두 버블(Bubble)이기에 쌓을 수 있는 추억이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고생한 만큼 보람 있고 또 서로를 더 끈끈하게 여기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클럽하우스로 돌아가는 길.
하늘은 붉게 타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