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27)
1195화 Bubble (16)
2021년 5월 12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피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의 기쁨을 너무나도 진하게 누렸던 탓일까? 최근에 치른 두 차례의 리그 경기에서 우린 무려 다섯 개의 실점을 허용했다.
실수나 폼 저하와 같은 부분을 포함한 전반적인 문제를 노출한 것인데, 그래서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잘 들어! 너희들이 지난 8개월 동안 정말 애를 썼다는 걸 알아!! 하지만 남은 네 경기를 망치면, 그 노력의 절반도 인정받지 못해!! 아마 이 이야기를 듣는 것이 지겹겠지만!! 그래도 너희는 들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내가 감독이니까!! 우린 수비를 잘해야만 해!! 그러기 위해서 너희들은 달리고, 달리고, 달리고, 또 달려야만 한다!! 동료를 위해 소리쳐!! 수비는 절대 혼자선 할 수 없다!!”
시작이 반이듯,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 역시 못잖게 중요하다.
만약 우리가 남은 3주 남짓한 시간 동안 패배를 당하고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머문다면, 사람들은 우리를 대단했지만 끝내 위대해지지 못한 팀으로 기억할 것이다.
현재 팀이 목표로 삼은 전승(全勝)은 그만큼 높은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그를 향한 기준은 당연히 엄격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진즉에 전승에 실패했다면 또 모를까, 단 네 경기만 남겨 두고 있는 지금은 잉글랜드. 아니, 전 세계가 우리 시티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한 관심이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남은 네 경기는 전부 뛰어 줬으면 해.”
“그럼요. 얼마든지요.”
“스톤스가 또 지난 경기에서 나쁜 버릇을 보였어. 리크는 이미 리그 최고지만, 가끔 어수룩한 플레이를 펼쳐. 그러니 네가 중심을 잡을 필요가 있어. 뉴캐슬 경기에서는 무려 두 번이나 라인이 망가졌어. 기억해? 몸의 방향 자체가 나빴던 장면.”
“그럼요, 당연히 기억하죠.”
“멋지군.”
우리의 다음 경기는 레스터 시티와의 FA컵 결승전이다. 오늘과 내일 철저히 준비할 필요가 있다.
펩과 대화를 나눈 뒤, 나는 바로 민재에게 다가가 팀이 우려하는 상황을 알렸다. 몇 번이나 말해 왔지만, 올 시즌의 시티는 수비로 버텨 온 팀이다.
아무리 많은 득점을 해도 수비가 불안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건, 어제 뉴캐슬 경기를 통해 증명됐다.
한국에서 ‘철퇴 축구’란 이름으로 불리는 세 골을 먹더라도 네 골을 집어넣으면 된다는 명제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어제의 우리가 그랬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남은 네 경기에선 그런 식으로 뛰어선 안 된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최고의 수비력을 보여 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동료들에게 무엇이 평소와 달랐는지를 묻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박스에서 콜이 안 됐어.”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누가 주도권을 쥐었는지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거지. 경기 전에 우리가 제대로 대화하지 않은 탓이야.”
“문제를 안다면 극복할 수 있어. 그렇지?”
“응. 두 번 다시 같은 문제는 없을 거야.”
“좋아. 리크는 어디 있어?”
다행히도, 스톤스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고 있었다.
전날 벤치에서 보기에도, 우리의 수비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뉴캐슬에 허점을 계속해서 노출했다. 중앙 수비가 크게 흔들리며, 한 경기에서 무려 두 개의 P.K를 내줬다.
잠시 뒤에 만난 리크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다신 그럴 일은 없을 거야.”
“꽤 호되게 당했나 봐. 그렇지?”
“응. 펩이 그렇게 화내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 정신이 번쩍 들더라니까.”
펩이 말한 [“몸의 방향 자체가 나빴다.”]는 말은 다시 말해, 센터백이 취득하는 정보가 부족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인간이 눈으로 직접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되어 있기에, 우린 의지하는 동료들의 목소리에서 답을 구한다.
하지만 전날 경기에선 그것이 멈췄고, 부족한 정보가 허점을 만들어 내어 뉴캐슬이 세 골이나 득점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말았다.
다시 로테이션이 이뤄지고 주전이라 부를 수 있는 선수들이 투입된다면 많은 것이 바뀌겠지만, 그래도 쓰리백의 한 자리는 어제 선발로 뛴 이들이 책임져야 한다.
미세한 균열이 큰 붕괴로 이어지는 법.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펩은 내가 별도로 팀 수비라인을 보살펴 달라 부탁한 거다.
“잘 해냈군. 모두 정신을 차렸어.”
“다들 알고 있었는걸요.”
하루 일정을 끝마친 뒤, 나는 펩의 호출을 받아 그가 머무는 방으로 들어섰다.
백룸과 보드진 일부가 순번을 정해 버블에 참여하고 있다면, 선수와 스태프 전체는 버블이 처음 시작된 날부터 다 함께 에티하드에 머물고 있다.
방이라기보다 서재처럼 느껴지는 펩의 공간은 다양한 서적들로 가득하다.
“그걸 입 밖으로 꺼내게 만드는 게 중요하지. 내가 했더라도 그들은 말을 했겠지만, 질책처럼 느껴졌겠지. 스스로 인정하는 것과는 이후의 받아들임이 달라.”
“스스로 구한 답이니까요.”
“그래. 그걸 원했던 거야.”
“……많이 변하셨네요.”
“응? 무슨 말이지?”
“전이었다면, 뭐든 직접 하시려고 했을 테니까요. 지금도 뮌헨에서의 기억이 선해요. 축구를 하면서 그 정도로 호되게 혼난 경험은 흔치 않았으니까요.”
“하하하.”
기분 좋은 웃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선 펩이 한쪽 구석에 놓인 와인셀러의 앞으로 걸었다.
그리곤 병 하나를 꺼내어 능숙한 손놀림으로 코르크를 연 뒤, 디켄더에 술을 따라냈다. 내게 그것을 권할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한 잔 정도는 받게 될 것 같다.
말인즉슨, 꽤 긴 저녁이 될 거란 의미였다.
“살면서 가장 조바심을 느꼈던 순간이 언젠지 아나?”
“글쎄요. 첫 트레블 직전인가요?”
“아니, 틀렸네.”
“그럼?”
“바로 주제와 자네가 만났다는 소식을 들었던 날이야. 그게 벌써 8년이 다 되어 가는군.”
정말로 그랬다.
벌써 8년이다.
“선수로서 발전할 수 있는 시기가 정해진 것처럼, 감독으로서도 발전할 시기는 정해져 있어. 다만 선수들과는 달리, 감독이 발전할 수 있는 시기는 갈피를 잡기 어렵지. 어느 날 느닷없이 그것이 갑자기 와선 예고도 없이 사라져 버려. 그리고 그 시기를 놓치면, 영원히 성장할 수 없게 돼. 이 나이쯤 되면, 고정관념에 빠져들기 쉽게 되거든.”
푸근한 펩의 목소리엔 신비한 힘이 담겨 있다.
절로 그의 이야기를 듣게 만든다.
펩은 8년이 아닌 10년 전 나를 보았을 때, 말로 설명하기 힘든 신비로운 감정을 느꼈다고 했다.
“스포르팅전이었지.”
“기억나요.”
“후후. 그렇겠지. 자네의 첫 유럽 대항전 아니었나. 실로 놀라웠어. 불과 17세 소년이 스포르팅을 상대로 그런 활약을 펼쳤으니 말이야.”
함께하고 한참 지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펩이 갖고 있는 최초의 스카우트 리포트는 2012년 초에 쓰여졌다.
그리고 그것을 작성한 것이 바로 치키다.
당시 치키는 야인(野人)이었다.
“내게 있어, 모든 건 준비 과정이었네. 그건 전부 자네를 만나기 위했던 거였어.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난 바르셀로나에서 리오에게 휘둘리기만 할 뿐이었지. 진정으로 그를 지도해 보진 못했던 거야. 일순, 모든 게 허망해졌네. 바르셀로나에서 거둔 성공이 나의 것으로 느껴지지 않았거든. 어디까지나, 리오넬 메시라는 거대한 존재의 후광을 받은 것에 지나지 않았던 거야. 내부 정치는 그런 내게 좋은 핑계였어.”
벌써 몇 번이나 들었던 이야기긴 하지만, 그래도 매번 새롭게 느껴진다.
리오넬 메시는 펩이 가진 영광의 한 부분이며 그가 경험한 최고의 축구 선수지만, 동시에 감독으로서의 한계를 처음으로 실감하게 만든 존재기도 하다.
본인이 도피라고 말하는 미국행을 선택한 후, 펩은 이대론 안 된다는 결심을 했다.
요안 크라위프의 축구로 대변되는 FC 바르셀로나의 축구에만 머물러 있지 않기로 했고, 다양한 전술을 연구해 포지션 축구를 뮌헨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가 등장한다.
펩의 축구 인생에서 말이다.
“자넨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내게 실망을 안겨다 주지 않았네. 좌절도, 슬픔도 마찬가지야.”
어느새 잔이 채워지고, 우리 두 사람은 질 좋은 카탈루냐 산(産) 레드 와인을 한 병 모두 비울 때까지 이야기로 저녁과 밤을 채워 갔다.
물론 내가 받은 잔은 단 한 잔뿐이다.
“월드컵.”
“?”
“축구 선수로서 자네에게 미지의 영역으로 남은 건 바로 월드컵뿐이군. 자네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만큼, 나도 자네가 쥘 리메를 거머쥐는 데 보탬이 되어 주고 싶네. 하지만 클럽 감독으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어.”
“이미 충분한 걸요.”
“하하. 그래.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어디까지나 나뿐이겠지. 그만큼 자네에게 고마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어떻게든 도울 방법을 찾긴 했지.”
“네?”
“최근 줄곧 파울루와 이야기를 나눴네. 조언을 한 건 아니야. 그저 그의 궁금증에 답을 한 게 전부이지.”
전에 펩과 벤투 감독님이 통화를 나눴다는 것은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건 오늘 처음 듣는 일이다.
“파울루는 자네를 오해하고 있어.”
“오해?”
“그래.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다가오는 6월 그 오해를 풀었으면 하는군. 자네라면 틀림없이 할 수 있을 걸세.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거야.”
“……네.”
속 시원하게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게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반드시 들어야 하는 내용이 있었더라면 말을 해 주었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난 6월까지 기다리기로 하며, 펩의 방을 떠나 내 객실로 돌아갔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오해라….’
파울루 벤투 감독님과 대표팀에서 함께한 것도 어느덧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솔직히 난 그분을 거의 알지 못한다.
점유율을 중시하고 후방에서부터 경기를 풀어 나가려고 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축구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삶을 살아온 분인지를 모른다는 거다.
코로나19로 인한 A매치 중단이 하나의 큰 이유긴 하지만, 처음부터 그분과 나의 사이엔 벽이 존재했다.
6월, 난 그걸 깨트려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FA컵이 먼저야.’
대표팀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당장 눈앞에 있는 경기들에 집중하고자 한다.
전승(全勝)과 전관왕을 동시에 획득하는 데 필요한 승리 숫자는 넷. 지금까지 거둬 온 승리에 비하면 별것 아닌 숫자지만, 현재 그 하나하나는 무엇보다도 간절하다.
그리고 그 간절함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지금까지 해 온 일을 변함없이 수행하려고 한다.
‘내 전부를 쏟아붓겠어.’
남은 네 경기.
우린 완벽한 축구를 펼칠 거다.
***
2021년 5월 14일. 런던 HA9 0WS, 잉글랜드. 웸블리. 웸블리 스타디움.
.경기 시작 2시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레스터 시티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3-4-2-1/3-4-1-2
GK ? 에데르송 / GK ? 카스페르 슈마이켈
RCB ? 존 스톤스 / RCB ? 조니 에반스
CB ? 김민재 / CB ? 찰라르 쇠왼쥐
LCB ? 후벵 디아스 / LCB ? 웨슬리 포파나
RWB ? 김다온 / RWB ? 티모시 카스타뉴
RCM ? 로드리 / RCM ? 유리 틸레망스
LCM ? 케빈 더브라위너 / LCM ? 윌프레드 은디디
LWB ? 주앙 칸셀루 / LWB ? 루크 토마스
RAM ? 리오넬 메시 / CAM ? 아요제 페레스
LAM ? 베르나르두 실바 / RST ? 켈리치 이헤아나초
ST ? 엘링 홀란 / LST ? 제이미 바디
.
.
이번 FA 컵 결승전은 잉글랜드 축구계 전체에 있어 주목받고 있는 매치업이다.
코로나 브레이크 이후 가장 많은 2만 명의 관중을 받는 시합이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를 통해 잉글랜드 정부는 차기 시즌 관중 입장 시기와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 역시, 2만의 관중이 입장한 웸블리를 기대하고 있다.
“2만이래. 지난번의 거의 3배야.”
“하하. 왜? 긴장돼?”
“Amigo. 나 살면서 이렇게까지 긴장한 적은 없어.”
“9만 명 앞에서도 뛰어 보지 않았어?”
“그야, 예전의 일이니까.”
“그럼 다시 적응하면 되겠네.”
실내에서 간단히 몸을 풀며, 베르나르두와 2만 명의 관중에 관해 말한다.
곧이어 아케와 레길론이 몸을 푸는 과정에 합류했고, 우린 간단한 공놀이를 하며 긴장감을 해소했다. 많은 게 걸린 하루, 어깨에 얹히는 무게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계속해서 승리를 거둔다는 전제 아래, 올 시즌 마지막 시합이 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이전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것들과 조우하게 될 것이다.
얼마만큼 커다란 녀석일지. 또 얼마만큼의 무게로 우리를 짓누를지 지금 당장은 잘 모르겠다.
그저, 매일매일 최선을 다할 뿐.
“단 네 개야!! LET`S GO!!!”
웜업을 위해 피치로 나서기 전, 나는 드레싱 룸 전체에 크게 소리를 질렀다.
단순한 실력으로만 따진다면 우리가 명백히 더 우위에 있지만, 토너먼트는 언제나 그 이상의 것들을 요구해 왔다. 그리고 그건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라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에너제 레벨과 기세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이다.
“에이-!”
“?”
“재미있는 계획이 있어. 좀 따라올래?”
“??”
한창 몸을 풀던 도중, 가까이 온 니콜라가 손가락을 까닥이며 나를 한쪽으로 유도했다.
그곳엔 축구공 몇 개가 놓여 있었고, 골대의 앞에서는 리차드 롸이트가 서서 장갑을 착용 중이었다. 어떠한 일이 진행되려는지가 단숨에 이해됐다.
바로 곁에서 짓궂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리요를 향해, 나는 몇 개면 될지를 질문했다.
“그야, 상대의 반응에 달렸지. 내기하겠나?”
“하하.”
바닥에 놓인 볼 하나를 긁어 내 앞쪽으로 가져온다.
“흐음- 네 개로 하죠.”
“넷이라. 생각보다 작은데? 정말 그걸로 되겠나?”
“글쎄요. 사실 전 그보다 더 적게 생각했는데요.”
“기대하겠네.”
“이런 광대 짓은 참 별로인데.”
가족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는 것이라면, 전승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겠다고 다짐했다.
단순한 이런 쇼(Show) 따위.
‘아무것도 아니야.’
툭-
축구공을 옆으로 가볍게 밀어낸 후, 한차례 스텝을 밟아 오른발을 휘두른다.
퍽-!!
원하는 부위에 정확히 임팩트 된 볼은 빠르게 골대 쪽으로 날아갔고, 리차트 롸이트를 무기력하게 만들며 오른쪽 상단 구석의 그물을 출렁이도록 만들었다.
촤라라라락-!!
그와 동시에, 부지런히 경기장을 찾아 웸블리를 채운 관중들 쪽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워오오오오-!!!”}
골대 근처에 자리잡은 팬들이 빠르게 휴대전화를 꺼내드는 장면이 눈에 들어오고, 뒤로 돌아선 나는 축구공을 다시 가까이로 가져오며 리요를 돌아보았다.
“아직 말씀하시지 않으셨어요.”
“……응?”
“내기요. 저는 네 개를 말했죠. 당신은 몇 개죠?”
“…….”
“뭐, 한 번 더 기다리셔도 돼요.”
툭-
퍽-!!!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강하고 빠른 슈팅이 리차드 롸이트를 지나쳐 그물에 꽂힌다. 마찬가지로 골키퍼는 전혀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 모습이 조금 우스워, 나는 팀의 골키퍼 코치를 향해 소리쳤다.
“뭐 하는 거예요? 막을 생각은 없어요?”
“…….”
어깨를 으쓱인 리차드 롸이트가 골대 뒤편을 손으로 가리킨다. 그곳엔 어느덧 모여든 팬들이 한 손엔 휴대전화를 든 채 남은 한 손으로 환호성을 잔뜩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며, 난 확신했다.
‘이쪽을 보고 있겠는데?’
이런 생각과 함께 몸을 돌리자, 예상대로 내가 선 곳을 바라보는 수십 개의 시선이 있었다.
난 애써 그것을 무시한 채, 다시 리요의 곁에 섰다.
“셋. 셋으로 하지.”
“하하. 그거 비겁한 거 알죠?”
“자네가 허락한 거야. 불만은 말게.”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네요.”
“대신, 내기의 조건은 없도록 하지. 어떤가?”
“뭐, 그거 공평하네요.”
미소와 함께 몸을 돌리면서 생각한다.
이런 쇼도 가끔은 나쁘지 않다고.
리요가 날 여기로 불러 슈팅을 차게끔 한 이유는 명백하다. FA 컵 결승전을 앞두고, 기선제압을 하기 위함이다.
툭-
처음부터, 난 세 개의 슈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저 신중하고 싶었던 것뿐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 같네.’
축구가 좋은 이유.
아니, 축구팀에 속하는 게 좋은 이유가 좋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던 일들.
혼자서는 불안한 일들.
그 모든 것들을 우린 팀이기에 서로 지지하고 팀이기에 서로 이끌며 목표를 향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니 우리가 얻는 모든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 거두는 게 아니다.
단 한 명의 동료라도 피치 위에 없으면 지독히 힘들어지는 게 바로 축구라는 스포츠다.
그렇기에 우린 계속 겸손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하면서.
그 마음을 담아, 난 발을 휘두른다.
퍽-!!!!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날아가는 슈팅.
그것이 그물을 출렁이게 한 순간.
{“와아-!!!”}
{“우오-!!!”}
오랫동안 잊고 있던 소리가 기분 좋게 내 귓가를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