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35)
1203화 The Night of Porto (4)
오랜 역사만큼, 축구는 모든 이들의 기억에 남을 상징적인 장면들을 만들어 왔다.
비록 경기의 세세한 면은 시간이 흘러 우리의 기억 속에서 흐려지게 되어도, 감탄하게 했던 순간과 그것을 통해 느꼈던 감정은 언제까지고 전율을 안겨다 준다.
이는 진정으로 아름답고 때로는 시적이며, 오랜 세월이 지나더라도 사람들의 입을 통해 끊임없이 회자된다.
THE GOAL.
과거 2007년 리오넬 메시가 하프라인부터 시작해 헤타페의 진영 전체를 헤집으며 기록한 득점은, 어쩌면 그것보다 더 선명히 남은 [“Anakara Messi.”]를 통해 더 기억되고 있다.
그리고 유벤투스를 상대로 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믿을 수 없는 바이시클 슈팅이라든가, 잉글랜드를 월드컵으로 이끈 데이비드 베컴의 프리킥 역시 이 세대의 ‘THE GOAL’이다.
물론 사람들의 기억엔 꼭 이런 멋진 장면들만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니다.
박치기가 있었던 대회로 영원히 남을 2006 FIFA 독일 월드컵은, 박수 속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가졌어야 했을 2000년대 최고의 마에스트로를 레슬링 선수로 만들었다.
또한 지금까지도 리버풀 팬들을 악몽 속으로 몰고 갈 스티븐 제라드의 ‘The Slip’은 20년 만에 리그 우승 탈환을 목전에 두었던 팀을 좌절하게 만들었다.
외에도 축구엔 디에고 마라도나의 ‘La mano de dios(신의 손)’와 같은 사기극과 괴팍한 골키퍼였던 레네 이기타(Rene Iguita)의 스콜피온 킥 역시 축구의 한 상징으로 남았다.
리오넬 메시나 지네딘 지단처럼 한 세대를 넘어 그 이상을 말하는 존재가 아니라도, 누구나 축구계의 상징적인 장면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한 사람.
대한민국에서 불쑥 튀어나와 순식간에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선 김다온은 필름이 돌아가는 현장에 누구보다 가까이 그리고 자주 있었다.
보는 이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드는 득점 장면을 만든다거나, 팀의 실점을 막는 환상적인 태클로 카메라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심지어 그는 한 남자의 축구 경력을 완전히 끝낼 뻔한 ‘That Tackle’의 피해자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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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테어 만) – City TV 코멘테이터
“하프라인 주변에서 혼전 양상입니다. 볼을 따낸 것은 시티입니다. 귄도안이 바로 칸셀루를 찾습니다. 칸셀루. 베르나르두 실바가 앞에 있고, 그를 거쳐 볼은 측면으로 넓게 빠져나옵니다. 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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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이 실수로 주목이란 요소를 한가득 쏟아 버리기라도 한 것처럼, 한번 무대에 올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다온은 주인공의 자리를 놓지 않았다.
무려 1년 동안의 재활로 전과 같은 모습으로 복귀할 수 없을 거란 시선이 지배적이었던 때에도,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본래 그는 사이드백이었지만 당시는 스트라이커였고, 지금은 엘링 홀란에 의해 깨어진 프리미어리그 단일 시즌 최다 득점의 주인공이 되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다온은 본래 사이드백이다.
그런데 그는 마치 처음부터 공격수이기라도 했다는 듯, 매 경가 놀라운 활약을 선보이며 팀에 빅이어를 선사하고 발롱도르까지 챙겨 갔다.
그렇게 공격수로서 환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난 뒤, 다온은 모두를 다시 경악하게 만들며 그가 본래 뛰었고 또 스스로 가장 사랑한다고 말하는 위치로 돌아왔다.
공격수로 뛸 때처럼 많은 득점을 올리진 못했으나, 그를 향한 주목의 시선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제는 같은 팀에서 뛰게 된 리오넬 메시가 본인의 스포트라이트를 가져갈라치면, 다온은 인상 깊은 장면을 만들며 카메라를 다시 본인의 앞으로 돌려놓았다.
그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십중팔구 의도하지 않았겠으나, 김다온은 무대의 중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일이 자연스럽다.
자신이 있는 곳과 무관한 지역에서 볼이 맴돌고 있음에도, 다온은 사람들을 기대케 만든다.
언젠가 볼이 저곳으로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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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테어 만)
“바깥으로 벌려서 있습니다. 안쪽에 메시가 있습니다. 그리고 크로스. 메시가 쇄도해 봅니다만, 첼시의 클리어가 빠릅니다. 바깥으로 멀리 움직이는 볼. 제법 먼 위치에서 다온이 가슴으로 받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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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일이 벌어질 거라고 말이다.
다만 이 믿음은 특별한 것이다.
벌써 10년 가까이 김다온이란 존재를 추적하고 또 그의 전기(傳記)를 집필 중인 레녹스 베이커와 같은 이들의 믿음에만 해당한다는 뜻이다.
골대와 약 30M 정도 떨어진 위치.
누구도 다음을 몰랐을 거다.
“슛 해-!!!”
자신도 모르게 앉은 자리에서 크게 소리를 내지른 레녹스 베이커를 주변인들이 돌아보고, 그에 아랑곳하지 않은 기자의 눈에 본인의 기대에 알맞은 장면이 펼쳐진다.
클리어된 볼을 가볍게 가슴팍으로 부드럽게 받아 둔 김다온이 살짝 떠올랐다 떨어지는 축구공을 향해 그대로 오른발을 가져간 것이다.
퍽-!!!
아마도 오래된 EPL의 팬이라면, 지금 김다온의 슈팅을 본 순간 웨인 루니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 혹은 노리치를 상대로 한 루이스 수아레즈를 말이다.
하지만 그들과 지금 김다온이 결정적으로 달랐던 건, 둘은 뒤에서 달려오는 힘을 받았다는 거다.
그에 반해 김다온은 트래핑을 하는 순간 잠시 멈춰 섰고, 가슴으로 축구공을 받아 두며 슈팅을 가져가기 편한 위치로 떨어트린 뒤 허리에 회전을 주며 힘을 얻었다.
처음부터 슈팅을 생각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판단으로,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부드러웠다.
그리고 김다온의 발을 떠난 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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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테어 만)
“And Here comes to Da-oooooOOOO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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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곧은 직선을 그리며 날아가, 에두아르 멘디의 몸을 얼어붙게 만들며 그대로 골대 구석 그물에 꽂혀 들어갔다.
“YEAH-!!!!!”
주먹을 번쩍 위로 치켜들며 크게 소리치는 레녹스 베이커. 그리고 그의 뒤쪽 중계진이 자리 잡은 부스에서도 다양한 언어로 된 커다란 소리들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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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바워) – BT Sports 코멘테이터
“OH-! WHAT A GOAL-!! KIM DA-ON WITH A BLOCKBUSTER!!! THIS IS ABSOLUTELY SESATION!! AND IT`S ANOTHER HISTORIC MOMENT BY SUPER DA-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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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석) – SPORTV 캐스터
“또 하나의 원더골!! 아니 슈퍼골!! 역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사나이 김다온이!! 첼시에 비수를 꽂으며 맨체스터 시티에 환상적인 득점을 안겨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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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발다노) – 스페인 Canal+ 캐스터
“이게 뭡니까!! 엄청난 골입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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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릭 셰퍼드) – 미국 CBS 코멘테이터
“OH-! It`s Tremendous Goal-!! 놀랍습니다!! 이건 다온이 쏘아 올린 슈퍼 미사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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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두들겨도 열리지 않던 첼시의 골문이 마침내 실점을 허락하고, 환호하는 팬들의 앞으로 달린 김다온이 무릎으로 길게 미끄러지며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린다.
그리곤 잠시 뒤 벌떡 일어나, 주먹을 휘두르며 크게 포효했다.
비록 상징적인 셀레브레이션 동작은 가지고 있지 않은 다온이지만, 그는 리오넬 메시처럼 상황에 맞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모습으로 사랑답고 있다.
열심히 손뼉을 두들기는 레녹스 베이커 역시, 특별한 셀레브레이션이 없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건, 틀림없이 기억에 남겠어.’
전반전 23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균형을 무너뜨린 김다온의 득점은 시즌 전승(全勝)이란 위업에 가까워지게 한 중요한 골이었다는 것 때문에라도 기억에 각인될 거다.
새로운 스타가 태어나기도 하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하지만 여전히 이 시대의 주인공은 저 검은색 머리카락의 한국인이다.
***
(리오 퍼디난드) – BT Sports 리드 펀디츠
“놀라웠어요. 꼭 스티븐 제라드의 슈팅을 보는 것 같았어요. 알죠? 스티븐이 꽤 인상적인 발리들을 만들었다는 거. 네. 꼭 그것 중 하나같았습니다. 계속해서 돌려보고 싶은 득점 장면이에요. 그게 전반전의 유일한 골이었다는 점과는 상관없이, 정말 아름다웠던 장면이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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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종료
맨체스터 시티 1 : 0 첼시
@맨시티의 드레싱 룸
전반전이 끝났을 때,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 대다수가 맨체스터 시티의 승리를 예상했다. 득점하기 전과 이후 모두, 맨체스터 시티가 첼시를 완전히 압도했기 때문이다.
하나의 커다란 성과 속에 전반전을 마무리한 시티의 드레싱 룸은 승리할 수 있다는 거대한 믿음으로 가득 차 있었고, 과르디올라는 이를 소중히 다루고자 한다.
선수들의 앞에서, 그가 차분히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 45분이 남았다.”
“…….”
“우린 지금 1:0으로 앞서고 있어. 아까 그 득점은 정말 큰 득점이었지. 장면 그 자체로도 아주 훌륭했다, 다온. 네가 첼시에 다시 한번 두려움을 안겼어. 그렇지만, 후반전엔 그것을 완전히 털고 나올 것을 생각해야 한다.”
과르디올라는 선수 중 누구도 샴페인을 미리 터뜨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굳이 신중에 신중을 기한 이유는 선수들의 정신력을 다지는 것 외에 할 이야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기량으로나 전술로나 전반전 시티는 첼시를 압도했다.
점유율 67:33.
슈팅 10:2.
유효슈팅 4:0.
코너킥을 포함한 문전에서의 세트피스는 맨체스터 시티가 일방적으로 7개를 처리했을 뿐, 첼시가 공격진영이라 부를 수 있는 곳에서 얻어 낸 프리킥은 존재하지 않는다.
탐색전 단계에서 김다온이 팀에 제공한 힌트 또한, 감독인 자신이 언급하기도 전에 선수들 사이에서 공유됐다.
그 생각에 감독으로 약간 벅차오르는 순간을 맞이한 과르디올라의 입에서, 선수들의 전의를 들끓게 만드는 마법과도 같은 문장이 튀어나온다.
“너희 모두가 바로 역대 최고다.”
“YEAH-!!”
“COME ON!!”
“VAMOS-!”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란 특수한 상황 속에서도, 맨체스터 시티가 지닌 전력의 특별함은 많은 변수를 비집고 빠져나와 분명한 차이를 만들고 있다.
대형 업셋(Upset)을 노리는 첼시의 노력은 애처롭게 보일 수준이다.
게다가 첼시는 전반 39분, 치아구 시우바가 부상으로 경기장을 떠나는 악재까지 얻은 상태다.
“전반전의 우리가 틀린 건 아니었다.”
뜨거운 열기로 그득한 시티의 공간과는 사뭇 다른 첼시의 드레싱 룸.
토마스 투헬은 준비해 온 것을 고집한다.
“지금부터 우리가 어째서 공격작업에 애를 먹었는지를 설명할 거야. 그러니 집중해서 제대로 듣고, 후반전에 플레이에 적용해 봐. 우린 지금 불리하고, 최선을 다해야만 해.”
FA 컵 준결승 경기를 포기하며 이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위해서 올인한 맞춤형 전술이다. 그를 쉽게 포기하는 건 감독으로서의 자존심이 쉽게 허락해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현 상황에서 다른 방법으로 전환하라면 너무 많은 변화를 주어야 한다.
우직하게 본인들이 가장 잘하는 축구를 선택한 시티를 상대로, 변화를 통한 변수를 택한 토마스 투헬의 판단은 사실상 패착(敗着)이 되었다.
그나마 균형이라도 유지했다면 모르지만, 뒤지는 팀이 선(先)수비 후(後)공격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괴로운 일이다.
펩 과르디올라를 향한 감정과 본인의 프라이드란 함정에 빠져든 토마스 투헬의 고집은 후반전 첼시의 축구를 더욱 쉽게 예상할 수 있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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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아무래도 첼시가 그대로 경기에 나서는 것 같습니다. 경기 내적으로 변화를 줄 수도 있긴 하겠지만, 아… 이대로는 전반처럼 조금 답답한 경기를 할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양은석)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의 챔피언스리그 후반전. 이번 시즌 유럽 최고의 클럽이 나오기까진 이제 단 45분 만이 남아 있습니다.”
***
.후반 06분
맨체스터 시티 1 : 0 첼시
쿵!
팍-!
퍽!
“…….”
뒤에서 강한 푸시를 해 오는 티모 베르너로부터 안전히 볼을 지켜 내며, 난 축구공을 골라인 밖으로 내보냈다.
조바심을 조금도 감출 생각이 없는 티모 베르너가 다소 거칠게 내 엉덩이와 허리를 가격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참을 만한 수준이다.
‘그래서 네가 안 되는 거야.’
팬들이 특정 선수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주변의 이들에 관한 대화를 나눈다.
오히려 종일 축구만 하는 우리가 특정 선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 클럽하우스 모든 곳에서 축구 관련 영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첼시 FC의 스트라이커 티모 베르너 역시, 몇 번이고 우리의 테이블 위에서 썰렸다.
썰렸다는 건 논(論)해졌다는 뜻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던 시절만 해도, 티모 베르너는 독일 전체가 주목하는 유망주였다. 그 증거로 최고 유망주에게만 향하는 프리츠 발터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독일 축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주장이라 불린 프리츠 발터(Fritz Walter)의 이름을 딴 이 상은, 오직 독일의 U-17세 이하에만 수여된다.
그만큼 티모 베르너를 바라보는 독일의 눈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고, 실제로 저 친구는 VfB 슈투트가르트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보낸 후 RB 라이프치히로 이적했다.
그리고 그해 분데스리가에서 31경기 21골 7어시스트란 멋진 기록을 썼는데, 이때까지만 해도 모두가 티모 베르너가 독일의 NEXT가 될 것으로 알았다.
이후 역시 비슷했다.
2017/18 시즌과 2018/19 시즌 생산력이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티모 베르너는 촉망받는 선수였다.
하지만 월드컵을 기점으로 조금씩 [“티모 베르너는 골을 넣을 줄 모른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고,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티모 베르너는 2019/20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다.
분데스리가에서만 28골 8어시스트.
시즌 전체론 34골 13어시스트였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첼시로 이적한 것까진 아주 좋았지만, 프리미어리그 데뷔 시즌인 올해 넋을 나가게 만드는 절망적인 플레이로 빈축을 사기 시작했다.
툭 밀어만 넣으면 되는 장면에서 황당하게 볼을 위로 띄워 보낸다거나, 구석으로 차면 되는데 굳이 정면으로 차 골키퍼에게 막히는 장면을 너무 많이 연출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첼시라 그렇다.”]고도 말을 했다.
왜냐하면 전통적으로 첼시엔 ‘백인 스트라이카의 저주’가 있기 때문인데, 안드리 셰프첸코/페르난도 토레스/알바로 모라타 모두 첼시 팬들에 큰 실망을 안겼다.
물론 단순한 끼워 맞추기일 수도 있지만, 리그에서 6골 8어시스트를 기록한 베르너는 비판의 타깃이 됐다.
심지어 다양한 미디어로부터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악의 영입 1위’로 선정되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점점 더 플레이가 위축되어 가고 있었다.
지금도 보면 티모 베르너는 열심히 뛰곤 있었지만, 본인의 장점이 무엇인지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
역습을 노렸던 조르지뉴의 패스가 베르너에게 도달하지 못한 채 그대로 흘러가고, 답답한 속을 모르는지 엄지를 치켜드는 첼시의 공격수를 보며 난 헛웃음을 흘렸다.
‘저 녀석으로 우릴 상대하려고 했다니.’
오늘 첼시처럼 역습을 주요한 전략으로 삼은 팀에서, 가장 중요한 9번(ST)이 약하다는 건 결정적인 부분이다.
사실 경기 전부터도 이를 알고 있었고 토마스 투헬이 티모 베르너를 스페이싱(Spacing)을 확보하기 위한 미끼(Dummy)로 쓴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해 줘야 한다.
특히나 지금처럼 우리의 압박을 받아 미드필드 전체가 내려앉은 상황이라면, 티모 베르너가 볼을 지키거나 하여 팀이 올라올 시간을 벌어 줘야 한다.
하지만 티모 베르너는 현재 이리 치이고.
쿵!
또 저리 치이며.
쿵!
몇 번이나 피치에서 뒹구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비록 적이지만, 애처로움이 느껴졌다.
‘결국 고집이 문제인 거야.’
경기가 시작되기 전 펩은 첼시의 전술을 완벽히 분석했고, 그들이 어떠한 전략을 갖고 경기에 임하려고 하는지를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하지만 그 의도는 전반 45분 만에 무너졌고, 만약 내가 투헬이었다면 후반전 바로 변화를 주었을 거다.
하지만 계속해서 투헬은 같은 전술을 고집했고, 소득 없이 시간만을 흘려보내며 한편으론 우리에게 계속 득점 기회를 헌납하고 있었다.
{“오-!”}
“우-! 거의 근접했는데.”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케빈의 슈팅.
조금 멀리에 있던 나는 손뼉을 두드리며, 케빈의 노력에 박수를 보냈다.
투헬이 변화를 거부하며 맞이한 후반전.
시간은 여전히, 우리의 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