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43)
Sp2. Road to World Cup (5)
.전반 종료
대한민국 6 : 0 스리랑카
단 45분 만에 스리랑카를 녹다운 시킨 파울루 벤투는 곧바로 또 다른 실험에 돌입했다.
예정되었던 대로 김민재를 하창래 대신 투입하는 한편, 김다온을 벤치로 불러들이며 대표팀 세 번째 오른쪽 풀백인 김태환을 투입한 것이다.
그리고 후반전 흐름에 따라 홍정호, 홍현석, 골키퍼 이광연 역시도 경기에 뛸 기회를 주고자 했다.
지난달 5월 30일 첫 소집 당시만 해도 팀에 불만이 있던 벤투지만, 그는 김다온과 김민재의 합류 이후 높아진 집중력에 만족감을 느꼈다.
특히 김다온의 존재감에서 비롯된 영향력은 파울루 벤투가 해야 할 일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선수교체 외 딱히 이야기할 부분이 없던 하프타임 팀 토크를 간단히 끝낸 후, 화장실을 잠시 찾은 파울루 벤투가 펩 과르디올라와 나눈 대화를 생각했다.
[“그는 반발하는 유형이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네. 장담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는 질문하는 쪽입니다.”] [“무슨 뜻이죠?”]감독 생활의 절반을 함께한 선수에 대해, 펩 과르디올라는 언제나 김다온의 물음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만약 당신이 거기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다온은 그 스스로 답을 찾아 나설 겁니다. 예를 들어 클럽이라면, 다른 감독을 찾아 나설 수 있겠죠. 자신이 가진 갈증을 해소해 줄 사람을 말입니다. 그는 그런 유형입니다, 파울루. 목표를 늘 최대치로 설정하고 그것만을 보고 달립니다. 만약 올바로 된 답을 갖고 있다면, 당신은 그저 벨트를 꽉 채우기만 하면 됩니다. 운전은 그가 할 테니까요.”]클럽과 대표팀은 엄연히 다르다.
과르디올라 역시 이를 알고 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은 대표팀이기에 오히려 더, 김다온의 장점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바로 된 대답.’
파울루 벤투는 본래 외부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목소리를 신경 쓰는 유형이 아니었다.
포르투갈 골든 제네레이션의 끝에서 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이란 결과물을 받아들었을 때도, 파울루 벤투는 본인들에게 쏟아질 비난을 신경 쓰는 대신 미래를 말했다.
자신들이 땀 흘려 일구어 온 세대에서 이루지 못한 월드컵 우승이란 업적을 다음 세대는 이루어 주길 바라며 좌절한 젊은 선수들을 일으켜 줄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은 확실히 모르겠군.’
이번 6월 A매치를 준비하며, 파울루 벤투가 가장 고민했던 건 김다온과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3월 A매치 주간 김다온은 자신의 축구와 운영에 대한 분명한 불만을 표현했고, 벤투가 느끼기엔 그건 스타 파워를 앞세운 일종의 월권행위였다.
그러나 다양한 이에게서 자문을 얻고 깨달은 건, 어쩌면 김다온은 그저 실망한 것일 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쥘 리메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파울루 벤투는 현실적으로 다가올 월드컵에서의 목표를 8강 진출로 삼았다. 이는 현시점 대한민국의 FIFA 랭킹(16위)을 고려하면 얼핏 타당해 보였다.
물론 8강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겠으나, 그 이상의 결과물은 일종의 보너스라고만 생각했다.
다만 그 어떠한 경우에도 본인이 이끄는 팀이 월드컵 우승을 차지할 거라곤 믿지 않았다.
그게 현실적이니까.
‘꿈이라…….’
젊었을 적엔, 파울루 벤투에게도 나름의 꿈이 있었다.
비토리아 SC 시절엔 더욱 큰 클럽으로 향하는 걸 꿈꿨고, SL 벤피카를 거쳐 레알 오비에도와 스포르팅 CP에서 뛰었을 땐 리그 트로피와 유럽대항전 승리를 꿈꿨다.
하나 파울루 벤투가 가장 열망해 왔던 꿈은 역사상 가장 화려하다고 평가받았던 1990년대의 포르투갈 국가대표팀과 관련이 있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전 포르투갈 최고의 선수였던 루이스 피구와 함께, 파울루 벤투는 메이저 트로피를 꿈꿨다.
대기만성형이었던 파울루 벤투는 그렇게 유로 2000에서 정점의 기량을 선보였고, 33세의 많은 나이임에도 2002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 대표팀에 선발되어 피치를 누볐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벤투의 전성기와 포르투갈 골든 제네레이션의 황금기가 엇갈리면서, 벤투는 클럽에서도 또 대표팀에서도 어떠한 메이저 트로피로 들어 올리지 못했다.
그랬다.
바로 그때부터였다.
삐?익!
“…….”
후반전을 알리는 셴 인 하오 주심의 휘슬이 들려오고,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팔짱을 낀 벤투의 눈이 볼의 흐름을 쫓는다.
그러나 그가 보고 있는 건, 19년 전의 일이다.
아마도 선수 커리어를 통틀어 가장 처절하고 또 간절했을 2002 한일 월드컵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벤투는 현재 자신이 감독으로 있는 대한민국에 패해 집으로 돌아갔다.
화려했던 명성의 끝과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퇴장.
이후 벤투는 지금과 같이 세상을 보게 되었다.
‘비뚤어진 묘목이 비뚤어지게 자라는 건가?’
“훗.”
한국전 종료 후 포르투갈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본인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파울루 벤투는 감독으로서 자신이 성공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일 수도 있는 부분을 떠올렸다.
자신은 선수들을 가르칠 때, 절대로 누군가에 무엇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에 먼저 자유롭게 판단하도록 만든 이후에 왜(Porque)?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물으며 타협점을 찾아갔다.
하나 그것도 벌써 꽤 오래전의 일이 됐다. 스포르팅 CP와 포르투갈 대표팀을 맡은 이후 몇 개의 클럽을 거치면서, 벤투의 이런 면모는 조금씩 사라져 갔다.
특히 훈련 태도가 엉망진창이던 충칭의 감독을 하면서부턴, 은연중에 동양인에 대한 편견 역시도 생겼다.
동양인은 유럽인보다 창의력이 부족하다.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고.
스스로 만들지도 못한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런 파울루 벤투의 생각이 단순한 편견이었음을 이야기해 주고 있다.
.
(박성문) – 조선TV 해설위원
“아~ 좋아요!!”
(이대영) – 조선TV 캐스터
“김민재! 멋진 탈압박입니다!”
(박성문)
“오른쪽에서 달리고 있어요. 줘야죠! 아아–!!”
(이대영)
“고승범이 황희찬에 패스를 전달합니다! 들어갔는데요, 뒤쪽 공간! 황희찬! 황희찬 수비 한 명을 따돌립니다. 가운데 정상빈-!”
(박성문)
“우아아아아-!!”
(이대영)
“뒤로 흘립니다! 손흥미인-!!!”
(박성문)
“기가 막힙니드아아-!! 이건 작품이죠!!”
.
하프라인 부근에서 순간적으로 압박을 가한 스리랑카의 선수 두 명을 벗겨 낸 센터백 김민재가 순간적으로 숫자 하나가 빈 중원을 찾아 고승범에게 패스를 보냈다.
그리고 이번 대표팀 소집 기간 판단 속도에 있어 큰 성장을 한 고승범이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을 발휘하여 측면에서 안쪽으로 돌아 움직이는 황희찬에게 볼을 이었다.
스리랑카의 오프사이드 라인을 완벽히 무너뜨린 절묘한 타이밍의 패스와 돌파.
이후 방향을 휙 꺾는 드리블로 가볍게 스리랑카의 수비수 하나를 따돌린 황희찬이 좋은 지점으로 쇄도하는 정상빈을 보곤 그대로 볼을 강하게 굴렸다.
그러자 오늘 이미 득점을 기록한 2002년생의 스트라이커는 본인에게 많은 수비수가 달라붙은 걸 알고, 침착하게 볼을 뒤로 더 흘렸다.
순간적으로 왼쪽 수비가 무너지면서 스리랑카 선수들이 한쪽으로 몰린 것을 보고, 뒤에 있는 손흥민에게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질 것임을 알았던 거다.
골대와 불과 8m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서 자유를 얻은 손흥민에게 있어, 골을 기록하는 일은 식탁에 놓인 사과를 집어 먹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가볍게 스리랑카의 그물망이 흔들리고, 팔짱을 끼고 있던 두 주먹을 조용히 불끈 쥐어 보인 벤투는 선수들 스스로 만든 창의적인 플레이에 기쁨을 느꼈다.
차이가 워낙 크게 벌어져 있어 노골적으로 환호할 수는 없었지만, 마음속으론 누구보다 큰 목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들이라면 할 수 있어.’
현재 대한민국 선수들은 이번 훈련 때 연습한 것을 마음껏 응용하여 상대를 요리하고 있다.
워낙 전력의 차이가 커다란지라 객관적인 지표로 삼기에는 여러모로 무리가 있으나, 최고의 조합이 아닌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는 중이라 대한민국도 할 말은 있다.
후반 06분 만에 나온 일곱 번째 득점에 이어, 후반전 14분과 21분 그리고 40분에 다시 득점한 대한민국이 기어코 두 자릿수 점수를 만들어 낸다.
그 과정에서 손흥민이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황희찬과 정상빈 역시 각각 두 개의 골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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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영)
“강합니다! 대한민국! 10:0으로 스리랑카를 완전히 압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교체 카드를 꺼내는 파울루 벤투 감독. 지난 U-20 월드컵의 영웅 중 한 명인 이광연이 오늘 다섯 번째 교체 카드로 그라운드를 밟습니다.”
(박성문)
“뭐, 그렇습니다. 지난번 투르크메니스탄이나 이번 스리랑카 대표팀은 사실 대한민국과 비교하기엔 전력이 워낙 뒤떨어지는 팀인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대결을 파울루 벤투 감독은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습니다. 정상빈, 강현묵, 고승범. 그리고 김문환 김태환 등. 기존에는 선발하지 않던 다양한 카드들을 실험하며 대승까지 거뒀습니다. 여러모로 얻은 것이 많은 이번 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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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 이 과정이 있어야 했다.
코로나19라는 질병으로 세상과 세상을 잇는 문이 닫히면서. 지구촌을 축구라는 매개체로 뜨겁게 달궈온 이 스포츠 역시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계속해서 K리그만을 보고 또 K리그의 선수를 중심으로 실험을 이어 갈 수밖에 없었던 벤투는 선수들의 태도 등에 실망해 중국에서처럼 다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다.
하지만 오늘, 벤투는 몇 년 만에 다시 본인에게 주어진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삑! 삐?익! 삐—익!!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들려오고, 스리랑카의 감독에게 위로의 말을 건넨 파울루 벤투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돌아서서 손을 흔드는 관중들의 사이로 모습을 감춘다.
그런 벤투의 뒤쪽에선, 대승에 만족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기쁨을 교환하고 있었다.
성공적으로 끝난 두 차례의 실험.
벤투호(號)는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이런 벤투호에 남아있는 건, 북한의 2차 예선 포기로 조 2위에 올라 있는 레바논과의 아시아지역 2차예선 그룹 H조 마지막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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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대한민국 10 : 0 스리랑카
[골] 손흥민 : 전반 01분(김다온), 후반 06분(정상빈), 후반 14분(황희찬)고승범 : 전반 06분
황희찬 : 전반 19분(손흥민), 후반 21분(김다온)
정상빈 : 전반 28분(황희찬), 전반 41분
이재성 : 전반 38분(고승범)
황의조 : 후반 40분(김태환)
김다온 : 46분 출전(2어시스트)
***
[이강인, 또 하나의 독수리가 되다. ……스페인 발렌시아를 떠나 전(前) 김다온의 소속 클럽인 벤피카로 이적. – OSEM(한국)/2021.06.10.(오후)]? 이강인을 전격적으로 영입한 SL 벤피카의 회장 후이 코스타는 “벤투와 다온으로부터 이강인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좋은 선수이며 태도 역시 훌륭하다는 칭찬이 있었다. 현재 벤피카에 한국인이 없었는데, 매우 좋은 영입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선수들 역시 지켜보고 있다.”라며, 이강인 외에도 추가적인 한국인 영입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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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합류하지 못한 조규성이 돌아오면, 대표팀 스트라이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수도 있다고 말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 “지난 경기에서 정상빈은 본인이 상당히 많은 장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그는 황의조나 조규성과는 조금 다른 유형으로, 대표팀에 변화를 줄 수 있다.” – OSEM(한국)/2021.06.11.(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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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크리스티안 에릭센. 유로 2020 예선 도중 갑자기 그라운드에서 쓰러져 (1보) – 스포츠뉴스24(한국)/2021.06.13.(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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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 에릭센이 쓰러진 이유는 심장마비. – BBC Via Twitter/2021.06.13.(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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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마비로 경기 도중 쓰러진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경기 도중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현재 그는 매우 위독한 상태로, 추가적인 소식이 들어오는 대로 업데이트하겠다. – 리알 토마스(기자) Via Twitter/2021.06.13.(오전)]***
2021년 6월 13일. 대한민국.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중앙로 1601. 고양 종합운동장.
.경기 시작 1시간 전
대한민국 0 : 0 레바논
&Best Eleven(대한민국/상대팀)
&Tactics(대한민국/상대팀) : 4-2-3-1/4-4-2
GK ? 김승규 / GK ? 메히디 칼릴
RB ? 김다온 / RB ? 카셈 엘 자인
CB ? 김민재 / CB ? 마헤르 사브라
CB ? 김영권 / CB ? 주앙 오우마리
LB ? 정운 / LB ? 로베르트 멜키
RCM ? 정우영 / RM ? 조지 펠릭스 멜키
LCM ? 황인범 / CM ? 힐랄 알 헬위
RAM ? 황희찬 / CM ? 모하마드 하이달
CAM ? 이강인 / LM ? 나데르 마타르
LAM ? 손흥민 / ST ? 수니 사드
ST ? 황의조 / ST ? 모하마드 쿠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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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새벽 유럽에서 펼쳐진 유로 2020 예선전에서, 전 세계를 큰 충격으로 몰아넣은 비극이 발생했다.
UEFA 유로 2020 본선 조별리그 예선 첫 번째 덴마크와 핀란드의 경기 도중, 스로인을 하기 위해 사이드라인으로 걷던 에릭센이 갑자기 쓰러지며 의식을 잃어버린 것이다.
주변에 있던 덴마크와 핀란드의 선수들이 황급히 손을 휘저으며 팀닥터를 호출했고, 그 즉시 심폐재생술과 제세동기까지 작동한 후에 구급차에 실려 그라운드를 떠났다.
사후 알려진 바에 의하면 다행히 응급차에 실리기 전 모두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곤 하지만, 덴마크 선수들에게는 매우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덴마크 대표팀은 몇 개월 전, 나의 친구이기도 한 올루프 역시 심장 문제로 은퇴를 해야만 했다.
선수들의 받은 충격을 고려해 경기는 2시간 뒤에 재개되었으나, 결국 덴마크가 핀란드에 0:1로 패배를 하고 말았다.
“자, 확실하게-!!!”
바로 그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오늘 팀은 유독 몸을 푸는 과정에 혼신을 쏟고 있다.
대표팀엔 익숙지 않은 낮 경기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최근 축구 선수들에게 갑작스러운 심장질환이 잦아지면서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진 게 그 이유였다.
오전 내내 숙소에서 마음을 졸이던 흥민이 형에게 다가가, 슬쩍 어깨에다 팔을 걸쳐 본다.
“어쭈? 건방지게?”
“괜찮나 보네?”
“……너 같으면 괜찮겠냐.”
“척하는 거구나?”
“그럼 뭐 어쩌겠어.”
“그건 그래.”
오전에 일어나 에릭센의 소식을 모두가 접한 뒤, 벤투 감독님은 흥민이 형을 불러 원한다면 오늘 경기에서 쉬어도 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현장에 있던 덴마크 선수들만큼은 아니더라도, 흥민이 형 역시 크게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흥민이 형은 오히려 에릭센을 위해서라도 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고, 오늘 경기 득점을 하게 되면 그를 위한 셀레브레이션을 펼치겠다고도 다짐했다.
그리고 나와 민재 역시, 거기에 동참하기로 하며 준비한 이너웨어를 드레싱룸에 걸어 두었다.
“그래도 괜찮다니까 다행이네.”
“…….”
“일단 갈게.”
“어.”
아직 좀 더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 흥민이 형을 뒤로하고, 페드로와 익살을 나눈 내가 발을 길게 쭉쭉 찢으며 강인이의 곁으로 움직였다.
사흘 전 강인이는 발렌시아를 떠나 벤피카로의 이적을 결정했는데, 개인적으로도 힘을 쓴 부분이라 아무래도 신경이 많이 쓰였다.
“Ola~ Boa tarde.”
“뭐라고요?”
“보아 따르지 인마. 좋은 오후라고. 이젠 부에나스 따르데스 말고 보아 따르지라고 해야 하잖아. 연습 안 해?”
“아~ 뭐, 벌써 그래요~”
“어허. 형님이 말하는데, 언어가 첫 번째.”
“말 앞에 형, 형님 붙이면 꼰대라던데.”
“나 꼰대 맞는데?”
“…….”
입이 튀어나온 강인이의 목에 팔을 두르며, 나는 벤피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의 이름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마도 부모님과 에이전시 쪽에서 함께하겠지만, 그래도 생활에 도움을 줄 이들이 있다면 편할 거다.
“베베? 이름 특이하네요?”
“별명인데, 진짜 좋은 분이야.”
“알았어요. 나중에 알려 줘요.”
“어. 그럴게.”
베베는 2년 전 여름 내가 선물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현재는 포르투갈 시내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 중인데, 제법 장사가 잘되어서 최근에는 포르투와 코임브라 등지로 체인을 확장할 준비 중이다.
그리고 가끔, 길에서 본 한국인들을 돕곤 한다.
내가 벤피카에서 뛰었던 이후로 리스본에서 대한민국 사람들은 늘 환영받곤 있었지만, 그래도 곤란을 겪는 이들은 있어 그들을 돕는 것이다.
그는 언제나 그것이 나에게 받은 은혜에 보답하는 방법이라 말을 했다.
외에도 베베는 나 이후 벤피카에서 뛴 선수들도 챙겨 줬는데, 이번에는 강인이가 신세를 지게 될 것 같다.
“너한테도 더 좋은 환경일 거야.”
“그랬으면 좋겠네요.”
발렌시아의 내부 정치에 질릴 대로 질리고 지칠 대로 지친 강인이에겐 축구만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그리고 내 생각에 벤피카만큼 축구에 몰두하기 좋은 환경도 없다. 클럽의 전통적인 문화도 그렇고, 스포르팅 CP와의 라이벌리도 강인이에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다.
“하나-! 두울-! 하나-! 두울-!”
최태욱 코치님의 구령에 맞춰 몸을 풀며, 나는 여러 이유로 다소 어수선했던 선수단을 정돈한다.
에릭센의 일로 흔들리는 흥민이 형과 이적에 대한 기대감에 들뜬 강인이에게 말을 걸어, 마음을 풀고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레바논은 투르크메니스탄이니 스리랑카보단 최소 두 수는 높은 팀이다.
우리의 전력이 한참 앞서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최정예로 경기에 임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낮 경기는 다소 어색하다지만, 유럽에서의 경기 절반은 해가 중천에 있을 때 뛰었다.
“아- 덥다-”
한국의 6월 오후.
맨체스터에서는 절대로 겪을 수 없는 30도에 육박하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