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50)
Sp2. Road to World Cup (12)
후반 시작과 동시에 변화를 준 멕시코는 곧바로 그 효과를 봤다. 부진했던 루이스 로모(Luis Romo)를 대신해 헤수스 앙굴로(Jesus Angluo)를 투입한 것이 주효했다.
고군분투하던 세바스티안 코르도바(Sebastian Cordova)의 부담이 줄어들자, 자연스레 중원에서 힘을 발휘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대로 전방으로 이어져, 후반 12분 엔리 마르틴(Henry Martin)의 만회골로 이어졌다.
멕시코 리가 MX 최고의 공격수로 평가받는 엔리 마르틴은 와일드카드로 참여해 본인의 첫 번째 올림픽을 치르는 중이다.
코르도바가 측면에서 띄운 프리킥을 그대로 헤더로 득점한 엔리 마르틴이 축구공을 얼른 가져오라 손을 휘저으며 팀 멕시코의 사기를 끌어 올린다.
“VAMOS-!! 더 몰아붙일 수 있어!!”
“…….”
기세를 드높이는 멕시코를 보며, 대한민국의 주앙 지 데우스 역시 변화를 준비한다.
수비적인 기여가 떨어진 이동준을 빼고 이동경을 투입해, 전방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것을 기대한 것이다. 그리고 데우스는 추가로 선수들의 라인 역시 조절한다.
기존 한 명의 라볼피아나(Lavolpiana)와 한 명의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 체재였던 중원을 전형적인 더블 볼란치로 바꿔 수비에 더 힘을 쏟으려는 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전방 배치도 바꿨다.
양쪽 윙(Wing)의 위치를 내려 본래의 4-2-3-1이 아닌 4-4-1-1처럼 보이는 형태를 만든 건데, 이 모든 것은 선(先) 수비 후(後) 역습을 위한 것이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대한민국이 해당하는 전술을 꽤 오랜 기간 준비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제 다음 단계로군.’
주앙 지 데우스는 올림픽 본선 8강 이후부터 만나게 될 팀들이 대체로 대한민국보다 강하다고 판단, 볼을 점유하고 압도하는 것 못지않게 역습에 많은 공을 들였다.
수비를 단단하게 가져가며 볼을 빼앗으면, 상대가 라인을 올린 틈을 타 이강인과 조규성이 공격을 전개한다.
양쪽 윙은 빠르게 공격에 가담해 주어야 하고, 윙에 이어 풀백이 추가로 측면으로 파고들게 될 경우 상대에게 충분한 위협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설사 공격을 마무리까지 가져가지 못한다 해도, 앞으로 달려가는 기세를 얻은 이들이 전방에서 강한 압박을 해 상대의 공격 속도를 지연할 수 있다.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고 체력적으로도 힘든 일이지만, 주앙 지 데우스는 본인이 만든 팀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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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캐스터
“아- 대한민국의 선수 교체입니다. 11번 이동준이 나가고, 10번 이동경이 피치에 투입됩니다.”
(박성문) – SBS 해설위원
“이렇게 되면 주앙 지 데우스 감독의 의도가 궁금해집니다. 양쪽 윙과 풀백이 전부 인버티드. 그러니까, 반대 발 자원으로 채워졌거든요? 이것은 일반적으로는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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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14분
대한민국 2 : 1 멕시코
본격적인 변화를 주기 시작한 주앙 지 데우스의 마지막 마무리는 (좌)이유현/(우)설영우를 (좌)설영우/(우)이유현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전방이 인버티드로 채워지고 또 중원이 더블 볼란치로 바뀌어 수비에 안정감이 생긴 만큼, 풀백을 중앙으로 옮겨 쓰는 방식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플랫(Flat) 형태로 짜인 대한민국 올림픽 팀의 2선이 중앙으로 밀집해 포지셔닝을 설 것이기에, 풀백이 빠르게 직선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해졌다.
추격하는 골을 터뜨린 후 기세가 오른 멕시코가 얼마간 공세를 시도하지만, 금방 단단해진 대한민국은 잘 버텨 내며 흐름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린다.
그러자 다급해진 하이미 로사노가 연이어 두 장의 교체 카드를 사용한다.
오른쪽 윙인 유리엘 안투나와 수비형 미드필드인 호세 에스퀴벨(Jose Esquivel)을 빼고, 같은 오른쪽 윙 디에고 라이네스와 공격수 에두아르도 아기레(Eduardo Agirre)의 투입을 준비했다.
이를 바라본 주앙 지 데우스는 멕시코가 더 공격적으로 나설 거라고 판단, 김진야와 엄원상에게 언제든 피치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을 것을 주문했다.
삐-익!
다시 휘슬이 불리고, 사이드라인을 돌아본 오렐 그린펠드(Orel Grinfeld)가 손을 움직여 다시 한번 멕시코의 선수 교체를 승인한다.
흐름에 따라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두 감독의 지략 싸움은 후반전 25분 커다란 변곡점을 맞이한다.
최종 수비라인을 돌아 달려 나가는 조규성을 제때 저지하지 못한 요한 바스케스(Johan Vasquez)가 무의식중에 손을 뻗어 볼 없는 선수를 넘어뜨린 거다.
“헤?이!!!”
동료가 피치에서 뒹구는 것을 본 대한민국 선수들이 크게 소리를 내지르고, 주앙 지 데우스 역시 대기심을 향해 달려가며 손가락 두 개를 펴들었다.
그리고 이강인 역시 주심의 곁으로 재빨리 달라붙으며 손가락 두 개를 폈는데, 이를 아니꼽게 본 멕시코의 선수들이 거칠게 반응하며 일순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하지만, 이강인은 주눅 들지 않는다.
동양인을 향한 차별과 본인들이 가지지 못한 재능에 대한 질투를 10대 시절 내내 받아온 그에게 있어, 깡과 투지는 생존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무기였다.
오히려 이강인은 주심에게 자신을 밀쳐낸 선수를 보라 어필했고, 이는 오렐 그린펠드에게 카드를 꺼내야 하는 더욱 확실한 이유를 주었다.
물론 그 대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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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 MBC 해설위원
“지금은 카드가 나와야죠! 나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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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좋아-!!!”
“나이스으-!!!”
요한 바스케스를 지목한 오렐 그린펠드의 손에 노란색 카드가 쥐어진 순간, 멕시코의 선수 일부는 더욱 거칠어졌고 일부는 좌절하며 고개를 숙였다.
심지어 알렉시스 베가는 주심의 두 번째 동작을 저지하려는 시도까지 했는데, 이를 보다 못한 길예르모 오초아가 달려와 젊은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떼어 냈다.
하지만 그 역시, 좌절하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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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퇴장! 퇴장입니다! 전반전에 이미 한 차례 경고를 받았던 요한 바스케스! 이번에도 조규성에게 반칙을 범하며 오늘 경기 두 번째 옐로 카드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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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과 멕시코가 페널티 킥도 아닌 파울에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했던 이유는 전반전에 이미 바스케스가 경고를 하나 받았기 때문이었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위로 젖힌 바스케스가 유니폼 상의를 길게 빼내어 얼굴을 덮는다.
그 뒤에 밀려온 것은 지독한 후회였다.
어째서 조금 전 그런 판단을 했을까?
자신이 조규성을 놓쳤다고 해도, 패스가 정확한 타이밍에 도달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설사 패스가 연결되었다더라도, 오초아가 막아 낼 수도 있었을 거다.
그것도 아니라면 조규성이 실수를 범해 좋은 득점 기회를 날렸을지도 모른다.
본인의 실수가 꼭 실점으로 이어지지 않을 거란 가정이 세 가지나 존재하는 상황에서, 굳이 파울을 범해 두 번째 경고를 받은 건 분명 커다란 실책이었다.
물론 1998년생인 요한 바스케스는 아직 젊고 더 배울 것이 남아 있지만, 올림픽 토너먼트에서 나온 이 장면은 [‘괜찮아. 앞으로 더 잘하면 돼.’]라 위로하며 넘기기엔 너무나도 뼈아픈 것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범한다지만, 그것을 언제 어떠한 타이밍에 하는가도 현명함을 나타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바스케스는 실망스러웠다.
“…….”
“…”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하미이 로사노의 곁을 지나치며, 계속해서 앞으로 걸어가던 바스케스가 복도 중간에 놓인 쓰레기통을 걷어찬다.
우당탕-!
데구르르.
지금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역시도 아는 바스케스지만, 이러지 않고는 도저히 참아 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잠시 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드레싱 룸으로 돌아온 바스케스가 괴성을 내지른다.
누가 준 것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채, 한참 동안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던 바스케스의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한다.
“흑-”
5년 동안의 준비.
그 과정을 잘 알고 있었던 요한 바스케스는 동료들을 향한 미안함과 본인을 향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며 눈물을 잔뜩 흘리고 있다.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저 가슴속 한구석에 있긴 했지만, 냉정한 현실은 그 기적이라는 게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님을 보여 줬다.
후반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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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해설위원
“이강이이이이인-!!!”
(남종현) – KBS 캐스터
“고올-!! 골입니다-!! 3:1을 만드는 대한민국!! 이강인의 오늘 경기 두 번째 골이 터지면서, 대한민국이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준결승에 진출할 확률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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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멋진 합작품을 만들어 낸 대한민국의 세 번째 골이 터져 나오는 것을 지켜본 요한 바스케스는 그와 함께 자신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기분을 맛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맛은.
“빌어먹을!”
당연히 매우 좋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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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대한민국 3 : 1 멕시코
[골] 조규성 : 전반 21분(설영우)이강인 : 전반 42분, 후반 31분(이동경)
***
[또다시 4강 태극 전사! 3개 대회 연속 올림픽 메달이 눈앞에…… – 스포츠뉴스24(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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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카드 없이 이뤄 낸 올림픽 4강. 골짜기 세대가 아닌 사상 최강의 세대일 수도? – 한국경제(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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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찾은 대한민국의 마에스트로. 이강인, 대한민국의 올림픽 4강 진출을 이끌다. – OSEM(한국)]***
※ 2020 도쿄 올림픽 남자 축구 준결승 대진
대한민국 VS 브라질
일본 VS 스페인
***
2021년 8월 2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피치.
올림픽 팀이 역사적인 3개 대회 연속 준결승 진출이란 대 기록을 작성했던 순간, 민재와 기쁨의 포옹을 나눴던 나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켜 소셜미디어를 업로드했다.
그리곤 내가 얼마나 그들을 자랑스러워하는지를 기쁜 마음으로 양껏 표현했다.
나의 멘션은 순식간에 2천만 좋아요를 돌파했고, 오늘 오전에 확인하니 그 개수는 2억 개를 가볍게 넘어서 있었다.
현재 내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7억 1천만 정도 됐는데, 인스타그램 전용 계정의 팔로워보다도 더 많은 숫자다.
어쨌든 올림픽 팀의 분전은 멀리 떨어진 내게도 분명한 동기부여가 되어 주고 있다.
동생들이 먼저 멋진 모습을 보여 주었으니, 나 역시 뭔가를 제대로 보여 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시즌을 알리는 커뮤니티 실드(8월 7일)와 토트넘과의 리그 개막전(8월 15일)에서, 개인 퍼포먼스와 팀 승리 모두를 챙겨 가겠다는 다짐을 했다.
물론 팀은 온전한 컨디션이 아니긴 하다.
“팔머! 그게 아니라고 했잖아!”
“…….”
“일단 좋은 위치로 가는 게 먼저고, 그다음에 패스를 요구해야지! 뭐 해?! 저기가 비었잖아! 얼른 뛰어가!”
“네, 넵!”
빠릿빠릿한 움직임을 보여 준 콜 파머가 펩이 가리킨 곳에 자리를 잡더니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인다.
그리고 이를 본 펩은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아마 골치가 꽤 아플 것이다.
현재 부상으로 훈련 제외가 된 선수 중에 그나마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건 베르나르두인데, 팀 의료진으로부터 30분 이상 출전은 자제해 달란 요청을 받았다.
그나마 수비진은 베스트 전력을 내보낼 수 있으나. 미드필드와 공격은 선발의 절반 정도를 EDS로 채워야 한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군도가 선발로 나설 것이기에, 오늘 혹독하게 구르고 있는 콜 파머가 레스터와의 커뮤니티 실드 경기에 뛰어 줘야 한다.
단순한 실력만을 놓고 본다면 솔직히 토미 도일이 좀 더 낫지만, 둘 중 누가 더 군도와 잘 어울리느냐에서 파머가 합격점을 받았다.
젊은 EDS에 기대기보다 군도가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승리에 더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펩은 생각한 것 같다.
딱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후우-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는데?”
“당연하지. 팀은 이 모양인데, 개막은 다가오잖아. 더 중요한 건 뭔지 알아?”
“뭔데?”
“펩의 잘못은 전혀 없다는 거지.”
“……그건 그러네.”
“그렇고말고.”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현재 팀이 부상 병동이 되어 버린 건 전부 유로와 코파 아메리카 때문이다.
이 두 대회로 우린 1군 스쿼드의 약 1/3을 잃었지만, UEFA와 CONMEBOL 모두 보상은커녕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조차 보내오지 않았다.
물론 그래야 하는 이유도 없고 그들 역시 [“FIFA 승인한 일인데?”]하면 끝나는 문제긴 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당하는 쪽에서는 더욱 화가 나는 것인데, 펩은 그 화풀이조차 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여파가 우리에게 왔고, 그중에서도 젊은 친구들이 펩의 날카로운 기분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똑똑똑-
“응?”
“바쁘세요?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어오게. 괜찮네.”
하루 일정이 모두 정리된 후, 나는 펩의 사무실을 찾아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가졌다.
생각대로 펩은 부상 때문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선발로 뛸 11명이라도 1군으로 구성할 수 있다면 좋았을 거라며, 그간 고민한 흔적을 몽땅 내게 보여 주었다.
“다른 사람에겐 이런 건 보여 주기 힘들지.”
“그렇겠네요.”
“하하.”
“네?”
“그 대답이 참 재미있군.”
“감독이 이렇게 흔들리게 되면, 선수들은 불안해하죠. 그래서 때때로 고집스러운 면도 보여 줘야 하는 거고요. 저도 그랬는 걸요. 특히 그 앨런 녀석을 다루는 데 애를 먹었어요.”
“아이들은 더 힘든 법이지.”
“그렇다고 하더군요.”
대화의 주제가 자연스럽게 옮겨 가고, 펩과 나는 2년 전 Team CFG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한때 펩은 Team CFG 때의 일을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지만, 내가 은퇴 후 감독이 될 결심을 굳힌 뒤부터는 오히려 먼저 내용을 꺼내 들 때가 많았다.
“아이들은 잘 지내나?”
“그럼요. 지난주도 같이 밥을 먹었는 걸요. 사진도 찍었는데 보실래요?”
“그러지.”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내가 얼른 휴대전화를 뒤적여 시내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 줬다.
나는 지난주 휴식기를 끝내고 아카데미로 돌아온 아이들을 데리고 시내의 한식당으로 데려가 고기를 구웠다. 다만 우진이는 또 한식이냐며 불퉁거리긴 했다.
한국에서 잉글랜드로 돌아온 지 사흘이 채 되지 않았었기 때문인데, 그래도 막상 고기가 입에 들어가자 기분이 풀리며 누구보다 말을 많이 했다.
현재 15살인 우진이는 월반을 해 U-17 소속으로 뛰고 있었고, 프렛웰은 잘만 하면 19세 전후에 1군 무대에 설 수 있을 거란 전망을 했다.
그만큼 우진이의 기량은 인상적이었는데, 벌써 이를 알아본 다른 클럽에서 서로 데려가려 애를 쓰고 있다.
“놀랍더군. 다들 그 나이 때의 최고가 됐어.”
“원래 재능이 있던 친구들이니까요.”
“하지만 그걸 깨우치게 만든 건 자네야.”
“좋은 코치들 덕분이죠.”
“세드릭의 코가 높아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군. 어쨌든 내가 한 말은 진심이야. 아무리 좋은 재능일지라도 그걸 올바르게 가공해 줄 감독은 필수적이야. 어제 자네 조국의 올림픽 팀만 봐도 알 수 있겠더군. 수준 높은 축구를 했어.”
“네. 정말 그래요.”
현재 대한축구협회가 [“우리 정말 잘했다.”]고 자부하는 건, 한국 축구 리그를 K7까지 만들어 완전한 승강제 시스템을 만들었단 것과 유소년 지도자들의 질적 개선이었다.
선수 경력이 없거나 단순히 파벌을 잘 타지 못했다는 이유로 배척받아 온 유능한 지도자들에게 대거 직장을 주었다.
학원 스포츠의 한계상 감독으로서의 자질만이 아닌 인간관계 + @등도 고려해야 했는데, 그래서 아예 축구부가 없었던 학교만을 노려 투자했다.
축구부를 설립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초기 운영 자본을 지원할 테니, 특정한 감독에게서 아이들이 축구를 배울 기회를 허락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당연히 처음엔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충주 FC와 같은 팀들이 성과를 내면서는 감독할 사람이 없어 추가로 축구부를 만들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아카데미에서 일하는 코치들을 대한축구협회에서 영입할 수 있도록 도왔는데, 재단 운영에 해가 되지 않을 정도의 선에서 유지되었다.
어쨌든 이렇게 젊은 지도자들을 끊임없이 육성한 결과, 최근 U-15세 이하 연령별 국제 대회에서의 성과가 발생했다.
주목받는 유망주의 숫자도 크게 늘었고, 실제 영입 제안으로 이뤄지는 빈도도 전보다 훨씬 높았다.
다만 아직까진, 망설임이 많았다.
부모의 처지에선 어지간한 다짐이 아니고야, 아이에게 [“학교를 중퇴하고 축구를 하러 유럽으로 떠나라.”]고 말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더욱더, 우린 우수한 지도자들을 많이 배출하고 또 보유해야 한다.
“자네를 보며 배운 세대겠군.”
“부끄럽게도, 그렇더라고요.”
“하하. 기분이 어떻지?”
기분이 어떠냐고?
솔직히 별다른 기분이 들진 않았다.
다만 좀 더 책임감을 느낀 건 같다.
“그거면 충분하네, 지금 당장은.”
“네. 하지만 언젠간 달라지겠죠.”
“그렇고말고.”
푸근한 미소의 펩과 내가 이야기를 멈춘 건, 잠깐 머문다는 게 2시간이 다 되어 가는 늦은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