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52)
Sp2. Road to World Cup (14)
김다온의 등장 이전, 한일 축구는 이미 관계 역전이 이루어진 상태였다.
과거 1980년대만 해도 일본은 월드컵은커녕 아시안컵 본선조차 진출하지 못했던 아시아에서도 약체였지만, FIFA가 월드컵 개최를 먼저 타진한 순간부터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진출해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았던 일본은 기존 JSL(Japan Soccer League)을 J-리그로 만들기로 결정, 1990년대 초 창설을 목표로 대대적인 개혁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노력이 성과로 나타난 1993년, 엄청난 자본을 투입한 J-리그는 전 세계에 화려한 탄생을 알렸다.
심지어 영원의 일본 최고의 인기 스포츠일 것만 같던 야구마저 누르며, 엄청난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그 인기는 3년도 채 되지 않아 조금씩 거품이 빠지기 시작했지만, 중요한 건 이때 기틀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J리그 설립 과정 당시 일본축구협회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미국/유럽과 같은 선진 리그 시스템을 가져오는 한편, 유망주의 육성에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
이때 쌓은 제대로 된 기초는 꾸준한 유망주 발굴로 이어져 일본 축구에 스타가 끊이지 않는 풍토를 만들었다.
물론 박지성/손흥민/김다온으로 이어지는 최고 수준의 스타 계보는 만들지 못했지만, 전반적인 수준에서는 대한민국을 빠르게 따라잡아 2000년대 후반을 기준으론 역전까지 이뤄 냈다.
특히 대한민국에 ‘삿포로 참사’로 알려진 경기는 일본이 한국을 누르고 아시아 정상으로 올라섰음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황금세대인 런던 올림픽 세대가 등장하면서, 일본은 다시 아시아 2인자로 밀려나게 된다.
2012 런던 하계 올림픽 패배를 시작으로, A대표팀을 포함한 모든 연령별 세대에서 단 한 차례도 대한민국에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3무 8패).
짧고 헛된 꿈이 될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장철주의 노력이 한일전의 결과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고질적인 제 식구 감싸기와 스포츠로 정치적 이익/사익을 취해온 대한민국에 밀려났다는 사실에, 일본축구협회의 자존심이 크게 상한 것은 물론이다.
그렇기에 더욱, 일본축구협회는 대한민국의 런던 올림픽 세대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믿는 ‘사상 최강의 세대’ 이번 2020 도쿄 올림픽 스쿼드에 목을 매는 것이다.
오늘도 경기가 펼쳐지는 사이타마 스타디움엔, 결과에 큰 관심이 있는 일본축구협회의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번만큼은 반드시 대한민국을 꺾겠다.
아니,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하나 비장함마저 느껴졌던 일본축구협회 관계자들의 표정은 전반전 1/3이 지나기도 전부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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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베 히로유키) – TV 아사히 캐스터
“당했다-! 당해 버리고 말았다-! 일본! 아… 그러네요. 지금은 수비가 약간 헐거운 느낌이었네요.”
(야지마 노부) – TV 아사히 해설위원
“전체적인 수비가 좋지 못했네요. 측면에서 막을 수도 있다고 여겨졌는데, 나카야마 유타가 너무 쉽게 뚫리지 않았나. 쓰-읍. 아쉽네요. 하지만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았습니다.”
(야베 히로유키)
“그것이 바로 지금 일본 대표팀에 필요한 생각이라고 봅니다. 전반 13분 한국의 조규성. 이야~ 벌써 8골이네요. 무시무시한 스트라이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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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 13분
일본 0 : 1 대한민국
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점부터, 일본 올림픽 팀의 감독 모리야스 하지메는 쉽지 않은 경기를 예상했다.
선수들의 의욕과 정신상태는 훌륭했고 드레싱 룸에서의 마지막 미팅 역시도 만족스러웠지만, 지난 6일 동안 두 차례의 연장을 포함해 260분가량을 뛴 후유증이 바로 나타났다.
지금의 실점 장면도 보면, 일본 올림픽 팀 선수들의 반응 속도가 평소보다 많이 떨어졌다.
속도에서 엄원상에 완전히 밀린 나카야마 유타. 네덜란드 PEC 즈볼러에서 뛰는 이 수비수는 잉글랜드의 애런 크레스웰을 연상케 하는 정교한 왼발을 지닌 남자였다.
수비적으로도 뛰어나, 왼쪽 스토퍼 역시도 가능했다.
“간바레-!! 할 수 있어!!”
두 손을 입가에 모으고 선수들을 독려한 모리야스 하지메. 그는 직후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돌아서서 복잡하게 변한 경기를 풀 방법을 고민했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치는 것까지는 고려했어도, 뒤진 채 끝내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삐?익!
경기의 재개를 알리는 주심이 휘슬을 불고, 볼을 뒤쪽으로 가져간 일본은 후방 빌드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선제골로 기세가 오른 대한민국의 강한 전방 압박이 일본의 패스 실수를 유도했고, 사이드라인 밖으로 벗어난 볼은 그대로 모리야스 하지메의 발 아래로 굴러왔다.
탁.
“…….”
발바닥으로 받아 낸 볼을 허리 굽혀 집어, 모리야스 하지메가 그것을 김진야에게 전한다.
상대적으로 손쉬운 조에 편성된 한국은 본선 그룹 스테이지부터 18명의 스쿼드를 최대한 활용해 왔고, 오늘도 8강과 4강에 뛰지 않았던 김진야를 내세웠다.
김진야는 가뜩이나 일본이 고질적으로 약점이었던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 수 있는 남자다.
성인 대표팀 레벨에서도 최상위권인 체력을 바탕으로 피치 전체를 엄청나게 뛰어다니고, 부족한 수비기술을 그러한 부지런함으로 채우고 있다.
체력적으로 완벽한 상태라면 김진야를 요리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겠지만, 지금은 그가 골칫덩이로 느껴졌다.
“아까워!”
정우영의 빗나간 패스를 틈타, 일본은 빠르게 공격으로 전환하여 역습을 노렸다.
일본의 후방 빌드업 핵심인 VfB 슈투트가르트 소속의 엔도 와타루(Endo Wataru)가 도안 리츠가 자유로운 것을 보고 빠르게 패스를 전했지만, 엄청난 속도로 돌아온 김진야가 볼을 걷어 내어 스로인을 만들었다.
심지어 부심은 마지막 순간 도안 리츠의 발에 맞았다며, 대한민국의 소유권을 선언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쇄도했거나 조금 더 빠르게 다음으로 볼을 전개했다면 좋은 장면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허무하게 기회를 날려 버리고 말았다.
아쉬움에 탄식을 토해 낸 모리야스 하지메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너머, 대한민국의 감독 주앙 지 데우스는 정우영을 향해 집중할 것을 주문한다.
현재 대한민국은 남은 시간을 잘 풀어 나갈 훌륭한 결과물을 챙겼고, 운영을 좀 더 영리하게 한다면 다급한 일본에 추가적인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기껏 잡은 우위를 놓아 버리는 건 실수인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주앙 지 데우스는 살짝 예민해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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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해설위원
“뭐 아직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주앙 지 데우스 감독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 확실히 본인의 색을 보여 준 느낌입니다. 수비 전술이라든가 더블 볼란치의 활용법이 상당히 좋았다는 평이 있습니다.”
(남현종) – KBS 캐스터
“주앙 지 데우스 감독의 거취에 대해서도 말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요.”
(한희준)
“그렇습니다. 일단 현재까지의 분위기로는 잔류보다는 새로운 올림픽 팀 감독을 데려오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일단 주앙 지 데우스 감독이 클럽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조원희) – KBS 해설위원
“그럼 더 잘해야죠. 대한민국 선수들. 국민과 감독을 위해 꼭 올림픽 동메달을 가져와 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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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서 먼저 한 골 뒤지게 된 일본은 이후로 조금씩 공격의 고삐를 조여 갔다.
나카야마 유타와 엔도 와타루가 후방에서 전방으로 길게 패스를 보냈고, 짧은 패스로 볼이 전개되면 늘 마지막은 쿠보 타케후사(Kubo Takehusa)의 몫이었다.
일본이 입을 모아 극찬하는 천재.
소위 일제 메시(和製 メッシ).
아시아인 최초로 ‘라 마시아(La Masia)’와 ‘카스티야(Castilla)’를 모두 경험한 재능으로, 일본은 쿠보 타케후사가 역대 최고의 재능이라고 말하고 있다.
어린 시절과 2019 폴란드 U-20 월드컵때만 해도 이강인이 쿠보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 모양새였지만, 지난 시즌을 기점으로 쿠보가 부쩍 치고 들어왔다.
어떻게든 둘을 라이벌로 묶으려는 사람들과는 달리, 정작 두 사람은 서로를 베스트 프렌드라고 부른다.
그렇지만 오늘, 이강인은 모든 사적인 마음을 잠시 접고 쿠보 타케후사를 오직 적(敵)으로만 바라보고 있다.
후방에서부터 이어진 일본의 패스가 쿠보의 발밑에 도달한 순간, 이강인이 다소 거친 몸싸움으로 상대를 밀어 넘어뜨리며 볼을 빼앗는다.
그리고 그에, 쿠보는 피치를 뒹굴었다.
“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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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 MBC 해설위원
“아- 좋아요! 파울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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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진영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바닥을 뒹군 쿠보 역시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주심을 바라보다 앞에서 달리는 이강인을 본다.
서로 친했기에 지금의 동작은 큰 배신감이 느껴지는 것이었고, 그래서 쿠보는 바로 이강인에게 내달렸다.
그리고.
쿵-!!!
“욱!!”
팔꿈치를 살짝 세워 이강인의 등에 강하게 부딪힌 쿠보 역시 충격을 느끼지만, 그대로 고꾸라진 이강인은 허리춤을 부여잡으며 괴로워했다.
그것을 본 순간 쿠보는 마음이 약해지면서도, 이강인이 먼저 도발했기 때문이라며 스스로 합리화했다.
더 나아가 이번에는 파울을 분 주심에게 다가서서, 아까 파울을 주지 않은 상황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런 쿠보에게 돌아온 건 노란색의 옐로 카드 한 장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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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지마 노부)
“약간 심판이 공정하지 못하네요. 한국에 유리하게 판정하고있지 않은가. 지금은 그 전에 파울을 불었어야 합니다.”
(야베 히로유키)
“밤락 웨예사 주심. 에티오피아 국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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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격렬한 감정이 오간 뒤, 이강인도 또 쿠보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이는 오늘의 경기가 지닌 의미를 보여 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서로 단 한 번도 같은 팀에서 뛰어 보지 않았음에도 깊은 우정을 쌓아 온 두 사람이다.
그런 이들이 서로를 감정적으로 대한다는 건, 어디까지나 동메달과 한일전이란 타이틀 때문이다.
그리고 이때, 둘은 서로의 미래를 깨닫게 됐다.
어쩔 수 없이, 라이벌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한일전이란 그런 것이다.
삑-!
하프라인 앞쪽에서 이뤄진 프리킥.
볼의 앞에 섰던 백승호가 오른쪽 측면으로 넓게 벌려서 있던 이유현을 바라본다. 길게 걷어찬 볼은 곧 멀리 날았고, 이를 받은 대한민국의 풀백은 이강인을 찾았다.
일본이 쿠보 타케후사에게 조립된 공격의 화룡점정을 맡기는 것처럼, 대한민국 또한 대회 내내 이강인에게 같은 역할을 요구해 왔다.
한때 스스로 외톨이라 여겨 세상 전부와 맞서 싸우려들 때도 있었지만, 자신에게 올바로 손을 뻗어 준 존재들에 의해 이강인 역시 여유를 찾게 되었다.
이후론 클럽 생활에서 상처를 받으면, A대표팀이나 올림픽 팀에서 상처를 회복하길 반복했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 정도 되었을 때, 이강인은 스스로에 굳이 상처를 줄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고집을 피웠을 때 괴로운 건 주변도 마찬가지지만, 누구보다 고집을 피우는 본인이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 그게 반복되다 보면, 혼자만의 세상에 갇히고 만다.
“강인!”
“…….”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볼을 전달받은 이강인이 다시 패스를 요구하는 이규현을 본다.
그런 그를 일본의 왼쪽 공격수인 소마 유키(Soma Yuki)가 좇았고, 이강인은 자신의 뒤에 누구든 있을 거로 생각했다. 쿠보거나, 아니면 다나카 아오(Tanaka Ao)일 것이다.
그것이 누가 되었건 개의치 않은 이강인이 가볍게 몸을 돌린 순간, 일본의 수비수 하나가 손쉽게 벗겨져 나간다.
“오우-!”
대한민국의 코치들 사이에서 멋진 턴에 대한 솔직한 반응이 터져 나오고, 몸을 돌려 골대를 정면으로 보게 된 이강인의 앞에 여러 개의 선택지가 등장한다.
직접 드리블을 해도 좋고, 아니면 반대편 멀리에 있는 정우영에게 패스해 일본의 수비를 좀 더 좌우로 흔드는 것 역시도 가능했다.
하지만 그 어떠한 것도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강인은 결심을 했고.
“…….”
고개를 아래로 내려 축구공을 바라보며, 슈팅을 가져가는 동작을 취해 보였다.
그러자 이에 약간 떨어진 위치에서 이강인의 다음 판단을 기다리던 쿠보가 반응한다.
골대로 쏘아지는 슈팅을 막기 위해 앞으로 튀어 나간 쿠보는 양팔을 가슴 앞에 모으고 다른 부위로 슈팅을 저지코자 몸을 오른쪽으로 비틀었다.
어떻게 본다면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었지만, 그는 곧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락없이 슈팅을 날리는 줄로만 알았던 이강인이 드리블로 전환해 앞으로 볼을 더 굴렸고, 이미 하나의 동작을 가져간 쿠보는 상대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속으로 안타까운 외침을 내뱉는 쿠보의 눈에, 골대가 아닌 왼쪽을 바라보는 이강인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거기로 패스를 보내려는 것 같다.
‘속임수야.’
“?ん中-!!!”
(정가운데-!!!)
하지만 쿠보 타케후사는 이강인이 다음 어떠한 플레이를 가져갈지를 알고 있었다.
어째서라고 묻는다면 정확한 이유를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이었더라도 같은 상황에서 같은 선택을 가져갈 것 같았다. 아마도, 비슷한 재능을 부여받은 10번(AM)이기 때문일 거다.
그러나 이런 쿠보 타케후사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수비는 이강인에게 영락없이 당해 버리고 만다.
일본의 수비 전체가 이강인의 시선을 따라 정우영에게 향한 순간, 이강인은 토미야스 타케히로의 뒤로 슬쩍 돌아 나가는 조규성을 놓치지 않았다.
툭-
‘?? 거짓말?’
‘뭐??’
현재 일본 올림픽 팀의 중앙 수비는 A대표팀 선수인 토미야스 타케히로와 요시다 마야로 구성되어 있다.
1998년 11월 5일에 태어난 토미야스 타케히로는 올림픽에 참가 가능한 나이지만, 요시다 마야는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모리야스 하지메가 이런 조합을 구상한 건, 그만큼 일본이 중앙 수비에 높은 비중을 둔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지금, 일본이 가장 신뢰하는 두 명의 수비수가 이강인이라는 재능에 완전히 농락당하고 있다.
조규성을 놓친 토미야스 타케히로는 물론, 요시다 마야 역시 두 사람의 가운데로 통과하는 축구공을 멍하니 넋 놓은 채로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뒤늦게 사카이 히로키(Sakai Hiroki)를 따라 오프사이드를 주장해 보지만, 이미 축구공은 일본의 골라인을 넘어섰다.
삑-! 삐?익!!
.
(배정세) – SBS 캐스터
“이규현이 이강인에게.”
(박성문) – SBS 해설위원
“뜨허어잇-!”
(배정세)
“멋지게 몸을 돌리는 이강인! 바로 슈팅을 가져가는 듯하지만, 다시 또 앞으로 전진합니다! 벗겨지는 쿠보!”
(박성문)
“때려야죠!!”
(배정세)
“이강인! 으아- 앞쪽으로!”
(박성문)
“으어어아아아-!”
(배정세)
“조규서엉-!!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박성문)
“골입니다아아아아~~!!!!”
(배정세)
“2:0을 만드는 대한민국!!! 대회 득점왕을 사실상 결정짓는 조규성의 두 번째 골!!! 이강인의 환상적인 패스를 조규성이 놓치지 않습니다!!!”
(박성문)
“으아~ 대단합니다!! 지금은 영락없이 이강인이 슈팅을 쏜다고 봤거든요?? 그런데 모두를 속이는 완벽한 노룩 패스!! 이게 바로 대한민국의 이강인입니다!!”
(배정세)
“박지성과 김다온 또 손흥민! 그다음은 이강인입니다! 그리고 여기 또 한 명! 대한민국에 혜성처럼 등장한 축구 괴물!! 조규성이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아홉 번째 득점을 만들어 내며, 대한민국을 좀 더 동메달과 가까운 위치로 올려놓습니다!!!”
.
.
(야지마 노부)
“……당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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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 역사에서 소위 천재(天才)라고 불렸던 이들이 있다.
강릉농공고 출신으로 당시 대회 득점왕을 휩쓸던 윤화평. 심판폭행과 부상으로 커리어를 날린 1990년대 초반 최고의 재능이었던 성한수.
한국의 조지 베스트란 평가를 얻은 박양하와 앙팡테리블이란 별명으로 더 유명한 고종수. 마지막으로 김종부와 김병수는 어쩌면 대단한 레벨까지 성장할 수 있던 이들이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하나같이 학연과 지연 그리고 각종 이권 등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축구에 의해 희생당했다.
그나마 고종수는 김호 감독의 배려 아래 특유의 창의력을 발휘할 기회를 많이 얻었지만, 재능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했던 신체가 재능을 모조리 앗아가 버렸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새로운 흐름 속에 우수한 재능을 계속 발굴 중이었고, 김다온과 손흥민이라는 두 명의 월드클래스는 그들의 목표가 되어 주고 있다.
어쩌면 더 힘든 시기를 보낼 수도 있었던 이강인이나 불과 2년 전까지 완전한 무명이던 조규성이 스타가 된 것도, 새로운 축구 문화 때문이었다.
코너플랫으로 먼저 달려 나간 조규성이 뒤따라온 이강인을 안아 번쩍 들어 올리고, 곧이어 다소 진부한 구두닦이 셀레브레이션을 위해 직접 무릎을 꿇었다.
그 위로 발이 올라오고, 열심히 구두를 닦는 시늉을 한 조규성이 다시 이강인을 끌어안는다.
그리고 이를 보며, 잔뜩 환호했던 주앙 지 데우스는 저 두 사람이 대한민국의 다음을 이끌어 나갈 미래라는 강한 확신을 품는다.
자신이 만든 세대가 다음 단계인 A대표팀 레벨에서도 멋지게 활약할 날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전반전 26분.
대한민국은 그들의 세 번째 올림픽 메달에 성큼 다가선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