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59)
Sp2. Road to World Cup (21)
2021년 9월 11일. 레스터 LE2 7FL, 잉글랜드. 필버트 웨이. 킹 파워 스타디움.
.후반 13분
레스터 0 : 1 맨체스터 시티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2-3-1
GK ? 에데르송 / GK ? 카스페르 슈마이켈
RB ? 키런 트리피어 / RB ? 티모시 카스타뉴
RCB ? 후벵 디아스 / RCB ? 찰라르 쇠왼쥐
LCB ? 에므리크 라포르트 / LCB ? 야닉 베스터고르
LB ? 주앙 칸셀루 / LB ? 라이언 버틀란드
DM ? 페르난지뉴 / RCM ? 유리 틸레망스
RCM ? 로드리 / LCM ? 윌프레드 은디디
LCM ? 일카이 귄도안 / RAM ? 마크 올브라이튼
RW ? 리오넬 메시 / CAM ? 제임스 매디슨
LW ? 베르나르두 실바 / LAM ? 하비 반스
ST ? 엘링 홀란 / ST ? 제이미 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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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간의 답답했던 흐름 속, 펩이 먼저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코너플랫에서 함께 몸을 풀던 이가 벤치 쪽으로 향하자, 주변의 모든 관심이 거기로 쏠린 것이 느껴졌다. 미디어와 팬 그리고 선수들 모두 마찬가지다.
또 이번 교체는 펩이 빠르게 본인의 실패를 인정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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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맨체스터 시티가 선수 교체를 준비합니다. 주드 벨링엄입니다. 이적 시장 마지막 날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선숩니다. 도르트문트에 무려 1억 유로를 주고 맨체스터 시티가 영입했습니다. 이번 시즌 그들의 유일한 영입이기도 합니다.”
(짐 베글린)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재능에 있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다만 아직 본인의 역량을 충분히 증명하진 못했습니다. 과르디올라는 벨링엄에게 부담을 주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지금 상황은 이 어린 선수에겐 제법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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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
“?”
“Kill`em All. 알겠지?”
민재와 난 오늘 교체 명단에서도 제외된 상태지만, 일단 나는 홀로 팀과 레스터 원정에 동행했다.
긴장하고 있을 수도 있는 주드를 챙기기 위한 것으로, 오전 클럽하우스에서 훈련할 때부터 지금까지 녀석의 곁에 찰싹 붙어 이런저런 조언을 해 줬다.
박살 내고 오라는 나의 말에, 주드가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맡겨만 줘요.”
“그래. 다치지 말고.”
“Yes, Sir-”
주드가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대답을 하자, 눈을 동그랗게 뜬 플랜차르트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정확히 10살의 나이 차가 나고 내가 주장인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단어도 아니고 Sir라는 단어를 사용한 게 의외라는 얼굴이었다.
그래서 난 어깨를 으쓱여 플랜차르트의 시선을 받아 냈고, 다시 피치에 시선을 두었다.
오늘은 솔직히 졸전이고 해서 할 말이 없었는데, 이 경기를 보고 있는 양 팀의 팬에게 미안한 수준의 내용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본래라면, 지금쯤 3:0은 되어야 했다.
최소 2:0이라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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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과르디올라 감독이 상당히 실험적인 결정을 했습니다. 한 골 앞서고는 있지만, 아직 불안한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18살밖에 되지 않는 주드 벨링엄을 선택했습니다.”
(양은석) – SPORTV 캐스터
“정지현 해설위원님께서 전반전부터 맨체스터 시티 중원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요.”
(정지현)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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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의 경기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뻑뻑한 중원 탓이다.
뛸 수는 있어도 90분을 소화하긴 힘든 케빈과 포든의 경기력이 올라오기 전, 펩은 로드리를 오른쪽 메짤라(Mezz`ala)로 두는 방법을 연구했던 것 같다.
기대만큼의 경기력이 나오지 않아 새로운 6번(DM)에 관한 루머가 많았던 만큼, 로드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팀의 중요한 과제기도 했다.
물론 올 시즌은 지난 시즌보다는 훨씬 나았다.
첫 출전한 노리치와의 경기에서는 중원을 지배하는 모습을 보여 줬고, 9월 A매치 전 아스널과의 경기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승리에 이바지했다.
다만 공격에 쓸 자원이 부족한 현재의 팀 사정상 케빈과 베르나르두가 10번(AM)으로 나설 일이 잦아질 만큼, 로드리도 좀 더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 줘야 한다.
오늘은 그 시작이었고.
결과는.
삐?익!
휘슬을 분 폴 티어니가 교체를 지시하고, 교체 판넬에 본인의 등번호가 적힌 것을 본 로드리가 고개를 푹 숙이며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 나온다.
주드의 앞에서 애써 웃는 그는 힘을 내보는 듯했지만, 누가 봐도 현 상황에 좌절하고 있었다.
“지오. 자리 좀 바꾸자.”
“그러지, 뭐.”
뒤에 있던 지오와 자리를 바꾼 후, 나는 앞으로 온 로드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주먹을 부딪친 후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로드리가 스페인어로 가볍게 욕설을 내뱉었는데, 약간은 펩을 원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4-3-3의 6번(DM)이나 3-4-2-1의 중앙 미드필드로 뛰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 줬는데, 갑자기 8번(CM)으로 끌어 올린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예민한 선수의 경우 이러한 것으로도 얼마든지 슬럼프가 올 수 있기에, 난 그를 달래고자 지오와 자리를 바꿨다.
“어려운 요구였어.”
“빌어먹을. 좀 더 잘했어야 했어.”
“넌 잘했어. 펩이 좀 너무한 거야.”
“…아니. 결국에는 내 문제야.”
“너무 자책하지 마. 넌 대단한 녀석이라고.”
“하- 너만 하려고.”
팀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악역이 될 수 있다.
이는 펩이 지난날 내게 한 이야기 중 하나다.
주장이 된 이후엔 특히나 이 말을 더 자주 했는데, 지금도 난 펩을 먼저 적으로 만들면서 로드리를 진정시켰다.
꼭 필요했던 반응인지라, 나는 안심하며 로드리가 사후관리를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본인도 내 위로가 괜찮았는지 표정이 편안해진 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피치를 바라봤을 때, 나는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펩과 눈이 마주쳤다.
그래서 난 미소와 함께 한쪽 눈을 찡긋했고, 입꼬리를 슬쩍 올린 펩이 고개를 돌렸다.
‘이것도 팀 플레이지.’
감독과 주장이 만든 합작품에 만족하며, 볼이 머무는 곳을 찾아 시선을 움직인다.
다른 사람들의 고개 방향을 쫓아가는 일은 무척 쉬웠는데, 그곳엔 지뉴로부터 패스를 받아 든 주드가 있었다. 그런 그에게로 은디디가 달라붙는다.
또 정면에서는 하비 반스가 접근하고 있었는데, 난 곁에서 소리를 지르려는 콜 파머에게 손을 뻗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벤치에서 소리를 질러봤자 피치에서는 들리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난 저 녀석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궁금했다.
강력한 골든 보이 후보.
사람들은 올해 아니면 내년 주드가 골든 보이와 ‘골닷컴’의 nxgn(NeXt GeNeration)을 모두 독점할 거라 말하고 있다. 특별히 의심이 되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나는 정말로 그 정도로 대단한 녀석이라면, 벤치의 도움 없이도 지금의 압박을 벗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Vamos. 시티라는 걸 증명해 봐.’
시시각각 다가서는 은디디와 반스.
특히 은디디는 어려운 선수다.
발밑 기술과 공격 전개에 있어 부족해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진 못하지만, 수비만큼은 은골로 캉테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더 위라는 평을 얻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비상시에는 센터백으로도 뛸 때가 있는데, 중앙 수비치곤 다소 부실한 신체조건(183cm/77kg)이지만 그게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퍼포먼스를 보여 준다.
그런 은디디를 상대로, 주드는 어떻게 할까?
이런 내 의문은 바로 풀리게 된다.
“와우!”
벤치 어딘가에서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오고, 발바닥을 사용해 절묘한 방향으로 몸을 돌린 주드는 너무나도 간단하게 은디디와 반스의 압박을 무력하게 만들었다.
그리곤 곧바로 반대편의 베르나르두에 패스를 보냈고, 돌파를 시도하던 그를 카스타뉴가 잡아채 프리킥이 선언됐다.
경기가 잠시 멈춘 틈을 타, 나는 옆줄 끝에 있는 케빈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케빈!!”
“?”
“How About That?”
알다시피 세계 최고의 미드필드인 케빈은 탈압박을 하는 부분에서도 초일류다.
화려한 기술 없이 상대의 무게중심이나 동선을 활용한 탈압박 능력은 토니와 함께 첫손가락을 다툰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 주드가 보여 준 게 바로 그런 능력이다.
너무 쉽게 압박을 벗겨 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위기 상황이었다는 걸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 말이다.
내 질문을 받은 케빈 역시 한쪽 입꼬리를 치켜세우며 피식하는 반응을 보여 준다.
아니, 대답하라고.
하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첫 번째로 가져간 볼터치 하나로 번뜩임을 보여 준 주드의 다음 플레이 역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만큼 대단했다.
분명 좁은 공간이었음에도, 주드는 길쭉한 다리를 잘 활용해 다시 한번 두 명의 압박에서 벗어났다. 특히 이번은 속도를 죽이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달려드는 제임스 매디슨을 볼을 잠깐 발아래에 멈춰 놓는 것으로 벗겨 냈는데, 연이어 놀라운 플레이를 본 순간 나는 이번 영입이 대박이 될 것임을 확신했다.
겨우 두 번의 플레이만으로 그걸 알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스스로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는 가정하에, 저런 식으로 축구를 하는 녀석은 성공할 수밖에 없다.
오직 경험으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본능적으로 타고난 녀석들은 남들보다 몇 배의 시간을 번다.
이후로도 주드는 계속해서 레스터의 압박을 벗겨 내고 전방으로 패스를 잇는 작업을 이어 갔고, 후반전 24분에는 직접 페널티 박스 밖에서 슈팅을 가져가기도 했다.
파앙-!!
“우-!!”
“So Close-!!”
카스페르 슈마이켈의 눈부신 선방이 주드의 데뷔전에서의 골을 빼앗아 간 순간, 나는 어느새 우리 모두가 주드의 플레이에 매료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짜식. 좀 하잖아?’
이렇게 되고 나니, 마지막 순간에 저 녀석에게 등번호를 양보한 것이 아쉽지 않았다.
카일이 아틀레티코로 완전히 이적한 후 팀의 2번이 공석이라 내게 바꿀 것인지를 물었는데,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던 나는 22번을 계속 쓰다가 8월 31일에 2번으로 돌아왔다.
축구를 시작한 이후 줄곧 22번만을 달고 뛰었던 주드가 같은 것을 계속해서 달고 뛰길 바랐기 때문이다.
도르트문트에서의 한 병원에서 메디컬 테스트를 하던 주드는 내가 등번호를 양보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머리를 감싸 쥐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한국에 있을 때 집으로 엄청난 소포가 도착했는데, 주드가 수호의 옷과 신발을 한가득 보내 준 것이다.
여러모로 기특한 녀석 아닌가?
삐?익!
후반전 30분.
한 골 차의 아슬아슬한 리드가 계속해서 이어지는 상황에서, 엘링이 얻어 낸 프리킥이 좋은 지점에서 주어졌다.
체력적으로 아직 온전치 못한 리오를 교체하려고 준비하던 펩이 잠깐 포든을 대기시켰고, 그렇게 프리킥을 처리하게 된 리오가 피치에 놓은 볼의 앞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잠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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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테어 만) – City TV 코멘테이터
“좋은 위치에서의 프리킥. 리오넬 메시가 준비합니다. Messi Hit`s on Target—-!! 그대로 네트에 가 꽂힙니다!! 아주 훌륭했던 프리킥입니다!! 이번 득점은 말 그대로 아름다웠습니다! 추가득점이 필요했던 시티에 매우 중요한 득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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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아 몸이 무거워 보였던 리오였지만, 그래도 역시 중요한 순간에 가장 믿을 수 있는 남자임을 모두에게 보여줬다.
리오의 득점이 나온 순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손을 번쩍 들었고, 이후 손뼉을 치며 동료들과 기쁨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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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스테어 만)
“City is Never Stop. 오늘도 이 전차는 승리라는 역을 향해 계속해서 직진하고 있습니다.”
(숀 고터) – City TV 공동-코멘테이터
“새로운 시즌이 되었고, 시티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그러다 8월 마지막 날 주드 벨링엄을 영입했습니다. 1억 유로를 썼고 그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게 전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알리스테어 만)
“Two Nil-! 앞서나가는 맨체스터 시티. 이제 시티의 두 번째 교체입니다. 포든과 아케가 준비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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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21/22 EPL 4R)
레스터 0 : 2 맨체스터 시티
[골] 베르나르두 실바 : 후반 08분리오넬 메시 : 후반 31분(F.K)
김다온 ? 미출전(명단 미포함)
***
맨체스터 시티의 승리가 결정되고 약 2시간 뒤, 이번에는 아조레스 제도의 포르투갈 군도에서 대한민국의 축구팬을 기쁘게 만들 소식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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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도 코엘류) – SL 벤피카 TV 캐스터
“곤살베스. 안쪽을 잠시 보지만, 볼을 보낼 곳을 찾습니다. 강인에게. 강인. 오-! 이건 대체 무슨 패스죠?! 누네?스!!! 오, 이런 세상에나!! 완벽하게 미친 패스입니다!! 한국인의 패스에 산타 클라라가 완전히 얼어붙습니다!! 누네즈의 훌륭한 마무리! 강인의 더 훌륭한 패스! 이게 바로 벤피카입니다! Viva Benf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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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뒤】 폰타 델가다 9500-702 포르투갈. 레지오날 다 히베이라 그랑데 1097. 에스타디우 지 상 미겔(Estadio de Sao Miguel. Estr. Regional da Ribeira Grande 1097, 9500-702 Portugal).
득점 이후 곧바로 자신에게 패스를 찔러준 이강인에게 달려간 다윈 누녜즈(Darwin Nunez)가 새롭게 합류한 한국인 동료를 번쩍 들어 올린다.
동료에 의해 피치의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간 이강인은 왼손을 번쩍 들며 포효한다.
그런 두 사람에게로 벤피카의 선수들이 뛰어들었고, 이를 본 조르제 제주스가 피식하고 웃으며 코치들을 바라봤다. 그의 표정에서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드러나고 있었다.
벤치로 돌아온 제주스가 자리에 앉으며, 곁에 있는 코치에게 간단한 소감을 전한다.
“죽여주는 패스였어.”
“네. 확실히 그랬죠.”
지난해 SL 벤피카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시즌을 보냈다.
2019/20 시즌에 이어 2년 연속 리그 우승을 놓쳤고, 심지어 두 개의 국내 컵 대회에서는 SC 브라가에 모두 패배하며 준우승이 그쳤다.
거의 10년 만의 무관(無冠)이었고, 김다온의 합류를 전후로 포르투갈 리그를 주름잡던 SL 벤피카의 한 시대가 그대로 저무는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아쉬웠던 부분은 포르투갈 최고의 중앙 미드필드로 평가받던 피찌의 몰락이었는데, 그의 기량이 저하되면서 덩달아 벤피카 특유의 공격력 역시도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던 중, 절치부심하며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던 SL 벤피카의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전화를 걸어온 주인공은 과거 SL 벤피카와도 인연이 깊었던 요나스 보럽이었고, 그는 이강인의 대리인으로서 발렌시아를 떠나 팀에 합류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이는 때마침 피찌의 후계자를 찾던 SL 벤피카의 필요와도 맞아떨어졌는데, 걸림돌이었던 이적료 부분에서 생각보다 저렴하단 걸 확인한 이후엔 망설임 없이 계약을 진행했다.
벤피카는 지난 8년 동안 한국인과 인연이 깊었다.
김다온을 시작으로 이청용 등이 SL 벤피카의 유니폼을 입었고, 하나같이 많은 부분에서 클럽을 만족시켰다.
경기력이라든가 클럽하우스 안팎에서의 태도는 물론, 상업적으로도 큰 이바지를 보여 주며 셀링(Celling) 클럽인 벤피카의 시즌 전략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게다가 이번엔 김다온의 추천까지 있는 상황.
SL 벤피카로서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영입이 된 이강인은 첫 훈련부터 번뜩임을 보여 줬는데, 첫 선발로 출전한 오늘 경기에서 본인이 왜 스페인 최고의 재능으로 불렸는지를 마음껏 입증하고 있었다.
삑-! 삐?익 삐—익!!
전반전이 끝나는 휘슬이 불리고, 원정에서 45분 만에 2:0으로 앞서 나간 조르제 제주스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드레싱 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언제나 그랬듯 현재의 벤피카에도 훌륭한 재능들이 즐비했는데, 그것을 하나로 묶어 줄 연결고리가 예년에 비해 부족해 보였던 게 사실이다.
특히 투지라는 측면에서 현재의 벤피카는 크게 부족했고, 새롭게 합류한 이강인이 그걸 채워 주고 있는 듯했다.
득점을 기록한 다윈 누녜즈와 그다음을 예약한 곤찰루 하무스(Goncalo Ramus). 언젠가 빅리그의 센터백이 될 수 있는 모라투(Morato). 포르투갈 국가대표의 부름을 기다리는 플로렌티누도 벤피카가 자랑하는 재능이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제2의 주앙 펠릭스로 점찍힌 디에고 모레이라(Diego Moreira)는 16살의 나이에 U-19팀으로 월반한 후 얼마 전 데뷔 무대를 가졌다.
이렇게 젊은 재능이 번뜩이는 SL 벤피카에서, 이강인인 자신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주변인들과 함께 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축구를 하고 있다.
모르는 새 스스로 위축되어 있던 축구에서 벗어나, 라 마시아와 카스티야라는 세계 최고의 유망주 산실에서 태어난 이들보다도 뛰어난 재능으로 평가받았던 이유를 증명 중이다.
물론 이제 겨우 한 경기뿐이지만, 오랜 경험을 한 조르제 제주스는 알 수 있었다.
‘조만간, 스타가 탄생하겠어.’
SL 벤피카에 또 한 번, 한국인 열풍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걸 말이다.
월드컵으로 향하는 길.
대한민국의 핵심과 미래를 대표하는 재능은 모두, 순조로운 시즌 출발을 이어 나가고 있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누구보다 끈끈한 유대를 자랑하면서 말이다.
대한민국의 9월은 무척 순조롭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