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6)
125화
·2012/13 Champions League Groups Stage 추첨 결과
-> Group G
FC 바르셀로나(스페인) ? 1번 시드
셀틱 FC(스코틀랜드) – 2번 시드
SL 벤피카(포르투갈) – 3번 시드
스파르타크 모스크바(러시아) – 4번 시드
-> 경기 일정
Game 1 : 2012.09.19. @ 셀틱 FC
Game 2 : 2012.10.02. VS FC 바르셀로나
Game 3 : 2012.10.23. @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Game 4 : 2012.11.07. VS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Game 5 : 2012.11.20. VS 셀틱 FC
Game 6 : 2012.12.05. @ FC 바르셀로나
[FC 바르셀로나를 만난 벤피카. 최악의 대진은 아니지만, 리그 2위가 현실적인 목표. – A Bola]***
2012년 9월 2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오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경기 시작 10분 전
SL 벤피카 0 : 0 CD 나시오날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Match-Up`s Tactics(벤피카/상대팀) : 4-4-2(D)/4-3-3(A)
GK ?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 ? 블라단 길리엔
RB ? 막시 페헤이라 / RB ? 주앙 아우렐리우
CB ? 루이장 / CB – 모레노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레브송
LB ? 김다온 / LB – 마르살
DM ? 네마냐 마티치 / DM – 클라우드미르
CM ? 브루노 세자르 / CM ? 데얀 스코르닉
CM ? 엔초 페레즈 / CM – 이사엘
AM ? 카를로스 마르틴스 / RW ? 다니엘 칸데이아스
ST ? 오스카 카르도소 / ST ? 마리우 론돈
ST ? 호드리구 / LW – 마테우스
.
.
원정에서 돌아와 회복훈련이 시작되었던 날, 우리를 연습용 피치 위에 불러모은 감독님이 가장 먼저 하신 일은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자신이 팀의 재능을 완벽하게 사용하고 있지 못하며, 몇몇 잘못된 선택들 때문에 팀을 위기로 몰아넣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우리에게 사과를 보내며, 내일 있을 훈련부터는 기존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새로운 일을 해야 할 수도 있다면서 변화를 예고하셨다.
그 새로운 일의 결과가 바로, 오늘의 팀 전술과 또 선발라인업에서 잘 드러난다고 본다.
작년의 그 좋았었던 다이아몬드 4-4-2로의 회귀와 함께, 포르투갈 국가대표로도 활약한 카를로스 마르틴스(Carlos Martins)가 최초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호드리구와 카르도소의 위치 또한 바뀌었는데, 좌우만 바뀌었을 뿐 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은 똑같다.
하지만, 실제 피치 위에서의 내용은 무척이나 다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VAMOS!! 우린 저들보다 더 뛰어난 팀이고!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오늘 승점 3점을 가져갈 수 있어! 그러니, 나가서 개처럼 뛰고 또 기분 좋게 돌아가자!”
“좋아! 가자!”
“오늘은 이길 거야!!”
SC 브라가와의 홈 개막전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기에, 우린 아직 홈에서는 승리가 없는 셈이다.
만약 오늘까지 홈에서 승점 3점을 챙기지 못한다면, 단 두 경기 만에 홈팬들은 큰 실망을 보낼 거다.
SC 브라가 전이 끝난 다음 날 리스본 지역 라디오 방송국 전화기에 불이 난 것만 보더라도, 이곳 사람들이 우리의 경기결과 하나하나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를 알 수 있다.
포르투갈, 축구에 미친 나라.
그리고 이곳 리스본.
‘축구가 삶 그 자체인 곳이지.’
선수 입장을 기다리다 그라운드로 나섰을 땐, 난 그것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첫 번째 홈경기에서의 패배와 나시오날이라는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대전카드 때문에, 관중석의 1/3 정도는 텅텅 비어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곳엔 35,000여 명에 달하는 관중들이 있다.
그들을 위해, 우린 승리해야 한다.
삐-익!!
전반전이 시작되고, 약간의 탐색전을 거친 뒤에 펼쳐지는 광경은 조금도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지난 원정 6 : 0의 승리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동료들은 올바르지 못한 위치로 움직이길 반복했고, 공격의 날카로움 또한 완전히 실종되어 버렸다.
전반 15분 만에 실망한 관중들의 야유가 간헐적으로 들려왔고, 하지만 우린 거기에 신경 쓰지 않고 눈앞의 상황에 집중했다.
그야, 당연하다.
“뚫렸어!!”
[아, 씨팔.]나시오날의 후방에서 연결된 긴 패스가, 스트라이커 마리우 론돈(Mario Rondon)의 머리에 맞고 뒤쪽으로 흘렀다.
그리고 헤더를 경합하고자 전진해 있던 에제키엘이 서 있던 공간으로 정확히 굴러들어왔다.
루이장의 커버가 없었다는 점으로 비추었을 때, 이 부분에 대해 둘은 전혀 커뮤니케이션이 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인다.
‘제발. 제발 닿아라.’
타악-!
빈 공간으로 파고든 데얀 스코르닉(Dejan Skolnik)의 슈팅이, 내 왼쪽 발끝을 맞고 굴절되어 골대 바깥으로 벗어난다.
{“우워어어어어…….”}
일단 가슴을 먼저 쓸어내린 관중들의 입에서 다시 한번 험악한 말들이 튀어나왔고, 가랑이를 찢은 채 자리에 주저앉아 있었던 나는 모라에스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곧장 돌아서서.
“에제키엘!! FALAR!!”
Falar는 ‘말하다.’라는 뜻을 가진 포르투갈어였고, 난 이 짧은 단어를 통해 소통이 부족했던 부분을 지적했던 거다.
본인의 실수를 잘 알았는지, 에제키엘은 곧장 손을 들어 올리면서 우리에게 사과를 표현해왔다.
‘젠장.’
분명 4개월 전만 해도, 이런 초보 중에 초보적인 실수는 하지 않았던 에제키엘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런던에 다녀오는 동안 다들 나사를 다시 죄는 작업을 깜빡한 것 같은 모습을 경기마다 보여주고 있다.
나시오날의 코너킥은 다행히도 모라에스의 품에 안착했고, 우린 지금의 이 실망스러운 상황을 바꿔야 할 것이다.
***
·전반 37분
SL 벤피카 0 : 0 CD 나시오날
바닥에 드러누워 고통스러워하는 카를로스 마르틴스를 바라보던 조르제 제수스가, 크게 양손을 교차하는 니코 마시엘의 신호에 고개를 푹 숙이며 이마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는 곧장 몸을 옆으로 돌려, 급하게 몸을 풀고 있던 파블로 아이마르를 가까이 불렀다.
“전반전은 이대로 끝내도 좋아. 무리하게 뛰다가 너까지 다쳐버리면, 무척이나 곤란해. 템포를 늦춰. 팀이 볼을 안전하게 소유하도록 만들고, 공격은 전방의 두 녀석에게 맡기자고. 알겠지?”
“네.”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마르를 격려한 조르제 제수스는, 또다시 늘어난 부상자를 생각하면서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각오는 했지만,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그것도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사실 올 시즌 SL 벤피카의 시즌 스케줄은 무척이나 괜찮은 편이었다.
4개의 대회를 병행해야 하는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리그 11라운드가 되어서야 스포르팅 CP를 만나고 FC 포르투와의 첫 번째 대결은 해가 바뀐 뒤의 일이었다.
제수스는 지난여름 팀을 좀 더 젊게 만들기로 했고, 현재 몇몇 유스들에게 A팀 훈련/B팀 경기를 하도록 만들면서 복잡해질 스케줄을 대비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제 어쩌면, 제수스는 계획보다 이른 시점에 그중 한 명을 A팀 경기에 불러들여야 할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그리고 그건 팀의 장기적인 비전에도 또 선수 개인에게도 별로 좋지 못한 일이었다.
제수스에게 필요했던 것은 약간의 시간.
하나, 그것은 허락되지 않고 있다.
아이마르가 교체를 위해 대기심의 앞으로 다가간 사이, 들것에 실린 마르틴스가 피치 밖으로 나온다.
곧바로 니코에게 다가가는 제수스.
그가, 마르틴스의 상태를 묻는다.
“일단은 검사를 해봐야 하는데, 조르제. 제 경험상 이건 최소 3개월짜리 부상이에요.”
“3개월이라고?”
“네. 만약 우리가 운이 좋다면요.”
어쩌면 시즌 첫 번째 경기가 그대로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필사적으로 표정을 유지하려는 제수스는 결국, 절망감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숙이곤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러곤 내내, 뒷모습만을 보였다.
지금 저 뒤엔, 마르틴스의 아내와 자녀가 있다.
‘지금쯤 사람이 도착했겠군.’
벤치로 돌아가는 척 몸을 돌린 제수스는, 마르틴스의 가족에게 다가간 구단의 직원이 눈물이 맺힌 여성과 곁의 아이를 데리고 움직이는 것을 보게 되었다.
***
·경기결과
SL 벤피카 0 : 1 CD 나시오날
이 세계에 몸을 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른다.
어째서 우리가 경기 하나하나에 집착하는 건지.
가장 큰 이유를 말해보자면, 우린 지는 것을 정말 끔찍이도 싫어한다.
물론, 누구도 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내가 말하려는 건, 바로 이 ‘끔찍이도’라는 부분이다.
왜 감정에도 정도가 있다고 하지 않나?
우리는 타고나기를 그렇게 태어났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축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승부욕이라는 것을 배울 수밖에 없다.
직장인들은 이런 걸 인사고과라고 하던데, 우리 축구선수들은 그런 인사고과를 한 경기 한 경기마다 치르는 셈이라 보면 된다.
그것도 얼굴조차 모르는 수십 수백만의 사람들이, 내키는 대로 뱉어내는 말들을 들으면서 말이다.
말하는데, 그건 진짜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만약 당신이 직장에서 일주일마다 평가를 받고, 그 평가를 하는 사람이 직장 상사가 아니라 직장 밖의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해보라.
그들은 업무 태도와 성과를 CCTV를 통해서만 볼 수 있다.
그리고 좋든 싫든, 어떠한 경로로든 그 이야기를 매번 들을 수밖에 없다면 어떤 기분일까?
전혀 모르는 사람이 게으르다고 비난하고 회삿돈만 좀먹는 머저리라고 말하며, 심지어 당신의 가족과 친구에 대한 험한 말들과 사생활을 들먹거린다면 어떤 기분이겠냐는 거다.
우리는 그걸 ‘압박’이라는 말로 쉽게 표현하지만, 사실 그것은 무척이나 복잡하고 또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우린 자연스레, 패배를 싫어하게 된다.
누구도, 싫은 소리는 듣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걸 말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우린, 승리를 바라는 팀이 아니었다.
열정, 갈망, 집착.
승리 하나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기적인 개자식이 되어야만 하는데, 어디에도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
감독님의 분노가 휩쓸고 간 자리.
내일부터 시작될 시즌 첫 A매치 주간을 앞두고, 우린 정말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오늘은 반드시 승리해야만 했고,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기분 좋게 A매치 휴식을 보냈어야만 한다.
[병신 새끼들.]이건 나까지 포함한 이야기였고, 두 경기 연속 MoM으로 선정되었다는 말도 내 기분을 전혀 나아지게 만들지는 못했다.
오늘 난, 100점 만점 중에 20점도 안 됐다.
“가자. 계속 거기 있어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저도 알아요.”
“……후우-”
다른 이들은 전부 떠났고, 지금 말을 건 사람은 루이장이었다.
그는 내 옆에 털썩 주저앉은 뒤, 두상을 손바닥으로 쓱쓱 문질렀다.
“시즌 초반은 늘 힘들지.”
“이 정도로 힘들 줄은 몰랐어요.”
“하하.”
“전 런던에 있었어요, 루이. 고작 팀과 40일 정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축구가 어려운 거야.”
루이장은 말했다.
아무리 최고의 시즌을 보낸 팀이라 할지라도, 여름을 성실하게 보내지 않는다면 3개월 뒤에는 추락하고야 말 거라고.
그건 이적/훈련 등의 모든 것을 포함하는 말이었다.
“사실, 네 말이 옳아. 그러니까, 피치 위에서는.”
“그런데 사람들이 제 말을 안 들어요, 루이.”
“그 이유는 네가 더 잘 알지 않아?”
“…….”
오늘도 날 가장 답답하게 한 사람은 엔초 페레즈와 네마냐 마티치였다.
둘은 나와 다른 선수들의 움직임에 전혀 응해주지 못했고, 계속해서 자신의 고집대로 밀고 나가면서 팀 전체의 템포와 운영을 거기에 맞추려고만 했다.
그래서 난 그들을 향해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지만, 오늘도 내게 남은 건 아픈 목과 그들에게 들은 욕설이 전부였다.
“그들은 제게 자격이 없다고 말하는 거예요. 그렇죠?”
“그래. 멍청한 짓이지만, 걔네들도 자존심은 있거든.”
“저한텐 그냥 멍청하게만 보이는걸요.”
“하하하. 그럴 수도.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야 해. 너도 걔네랑 연습하지 않았잖아. 어쩌면 걔네는 네가 합류하면서 바뀐 상황에 당황했을 수도 있어.”
“젠장! 제가 여름에 새롭게 합류한 게 아니라, 1월부터 있었던 거 알죠?”
페레즈와 마티치가 내게 호응해주지 않는 건, 본인들은 준비한 대로 하고 있을 뿐인데 사사건건 내가 태클을 걸어대고 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듣는 척하면서 좋게 무시했지만, 그것이 반복되자 결국 감정에 골이 생기고 있었다.
이게 좋지 않다는 것은 잘 알지만, 난 그들이 올바르게 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결과가, 그것을 잘 증명해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거 알아? 걔네 둘 다 축구를 끝내주게 잘하는 놈들이라는 거.”
“네. 그렇긴 하죠.”
루이장의 말대로, 페레즈와 마티치는 각자의 포지션에서 포르투갈 리그 최고가 될 수 있는 남자들이다.
나도 그걸 알고, 기량도 인정하고는 있다.
“그러니까. 무턱대고 소리만 지르지 말고, 걔네를 존중해 주면서 설득해보는 건 어때?”
“너무 뻔한 건 데도요?”
“너한테는 뻔할 수도 있겠지만, 걔네한테는 아닐 수 있잖아. 사실 나도 가끔은 네가 어째서 거기에 있고, 또 어째서 네가 골을 넣고 어시스트를 하는지 잘 모르겠어.”
“그야…….”
“그래, 그래. 뻔한 대로 움직였으니까. 맞지? 하지만 생각해봐. 모두가 너처럼 축구를 이해할 수는 없는 거야.”
“…….”
더 있으면 구단 직원에 민폐를 끼친다는 말에, 난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에 탑승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출발 예정 시간이 아직 남아 있어 동료들을 기다리게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단 지금은 거기로 가는 게 옳았다.
난 바닥을 청소 중인 관리인분에게, 미안하고 또 고맙다는 말을 전하면서 라커룸을 나섰다.
정작 이 말을, 팬들에게 전해야 했는데.
“늦었네.”
“응. 뭐 좀 챙긴다고.”
앞쪽에 앉아있던 에제키엘에게 대답하면서, 난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자리를 찾아갔다.
그러는 길에 페레즈와 마티치랑 시선이 마주쳤지만, 그들은 곧장 다른 쪽으로 눈길을 두었다.
우리에겐 앞으로, 해결할 문제가 있는 것 같다.
피치 안에서도 또 밖에서도 말이다.
그리고 난 루이장의 조언대로, 현명하게 그걸 풀어볼 방법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일단은 생각해보자.’
지금 뭔가를 더 하기엔, 머리가 너무 깨져버릴 듯이 아팠다.
내일 라디오는 과연 또 어떨까?
벌써, 걱정이 앞서는 나였다.
.
.
김다온 : 94분 출전(평점 7.9/팀 내 1위) – 경기 MoM
***
(셀소 바렐라) – 리스본 수페르 FM 진행자
“수페르 FM입니다! 지금 SL 벤피카의 팬이라고 말하는 분이 연결되어 있는데, 한 번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죠.”
? 여보세요?
(셀소 바렐라)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름이 뭔가요? 원하시면 밝히지 않아도 좋습니다.”
? 이름은 말하지 않겠어요. 다만, 이것은 확실히 말할 수 있죠. SL 벤피카의 요즘 경기력은 완전 똥구덩이의 구더기만도 못합니다! 어떻게 제대로 뛰는 인간이 하나도 없을 수 있죠? 제수스를 잘라야 해요! 그가 여름 이적시장을 망쳤습니다……(이하 생략).
***
작가의 말 ? 한국의 스포츠 팬들. 특히나 제 나이보다 어린 분들이라면 거의 상상도 못 하실 수 있겠지만, 유럽과 미국은 여전히 라디오가 굉장히 커다란 미디어 파급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스포츠에 열광하는 팬들은 라디오 채널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에 무척이나 큰 비중을 둡니다.
아무튼, 여기에서부터 현실과는 살짝 비껴 나갈 겁니다.
그리고 또, 새로운 창작 선수도 곧 등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저 역시, 글 하나하나마다 평가를 받는 셈이고 하루하루 선작이 떨어져 나가거나 악플을 받으면 멘탈이…….
쿨럭.
그래도 늘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_ _)
[유럽 축구 시즌 첫 번째 A매치 주간, 새롭게 주목받는 선수들. – Goal.com(INT)] [대한민국 대표팀은 올림픽 은메달에 결정적인 기여를 보인 김다온을 2012년이 끝날 때까지 소집하지 않을 생각이다. 호르헤 삼파올리, “현재의 선수들로도 충분히 월드컵 예선을 치를 수 있다.” – Goal.com(INT)]***
2012년 9월 4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오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오전 10 : 46
일상적인 미팅을 끝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에두 크루즈는, 창가에 선 남자를 확인하곤 잠깐 흠칫거렸다.
그러다 이내, 안심하며 목소리를 높인다.
“연락이라도 미리 해주시지 그러셨습니까?”
“…….”
“루이스?”
에두 크루즈는 예고 없는 구단주의 방문에, 회의 자료를 책상 위에 던지듯이 놓아두곤 그의 곁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이내, 나란히 창밖을 내려다본다.
“저거 보이나? 저게 내 인형이라더군.”
“어느 쪽 말입니까? 불에 타고 있는 쪽? 아니면 머리에 도끼가 박혀있는 쪽?”
“그 뒤에 두드려 맞고 있는 쪽. 제기랄. 축구 클럽의 운영이라곤 하나도 모르는 인간들이, 늘 저렇게 경기결과 하나하나에 연연하곤 하지.”
“……저들이 티켓을 사준다고요”
“저런 부류의 인간들이 과연 1년에 몇 경기나 본다고 생각하나? 늘 말이 많고 무책임하게 불만을 토해내는 사람일수록, 정작 우리 클럽에 이바지하는 부분은 부족하네. 팬도, 직원도 전부 마찬가지야.”
유럽 대부분의 축구 클럽이 그러하듯, SL 벤피카 역시 ‘블랙리스트’를 보유하고 있었다.
스타디움 내에서라든가, 혹은 경기장 밖에서 문제를 일으킨 관중들의 사진과 명단을 확보해 출입을 금하는 등의 조처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유럽의 클럽들은 매우 흥미로운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 클럽에 돈을 지출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더 쉽게 불만을 표시한다는 점이었다.
시즌 티켓과 상품들을 구매하는 소비층의 경우, 그들은 절대 한두 번의 경기결과로 의견을 표현하려고 들지 않았다.
그래서 만약 그런 팬층이 화가 났다면, 팀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곤 했다.
그래서 지금, 에두 크루즈와 루이스 비에이라는 스타디움 아래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저럴만한 핑곗거리가 필요했던 것뿐이니까.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SL 벤피카는, 추가적인 선수보강이 필요하다.
“자네와 조르제가 내 돈을 크게 아껴준 덕분에, 마누라의 차를 바꿔줄 수 있었어. 그래서 요즘 바삐 지내도 잔소리를 덜 들어서 좋군.”
“구단주님을 기쁘게 하다니, 제가 영광이로군요.”
“비꼬는 것은 관두게, 에두.”
두 남자는 이제 창가에서 몸을 돌려 소파로 향했다.
어느새 테이블 위엔 따뜻한 커피 두 잔이 올라와 있다.
“새로운 비서는 일을 참 잘하는군.”
“네. 저도 만족스럽습니다.”
“크흠. 아무튼, 이야기는 전해 들었네. 새로운 영입이라. 완전 이적이 포함된 임대 계약. 그게 바로 우리의 스타일이지. 그런데 말이야.”
톡톡-
루이스 비에이라는 자신이 아까 올려둔 서류를 검지로 톡톡 두들겼다.
“대체 이놈은 또 누구인가?”
“…….”
유럽 축구의 이적시장은 9월 1일 자정을 기해 닫혔고, 현재는 이번 A매치 기간 중인 9월 14일까지 임대 이적만 가능하게끔 되어 있는 상태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적에 힘썼으나 영입에 성공하지 못한, 혹은 반대로 처분에 힘써 구단과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선수를 내보내려는 클럽에는, 꽤 쏠쏠한 보강/수입이 이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시즌 첫 3경기에서 1승 1무 1패란 매우 실망스러운 성적을 받아들여야만 했던 SL 벤피카.
그들은 자신들이 너무 오만했음을 받아들이면서, 팀에 부족한 부분 한두 가지를 빠르게 보충하고자 했다.
다만 그건 내년의 계획을 미리 앞당긴 것뿐, 결코 충동적인 영입은 아니었다.
에두 크루즈는 구단주의 지갑을 열기 위해, 설명을 시작해야 할 때임을 알았다.
“화면을 좀 보시죠.”
“그러지.”
에두 크루즈의 사무실 한쪽엔 네 개의 거대한 모니터가 연결되어 있었고, 지금 그는 리모컨을 눌러 각자 다른 화면이 나오던 모니터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다.
이제 그것은 곧 하나의 더욱 커다란 모니터가 되었고, 그 속에서 낯선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저긴 어디인가?”
“아르헨티나입니다, 루이스.”
“그렇군. 그럼, 뉴웰스? 리버플레이트? 어느 쪽이지?”
“산 마르틴.”
“뭐?”
“산 마르틴. 아르헨티나의 중위권 클럽이죠.”
비록 브라질만큼은 아니지만, 아르헨티나 리그 역시 포르투갈 리그의 클럽에겐 중요한 선수 수급 처가 되어주고 있다.
경쟁적이고, 강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무대다.
특히나 근래의 아르헨티나 리그는, 매년 팀 순위가 크게 요동칠 정도로 예측하기 힘든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매년 수많은 선수가 다른 무대로 팀을 옮겨 발생하는 현상이었고, 동시에 브라질 리그와 마찬가지로 국내리그의 인기와 경쟁력이 크게 저하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브라질/아르헨티나 리그의 축구팬들은 클럽이 아닌, 선수에 더욱 충실한 경우가 많다.
“제로니모. 제로니모 베가. 올해 18살입니다. 2010년까진 별로 주목받는 녀석이 아니었는데, 작년부터 갑자기 두각을 나타냈죠.”
“…….”
화면 속 플레이어가 보여주는 모습에, 이내 루이스 비에이라가 푹 빠져든다.
제로니모 에스테벤 베가 지오바네티(Geronimo Esteben Vega Giovannetti)는, 화려하면서도 간결한 드리블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앞에서, 수비는 너무 쉽게 벗겨져 나갔다.
마침내 세 명의 수비수를 따돌린 제로니모가 어려운 각도에서 오른발 슈팅을 집어넣은 순간, 루이스 비에이라는 자신도 모르게 불끈 주먹을 쥐고야 말았다.
“이거! 환상적이군!”
“네 그렇습니다, 루이스. 우리가 서두르려는 이유이기도 하죠. 본래는 내년 겨울에 영입을 시도할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여기저기에서 경쟁자가 나타나기 시작했거든요.”
“이 녀석일세, 에두. 이 녀석을 영입해야만 해.”
“그럴 겁니다. 만약 당신이, 이 서류에 사인해준다면 말이죠.”
“그야, 물론이지!”
재킷 안쪽 주머니에서 펜을 꺼내든 루이스 비에이라는, 서류에 적힌 금액이 얼만지도 확인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금방의 플레이가 만족스러웠다는 거다.
‘저 장면을 편집해두길 잘했군.’
물론 지난여름 돈을 거의 쓰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분명한 건 루이스 비에이라 역시 제로니모가 훌륭한 재능이 있다는 것에 동의했다는 부분이었다.
이러면, 이적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루이스 비에이라의 사인이 끝나자, 에두 크루즈가 스피커폰을 눌러 스태프들을 부르도록 지시한다.
본디 이적을 하나 진행하려면, 최소 6명에서 많게는 10명의 인원이 수고를 해줘야만 했다.
특히나 지금처럼, 시간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하지만 에두 크루즈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제로니모 베가는 조만간, SL 벤피카에 합류할 것이다.
***
2012년 9월 5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A매치 주간인 지금, 많은 동료가 A매치를 위해 떠났고 일부는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나 역시 후자에 속한다고 볼 수 있었는데, 다만 그 휴가를 즐기는 방식이 조금 다를 뿐이다.
난 시간 대부분을 이곳 클럽하우스에서, 과자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중이다.
또 런던에 있는 동안, 과자 가족에도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넬송이 임대를 통해 스페인으로 떠났다.
녀석은 현재 데포르티보 라 코루냐에서 뛰고 있으며, 다행히도 선발 스트라이커 자리를 꿰찬 것 같다.
또 카바예이로 역시 임대 중이다.
그래서 그런 둘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건, U-17로 월반한 헤나투 산체스와 임대에서 돌아온 얀 오블락이다.
“핫소스! 핫소스 좀 줘!”
“난 피클!”
현재 우리는 클럽하우스 식당에 모여, 배달시킨 피자를 먹고 있었다.
어제 나는 팀과 새로운 계약서에다 사인을 마쳤는데, 현재 분위기가 별로 좋은 편이 아닌 만큼 공식적인 발표는 추후로 미루어진 상태다.
이건 내 나름대로 한턱내는 것이었고, 피자 50박스를 주문받은 식당의 배달원은 2시간 동안 문을 닫고 이것만 계속 만들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뭐, 그들의 하루 치 매상을 내가 전부 올려준 셈이니까.
덕분에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서비스도 받게 되었다.
“뭐야, 그럼? 다음 경기에서는 얘도 출전이야?”
“아직 정해진 것은 없어. 호들갑 떨지 마.”
“왜? 아르투르도 요즘 진짜 똥이잖아.”
“베르나르두! 그냥 처먹기나 해!”
“사실이잖아! 요즘 같아서는 내가 뛰어도 되겠다 싶더라고. 팀이 위기일 때가 곧 기회 아니야? 아야!”
거침없이 떠드는 베르나르두의 옆구리를 누가 꼬집은 것 같았는데, 왼쪽 옆에 앉은 나는 아니니 그 건너편에 있는 코스타가 그런 것 같았다.
그제야 내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베르나르두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뭐 이것도 어디 한두 번이어야 말이지.
나는 내 눈치를 보기 시작한 친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중에 누구 베르나르두의 헛소리에 상처받는 사람 있어?”
“야!!”
“큭큭큭큭.”
베르나르두는 발끈하긴 했지만, 그보단 안도하는 느낌이 더욱 강했다.
지금 SL 벤피카 A팀의 경기력을 욕하는 건, 그 경기에서 선발로 뛴 나를 욕하는 것이기도 했다는 걸 이제야 알았나 보다.
하지만 딱히 할 말은 없는 게, CD 나시오날을 상대로 패배를 했다는 것은 변명할 여지조차 없는 부끄러운 일이었다.
거의 22년 만이었던가?
1990/91 시즌 CD 나시오날과 첫 번째 맞대결을 가지기 시작한 이후, 홈에서 그들에게 패배한 것은 이번이 최초였다.
뭐든 처음은 있다지만, 이건 수치였다.
“그런데, 베르나르두의 말이 맞긴 해.”
“뭐가?”
“지금이 너희가 치고 들어올 수 있는 기회라는 거.”
“…….”
니코가 부상 중인 현재, 지금까지의 경기력으로만 놓고 보면 붙박이 미드필드는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마티치와 페레즈가 뛰는 거야 애초부터 받아왔던 기대 + 그들이 받는 주급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었다.
여기에 있는 녀석 중 6번(수비형 미드필드)에서 뛸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한 자리야 그렇다고 해도, 남은 세 자리는 언제 바뀌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브루노가 비록 초반에 많은 골을 넣고는 있지만, 골 장면을 뺀 나머지 면에서는 작년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듣자 하니 팀에 재계약 협상을 요구했다가 거절을 당하자, 거기에 크게 상심해 일종의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랬다.
일종의 태업이라면 태업인 건데, 실제로 브루노는 골 장면에서만 열심히 뛰었고 다른 대부분에서는 슬렁슬렁 뛰었다.
“감독님도 얼마 전에 너희한테 말했다면서?”
“그래. 바로 하루 전이야.”
피자의 빵조각 부분을 쓰레기통에다 버린 안드레 고메스가, CD 나시오날 경기 다음 날에 있었던 일들을 말해준다.
“훈련에 조금 더 집중하라고 했어. 이미 열심히 하고 있는데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네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은 알 것 같네.”
우리는 프로고, 여기는 직장이다.
그렇게 해석을 해보자면 연습은 우리의 근무 태도를 평가하는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훈련 때 느슨하게 군다는 건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뜻이며, 만약 정말로 연습에 불성실했다면 그걸로 인해 불이익을 받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항상, 감독에겐 좋은 핑곗거리가 된다.
“감독님은 다음 경기에서의 핑곗거리를 찾고 계신 거야. 맞지?”
“그래. 챔피언스 리그야, 기존의 선수들이 나가겠지. 그리고 아마 다들 더 열심히 뛸 거야. 거긴 그런 무대라고 들었으니까.”
우리의 다음 일정은 9월 19일 셀틱 원정과 4일 뒤에 치르는 코임브라와의 리그 원정 경기다.
“때마침 로테이션을 활용하기 시작할 때잖아. 어차피 너희도 처음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며. 9월이 되기 전까지는 B팀에서 뛸 때가 더 많고, 그다음부터 달라질 거라고.”
“응, 맞아. 쩝쩝쩝.”
“베르나르두! 제발 좀 다 처먹고 말하라니까?”
“아- 그렇지, 참. 말해. 난 먹을게.”
“하아~”
이제는 딱히 새롭지도 않은 고메스의 잔소리 뒤에, 난 잠깐 멈췄던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봐. 난 진짜 지금의 팀 동료들이 좋아. 그러니 누구에게도 악감정은 없다고. 다만, 그냥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만약에 말이야.”
“…….”
“꿀꺽.”
딱히 심각한 이야기도 아닌데, 누군가 침을 크게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얘네들한테는 중요한 문제이려나?
“우리 과자 가족이 이 위기에서 팀을 구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겠어?”
“!!”
“!”
나를 따라 잔뜩 몸을 앞으로 숙였던 친구들의 눈이 크게 떠지고, 곧 허리를 쭉 펴며 의자에 기댄 녀석들은 아주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만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이렇게 말했다.
“베르나르두! 축구를 하러 가자!!!”
“뭐?! 아직 피자 남았는데?”
“베르나르두!! 넌 얘 말 듣고 뭐 느끼는 것 없어?”
“느끼는 거야 많은데, 여긴 내 최애 피자집이라고! 그리고 거의 4개월 만에 먹는단 말이야.”
의욕이 잔뜩 앞서는 고메스와 다른 녀석들을 먼저 보내며, 난 베르나르두의 곁에 앉아 음료수를 즐겼다.
늘 느끼는 거지만.
“야, 베르나르두.”
“응? 왜?”
“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냐?”
“???”
사실 아까와 같은 모습까지 바란 것은 아니지만, 난 최소한 베르나르두 역시 의욕을 더욱 가져주길 바랐다.
하지만 결국, 피자가 이겨버렸다.
그렇게 남은 피자 한 조각마저 몽땅 입안으로 밀어 넣은 베르나르두가 급하게 입을 닦곤 이렇게 중얼거렸다.
“!@$!%!$%!”
“뭐?”
“@!$#$^$!@!^!!!”
야, 제발 음식 좀 다 삼키고 말해.
난 처음으로, 안드레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2012년 9월 9일. 1100-411 리스본, 포르투갈. 포르타스 두 솔 전망대(Lago das Ports do sol. 1100-411 Lisboa, Portugal).
이틀 전, 결국에 나는 전화를 걸어버렸다.
그러니까, 오펠리아에게 말이다.
“와우. 저것 좀 봐. 참 예쁘지 않아?”
“그러네. 그런데, 있잖아.”
“응?”
“넌 여기가 처음은 아닐 거잖아.”
“하하. 응. 그렇긴 해. 하지만 가족이 아닌 남자랑 여기에 오는 건 처음인걸.”
오펠리아와의 만남이 늦어진 이유는, 그녀가 런웨이 면접을 위해 밀라노로 급하게 떠났었기 때문이었다.
에이전시로부터 제안을 받았다며 크게 기뻐하던 오펠리아는,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수수한 복장이었다.
몸에 달라붙는 청바지에 검은색 티셔츠, 그리고 검은색 모자를 눌러쓰곤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나타났다.
“아, 해가 졌다. 그럼 이제, 다른 곳으로 가자.”
“뭐? 또? 제발, 난 이제는 그만 돌아가야만 해.”
“왜?”
“그야…….”
사실 내일은 아무런 일정이 없다.
U-18세 팀과 U-15 팀의 연습경기가 있어 그걸 구경하러 가볼까 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선수들의 복귀를 앞두고 시설 전반을 점검하느라 훈련은 할 수 없었다.
부모님도 잠깐 누나를 보러 덴마크로 떠나셨고, 베베도 지인들을 불러 그의 오두막에서 저녁을 먹는다고 했다.
그러니.
“없지? 다 알고 있다니까.”
“하아- 그래그래. 그럼, 어디를 갈 건데?”
“일단 차로 가자. 안내는 내가 할 게.”
전망대에서 돌아서려던 내게, 앞으로 다가온 오펠리아가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어찌나 놀랐는지, 난 그대로 돌이 되어 굳어버렸다.
“음- 이제, 좀 조용하겠네.”
“이건 또 뭐야?”
“뭐긴. 내 선물.”
아쉽게도(?), 오펠리아는 그저 내게 모자를 씌워주려 했던 것뿐이었다.
며칠 전까지 짙은 갈색 머리였던 오펠리아는 지금, 환한 금발로 바뀌어 있다.
“그 머리 색 말이야.”
“응?”
“너한테 참 잘 어울려.”
“…….”
그래, 인정하겠다.
오펠리아는 매력이 넘치는 아이였고, 난 오늘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 그녀가 좋아졌다.
내 칭찬에 오펠리아가 한 걸음 더 다가왔고, 이번엔 얼굴과 함께 양팔을 뻗어 내 목을 둘렀다.
“다시 한번 말해봐.”
“싫어.”
“어서. 다시 한번 말해달래도?”
여기에서, 안드레 녀석으로부터 귀가 아프게 들은 기술(?)이 쓰일 줄은 몰랐다.
녀석이 말하길, 여자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말은.
“너 오늘 진짜 예쁘다.”
눈빛이 살짝 떨린 오펠리아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스며들고, 우린 그렇게 달이 떠오르는 포르타스 전망대에서 서로의 입술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젠장, 나 이러다 짤리는 거 아냐?”
“하하. 그럴 수도? 할아버지가 날 무척 아끼시거든.”
“이런! 지금 키스 다시 무르면 안 될까?”
“어림없지.”
다시 또 길게 키스는 이어졌고, 주변에서 나 아니면 오펠리아를 알아보는 이가 생긴 것 같아 얼른 자리를 피하기로 결정했다.
우린 어느새 손을 잡고 있었고, 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