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61)
Sp2. Road to World Cup (23)
2021년 10월 7일. 대한민국.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화랑로 260. 안산와~스타디움.
.경기 시작 05분 전
대한민국 0 : 0 시리아
&Best Eleven(한국/상대팀)
&Tactics(한국/상대팀) : 4-2-3-1/5-3-2
GK ? 김승규 / GK ? 이브라힘 알마
RB ? 김다온 / RB ? 압둘라흐만 우에스
RCB ? 김민재 / RCB ? 오마르 미다니
LCB ? 김영권 / CB ? 타에르 크루마
LB ? 정운 / LCB ? 사드 아흐마드
RCM ? 정우영 / LB ? 할레드 쿠르다글리
LCM ? 백승호 / DM ? 이스라 함위아흐
RAM ? 황희찬 / RCM ? 마무드 알마와스
CAM ? 이강인 / LCM ? 파드 유세프
LAM ? 손흥민 / RST ? 오마르 하르빈
ST ? 조규성 / LST ? 오마르 알소마
.
.
대한민국의 첫 번째 4강 신화였던 2002 FIFA 한일월드컵 이후, 유럽의 문턱은 그 전과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당시 한국 축구는 유럽 축구의 생리를 전혀 알지 못했고, 많은 이들이 이적 과정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미숙한 일 처리로 기회를 놓치기 일쑤였다.
그래도 그중 성공적인 유럽 커리어를 보낸 선배들. 그리고 10년이 흘러 그 뒤를 이은 런던 올림픽 세대는 한국 축구 전반에 하나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줬다.
클럽의 이름값보다, 당장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을 찾기 시작한 건 이런 선구자들의 노력 때문이다.
또 그다음을 이은 나의 경우, 후배들에게 두 가지의 추가적인 부분을 고려토록 이야기하고 있다.
우선 첫 번째로, 클럽 문화다.
소속팀의 기조(基調)가 유럽대항전 진출인지 아니면 거기에 리그 우승까지 더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셀링(Selling)에 초점을 맞추는지.
여기에 감독 교체의 빈도와 최근 몇 년 동안의 이적시장 흐름을 살펴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을 한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게 그 팀의 분위기를 말해 주기 때문인데, 감독 교체와 선수 이적이 잦은 팀이라면 자연히 클럽에서의 삶이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 번째가 바로 클럽 혹은 감독의 축구 철학이다. 제아무리 실력을 갖췄어도, 팀이 바라는 축구와 어울리지 않는다면 전술적으로 외면받게 된다.
또 클럽과 계약할 때, 이적을 추진한 게 어떠한 쪽인지도 분명히 확인해 두어야 한다.
가장 좋은 건 당연히 감독이 원해서다.
하지만 빅리그의 팀이 아니라면 감독이 아닌 클럽이 이적을 추진할 때가 많고, 그렇게 되면 팀에 합류해도 벤치조차 앉지 못하고 만다.
다양한 이유에서긴 하지만, 유럽에서 방황 중인 승우가 그 대표적인 예다.
커리어에 큰 영향을 끼쳤던 출전정지 징계 이후, 이탈리아 세리에B 엘라스 베로나로 이적한 승우는 [“가르치기 힘든 선수.”]라는 평가를 얻기 시작했다.
당돌함으로 평가받는 특유의 자존심과 함께, 승우는 라 마시아에서 해 왔던 방식을 버리지 못하며 소속 클럽과 조금씩 거리가 멀어지고 말았다.
결국 승우를 포기한 엘라스 베로나는 이후 신트트라위던 VV와 포르티모넨스 SC로 임대를 보냈지만, 모두 감독이 아닌 보드진이 원했던 영입이라 경기에 뛰지 못하고 있다.
훈련으로부터 얻는 것도 있긴 하지만, 축구 선수로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전을 소화해야 한다.
개인적인 경험으론 16세 전후가 훈련으로 실력이 느는 마지막 시점이고, 이후부터는 훈련은 폼과 컨디션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느껴지게 된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아주 특수한 경우를 빼면 축구 선수로서 성장 가능한 나이는 23살까지다.
이후는 축구와 자기 자신을 알아 가며 요령을 배우는 것이지, 23살까지 실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그 이상의 나이 때 갑자기 실력이 느는 경우는 드물다고 보면 된다.
“입장합니다-!!”
진행요원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심판의 바로 뒤에 있던 나는 걸음을 앞으로 가져간다.
오늘 역시,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경기다.
.
(서현욱) – tvN 해설위원
“저희의 전력이 가장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종 예선에서 중동팀하고만 편성이 된 지라 원정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앞으로 원정 일정이 많이 남은 만큼, 홈 경기에서 승점 3점을 확보하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배정세) – tvN 캐스터
“그렇습니다. 태극 전사들이 그라운드를 밟습니다. 오늘도 가장 앞쪽에는 김다온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김승규와 정우영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동국) – tvN 해설위원
“오늘도 역시 황의조 선수보다는 조규성 선수가 먼저 선발로 출전했습니다. 확실히 최근 황의조 선수의 폼이 많이 떨어져 있는 게, 저로서는 조금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
조금 전까지 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던 이유는 전부터 대표팀의 걱정이 되었던 이와 이번 10월 새로운 걱정거리를 안겨다 준 이 때문이다.
전자는 의조 형.
후자는 흥민이 형이다.
먼저 의조 형의 경우 리옹으로부터 원한다면 겨울 이적시장 때 새로운 팀을 물색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상 클럽 내에서 전력 외 취급을 받은 것인데, 이전 두 시즌 동안 총 31골을 기록한 공격수에게 걸맞은 대접은 분명히 아니었다.
하지만 투톱을 사용했던 뤼디 가르시아 전(前)과는 달리, 페테르 보츠는 4-2-3-1이나 4-3-3과 같은 원톱을 세워 두는 전술을 선호한다.
또 바라는 원톱 스타일 역시 확고하다.
의조 형의 경우 보츠가 바라는 압박과 연계에 있어서는 충분한 장점을 보여 줄 수 있지만, 이는 무사 뎀벨레 역시 비슷하게 할 수 있고 결정력 부분은 좀 더 낫다.
결국 완성형 포워드냐 포처(Poacher)냐를 두고 후자를 선택한 셈인데, 여기에 의조 형의 개인적인 폼까지 떨어지면서 악재가 겹쳐 버렸다.
이틀 전 파주에서 모였을 때, 의조 형은 내게 이적에 관한 의견을 물으며 리옹을 떠날 결심을 굳힌 것 같았다.
데뷔 시즌을 제외하고 리그앙에서 매 시즌 최소 12골 이상은 넣어 줬던 만큼, 의조 형을 바라는 클럽은 얼마든지 있을 거로 보고 있다.
삐?익!
주심의 휘슬을 시작으로, 시리아의 선축과 함께 최종예선 세 번째 경기가 펼쳐진다.
오늘 시리아는 세 명의 중앙수비수를 내세운 수비적인 전술을 택했고, 또 그 위에 6번(DM)까지 하나 놓아두며 지키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수비 진영으로 길게 날아온 볼을 경합한 민재가 어렵지 않게 공중볼을 먼저 따냈고, 이를 연결받은 승호가 속도를 죽이며 영권이 형에게 패스를 보냈다.
확실히 승호는 K리그로 돌아온 이후 폼이 많이 살아났다.
어렸을 때는 약간 박스-투-박스 형태로 뛰었지만, 전북 이적 이후 완전한 딥라잉 플레이메이커로 정착하며 경기 방식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런 승호의 변화를 무척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하나에 안주하지 않고 현실적인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금씩 타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저건, 내가 승우에게 바랐던 것이기도 하다.
승우도 조금만 일찍 자존심을 굽히고 K리그로의 복귀를 타진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긍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었을 수도 있다.
“다온아!”
팡-
아래로 내려온 우영이 형에게 패스를 전달하고,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온 강인이에게 볼이 이어진다.
그와 동시에 이뤄지는 압박.
하지만.
‘그렇지!’
본인의 다리 사이로 축구공을 흘려보낸 강인이가 몸을 휙 돌리며 가볍게 압박을 벗겨 낸다.
간결하지만 훌륭한 기술이다.
선수를 놓쳤다면 파울로라도 공격 전개를 끊어 내야 했지만, 시리아의 12번 이스라 암위하흐는 완전히 당황한 듯 전진하는 강인이를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자연스럽게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왼쪽 너른 공간으로 패스가 향한다.
그곳에 있는 건 흥민이 형.
과감한 1:1 돌파를 시도해 보지만, 의외다 싶을 정도로 너무 쉽게 시리아의 16번(압둘라흐만 우에스)에게 볼을 내어주고 만다.
.
(배정세)
“손흥민이 1:1 돌파를 시도하지만, 압둘라흐만 우에스의 수비가 좋았습니다. 다시 볼을 가져가는 시리아.”
.
흥민이 형이 새롭게 대표팀의 걱정거리가 된 이유는 9월과 비교했을 때 너무나도 떨어진 폼 때문이다.
시차 때문이라고 하기엔 전반적인 몸동작이 너무 굼떴는데, 지금만 하더라도 과거 저랬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듀얼(Duel/1vs1) 상황에서 아무 힘도 쓰지 못했다.
압둘라흐만 우에스가 중동에서는 알아주는 풀백이라지만, 그걸 고려해도 지금은 너무 실망스러웠다.
확실히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길어!”
“야, 됐어! 됐어!”
왼쪽 측면에서 날아온 크로스가 중앙을 통과해 오른쪽으로 흐르고, 난 그것을 쫓으며 볼이 먼저 사이드라인 밖으로 나가게 유도했다.
스로인은 천천히 진행할 생각이다.
‘왼쪽은 힘들겠어.’
부상에서 돌아온 정운 형은 A매치 주간 직전 덴마크 수페르리가 경기에서 MoM을 차지할 정도로 폼이 올라왔다.
그래도 혼자 대표팀의 왼쪽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감당할 순 없는 노릇인지라, 흥민이 형의 폼이 저런 상태라면 정운 형에게도 무리가 갈 것 같았다.
일단은 왼쪽은 없다 생각하고, 중앙과 오른쪽을 중심으로 경기를 푸는 게 어떨까 했다.
“강인-!!”
“?”
“CENTOR!! E CERTO!! Okay??”
“…….”
내 목소리를 들은 강인이가 왼손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며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내가 외친 단어는 포르투갈어로, 중앙과 오른쪽을 의미했다. 팀의 공격 방향을 정하고 녀석이 얼마나 벤피카에 적응했는지가 궁금했는데, 제법 잘하는 중인 것 같다.
아무튼 현 상태라면, 소속 클럽에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는 강인이와 희찬이를 중심으로 공격을 푸는 게 맞다.
“우영!!”
볼을 점유한 우리는 앞쪽에서 생각보다는 강한 압박을 보이는 시리아를 벗겨 내며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다.
가볍고 경쾌한 스텝으로 압박을 떨쳐 낸 우영이 형이 옆쪽에서 지원을 온 영권이 형에게 패스를 보내고, 이는 곧바로 좋은 위치로 이동한 승호에게 이어졌다.
그러는 사이, 난 조금씩 위로 올라섰다.
습관적으로 아래로 내려앉느라 승호에게 달라붙지 않은 시리아의 수비. 그로 인해 정체가 찾아오고, 몸을 돌린 승호가 주변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며 오른쪽을 바라봤다.
그러곤 곧바로 오른발을 휘둘러 패스를 보냈는데, 측면에 넓게 펼쳐져 있던 희찬이가 볼을 받아 냈다.
.
(배정세)
“백승호. 수비를 떨쳐 내고 돌아섭니다. 자알- 내줍니다! 황희찬에게! 황희찬. 1:1 한번 가 보나요? 김다온에게 볼을 넘깁니다. 김다온! 앞에는 할레드 쿠르다글리가 있습니다.”
.
아까 이야기를 하다가 멈췄는데, 안토니오 콘테와의 만남은 흥민이 형에게 최악으로 흐르는 중이다.
분명 나쁘지 않은 능력을 갖춘 감독인 것은 맞지만, 전술적으로 너무 상극이다.
가진 실력과 프리미어리그에서 일궈 낸 기록들이 콘테로 하여금 흥민이 형을 뺄 수 없도록 만들고는 있지만, 사실 그 어디에도 전술적인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BBC’는 스튜디오 프로그램에서 흥민이 형의 한 경기 침투 무산을 다루기도 했는데, 무려 14번의 침투 시도가 외면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한 경기에서, 라인 브레이킹을 즐기는 공격수의 침투 시도가 외면받는 횟수는 평균 5회가 조금 안 된다.
그런데 14번이나 침투 시도를 외면받았다는 건, 흥민이 형이 스프린트를 시작했을 때 볼을 가진 선수가 그쪽을 전혀 봐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14번의 침투 시도 중 9차례, 이반 페리시치가 볼을 갖고 있었다.
‘안 덤빌 거야?’
사람들은 흔히 선수가 클럽으로부터 받는 대접을 논할 때 주급만을 이야기한다.
주급이 가장 쉽게 선수의 클럽 위상을 확인할 방법인 것은 맞긴 하지만, 단순히 많은 돈을 받는다고 하여 꼭 그 선수가 클럽에서 행복한 것은 아니다.
커리어의 황혼기에서 돈을 위해 이적을 택하거나 돈이면 뭐든 다 된다는 생각을 가진 선수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다른 이유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
만약 그 선수가 흥민이 형 정도로 축구를 잘한다면, 당연히 자신이 어느 정도 돋보일 수 있는 전술을 원하기 마련이다.
피치 위에 있는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기에, 이들의 만족도를 얼마만큼 고루 충족하느냐 역시 뛰어난 감독이 지닌 역량이다.
그런 의미에서 안토니오 콘테는 좋은 감독이긴 해도 뛰어난 수준은 아니며, 단기전을 치르는 대표팀 축구에선 장점을 가져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 클럽 축구엔 맞지 않는다.
주춤거리며 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하려는 시리아의 수비수를 앞에다 두고, 살짝 시선을 위로 가져갔던 내가 바로 볼을 처리할 결심을 굳힌다.
철저히 돌파를 막는 것에 초점을 맞춘 수비를 앞에다 두고, 굳이 상대가 바라는 싸움판으로 뛰어들 필욘 없다.
물론 1:1을 펼쳤을 때 승리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박스 안쪽에서 좋은 움직임을 가져가는 스트라이커를 앞에 두고 굳이 무리하긴 싫다.
지금은 킥을 가져가는 게 맞다.
팡-!
“!!”
제자리에 서 있다시피 한 자세에서 크로스를 보내고, 움찔한 할레드 쿠르다글리의 옆을 지나친 공은 박스 안으로 진입해 골키퍼와 수비 사이 공간으로 날아간다.
그곳을 향해 뛰어드는 규성이는 또 다른 시리아의 수비수와 경쟁하고 있었는데, 몸 정면을 이쪽으로 보인 규성이가 수비를 등지며 그대로 균형을 무너뜨린다.
처음엔 P.K를 유도하려는 동작인가 했지만, 그게 아니라 처음부터 볼을 흘릴 생각인 것 같았다.
.
(배정세)
“김다온의 크로스! 조규성이 흘리고, 뒤쪽에 손흥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손흥민!”
.
회전이 걸리면 박스 바깥쪽으로 멀어지기 시작한 볼이 향하던 곳엔 흥민이 형이 있었다.
형은 오른발 안쪽을 사용해 퍼스트 터치를 가져갔고, 공이 피치로 떨어지기 무섭게 잔발을 밟으며 스텝을 정돈해 바로 다이렉트 슈팅 동작으로 이었다.
무척 부드럽고 기민했던 동작.
그러나.
퍽-!
“!”
흥민이 형의 발등에 맞은 공은 터무니없는 높이로 떠올라 골대 위를 한참 벗어난다.
가장 좋았을 때의 형이었다면 충분히 득점으로 만들 수도 있었던 위치다. 그게 아니라도 최소한 골대나 그 주변으로 슈팅을 보내 시리아의 간담을 서늘케 했을 거다.
전반 3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흥민이 형에게 두 번의 볼 터치 기회가 왔지만 두 번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
(서현욱)
“손흥민의 슬럼프가 조금 길어지는 느낌입니다.”
(이동국)
“공격수가 계속해서 골이 없으면 조급해지거든요. 그럴 때일수록 마음을 가볍게 먹고 생각을 최대한 단순하게 가져가야 합니다. 지금도 보면 마지막 순간까지 볼을 어디로 보낼지를 결정하지 못하다가 실축이 나온 것 같습니다.”
(배정세)
“좋은 기회를 놓치는 대한민국. 손흥민의 컨디션이 조금 걱정됩니다.”
.
결국은 그것이다.
사람들이 축구 선수를 한 명의 인간이 아닌 그들이 가진 타이틀에 주목하던 시절부터, 축구 선수가 슬럼프를 겪거나 클럽에서 밀려나는 이유를 매우 단순하게만 생각해 왔다.
잘하지 못하니 주전에서 밀리고, 결국엔 방출 절차를 밟는다고 말이다.
때때로 감독을 탓하는 이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결국은 선수의 문제가 가장 크다고 말을 한다.
틀린 말은 아니긴 하다.
선수가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한 개인이 직장을 옮기는 원인이 다양한 만큼, 우리 축구 선수 역시 다양한 이유로 이적을 결심한다.
절대로 그 문제는 단순할 수 없다.
다가오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분데스리가로의 이적이 유력시되는 규성이가 내게 와 고민을 상담했을 때도, 나는 지금 말한 것과 같은 것들을 이야기했다.
조건이나 이름값들 같은 데 정신이 팔려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한다면, 결국 유럽에서 실패했던 다른 이들처럼 중요한 시기를 낭비할 거라고 말이다.
내가 말하는 게 정답도 아니고 또 규성이의 미래를 장담해 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녀석이 저질렀을 수도 있는 시행착오는 줄여 줄 수 있다.
다만 흥민이 형과 같은 사람에겐, 내가 하는 어떤 조언도 필요치 않다.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 테니 말이다.
그저 믿고 기다리면 된다.
팡-!
승규 형이 멀리 앞쪽으로 보낸 축구공이 떨어지는 곳을 바라보며, 나는 힘껏 몸을 띄우는 두 사람을 본다.
퉁-
흥민이 형의 머리를 맞은 공이 사이드라인 밖으로 벗어나고, 시리아의 스로인이 선언되며 소유권이 다시 상대에게로 넘어간다.
새로운 시즌의 시작과 동시에 일어난 변화.
주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던 선수가 팀으로부터 방출 통보를 당하고, EPL Top 3로 평가받았던 윙어가 700분 동안 공격포인트 하나 올리고 있지 못하다.
그러한 일이 있는가 하면, 외톨이었던 선수는 자신을 믿는 새로운 동료를 만나기도 하고 유럽에서 철저히 무명이었던 선수가 빅리그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 모든 게, 불과 2달 만에 벌어진 일이다.
실로 재미있지 않나?
“천천히! 뒤에 없어!”
이래서, 축구에 흥미가 떨어질 수 없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