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64)
Sp2. Road to World Cup (26)
2021년 10월 12일. 테헤란, 이란. 테헤란 주, 테헤란. 제22 구역, 아자디 스타디움 대로. 아자디 사커 필드.
.경기 시작 90분 전
이란 0 : 0 대한민국
&Best Eleven(한국/상대팀)
&Tactics(한국/상대팀) : 4-1-4-1/4-4-2(D6)
GK ? 김승규 / GK ? 알리레자 베이란반드
RB ? 김다온 / RB ? 사데그 모하라미
RCB ? 김민재 / RCB ? 쇼자에 칼릴자데
LCB ? 김영권 / LCB ? 호세인 카나니
LB ? 김진수 / LB ? 바히드 아미리
DM ? 정우영 / RDM ? 아마다 누룰라히
RAM ? 황희찬 / LDM ? 사에이드 에자롤라히
RCM ? 이강인 / RAM ? 알리 골리자데
LCM ? 황인범 / LAM ? 알리레자 자한바크시
LAM ? 손흥민 / RST ? 사르다르 아즈문
ST ? 조규성 / LST ? 메흐디 타레미
.
.
빠른 월드컵 본선 진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란 원정을 준비할 때, 대한민국의 감독 파울루 벤투가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손흥민의 출전이었다.
클럽에서의 부진이 선수에게 스트레스를 주었고, 그로 인한 영향이 곳곳에서 보였다.
그래서 한때 파울루 벤투는 황희찬에게 왼쪽을 맡기고 오른쪽에 이재성이나 나상호와 같은 선수를 투입하는 것도 고려했지만, 결국 최종 선택은 한 번 더 신뢰를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파울루 벤투는 한 번 더 손흥민을 만나고 싶었다.
“쏜!”
“?”
“…….”
손흥민에 손짓을 보낸 파울루 벤투가 감독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는다. 그리곤 맞은편에 앉은 이를 보며, 기분이 어떠냐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좋아요. 처음 합류 때보다 엄청나게 좋아졌어요.”
“다행이군.”
“제가 걱정을 끼친다는 건 알지만…….”
“괜찮네. 내가 걱정하는 건,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유형은 아닐 거야.”
“그런가요?”
“그래.”
고개를 끄덕인 파울루 벤투가 손흥민에 대한 신뢰를 전한다. 더는 검증할 것이 없는 세계적인 공격수를 향해, 감독으로서 당연히 가져야 하는 태도다.
다만 심리적인 부분을 염려했다.
매년 훌륭한 활약을 펼치던 공격수가 7경기 연속 득점이 없을 때, 엄청난 좌절을 겪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축구 감독이기 이전에 파울루 벤투 또한 한 명의 축구 선수였고, 그리고 현재도 축구인으로서 팬이나 미디어가 모르는 부분을 공감해 줄 수 있다.
“나도 슬럼프를 겪었었지.”
“정말요?”
“그래. 나는 공격수가 아니었으니까 자네와 같은 스트레스 종류는 아니었을 거야. 하지만 피치 위에서 부진할 때가 있었지. 긴 기다림이었네. 언젠가 나아질 거라고는 스스로 믿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으니까.”
비토리아 SC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SL 벤피카로 이적할 때, 벤투는 자신의 미래를 강하게 확신했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는 두 시즌 동안 리그와 컵 대회를 합쳐 68경기 출전 3골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고, 마리티무에서 영입된 티아구(Tiago)에 밀려 스페인으로 떠났다.
감독이 자신을 원치 않았던 것도 이유였다.
레알 오비에도 이적 당시 파울루 벤투는 SL 벤피카의 신임 감독이 된 파울루 아우투오리(Paulo Autuori)를 원망했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이해가 되었다.
“축구 선수로서, 감독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다고 느끼는 건 괴로운 일일세. 특히나 그것이 입으로는 끊임없이 달콤한 말을 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지.”
“…….”
“콘테는 나보다 나은 감독일지도 몰라. 그렇지만 자네를 올바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네.”
파울루 벤투 역시 본인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몇몇 선수를 여전히 외면 중이다.
2021시즌 K리그 득점 선두에 올라 있는 주민규라든지, 대표팀에서는 늘 활약이 좋았던 김신욱과 같은 공격수들이 뽑히지 않는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이로 인해 비판을 받지만, 벤투는 태연했다.
“계속해서 그런 식으로 축구 할 생각이라면, 콘테는 이렇게 말해야 하네. 자네는 너무나도 훌륭한 선수이지만, 애석하게도 나의 축구와는 맞지 않는다고. 하지만 불행히도 그는 그럴 수 없네. 세상의 그 어떠한 감독도 자네를 두고 그런 말은 할 수 없겠지. 결국, 자네의 시간만 흘러가는 걸세.”
사실 손흥민은 약간 특수한 케이스다.
어린 시절 함부르크 SV로 진출한 뒤 같은 분데스리가 클럽인 레버쿠젠으로 이적했고, 이후 4천만 유로의 이적료로 토트넘 홋스퍼에 합류했다.
클럽의 규모나 재정적인 능력 면에서 토트넘은 레버쿠젠보다 훨씬 더 위에 있지만, 클럽의 역사라든가 유럽 대항전에서의 경쟁력은 다소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엔 높은 이적료와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클럽이라는 점 등이 이적의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토트넘에서의 데뷔 시즌은 손흥민에게 다소 가혹했지만, 그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의 절대적인 신뢰 속에 부활했고 자신을 신뢰하는 주제 무리뉴와 함께 PL 톱 윙으로 올라섰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았을 때 손흥민이 토트넘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해가 됐지만, 벌써 몇 년째 트로피를 얻지 못하는 데도 계속 클럽에 머물려는 것은 의문이었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로컬 보이도 아니거니와 매년 꾸준히 더욱 큰 클럽과 링크가 될 정도로 신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 시즌 강하게 연결되는 중인 맨체스터 시티가 아니어도, 바이에른 뮌헨/레알 마드리드/첼시 F.C와 같은 클럽이 손흥민을 원한다는 이야기가 매년 나돌았다.
“내 경우도 그렇지만, 이적이 때론 답이 될 수도 있네. 물론 사랑하는 것들을 버려두고 떠나기는 힘들겠지.”
“……전 이미 결심했는걸요.”
“나도 아네.”
“그럼?”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자네의 미래 방향이 명확하다면 굳이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오늘이 실망스럽겠지만, 자네에겐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 않나.”
현재 벤투가 건넨 위로는 지난 며칠 손흥민이 줄곧 생각하고 있던 것이기도 했다.
본인의 힘으로 현실을 어떻게 할 수 없다면, 거기에 쏟아부은 에너지를 몽땅 미래에 투자하자고 말이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방법은 현재에 충실하는 것이었다.
스스로 생각해 왔던 것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뜻밖의 경험을 통해서 확신하게 된 손흥민의 얼굴은 감독실을 나섰을 때 한결 더 편안해져 있었다.
그리고 이런 그에게로,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던 김다온이 조용히 다가왔다.
“무슨 얘기 했어?”
“니 욕.”
“어쩐지 귀가 간지럽더라.”
“넌 진짜 귀신같은 놈이야.”
“그거 칭찬 아니지?”
“어떨 것 같은데?”
“……지금도 귀가 간지러.”
“그 정도면 귀 청소해야 하는 거 아냐?”
“그래야겠다. 누구 귀이개 있는 사람?!”
재빨리 몸을 돌려 목소리를 높이는 김다온의 뒷모습을 잠깐 쳐다보던 손흥민이 피식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런던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김다온은 모든 것이 낯설고 대표팀의 모든 게 신기하기만 한 10대 소년이었다.
물론 자신 역시 그와 별다르지 않았지만, 김다온은 그런 자신보다 훨씬 더 어려 보였다.
하지만 현재, 김다온은 대표팀의 주장이자 센추리클럽 가입을 눈앞에 둔 베테랑이 되었다.
이번 대표팀에서도 하는 짓만 보면, 김다온은 30대 중반의 베테랑처럼 느껴졌다.
“자, 오늘도 파이팅하고!! 훈련부터 전력으로 가자-!!”
“어-이!!”
그런 김다온이 대단하고 기특하면서도 또 한편으론 미안한 감정을 느꼈던 손흥민. 특히 이 미안한 감정은 지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결승전이 끝난 직후가 가장 심했다.
당시 손흥민은 경기를 동점으로 이끌 수도 있었던 좋은 기회를 여러 차례 허공에 날렸었다.
눈앞에 놓인 쥘 리메를 김다온에게 바치겠다는 결심을 했었는데, 그것을 이루지 못한 자신을 하염없이 탓하게 됐다.
그런데 과거 김다온은 오히려 그런 자신을 위로했었다. 자신들에겐 4년 뒤가 또 있지 않으냐며, 누구보다 아쉽고 분했을 마음을 동료의 앞에서 감췄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다가오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은 손흥민에게 있어 ‘빚을 갚아야만 하는 무대’였다.
클럽에서의 삶도 굉장히 중요하긴 했지만, 놀라운 모습으로 기적과도 같이 대표팀을 이끌어 주었던 김다온을 위해서라도 카타르에선 반드시 더 높은 곳을 노려야 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진행되자, 손흥민에게 있어 토트넘에서의 부진은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퍽-!
촤락!!
“나이-스!”
최태욱 코치의 탄성을 절로 끌어낼 만큼 날카로웠던 손흥민의 슈팅이 그물에 꽂혔다.
현재, 손흥민의 컨디션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
반대 방향에서 머물던 볼을 한 사람이 소유하게 되었을 때, 나는 기회다 싶어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볼을 소유한 이가 고개를 드는 게 보였고, 나는 속도와 방향 그 어떠한 것도 바꾸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발을 움직였다.
솔직히 이런 선택은 케빈이 볼을 발아래에 놓아두고 있을 때가 아니면 하지 않는다.
보통은 속력을 살짝 죽여 전달되어 올 볼의 방향을 확인한 후에 속도의 변화를 줬다.
참고로 속력은 단위 시간당 이동한 거리를 뜻하는 단편적인 스칼라값. 속도는 변위를 고려한 보다 복합적인 벡터값이다.
어쨌든 복잡한 이야기는 잠시 놓아두고, 내가 계속해서 같은 벡터값을 유지하는 부분에 대해서 말해 보자.
이를 위해서는 2019 U-20 월드컵 준우승 이후 주역들과 가진 인터뷰를 빌려 와야 하는데, 당시 스쿼드에 있던 최준은 저 친구의 패스를 이렇게 말했다.
[“신기할 정도로 정확하게 발밑에 온다. 훈련 때도 이렇게 말한다. 발밑에 줄 테니까, 그냥 뛰라고.”]실로 엄청난 자신감이지 않나?
축구에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패스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게 바로 전력으로 스프린트 하는 동료의 발아래에 정확히 가져다주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그걸 좀 할 줄 알긴 한다.
워낙에 좋은 스승들이 있었으니까.
SL 벤피카에서 뛸 때 파블로 아이마르도 그렇고, 바이에른 뮌헨에서 뛸 때 만났던 사비 알론소는 패스에 관한 내 시각을 완전히 바꿔 놓은 인물들이다.
숏.
롱.
공간.
컷백.
크로스.
최대한 단순화했을 때 이 다섯 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는 패스를 두 사람은 적게는 아홉에서 많게는 열 한 가지 정도로 분류했는데, 그만큼 패스는 어려운 축구 기술이었다.
그런데.
탁.
‘죽이네.’
강인이는 내가 뛰어난 패스 마스터들로부터 배웠던 모든 종류의 패스를 보낼 줄 아는 것만 같다.
.
.
.전반 21분
이란 0 : 0 대한민국
예상한 대로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은 무척 어려웠다.
귀와 눈을 따갑게 만드는 이란 관중들의 함성과 레이저빔은 없지만, 원정이 가진 압박감과 높은 고산지대에서 경기한다는 점은 익숙한 축구를 낯설게 만들고 있다.
더구나 최근 이란은 새로운 감독 드라간 스코치치(Dragan Sko?i?)의 아래에서, 디에고 시메오네 방식의 더블 플랫 전술을 사용해 왔다.
더블 볼란치(Double Volante)를 내세워 수비를 단단히 한 후, 빠른 공격 전환으로 역습을 노리는 게 최근 이란이 보여주고 있는 축구다.
그래서 우리가 대승을 거둔 팀들을 상대로도 1:0이나 2:1과 같은 아슬아슬한 점수로 이겼던 거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늪 축구’를 하는 셈인데, 본래부터 공격적인 팀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시아에서는 공격에 제법 비중을 두었던 터라 이런 변화는 놀라웠다.
내년에 있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할 대표팀을 이란이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드러나는 것이기도 했다.
탁, 탁, 탁, 탁.
“하아- 하아-”
발 안쪽에 참 감겼던 패스를 드리블로 가져가며, 나는 거친 숨과 함께 이란의 왼쪽 측면을 파고들었다.
오늘은 희찬이가 철저히 하프 스페이스와 포켓(Pocket). 그리고 박스를 삼각형으로 연결해 플레이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측면에 공간이 있었다.
이란의 왼쪽 풀백 바히드 아미리(Vahid Amiri)가 접근해오고, 나는 볼을 안쪽으로 가져가며 속도를 더욱 붙였다.
.
(서현욱) – tvN 해설위원
“이여어~ 빨라요!”
.
그러자 왼쪽 센터백인 호세인 카나니가 커버를 왔는데, 난 그것을 본 후 공간이 열렸을 거라고 판단한 위치로 컷백을 보내는 방법을 택했다.
팡-
볼이 굴러가는 곳에 나타난 것은 오늘 꽤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던 희찬이다.
‘걍 때려!’
.
(배정세) – tvN 캐스터
“김다온의 컷백! 황희찬!! 슛!!”
.
이런 내 기대대로, 기교를 부린 희찬이가 어려운 자세임에도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먼 쪽 포스트를 노려보지만, 축구공은 약간 떨어진 곳으로 움직였다.
“아~!! 씨팔!!”
마음먹었던 대로 볼을 보내지 못한 희찬이가 아쉬움에 커다란 욕설을 토해내고, 마찬가지로 아쉬웠던 나는 와중에도 희찬이의 기술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왜냐하면 저건 권준형에게서 배운 슈팅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희찬!”
“?”
“더 감았어야지!”
“아- 몰라!!”
아쉬움이 컸던 희찬이가 유니폼 상의로 얼굴을 덮으며 고개를 위로 들었다.
솔직히 오프(Off)시즌을 저 녀석만큼 알차게 보내는 후배들도 드문데, 내게서 준이 형을 소개받은 후 희찬이는 매년 여름을 우리 아카데미에서 보내고 있다.
덕분에 어렸을 때 피지컬만으로 쉽게 축구를 해 투박했던 플레이에 기교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포르투갈 선수가 즐비한 울브스에서도 희찬이의 기술을 수준급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시각을 갖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건, 전부 저 녀석이 가진 ‘황소’라는 별명 때문이다.
팡-!!
멀리 이란 진영에서 쏘아진 골킥이 이쪽으로 날아들고, 공중볼을 경합하던 우영이 형이 이란의 9번 메흐디 타레미에게 파울을 범한다.
정당한 몸싸움이라고 여겼던 우영이 형이 손을 치켜들고, 그러는 사이 에자롤라히가 빠르게 볼을 전개한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우영이 형에게 얼른 플레이에 집중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만하고 뛰어!!!”
이란이 볼을 빨리 전개하는 것을 본 우영이 형이 화들짝 놀라 발을 움직이고, 오른쪽에서 공격을 전개한 이란은 골리자데를 중앙으로 좁힌 후 풀백을 전진시켰다.
하지만 이때.
“!!”
‘어?’
누룰라히로부터 패스를 전달받았던 골리자데가 몸을 돌리는 과정에서 발을 삐끗하며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이에 냉큼 달려든 진수 형이 볼을 탈취했고, 그것을 본 순간 나는 반사적으로 손을 쭉 뻗으며 천천히 수비에 가담하고 있던 한 남자를 가리켰다.
“앞에 봐-!!!”
하프라인 바로 위에 있던 흥민이 형이 진수 형이 볼을 빼앗는 걸 확인함과 동시에 사이드라인으로 벌려서며 드리블을 할 공간을 확보했다.
그런 흥민이 형에게로 진수 형의 패스가 빠르게 뻗어나갔고, 곧 이란의 라이트백인 사데그 모하라미와의 듀얼(Duel) 상황이 만들어졌다.
지난 시리아와의 경기도 그렇고, 말한 것처럼 흥민이 형의 컨디션은 별로 좋지 못하다.
그러나 이번엔 뭔가 달랐는데, 상체를 오른쪽으로 가져가며 한 번 크게 페인팅 동작을 준 흥민이 형이 모하라미의 균형을 흐트러뜨리며 앞으로 다시 볼을 차넣었다.
영락없이 안쪽으로 좁히는 거라 판단했던 모하라미는 흥민이 형의 스프린트를 따라가기 위해 몸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이미 무게중심이 수비기준 왼쪽으로 쏠린 상황이라, 곧바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건 무리였다.
결국 모하라미는 힘을 그대로 살려 몸을 왼쪽으로 한번 크게 돌렸고, 그런 사이 흥민이 형은 이란의 오른쪽 수비를 완전히 무너뜨리며 파이널서드로 내달렸다.
긴급히 후퇴하던 쇼자에 칼릴자데가 어떻게든 포지셔닝을 가져가려고 하지만, 이미 존(Zone)에 진입했다.
‘저긴 쏴야지.’
소위 Z+D 킥이라 부르는 감아차기를 할 수 있는 지점. 저곳은 흥민이 형이 프로 커리어에서 가장 많이 득점을 기록한 위치 중에 하나다.
슈팅에 자신이 없는 선수라면 최종 수비까지 따돌리는 판단을 했겠지만, 양발을 모두 월드클래스급으로 쓸 수 있는 흥민이 형에겐 선택지가 좀 더 있다.
그리고 이렇게 공격수가 많은 선택지를 손에 쥐게 되면, 수비하는 일은 몇 배나 어려워진다.
개인 기량의 차이를 떠나, 선택지가 하나만 있을 때도다 두 개 있을 때의 수비는 단순 비례하여 2배가 되는 것이 아닌 3배 혹은 그 이상으로 힘들게 변한다.
그렇기에 좋은 수비수 혹은 수비 전술을 가진 팀은 실수를 줄이고 상대의 선택지를 철저히 줄여 나가는 방법을 터득거나 훈련한다.
퍽-!!
강하게 오른발을 휘두른 흥민이 형의 슈팅이 이란의 골대를 향해 바로 날아가고, 베테랑 알리레자 베이란반드가 몸을 날려 보지만 그의 손과 볼은 거리가 있다.
빠르게 쏘아져 나가다 피치를 두들긴 볼은 더 속도를 얻어 움직였고, 이내 골라인을 지나쳐 바람에만 움직임을 허락하던 그물을 출렁이게 했다.
그리고.
삑-! 삐?익!!
들려오는 휘슬 소리.
“이야아아아아아-!!!”
“예에에에에에-!!!”
흥민이 형의 득점에 환호한 민재와 우영이 형이 달려 나가고, 나 역시 벤치를 바라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소리쳤다.
“VAMOS!!!!”
벤투 감독님 역시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격렬한 감정을 표현하고 계셨는데, 우린 자세가 서로 비슷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며 서로에게 손을 뻗었다.
득점에 관여한 것은 진수 형과 흥민이 형이지만, 벤투 감독님이 지금 느끼는 감정은 분명 나와 똑같을 거다.
.
(배정세)
“손흥민이에요-! 손흥미인-! 손흥민! 손흥미이인-!! 고오오오오오올-!! 대한민국의 손흥민! 이란 원정에서 선제골을 기록합니다!!”
(서현욱)
“지금은 손흥민 선수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득점입니다. 저 거리에서는 정말 가차 없죠.”
(배정세)
“최근 클럽에서의 부진으로 걱정을 샀던 손흥민입니다만, 가장 중요한 이란 원정에서 득점포를 쏘아 올리며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과시합니다! 1:0으로 앞서 나가는 대한민국! 잔뜩 눌러앉은 이란의 침대 축구 가능성을 조기에 봉쇄해 버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