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65)
Sp2. Road to World Cup (27)
디에고 시메오네는 현대축구에서 훌륭한 감독으로 평가받는다. 한때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기도 했고, 라 리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또 뛰어난 전략가란 소리를 듣기도 하는데, 그 이유가 바로 오늘 경기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흔히 버스 세우기(Parking the Bus)로 알려진 극단적으로 눌러앉는 축구.
공격은 팬을 부르고 수비를 우승을 가져온다는 스포츠계의 오랜 격언을 증명하려는 이 전술은 이탈리아의 카테나치오(Catenaccio)에서 유래했지만 명백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시메오네는 이런 한계를 만회코자, 사장(死藏)되어 가던 플랫 형태의 4-4-2를 가져와 현대 축구에서 중요한 덕목을 접목했다.
대인(對人)이 아닌 지역(Zone)을 막는 수비.
전 포지션의 의미 현대화.
빠른 공격 전환.
이 세 가지의 핵심 철학을 근사하게 녹여 낸 아틀레티코의 축구는 2010년대 중후반까지 큰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현재는 중동 축구의 핵심이 되었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도는 법.
최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더는 과거와 같은 위상을 보여 주고 있지 못한 건, 단순히 핵심 자원이 늙어 가고 그들이 재정적으로 열악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내가 그들을 떠난 이후 투자에 더욱더 박차를 가했다.
2017년 여름 디에고 코스타와 비톨로(Vitolo)라는 두 명의 선수를 영입하는 데만 9,560만 유로를 썼고, 이듬해에는 무려 1억 6,800만 유로를 이적 시장에 쏟아부었다.
이후로도 매년, 그들은 이적 시장의 큰손이 됐다.
한데도 아틀레티코가 점점 더 챔피언스리그에서 멀어지는 건, 여전히 라 리가에서는 강점을 발휘하는 시메오네의 더블 플랫이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시즌부터 시메오네는 쓰리백 전술의 혼용을 시작했지만, 더블 플랫에 최적화된 스쿼드를 한 순간에 바꾸는 것은 무리였다.
오히려 이런 변화가 역효과를 불러일으켜, 경기력이 들쑥날쑥해졌다.
지금 내가 엉뚱하게 아틀레티코의 축구를 이야기하는 건, 오늘 이란이 택한 두 명의 피보테(Doble Pivote)를 내세운 더블 플랫의 가장 큰 단점을 말하기 위해서다.
디에고 시메오네의 더블 플랫을 공략하기 위해 유럽의 각 클럽은 무리해서라도 최대한 이른 시각에 득점을 노리는 방법을 택했고, 그건 그 즉시 주효했다.
승리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만을 공격에 할애하는 더블 플랫.
상대의 수준이 크게 떨어지거나 공격에 월드클래스 자원을 갖췄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이란이 우리 대한민국보다 강한 전력을 지니고 있진 않다.
전반전 26분 흥민이 형이 득점을 올린 순간, 사실상 이란이 계획했을 모든 플랜은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바로 이거다.
PLAN B의 부족.
설사 제대로 된 PLAN B를 가지고 왔더라도, 무실점을 전제로 한 축구는 먼저 실점을 허락했을 때 그들이 조직한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
자연히 허점이 많아지게 되고, 거기에 전력마저 뒤진다면 역전을 이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촤락-!
.
(배정세) – tvN 캐스터
“고오오오오올-! 김민재-! 김다온의 코너킥에 이은 김민재의 헤더! 맨체스터 시티 듀오가 대한민국에 꼭 필요한 추가득점을 만들어 냅니다!”
.
.
.후반 06분
이란 0 : 2 대한민국
첫 번째 실점을 허락한 직후, 이란은 그 즉시 라인을 높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초부터 수비에 좀 더 집중하는 선발/전술이었고, 좌우 측면이 끊임없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작정 라인을 올리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전략에 변화를 준 잠깐은 우리를 위협하기도 했지만, 민재와 나를 중심으로 단단하게 버티자 이란은 이내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한 골 차의 우세 속에 전반을 마치고, 방심하지 말 것을 주문받은 우린 후반 초반 빠르게 추가골을 만들어 냈다.
바히드 아미리의 혼을 쏙 빼놓은 희찬이가 코너를 유도했고, 내가 띄워 올린 볼을 민재가 압도적인 높이를 자랑한 헤더로 마무리하며 간격을 두 골 차로 벌렸다.
.
(서현욱) – tvN 해설위원
“이란을 상대로 이런 말을 할 줄은 몰랐지만, 확실히 재능 차가 납니다. 현대 대표팀의 중심은 누가 뭐라 해도 김다온/김민재/손흥민으로 이어지는 프리미어리그 트리오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이강인/황희찬/황인범이 가세했습니다. 정우영이나 김영권도 제 몫을 해 주고 있습니다.”
(이동국) – tvN 해설위원
“지난 10년 대한민국 축구가 꾸준히 발전한 결과입니다. 제가 현역으로 뛰었을 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유럽에서 뛰는 선수가 많아졌거든요. 바람이 있다면 좀 더 많은 선수가 유럽에 진출하고, 특히 골키퍼 포지션에서 유럽 빅리그의 선발로 뛰는 선수를 보고 싶습니다.”
.
점수 차가 두 골로 벌어지자, 이란이 준비해 온 전술과 선수 구성을 포기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강력한 수비 앞에서 아무런 존재감도 발휘하지 못하던 아즈문을 빼면서 원톱 체재로 전환. 골리자데와 자한바크시의 위치를 서로 바꾸고 10번(AM)에서 뛸 수 있는 사만 고도스(Saman Ghoddos)를 투입해 4-2-3-1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런 전술 변화 뒤에도 이란은 여전히 무색무취했고, 이는 내게도 의외인 부분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간격이 많이 벌어졌긴 하나, 이란. 특히 테헤란 원정은 설령 프랑스나 브라질에게도 쉽지 않은 경기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이란은 무색무취(無色無臭)했고, 이쯤 되니 감독이 무얼 하려는지가 궁금해졌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후 벨기에의 마르크 빌모츠(Marc Wilmots)를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했고, 이후엔 현재의 드라긴 스코치치를 임명해 전술적 연속성을 가져갔다.
그런데 이 연속성이라는 것도 뚜렷한 색과 성과가 밑바탕이 되어야만 하는 것이지, 무작정 같은 것을 계속해서 해 나가는 게 능사가 될 순 없다.
고여 버린 물은 썩기 마련이니까.
악습(惡習)은 단체를 병들게 한다.
“인범!”
팡-
절묘한 개인기로 두 명의 수비를 벗겨 낸 인범이가 근처의 강인에에게 패스를 전달하고, 바로 왼쪽으로 넓게 전환된 볼은 이제 흥민이 형의 발아래에 도달한다.
현재 사이드라인에서는 작은 우영과 재성이 형 그리고 승호가 투입을 기다리고 있었고, 데드볼 상황이 되면 세 명이 동시에 교체될 것 같았다.
과거라면 뒤지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아자디에서 세 명을 동시에 바꾸는 무모한 짓을 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래도 될 만큼 전력이 안정적이었다.
득점 이후 몸놀림이 점차 경쾌해진 흥민이 형은 자신 있게 1:1을 시도했고, 골라인으로 달리는 척 모하라미를 유도한 후 안쪽으로 볼을 차 넣어 반칙을 유도했다.
풀백이 뚫리는 것을 본 자한바크시가 흥민이 형의 어깨를 잡아챈 것인데, 주심은 그에게 바로 경고를 줬다.
그리고.
삐?익!
.
(배정세)
“파울루 벤투 감독이 세 명을 동시에 바꿉니다. 정우영, 이재성, 백승호가 투입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현욱)
“이렇게 되면 우선 손흥민 선수가 빠져나올 것 같은데요. 남은 선수가 누구인지는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이강인 선수도 나오네요.”
(배정세)
“손흥민과 황희찬을 모두 불러들이는 벤투 감독입니다. 그리고 이강인 역시도 교체됩니다. 이렇게 되면 2선에 있는 네 명 중에 세 명이 나오는 셈입니다.”
.
천천히 프리킥 지점으로 걸으며 교체되어 빠져나가는 동료들을 확인한다.
이렇게 되면 팀 전형이 다시 4-2-3-1로 돌아올 것 같은데, 인범이가 10번에 서고, 재성이 형이 오른쪽 윙으로 이동하여 전진형 플레이메이커의 롤을 소화할 것 같았다.
그리고 우영이 형 홀로 맡았던 3선에 승호가 파트너로 나서, 위아래로 활발히 오가는 박스-투-박스로 뛰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차례대로 사이드라인을 벗어난 선수들을 벤투 감독님이 따뜻하게 맞아들인다.
“옆에 서 줄까?”
“괜찮아. 나 혼자 할게.”
고개를 끄덕인 인범이가 프리킥 지점에서 멀어지고, 바닥에 놓인 볼을 집어 든 나는 묻어 있는 물기를 유니폼에 닦아 내며 가능성을 살피기 시작했다.
현재 프리킥이 주어진 위치는 이란 기준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에서 얼추 3m 정도 떨어진 지점이다.
각도는 그보단 조금 더 안쪽으로, 흥민이 형이 가장 좋아하는 지점의 거의 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위치에서의 프리킥이라면 직접 슈팅과 동료를 보는 것 모두가 가능했다.
아시아 Top 3 공격수로 평가받는 메흐디 타레미를 높이와 힘으로 찍어 누른 민재. 세트피스에서 늘 장점을 보여 주는 영권이 형. 마지막으로 오늘 골이 목마를 규성이.
전통적으로 힘과 높이에 장점이 있는 이란 대표팀이지만, 오늘은 그마저도 우리에게 안 되고 있다.
“?”
“…….”
슬그머니 곁으로 다가온 승호가 그냥 서 있겠다는 손짓을 내게 보내오고, 녀석을 두는 것으로 이란에게 경우의 수를 더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판단한 나는 다시 골대를 바라봤다.
홈에서 두 골을 뒤지게 된 이란은 지금 주심에게 잔뜩 예민하게 구는 중이다.
“후우-”
벽을 세우는 과정이 조금 길어지고 있지만, 시간이 흘러서 좋은 건 저들이 아닌 우리 쪽이다.
급기야 주장인 자한바크시가 벽으로 선 이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는 상황으로 이어졌고, 잔뜩 불만스러운 얼굴이 된 이들을 보며 나는 마음을 정했다.
바로 슈팅을 때릴 생각이다.
방향은 먼 쪽 포스트.
감아차기는 하지 않을 생각이며, 그냥 여기에서 먼 쪽 포스트 상단 구석을 직선으로 연결해 그 길을 따라 그대로 슈팅을 보내려고 한다.
삐익!
휘슬을 분 아흐메드 알-카프(Ahmed Al-Kaf)가 프리킥의 진행을 알려오고, 예전의 이란이 훨씬 더 강했다는 생각을 끝으로 나는 머릿속을 비워냈다.
이제 내 눈에 보이는 건 상상 속으로 그려 낸 흰색 줄이었고, 스텝을 밟은 나는 공을 똑바로 보며 오른발을 휘둘렀다.
퍽-!!!!!
잔디 위에 놓여 있던 축구공이 빠르게 날아오르고, 그것은 곧 뛰어오른 이란 선수에 의해 잠시 가려졌다.
그리고 다시 볼이 나타났을 땐, 이미 그것은 이란의 골대 가까이 날아 곧이어 그물을 출렁이게 했다.
‘그렇지!’
.
(배정세)
“축구 역사에서 가장 프리킥으로 많은 득점을 기록한 김다온입니다. 김다온. 슈우우우우웃-?!!! 고오오오오올-!! 김다오온-!! 원더 골입니다!!”
.
득점이 이뤄지는 순간 절망하는 이란의 선수들을 보며, 나는 셀레브레이션을 하지 않고 그냥 몸을 돌려세웠다.
하지만 이런 나를 곁에 있던 승호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고, 녀석에 의해 번쩍 들려진 내 주변으로 동료들이 하나둘 다가와 소리를 질렀다.
몸 여기저기에 격한 손길이 전해져 오고, 이것이 어쩐지 인디언 밥과도 같다고 생각한 나는 발끈하며 주변의 사람들을 위협하는 시늉을 했다.
몇몇은 움찔하며 물러섰지만, 민재와 우영이 형을 포함한 이들은 미동도 없이 계속해서 내 머리를 두들겼다.
“야이 씨, 일부러 그랬지?”
“당연하지.”
알면서 뭘 그러냐는 듯 당당한 표정을 짓는 민재의 뒤통수를 향해 손을 휘둘러보았으나, 이를 예상한 녀석은 재빨리 고개를 앞으로 빼내어 내 타격 범위에서 벗어나 버렸다.
낄낄거리며 혀를 날름 내미는 녀석의 엉덩이를 때려 주고 싶다는 생각이 나의 뇌를 지배했으나, 지금은 다시 경기를 준비하러 돌아가야만 했다.
다만.
‘이따가 보자.’
나는 지금의 일을 복수할 때까지 잊지 않을 생각이다.
.
.
.경기 결과(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이란 0 : 3 대한민국
[골] 손흥민 : 전반 26분(김진수)김민재 : 후반 05분(김다온)
김다온 : 후반 30분(F.K)
***
[가장 완벽했던 이런 원정 승리. 아자디 스타디움은 더는 대한민국 축구에 있어 죽음의 원정이 아니다. – OSEM(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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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0:3 패배 후, 선수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한 드라간 스코치치 이란 감독. – Goal.com(INT)]? 드라간 스코치치, “피치 위에서 자주 실망스러운 장면이 나왔다. 그것들 대부분은 내가 의도한 것이 아니다. 이란 선수들의 체력과 피지컬은 훌륭하지만, 전술적인 이해도는 조금 떨어진다. 그것이 한국과 우리의 차이를 갈랐다. 한국 선수들은 이란 선수들보다 전술적으로 훌륭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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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선수들은 테크닉도 뛰어나고 강한 피지컬을 지녔으며 전술 이해도 역시 높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 메흐디 타레미(이란) via Twitter]***
2021년 10월 13일. 이란 상공(Over Iran).
프리미어리그 소속 선수들이 전날 먼저 클럽으로 돌아간 가운데, 경기 이튿날인 오늘 나머지 해외파 선수들과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이들이 각자 다른 비행기에 올랐다.
2022 FIFA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의 가장 큰 고비였던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을 성공적으로 끝낸 파울루 벤투 역시, 편안한 기분으로 돌아가고 있다.
현재까지 치른 모든 경기에서 승리한 한국은 승점 12점을 확보. 3승 1패로 승점 9점을 획득한 이란을 승점 3점 차로 따돌리며 단독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외에도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10월 일정이었는데, 월드컵으로 향할 23 엔트리 중 상당수를 채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당연히 뽑혀야 할 선수 10명 정도를 빼면, 벤투는 남은 13자리를 백지상태로 놓아두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숫자는 절반 정도가 됐다.
다만 고민거리 역시 분명했다.
“세 개의 포지션이 좀 더 경쟁력을 갖춰야 해.”
“…….”
아시아지역 레벨에서는 압도적인 수준을 보여 주곤 있지만, 월드컵에서 만나게 될 팀을 상대로도 어떨지는 아직 증명된 것이 없다.
그렇기에 벤투는 아시아 레벨에서도 불안하거나 다소 미흡한 포지션을 앞으로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관리하려고 했다.
우선 첫째로는 왼쪽 풀백인데, 정운의 폼이 온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를 대체해서 뛰어 준 선수들의 기량 역시 만족스럽지 않았다.
물론 정운과 김진수가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건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둘의 기량이 만족스러운 수준까지 올라온다는 보장 역시도 없는 만큼, 파울루 벤투는 늦어도 내년 6월까진 서너 명의 경쟁 구도를 끌고 가고 싶었다.
또 다른 왼쪽 풀백 후보인 홍철의 경우, 최근 사생활 쪽에 문제가 생기며 축구 협회로부터 품위 문제로 선발을 자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남은 건 이기제와 최근 실험한 설영우/이민기/강상우 정도인데, 세계적인 레벨과 경쟁키엔 완성도가 부족했다.
다만 설영우/이민기나 아직 실험하지 않은 김진야/이유현의 경우는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이후를 지켜볼 필요는 있었다.
“오른쪽 공격도 문제야.”
왼쪽 풀백 다음으로 벤투가 고민하는 건, 무게감과 결정력 측면에서 다소 떨어지는 오른쪽 윙이다.
김다온이라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같은 라인에 있어 단점이 거의 보이지 않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세계적인 레벨과 붙게 되면 좀 더 이쪽에서 강한 선수가 나와야 했다.
현재는 황희찬이 가장 앞서고 이재성이 그 뒤를 따르고 있었지만, 두 사람 모두 클럽에선 오른쪽 윙으로 뛰지 않는다.
황희찬의 경우에는 손흥민과 포지션이 완전히 똑같았고(왼쪽 윙/중앙 스트라이커), 이재성 역시 볼프스부르크에서 10번과 8번(CM)을 오간다.
정우영/송민규/나상호와 같은 선수를 꾸준히 실험해 보는 벤투였지만, 모두 김다온의 장점을 잡아먹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조가 회복하지 못할 경우도 고려해야 해.”
“하지만 한국은 공격수가 부족한걸요.”
“그게 문제야. 후우- K리그 클럽은 전부 용병 공격수로 스쿼드를 채우고 있어. 육성할 생각을 하지 않아.”
시리아전에서 선발로 나섰던 황의조는 이란전에서는 단 1분도 피치를 밟지 못했다.
조규성이란 확실한 대안이 등장한 상황이었기에, 벤투는 폼이 나쁜 황의조를 굳이 쓸 이유가 없었다. 그는 손흥민만큼 팀에 절대 불가결한 존재가 아니다.
다만 믿을 수 있는 2명의 스트라이커를 카타르로 데려가고 싶은 벤투인 만큼, 황의조 역시 폼을 끌어올리지 못할 것을 고려해 다른 공격수 자원을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건 가장 여의치 않았다.
그나마 왼쪽 풀백과 오른쪽 윙어에는 미래를 기대할 만한 선수가 서너 명쯤은 있었지만, 스트라이커 포지션만큼은 폼이 떨어진 황의조 이상 가는 선수를 찾기 어려웠다.
정상빈은 어디까지나 유망주 레벨이고, 외의 공격수들은 K리그에서조차 5골을 넘기는 걸 어려워한다.
주민규와 김신욱은 파울루 벤투의 스타일이 아니었고, 그들을 대표팀에 선발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대로, 다들 힘내 주게.”
“네.”
“그러죠, 파울루.”
“좋아. 이만 쉬도록 하지.”
한국으로 돌아오는 전세기 안에서 짧은 미팅을 끝낸 파울루 벤투의 눈은 이제, 어느덧 구름을 아래로 내려다 둔 비행기 밖 풍경으로 이어진다.
‘이 팀은 더 나아질 수 있어.’
막연히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게 아닌, 정말로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파울루 벤투를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비록 작은 나라지만, 재능은 많이 탄생한다.
까마득히 멀긴 하겠지만, 며칠 전 맨체스터 시티 유스 소속의 조우진이 시티의 유스 클럽 레코드를 갈아치웠다는 소식은 미래를 기대케 하는 일이었다.
외에도 당시 Team CFG에서 뛰었던 김현준과 김선우 모두, 내년부터 프랑스 스타드 렌과 독일 도르트문트 유스에서 뛰게 되는 것이 결정됐다.
이미 많은 어린 선수들이 ‘City&Da-On Academy’를 통해 유럽 유스 교육을 받는 지금, 대한민국은 현재보다도 미래를 더 기대할 수 있는 팀이 되었다.
‘하지만 일단은 내년이군.’
미래보다는 눈앞의 현실에 다시 집중키로 한 파울루 벤투가 눈을 감으며, 만족스러웠던 이런 원정을 마무리한다.
피곤에 지쳐 잠든 이들로 가득한 전세기.
한국 대표팀은 지금 단잠에 빠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