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8)
127화
A매치 주간은 끝났다.
우선 대한민국 대표팀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들 없이도,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2 : 1 승리로 장식했다.
난 그날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경기를 보았고, 끝난 뒤에는 베베까지 불러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말하는데, 정말 끝내주는 날이었다.
그리고 오늘.
“에-이!”
“오랜만이네. A매치는 어땠어?”
“끔찍했어. 우리 완전 메시한테 뭐처럼 처 발렸다고.”
“메시잖아. 당연한걸 가지고.”
“제기랄. 이젠 꼴찌로 뒤처지게 생겼어.”
다시 SL 벤피카가 완전체의 모습을 갖췄다.
지금 나와 대화한 건, 오스카 카르도소다.
.
.
2012년 9월 13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늘 A매치 주간이 끝나고 나면, 다들 할 이야기를 한 보따리씩은 가지고 오는 것 같다.
난 불과 5분도 되지 않아 카르도소의 파라과이가 2014 월드컵 진출이 무척이나 어려워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해당 경기에서 가라이가 카르도소를 완전히 지워버렸다는 이야기 역시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콜롬비아에 0:4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뒤, 이어진 평가전에서도 에콰도르와의 경기에서도 큰 실수를 범한 막시는 꽤 저기압인 모습이었다.
“임마들아, 시끄러워. 내 앞에서 월드컵 이야기는 꺼내지도 마. 누구든 지금 이 시각 이후부터 월드컵의 ㅇ이라도 말하면…….”
“월드컵의 왕이 납신다!! 안녕, 친구들!”
“……난 아니거든.”
“참아요, 막시. 쟤는 못 들었잖아요.”
“참으라고? 아니, 안 참을 건데?”
웨일즈 전 6 : 1 승리에 들뜬 마티치가 ‘월드컵의 왕’임을 자처하며 안으로 들어서자, 뒤돌아선 막시가 나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티치의 뒤통수를 찰싹 때리고는 사라졌다.
졸지에 봉변을 당한 마티치가 움찔하면서 우릴 보며 대체 무슨 일이냐며 물었고. 우린 그저 어깨를 으쓱이며 모른 척하고 있었다.
역시, 어딜 가든 눈치가 제일인 법이다.
“우울한 이야기는 관두자. 너네는 특별한 일 없었어?”
“아니, 별로.”
“특별한 일이라면 얘한테 있었지.”
“야! 나불대지 좀 마!”
“큭큭큭큭. 뭔 일인지 들으면 놀라 나자빠질 거다.”
“응? 뭔데? 대체 뭐가 그리 재미있는데?”
호드리구에게 옆에 있는 물건을 집어 던져 보지만, 날렵하게 피해버린 그는 낄낄거리며 메디컬룸을 나섰다.
오늘은 A매치를 다녀온 선수들을 위해 회복훈련부터 진행될 예정이었고, A매치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거기에서부터 시작해 컨디셔닝을 점차 챙겨갈 것이다.
어쨌든, 호기심이 동한 카르도소는 연신 나를 졸라대면서 무슨 일인지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어떻게든 얼버무리려고 하는 찰나, 입이 찢어질 정도로 하품을 하며 등장한 베르나르두가, 금방까지 호드리구가 있었던 자리로 가 드러누웠다.
그러면서 녀석은 우릴 돌아보며 물었다.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 중이었어?”
“아니.” , “어, 맞아.”
“??”
“…….”
난 신경 쓰지 말고 얼른 준비나 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끈질긴 카르도소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곁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베르나르두는 곧, 무슨 이야기인지 알겠다는 듯 탄성을 내지르며 곧바로 입을 열었다.
“얘, 오펠리아랑 사귀게 됐어.”
“에이!!! 베르나르두!!”
“뭐??”
나와 카르도소의 엇갈린 반응에 깜짝 놀란 베르나르두가, 주머니 속에서 초콜릿 바 하나를 꺼내며 이렇게 말한다.
“어, 그거 비밀이었어? 다 알길래, 난 아닌 줄 알았지.”
“자, 잠깐. 오펠리아? 설마, 루이스의 손녀인 오펠리아 비에이라를 말하는 거야?”
“어. 얘랑 지금 사귀고 있어.”
할 수만 있다면 저 초콜릿 바를 봉지까지 통째로 베르나루드의 입에다 밀어 넣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다고, 뭐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난 쿨하게 이 상황을 대처키로 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지.”
“야.”
“어?”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쉰 카르도소가 내 어깨에 손을 얹어온다.
그러곤, 어느 때보다 진심 어린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제발. 제발 오펠리아에게 못되게 굴지 마라.”
“못되게 군다고? 젠장. 난 그런 거 할 줄도 모르거든?”
“아니, 진심이야.”
카르도소는 내게 루이스 구단주님이 얼마나 손녀딸을 사랑하고 또 아끼고 있으며, 요즘에도 아기 때와 현재의 사진을 가지고 다니면서 주변에 자랑을 아끼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리고 말하는데.”
절대.
절대, 절대, 절대,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구단주나 단장 혹은 감독의 가족과 연애를 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
“네 인생이 고달파질 거야. 맹세해.”
“뭐, 알아서 할게.”
“그래- 내가 참견할 바는 아니긴 해. 그나저나, 어떻게 둘이 만나게 된 거야?”
“그게, 그러니까.”
뭐 굳이 오늘이 아니어도, 나와 오펠리아의 연애 사실은 어떻게든 알려질 일이었다.
어제 훈련이 한창이던 때, 연습장을 찾아온 오펠리아가 훈련이 끝날 때까지 나를 기다렸던 이야기가 벌써 구단 전체에 파다하게 퍼져 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클럽의 메디컬 스태프들 앞에서도 인정할 수 있었던 거다.
“뭐, 그 이야기는 집어치우자고. 어차피 한 달은 못 보니까.”
“뭐? 왜?”
“어제 밀라노로 떠났거든.”
“아-! 걔 모델이었지. 그건 좋아.”
“그건 또 왜?”
“날 믿으래도. 지금 내 애인도 모델이거든? 런웨이는 100% 남자 청정지역이야.”
“그런데 남자 모델도 있지 않아?”
“있긴 한데, 그쪽 여자애들은 우리처럼 남자다운 남자를 원하거든. 비쩍 마르고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새끼들 말고 말이야. 그리고 모델이 바쁘다는 것도 꽤 편한 부분이야.”
마지막 부분은 조금 받아들이기 어려웠긴 하지만, 내심 그런 부분을 걱정하고 있었기에 카르도소의 말은 큰 위로가 됐다.
하긴 오펠리아도 떠나기 전에, ‘런웨이? 거기 남자애들은 전부 다 게이니까 걱정하지 마.’라는 식으로 말하기는 했었다.
어쨌든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당분간은 이별이 됐다.
“반대 발 좀 줘봐.”
“넵.”
오른발을 거두고 왼쪽 발을 메디컬 스태프에게 맡기면서, 난 19일에 있을 셀틱 원정경기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진짜 얼마 전까지 개똥이었던 것 알지? 그날도 죽 쑤면, 그때는 더 떨어질 곳도 없는 거야.”
“……그래, 나도 알아.”
오늘부터 우리는 이곳 세이샬에서 17일까지 훈련을 한 뒤, 18일 새벽 전용기를 이용해 스코틀랜드로 떠나게 된다.
상대는 셀틱 F.C.
현 스코티쉬 리그의 독보적인 강호로, 레인저스가 4부로 강등되면서 그들을 견제할 세력이 없어진 상태다.
빠르고 또 거칠며, 모두가 전사들이다.
분명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거다.
하지만.
‘반드시 이겨야만 해.’
사람들의 의심을 지워내려면, 우린 그 경기에서 이전보다 몇 배는 더 잘해야만 한다.
***
2012년 9월 14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제1 연습구장.
A매치 주간 이후 두 번째 날.
팀에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이게 누구야!!”
“하하.”
좀 더 오랫동안 쉬어야만 한다고 들었던 니코가 훈련에 복귀한 것이다.
이는 팀이 예상한 것보다, 2주 정도 빠른 페이스였다.
그래도 내심 걱정된 나는, 니코에게 다가가 몸 상태를 물었다.
“100%는 아냐. 그렇지만, 점점 더 끌어올려야지.”
“그러면 이제, 정말 돌아온 거네!”
“워-우! 우리 엄마도 지금의 너처럼 반겨주진 않겠다. 그러니까, 오랜만에 집에 돌아가도 말이야.”
현재 많은 부상을 팀의 선수층이 상당히 얇아져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니코의 복귀를 반기지 않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그는 많은 이들에게서 환대를 받았고, 덕분에 새벽 시간에 진행되고 있는 오전 훈련을 밝은 분위기 속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렇게 오전 훈련이 끝나고 식당으로 움직였을 때, 식당 창문 밖으로 보이는 주차장에 낯선 차량 두 대가 등장했다.
자연스레, 우린 거기에 시선을 고정했다.
“저건 또 뭐야?”
“몰라. 누구 범죄를 저지른 사람?!”
“킥킥킥킥킥.”
주변에서 왜 웃는지 물었더니, 니코가 친절히 그 이유를 내게 말해주었다.
알고 보니 저 차종이, 주로 포르투갈 드라마에서 특수 경찰팀이 비밀리에 움직일 때 타고 다니는 종류랬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어쩐지 더 비밀스러워 보이기 시작했는데, 잠시 뒤에 문이 열리면서 지금까지 이곳에서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어? 그런데 저거, 에두 아니야?”
“맞네. 영입인가?”
“영입? 9월에 말이야?”
“임대는 아직 가능하잖아. 아닌가?”
“아니, 맞아. 오늘 밤 11시 59분까지야.”
“…….”
새로운 선수의 합류가 유력해 보이는 장면에, 식당에는 순식간에 긴장감이 내려앉았다.
다른 동료들도 이미 지역의 라디오라든가 포르투갈의 주요 미디어에서, 우리의 경기력을 비판하고 특정 포지션의 선수들에게는 비난에 가까운 목소리를 쏟아내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일은 절대 바깥으로 돌지 않고 또 외부의 목소리에 귀를 크게 기울이는 편도 아니라지만, 팀의 성적과 본인의 경기력이 좋지 못하다는 건 다들 알고 있을 거라고 본다.
특히나 미드필드에서의 문제점들이 크게 부각 되는 상황이다 보니, 아까까지 웃고 떠들던 몇몇 이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느새 식당은 조용하게 바뀌었고, 모두가 영화관에 온 듯 뻥 뚫려 있는 창문 밖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누가 내린다.”
문이 굳게 닫혀 있었던 다른 한쪽 밴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붉은 느낌이 섞인 금발 머리의 남성 하나가 모습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빠르게 검색을 마친 내가 주위에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루머는 없어! 다들 알던 것 빼곤!”
“다들 알던 게 뭔데?”
“지금은 좀 닥쳐, 베르나르두!”
그래. 지금은 네가 욕먹을 만했어, 베르나르두.
그러니, 지금은 좀 닥쳐봐.
몇 초 정도 차에서 내린 사내를 뚫어지라 쳐다보던 시간이 지나고, 잠시 뒤 에두 크루즈가 이쪽을 가리키자마자 모두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가식적인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었다.
“이거, 꼭 준비한 것처럼 보이지 않아?”
“그러니까. 어색해 죽겠네, 진짜.”
하지만 저 창밖의 사내는 별생각이 없었는지, 우리를 보며 더욱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왔다.
그리고 한쪽에서.
“일단, 맞춰보자. 국적이 어딜까? 난 일단 유럽.”
“나도. 북유럽은 아닌 것 같아.”
“글쎄올시다. 내 친구들이랑 조금 닮은 것 같은데?”
“뭐? 네 한국 친구?”
“아니, 멍청아. 나 덴마크에서 뛰다 왔잖아.”
“아- 그러네. 그럼 너무 범위가 넓지 않아?”
“이탈리아! 내가 먼저 찜했어!”
“아~ 빌어먹을!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먼저 이탈리아를 외친 모라에스를 시작으로, 하나둘 국적이 채워지고 판돈이 한쪽 테이블에 모이게 되었다.
“이봐! 넌? 설마 빠지려고?”
“그럴 리가. 안 나온 나라가 어디야?”
“유럽은 얼추 다 나왔어. 그리고 당연히 포르투갈은 안 나왔고. 만약 쟤가 포르투갈 애였다면, 여기에서 아는 사람이 하나쯤은 있었어야 하니까.”
“흐음-”
이런 쪽에서는 무척이나 동작이 빠른 자르데우에게서 노트를 건네받아, 동료들이 어디에 돈을 걸었는지를 확인한다.
방금 그의 말처럼, 유럽은 거의 모든 나라가 나왔다.
심지어 마케도니아와 몰타까지 있을 정도다.
그리고 남미의 브라질에도 루이장이 돈을 건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딱히 생각나는 나라가 없었던 나는 아르헨티나를 적어 넣으면서 그 위에 50유로를 올려다 두었다.
“좋아, 끝났어! 바꾸기 없기야!”
갑작스러웠던 내기와 그보다 더 갑작스러웠던 영입 소식.
물론 확실한 건 그 어디에도 없지만, 영입이 아니고서야 지금의 상황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임대 이적시장 종료를 약 15시간을 앞두고, 팀에 새로운 동료가 가세하게 되었다.
중요한 건, 저 친구가 누구냐는 거겠지.
어차피, 나중에 다 알게 될 것이다.
“어?! 내 소시지! 누가 먹었어! 베르나르두!!”
“나 아냐! 그보다, 왜 맨날 난데!!”
일단 지금은, 혼란을 틈타 소시지를 훔쳐간 범인을 찾는 것이 먼저였다.
***
[Geronimo Quem? SL 벤피카의 팬들은 팀이 임대로 영입한 선수가 너무나도 뜬금없음에 분통을 토해내고 있다. – CMTV] [결국, SL 벤피카는 이렇다 할 큰 영입 없이 여름 이적시장을 끝냈다. 과연 그들은 마지막에 웃을 수 있을까? 확실한 건, 지금으로서는 힘들어 보인다는 것이다. – O Jogo]***
2012년 9월 15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제1 연습구장.
제로니모 베가는 나와 같은 1993년생에 심지어 생일마저도 12월 18일로 이틀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녀석은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님처럼, 이주민들 사이에서 섞여 자라나서 여러 종류의 언어를 할 줄 알았다.
아르헨티나는 기본적으로 스페인어가 공용어였지만, 이주민들이 워낙에 많아 다양한 언어가 공존하는 나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팀에 있는 가라이도 어릴 때부터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전부 쓸 줄 알았고, 아이마르는 영어와 불어를 또 니코는 이탈리아어를 조금 할 줄 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베가!”
“제로니모! 제로니모라고 불러주세요!”
“그래, 제로니모. 아주 잘 했어.”
어제 식당에서 자신을 소개한 제로니모 자신이 아르헨티나의 산 마르틴(San Martin)이라는 클럽에서 왔으며, SL 벤피카로 오게 되어 꿈을 꾸는 것만 같다고 말을 했었다.
우린 그런 그를 푸근하게 반겨 주었는데, 재로니모에 대한 정보가 알려진 뒤라 팀이 미래를 보고 영입한 선수란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또 어제는 함께 훈련도 하지 않았었다.
제로니모 어제 계약서에 사인하고, 아파트를 구하기 전까지 머물 클럽하우스에 방을 배정받는 것으로 일정을 마쳤다.
그래서 저 녀석이 어떤 축구선수인지를 몰랐으나, 지금은.
촤르르르륵-!
측면미드필드의 움직임과 마무리를 확인하는 훈련에서, 베가는 모든 이들의 주목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연습 그라운드에, 긴장감이 내려앉는다.
물론, 미드필드 훈련이 진행되는 저쪽에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수비수가 모인 이곳은, 무척이나 평화롭다.
“허-! 쟤네들 긴장 좀 되겠는데?”
“그게 바로 우리에게 필요했던 거죠.”
“이런! 넌 그때부터 계속 빡빡하네.”
“넵! 그리고 팀이 궤도에 올라올 때까지는 멈추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래그래. 그나저나, 내 이야기는 생각해 봤어?”
“넵. 그래서 지금 무척이나 노력하고 있죠.”
실은 A매치 주간에 엔초와 조금 친해져 볼 생각이었는데, 그는 새롭게 사귀고 있는 아르헨티나의 여배우와 밀회를 즐기기 위해 포르투갈을 잠시 떠나 있었다.
그리고 마티치야 알다시피 ‘월드컵의 왕이 납신다!!’를 외치며 돌아왔기 때문에, 두 사람과 친해지는 일은 아직 진전이 없다.
내 이야기를 들은 루이장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고개를 숙이며 큭큭 거리기 시작한다.
“웃지 마요. 전 심각하니까.”
“큭큭큭. 내가 볼 땐 쟤네는 다 잊은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런 패배를 쉽게 잊을 수 있다니.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좀 배우고 싶네요.”
농담이 아니라, 요즘도 가끔 낮잠을 잘 때 CD 나시오날전 마지막 휘슬을 불던 때가 꿈에서 나온다.
그때의 심정은 정말이지.
“이봐, 꼬마.”
“네?”
지금도 날 꼬마라 부르는 사람은 루이장과 아이마르 정도다.
나 역시, 둘이 나를 꼬마라 부를 때는 가만히 듣고만 있다.
내가 무척이나 존경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부터 질문을 좀 할게.”
“네, 얼마든지요.”
“첫 번째, 매주 경기에 뛰고 싶어?”
“뛰고 싶으냐고요? 그게 무슨 의미예요?”
“‘네’, ‘아니요’로만 대답해. ‘네’야? ‘아니요’야?”
그야, 당연히 ‘네’다.
당연한 걸 가지고.
“좋아, 두 번째. 네가 뛰는 경기에서 매번 승리하고 싶어?”
“대체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은 왜 하는 거예요?”
“어서 대답이나 하래도?”
“당연히 이기고 싶죠!”
“그럼 ‘네’인 거네.”
“200%!!”
이후로도 루이장의 질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는데, 미안하지만 하마터면 그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질 뻔했을 만큼 터무니없고 또 뻔한 질문이었다.
아니 대체 누가 경기에서 패배하고 싶겠나?
그리고 대체 누가,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붓고 싶지 않을까.
나는 비록 한때는 축구를 관두려고도 했고 또 자신감이 붙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냥저냥 한국에서 커리어를 이어갔어도 똑같은 대답을 했을 것이다.
그야, 당연하니까.
“‘당연하다’라. 과연 그럴까?”
“네?”
“지금 네 대답을 통해 알 수 있는 확실한 건, 네가 아주 좋은 태도를 지닌 축구선수라는 거야. 그리고 넌 앞으로, 모두가 너 같은 마음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아가야만 해. 이건 전에도 했었던 이야기지 아마?”
“…….”
잠깐 생각을 이어나간 내가 머리가 아프다고 말하자, 껄껄 웃은 루이장이 내 등을 팡팡 두들겨왔다.
그는 내가 이것을 알려면 최소 10년은 더 필요할 거라고 했다.
자그마치 10년이나.
“그래도, 놀랍긴 하네.”
“뭐가요?”
“10년 뒤에 나는 41살이겠지. 그리고 운이 좋다면 어딘가에서 축구 감독을 하고 있을 거야. 그런데 넌 10년 뒤에도 아직 팔팔한 28살이잖아. 널 보면 가끔, 네 나이 때 내가 어땠는지 깨닫고 한심해진다니까. 자, 어서 가기나 하자.”
“……네.”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잔뜩 늘어놓은 루이장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난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얼굴에, 빗방울 하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도로 사정은 진짜 최악인데.’
현재 공사가 한창인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걱정하고 있을 무렵, 저쪽에서 또다시 제로니모 베가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그거야, 베가! 바로 그거라고!”
“제로니모! 제로니모라니까요?!”
그것참, 이름이나 좀 제대로 불러주지.
***
작가의 말 ? 작가 본인은 특정 직업 그리고 불특정 다수의 성적 방향성에 대해 어떠한 편견과 악의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밝힙니다.
요즘은 워낙 무서워서. -,. -;;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2019년 3월, 파라과이의 클럽 리베르타드 데 파라과이의 감독 레오넬 알바레즈가 느닷없이 해임을 통보받은 일이 있습니다.
몇 시간 전 컵 대회 4-1 대승 직후였기 때문에 다들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파라과이 국가대표 미드필드이자 리베르타등에서 뛰고 있던 에드가 베니테즈의 부인과 부적절한 관계인 게 들통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레오넬 알바레즈는 콜롬비아의 전설적인 축구선수였고 또 많은 이들로부터 신뢰를 얻었었는데, 이 사건 하나로 완전 박살이 나 버렸죠.
그 이유는 에드가 베니테즈 외에도 자신의 부인 혹은 여자친구가 레오넬 알바레즈와 바람난 경우가 속속 밝혀졌기 때문인데, 피해자 중 한 사람이 바로 본문의 오스카 카르도소입니다.
흥미 있는 소재이나 극 중 써먹을 일은 없을 거라, 그냥 여기에다 썰을 풀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