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80)
Sp2. Road to World Cup (42)
2022년 2월 1일. 두바이, 아랍에미리트. 이티하드알 알 에티하드 로드. 라시드 스타디움(Rashid Stadium. 79H6+V6Q – IthihadAl? Al Etihad Road – Dubai ? U.A.E).
.경기 시작 05분 전
시리아 0 : 0 대한민국
&Best Eleven(한국/상대팀)
&Tactics(한국/상대팀) : 4-2-3-1/4-4-2(Flat)
GK ? 김승규 / GK ? 이브라힘 알마
RB ? 김다온 / RB ? 암로 제니아트
RCB ? 김민재 / RCB ? 무아야드 알쿨리
LCB ? 권경원 / LCB ? 오마르 미다니
LB ? 김진수 / LB ? 카멜 하미쉬
RCM ? 손준호 / RM ? 올리버 카워
LCM ? 황인범 / RCM ? 타에르 크루마
RAM ? 송민규 / LCM ? 모하마드 사흐유니
CAM ? 고승범 / LM ? 마무드 알마와스
LAM ? 정우영 / RST ? 몰함 바불리
ST ? 황의조 / LST ? 오마르 하르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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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가 경기를 치르게 된 라시드 스타디움의 컨디션은 완벽했다.
그리고 그러면서 팀 전술 역시 4-4-2가 아닌 본래의 4-2-3-1로 돌아왔다. 꾸준히 연습해 온 방식의 축구를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라인업은 대폭 변화가 있었는데, 지난 레바논전에서 선발로 나섰던 11명 중 7명이 바뀌었다.
전날 벤투 감독님은 이 선발 멤버로도 승점 3점을 획득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보여 줬는데, 그때 전달받은 에너지는 지금까지 남아 있는 듯하다.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간 민규에게 다가가, 시합이 시작되면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을 건네 본다.
“꼭 심호흡해라. 알았지?”
“네, 형.”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민규의 어깨를 토닥인 후, 가장 앞쪽으로 걸어가 그라운드로 나설 때를 기다린다.
오늘의 주심은 기무라 히로유키(Kimura Hiroyuki) 씨로, 아시아권에서는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어차피 중립 경기장인만큼 레바논전처럼 심판이 VAR 확인조차 하지 않는 텃세를 부리거나 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휘슬을 잡은 것은 좋은 일이다.
심판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심리적인 부분에 훨씬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자, 얘들아-! 가 보자-!!!”
“어이-!!!”
작년 가을부터,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에 내가 선창하면 뒤에서 호응하고 난 뒤에 걸음을 뗐다.
내 딴에는 팀에 더 많은 파이팅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는데, 방송가와 인터넷상에서는 ‘K-풋볼 패거리’ 혹은 약간 더 속된 말로 화제가 되었다.
몇 달 전부터는 해외 팬들도 ‘K-Football Mafia’라며, 우리의 등장을 느와르 영화처럼 편집한 영상에 환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상대가 영향을 받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러한 것들이 하나둘 모이게 되면 팀 케미스트리를 다지는 데에는 커다란 도움이 된다.
그렇게 복도를 빠져나와 경기장으로 나섰을 때, 관중석 한쪽에서 큰 함성이 쏟아졌다.
그건 모두, 우리 한국 대표팀을 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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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tvN 캐스터
“지난해부터 큰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는 K-풋볼 마피아가 등장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가장 앞에는 대한민국의 캡틴 김다온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서현욱) – tvN 해설위원
“김다온 선수의 영향력이야 뭐, 두말하면 입 아픈 수준입니다. 실력도 최고지만, 주장이 된 이후에는 쭉 대한민국 대표팀을 잘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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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엔 조금 뒤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은 내가 처음으로 유니폼을 입었던 때와는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선수단이나 코칭스태프를 말하려는 게 아니라, 문화 그 자체를 이야기하는 거다.
불필요한 선후배 문화가 사라졌고, 이제는 모두가 대표팀을 위해 자유롭게 의견을 내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그러나 예의범절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벽을 허물려다 기둥까지 무너뜨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또 유럽에서 뛰며 깨달은 건, 예의범절을 지키는 것과 꼰대 문화는 별개라는 사실이다.
그 유명한 영화 대사처럼 매너가 사람을 만드는 법이기에, 한국인으로서 지켜야 할 것들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여기에 보태어 또 하나 더하자면, 이제 겨우 대한민국만의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 같다.
레 블뢰(Le Bleus) 프랑스.
아주리(Azzuri) 이탈리아.
삼사자(The Three Lions) 잉글랜드.
그리고 작은 카나리아(Canarinho) 브라질.
세계를 호령했던 모든 국가가 그들만의 캐릭터를 명확히 가져간 것처럼, 우리도 호랑이라는 대표팀의 상징이 대한민국을 떠올릴 수 있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정확히는 백호(白虎).
먹이 사슬에서 상위 포식자인 호랑이가 먹잇감을 잡아먹는 모습처럼, 우린 최근 연일 승리를 쟁취하는 중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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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네- 김민재가 바로 밀어줬습니다. 김다온이 높이 올라와 있습니다. 김다온. 오른발 크로스. 길게 넘어옵니다. 헤딩-!! 고오오오올-!! 김진수의 골입니다-!”
(서현욱)
“지금은 양쪽 풀백들이 득점을 합작했습니다. 오른쪽 풀백인 김다온이 높은 위치에서 크로스를 띄웠고, 반대편에 있던 김진수는 아예 페널티 박스 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배정세)
“그렇습니다!! 전반 11분에 앞서나가기 시작하는 대한민국! 역시 오늘도 어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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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국) – tvN 해설위원
“시리아가 공격해 보려고 하는데, 위쪽까지는 그래도 잘 올라가거든요? 그런데 마지막 수비라인을 전혀 뚫어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배정세)
“빠르게 움직이고 왼발 슈웃-!!”
(서현욱)
“어어-?!!”
(배정세)
“고오오오오올-!! 이번에는 고승범입니다!!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나온 멋진 왼발 슈팅!! 대한민국이 다시 한 골을 추가하면서, 시리아와의 격차를 하나 더 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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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한동안 골이 나오고 있지 않은 대한민국입니다. 교체되어 들어간 조규성. 역시 교체되어 들어간 이동경에게. 이젠 스페인 바야돌리드에서 뛰게 된 이동경입니다.”
(서현욱)
“열어 줘야죠. 좋아요.”
(배정세)
“이동경이 왼쪽으로 잘 빼 줬습니다. 정우영이 돌파를 시도하다, 뒤로 볼을 보냅니다. 어느새 볼이 있는 곳 근처로 움직인 황인범.”
(이동국)
“황인범 선수, 정말 많이 뛰어 줍니다.”
(배정세)
“황인범이 돌파를 시도하지만, 수비에 막힙니다. 흐르는 볼. 손준호! 슈팅 기회! 손준호! 옆으로 빼 줍니다! 김다온!! 으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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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겨 나갈 듯 흔들리는 그물을 확인하며, 나는 슈팅 후 착지한 자리에 서서 조용히 손을 들어 올렸다.
하프 타임 때 동경이와 동준이에게 유럽 클럽과 계약한 축하의 의미로 골을 넣어 보겠다고 했는데, 그걸 지켜 냈다.
골을 넣은 나보다 더 어리둥절한 동경이가 살짝 입을 벌린 채로 다가와 안겼고, 곧이어 규성이와 내게 패스를 전달한 준호 형 역시 곁으로 다가왔다.
전반전 30분이 되기 전에 2:0을 만든 후, 후반 30분이 넘도록 득점이 없었다.
몇 차례의 좋은 기회를 잡았지만 득점에 실패하거나 골대를 맞추는 등의 불운이 이어졌었는데, 그래도 3:0을 만들었으니 체면치레 정도는 할 수 있었다.
남은 시간 더 득점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무리하기보다 아무도 다치지 않도록 경기가 끝날 때까지 경기를 조율하는 편이 더 나아 보인다.
초반부터 꾸준히 골을 몰아쳤다면 조금 더 해 보자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멈출 때였다.
“형. 조율하자, 이제.”
“그럴까?”
“어. 무리하다 다치면 안 되니까.”
“그래, 그럼. 그러자.”
새해 첫 대표팀 소집 기간에만, 무려 네 명이나 되는 선수들이 팀을 바꿨다. 그중 세 명이 한국과 중국에서 유럽으로 대륙을 옮겼다.
유럽 진출이 무조건 정답인 것은 아니지만,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유럽 클럽과의 계약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렇게 되면 어린 친구들이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는 걸 더욱 갈망하게 되고, 자연스레 대표란 이름에 품격이 생긴다.
그리고 자리가 사람을 만들 수도 있는 것처럼, 주목을 받게 된 우린 더욱 성숙해진다.
다만 마지막 부분은 정반대도 있는지라, 대표팀의 선배인 우리가 잘 이끌어 줘야 한다.
삑-! 삐?익!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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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경기 끝납니다! 대한민국이 시리아에 3:0 완승을 거두면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그룹 A조 1위 자리를 확정 짓습니다!”
(서현욱)
“월드컵 지역 예선이 이렇게 쉬웠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대표팀도 역시 거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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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최종예선도 남은 경기가 딱 두 개뿐이라, 사실상 월드컵 본선 진출국은 확정되었다고 보면 된다.
우리 A조는 진즉 정해졌고 말이다.
의외로 일본이 초반 부진했던 탓에 B조는 아직 혼전 중이었는데, 마지막이 되어야 본선진출 국가와 최종예선 순위가 결정된다는 점은 재미있는 부분이다.
그에 비하면 A조는 한국과 이란을 응원하는 팬들 말곤 흥미가 떨어졌을 거다.
[오늘, 난 너희가 무척 자랑스럽다.]10년 연속 본선 진출 때도 간단히 수고했다는 말만을 건넸던 벤투 감독님도, 조 1위를 확정 짓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에게 칭찬을 해 주셨다.
고집과 강단이 있는 모습 그대로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한편으론 처음부터 눈높이를 조 1위로 잡아 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만약 그게 맞다면, 나로서는 벤투 감독님이 더 좋아질 수밖에 없다.
‘우린 강합니다.’
어떠한 팀과 맞붙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끼며, 나는 오는 6월 우리가 진정으로 강한 팀을 상대로 평가받을 수 있기를 기대했다.
벌써 2022년도 2월이 됐다.
이제 월드컵까진, 단.
‘292일.
겨우 292일 정도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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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김진수 : 전반 11분(김다온)고승범 : 전반 28분(김다온)
김다온 : 후반 32분(손준호)
***
[Son Heung-Min fires 12-Minute hat-trick as City thrashNorwich. – 디 인디펜던트(U.K)/2022.02.15.(저녁)]? 모두가 주인공이 되려는 가운데 홀연히 등장한 손흥민이 12분 만에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주연 자리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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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은 그들의 축구 역사에서 오랫동안 기억될 최악의 결정을 내린 것인지도 모른다. – 풋볼 런던(U.K) via Twitter/2022.02.15.(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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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졌다, 손흥민!! 맨체스터 시티의 챔피언스리그 대승 견인. 김다온도 어시스트 해트트릭. – OSEM(한국)] [SIX IN THE CITY : 홀란, 메시, 흥민 각각 2골. 다온 3어시스트. 스포르팅 원 대승. – 맨체스터 시티 공식 소셜미디어/2022.02.15.(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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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역사상 최초로 단일 시즌 3+어시스트 경기를 4회 달성한 김다온. 유일한 기록은 1924년 브라질 리그 안토니우가 기록한 3경기였다. – ESPN(U.S/2022.02.15.(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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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에서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하는 손흥민.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됐지만, 벌써 집처럼 편안하게 느껴진다. 최근 좋지 않아 심리적으로 쫓기고 있었는데, 감독님이나 동료들이 편하게 축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 맨체스터 이브닝(U.K)/2022.02.15.(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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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을 다음 토트넘 경기에서 출전시킬지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한 펩 과르디올라, “쏘니에게 토트넘은 매우 특별한 클럽이다. 나는 그가 어떠한 부담감이나 상처도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우선 신중하게 지켜본 뒤에 결정할 것.” – Sky Sports(U.K)/2022.02.15.(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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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을 내보냈던 토트넘의 결정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는 김다온, “1월부터 토트넘 성적이 어떻죠? (리그에서 1승 3패). 그리고 저희는요? (리그에서 4승). 잠시만요 어떻다고요? (다시 말함) 흐음. 토트넘의 결정을 묻는다고 했죠? 흐음- 알 것 같네요. (웃음)” – 더 선(U.K)/2022.02.15.(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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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안토니오 콘테가 경질될 것이라고 말하는 리그의 관계자들. “이미 토트넘 내부적으로 안토니오 콘테의 선임은 실패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U.K)/2022.02.16.(오후)]***
2022년 2월 18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감독실.
시티 이적 후 빠르게 득점을 적립 중인 흥민이 형은 벌써 리그 10번째 골을 채웠다.
그라고 그중 네 골이 올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0번(AM)을 맡게 된 리오의 패스를 받아서 만들어 낸 것이다. 모든 패턴이 그가 공간을 만들면, 흥민이 형이 뛰어가는 방식이었다.
안토니오 콘테 부임 이후 흥민이 형이 토트넘에서 풀리지 않았던 건, 공간을 찾아 쇄도하는 움직임이 주 특기인 사람에게 패스가 제때 도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흥민이 형은 볼을 받기 위해 스프린트를 포기하고 드리블과 같은 옵션을 택하게 됐는데, 사실 그런 부분에서 경쟁력을 갖긴 어렵다.
냉정하게 말해 흥민이 형은 스프린트와 마무리에 특화된 단편적인 축구 선수였는데, 거기에 월드클래스 수준의 킥력이 더해지며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쏘니에게 복잡한 문제를 던져 주면 안 돼.”
“네. 저도 동의해요.”
“그는 환상적인 피니셔야. 엘링과는 다른 방법으로 골을 넣을 줄 알지. 나는 그가 골대로 돌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만 하면 됐어. 남은 건 그가 알아서 해 줄 테니까.”
“그게 어려운 거죠. 안 그래요?”
“하하. 그렇지.”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사실 이런 흥민이 형의 활용 방식은 펩이 줄곧 라힘에게 했던 것과 같다.
하지만 라힘은 마무리를 잘 해내지 못했고, 그 결과 전술의 변화와 함께 선발에서 밀려나 첼시 FC로 이적했다. 만약 그의 마무리 능력이 조금만 더 좋았다면, 현실은 달랐을 거다.
시티 팬들의 밈(Meme)이 되어버린 ‘Son of City’도 없었을 거고, 잉글랜드 출신이라 사랑도 엄청나게 받았을 게 분명하다.
어쨌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처음 흥민이 형의 영입을 추진할 때 우려를 표했던 이들 모두 아무것도 몰랐단 거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였어요.”
“들어 보겠네.”
“그러셔야죠. 안 그래도 안 듣겠다고 하면 억지로라도 말할 생각이었으니까요.”
“뭐? 하하하.”
해가 지날수록 점점 더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펩을 보며, 나는 함께하며 느꼈던 그의 축구 철학을 설명했다.
펩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은 무얼까?
포지셔닝(Positioning)?
아니면 패스(Pass)?
틀렸다.
바로 공간(Spacing)이다.
알다시피 펩은 자신만의 철학을 확장코자 과거의 전술들을 다시 연구했고, 미국에서 안식년을 보낸 뒤에는 미식축구와 농구의 전술 역시 파고들었다.
농구를 좋아하는 이들에 따르면, 펩의 농구를 이해하는 수준은 어지간한 전문가 이상이라고 한다.
아무튼.
“당신이 패스를 요구하는 이유는 하나죠. 바로 아무리 빠른 사람이어도 볼보다 빠를 순 없으니까요. 그리고 볼을 가지지 않았을 때가 볼을 가졌을 때보다 더 빨라요.”
“후후.”
“아직 일러요, 이 양반아. 제 얘긴 더 남았어요. 어쨌든, 당신은 볼을 가진 선수가 멈춰 선 동안, 남은 이들이 더 좋은 위치를 찾아 움직이길 원하죠. 그리도 다시 패스가 가면, 술래가 바뀌는 셈이 돼요.”
바로 이것이다.
볼을 가진 선수를 제외한 남은 9명의 필드 플레이어는 항상 공이 자신의 발밑에 없을 때 더 좋은 위치를 찾아 움직일 생각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술이나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과 부지런한 습관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모든 이들이 똑같아선 곤란하다.
한 가지 사물과 사건을 바라볼 때 그것을 해석하는 방법이 다 다른 것처럼, 피치 위에서 드러나는 공간을 해석하는 방법은 11명의 선수가 전부 달라야 했다.
이러한 화학작용 속에서 팀은 끊임없이 발전할 수 있고, 복잡한 이들을 단순한 이들이 달래고 단순한 이들을 복잡한 이들이 끌어올리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 누군가에겐 죽은 공간이 누군가에겐 황금의 땅이 될 수 있다.
“엘링과 쏜이 그 단순한 이들이죠.”
“정답이야.”
“네. 흥민이 형에겐 골이 만들어질 수 있는 공간을 포착하고 파고드는 능력이 있어요.”
“그렇지. 그리고 그건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냐.”
“네. 본인이 깨달아야만 하죠.”
“그 확률이 얼마나 될까?”
“글쎄요. 확실한 건, 80억 분의 24는 넘는다는 거죠.”
“하하하하.”
매일 같이 혼나는 자리를 독차지한 주드가 약간 고전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 시티의 스쿼드에 포함된 이들 모두가 펩이 요하는 공간 인지 능력이 있다.
그렇기에 우린 매일 같이 많은 득점을 만들 수 있고, 계속해서 최고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거다.
짧은 기간에도 수없이 많은 개념과 철학들이 대두되었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는 축구계에서, 오직 우리만이 가장 꾸준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렇기에, 이 남자가 위대한 거다.
“아무튼, 아까 결정은 잘하신 거예요.”
“애초부터 그럴 생각이었어.”
“네. 알고 있었지만요.”
“쏘니는 섬세한 남자야. 하지만 동시에 불같기도 하지. 그에겐 복수가 필요해.”
“저도 공감이에요.”
지금으로부터 약 한 시간 전, 펩은 오늘 팀 일정의 마지막인 선발 명단 발표 자리에서 내일 팀의 선발 왼쪽 10번으로 흥민이 형의 이름을 적어 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걸 확인한 순간, 미묘하게 바뀌던 흥민이 형의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집에 돌아가야 하나?”
“아뇨. 아영이는 오늘은 다른 친구들이랑 아이들을 데리고 모임을 갖고 있어요. 조금 더 머물러도 되겠는걸요?”
“멋지군. 자네의 얘기는 어떤가?”
“제 얘기요?”
“그래. 벤투 말일세. 요즘 훌륭한 축구를 하더군.”
“설마 보고 계셨던 거예요?”
“나중에라도 챙겨 보긴 했지.”
“와-우. 그거 너무 기뻐요. 좋아요. 기왕 이렇게 된 거 본격적으로 이야기하죠. 커피 한 잔 받을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
경기를 하루 앞둔 오후.
루틴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이 180분 정도 남은 지금, 나는 이것을 내가 가장 존경하고 또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기도 한 펩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