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82)
Sp2. Road to World Cup (44)
수비는 팀이 승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그리고 공격은 팀에 그 승리를 가져다준다.
그럼 미드필드는 어떨까?
축구의 포지션을 공격/미드필드/수비로 단순화하여 삼등분했을 때, 미드필드는 공격과 수비에 필요한 다양한 일들을 도와주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공격(케빈 더브라위너)과 수비(로드리)로 더욱 확실하게 구분이 된 우리가 정체성이 다소 모호한 토트넘보다 월등하게 앞선다.
바로 그러한 점이, 현재 내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전광판의 점수를 만들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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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31분
맨체스터 시티 3 : 0 토트넘
(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과르디올라가 다시 두 명의 선수를 바꿉니다. 쏘니가 교체되어 빠져나오는군요. 현재 에티하드에는 큰 박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No Goal. No Assist. 그렇지만 이 남자의 오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습니다.”
(짐 베글린)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쏘니는 오늘 자신이 왜 월드클래스 포워드인지. 그리고 어째서 토트넘이 자신을 판매하면 안 됐는지를 모두에게 보여줬습니다. 옛 팀의 뒷공간을 끊임없이 괴롭혔고, 결국 거기에서 문제가 발생해 균형이 무너졌습니다.”
(대런 플레처)
“시티의 팬들은 틀림없이 자랑스러울 겁니다. 그리고 한편으론 통쾌하겠죠. 토트넘은 지난 3년 외부에서 시티를 많이 괴롭혔습니다. 한두 명의 선수를 하이재킹했고, 시티가 재정문제로 조사를 받을 때도 공격을 했죠. 시티의 팬들은 그것을 기억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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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관중석에서는 이런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
{“토트넘엔 한 아들이 있었지. 그 아들은 아버지를 위해 헌신했어. 하지만 그 아버지는 아들의 엉덩이를 걷어차 내쫓았지. 그 아들은 도시로 왔어. 그리고 곧바로 도시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지. 이제 그는 도시 모든 이들의 아들이 됐네. 그 아버지에게 고마워해야 할 거야.”}
잉글랜드의 축구 경기장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멜로디에 가사를 입힌 이 노래는 당연하게도 토트넘을 조롱하고 저격하는 것이다.
아들(Son)과 도시(City)라는 단어를 절묘하게 배합하여, 흥민이 형을 이곳으로 보낸 것이 실수임을 지적했다.
“수고했어.”
“어.”
비록 공격포인트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피치를 떠나는 흥민이 형의 표정은 밝았고 발걸음도 가벼워 보였다.
그만큼 오늘 경기력이 괜찮았다.
일찌감치 밀란 슈크리니아르가 경고를 받게 해 압박을 줬고, 오른쪽으로 이동했을 땐 페리시치에게 분명한 악감정을 드러내면서 스피드에서 앞서는 모습도 보여줬다.
거기에 안토니오 콘테가 했던 [“쏘니는 팀에 더 다양한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너무 갇혀있었다.”] 라는 인터뷰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굳이 다양한 방식이 아니더라도 팀에 기여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상대 수비를 찢을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것이다.
흥민이 형과 주앙이 교체되어 빠져나가고, 포든과 지뉴가 피치에 투입되면서 팀 전형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뉴가 수신호로 바뀐 전형을 알리고 있다.
리크를 왼쪽 풀백 포지션으로 이동케 하는 포백 기반의 변형 쓰리백으로 바뀐 것인데, 지뉴가 로드리와 함께 6번에 자리 잡고 있어 수비는 여전히 단단할 것이다.
잠시 이야기가 흥민이 형 쪽으로 샜지만, 결국 형의 활약도 또 이러한 스코어도 전부 미드필드 차이에서 비롯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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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후반전 토트넘이 같은 3-4-2-1을 쓰기 시작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입니다. 개인적으론 그 이유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드의 차이가 컸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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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와 로드리고 벤탄쿠르 모두, 그 나름의 확실한 장점이 있는 친구들이다.
특히 피에르는 토트넘이 아닌 다른 PL 클럽에서 뛴다면 훨씬 더 주목받을 수 있다. 실제로 전임 감독들 체재에서, 피에르는 토트넘 최고의 미드필드였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건 기본적으로 내려앉는 콘테의 축구는 피에르에게 빌드업에 관여할 것을 강요한다.
본래 피에르의 장점은 경기 흐름을 읽으며 적절한 시점에 상대의 공격을 차단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태클 실력은 PL 미드필드 중에서도 최상급이다.
그런데 최근 토트넘이 기본적으로 내려앉는 축구를 하게 되자, 피에르는 그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할 수 없게 됐다.
패스를 차단하려면 포지션을 이탈하여 폭넓은 움직임을 가져가 줘야 하는데, 팀 진영에 워낙에 낮다 보니 자리를 떠났을 때 짊어져야 할 리스크가 컸다.
게다가 빌드업의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저 친구는 기본적으로 기술이 좋지는 않다.
바이에른 뮌헨 시절 펩에게 잠재력과 실력을 몽땅 인정받았음에도, 끝내 선택받지 못하고 임대를 전전하다가 사우샘프턴으로 이적한 이유도 발밑 기술 때문이다.
그래서 안토니오 콘테는 빌드업을 위해 필요한 선수를 피에르의 파트너로 뒀는데, 벤탄쿠르도 피에르보다 조금 낫다 뿐이지 볼을 전개하는 능력은 PL에서 하위권 수준이다.
그나마 새로이 영입된 주앙 팔리냐가 후방에서 롱패스를 뿌려줄 수 있지만, 그것 하나로는 한계가 명백했다.
그렇다고 윙백들이 중앙 미드필드를 도와줄 수 있는 유형도 아니어서, 콘테가 감독이 된 이후 토트넘의 중원은 단 한 번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센터백들의 선택은 좌우 윙백으로 국한될 수밖에 없고, 공격 전술 전체가 단조롭게 바뀌자 단순하게 뛰어줘야 할 흥민이 형이 복잡함을 요구받았던 거다.
흥민이 형이 다양한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고 말한 콘테의 인터뷰도 따지고 보면, 자신과 팀 미드필드에 물어야 할 책임을 엉뚱한 곳에 떠민 행동이다.
또 이번 시즌 해리 케인의 위치가 PL의 모든 9번 중에서 가장 낮은 점이라든가, 이전 24번의 리그 경기에서 15번이나 윙백이 가장 많은 터치를 가져갔다는 것도 문제다.
지금까지 언급한 이런 모든 토트넘의 모습들이 현재 그들의 위치를 만든 이유다.
팡-!
네 장의 교체 카드를 활용해가며 어떻게든 활로를 뚫어보고자 노력한 콘테지만, 지금도 너무나 간단히 내게 측면 침투를 허락했다.
현재의 토트넘 스쿼드로 2 미드필드 체재가 무리라는 걸 깨닫지 못하는 이상, 어떤 변화를 줘도 늘 같을 거다.
“…….”
“…….”
박스 안을 바라보기 무섭게 엘링과 눈이 마주쳤고, 망설임 따윈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는 몸이 기억하는 대로 동작을 가져갔다.
지금의 이 플레이는 엘링과 따로 연습하기도 한 거라서, 눈을 감고도 할 수 있다.
팡-!
센터서클 안에서 길게 오른쪽으로.
그리고 곧장 페널티 박스로.
케빈의 패스가 시작된 지점에서 현재 축구공이 날아가는 위치까지는 직선거리로 45m는 된다.
경로를 그대로 선으로 그으면 60~70m정도 되는 두 개의 직선이 나올 거다.
그리고 이 모든 거리를 축구공이 이동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기껏해야 4, 5초 정도다.
우사인 볼트를 데려다 놓고 축구공이 움직인 경로를 따라 질주하도록 만들어도, 백이면 백 축구공이 우사인 볼트보다 먼저 목적지에 도달할 거다.
사람은 절대 볼보다 빠를 수 없다.
그러니 우린 패스를 해야 한다.
이것의 의미를 진정으로 깨닫는다면, 축구가 굳이 복잡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토트넘의 센터백들 사이에서 움직인 엘링이 다리를 쭉 뻗어 나의 크로스를 살짝 방향만 바꿔 놓는다. 자신을 막는 수비수가 얼마가 됐건, 저 친구는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한다.
“YES!!”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위고 요리스가 센터백들에게 불만을 잔뜩 토해내는 사이, 득점을 확인한 후 곧바로 내게 달리기 시작한 엘링이 환하게 웃으며 양팔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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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석) – SPORTV 해설위원
“다시 이 조합입니다! 김다온과 엘링 홀란! 후반 20분 이후로만 두 골을 합작하며, 맨체스터 시티의 4:0 리드를 견인합니다!”
(정지현)
“이렇게 되면 벌써 31어시스트인가요? 오른쪽에서 김다온이 패스를 보내면 거의 어시스트가 되는 느낌입니다. 특히 이번 시즌은 크로스의 질이 굉장합니다. 정확도는 뭐 말할 것도 없고, 날아가는 각도와 속도까지 공격수의 입맛에 딱 맞춘 크로스를 보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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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고터) – City TV 공동-코멘테이터
“이 남자는 실로 놀랍습니다. 엘링의 슈팅도 훌륭했지만, 크로스가 날아가기까지 걸린 시간이 정말 굉장합니다. 이 터치를 좀 보시죠. 더브라위너의 패스가 다온의 오른발에 닿은 순간 얌전해집니다. 스텝 한 번으로 크로스를 보낼 수 있는 위치로 이동해 있죠. 실제로 다온도 아래를 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볼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거든요. 고개를 들어 엘링을 확인한 뒤에야, 비로소 볼을 봅니다. 하지만 저건 마지막 임팩트를 위한 겁니다. 이 기술. 매우 간결하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교합니다.”
(알리스테어 만) – City TV 코멘테이터
“6년 연속 리그에서 10골 10어시스트 이상을 기록한 다온입니다. 더욱 놀라운 건, 세 개의 서로 다른 리그에서 그렇다는 거죠. 분데스리가. 라 리가. 그리고 프리미어리그입니다. 놀랍죠. 보통은 이렇게 어시스트를 보낸 선수가 득점한 선수보다 주목 받지 못하지만, 이 남자는 무척 특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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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 삐?익! 삐—익!!
프리미어리그 무패 1위 팀이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팀을 홈에서 제압한 전형적인 경기 내용이었다.
승리를 확인한 직후 나는 곧장 벤치 쪽을 바라봤고, 펩과 악수를 교환한 후 도망치듯 다급하게 그라운드를 떠나는 콘테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쳐다봤다.
“승리 축하해.”
“응?”
“역부족이더라.”
“난 또 누구라고. 너 말고 엉망인 영어를 쓰는 사람이 없다는 걸 깜빡한 거 있지?”
“뭐??”
“농담이야, 해리. 힘든 시기야. 잘 견뎌.”
“하아- 그래야지. 아무튼, 나중에 연락할게.”
“그래.”
힘이 쭉 빠져있는 케인이 터벅터벅 걸어 한쪽으로 이동하고, 잠시 뒤 나는 흥민이 형의 곁에 선 그를 보게 되었다.
그것을 보며 느낀 점은 미래는 누구도 모른단 거다.
한국에서 손-케듀오로 불리며, 은퇴까지 영원할 줄 알았던 저 두 사람이 떨어질 줄 누가 알았겠나. 지난겨울 흥민이 형의 이적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그래서? 우리도 떨어질 수 있다고?”
“응. 그럴 수도 있다는 거지.”
“하-! 웃기시네.”
“뭐?”
“넌 아무 데도 못 가. 아니. 네가 다른 팀으로 가면, 곧바로 나도 거기로 갈 거야.”
“끝까지 날 괴롭히겠다고?”
“괴롭히다니! 원래 부부는 한 몸이거든?”
“네 부부 드립에도 점점 익숙해지고 있어.”
“Vamos, Amigo. 순리는 거를 수 없는 거야.”
“그러라지.”
흥민이 형과 케인의 모습을 보며 느낀 것을 베르나르두에게 말해보았지만, 결국 시답잖은 농담으로 점철된 결말로 이어져 진지해보려던 분위기는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그것에 다소 맥이 빠지긴 했지만, 이게 우리의 모습이라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에이, 리오!”
“?”
“멋진 골이었어요.”
“하하. 고마워.”
“이봐! 나 아직 여기에 있거든? 나한테 집중해 줄래?”
“질투는 추한 거야, 베르.”
“그래도 상관없거든?”
“하아-”
그래.
바로 이게 우리의 평소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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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21/22 EPL 25R)
맨체스터 시티 4 : 0 토트넘
[골] 리오넬 메시 : 전반 21분(케빈 더브라위너)케빈 더브라위너 : 전반 46분(리오넬 메시)
엘링 홀란 : 후반 21분(김다온), 후반 33분(김다온)
김다온 ? 97분 출전(2어시스트/평점 9.1/MoM)
***
.2022.02.26. 경기 결과(2021/22 EPL 26R)
에버튼 0 : 3 맨체스터 시티
[골] 김다온 : 전반 21분(F.K)리야드 마레즈 : 후반 03분(필 포든)
필 포든 : 후반 37분
김다온 ? 95분 출전(1골/평점 8.3)
MoM ? 케빈 더브라위너(평점 8.5)
[경기가 끝난 후 맨체스터 시티의 한국인 수비수들에 대해 언급한 프랭크 램파드. – Goal.com(U.K)]? 프랭크 램파드, “전반전 첫 15분 동안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가 미드필드에서 압도했고, 주도권을 쥐었다. 하지만 시티의 수비가 그것을 막아냈다. 민재는 비현실적인 태클을 보여줬고, 다온은 다온이었다. 이들 둘이 버티는 수비를 뚫어내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알려달라. 내 월급을 주더라도 듣고 싶다.”
***
.2022.03.01. 경기 결과(FA Cup 5R)
피터보로 0 : 4 맨체스터 시티
[골] 세르히오 아궤로 : 전반 11분(키런 트리피어)주드 벨링엄 : 전반 38분
리야드 마레즈 : 후반 15분(필 포든)
손흥민 : 후반 22분(필 포든)
김다온 ? 미출전(명단 포함 미출전)
***
2022년 3월 2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더 퍼스트 팀 센터. 선수 전용 식당/카페테리아.
카라바오컵 하나가 스케줄에서 삭제되었을 뿐인데,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여유롭다.
경기와 경기 사이의 간격이 최소 5일에서 길게 일주일은 되었고, 우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에 따라 팀 역시 다양한 활동을 계획했는데, 대부분은 도시를 위한 것들이다.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를 지원한다거나, 아동 병원을 찾아 아이들에게 잊지 못할 시간을 만들어주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에티하드를 찾은 팬들과 만남도 가졌다.
모든 프리미어리그 클럽은 수입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경기장과 클럽하우스 일부를 팬들에게 개방한다.
적게는 10유로 정도에서 많게는 30유로 정도를 내고 티켓을 끊으면, 가이드를 따라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를 따라 움직이는 코스를 밟을 수 있다.
중간중간 클럽의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에 들리기도 하고, 투어가 아니면 구매할 수 없는 한정품을 구경할 수도 있다.
최근엔 그냥 게임/채팅 스트리머가 아닌가 싶은 쿤이 투어에 게스트로 자주 등장했는데, 백 룸에 도는 소문에 따르면 제법 즐기는 중이라고 한다.
완벽한 노후랄까?
“뭐?! 그게 얼마나 힘든데??”
“그래서 올 시즌 몇 경기나 뛰었죠? 5경기?”
“4!! 어쩔 거야? 내 심장이 그런데!”
“그거 되게 치사한 거 알죠?”
“치사하긴! 네가 너무한 거야!”
“쿡쿡쿡쿡.”
쿤과 내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며, 곁에 있는 리오가 웃음을 터뜨린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한 클럽 메디컬 테스트에서, 쿤의 심장 쪽에 부정맥이 발견됐다.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한 충격적인 사건인데, 당시 쿤의 답이 완전 걸작이었다.
[“그럼 이제 합법적으로 놀고 먹을 수 있는 거야??”]하지만 리오나 나는 그것이 쿤 나름대로 걱정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았고, 이후 이 남자를 살뜰하게 챙기며 식단을 조절케 하고 운동을 함께했다.
그 결과 쿤은 전성기 시절만큼이나 탄탄한 육체를 지니게 되었지만, 90분 풀 타임은 뛸 수 없다.
팀은 이미 올 시즌 쿤의 최대 출전 경기를 10경기 안팎으로 정해둔 상태였고, 지금은 경기보다는 라커룸의 멘토이자 클럽 엠버서더로의 역할을 더 기대하고 있다.
피터보로우전을 비롯해 쉬운 경기에 가끔 나서는 건, 어디까지나 쿤의 의사를 존중해서다.
물론 경기에 출전하기 전에, 심장 전문의로부터 뛰어도 된다는 확답을 받는다.
“아무튼. 난 요즘 여기가 맨체스터인지 한국인지 모르겠어.”
“왜 얘기가 그쪽으로 가죠?”
“그렇잖아.”
“이봐요. 삼일절은 한국에 중요한 날이라고요. 독립운동이 일어난 날. 한국이 주권을 되찾기 위해 나라 전체가 거대한 권력에 대항한 날이라니까요?”
“지금까지 그거 100번도 더 들었어.”
“그럼 더 들어요. 아직 900번은 남았으니까.”
“이런! 나 그럼 언제까지 있어야 해?”
“당연히 제가 은퇴할 때까지죠.”
지금 이런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지난달 27일 클럽 내 스튜디오에서 제법 큰 규모로 이뤄진 촬영 때문이다.
시티는 한국의 삼일절을 맞아, 런던에 거주 중인 독립운동가의 후손을 초대하여 약 30분 정도의 영상을 녹화했다. 그리고 그 게스트로 한국인 선수 3인을 초대했다.
우리로서도 독립운동가 후손을 만나는 건 영광스러운 자리였고,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영상은 이튿날 한국 시각 3월 1일 자정에 클럽 유튜브 채널과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되었는데, 예상한 것처럼 행복해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클럽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너희 셋이면 이번 월드컵도 굉장하겠다.”
“저희 셋만 있는 게 아니거든요?”
“또 누가 있지? PL에도 있나?”
“희찬이요. 울브스에서 뛰죠.”
“아- 기억났어.”
새해가 되면서, 틈날 때마다 월드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체로 이럴 때면 출신 국가별로 나뉘어 농담으로 가득한 근거 없는 비난이 이어지곤 했는데,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어 클럽하우스 내에서 활기를 띠었다.
“또 이번 겨울에 팀을 옮긴 선수가 많아요.”
“그래?”
“네. 둘은 새로 유럽으로 왔죠. 젊은 친구들인데, 꽤 해요. 당장은 아니지만 4년 뒤가 기대될 정도예요.”
“세대교체구나. 그렇지?”
“그런 중이죠.”
“그럼 그 와중에서 넌 리오 같은 존재고?”
“그럼 좋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에요.”
“겸손 떨지 말고. 너 굉장하잖아.”
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이 늘어나는 한국에서 보낸 소포들 때문이다.
과거부터 전통처럼 이어져 온 과자를 포함하여 정말로 다양한 것들이 배달되고 있는데, 2년 전에 그것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클럽이 창고를 아예 따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하고 목록을 정리해 내게 전달하는 세 명의 스태프들까지 새로 고용됐는데, 그들에게 내가 확인한 부분을 전달하면 집으로 보내어지거나 기부 물품으로 쓰였다.
개인 소셜미디어에 소포가 그렇게 쓰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한참 전에 공지했었기에, 별문제가 되고 있진 않다.
“내가 방법 하나 알려줄까?”
“뭐요?”
“한 번 은퇴하겠다고 해. 그런 뒤에 네 나라의 반응을 보자고. 그럼 리오와 너 중에 누가 더 대단한지 알게 될걸?”
“하하. 구미가 당기지만, 관둘래요.”
“그래? 재미있을 것 같은데.”
“당신 재미있자고, 그 난리법석을 떨자고요? 사양하겠어요.”
아쉬운 입맛을 다시는 쿤은 진심이었다.
대체 이 양반은 어디까지 가는 걸까?
“아무튼, 이번 월드컵은 우리도 기대하고 있어.”
“네. 어딘들 아니겠어요.”
“아니, 진짜.”
“?”
“리오의 마지막 월드컵이야. 무슨 의미인지 알지?”
“…….”
“네가 빌런이 될 수도 있어.”
“그렇겠죠. 저도 알아요.”
리오의 마지막 월드컵.
솔직히 현재의 폼이라면 4년 뒤에도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 같지만, 일단 사람들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리오넬 메시가 치르는 마지막 월드컵으로 보고 있다.
정작 당사자는 그에 답하고 있지 않지만, 쿤의 말처럼 나도 빌런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리오넬 메시를 논쟁의 여지가 없는 진정한 역대 No. 1으로 만드는 건, 쥘 리메 하나였다.
하지만, 그건 내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나도 같은 이유에서 쥘 리메가 필요하다.
“이봐요, 쿤.”
“응?”
“당신 가슴팍에 뭐 묻었어요.”
“어, 그러네. 고마워. 쩝.”
어디선가 묻혀온 케찹을 손가락으로 훑는 쿤.
그런 그를 보며 난 생각했다.
‘그것참.’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난 삶이 편안해 보인다고.
하지만 난 그게 조금도 부럽지 않다.
‘아직은.’
조금만 더.
내가 바라는 건, 치열한 경쟁 속에서 결국 정상에 올라 스스로 최고라는 것을 느끼는 바로 그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