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86)
Sp2. Road to World Cup (48)
(배정세) – tvN 캐스터
“경기 끝납니다!! 대한민국이! 10전 전승으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을 마무리합니다! 생각보다 아랍에미리트의 저항이 거셌지만, 손흥민과 김다온이 대표팀의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서현욱) – tvN 해설위원
“그렇습니다. 대한민국으로선 2포트 확정을 위해 꼭 승리가 필요했는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손흥민의 선제골. 그리고 김다온의 추가골로 2:0 승리를 거뒀습니다.”
(배정세)
“곧, 파울루 벤투 감독과 김다온 선수의 인터뷰가 준비될 것 같은데요. 대한민국. 이번에도 아시아지역 2차와 최종 예선에서 아시아 최고의 실력을 보여 줬습니다.”
(서현욱)
“오히려 지난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때보다도 더 안정적이었습니다. 출발 단계만 해도 삐걱거리는가 했지만, 해외에서는 현 한국 대표팀을 황금 세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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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각】 2022년 3월 30일.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성동구 서울숲2길 32-14. 갤러리아포레.
중계진이 이야기한 것처럼, 쉽지 않은 경기였다. 전반전 중반 정우영이 황당한 백태클로 퇴장당하면서 60여 분 이상을 수적 열세 속에서 뛰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은 믿음과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했고, 잔뜩 라인을 올린 U.A.E의 뒷공간을 손흥민이 파고들면서 선제 득점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로부터 4분 뒤, 오른쪽 측면에서 세 명의 선수를 요리한 김다온이 페널티박스로 파고들어 P.K를 유도했다.
파울을 범한 상대에게 레드카드까지 선물한 돌파로, 어째서 자신이 현시점 가장 비싼 몸값으로 평가받는지를 보여 준 장면이었다.
직접 얻어 낸 P.K를 마무리한 김다온이 TV 속에서 포효를 내지를 때, 장철주 역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부르르르-
부르르르-
자정이 넘은 시간이건만, 대한민국의 승리를 확인한 이후부터 장철주의 휴대 전화는 정신없이 울려 댔다.
축하를 건네오는 전화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대한축구협회엔 늦은 시각 사탕발림이나 하며 회장의 환심을 사려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오고 있는 연락은 비슷한 시각 유럽과 남미에서 펼쳐지고 있는 경기를 보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
지난 2월 10일 발표된 FIFA 랭킹에서 18위를 기록한 대한민국은 2포트 배정을 노리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레 발표될 순위에서 16위 안에 진입해야 했는데, 우루과이가 평가전에서 전승을 거두고 크로아티아가 부진하면서 계속 희망을 이어 나가는 중이다.
또 내일 있을 미국과 코스타리카의 북중미지역 최종 예선 마지막 경기 결과도 지켜봐야 했는데, 본선 진출을 확정한 미국이 방심한다면 의외의 결과가 벌어질 수도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만약 크로아티아가 평가전에서 패배 혹은 무승부를 거둘 경우, 단 1포인트 차로 대한민국이 2포트에 배정될 수 있다고 계산해 둔 상태다.
월드컵 본선 진출과 A조 1위 그리고 전승이란 결과물을 모두 챙긴 대한민국이지만, 이들은 지금 더 많은 것을 바라보고 있다.
얼마의 시간이 더 흐르고.
“!!”
크로아티아와 불가리아의 평가전 결과가 전해진 순간, 장철주는 무릎 사이로 고개를 숙이며 커다란 감격과 기쁨을 동시에 느꼈다.
FIFA의 공식발표가 남아 있긴 하지만, 포인트 산정 방식이 공식적으로 알려진 지금 계산이 틀렸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됐어. 됐어!”
행여나 가족이 깰까 조용히 기뻐한 장철주가 고개를 다시 들었을 때, 그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 아들을 위해 결심을 한 뒤로, 한국 축구를 개혁하고 성과를 내는 일은 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글로벌 그룹의 CEO의 유일한 삶의 목표였다.
과거 자신의 기업을 일궈 온 것처럼, 장철주는 영리단체인 대한축구협회 역시 끌어 올렸다.
아직도 갈 길이 멀긴 했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는 성과가 계속 나오면서 장철주는 한국 축구에서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독보적인 입지를 점점 더 다져 가고 있다.
한때는 정치권에서 파이가 커진 대한축구협회를 잠식하려 들기도 했지만, 대한민국 정/재계에 커다란 영향력을 지닌 장철주를 건드린 대가를 치러야 했다.
“후우- 이건 의미가 커.”
한국 축구가 포트2에 배정되었다는 것.
이는 공식적인 선언과도 같다.
대한민국 축구가 당당히 세계 Top 16 안에 있고, 어떠한 팀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 말이다.
물론 모두가 동의하진 않을 거다.
심지어 한국에서도 그렇다.
상대적으로 강팀들이 많은 유럽과 남미가 아닌 이상, 다른 대륙의 팀들이 월드컵 예선과 친선경기 등에서 상당한 이익을 보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어떤 사람들은 FIFA 랭킹이 꼭 그 국가의 강함을 나타내는 지표는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번 포트2 배정이 아시아 국가에서는 최초라는 점이다.
월드컵 개최국 자격으로 포트1에 배정된 것을 제외하면, 아시아 국가는 단 한 번도 포트3/포트4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그 벽을 이번 대한민국이 뛰어넘으면서 전 세계에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그 증거는 며칠 뒤, 다시 한번 장철주의 휴대 전화를 통해서 전달된다.
***
[사상 최초 포트2 확정!! 새롭게 발표된 FIFA 랭킹에서 대한민국이 16위에 올라. – OSEM(한국)/2022.03.31.(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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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점!! 크로아티아에 단 1점이 앞서 포트2 배정을 확정지은 대한민국. 사상 최초 포트2 배정으로 가장 수월한 조편성도 기대. – 스포츠뉴스24(한국)/2022.03.31.(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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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UEFA,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러시아 제재 결정. 황인범은 어디로? – 한국스포츠(한국)/2022.03.31.(오후)]***
※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포츠
->()은 FIFA 랭킹
2022.03.31. 업데이트
Pot 1. – 카타르(51위)/브라질(1위)/벨기에(2위)/프랑스(3위)/아르헨티나(4위)/잉글랜드(5위)/스페인(7위)/포르투갈(8위)
Pot 2. – 멕시코(9위)/네덜란드(10위)/덴마크(11위)/독일(12위)/우루과이(13위)/스위스(14위)/미국(15위)/대한민국(16위)
Pot 3. – 크로아티아(17위)/세네갈(21위)/이란(22위)/일본(24위)/모로코(25위)/세르비아(25위)/폴란드(26위)/튀니지(35위)
Pot 4. – 카메룬(37위)/캐나다(38위)/에콰도르(46위)/사우디아라비아(49위)/가나(60위)/대륙별 플레이오프 승리팀 1/대륙별 플레이오프 승리팀 2/유럽 플레이오프 승리팀
***
[“한 판 붙자!”, 대한민국을 향한 끊임없는 러브콜. 브라질에 이어 아르헨티나와 스페인도 대한민국과 평가전 원해. – SPORTV NEWS(한국)/2022.04.01.(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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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축구협회, “브라질과 스페인 등의 친선전 제안은 사실. 우선 조 편성 결과를 확인한 뒤에 신중히 친선전 결정.” – OSEM(한국)/2022.04.01.(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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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철주 대한축구협회장, “포트2 배정은 한국 축구가 성장했다는 증거. 한국 축구는 현재 경쟁력에서 매력적인 팀. 세계 강호가 친선전 제안하는 건 당연한 일.” – 풋볼베스트일레븐(한국)/2022.04.01.(오후)]***
【잉글랜드 시각】 2022년 4월 1일. 맨체스터 W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만우절이었던 오늘, 시티는 포식자들로 넘쳐나는 정글 중의 정글이었다.
어떻게든 상대를 골려 먹겠다는 거대한 집념들이 뭉친 퍼스트 팀 센터의 건물 앞으로 다가섰을 땐, 나도 모르게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해야 했다.
분명한 먹이사슬 관계가 형성될 게 뻔한 상황에서, 내가 어떠한 쪽을 택했을진 뻔한 이야기였다.
“우리 아들은 아빠처럼 되면 안 된다?”
“그게 아니지. 수호야. 절대 지면 안 돼.”
찰싹-!
“아!!”
“좋은 거 가르친다! 아들! 아빠 말 듣지 마, 알겠지?”
아내의 뒤에서 수호를 향해 열심히 손과 입을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엄마가 한심하다는 듯 나의 등을 다시 두드려 왔다.
이미 아영이에게 한 대 맞은 걸로도 서운한데, 엄마까지 그러자 내 편은 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게 왜 싸우는 걸 가르쳐?”
“싸우는 거 가르친 거 아닌데? 지지 않는 법을 알려 준 거야. 그거 두 갠 되게 다르다, 여보?”
“아무튼! 너무 짓궂었어.”
“나만 그랬나 뭐.”
“쓰-읍!!”
“…….”
평소 무조건 내 편이던 아영이가 지금 내게 뭐라고 하는 건, 오늘 내가 주드와 EDS 쪽 친구들에게 큰 골탕을 먹였기 때문이었다.
그 장난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즉시 널리 퍼졌고, 아영이는 그것을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영상 속에서 흥민이 형과 민재가 나보다 더 신났다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
띵-동.
“요나스인가 봐.”
“응. 내가 갈게.”
스피커폰의 앞으로 걸어가 차량을 확인한 후, 대문의 열림 버튼을 눌렀다.
그리곤 밖으로 나가 주차를 하는 요나스 가족을 기다렸는데, 곧이어 한층 더 후덕해진 나의 형제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어 왔다.
“살이 더 찐 것 아니에요?”
“하하. 맞아. 안 그래도…….”
“이이는 다이어트를 해야 해요.”
“아영이는 안에 있어요.”
“네.”
냉랭한 기류로 보아, 오는 길에 다이어트를 갖고 살짝 다툼이 있었는가 보다.
내게 덥석 안겨 오는 요나스의 아이들에게도 정겹게 인사를 건넨 후, 나는 잠시 1층 테라스에서 음료를 꺼내 들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테라스에서 따로 작은 냉장고가 있어, 언제든 편안하게 음료를 꺼내 마실 수 있다.
“30분 정도 남았지?”
“네. 긴장돼요.”
“왜 아니겠어. 지난 1년 동안 가장 몰두한 게 대표팀이잖아. 클럽보다도 더.”
“펩이 들으면 서운하겠어요.”
“하하. 그도 아마 알지 않을까?”
“아마도요. 아니. 틀림없이 알겠죠.”
“그래. 너희 두 사람은 영혼의 단짝이니까.”
요나스가 말했듯, 지난 10개월 동안 내 정신은 시티보다는 대표팀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트레블/쿼드러플/시즌 무패/시즌 전승.
클럽 커리어에서 이룰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 보았다고 생각하다 보니, 코앞으로 월드컵이 다가온 순간부터는 대표팀에 에너지 상당 부분을 써 왔다.
그 결과 포트2 배정이란 보상을 받았는데, 하지만 여전히 나는 배가 고프다.
“프랑스와 붙으면 좋겠어요.”
“예선 단계에서?”
“월드컵에서 쉬운 경기는 없을 거니까요. 그리고 기왕이면, 얼른 털고 다음 단계로 나가고도 싶고요.”
“……그렇구나.”
“Vamos. 전 괜찮아요.”
“그래?”
“네. 더는 그 일이 저를 괴롭히진 못해요.”
고개를 끄덕이며 음료를 마시는 요나스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했다.
그리고 난 그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악몽은 한참 전에 끝났어요.”
“물은 적 없어.”
“그렇지만, 말하고 싶었잖아요. 안 그래요?”
“하하. 그렇게 티가 났어?”
“뭐, 함께한 시간이 많다고 해 두죠.”
“하긴. 벌써 13년이 됐어.”
“네. 벌써 그렇게 됐어요.”
선선한 봄바람이 테라스 가득 불어온다.
어느새, 계절은 다시 봄이 됐다.
덴마크를 시작으로 다섯 개의 유럽 국가에서 생활하며, 나는 매년 같은 계절을 항상 다른 상태에서 맞이했다.
“우린 강해요. 시티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한국을 말하는 거죠. 느낄 수 있어요. 사람들이 기적의 팀이라고 말했던 2018년의 한국보다, 2022년의 한국이 더 강해요.”
“좋은 팀이지.”
“네.”
러시아에서 한국은 강한 팀이었지만, 지금 대표팀에 더욱 많은 재능이 있다.
벤투 감독님이 그런 재능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걱정되던 때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분이 충분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안다.
“저는 정말 이게 꼭 필요해요, 요나스.”
“이거라면…… 쥘 리메?”
“빌어먹을 녀석이죠.”
앞으로 손을 뻗은 건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어쩐지, 앞에 쥘 리메가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내 곁에서, 요나스가 다시 말한다.
“넌 Wonder야.”
“…….”
“글쎄. 솔직히, 잘 상상은 안 가. 분명 4년 전엔 네가 쥘 리메를 손에 넣을 수도 있을 거로 생각했어. 하지만 그 일이 있었지. 그리고 지금은, 네가 잘할 거라는 건 알지만 쥘 리메를 들어 올린다? 미안해. 그냥 이게 솔직한 감상이야.”
“…….”
“혹시 마음 상했어?”
마음 상했냐고?
전혀.
“알고 있거든요. 그럴 거라는 거.”
“그래?”
“지금도 여전히, 전 이방인이니까요.”
“그렇지. 참 우스운 일이야. 안 그래?”
“그게 사람인 거죠.”
일생일대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꼭 붙잡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왜냐하면 인생에서 그렇게 말할 기회는 흔치 않고, 한 번 떠나보낸 버스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런 결말로 흘러가기 무척 쉽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지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이 나와 또 대한민국엔 평생의 유일한 기회였을 수도 있었다고 말한다.
결승전에서 내게 일어난 일이나 그로 인한 결과를 동정하며 프랑스를 ‘Defending Champion’이나 ‘Former Champion’으로 부리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그를 재연하고 다른 결말을 가져갈 수 있다는 건 믿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다.
의심.
정말 오랜 시간 동안, 나는 나를 의심하는 시선을 받아 보지 못했다.
벤피카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해 생애 첫 빅이어를 들어 올리고 아시아 출신 사상 첫 발롱도르 위너로 올라설 때만 해도, 나를 둘러싼 시선의 절반은 의심이었다.
네가 정말로 할 수 있다고?
아시아 출신이 뭘 하는데?
동양인이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발롱도르를 획득한 것을 기점으로 이런 의심은 조금씩 줄어들었고, 뮌헨-아틀레티코-시티를 거치면서 3연속 트레블과 발롱도르를 거머쥐었을 땐 그 시선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는 누구도 나란 사람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것조차 결국 차별인 걸 모르고요.”
“……그래. 부끄럽게도 말이야.”
앞서 나와 같은 길을 걸었던 리오는 지금도 여전히 역대 최고의 자리를 두고 의심을 얻고 있다.
만약 다가오는 월드컵에서 쥘 리메를 거머쥐지 못한다면, 영원히 펠레-마라도나-리오-나로 이어지는 Top 4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논쟁 중 그 어디에도 또 그 누구도, 내가 쥘 리메를 거머쥐어 의심할 여지 없는 최고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고 있다.
마치, 내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어째서 아르헨티나는 되고 한국은 아닌가?
어째서 리오는 되고 나는 그렇지 않나?
이걸 생각하면, 역겹기 그지없다.
“지난 1년, 대표팀을 위해 노력하면 할수록 제가 원했던 건 애초부터 월드컵에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으로 네가 멈춰 선 자리니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은데요.”
“응? 그랬나?”
“네. 런던 올림픽.”
“아-”
첫 번째 대표팀 생활이었던 런던에서, 나는 생애 첫 국가별 대항전 결승전에서 좌절을 맛봤다.
당시 우리를 꺾은 건 네이마르 등이 버티던 브라질이었고, 분한 마음을 숨길 수 없어 눈물을 흘렸던 나는 두 번 다시는 결승에서 패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전까지, 정말로 나는 대회 결승전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왜 그걸 몰랐지?”
“그러게요. 신기할 정도로 다들 잊고 있더라고요. 따지고 보면, 제 대표팀의 첫발은 결승전 패배에서부터 시작했는데 말이죠. 너무 우스워요.”
망각(忘却)은 인류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다. 잊을 줄 알기에, 우린 과거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 밝은 미래를 꿈꾸며 살 수 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인간은 긍정적이다.
그저 거기에 정도가 있을 뿐.
어쨌든 사람들이 나의 대표팀 첫 결승전 무대를 잊어버린 것처럼, 마지막 결승전 무대도 잊어버린 채 멋대로 G.O.A.T와 쥘 리메를 논한다.
하지만 난 잊지 않았다.
여전히.
“악몽이 멈춘 것과는 별개로, 그날은 여전히 생생해요.”
“…….”
계속해서 뻗고 있던 손을 마침내 거둬들이며, 나는 무거운 분위기를 털고 요나스에게 안으로 들어가자고 권했다.
“곧 조 추첨이 시작하니까요.”
길었던 월드컵으로의 길.
그것이 끝난 지금의 난.
‘쥘 리메를 가져오겠어.’
아마도 내게 남았을 마지막 물음표인 월드컵을 목록에서 완전히 지우고자 한다.
***
※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조 추첨 결과
Group A ? 카타르/에콰도르/세네갈/네덜란드
Group B ? 잉글랜드/이란/미국/웨일스
Group C ? 아르헨티나/사우디아라비아/멕시코/폴란드
Group D ? 프랑스/호주/덴마크/튀니지
Group E ? 스페인/코스타리카/독일/일본
Group F ? 벨기에/캐나다/모로코/한국
Group G ? 브라질/세르비아/스위스/카메룬
Group H ? 포르투갈/가나/우루과이/크로아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