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9)
128화
2012년 9월 18일. 포르투갈 상공(Over Portugal).
띵-
좌석벨트의 불빛이 꺼지고, 그와 동시에 기내에서 일어서는 이들이 몇 명 보였다.
오늘 우리는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로 향한다.
먼저 호텔로 가 짐을 푼 뒤에는 브리핑을 진행하고, 셀틱 FC의 홈구장 셀틱 파크를 찾아 적응훈련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난 아까 버스에서 전달받은 팀 일정표를 한 번 더 확인한 뒤, 그것을 가방 안에다 다시 집어넣었다.
“후우~”
좌석 팔걸이에 팔꿈치를 얹어 엄지손톱을 물어뜯고 있을 무렵, 곁에 있던 아이마르가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면서 조용히 질문을 던져왔다.
“긴장되는 거야?”
“네? 아, 네. 하지만 그것보단, 걱정돼서요.”
“요즘 걱정이 많네.”
“당신은 안 그래요?”
“후후. 글쎄.”
최근 아이마르는 작년보다 열정이 조금 떨어져 보인다.
본인은 꾸준한 출전을 원하지만, 제수스 감독님은 이 남자가 로테이션 멤버라는 점에 명확한 선을 그어놓고 계신다.
기량 측면에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풀타임으로 몇 경기만 뛰게 해도 다칠 위험이 크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란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는 말인 데다가, 애초부터 누군가 끼어들 문제는 아닌지라 대충 그렇게만 알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를 잘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다는 점이야. 그들도 또 너도, 자신이 실수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쯤이면 꽤 일이 많이 진행된 다음일 거고.”
“제가 문제가 되는 거군요. 그렇죠?”
“아니. 그건 절대로 아니야.”
“…….”
어제 훈련이 모두 끝나고 다들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나와 장난을 치던 칸셀루가 집어 던진 신발이 엔초가 받아둔 음료를 쏟아 버린 일이 있었다.
옷과 가방이 젖어버린 엔초는 불같이 화를 냈고, 주앙이 연신 사과를 하고 또 흘린 음료를 직접 닦아주고 있는데도 그 앞에서 화내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서 난 주앙이 사과하고 또 미안해하고 있으니 그만하라면서 말을 했는데, 엔초가 제3 자는 빠지라며 나에게도 화를 내는 바람에 말다툼이 일어났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엔초는 직전 제수스 감독님으로부터 챔피언스 리그에서의 경기력이, 앞으로 그의 기용에 중대한 기로가 될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그것 때문에, 잔뜩 예민해져 있던 상태였다.
“마티치는 제가 문제라고 말하던 걸요.”
“그도 화가 났으니까.”
“저한테요?”
“전부다. 걔네들도 자신의 경기력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거야.”
어젯밤, 포르투갈의 한 기자가 긴급뉴스라며 현재 SL 벤피카의 내부에서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맨션을 자신의 SNS에다가 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마티치의 이야기라는 한 문장을 추가했는데, 그건 ‘아무것도 모르는 꼬맹이 하나가, 자신이 진짜 왕인 것처럼 굴고 있다.’였다.
내 이름이 직접 거론된 것은 아니었지만, 누가 보더라도 저격한 대상이 나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아까 공항에서 급하게 클럽의 여러 사람과 미팅을 가졌었고, 에두 크루즈와 감독님이 함께한 자리에는 마티치까지 포함 네 사람이 대면하기도 했었다.
마티치는 그 자리에서 자신이 한 이야기를 인정했고, 식당에서 지인과 밥을 먹던 중에 했던 대화가 이런 식으로 유출되었을 줄은 몰랐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잘못한 건 그 이야기가 기자를 통해 유출되도록 만들었던 것뿐이라며, 내가 팀에서 주제넘게 날뛰고 있다는 생각은 여전하다고도 했다.
그러자 감독님은 곧장 날 자리로 돌려보냈고, 비행기가 출발한 지금까지도 마티치는 자리에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곳엔 네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아.”
“진짜요? 전 그렇게 느껴지지 않아요.”
“그런 애들은 대부분 입을 다물고 있으니까. 하지만 내일 경기가 끝나고 나면, 분명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가 나올 거야. 실제로 그걸 준비 중이기도 해.”
“전 그냥 이기고 싶은 거예요.”
“그래. 나도 알아. 너 같은 애들을 지금까지 많이 만나봤거든. 이런 말을 하면 좀 우습긴 하겠지만.”
“??”
아이마르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만약 메시나 호날두였고 그런 말을 했다면, 누구도 그에 토를 달지 않았을 거야.”
“…….”
“웃기지? 응?”
“……아뇨.”
“??”
내가 축구를 더 잘하게 되면 모든 것은 결국 해결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하나도 우습지 않다.
“당신이 이 말을 어떻게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전 지금 메시나 호날두가 아니죠. 그렇지만 언젠간 그들만큼 될 거예요. 그러니, 그 말은 하나도 우습지 않아요.”
“…….”
날 뚫어지게 쳐다보던 아이마르의 손이 어깨 위로 얹어져 왔고, 그 손길은 어쩐지 따뜻하고 또 부드럽게 느껴졌다.
“그 말, 절대 잊지 마.”
“네?”
“그거, 메시가 내게 했던 말이랑 정말 비슷하니까.”
“???”
“저기 마티치가 온다. 그리고 제수스가 널 찾는 것 같네.”
“응?”
무언가 깊이 고민하는 얼굴로 마티치가 곁을 지나가고, 저 앞에서는 감독님이 나를 보며 손짓하고 계셨다.
아쉽지만, 이 이야기는 나중으로.
일단 지금은, 저기로 향해야 할 때였다.
***
2012년 9월 19일. 영국, 글래스고, 스코틀랜드. 셀틱 파크(Celtic Park. The Great Britain. G40 3RE Glasgow, Scotland).
·경기 시작 5분 전
셀틱 FC 0 : 0 SL 벤피카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Match-Up`s Tactics(벤피카/상대팀) : 4-3-3(A)/4-4-1-1
GK ?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 ? 프레이저 포스터
RB ? 안드레 알메이다 / RB ? 아담 매튜스
CB ? 자르데우 / CB ? 켈빈 윌슨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미카엘 구스티그
LB ? 김다온 / LB ? 에밀리오 이사기레
DM ? 네마냐 마티치 / RM ? 제임스 포레스트
CM ? 파블로 아이마르 / DM ? 스콧 브라운
CM ? 엔초 페레즈 / DM ? 빅터 완야마
RW ? 브루노 세자르 / LM ? 찰리 멀그루
LW ? 니코 가이탄 / AM ? 크리스 커먼스
ST ? 호드리구 / ST ? 미쿠 페도르
.
.
이틀 전 글래스고로 향할 선발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감독님은 팀의 최고 베테랑들을 모두 남겨두고 가겠다는 이야기를 꺼내셨다.
물론 그때는 마티치의 일이 일어나기 전이었고, 감독님 나름 ‘승리에 대한 확신’과 ‘최고 베테랑이 없는 상황’에서 남은 이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주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하지만 이미 그것은 깨어져 버렸고, 어제 호텔에 도착한 뒤에는 나를 감싸던 자르데우와 니코가 마티치와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 발생해버리고야 말았다.
난 앞서 기내에서 감독님과 면담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과 행동은 참 많았으나 그냥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브리핑은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영상의 내용도 거의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고, 브리핑룸 내의 날카로운 공기에 신경 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끝났다.
중요한 건, 어디에도 사과는 없었다는 거다.
그래서.
“미안. 내가 너무 심했던 것 같아.”
“…….”
참으로 힘들었지만, 내가 먼저 마티치와 엔초에게 다가가 사과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것은 결코 내가 잘못했기 때문에 하는 사과가 아니라, 팀 분위기를 망친 것과 무엇보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기에 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여기까지 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다 했다고 본다.
“너희들의 의견이라든가 생각을 이해하려고 들지 않았으니까. 일단 오늘 경기에 집중하고, 우리 문제는 나중에 풀어가는 게 어떨까?”
“…….”
내 말에 마티치는 어깨를 으쓱이며 돌아섰고, 엔초 역시 날 쳐다보다가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렸다.
난 그런 그들의 태도에 조금 실망했지만, 여기에서 더 화를 내는 것은 옳지 않기에 그냥 물러서기로 했다.
자리로 돌아가자, 자르데우와 아이마르가 그런 나를 위로한다.
둘은 내 등을 두들기거나 어깨를 주물러주며, 올바른 일을 한 것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후우- 대체 어떤 일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
새삼 지금까지 팀을 이끌어 온 주장들이 존경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FC 노르셸란의 스톡홀름을 시작으로 SL 벤피카의 루이장과 올림픽팀의 태휘 형님 또 성용이 형 같은 사람들 말이다.
지금 이것만 해도 속에 천불이 나 참을 수가 없는데.
이렇게 축구를 하다 보면, 사리만 잔뜩 쌓일 거다.
[Alright, Guys!!]한 달 만에 듣는 영국식 영어와 함께, 나는 드디어 첫 번째 챔피언스 리그 무대를 밟는다.
솔직히 이런 기분으로 맞이할 줄은 몰랐는데, 벅찬 감동을 느끼기엔 지금 내 머릿속은 너무나도 복잡했다.
그래도 저 앞에 보이는 챔피언스 리그의 엠블럼과 셀틱 파크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주제가를 들으니, 조금은 이 무대가 실감이 나기도 했다.
THE CHAMPIONS.
이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사람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뛰는 팀 모두가 챔피언다운 경기력을 선보여주길 바란다.
그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난 A매치 주간 때만 하더라도 나쁜 것들을 모두 털어버리고 이전의 그 강인하고 끈끈했던 SL 벤피카로 돌아와 이곳에 서 있을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준비된 것 같지 않아.’
우린 아직,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
.
·경기결과
셀틱 FC 0 : 0 SL 벤피카
김다온 ? 94분 출전(평점 7.0/팀 내 2위)
***
2012년 9월 21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셀틱 원정에서 돌아온 이튿날.
20일 하루 완전한 휴식을 취한 선수단이 클럽하우스로 복귀했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야.”
“좋은 아침. 밥 먹었어?”
“좋은 아침.”
그들은 먼저 브리핑룸에서 기다리고 있던 코칭스태프와 먼저 인사를 나눈 뒤, 곧바로 선수단 전원과도 차례대로 악수와 인사를 교환했다.
이것은 SL 벤피카를 포함한 수많은 유럽의 축구 클럽들이 실행하고 있는 전통이다.
코치들은 이것을 통해, 선수들의 표정이라든가 선수단 사이의 불편한 관계를 파악하곤 한다.
“여전하네.”
“그러니까.”
그리고 그들은 김다온과 엔초 페레즈/네마냐 마티치의 불편한 긴장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저곳에서 시작된 영향은 처음엔 극히 미미했으나, 이제 조금만 더 내버려 두면 선수단 전체로 번져나갈 가능성이 있었다.
슬슬, 통제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딸깍-
“…….”
“…….”
잠시 뒤, 닫혀 있던 앞쪽의 문이 열리면서 다소 피곤한 표정의 조르제 제수스가 등장했다.
선수들이 좋은 아침이라고 말하자, 제수스는 건성으로 답하며 자신이 가져온 노트를 테이블 위에다 던졌다.
그러곤 옆쪽에 손을 얹어 삐딱하게 섰다.
“모레 있을 명단을 지금 말하도록 하지.”
본래 축구 클럽들은 훈련의 효율성을 위해 경기 전날까지의 훈련을 전부 마친 뒤에 명단을 발표하곤 했다.
그것이 동기부여를 위해 효과적이었고, 훈련 때 발생하는 선수들 사이의 경쟁의식과 긴장감이 서로의 기량을 발전시키는 가장 좋은 매개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제수스의 말은, 무척이나 예외적인 것이었다.
“우선, 골키퍼. 얀 오블락.”
“!!”
“우…….”
SL 벤피카의 터줏대감과도 같은 모라에스가, 특별한 부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선발명단에서 제외됐다.
일정이 빡빡해진 것은 사실이나, 아무리 터프한 일정이더라도 골키퍼 포지션만큼은 어지간해서는 건드리지 않는다.
조금씩 동요하는 선수들 속, 제수스가 말을 잇는다.
“라이트백. 막시, 센터백. 루이장, 가라이. 레프트백. 킴. 그리고 다음 미드필드. 볼란치, 마티치.”
“…….”
“후우~”
“뭐야? 바뀌는 것 없는 거야?”
웅성거리는 소리가 잠깐 높아졌다가 사라지고, 잠깐 물병을 기울인 제수스는 다음을 이야기했다.
“중앙 미드필드. 안드레 고메스. 그리고 니코.”
“!!”
지금까지 중앙 미드필드 붙박이었던 엔초가 선발에서 빠졌다.
하지만 그것은 그의 경기력을 생각하면 딱히 놀랍지는 않은 일이었다.
다만, 선수들은 김다온과의 긴장 관계 때문에 엔초의 표정을 흘끗거리며 관찰했다.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린 채, 까슬까슬한 볼을 손으로 만지고 있는 엔초 페레즈는 생각이 많아 보인다.
“그리고 공격, 우린 23일에도 두 명의 윙어를 기용한다. 우선 오른쪽, 호드리구. 스트라이커, 오스카. 마지막 왼쪽은…….”
“응?”
조르제 제수스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가자, 선수들이 그걸 따라서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얼마 전 머리를 짧게 밀고 온 한 남성이 있었다.
“베가. 이상 11명이 모레 선발로 출전하게 된다. 그리고 백업.”
대폭으로 바뀐 선발명단에 선수들의 동요가 벌어지자, 제수스는 손에 쥐고 있던 물병을 바닥으로 집어 던져 사람들이 입을 다물도록 만들었다.
“훨씬 낫군. 백업. 아르투르, 자르데우, 이스마일리, 아이마르, 베르나르두, 브루노, 그리고 리마. 이상. 이렇게 18명이 모레, 팀과 함께 코임브라로 간다.”
명단의 발표가 끝나자, 선수단 사이의 명암이 극명하게 교차 되고 있다.
전술적인 회의는 내일 가져가겠다고 말을 하며, 제수스는 20분의 시간을 줄 테니 준비를 하고 피치로 나오라고 했다.
새벽 6시 10분에 진행된 짧은 미팅의 끝.
밖으로 나가려던 제수스의 앞에, 엔초 페레즈가 나타난다.
그는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딸깍-
브리핑룸을 빠져나와 감독실로 향한 두 사람.
책상 하나를 두고, 제수스와 엔초가 마주한다.
“그 녀석 때문인가요?”
“무슨 말인가?”
“빌어먹을, 다 안 다고요. 걔가 이제 팀에서 여섯 번째로 많은 주급을 받게 되었고, 그건 걔의 영향력이 높아졌다는 뜻이죠.”
“…….”
“조르제, 전 제가 명단에서 제외된 것을 이해할 수 없어요. 전 지난 몇 경기에서 팀 내 최고의 선수였고, 이런 식의 대우는 부당합니다. 에이전시에 말하겠어요.”
“그러게나.”
“뭐라고요?”
“그러라고 했네, 엔초. 이젠 내가 말해도 될까?”
“얼마든지요!”
조르제 제수스는 최근, 자신이 실수했던 부분들을 고민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평소라면 다른 개인적인 업무를 했을 시간에도, 감독실에 홀로 틀어박혀 선수단 전원의 명단이 적힌 커다란 보드를 멍하니 쳐다보면서 문제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결과, 제수스는 한 가지를 깨달았다.
팀을 젊게 만들려고 한 건, 실수가 아니다.
문제는.
“자네는 무혈입성했지.”
“네?”
“여름에 하비와 악셀이 팀을 떠났어. 그리고 난 에두에게 굳이 선수단을 보강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 왜냐하면, 자네와 마티치가 있다고 믿었으니까.”
“…….”
“이런, 빌어먹을! 엔초, 내 말 들었나? 난 이미 그때부터 경쟁이란 것을 배제했다고! 팀이 본래 해왔던 경쟁을 내 스스로 망쳐버린 셈이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자넨 무혈입성한 거야! 그리고? 최고의 선수였다고? 아 볼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리고 골닷컴이나 BTV역시 마찬가지이지! 예를 들어 볼까? 개막전! 오-! 6.1점이로군! 그리고 나시오날 경기는? 5.9점. 또 어제는 어땠지? 무려, BBC에서 자네에게 6.3점을 줬어. 어떻게 생각하나? 최고의 선수였다고?”
표정에 변화가 생긴 엔초 페레즈가 입술을 적시고 손으로 코와 얼굴 주변을 만져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제수스는, 여기에서 그칠 생각이 없다.
“이제부터는 경쟁일세, 엔초. 만약 자네가 팀 내 최고의 선수라고 말하길 원한다면. 증명하게! 훈련과 피치 위에서 모두가 인정하게 하라는 거야. 그리고 킴의 영향력이 높아졌다고? 그래, 맞아! 그 녀석은 지금 팀에 중요한 존재야! 그게 왜일까?”
타앙-!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두들긴 제수스는, 더욱 격양된 목소리로 말했다.
엔초의 지금 모습은 의무는 소홀히 한 채, 권리만을 주장하려는 전형적인 이기적인 태도였다.
하지만 제수스가 화를 내는 건, 엔초가 이런 식으로 행동하게 만든 것이 자신이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세계 최고수준의 축구선수 25명이 함께 잘 어울리게 하는 건, 축구 감독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제수스는 그런 울분을 담아 말하고 있다.
“지금 길 가는 사람들을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게! 만약 팀이 녀석과 자네 중 한 명을 팔아야 한다면, 과연 누구를 팔겠느냐고? 모르긴 해도 천 명 중에 천 명은 전부 자네를 팔라고 말할 거야! 만약 그 천 명 중에 자네의 가족이 끼어있지 않다면 말일세! 그래! 맞아! 그 녀석은 지금 팀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야! 만약 자네를 희생해 그 녀석을 지킬 수 있다면, 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할 걸세! 그리고 그건 왜 그런 줄 아나? 빌어먹을! 그건 걔가 자신의 일을 너무나도 잘하고 있기 때문이야! 걔는 축구로 말하고 있다고!!”
콰앙-!!!
이번엔 손바닥이 아니라 제수스의 주먹이 테이블과 강하게 부딪쳤다.
곧바로 그의 손 한쪽이 뻘겋게 부어오르기 시작했지만, SL 벤피카의 감독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나가게나. 그런 말을 하고 싶다면, 일단 자격을 갖춘 뒤에 다시 찾아와. 지금의 자넨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어.”
“…….”
제수스의 카리스마에 짓눌린 엔초가 조용히 일어서고, 밖으로 나가려는 그의 등 뒤로 한마디가 더 보태어져 온다.
“아, 그리고. 지금 내 행동이 불만이었다면, 에이전시에게 말하게나. 내년 1월, 곧바로 팔아주지. 우리가 그건, 정말로 아주 잘하니까 말이야.”
“네. 이해했습니다.”
“문은 열고 나가게.”
엔초 페레즈가 떠난 자리, 주변에서 눈치를 보던 스태프 하나가 들어와 어질러진 사무실 안을 정리하며 묻는다.
“조르제? 파팀을 불러줄까요?”
“그래. 그게 낫겠군.”
제수스의 손 한쪽이 찢어져 피가 살짝 흐르고 있었다.
정리를 마친 스태프가 나가고, 메디컬 스태프에게 치료를 받으며 제수스는 생각한다.
‘멍청한. 난 자격이 없어.’
훌륭한 선수를 보유하게 되었을 때, 그 선수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발휘하게 하는 것은 감독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건, 경쟁 또 경쟁뿐이다.
경쟁이 멈춘 집단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고, 그 느슨함은 상대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SL 벤피카에는 우수한 선수 29명과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자질이 있는 1명의 풀백이 있다.
그런 지금.
“파팀. 난 낙제점이야.”
“……그런 말 마세요, 제수스. 당신은 세계 최고이니까.”
“훗. 그것참, 위로되는군.”
조르제 제수스는 자신부터 고삐를 옥죄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