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91)
1211화 Stature (5)
언제부턴가 이런 경험이 늘었다.
몰랐던 이가 다가와 팬임을 자처하며, 내가 우상이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우 말이다. 혹은 쑥스러움 가득한 목소리로 경기가 끝난 뒤 유니폼을 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처음엔 그것에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법 거기에도 익숙해졌다.
삐?익!
주심이 휘슬을 불어 교체를 알린 순간, 멀리에 있던 동료가 고개를 숙이며 사이드라인으로 걸어갔다.
그에겐 무척 잔인한 하루였을 거다.
바로 옆, 한 남자는 의기양양하다.
‘건방 떨 시간은 끝났어, 꼬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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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예상되었던 교체죠? 이렇게 되면 김다온이 본래의 위치인 오른쪽 풀백 자리로 돌아갈 것 같습니다.”
(양은석) – SPORTV 캐스터
“그렇습니다.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 교체.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키런 트리피어를 빼고 네이선 아케를 투입하는 판단을 내립니다.”
(정지현)
“이렇게 되면 변형 쓰리백으로 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워낙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과르디올라 감독인데, 지금처럼 풀백 하나에 세 명의 센터백을 기용할 때면 변형 쓰리백을 자주 사용했거든요? 김다온에게 비니시우스를 전담하고, 필 포든의 수비 가담도 괜찮기 때문에 변형 쓰리백의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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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 13분
맨체스터 시티 2 : 2 레알 마드리드
전반전에만 3골이 나는 예상치 못한 난타전 양상은 후반전 비니시우스가 벤제마의 골을 어시스트 하면서 다시 불이 붙고 말았다.
오늘 레알 마드리드가 기록한 두 개의 득점 모두에 직접적으로 가담한 비니시우스는 키런을 완전히 씹어 버렸다.
금방 있었던 교체와 포지션 변화는 그런 비니시우스를 잠재우기 위해서였는데, 난 아래로 내려선 녀석을 강하게 밀어붙여 의도적으로 넘어뜨렸다.
당연히, 파울은 불렸다.
삑-!
지금의 이 파울은 인사 대신이다.
비니시우스의 표정이 흥미롭다.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만면에 환한 미소를 띤 채로 혀를 날름 빼냈다. 기세가 잔뜩 올라 있다는 게, 지금의 모습에서도 잘 나타났다.
난 그런 녀석의 모습을 담아 둔 채로, 얼른 뒷걸음질 쳐서 자리로 돌아왔다.
발베르데가 뒤로 짧게 보낸 프리킥이 중원을 거쳐 반대 방향으로 이어지고, 조금 전 교체로 투입된 아케가 호드리구와 만나게 되었다.
아케를 상대로 1:1 돌파를 시도해 보는 호드리구지만, 스텝이 꼬이며 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
볼이 발에 제대로 걸리지 않자 호드리구는 주저앉았고, 그와 동시에 관중석에서 큰 목소리들이 튀어나왔다.
{“와하하하하-!!”}
{“멍청아-!!”}
지금까지 나를 상대로 고전한 호드리구는 중앙으로 이동해 좋은 슈팅을 만들긴 했어도, 오른쪽 측면에서의 플레이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내가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나름 해 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한번 무너진 흐름을 회복하긴 어려운 법이다.
간단히 볼을 가로챈 아케가 로드리에게 패스를 전하고, 레알 마드리드는 압박 대신 위치를 지키며 즉각 볼을 되찾기보다 속도를 지연하는 데에 집중한다.
확실히 저런 것을 보면, 카를로 안첼로티의 축구라는 게 너무 잘 느껴졌다.
굳이 타협하지 않는달까?
카를로 안첼로티가 유럽 정상급의 감독으로 평가받으며 빅클럽의 각광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저 남자가 선수를 사 달라 징징거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를 전술에 대입해 보면 특별히 선수 스타일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았는데, 안첼로티는 주어진 재료를 즉흥적으로 조리하여 멋진 음식을 만드는 법을 아는 요리사다.
지극만 해도 안첼로티는 토니와 모드리치의 기동력이 떨어지는 걸 알고, 굳이 과한 전방 압박을 하지 않았다.
메쪼(Mezzo) 포지션.
아리고 사키의 신봉자이면서도 게겐프레싱(Geghenpressing)이 아닌 높지도 낮지도 않은 위치에 압박라인을 형성한 안첼로티의 축구는 이런 어정쩡함이 곧 개성이었다.
하지만 모든 게 그렇듯 약점은 있다.
우선, 윙(Wing) 의존도가 높다.
안첼로티의 레알 마드리드에서 허리 다음으로 중요한 위치와 역할을 차지하는 게 바로 좌우 7번(W)이다.
어느덧 세월의 흐름이 묻어나는 크카모 라인은 최근 2년 줄곧 [“에너지 레벨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이를 채워주는 게 바로 좌우 윙이다.
윙이 전방에서 부지런히 움직여 상대 빌드업의 진행을 중앙으로 몰게 되면, 에너지 레벨의 부족이 느껴지지 않을 거라는 게 안첼로티의 생각이었다.
올 시즌의 레알 마드리드가 중원 위주의 팀을 상대로 유독 강했던 이유도, 본인들이 미리 내어놓은 가위바위보 싸움에 상대가 뛰어드는 모양새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달리 말해, 윙의 컨디션이 나쁘거나 측면 대결에서 밀리면 힘이 크게 떨어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딜!’
탁-
“?”
비니시우스의 드리블 시도를 발을 뻗어 막아 낸다.
화려한 발재간으로 가랑이 사이를 노리고 볼을 밀어 넣었지만, 애초부터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둔 나는 민첩하게 발을 움직여 볼이 통과할 공간을 차단했다.
당연히 축구공이 통과될 줄 알고 달려 나가려던 비니시우스가 날 붙잡았고, 난 저항 없이 바로 뒤로 넘어졌다.
삑-!
이번에도 어김없이 휘슬 소리가 들려왔다.
머쓱한 표정이 된 비니시우스가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고, 넘어진 나를 슬쩍 내려다보는 녀석을 향해 난 오른손을 뻗어 손가락을 좌우로 까닥였다.
그러자 녀석의 얼굴에서 미묘한 감정이 생겨났다.
난 그것을 짜증이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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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석)
“비니시우스의 파울입니다.”
(정지현)
“확실히 다르죠? 키런 트리피어도 물론 좋은 선수입니다만, 김다온에 비할 바는 못됩니다. 비니시우스가 자신 있게 1:1을 시도했습니다만, 김다온의 수비를 무력화하려면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만큼 다른 곳이 헐거워질 건데, 비니시우스와 안첼로티 감독의 선택이 궁금해집니다.”
(양은석)
“올 시즌 공격수와의 1:1 대결 승률이 무려 93%(214/230)에 달하는 김다온입니다.”
(정지현)
“그 정도면 완전히 뭐 미친 수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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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시우스의 얼굴에서 짜증이란 감정이 생겨난 이후부터, 조금씩 그를 활용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방식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측면 공격이 사라지면서 카림 벤제마가 고립됐고, 이 때문에 필연적인 풀백의 전진이 요구됐다.
이렇게 측면에 공격을 풀어 나가는 데 더 많은 투자를 하기 시작하자, 레알 마드리드의 약점으로 지적받는 중원 에너지 레벨의 부족이 바로 드러났다.
한층 느려지고 단조로워진 빌드업 속, 페를랑 멘디가 눈에 뻔히 보이는 방향으로 패스를 보내려 한다.
‘너무 노골적이잖아.’
멘디가 정직하게 비니시우스를 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던 나는 그의 시선을 힌트 삼아 과감히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곤 비니시우스의 앞에서 볼을 잘라 냈다.
탁-
“?!”
내가 가까운 곳에서 압박할 수도 있다고 판단한 비니시우스는 빠르게 다음 동작을 가져가기 위해 가딩(Guarding)을 소홀히 했는데, 지금은 너무 머리를 쓴 게 오히려 화가 됐다.
발에 맞고 앞으로 튕긴 축구공이 리야드의 앞으로 향하고,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그가 발을 받아 내어 슬쩍 앞으로 굴린다.
자신의 패스가 내가 커트 당한 것을 확인한 멘디가 앞으로 튀어나왔는데, 이건 명백한 수비 실수다.
패스가 내게 끊긴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지금은 앞으로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뒤에서 머물렀어야 한다.
성급히 앞으로 튀어나온 멘디의 옆으로 리야드가 보낸 패스가 굴러가고, 난 속도를 앞세워 가볍게 그를 따돌렸다.
퍼스트 터치를 페널티박스 쪽으로 가져간 내가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포켓(Pocket) 끝자락에 있다가 정중앙으로 곧장 뛰어드는 포든이 들어왔다.
녀석이 달리는 속도를 생각하면, 바로 볼을 띄워 보내는 게 최선이다.
팡-!
오른발 안쪽에 맞은 축구공이 가볍게 떠올랐다가 완만한 궤적을 그리면서 떨어져 내린다.
그리고 낙하(落下)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유롭게 헤더를 가져갈 수 있었던 포든의 머리에 맞고 그대로 레알 마드리드의 골라인을 넘어섰다.
페를랑 멘디의 실수 두 개를 놓치지 않으며, 너무나도 간단하게 뽑아낸 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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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브라더튼) – BT Sports 코멘테이터
“It`s Da-On. Rifted In-! Good Chance-! Three Two-!! 필 포든입니다!! 레알 마드리드에게 두 골을 연달아 허락했던 맨체스터 시티가 다시 득점에 성공하며,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경기에서 앞서 나갑니다!! 기세를 높이던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뼈아프겠군요! 티보 쿠르트와는 막을 수 없었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3, 레알 마드리드 2. 득점에 성공한 필 포든입니다.”
(클라이브 앨런)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전형적인 다온의 어시스트입니다. 그는 멘디가 앞으로 패스를 보낼 걸 알았고, 패스를 끊어내 바로 오른쪽 공간을 파괴했습니다. 저런 식으로 다온을 완벽하게 열어 두면, 절대로 그의 크로스를 막을 수 없습니다. 크로스를 다른 차원으로 끌어 올린 장인다운, 완벽한 패스였습니다.”
(사이먼 브라더튼)
“본인이 가진 단일 시즌 챔피언스리그 최다 어시스트와 동률을 이룹니다-! 무려 세 번째 14어시스트 시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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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이렇게 되면 또 하나의 새로운 대기록이 쓰여질 것 같습니다.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가 치를 수 있는 챔피언스리그 경기가 오늘을 제외하고도 최대 두 경기인데, 그 경기에서 어시스트 하나라도 기록하면 단일 시즌 챔피언스리그 역대 최다 어시스트가 되거든요? 뭐, 당장 오늘이라도 가능한 기록입니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죠?”
(양은석)
“그렇습니다-! 이미 챔피언스리그 통산 최다 어시스트 기록을 가지고 있고 그걸 계속해서 경신해 나가는 김다온! 환상적인 어시스트로 필 포드의 득점을 돕습니다! 다시 앞서나가는 맨체스터 시티! 이제 스코어는 3:2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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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든과 셀레브레이션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는 길에 본 비니시우스는 이제 완전히 여유가 사라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직 후반전 시간이 제법 남았고 또 2차전도 있어 초조해하지 않아도 될 건데, 역시 젊기 때문인지 당장 승리를 거두고 싶어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었다.
저런 게 내가 바라는 건지도 모르고 말이다.
안첼로티 축구의 약점 두 번째.
삑-!
베스트 일레븐과 중용 받는 두세 명의 교체 자원을 제외한 선수들의 경기력과 전술 이해도가 다른 클럽의 수준과 비교했을 때 다소 뒤떨어진다.
부진했던 호드리구와 눈에 띄게 발이 무거워진 모드리치가 빠져나가고, 두 명의 중앙 미드필드인 카마빙가와 다니 세바요스(Dani Ceballos)가 동시에 투입된다.
어차피 측면 공격을 비니시우스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발베르데를 오른쪽 측면으로 보내 플레이메이킹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려는 속셈이다.
이를 통해 카림 벤제마를 중심으로 새로운 방식의 공격을 시도하려는 것 같았는데, 카마빙가와 세바요스 모두 안첼로티의 첫 번째 선택과는 동떨어진 이들이었다.
오히려 이스코와 아센시오를 투입했으면 어떨까 했는데, 안첼로티도 역시 에너지 레벨 부족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조금 전에 언급한 카를로 안첼로티의 두 번째 약점은 세 번째 약점과도 이어지는데, 큰 그림을 잘 그리는 것과는 달리 인(In)게임 대처 능력은 명장 레벨은 아니었다.
선수교체를 진행할 생각이었다면, 그에 앞서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부상으로 나간 알라바를 생각했어야 했다.
팀 내 주전 센터백이 경기 도중 빠진 특수한 상황이라면, 감독은 어지간해서는 큰 전술 변화를 꾀해서는 안 된다.
같은 포지션에서 비슷한 역할을 소화하는 선수끼리 바꾸는 것이라면 모를까, 지금처럼 미드필드의 운영 전체를 바꾸는 선택은 수비에 큰 부담을 준다.
실제로 교체가 있고 얼마 뒤, 카를로 안첼로티는 본인의 선택에 대한 대가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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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브라더튼)
“플레이가 계속되네요—Oh!! What a Goal!! What a Finish Bernardo Silva-!! 모두가 주심이 프리킥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베르나르두 실바가 계속 플레이를 이어가 골대 상단으로 슈팅을 꽂아 넣습니다!! 정규 시간은 17분이 남았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4! 레알 마드리드 2! 이 경기는 점점 더 흥미롭게 변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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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브라더튼)
“레알 마드리드의 위기입니다. 세 명. 아니 네 명의 뛰어난 프리 키커가 같은 공간에 모여 있습니다. 다온, 메시, 더브라위너, 그리고 쏜입니다. 누가 차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오? 네 명의 선수가 모두 프리킥 장소 주변에 모입니다. 이건 무척 진귀한 장면이로군요. 모두가 저 위치에선 득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클라이브 앨런)
“어째서 맨체스터 시티의 스쿼드가 이토록 사기적인지를 상징하는 장면입니다. 대부분의 클럽은 하나 이상 갖기 힘든 스페셜리스트를 무려 넷이나 한꺼번에 피치로 내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벤치로 돌아간 리야드 마레즈나 일카이 귄도안도 다른 클럽이었다면 전담 키커였을 겁니다. 하지만 시티에선 양보할 수밖에 없겠죠.”
(사이먼 브라더튼)
“프리킥이 진행됩니다. Lio? No. Son? No. And It`s Da-On!! What a Spectacular Goal-!! 이건 마치 레이저빔 같았습니다!! 의심할 여지 없는 슈퍼 골이 터집니다!! 그리고 이는 레알 마드리드엔 완벽한 타격이 되겠군요-!! 무려 다섯 번째 득점입니다!! 맨체스터 시티가 에티하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만든 다섯 번째 득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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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도권을 쥔 상태였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의 운영법 전체를 바꾼 카를로 안첼로티의 판단은 최악의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오른쪽 측면으로 빠진 발베르데는 기동력은 보여 줬지만, 중원에서 뛸 때만큼의 수준은 아니었다.
그리고 젊은 카마빙가는 잦은 실수를 일삼다가 조금 전 실점의 이유가 된 파울을 범했다.
차라리 이럴 거라면, 모드리치를 측면으로 보내거나 10번(AM)에서 뛰게 하고 발베르데를 빼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디까지나 결과만을 두고 하는 말이긴 했지만, 교체 이후 레알 마드리드가 추가로 허락한 두 개의 실점은 치명적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삑-! 삐?익! 삐—익!!
힘이 빠진 비니시우스를 빼고 뒤늦게 아센시오를 투입하며 공격의 끈을 놓지 않으려던 레알 마드리드지만, 이후 건재했던 수비는 더 이상의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말이겠지만, 우리를 상대로 두 골이나 넣은 것을 레알 마드리드는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펩도 그렇고 나도 내일이 되면, 우리가 허락한 두 개의 실점 장면을 두고 많은 이야기를 할 테니 말이다.
한 골을 허락하는 건 그럴 수 있다.
한 번이야 실수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하나의 경기에서 두 개의 실점을 했다는 건 수비에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뜻이고, 우린 그 원인을 파악하고 보완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할 거다.
뮌헨 시절에 말했지만 펩의 훈련 중 80% 정도가 수비 훈련인데, 이러면 보통 그 비율은 90%까지 올라간다.
펩 모드(Pep Mode) 역시 활발하게 작동될 텐데, 누가 가장 괴로워할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내일 혼나겠지?”
“혼나야지.”
“아- 진짜.”
사실 민재는 크게 잘못한 것이 없었지만, 어쨌든 벤제마에게 실점한 장면에서는 조금 아쉬웠던 게 사실이다.
만약 같은 실수를 다른 팀 내 센터백이 했다면 펩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을 건데, 민재니까 내일 따끔하고 짧은 한마디와 긴 비디오 세션이 뒤따를 것이다.
카를레스와 함께할 그 수업은 장담하는데, 지겨운 반복의 시간이 될 거다.
그러나 그런 지겨움을 견뎌 내야, 다음에 또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
“야, 잠깐.”
“먼저 간다-”
아쉬움이 많은 민재가 터벅터벅 걸어 복도 안쪽으로 사라지고, 나는 통로 한쪽에서 기다리던 비니시우스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누고 손에 들었던 유니폼을 건넸다.
“다음 경긴 우리가 3:0으로 이길 거예요.”
“세 골이나 넣겠다고? 꿈도 크셔라.”
“……다음에 봐요.”
“그래. 조심히 가. 재미있었어.”
“당신은 그렇겠지만, 전 아니라고요.”
“하하. 잘 가-”
좌절한 와중에도 내 유니폼을 조심스럽게 어깨에 얹는 비니시우스를 보고 있노라니, 팀에 있는 어떤 괘씸한 젊은 녀석들이 떠올랐다.
엘링이나 주드 모두 저 녀석처럼 공손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다가도, 버릇없이 구는 모습이 사라지면 얼마나 허전할지를 고민하게 된다.
결국 사람은 있는 그대로 사는 게 최고다.
그리고 그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후우- 가 볼까?”
다시 움직이는 내 발걸음은 시합의 피로에도 불구하고 무척 가볍고 경쾌했다.
역시, 승리는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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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UCL Semi-Final 1st Leg)
맨체스터 시티 5 : 2 레알 마드리드
리오넬 메시 : 전반 11분(케빈 더브라위너)
필 포든 : 후반 19분(김다온)
베르나르두 실바 : 후반 29분
김다온 : 후반 36분(F.K)
김다온 ? 96분 출전(1골 1어시스트/평점 9.1/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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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수 유일한 평점 9점대, 김다온.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MoM 선정. – OSEM(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