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97)
1217화 Stature (11)
2022년 5월 29일. 93200 생-드니, 프랑스.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 시작 2시간 전
리버풀 0 : 0 맨체스터 시티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3-3
GK ? 에데르송 / GK ? 알리송 베케르
RB ? 김다온 / RB ?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
RCB ? 후벵 디아스 / RCB ? 이브라히마 코나테
LCB ? 김민재 / LCB ? 버질 판데이크
LB ? 네이선 아케 / LB ? 앤디 로버트슨
DM ? 로드리 / DM ? 파비뉴
RCM ? 베르나르두 실바 / RCM ? 조던 헨더슨
LCM ? 케빈 더브라위너 / LCM ? 티아고 알칸타라
RW ? 리오넬 메시 / RW ? 모하메드 살라
LW ? 손흥민 / LW ? 루이스 디아스
ST ? 엘링 홀란 / ST ? 사디오 마네
.
.
에펠탑이 가까이 보이는 도로를 따라 움직이는 내내, 머릿속에서는 이 세 단어가 계속해서 맴돌았다.
One Last Duel.
오늘 경기를 조명한 ‘BBC’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게다가 팀 컬러도 레드와 블루다.
삐이-
취익-
스타드 드 프랑스 내 주차장에서 버스가 정차하고, 검은색 수트를 갖춰 입은 이들이 하나둘 내려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도 곧이어 땅바닥을 밟았다.
탁.
“…….”
바이에른 뮌헨에서 2014년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러본 이후, 벌써 일곱 번째로 밟아 보는 무대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긴장되는 건 마찬가지다.
이 경기는 매번 새롭다.
“행운을 빌어요!”
파인더 너머로 내게 인사를 건네 오는 카메라맨에게 엄지를 치켜세운 후, 앞서 걷는 이들을 따라 드레싱룸으로 향한다.
그러면서 나는 계속 생각했다.
전통은 계속 이어질 거라고.
미디어가 말하는 것과 달리 난 결승전에서 때때로 패배했지만, 최소한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단 한 번도 패배를 경험하지 않았다.
난 오늘 역시 그러길 바라고 있다.
“…….”
“…….”
차원이 다른 긴장감 탓인지, 모두가 자신의 라커를 찾아 조용히 짐을 풀고 있다.
나도 캐리어와 백팩을 앞쪽에다 펼쳐 두고 이곳을 최대한 에티하드와 비슷하게 꾸미려고 노력했다. 홈 분위기를 내기 위해 붙여진 시트지엔 동료들의 얼굴이 새겨졌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실내가 정돈되고 나서야, 감독실에서 나온 코치들을 시작으로 떠들썩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Come On-! Let`s Go!!”
여기저기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잠시 뒤 이례적으로 일찍 우리의 앞에 선 펩이 간단한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가 한 말은 바로.
“우리가 훨씬 더 강한 팀이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준비하는 동안, 펩은 단 한 번도 우리가 더 강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지금을 위해 아껴 두었나 보다.
“후우-”
웜업을 나갈 준비를 모두 끝내고 난 후, 나는 거울을 보며 하나의 사실을 가슴에 새겼다. 지금 나의 긴장한 정도가 이 정도라면, 상대는 더 심할 거라고 말이다.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시티는 리버풀에 월등히 앞선다. 우린 지난 5년 동안 총 네 차례의 빅이어를 들어 올린 클럽이다.
선수단이 상당수 바뀌었다지만 사람들의 표현대로 시티는 여전히 같은 세대가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나와 케빈이 팀을 떠날 때가 하나의 Era(시대)가 마무리되는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리오는 같은 세대라기보단 든든한 조력자의 느낌이다.
그 조력자가 본래의 이들보다 축구를 잘한다는 건 재미있는 사실이지만, 어쨌든 리오는 단 한 순간도 시티의 주인이 되려고 하지 않았다.
경기를 제외한 다른 부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철저히 다른 이들에게 맡기고, 축구 그 자체에만 집중한다.
FC 바르셀로나에서의 마지막이 워낙 좋지 못했기에, 리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것 같다.
어쨌든 중요한 건, 오늘 우리가 직접 손으로 연 성공 시대를 계속해서 이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라는 점이었다.
나는 그 부분을 계속 강조했다.
“다섯! 오늘 우린 빅이어를 다섯 개로 늘릴 거야!!”
“할 수 있어!!”
“VAMOS-!!”
민재와 후벵을 필두로 목소리를 높여 리더십을 보여 주길 좋아하는 이들을 통해 나의 의지가 전해진다.
케빈과 리오는 묵묵했고, 난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엘링에게 다가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다른 경기와는 약간 다를 거라고 말했다.
처음 내가 이 무대를 밟았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최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보통은 반대 아니에요?”
“그건 임시방편이니까.”
“뭐, 그렇긴 하죠.”
“당장 눈속임은 간편해. 그리고 거짓은 달콤하지. 하지만 우리의 눈앞에 있는 건 현실이야. 그건 간단하지도 않고, 매우 씁쓸하다고. Come on. 오늘만큼은 더 잘하려고 해 봐.”
“노력해 볼게요.”
“그래. 그거면 돼.”
노력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도 않고, 항상 긍정적인 결말로 진행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이 착각하는 건, 그렇다고 노력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노력은 좋은 결말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무언가 일이 잘되기를 바란다면, 가장 먼저 또 가장 오랫동안 해야 하는 게 노력이라는 거다.
노력을 멈추면.
삶은 무너진다.
{“When you walk through a storm-! Hold your head up high-! And don’t be afraid of the dark-!”}
{“Blue moon-! You saw me standing alone-! Without a dream in my heart-! Without a love of my own-!”}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프리미어리그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장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는 두 클럽의 공식 응원가가 서정적인 멜로디와 가사로 가득한 노래라는 게 말이다.
웜업을 위해 피치로 나선 순간, 양 팀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 클럽을 대표하는 곡을 목청 높여 불렀다.
마치 더 큰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 팀이 승리를 가져가기라도 한다는 양, 나중에 응원할 에너지가 남아 있을까 걱정될 정도로 노래했다.
‘쓸데없는 걱정이지.’
우리 선수들도 그렇지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팬에게도 남다른 에너지를 주는 것 같다.
오늘 이곳 사람들은 지치지 않을 거다.
설령 팀의 패배가 거의 확정된 순간이라고 할지라도, 휘슬이 불리는 순간까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자신들의 목소리가 기적을 불러일으킬 거라고 믿을 게 틀림없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그럴 거라는 건 장담할 수 있다.
“후우- 정말 굉장하네요.”
“하하. 압도되고 있어?”
“그런 느낌이에요.”
“Welcome to Final.”
“휴우-”
몇 번이나 큰 숨을 내쉬는 주드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나는 사이먼 비컨과 배리 해밀턴이 진행하는 웜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평소엔 몸풀기를 설렁했던 이들도, 오늘은 확실히 근육과 관절을 풀어 주고 있다.
그렇기 시간이 흐르고, 경기장의 분위기에 어느 정도 적응이 끝난 우린 다시 드레싱 룸으로 돌아왔다.
“저기엔 마법이 있다.”
“…….”
“그것도 무척 신비로운 마법.”
“…….”
경기 시작 전 마지막 팀 토크에서, 다시 우리의 앞에 선 펩은 뜬금없는 마법(Magic)을 이야기했다.
처음엔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그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홀로 고개를 까닥이며 다시 이야기에 집중했다. 현재 이 안은 소름 끼칠 정도로 고요하다.
“사람들은 우리가 너무 쉽게 많은 것들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오늘도 승리를 쟁취할 거라고들 하지. 하지만 그들이 틀렸다. 이곳에서 거저 얻어지는 건 없어. 저 바깥에 있는 마법이 그렇게 되는 것을 방해할 테니까.”
피치 위의 마법이라.
난 그걸 짓궂은 장난으로 표현해 왔다.
세상에 신(神)은 없으며 우리가 믿는 사후 세계 또한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만들어 낸 일종의 자기 위로라 생각한다.
하지만 부족한 나는 말이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때마다 신이나 운명같은 것을 끌고 와 멋대로 가져다 붙였다.
지금 펩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린 오늘 이것들을 증명해야 한다. YES. 우리가 너무 쉽게 많은 것을 얻었다. YES. 그래서 오늘도 승리를 쟁취할 거다. AND YES. 이곳에서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기에, 너희는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린 강하다. 난 느끼고 있어. 너희도 그렇겠지. 그 믿음. 그것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우린 서로를 믿어야 한다. 잠깐 주변을 보도록.”
“…….”
“…….”
“하하.”
펩의 말에 따라 우리들은 고개를 돌려 주변의 사람들을 쳐다봤다. 처음엔 입을 다물고 비장했던 이들이지만, 몇몇은 금세 긴장이 풀어져 웃음을 터뜨렸다.
반응은 이렇게 제각각이었지만, 가슴 속에 있는 생각은 같을 거라고 믿고 있다.
우린.
“바로 그 얼굴들이 너희가 믿어야 할 사람들이다.”
우린 팀으로서 강하다.
아니, 팀이기에 강하다.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모든 이는 자신의 가능성을 몇 배나 더 높일 수 있다.
정신력과 팀워크를 강조한 펩의 이야기가 끝나고, 내가 스크럼의 한 곳에 섰을 때 스타드 드 프랑스를 찾은 시티의 모두가 함께했다.
선수단과 백룸은 물론, 평소엔 한발 물러서 있던 프런트 쪽 사람들까지 말이다.
“젠장, 진짜 든든하네. 안 그래?”
“하하하하.”
“…….”
농담으로 시작한 나의 첫마디에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여전히 긴장감을 유지했다.
아무래도 좋았다.
반응 따윈.
“오늘은 짧게 말할 거야.”
“…….”
“Win. Or Die.”
“…….”
“우린 승리하거나. 아니면 장렬히 우리의 세대 끝을 고할 거야. 왜냐하면 저 바깥의 사람들이 신나게 우릴 물어뜯을 테니까.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건 아파. 내가 누구보다 잘 알아. 그리고 그건 절대 좋은 기분이 아냐.”
“…….”
“나는 너희들과 좀 더 우리의 시대를 이어 나가고 싶어. 먼 미래, 우리가 받게 될 평가를 상상하면서 말이야.”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순간 공기가 변한 게 느껴졌다. 덩달아 눈빛도 바뀌었고 아까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여유와 같은 게 생겨난 것도 같았다.
그래서 절로 미소가 피어올랐고, 이는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떠한 부분이 좋았던 걸까.
아마 미래일 것이다.
나는 현재 시티의 스쿼드 중 돈이 전부인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질적인 부분을 무척 중요하게 여길 순 있어도, 더는 목마르진 않다는 거다.
그 대신 우리는 외부의 목소리에 집착한다.
경기가 끝나기 무섭게 미디어의 평점을 확인한다거나 우리에게 하등 좋은 게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미디어나 커뮤니티의 글들을 읽는 것도 그러한 것들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는 건 아마도 이것이다.
“우린 언젠가, 역사에 이름을 새길 거야.”
“YEAH-!”
“바로 그거지. 가자. 우린 시티야.”
“VAMOS-!!!!”
오늘이 지나면, 나는 다시 대표팀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계속 거기에 집중할 거다.
카타르에서 진행될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난 어쩌면 시티에 제대로 집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하겠지만, 인간인지라 실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니 이 모든 미안함을 담아.
‘이기고 올게.’
먼저 한국으로 돌아가 경기를 시청하고 있을 아영이와 수호에게 손 키스를 보내며, 난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
(스티브 바워) – BT Sports 코멘테이터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입니다-! 두 개의 잉글랜드 클럽이 프랑스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올 시즌 유럽에서 가장 강한 팀이 누구인지를 증명할 겁니다-!”
.
.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객관적인 전력면에서는 분명 맨체스터 시티가 우위입니다. 그렇지만 수많은 기적이 있었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아니겠습니까? 물론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김다온 선수는 늘 기적을 일으키는 쪽에 가까웠지만, 이번엔 상황이 정반대로 가지 않으리란 보장 역시 없습니다.”
(양은석) – SPORTV 캐스터
“그렇습니다! 이제 양 팀 선수들이 나란히 입장하겠습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 2위 팀이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결승전에서 맞붙습니다!”
.
.
.전반 00분
리버풀 0 : 0 맨체스터 시티
삐?익!
오늘 경기의 주심은 프랑스 출신인 클레망 튀르팽(Clement Turpin)이 맡았다.
얼마 전 갓 마흔이 된 따끈따끈한(?) 젊은 심판으로, 16살 때부터 선수/코치를 병행하며 심판이 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리오에게 있어 뼈아픈 기억으로 남은 로마의 기적 때 주심이기도 하며, 작년엔 UEFA 유로파리그 결승전 휘슬을 잡으며 점점 중요한 경기를 맡고 있었다.
전체적인 성향은 엄격한 편으로, 파울을 보는 기준이 상당히 깐깐한 편인 사람이다.
그래서 우린 지난 일주일 동안 튀르팽이 휘슬을 잡은 시합을 분석하며 성향을 알기 위해 노력했다. 판정 기준 자체는 상당히 일관된 편이라,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삑-!
티아고를 압박한 로드리가 파울을 범하고, 빠르게 다가선 튀르팽이 구두 경고를 한다.
그래서 난 곧장 목소리를 높이며, 로드리에게 당분간 심판의 레이더 아래로 피해 있으라고 소리쳤다. 두 개의 단어 정도면, 저 남자는 알아듣는다.
“몸을 낮춰!!”
튀르팽의 특징 중 하나는 짧은 시간 다소간의 거친 파울을 범한 이에겐 여지없이 경고를 들이민다는 점인데, 아직 경기 시작 후 1분도 되지 않았음을 생각하면 로드리는 당분간 신중히 플레이해야 한다.
벌떡 일어선 티아고가 볼을 뒤로 보내었고, 리버풀은 평소처럼 후방 빌드업을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팀 앞쪽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리오가 중앙으로, 엘링이 측면으로 빠졌다.
이것은 펩이 흥민이 형을 영입하며 고안한 3-4-2-1 전형의 전방 압박 방식과 같았는데, 활동량이 부족한 리오를 9번에 두고 순간적으로 엘링을 측면으로 보낸다.
펩과 마찬가지로 풀백의 능력을 100% 활용하길 즐기는 클롭의 축구에서, 양쪽 풀백인 후방 빌드업의 핵심이다.
만약 리오가 계속 측면에 머물면 로버트슨이 상대적으로 자유를 얻게 될 텐데, 이런 식으로 전형에 변화를 주면 측면을 살짝 억누를 수 있다.
그럼 센터백들을 전진하게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텐데, 옳은 말이지만 상당한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가뜩이나 풀백의 위치가 높은 상황에서 센터백마저 높이 올라서게 되면, 역습을 허용했을 때 단 한 명의 수비수만을 남겨 두는 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리버풀은 그걸 기꺼이 감수한다.
버질 판데이크나 이브라히마 코나테 모두 홀로 후방을 감당해 낼 수 있을 정도로 수비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라, 혼자 두어도 어지간한 공격을 막아 냈다.
그렇지만 이런 방식이 유일하게 통하지 않았던 게 바로 우리 시티다.
저 두 명의 괴물 같은 센터백을 상대로 피지컬에서 밀리지 않는 엘링을 보유했고, 여기에 더해 리오넬 메시라는 역대 최고의 공격수도 있다.
그래서 클롭은 우리를 상대할 때 라볼피아나(Lavolpiana) 전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풀백이 올라설 수 있도록 했는데, 이런 식이 되면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리버풀의 빌드업에서 전방으로 패스를 보낸 건 골키퍼인 알리송 베케르였다.
투웅-!
‘나이스.’
바로 이게 우리가 원하는 그림이다.
100%는 아니지만, 공중으로 볼을 띄우게 되면 리버풀의 공격수들은 우리 센터백을 감당할 수 없다. 게다가 오늘은 사디오 마네가 9번이다.
피르미누가 선발로 나왔다고 해서 딱히 달라지는 건 아니겠지만, 어쨌든 펩은 이를 예상하고 훈련 때 헤더를 계속 하프라인 방향으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설령 리버풀이 볼을 가져가더라도, 공이 골대에서 최대한 멀어지게 하면 상대가 바라는 공격 속도를 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선발 명단을 봐서 알겠지만, 오늘 펩은 아케를 투입하는 변형 쓰리백 전술을 택했다.
이를 통해 민재가 자유를 얻었다.
민재보다 왼발에 좀 더 능숙한 후벵이 나와 함께 오른쪽에서 호흡을 맞춘 것도, 이러한 식의 수비 배치가 변형 쓰리백 때의 동선을 더 쉽게 만들어서다.
지금도 민재는 월등한 높이를 앞세워 가볍게 헤더를 따냈고, 더 나아가 공을 정확히 로드리에게 보냈다.
가볍게 원터치로 네이선에게 패스가 전해지고, 아케가 순간적으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흥민이 형을 겨냥한다.
바로 지금과 같은 플레이가 전에는 볼 수 없었던 건데, 흥민이 형과 호흡을 맞춘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서 단숨에 공간을 노리는 패턴도 생겨났다.
물론 펩은 이를 선호하진 않지만, 지금과 같은 플레이를 통해 우리의 장점이 더 선명해지는 게 사실이다.
티키타카와 롱볼이라는 극명한 두 개의 패턴.
이것이 시티에 색채를 더해 준다.
{“아…….”}
왼발을 쭉 뻗은 흥민이 형의 앞으로 볼이 흘러 골라인을 벗어나고, 관중석에서 안타까운 탄식이 튀어나오는 동안 돌아선 형이 아케에게 박수를 보냈다.
어차피 지금은 되면 좋고에 가까운 플레이였고, 골보다는 아놀드의 위치를 강제하는 데 더 의미가 컸다.
리버풀의 좋은 수비에 가려져서 그렇지, 최근 아놀드는 자주 실수를 범하며 문제점을 노출 중이었다.
나쁘지 않은 첫 2분.
“후우-”
긴장이 완전히 풀어진 것을 느끼며, 나는 볼을 내려다 놓은 알리송 베케르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