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298)
1218화 Stature (12)
발롱도르로 유명한 매거진 ‘프랑스 풋볼’은 축구팬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한 가지 깜짝 소식을 발표했다.
바로, 발롱도르 드림팀(BALLON D`OR DREAM TEAM)으로 명명한 역대 올-타임 베스트 일레븐을 뽑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후보까지 열흘에 걸쳐 차례대로 공개됐다.
가장 고심했다는 포메이션은 3-2-2-3이었는데, 수비형 미드필드와 공격형 미드필드는 두 명씩 선정되었다.
또한 후보 발표에 따른 오해와 혼선을 해소코자, 후보 명단의 순서는 단순한 알파벳 순이며 실제 수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게 포지션별 각각 10명(미드필드는 포지션별 20명)씩 뽑힌 후보가 발표되고, 모두가 궁금해하는 와중 챔피언스리그 결승 일주일 전 대망의 발롱도르 드림팀이 공개됐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프랑스 풋볼’의 공식 소셜 미디어를 확인한 순간, 레녹스 베이커는 가볍게 전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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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롱도르 베스트 일레븐
-> All-Time Best Eleven
-> 프랑스 풋볼 발표
GK ? 레프 야신
RCB ? 김다온
CB ? 프란츠 베켄바워
LCB ? 파올로 말디니
RDM ? 차비 에르난데스
LDM ? 로타어 마테우스
RAM ? 디에고 마라도나
LAM ? 펠레
RW ? 리오넬 메시
LW ? 호나우지뉴
ST ? 호나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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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김다온은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누르고 ‘프랑스 풋볼’이 뽑은 역대 최고의 라이트백으로 뽑혔다.
김다온과 함께 경쟁한 이름 중엔 브라질 역대 최고의 라이트백을 두고 다투는 자우마 산투스와 카푸가 있었다.
그리고 대인 수비의 창시자 격인 클라우디오 젠틸레(Cludio Gentile)와 위대한 주장이자 ‘미스터 인테르’로 불리는 주세페 베르고미와 같은 이탈리안도 있었다.
외에도 프랑스 철의 포백 일원이었던 릴리앙 튀랑. 아마도 독일 축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라이드백일 필리프 람. 마찬가지로 네덜란드 최고의 라이트백 빔 쉬르비르(Wim Suurbier). 사냥개로 불린 베르티 포크츠 등.
이 모든 라이트백 가장 위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은 김다온이다.
발롱도르 드림팀의 발표 이후, 레녹스 베이커는 한동안 집착 수준으로 사람들의 반응을 살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레녹스 베이커는 김다온의 이름이 논쟁의 주제에서 완전히 빠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가 그 선정에 불만이 없다는 뜻이었다.
오히려 불붙은 논쟁은 펠레를 9번(ST)이 아닌 10번(AM)에 두는 게 올바르냐는 것과 처음부터 가장 의견이 엇갈렸던 왼쪽 윙 포워드 쪽이었다.
펠레야 본래부터 브라질의 4-2-4에서 공격형 미드필드처럼 뛰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호날두가 아닌 호나우지뉴가 뽑힌 건 많은 이야기를 낳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호날두가 세 개의 발롱도르를 가져 호나우지뉴보다 두 개가 더 많기는 해도 팀을 승리로 이끌지 못했다는 점이 마이너스 요소였을 거란 의견이 있었다.
레녹스 베이커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레알 마드리드 이적 이후, 단 하나의 발롱도르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이적 첫해였던 2009/10 시즌 인테르를 시작으로, FC 바르셀로나/첼시/바이에른 뮌헨/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클럽들이 차례대로 호날두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중 하나는 심지어 지역 라이벌 클럽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였고, 당시 AT엔 김다온이 임대로 뛰고 있었다.
그해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김다온과 만난 호날두는 팀을 어떻게든 승리로 이끌어 보려고 했지만, 그에게 있어 김다온은 넘을 수 없는 산과 같았다.
그렇게 본인의 전성기를 레알 마드리드란 최고의 클럽에서 뛰고도 정작 클럽에 빅이어를 안겨 주지 못한 호날두는 사람들 사이에서 만년 이인자란 낙인이 찍혔다.
실제로 이를 조롱하는 밈(Meme) 역시 상당했다.
반면, 호날두를 누르고 발롱도르 드림팀 왼쪽 윙에 뽑힌 호나우지뉴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유니콘과 같은 존재였다.
비록 발롱도르 숫자는 하나로 호날두보다 두 개가 부족했지만, 호날두가 가지지 못한 쥘 리메가 있었고 피치 위에서 보여준 플레이의 임팩트 역시 더 대단했다.
만약 호나우지뉴가 조금만 더 성실한 남자였다면, 리오넬 메시의 시대는 더 늦게 도래했을지도 몰랐다.
어쨌든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발표가 끝나고, 여기에서 파생된 다른 이야기들은 아마추어가 아닌 전문가와 전현직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뜨거운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이 화제 중 하나가 축구 역사상 최고의 매니저로 불리는 알렉스 퍼거슨에게 향했는데, 인터뷰어의 질문은 바로 이것이었다.
[“발롱도르 드림팀과 맞설 역대 클럽이 있을까요?”]이것은 정식 주제가 아닌 잠깐 쉬어 가는 시간 기자가 심심풀이 삼아서 물은 질문이었다.
잠깐 생각에 잠긴 알렉스 퍼거슨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손가락 두 개를 펴들었는데, 오직 두 개의 팀만이 발롱도르 드림팀과 맞설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단, 둘은 조금 다르긴 해.”] [“다르다고요? 어떻게요?”]알렉스 퍼거슨이 첫 번째로 꼽은 클럽은 2010/11 시즌 본인에게 패배와 절망을 안겨 주었던 FC 바르셀로나다.
[“그들은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팀이었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 내 봐도 그들을 이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 심지어 우리가 생각할 틈도 주지 않았지. 그들은 올바른 방식으로 축구를 할 줄 아는 팀이었고, 축구를 진정으로 즐기는 것처럼 보였네. 그런 그들을 우린 꺾을 수 없었어. 당연한 일이야.”]실제로도 알렉스 퍼거슨은 패배 이후 어떠한 클럽도 맨유를 그런 식으로 몰아치지 못했다며, 당시의 바르셀로나가 자신이 만난 클럽 중 가장 강하다고 인정했다.
흥미롭게 이야기를 듣던 기자는 지금의 대화를 기사에 써도 될지를 문의했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퍼거슨은 바로 두 번째 팀을 이야기했다.
[“맨체스터 시티.”] [“언제요?”] [“2021/22.”] [“오-! 작년이 아니군요?”] [“작년의 시티도 괜찮았네. 하지만, 내가 볼 땐 지금이 더 강한 팀이야. 아까 말한 것처럼, 2010/11 시즌의 바르셀로나는 올바른 방식으로 축구를 하는 팀이었지. 하지만 지금의 맨체스터 시티는 그들의 방식이 곧 올바른 답이야. 그들은 지금 모든 클럽과 감독들에게 말하고 있네. 너희가 다음 단계로 올라서고 싶다면, 우리처럼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들은 걱정하지 않을 거야. 왜냐하면 누구도 그들처럼 축구를 할 수는 없을 테니까. 결정적으로, 다른 팀엔 다온과 메시가 없네.”]어째서 이러한 생각이 떠올랐을까?
한동안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며 멍하니 경기를 지켜보던 레녹스 베이커는 하나의 생각으로부터 이 모든 것들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너무 쉬워.”
맨체스터 시티가 너무나도 쉽게 그리고 또 숨을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리버풀 FC로부터 주도권으로 가지고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
.전반 19분
리버풀 0 : 0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의 약한 연결고리를 꾸준히 괴롭힌 끝에, 우리는 주도권을 쥐고 바라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모든 위치에서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는데, 농담이 아니라 말한 그대로 모든 매치업에서 탈탈 털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였다.
“헤이-!!”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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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바워) – BT Sports 코멘테이터
“이건 파울이죠-! 옐로 카드입니다. 아놀드는 지금 자신이 좀 더 조심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리버풀의 라이트백에게 있어서는 좋은 밤이 아니군요. 흥민쏜의 달리기를 막는 과정에서 유니폼을 붙잡았습니다.”
.
.
(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사실 아놀드 선수가 전처럼 포스를 뽐내고 있진 못합니다. 공격에서는 그래도 잘하고 있습니다만, 수비에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거든요? 전반기엔 프리미어리그 경합 5위에 진입하면서 수비 실력이 다시 돌아오는 것 같았지만, 후반기부터 다시 무너진 아놀드입니다.”
(양은석) – SPORTV 캐스터
“한희준 위원님은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한희준)
“뭐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너무 많이 뛰었다. 아놀드가 김다온을 롤 모델로 삼았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김다온처럼 뛰기엔 조금 무리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버페이스라는 거죠.”
(양은석)
“좋은 위치에서의 프리킥. 맨체스터 시티가 리버풀 진영에서 기회를 잡습니다.”
.
손을 들어 올린 케빈이 박스 안쪽으로 볼을 밀어 넣고, 거기를 향해 달려드는 이들이 경합을 펼친다.
복잡한 풍경 속 높이 뛰어오른 후벵이 먼저 머리를 가져가는 듯했지만, 축구공은 그대로 지나쳤고 뒤쪽에 자리를 잡았던 앤디 로버트슨이 볼을 클리어했다.
팡-!
공은 사이드라인 밖으로 빠져나갔고, 스로인이 선언된 것을 확인한 내가 재빨리 움직여 볼을 집어 들었다.
“다오니!”
내게서 스로인을 전달받은 로드리가 뒤쪽으로 길게 패스를 보내며 다시 진영을 정돈한다.
전반 초반과 비교해 리버풀은 전방 압박을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는데, 각각의 라인과 풀백의 위치만 보더라도 상대가 얼마나 뒷공간을 신경 쓰는지를 알 수 있다.
후방부터 진행되는 빌드업.
우린 상대를 가둔다.
.
(클라이브 앨런) – BT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이러한 식의 경기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만, 이건 단순히 전술상의 문제는 아닙니다. 시티의 레벨이 리버풀보다 더 높아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리버풀이 가져가는 역습이 그들이 원한 것인지를 먼저 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엔 그렇지 않거든요.”
.
리버풀이 준비해 왔을 전략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것은 한참 전부터 느끼고 있다.
주로 머무는 위치가 어긋나 버린 것 같은 파비뉴와 갈팡질팡하는 조던 헨더슨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나마 티아고가 잘해 주고 있지만, 쓸데없는 곳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 버려 정작 그가 가장 잘하는 플레이는 하지 못하고 있다.
공격은 승리를 위해 득점하고 수비는 팀이 패배하지 않도록 골을 막는 역할을 한다.
그럼 미드필드는?
‘엔진이지.’
미드필드는 엔진이자 허파다.
그들은 공격과 수비를 연결하고 팀이 가진 에너지를 활동력으로 만드는 일을 한다. 그래서 미드필드가 어떤 표정인지를 보면, 경기의 맥락을 바로 짚어 낼 수 있다.
초점이 흔들리는 리버풀의 미드필드와는 달리, 케빈과 로드리 그리고 베르나르두는 본인들이 해야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움직이고 있다.
사실상 볼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지금, 엘링과 리오의 포지션 전환은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베르나르두가 조금 더 높은 위치까지 올라 기존의 공격수들과 함께했는데, 어떻게 보면 현재의 팀 전형은 4-3-3보다는 3-3-4에 더 가깝다.
네이선 아케를 왼쪽 스토퍼로 돌린 변형 쓰리백이 안정적으로 작동되면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나의 위치에 따라 베르나르두가 리오가 살짝 아래로 쳐지며 밸런스가 무너지지 않도록 도왔고, 이런 위아래 움직임에 리버풀의 왼쪽 수비는 조금씩 한계를 드러냈다.
루이스 디아스는 아까부터 미드필드나 다름없었다.
“다오니!”
팡-
내게서 리오에게로 다시 나에게로.
그리고 볼은 바로 발밑을 떠난다.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나와 리오 베르나르두가 짧은 패스를 여러 차례 주고받았는데, 그 횟수가 일곱 번이 다 되도록 리버풀은 볼을 빼앗고 있지 못했다.
결국 짜증이 난 루이스 디아스가 리오를 거칠게 밀쳐 넘어뜨리고, 튀르팽은 바로 휘슬을 불려고 했다.
‘잠깐만.’
팡-!!
하지만 그전에 내가 오른발을 길게 휘둘러 반대 방향으로 전환 패스를 보냈고, 볼의 움직임을 따라 고개를 돌린 튀르팽이 휘슬을 내리는 대신 양팔을 앞으로 뻗었다.
순간적으로 아예 없는 공간이었던 왼쪽 측면 너른 공간에 자리 잡았던 흥민이 형은 리버풀의 입장에서는 순식간에 나타난 사람이었을 거다.
그나마 가까운 곳에 있어 아놀드가 빠르게 달라붙었지만, 우리가 수적인 부분에서 빠르게 우위를 점했다.
최후방에 민재와 후벵을 남겨 둔 아케가 뒤쪽에서 접근했고, 케빈 역시 빠르게 움직여 패스를 받기 좋은 위치에 섰다.
전환 패스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예측하고 미리미리 움직여 둔 게 저 두 사람이 리버풀의 다른 선수들보다 앞서 흥민이 형의 곁에 달라붙을 수 있었던 이유다.
가뜩이나 수비에서 좋지 않은 폼을 보여 준 아놀드의 입장에선, 저런 상황은 판단력을 흐릴 수 있다.
수비수의 관점에서 말할 때 가장 최악의 패닉은 혼자서 수비를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갇히는 거다.
얼핏 볼의 흐름에 따라 진행되는 것 같아도 대인 수비 또한 준비해온 수비 전술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데, 혼자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모든 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다.
쓰리백이 됐든 포백이 됐든, 수비라인은 하나의 유기체와도 같아서 한 명의 포지셔닝과 움직임에 나머지 수비수들이 전부 반응할 수밖에 없다.
볼을 슬쩍 케빈에게 내어준 흥민이 형이 뒷공간을 파고들기 시작했을 때, 저건 누가 봐도 오프사이드 위치였다.
그러니 약간 신경을 쓰되, 뒤로 빠지는 게 아니라 볼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패스가 자신의 뒤로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수비 방법을 가져갔어야 했다.
하지만 아놀드는 흥민이 형을 쫓는 실수를 범했고, 습관대로 움직인 리버풀의 포백 라인이 순간적으로 후퇴했다.
거리는 대략 2m 정도.
‘충분해.’
1cm 차이로 골과 노골이 갈리는 축구에서 2m면 엄청나게 큰 차이다.
리턴을 보내지 않은 케빈이 골대를 향해 몸을 돌려세우자, 자신들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리버풀의 수비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조던 헨더슨이 적절히 공간을 커버해 주었지만, 라인이 지나치게 낮다고 판단한 몇몇이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중구난방으로 포지셔닝을 가져간 것이다.
판데이크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런 상태라면 누구라도 라인을 정돈하는 건 불가능하다.
오프사이드라인을 한참 넘어섰던 흥민이 형이 천천히 걸어 앞으로 되돌아오고, 그와 동시에 엘링이 중앙에서 침투를 시도하자 리버풀의 수비는 다시 흔들린다.
그리고 이번엔 조던 헨더슨마저 거기에 휘말렸는데, 지금 말하는 모든 상황이 케빈이 패스를 받고 1, 2초 안에 벌어진 풍경들이다.
중계를 보는 사람들에겐 이런 세세한 부분까진 보이지 않겠지만, 우린 이러한 것들을 모두 보고 있다.
지금 케빈이 가져가야 하는 행동.
그것은 바로.
‘패스해.’
팡-
‘그렇지!’
슈팅을 가져가려는 척 동작을 취하며 파비뉴를 끌어들인 케빈. 엘링의 침투가 더해지며 만들어진 공간으로 리오가 이동해 자리를 잡았다.
저기가 바로 패스가 향하는 곳이다.
거기로 모두의 시선이 향하는 사이, 전환패스 이후에도 계속 파이널 써드에 머무르고 있었던 나는 앤디 로버트슨의 등 뒤에서 조용히 움직였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 정신이 팔린 로버트슨은 날 완전히 노마크 상태로 내버려 뒀고, 덕분에 난 편안하게 오프사이드 라인을 확인하며 뒤로 침투를 할 수 있었다.
포켓(Pocket)에서 패스를 받은 리오에게 리버풀의 수비가 집중되지만, 저 남자라면 어떻게든 볼을 밀어 넣을 거다.
팡-
‘그것 봐. 내가 뭐랬어?’
패스길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상태였지만, 리오는 티아고의 가랑이 사이로 축구공을 밀어 넣어 침투하는 내가 달려가는 위치로 볼을 보내왔다.
과연 몇 명이나 되는 선수가 이런 플레이를 할 수 있을까?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라면, 두세 명의 수비에 둘러싸이고도 이런 침투 패스를 정확하게 보낼 수 있는 선수는 오직 리오밖에 없다.
탁탁탁탁-
‘응?’
유일하게 제정신을 붙잡고 있는 것 같은 판데이크가 침투하는 나의 곁으로 달라붙는다.
최전성기와 비교해 기량이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이 남자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세계 최고의 센터백 중 하나다.
자연스럽게 오른팔을 활용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판데이크. 난 그것을 왼쪽 어깨와 몸통으로 막으며, 바로 오른발을 휘두르려는 동작을 취해 보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저항이 사라졌다.
볼을 처리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나는 판데이크를 보고 있지는 않았지만, 저항이 사라진 것으로 상대가 어떠한 판단을 했는지를 바로 이해했다.
판데이크는 태클을 할 생각이다.
볼을 커트하는 선에서 말이다.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곤 있었어도, 판데이크 역시 쫓기기는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만약 조금만 더 여유가 주어진 상황이었다면, 판데이크는 지금과 같은 슬라이딩 태클이 아닌 몸을 계속 사용하여 스탠딩 태클을 가져갔을 거다.
슬라이딩 태클은 수비수에게 커트가 불가능한 상황을 가능으로 바꾸어 주지만, 몸을 날린 순간 자유의지를 박탈당한다는 단점 역시도 지니고 있다.
이는 생각보다 꽤 큰 단점이다.
그래서 수비를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지간해서는 슬라이딩 태클을 하지 않는다.
역습을 당하는 상황에서 확실하게 끊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때만 슬라이딩 태클이 권장되었는데, 그게 아니라면 대부분은 그냥 계속 서 있는 편이 낫다.
한데 판데이크 정도 되는 선수가 이렇게 몸을 날렸다는 건, 지금 상황이 그에게도 필사적이라는 뜻이다.
탁-
“…….”
“?!”
애초부터 바로 볼을 처리할 생각이 없었던 나는 판데이크가 밀어붙이던 힘을 브레이크로 삼아 크라위프 턴을 가져가면서 달리던 것을 멈췄다.
저 멀리, 판데이크가 날아가는 게 보인다.
‘아디오스.’
마음속으로 그런 판데이크에게 인사를 보내며, 완전히 자유로워진 나는 앞서 오프사이드 라인을 넘었으나 상황을 보고 그대로 남아 있던 엘링을 발견하며 패스를 보냈다.
리오의 패스가 애초부터 나를 겨냥한 것이었기에, 이미 라인을 넘은 엘링은 오프사이드 기준에서 벗어났다.
그래서 내가 볼을 잡은 순간 부로 새롭게 오프사이드 라인 기준이 정해졌고, 나보다 뒤쪽에 있는 엘링에게 패스를 보내는 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팡-
완벽하게 리버풀의 수비를 무너뜨린 뒤, 엘링은 내가 보낸 패스를 가볍게 밀어 넣으며 그물을 출렁이게 만든다.
촤랑-!
가볍게 그물이 흔들리고, 자연스럽게 주심이 있는 곳을 돌아본 나는 몸을 들린 튀르팽이 센터서클을 가리키는 것을 확인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지!’
균형을 무너뜨리는 선제 득점.
진즉부터 달려오고 있던 엘링이 나를 번쩍 들어 올리며 헐크와도 같은 포효를 내질렀다.
“이야아아아아-!!!”
지금 내 귀를 통해 선명히 들리는 바이킹의 외침은 전의와 사기를 더욱 고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