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
13화
뛰어난 유망주를 찾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지만, 대부분의 뛰어난 선수들은 이미 15살이 되기도 전에 완성되어 있다.
-피엣 데 비세르 첼시 스카우트 Via 뛰어나고 젊은 선수들을 찾아내는 것에 대해.
2010년 7월 20일.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FC 노르셸란 클럽하우스 제 2 연습구장.
#오전 09 : 51
지난 한 해는 내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마냥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주로, 특별취급을 받을 때가 그랬다.
특별취급이라고 하여 좋은 건 아니었고, 대부분은 내가 팀의 훈련과정과 이론적인 내용을 쫓아가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핼리와 그의 무리들은 어김없이 자존심을 팍 상하게 하는 말들을 던져왔다.
물론 그때도 지진 않았지만.
아무튼, 그래서 오늘 에른스트가 따로 나를 불러냈을 땐 기분이 별로 좋지 못했다.
작년의 ‘특별수업’들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고, 이젠 그런 걸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느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막상 제 2 연습구장으로 오고 나니, 이전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훈련을 돕고자 유스팀의 선수들이 호출되었는데, 이는 1군 팀 중에서도 레귤러에 속한 선수들이 따로 팀이 요구하는 훈련을 소화해냈을 때의 장면과 똑같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캐스퍼(율맨) 역시 같은 이야기를 했다.
그는 내가 팀이 필요로 하는 훈련을 받게 될 거라고 했다.
그러니까, 1군 팀 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난 가슴이 벅차올랐다.
진짜 1군이 되었단 확답인 것만 같아서다.
“알다시피, 넌 조금 특이한 위치에 있어.”
“네. 저도 알아요.”
“······일단 끝까지 듣도록.”
캐스퍼는 잠을 설친 듯, 약간 눈 밑이 퀭했다.
그것에 관해 묻고 싶었지만, 일단 끝까지 들으라고 했으니 잠자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넌 윙백의 위치에서 뛰는 풀백이야. 그것도 기존 풀백이 수행하지 않았던 역할을 맡은 풀백이지. 지금까지는 아마, 중앙을 커버하란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거다.”
“······.”
“······대답하지 않고?”
“어, 금방 끝까지 들으라고······.”
“내가 질문을 하지 않았니. 그럼 대답해야지.”
금방 살짝 얼을 타버린 건, 여전히 덴마크어에 익숙하지 않아서였다.
특히나 지금처럼 말이 빨라질 때면, 특정한 단어를 먼저 이해하고 문장을 만들어야 전체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일종의 로딩시간이고나 할까?
아무튼 대답하라는 말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감독님이 중앙을 커버하라고 하셨죠.”
“그래. 하지만 거기에 궁극적인 이유가 있어.”
“궁극적······ 이유?”
축구의 역사 속에서, 풀백이란 본래 최초의 전술인 2-3-5 시스템 속에서 최후방에 자리한 수비수를 의미한다.
그들은 꽤 오랜 시간, 축구의 유일한 수비수였다.
그리고 현재의 미드필드 역할을 맡은 이들을 하프백(Halfback). 마지막으로 다섯 명의 공격수를 센터포워드라 불렀다.
시간이 흐르고 전술의 발전이 거듭되면서 하프백들이 중앙수비수로 내려섰고, 풀백들은 자연스레 좌우로 이동하게 됐다.
즉, 풀백 자체에 측면수비수란 의미는 담겨있지 않다.
“모르텐은 팀이 공격할 때, 네가 중앙미드필드가 되어주길 원해. 어떻게 보면 딥-라잉 메이커라고 볼 수도 있겠지. 너희 꼬마들이 좋아하는 말로는 레지스타. 라고 부른단다.”
“오-! 레지스타! 사비나 세스크말이죠?”
“그래. 하지만 넌 좀 더 피를로에 가까워. 그러니까, 모르텐이 수행해주길 바라는 역할 말이다.”
캐스퍼는 지금 내게, 센터 스팟을 기준으로 축구장을 네 등분 하여 오른쪽 수비수가 자리하는 위치 전체를 커버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중이다.
그리고 난 그 말을 듣는 순간 넋이 나가버렸다.
머릿속에 담아둔 이미지보다 활동 영역이 넓다.
지금까진 단순히 중앙을 커버하라는 의미로만 이해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커진다는 느낌이다.
내가 피를로처럼 뛸 수 있을 거라고?
[에-이. 설마요.]“지금 뭐라고 했지?”
“아, 그게 그러니까······.”
당황하는 바람에 한국어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급하게 다시 묻는 캐스퍼의 앞에서 난 완전히 갈피를 잃어버렸고, 다행스럽게도 때맞춰 등장한 제철이 형이 나를 구원했다.
“얘가 할 수 있다는데요?”
아니, 구원이 아니었다.
[엉?!]“좋아. 넌 당분간 여기에서 나와 훈련을 할 거란다. 노노도 함께할 거야. 그는 잠시 뒤에 오기로 했으니, 지금은 따로 몸을 풀어 두렴.”
믿음직스럽다는 표정으로 내 어깨를 두드린 캐스퍼가 멀어지고, 난 곧바로 제철이 형에게 사나운 시선을 쏘아 보냈다.
하지만 심드렁하기만 한 제철이 형.
“왜, 인마. 내가 왜 그랬는지 궁금해? 그럼 너희 누나한테 가서 물어봐.”
“······.”
보나 마나 누나가 뭔가 상처를 줄만 한 말을 했는가 보다.
그래서 이렇게 내게 화를 푸는 거고.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다고······.
‘어, 잠깐.’
어차피 훈련이야 진행될 것이었고, 차라리 이렇게 자신감 있고 의욕을 보이는 편이 훨씬 더 나았으려나?
여긴 겸손이란 미덕이 잘 통하지 않았다.
축구에 관해서 만큼은, 밑천이 없고 실패를 하더라도 늘 자신만만하게 굴어야 했다.
그래야 아무에게도 무시 받지 않는다.
그러니 따지고 보면, 제철이 형이 나를 도운 셈이다.
[자, 이거나 받아요.] [응? 내가 왜?] [주위를 봐요. 아무도 없죠? 그러니 형이 절 도와줘야죠.]괜히 하겠다고 말했다는 제철이 형을 보며, 난 씨익 하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금은 조금 짜증이 나 있지만, 금세 풀어질 거라는 걸 안다.
저래 보여도, 뒤끝은 없는 사람이다.
예상대로, 형은 금방 내 몸풀기를 돕는 일에 몰두했다.
물론.
[아- 쫌! 제대로 좀 해봐요!] [야! 난 체육 진짜 못한다니까?] [하아- 범생이 같으니라고.] [뭐? 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범생이라고 했다. 왜?] [반말했지 지금! 야! 너! 거기 안 서? 앙?! 거기서!]제대로 된 몸풀기라 볼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이른 오전, 고요한 연습장에는 우리 두 사람이 외치는 한국어들로 가득했다.
***
2010년 7월 23일. 셸란, 덴마크. 스네르바이 7, 3500 배얼래쇠.
#오후 08 : 00
띵-······ 띵-······.
최근, 김다온의 덴마크 본가에는 벽시계가 설치됐다.
이것은 지난 주말, 인근에서 열린 벼룩시장에서 이들 가족이 새롭게 구매한 물건이다.
“아드을~! 저녁 먹어야지~!”
덴마크로 이주한 이후, 임숙희 씨의 일과는 아들을 훌륭한 축구선수로 성장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는 평범한 대한민국 어머니의 모습이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 아들의 이름을 크게 외치는 임숙희 씨.
하지만 거실에 있을 김다온의 대답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는 딸, 김다은에게 말했다.
“얘. 다온이 얼른 저녁 먹으라고 해.”
“아이- 진짜. 야-! 김다온!”
공부하느라 피곤한 딸에게 시키는 것이 마음 편친 않았으나, 현재 임숙희 씨는 뜨거운 찌개가 담긴 냄비를 옮기는 일을 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김다온이 좋아하는 돼지고기가 들어간 김치찌개와 한국에서 공수한 재료로 만든 집 반찬이다.
이제 어느 정도 가정형편이 나아지게 되면서, 한국에서 식재료를 배송받을 만큼 사정이 좋아져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이 맛있게 먹을 생각에, 임숙희 씨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잠시 뒤, 그녀의 딸이 의외의 이야기를 해왔다.
“엄마? 다온이 자.”
“뭐? 진짜?”
깜짝 놀란 임숙희 씨가 앞치마를 벗으며 거실로 나갔을 때, 정말로 그녀는 소파에 뻗어 잠든 아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엄마. 얘 좀 봐. 코도 골아!”
“······.”
“깨울까?”
“아니, 그냥 둬. 찌개는 내일 다시 데워서 먹이지 뭐.”
“응. 그렇게 해. 근데 진짜 피곤한가 봐. 얘 원래 자다가도 김치찌개 냄새 맡으면 깨던 애 아니었어?”
김다은의 말처럼, 김다온은 김치찌개의 냄새만 맡아도 눈이 번쩍 떠지는 아이였다.
식성이야 늘 변할 수 있다곤 하지만, 이것만큼은 절대 달라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제 그녀의 눈은 아들의 발과 소파 테이블 위에 펼쳐진 종이들로 향한다.
“딸. 여기 뭐라고 적혀 있는 거야?”
“음, 그러니까······.”
김다온은 집에 돌아온 이후에도 줄곧, 팀의 전술 노트를 살펴보고 있었다.
한국을 떠난 이후부터, 김다온은 누구보다 축구에 열심이었다.
조금 쉬엄쉬엄해도 괜찮다고 말할 때면, 김다온은 항상 그럴 수 없다면서 어른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이며 이렇게 답했다.
[엄마! 우리 잘 먹고 잘살아야지! 그럼 내가 축구를 잘해야 한다니까? 나 하나도 안 힘들어!]그리고 김다온은 남들에 비하면 처지가 낫단 말도 덧붙였다.
덴마크는 어린 선수들의 훈련 시간을 엄격히 관리했고, 18살이 되기 전까지는 성인선수들의 절반 정도 밖에 훈련할 수 없다.
그래서 김다온은 항상 집으로 돌아와, 팀이 보낸 전술노트와 영상을 시청하면서 나름의 연구를 계속했다.
가끔은 이 집안에서 가장 바쁘고 열심인 것이, 아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딸깍-.
임숙희 씨가 아들에 대한 사랑과 감정으로 복받치고 있을 무렵, 욕실의 문이 열리며 김평동 씨가 등장했다.
“킁-킁. 어? 김치찌개네?”
“됐어-! 당신 줄 거 아니야!”
“어?”
“다온이 주려고 끓인 거야! 당신은 어제 끓여둔 카레를 줄 거니까, 그거랑 먹어.”
“여보! 나 벌써 3일 내내 카레만 먹었는데?”
“아, 몰라-! 이거 다온이가 먹기 전까진 아무도 손 못 대!”
성큼성큼 걸어 주방으로 들어서는 집안의 정신적 지주를 바라보며, 남편 김평동 씨는 억울한 눈빛으로 딸을 바라봤다.
“따알- 이 아빠 마음 알지?”
“암- 알고말고. 그런데 아빠도 알잖아. 엄마한테 1번은 다온이야.”
“그럼 아빠가 2번이야?”
“아니, 나. 그리고 3번은 아마 외할머니일 거고. 아빠는 음- 한 7번 정도 되겠는데?”
“뭐?! 7번?! 고작?!”
깜짝 놀라 소리치는 김평동 씨.
그러자 곧바로 주방에서 임숙희 씨가 튀어나왔다.
“쉬-잇! 애 깨겠어!”
“······.”
외로움과 서러움에 몸부림치고 있는 평범한 가장. 하지만 그는 곧 소파에서 쓰러진 김다온을 돌아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그리곤, 모포를 집어 들어 다온을 덮어줬다.
“아들- 고마워- 아빠 마음 알지?”
따뜻한 손길로 다온의 어깨를 토닥거리는 김평동 씨.
누구보다 어려운 시절을 가족의 힘으로 거쳐 온 이들에겐, 서로야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든든한 존재였다.
그 속에서 강인하게 자라고 있는 김다온.
그의 축구 실력도 눈에 띄게 부쩍 성장 중이라는 걸, 오로지 그 자신만이 모르고 있다.
좋은 밤이 되길.
원더-키드(Wonder Kid)여.
***
2010년 7월 24일. 셸란, 덴마크. 파룸, 파룸 파크 2. 라이트 투 드림 파크.
·후반 26분
FC 노르셸란 1 : 1 쇠네르위스케
지난 5일,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빡빡한 훈련 일정을 소화해냈다.
훈련의 내용은 주로 중앙미드필드들이나 할 법한 것들이었는데, 캐스퍼로부터 감독님이 바라는 모습을 전해 들은 만큼 불평불만 없이 열심히 했다.
하지만 덕분인지, 발목에 사소한 부상을 입었다.
심한 건 아니고, 오늘 하루 얼음찜질을 하면 내일이면 괜찮아질 수준이다.
“뭐해?! 저쪽이 비었잖아! 집중해! 갑자기 망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우린 현재, 미트윌란을 만나 리그 두 번째 경기를 치르는 중이다.
전반전을 0 : 0 으로 끝낸 뒤 후반 13분 닐센이 또다시 득점을 올렸지만, 2분 뒤에 곧장 안데르스 외스틸리(Anders Østli)에게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런 뒤부터, 일방적으로 쇠네르위스케에 밀리는 양상이다.
팀은 오늘도 4-3-3 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실점 이후부터 갑자기 라인을 유지하는 일을 버거워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쇠네르위스케의 미드필드들이 손쉽게 공간을 찾아내고, 그곳으로 이동하거나 패스를 찔러 넣는 일을 하고 있었다.
전반 38분 미켈센이 갑작스러운 다치며 교체카드 하나를 써버린 게, 지금 변화를 주는 걸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도 같다.
여유가 있었다면 지금 당장 중앙미드필드에 손을 댔을 것이다. 오늘만큼은 크리스텐센의 플레이가 너무 좋지 못했다.
지금만 해도.
“후퇴해!”
크리스텐센이 위험한 지역에서 볼을 빼앗기는 바람에 쇠네르위스케의 역습이 시작됐다.
가로채기에 성공한 6번이 18번에게 패스를 전했고, 그것은 왼쪽 윙에서 뛰던 9번에게로 연결됐다.
그리고.
삑-!! 삐익-!!
······.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어버린 추가실점이 터져 나왔다.
미드필드에서의 실책과 왼쪽 공격수의 침투를 놓친 킬텐토프트의 보이지 않는 실수가 겹쳐 만들어진 실점이다.
과연 난 저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난 욱신거리는 발목을 손바닥으로 문지르며, 최근에 배워온 훈련내용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만약 나였다면······.’
만약 나였다면 18번의 침투 패스를 저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꺼낼 수는 없다.
그저, 팀을 응원하는 목소리를 높일 뿐.
“할 수 있어요! 힘내요, 힘!”
우리의 리그 다음 일정은 8월 1일 랜더스 FC와의 시합이다.
그 경기는 출전할 수 있으려나?
부디, 그럴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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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종료
FC 노르셸란 1 : 2 쇠네르위스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