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01)
1221화 Stature (15)
2022년 6월 2일.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 240.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 시작 2시간 전
대한민국 0 : 0 브라질
&Best Eleven(한국/상대팀)
&Tactics(한국/상대팀) : 4-2-3-1/4-4-2
GK ? 김승규 / GK – 웨베르통
RB ? 김문환 / RB ? 다니 아우베스
RCB ? 김민재 / RCB ? 마르퀴뉴스
LCB ? 김영권 / LCB ? 치아구 시우바
LB ? 김다온 / LB ? 알렉스 산드루
RCM ? 정우영 / RM ? 하피냐
LCM ? 황인범 / RCM ? 프레드
RAM ? 황희찬 / LCM ? 카세미루
CAM ? 이강인 / LM ? 루카스 파케타
LAM ? 손흥민 / RST ? 히샤를리송
ST ? 황의조 / LST ? 네이마르
.
.
FIFA 랭킹 1위.
월드컵 개근(皆勤).
그리고 다섯 번의 월드컵 최다 우승.
명실상부 세계 최고인 브라질 대표팀을 상대하게 된 오늘, 입구부터 아주 특별한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었다.
“와아아아-!”
“안녕하떼요오-!!”
“우~~~~”
“얘들아, 인사해 인사~”
버스에서 내려서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맞이해 준 것은 공식 스폰서의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선 어린아이들이었다.
예전이라면 그냥 가볍게 인사만 하고 지나겠지만, 지금은 괜히 더 시선이 갔다.
“귀엽네.”
“야. 알겠냐?”
“뭐가?”
“애 생기더니, 이뻐하는 거 봐.”
“원래부터 이랬거든?”
“거짓말하네.”
곧바로 드레싱 룸에 들어서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은 뒤, 실내 웜업 존으로 다 함께 이동한다.
각자의 루틴 혹은 개개인의 컨디션에 맞춰 약 20여 분간 진행되는 실내 웜업은 어떻게 보면 경기 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과였다.
그렇게 웜업 존으로 향하던 중, 한쪽에서 익숙한 얼굴들이 나를 불러세웠다.
“Ey-!! Irmao-!!”
“응?”
저쪽에서 나를 형제라는 친근한 애칭으로 부른 이는 브라질 대표팀의 네이마르다.
나흘 전 입국한 브라질 대표팀은 가는 곳마다 숱한 화제를 뿌리고 다녔는데, 서울의 관광지를 찾기도 했고 나와 흥민이 형에게 추천받은 식당에도 갔다.
그때마다 네이마르는 인증 사진을 찍어 내게 보내 줬었는데, 나는 이 친구와 브라질 대표팀이 한국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가까이 다가서자 경호원이 잠시 바리케이드를 풀었고, 우린 그 사이에서 포옹을 나눴다.
“완전히 살판났던데?”
“낄낄. 좋은 시간을 보냈지.”
“그런 것 같았어. 어떻게, 잘 지냈어?”
“그럼, 그럼. 그래도 너만 하겠어.”
“네가 PL에서 뛰면 얘기가 달랐을 수도 있지.”
“아- 또 그 소리다. 지겨운 거 알아?”
“물론. 그래서? 언제 올 건데?”
“쿡쿡쿡. 징그러운 녀석.”
종종 연락을 주고받을 때마다, 나는 네이마르에게 당장 프리미어리그로 오라고 이야기를 했다.
PSG에서 편안한 생활을 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난 네이마르 정도 되는 선수가 파리에서 허송세월하는 부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최근 10년 중 PSG의 챔피언스리그 최고 성적은 우리와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2019/20 시즌의 준우승이다.
“저기, 네이.”
“응?”
“응?”
한창 대화를 나누고 있을 무렵, 네이마르의 뒤쪽에서 하나의 무리가 등장했다.
모두 브라질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는데, 가장 앞쪽에 있던 건 옛 동료인 가브리에우 제주스였다. 그 주변엔 비니시우스와 뒤쪽에 가려 보이지 않는 다니 아우베스도 있었다.
다른 둘은 모르는 얼굴이다.
“아- 그렇지! 내 정신 좀 봐. 있잖아.”
“?”
“얘네 둘이 너를 꼭 만나고 싶어 하지 뭐야. 소개할게. 여기 이 얼굴 길쭉한 녀석은 길례르미 안토니우 아라나 루피스. 우린 그냥 아라나라고 불러. 그리고 이쪽은 레오 오르티즈. 둘 다 세리이 A에서 뛰는 녀석들이야.”
같은 브라질 동료를 소개하는 네이마르를 따라, 두 명의 선수와 각각 악수를 나눈다.
무언가를 준비해 온 길례르미 아라나는 내 유니폼을 들이밀며 사인을 요청했고, 레오 오르티즈 역시 뒤쪽에서 마찬가지 유니폼을 들고 대기했다.
“쿡쿡. 있잖아. 우리가 서울을 돌아다닐 때, 얘네가 꼭 부탁했던 게 뭔지 알아? 바로 네 유니폼을 구해 달란 거였어. 사인 받으려고. 쿡쿡쿡.”
옆에서 놀리듯 낄낄거리는 네이마르의 태도에도 아랑곳없이, 길례르미 아라나와 레오 오르티즈는 꿋꿋이 유니폼을 잡아 펼치며 사인을 받았다.
그런 뒤엔 밝은 얼굴로 반갑다고 말하며 돌아섰고, 둘 모두 DM을 보내도 괜찮겠냐고 했다.
특히 본인의 포지션을 레프트백이라 밝힌 아라나는 나의 플레이를 상당히 많이 참고한다고 덧붙였다.
“언제든 괜찮아. 바로 답은 못 해도, 꼭 확인할게.”
“고마워요. 전 진짜 당신의 빠거든요.”
“그거 고마운 말이네. 만나서 반가웠어.”
“저도요. 그럼. 이따가 봐요.”
“응. 그래.”
아라나와 오르티즈가 떠난 후, 지금까지 잠잠했던 다니 아우베스가 머리가 컸다고 건방지게 아는 척도 하지 않는 거냐며 괜히 시비를 걸어왔다.
“안 봤어요? 그럴 틈이 없었잖아요!”
“그래도 인사는 했어야지!”
“했거든요?”
“아, 그랬던가?”
“와하하하.”
같은 남미라곤 하지만, 확실히 아르헨티나 출신들과는 전혀 다른 브라질리언이다. 잠깐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텐션이 잔뜩 높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넌 오늘 뛰는 거야?”
“말할 수 없어.”
“Vamos. 서운하게. 난 확실히 말할 수 있어. 오늘 알리송은 뛰지 않을 거야. 파비뉴는 몰라. 걔는 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 어때? 너는?”
“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이런! 한 방 먹었네.”
“바보.”
“멍청이.”
마음 같아서는 더 오래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어차피 내일 따로 만나 저녁을 함께할 것이다.
우리와 경기를 치른 브라질 대표팀은 내일 마지막으로 한국에 머물며 회복 훈련을 진행한 후, 일본과의 경기 이틀 전인 4일 오후 출국한다.
코로나19 방역에 있어서 일본보다 한국이 더 믿음직하다는 판을 내린 탓이다.
이를 두고 일본 언론은 한국에서 6일을 머무는데 일본에선 단 이틀만 머무는 건 자국을 무시하는 처사하고 했지만, 브라질 협회는 선수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간단히 답했다.
퍽 통쾌한 경험이었다.
“그럼 이따가 보자.”
“그래. 너무 강하게 나오지 말고. 봐 달라고.”
“네가 그 말을 하는 거야?!”
“사실이잖아! 너희가 더 강팀이라고!!”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나도!!”
금방 네이마르와 제주스가 보인 태도가 겸손은 아니라는 게, 아침 브라질 언론을 통해서 나온 뉴스에서도 확인이 됐다.
브라질의 ‘TNT’는 본인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은 명백한 강팀이며 현시점 세계 Top 10의 전력을 가진 팀으로 평가해야 마땅하다]는 촌평을 내어놓았다.
개인적으론 너무 과한 것 아닌가 싶다가도, FIFA 랭킹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대부분과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Top 10.
몇 년 전과 비교해 엄청난 위상 격차에 실감 나지 않다가도, 우리가 지난 두 월드컵 대회에서 모두 Top 8 안에 포함되었다는 것이 떠올랐다.
“형, 어디 갔다가 와?”
“브라질 애들 좀 본다고. 네이마르랑 가비 같은 애들.”
“가비? 왜 나는 안 불렀어?”
“니가 먼저 여기 들어왔잖아.”
“에-이. 쯧. 가비는 나 안 찾아?”
“한마디도 안 하던데?”
“아- 새끼. 죽었어, 이따가.”
뒤늦게 합류한 만큼, 몸 구석구석을 정성스레 풀었다.
세계 최강인 브라질과의 경기.
이제 그 시작까진 대략 90분이 남아 있다.
***
【경기 시작 50분 전】
@ 브라질 팀 감독실
네이마르와 제주스가 김다온에게 한 이야기는 결코 엄살이 아니었다. 실제로 브라질 대표팀은 이번 한국과의 평가전이 어려울 거라 예상했다.
남미 대륙에서도 자신 있게 한국에 앞선다고 말할 수 있는 팀은 자신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정도밖에 없었다.
월드컵 조 편성이 이뤄지기 전부터 부지런히 대한민국협회와 접촉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현재의 한국은 유럽 중상위권의 피지컬과 남미 중위권 정도의 기술, 그리고 아시아 특유의 끈끈한 조직력을 갖춘 보기 드문 컬러의 팀이다.
특히 김다온/김민재가 버티는 수비진은 남은 두 개의 포지션이 다소 뒤떨어짐에도 그걸 전혀 약점이라 느껴지게 만들지 않을 정도로 견고했다.
만약 한국의 수비를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만 있다면, 월드컵 본선에서도 브라질의 공격력을 빛을 발할 거라고 믿는 감독 치치다.
“이거 온통 킴 투성이로군.”
“수비 봤어? 넷 다 킴이야.”
“그나마 둘은 세계적이라 다행이군.”
“앞쪽엔 황인데? 조가 아니야.”
“황? 어떤 황? 황도 둘이라고.”
조금 전에 발표된 선발 명단을 다함께 확인하며, 브라질 대표팀의 코치들이 농이 조금 섞인 이야기를 나눈다.
최전방에 조규성이 아닌 황의조가 먼저 나섰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예상하던 구성과 완벽히 일치했다. 다행인 점이라면 김다온과 김민재가 출전했다는 사실이다.
손흥민 역시 선발로 나섰지만, 브라질 코치들의 관심은 대한민국의 수비에 있었다.
“이런 구성이면 다온이 왼쪽인 건가?”
“문… 환? 이 친구 오른쪽이잖아.”
“그래, 맞아. 왼쪽은 이름이 달랐어. 그 친구도 킴이기는 했지만 말이야.”
“킴. 킴. 킴. 온통 킴이로군.”
현재 브라질 대표팀은 김다온이 평소처럼 오른쪽이 아닌 왼쪽에 나선 것을 두고 대처법을 찾고 있다.
특별한 전술적 변화나 선수들에게 내릴 지시사항보다, 경기의 진행을 지켜본 이후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부분을 미리 상의하려는 거다.
“이렇게 되면 하피냐가 조금 고전하겠어.”
“일단 부딪치게 해야지.”
브라질은 한국이 좌-김민수 우-김다온 체재를 내세울 것을 예상하고, 루이스 파케타와 하피냐를 좌우 미드필드에 세우는 변형 전술을 채택했다.
왼쪽 측면도 가능하지만 메짤라(Mezz`ala)가 더욱 익숙한 파케타를 유동적으로 활용하여, 순간적으로 양쪽 윙에 네이마르와 하피냐를 둘 생각이었다.
최전방 9번(ST)으로 남은 히샤를리송 역시 펄스 나인에 가까운 롤을 부여, 최대한 자유롭게 공격을 풀어 나가도록 훈련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브라질은 네이마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하피냐가 다온에게 이기긴 어려울 테니까.”
“일단 부딪치게 해 보재도?”
“치치?”
“별것 없어. 일단 준비한 대로 가는 거야.”
“…….”
“…….”
상대가 예상대로 나오지 않았다고 하여 팀에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통산 여섯 번째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노리는 브라질의 치치 감독은 어떠한 팀을 상대로든 결국엔 브라질이 승리할 거란 강한 믿음을 지녔다.
그리고 이런 자신감을 따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선수들 역시 이미 공유하고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도 그랬다.
그라운드 위.
{“대~~한! 민! 국!”}
{“대~~한! 민! 국!”}
일찌감치 경기장을 가득 채운 대한민국의 팬들이 내뱉는 커다란 함성에도, 몸을 푸는 브라질 선수들의 표정에는 여유가 잔뜩 넘쳐흐르고 있었다.
***
【같은 시각】
@ 기자석
“선배님. 그거 들으셨어요?”
“뭐?”
“오늘 여기에 온 스카우트만 80명이 넘는대요.”
“그래?”
“네! 그리고 더 대박인 건…….”
양 팀 선수들이 웜업에 한참인 시간, 한국 기자들이 모인 곳을 중심으로 한 가지 소식이 빠르게 번져 나간다.
오늘 경기를 지켜보는 세계 각지의 스카우트만 80명이 훌쩍 넘으며, 그들 중 상당수가 대한민국의 새로운 재능을 찾아 나섰다고 말이다.
그리고 일각에선 오현규가 부상으로 낙마한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있다고도 했다.
“격세지감입니다, 격세지감.”
과거에도 한국에서 강팀과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유럽 클럽의 스카우트들이 방문하곤 했다.
하지만 영상으로 축구를 편하게 관전할 수 있는 지금, 일부러 먼 한국까지 날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운 좋게 인근에 있거나 바로 선수와 약속이 잡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돈과 시간을 들여 한국과의 친선전을 지켜보러 올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김다온의 활약 이후부터 시작된 스카우트들의 한국 러쉬는 ‘City&Da-On Academy’의 설립과 맞물리며 상주하는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았다.
실제로 현재 상암에 있는 스카우트 중 절반가량은 한국의 유소년과 K리그 경기를 지켜보는 이들이었다.
특히 최근 이동경/이동준이 각각의 클럽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서, 다시 한번 K리그 선수들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협회는 지랄 맞지만, 그래도 이건 좋네요.”
“지랄 맞아? 정말 그렇게 생각하냐?”
“뭐, 얘기 들어 보면 그렇죠. 딱히 콩고물이 떨어지는 것도 없고 원칙, 원칙 온통 원칙뿐이니 원.”
“원칙 따지는 게 나쁜 거야?”
“아니, 뭐. 그냥 좋은 게 좋잖아요.”
특권의식에 잔뜩 젖어 있는 후배 기자를 보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선임 기자가 젊은 꼰대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일은 최소한으로 하면서 챙길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챙기고 싶어 한다며, 원칙을 앞세우는 것이야말로 모두에게 공평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로 인해 다소 답답하고 불편할 수는 있겠지만, 무엇을 얻고자 한다면 노력해야 한다면서 말이다.
미디어의 발달 이전 발품을 팔거나 인맥을 쌓는 것으로 유능함이 증명되었던 게 기자라는 직업이다.
“그냥 좋은 것만 봐. 지금은 그래도 되니까.”
“언제까지요?”
“글쎄.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결국은 그게 한국의 목표잖아. 너도 한국인이면 일단 최선을 다해서 응원하고, 나쁜 말은 결과를 보고 해도 늦지 않다는 거야.”
“나쁜 말은 안 했는데…….”
“말이 그렇단 거지. 늘 유연하게 생각할 것. 내가 기자의 십계명 중 하나라고 하지 않았나?”
“넵! 명심하겠습니다!”
유능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말하는 것은 잘 알아듣고 고치려는 태도를 지녔기에, 베테랑 기자는 언제나 이 촐싹대는 남자를 데리고 다녔다.
잠깐 스카우트들이 있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던 베테랑 기자가 다시 시선을 본래 있던 위치로 가져간다.
‘이게 전부 자네 한 사람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라는 게, 믿겨 지나? 응? 다온이.’
과거 처음으로 김다온을 덴마크 현지에서 취재했던 ‘풋볼베스트일레븐’의 베테랑 기자는 한 남자가 국가 전체에 미친 영향력을 몸소 체험하는 중이다.
후배 기자의 표현처럼 몇 년 사이에 확 달라진 대한민국 축구의 위상.
잠시 뒤에 시작될 브라질과의 경기에서도, 그는 이 달라진 위상을 체감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
【경기 시작 10분 전】
@ 대한민국의 드레싱 룸
모든 준비는 끝났다.
늦게 도착해 준비할 시간이 촉박했던 난, 어제 꽤 오랜 시간 벤투 감독님과 대화했다.
그것은 잠시 뒤에 시작될 브라질과의 경기에 관한 내용이기도 했지만, A매치가 없던 지난 3개월 동안 벤투 감독님이 대표팀을 위해 고심하고 결정한 내용이기도 했다.
이야기를 모두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을 거부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이란 팀의 저력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감독이 내린 결정을 선수인 내가 거절한 권한은 그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벤투 감독님과 대립했던 건, 가슴속 한구석에 자리 잡았던 불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우린 ONE TEAM이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코치들과 우리를 도와주는 스태프들까지, 우리가 진정으로 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브라질 어려운 상대라고 생각하지?”
“…….”
“어려운 상대 맞아. 강팀인 것도 맞아. FIFA 랭킹 1위니까. 그래서 우리가 거기에 쫄아야 할까? 아니? 전혀 아닌데? 우리도 강팀이야. 말로만 그런 게 아니라, 진짜로 강한 팀이라고, 이렇게 생각해 봐. 우리가 지금 FIFA 랭킹에서 이런 건, 아시아에 있어서라고. 만약 우리가 남미나 유럽에 있었지? 그럼 더 위에 있었어. 무슨 말인지 알지?”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이 브라질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건 바로 경험이다.
강한 상대와 맞붙은 경험.
국가에서건 클럽에서건, 브라질의 선수들이 우리보다 강한 상대들과 싸워 왔다. 물론 정작 유럽 최고의 오른 이의 숫자가 한국이 더 많다는 건 함정이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 포인트다.
“우리가 안 될 게 뭐가 있어? 유럽에 있었어도 우리가 조 1등으로 예선을 통과했고, 남미에 있었어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랑 1등을 다퉜을 거야. 내가 지금 허튼소리나 하는 것 같지? 너희 긴장 풀라고 이러는 것 같지? 아니야. 진짜야. 난 그렇게 믿어. 그러니까, 너희들이 날 믿는다면 쫄지 말고 처음부터 제대로 싸워. 쫄지 마. 쟤네도 우리한테 쫄고 있으니까. 알겠지?!”
“자-! 가 보자!!”
“가자, 가자-!!”
민재와 강인이의 호응으로, 내가 나눠 주고자 했던 자신감이 스며드는 게 느껴진다.
곧이어 흥민이 형과 의조 형도 목소리를 보탰고, 이내 드레싱 룸엔 큰 열기가 생겨났다. 바로 이게 내가 원하던 것이자, 내가 보길 원했던 풍경이다.
브라질은 강한 팀이지만, 냉정한 자세로 처음부터 실수 없이 우리의 전력만 보인다면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
가장 큰 잘못은 스스로를 믿지 않는 것.
그리고 팀을 믿지 않는 거다.
“우리를 믿자-!! 해 보자!! 한국!!!”
“어-이!!!”
자신감 결여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 나는, 큰 목소리로 선창을 외친 후 손뼉을 두들기면서 연신 소리를 내질렀다.
그리고 이런 나의 곁으로 벤투 감독님이 다가왔다.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야.”
“네. 저도 알아요.”
“그래. 아주 잘 했네.”
현재 대표팀 내에서 대표팀의 전력을 누구보다 신뢰하는 건 바로 나다.
그러니 오직 나만이 이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나만이 진정성을 전달할 수 있다. 나는 언제나 나를 믿었지만, 대표팀에선 팀 전체를 나만큼 믿는다.
왜냐하면 난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장이니까.
캡틴은 그래야만 한다.
‘그렇지, 형?’
관중석 한쪽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을 성용이 형과 자철이 형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나는 두 볼을 힘차게 두드리곤 앞으로 걸어 나갔다.
찰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