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06)
1226화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5)
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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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 조선TV 캐스터
“아-! 깊었어요!”
(박성문) – 조선TV 해설위원
“카드를 꺼내야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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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2분
대한민국 0 : 0 우루과이
발이 걸리며 넘어져 피치를 뒹군 나는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사토 류지 주심을 바라보며 양팔을 좌우로 뻗었다.
그리곤 한쪽에 있던 루카스 토레이라를 가리켰는데, 빠르게 접근한 주심이 옐로 카드를 꺼내들었다.
공간으로 향한 패스를 먼저 발에 가져가는 데 성공한 내게 토레이라가 태클을 했었고, 그는 볼이 아닌 다리를 건드려 나를 넘어지게 했다.
별다른 어필이 없는 토레이라가 조용히 양말을 끌어 올렸고, 이런 내 곁으로 재성이 형이 다가왔다.
“괜찮아?”
“어.”
조금씩 정신이 들기 시작하자, 관중석에서 쏟아지는 함성이 귀에 들어왔다.
현재 이곳 대전월드컵경기장의 열기는 상당히 뜨거웠는데, 브라질전 무승부가 단순한 요행이 아니었다는 걸 우리가 실력으로 당당히 증명하고 있기 때문일 거다.
“오지 마, 오지 마. 내가 찰게.”
프리킥이 만들어진 장소로 다가온 인범이에게 직접 차겠다는 의지를 전하며, 난 자리에서 일어나 몸에 묻은 잔디와 흙을 털어 냈다.
탁-
탁-
.
(박성문)
“아직 점수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아- 정말 잘해요. 우루과이의 중원. 페데리코 발베르데, 루카스 토레이라, 마티아스 베스노. 이 세 명은 유럽에서도 톱 클래스에 속하는 미드필듭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 우루과이 중원의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김정수)
“뭐, 브라질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았던 한국 아닙니까? 우루과이를 상대로도 정말 잘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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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팬 중 일부는 우루과이의 가장 큰 장점이 전방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루이스 수아레즈-에딘손 카바니라는 위대했던 공격수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인데, 하지만 냉정히 말해 두 사람은 우루과이의 가장 큰 고민거리기도 하다.
커리어와 대표팀에 보인 헌신을 생각한다면 선발로 뛰게 하는 것이 옳으나, 전성기에서 많이 내려온 상태여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느냐에 의문 부호가 붙고 있다.
우루과이에 가장 좋은 전개는 두 베테랑이 벤치행을 받아들이는 것이지만, 어제 당사자들에게 직접 들었던 바로는 여전히 선발을 자신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에 큰 데다 쌓아 온 커리어가 있는 만큼, 자존심이 그렇게 이끌고 있는가 보다.
하지만 실제 우루과이는 과도기를 겪는 중이다.
시대를 풍미했던 베테랑 공격수들과 수비의 핵 고딘의 기량이 하락하는 사이, 우루과이가 대표팀 경기에서 선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은 모두 중원에서 나왔다.
남미 지역 예선에서 3위를 차지한 우루과이의 득점과 실점은 똑같이 22로, 득점은 꼴찌 앞 볼리비아의 23골보다도 적으며 실점은 공동 5위다.
그런데도 3위로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을 수 있었던 건, 잡을 경기를 확실히 잡아 준 중원이 있어서였다.
미드필드는 팀의 얼굴이다.
그들이 표정을 만든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우루과이의 팀 컬러는 잡을 경기는 확실하게 잡지만, 어려운 경기는 잡지 못하는 팀이었다.
그렇다면 그 기준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디를 공략해야 하는가?
나는.
아니, 우리는 그 답을 안다고 믿는다.
삐익!
손을 들어 올린 내가 타이밍에 맞춰 킥을 띄워 올리고, 골라인을 벗어날 것 같았던 볼을 낙하지점으로 움직여 들어간 규성이가 살려 낸다.
얼핏 보면 킥이 엇나간 것으로 비칠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방식은 줄곧 준비해 왔던 것이다.
골대의 오른쪽 35~50도 사이 지점 멀리 프리킥이 주어지고 만약 내가 키커로 투입된다면, 다수가 가까운 쪽 포스트로 뛰어들어 수비를 끌어들인다.
하지만 정작 볼이 향하는 건 먼 쪽 골라인이고, 지정된 선수 중 한 사람이 거기로 움직여 다음으로 연결한다.
이번의 경우 골라인을 향해 움직인 건 규성이었고, 머리를 제대로 가져간 녀석은 다음에 볼을 전달받아야 할 사람에게 정확히 볼을 전달했다.
그건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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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문)
“손흥미이이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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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락-!!
복잡한 사이를 용케 비집고 들어간 축구공이 우루과이의 골대 그물을 출렁이게 만든 순간, 프리킥을 띄운 후 상황을 계속 지켜보던 난 뒤를 돌아보며 포효했다.
지금 내가 바라보는 곳엔 대표팀 벤치가 있었고, 두 주먹을 불끈 쥔 벤투 감독님은 코치들과 기쁨을 나누고 계셨다.
다시 몸을 돌린 뒤, 나는 천천히 달려 셀레브레이션이 펼쳐지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실점에 대한 좌절을 나타내고 있는 우루과이는 약간은 서로를 탓해 가며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를 묻고 있다. 몇몇은 약간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과연 저들 중 정신을 제대로 차리고 있는 사람은 누구냐는 것이다.
만약 지금의 실점을 단순한 세트피스 수비 실패로만 생각한다면, 우루과이는 절대 지금의 흐름을 바꿀 수 없을 거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자신들이 붉은 비에 흠뻑 젖었다는 걸 깨달았을 땐 그것을 말려 줄 태양이 구름에 가려 있다는 걸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최소한 지금까지, 우리는 어쩌면 우루과이 팀 본인들도 모르고 있을 그들의 약점을 제대로 공략하는 중인 것 같다.
“VAMOS-!!”
“VAMOS-!”
흥민이 형의 입에서 시티의 트레이드 마크와도 같은 파이팅 구호가 흘러나오는 걸 보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
.전반 종료
대한민국 1 : 0 우루과이
FIFA 랭킹에 있어 높은 위치(16위)를 차지하고 있긴 했지만, 우루과이 대표팀은 현재 위기를 겪고 있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직후만 해도 공격수/골키퍼를 제외한 전 포지션의 세대교체 성공이란 평가를 받았으나, 2019 코파 아메리카부터 조금씩 균열이 나타났다.
우루과이의 미래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한 이들의 성장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보한 게 가장 큰 이유였는데, 그 정도가 무척 심각했다.
약관(弱冠)에 4천만 유로짜리 공격수란 평가를 받았던 막시 고메스를 시작으로, 가스톤 페레에로(Gaston Pereiro)/디에고 락살트/나이탄 난데스(Nahitan Nandez) 모두 기대만큼 좋은 선수가 되지 못했다.
여기에 4년 전까지 우루과이 최고의 수비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마우리시오 레모스(Mauricio Lemos) 또한, 좋지 못한 워크에씩이 문제가 되어 사람들에게서 잊혔다.
그리고 이와 같은 요인으로 인한 성적 부진은 결국, 장기집권했던 오스카르 타바레스의 해임으로 이어졌다.
급하게 다음 바통을 디에고 알론소가 이어받았지만, 반전을 꾀하기엔 지도자로서의 역량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하프 타임, 선수들의 앞에 나선 디에고 알론소의 머릿속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우리의 시합은 아니었다.”
“…….”
“주도권을 한국에게 내어줬다. 볼을 지켜야 했는데, 너무 쉽게 상대에게 넘겨줬어. 쉬운 패스에서 실수가 나왔고, 수비 집중력도 부족했다.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경기였다.”
“…….”
디에고 알론소는 아직, 어째서 자신들이 그토록 무기력했는지의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
일본과의 경기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에서 반전을 노렸지만, 전반전 동안 그것에 실패하자 가라앉은 팀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다행히 성과가 없는 건 아니어서 베테랑을 중심으로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는데, 이를 본 디에고 알론소는 팀에 경험을 더하기로 한다.
벤치를 지키던 에딘손 카바니와 루이스 수아레스를 투입하고, 선발로 나섰던 두 명의 공격수가 벤치로 돌아온다.
“에딘손이 위쪽에서…….”
나이가 들며 활동력이 감소한 루이스 수아레스를 10번(AM)처럼 사용하려는 디에고 알론소의 선택은 후반전 경기 내용을 바꿀 회심의 수였다.
전통적인 형태의 Big&Small.
그렇지만 여기에서 디에고 알론소가 간과한 건, 어떠한 방식으로 에딘손 카바니의 머리에 볼을 연결할 것인가에 관한 부분이었다.
우루과이가 전반전 대한민국의 박스 안으로 보낸 크로스는 단 네 개였고, 그마저도 모두 클리어 처리가 되었다.
전반전 우루과이의 슈팅 개수는 셋.
그리고 그중 유효슈팅은 제로.
약 14% 차이로 밀린 점유율(42.7% : 29.0% / 경합 : 28.3%)이 고스란히 드러난 슈팅 지표는 이 팀이 얼마나 어려운 경기를 펼쳤는지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은 알지 못했다.
어째서 경기가 어렵게 풀려 갔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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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 대한민국의 드레싱 룸
[전반전에 느꼈겠지만, 저들은 느리다.]“…….”
[전환하는 속도를 조금만 더 높여 보자. 저들은 우리의 템포를 좇지 못한다. 좌우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흔들게 되면, 이 공간에 있는 이들에게 기회가…….]***
.후반 10분
대한민국 1 : 0 우루과이
흘러가는 세월이 야속하다고 말하는 건 어른들이나 하는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그런 생각을 하게 되자, 생각이 변한 건지 아니면 나도 어른의 범주에 들어서게 된 것인지가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론, 전자가 아닌가 한다.
어렸을 적에 어른은 성인 모두인 줄로만 알았는데, 막상 지금은 마흔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약간의 체면을 따지게 되었다는 것을 빼면, 나나 대표팀에서 함께해 온 동료들이 하는 짓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부, 저 두 남자를 보며 든 생각이었다.
‘야속하기도 하지.’
후반전 우루과이는 최전방 두 명을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막시 고메스라는 포스트(Post) 공격수와 폭넓게 움직일 줄 아는 다르윈 누녜스를 파트너로 두어 조화를 추구했는데, 솔직히 둘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다르윈 누녜스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면 공간을 향해 저 녀석이 침투하도록 해야 했는데, 막시 고메스는 이를 수행하기에 최적의 타입은 아니다.
게다가 발밑이 투박하기로 유럽에서 소문난 이들이라. 미드필드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선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누녜스가 한두 번 박스 밖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그래서 후반전 우루과이가 변화를 시도할 수 있고 개인적으론 고메스와 카바니를 바꾸는 정도가 될 거로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디에고 알론소가 강하게 나왔다.
하지만, 경기 양상은 그대로다.
“민재!”
“?”
에딘손 카바니를 고꾸라뜨리며 완벽한 수비를 선보인 민재에게 엄지를 치켜세우자, 장난기 섞인 미소를 지어 보인 녀석이 윙크를 찡긋 보내왔다.
멀리 날아가 라인을 벗어난 볼을 마티아스 비냐가 뒤로 보냈고, 우루과이가 뒤쪽에서 빌드업을 가져갔다.
전반전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필사적인 우루과이의 노력은 후반전 점유율의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말 그대로 점유율을 높이고만 있을 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지 못한 건 전반전과 같다.
카바니와 수아레스 모두 민재가 있는 곳에서는 완벽히 지워진 데다가, 전성기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아레스의 활동량이 유효슈팅 숫자를 바꾸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후반전 10분 만에 연이어 민재에 밀려 넘어진 카바니와 뭔가 열심히 하려고는 하는데 고만고만한 자리에 선 수아레스를 보며, 난 세월의 흐름을 느꼈던 거다.
‘그건 그거고.’
안타까운 마음은 이제 접어 두고, 우루과이가 가져간 볼 점유율을 다시 빼앗아 와야 한다.
그리고 그 노력은 우리도 벤치에서 나왔다.
오늘 경기 첫 번째 선수교체다.
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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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아, 파울루 벤투 감독이 교체를 준비합니다. 이강인과 손준호가 대기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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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님의 선택은 오늘 뭔가 조금 아쉬운 희찬이와 후반전 갑자기 집중력이 떨어진 우영이 형을 빼는 것이었다.
그 대신 강인이와 준호 형이 투입되었고, 피치에서 잠시 목소리들이 울려 퍼지더니 팀 전형은 기존 플랫 형태의 4-4-2에서 전방만을 바꾼 4-4-1-1이 되었다.
흥민이 형이 왼쪽 미드필드로 내려오고, 강인이를 규성이의 아래에 두는 식으로 바꾼 거다.
의도는 명확하다.
전반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우리에게 뒷공간을 침투당한 우루과이는 수비 라인을 아래로 끌어내렸고, 주도권까지 빼앗기자 아예 눌러앉는 모습도 보여줬다.
굳이 흥민이 형을 전방에 둘 이유가 사라진 것인데, 애초에 손톱(Son Top)을 쓰는 이유도 빠른 역습이다.
후반전 역시 우루과이가 수비 라인을 높이지 않았기에, 벤투 감독님은 흥민이 형을 아예 측면으로 돌려 버렸다.
그리고 대신 강인이를 투입해 쓰리백의 앞에 서게 했는데, 이것이 탁월한 판단인 이유는 루카스 토레이라의 위치를 강제하고 측면을 보다 더 잘 활용할 수 있어서다.
또 이러한 공략을 통해 얻고자 하는 건, 후반전 우루과이가 가져간 점유율을 되찾아오는 거고 말이다.
‘마음에 들어.’
큰 그림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모습은 벤투 감독님의 본래 모습이었지만, 지금처럼 빠르게 대처해 작은 변화를 주는 건 과거엔 쉽게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마냥 고집 센 분으로만 생각했는데, 한번 신념을 굽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유연함을 마음껏 발휘하고 계시다.
그리고 그 판단 하나하나에 탁월함을 느껴 공감하는 건, 일종의 덤이고 말이다.
강인이의 투입 후 2분.
정확히 2분 만에, 내가 예상했고 또 벤투 감독님 역시 예상하고 바랐을 장면이 만들어진다.
평범한 빌드업에 이은 평범한 볼 전개 과정에서 강인이에게 패스가 도달했는데, 특유의 상체 페인팅 동작으로 마크맨을 벗겨 내는 모습을 보여 준 거다.
저것으로, 속도가 바뀐다.
축구를 오랫동안 하다 보면 전개만을 보고 [“이쯤이면 이렇게 되겠다.”]나 [“다음은 저렇게 하겠다.”]란 그림이 그려지는데, 저런 플레이가 그림을 찢어 버린다.
그럼 그림이 찢긴 쪽은 당황하게 되고, 그 당황 속에서 불필요한 거친 파울이 나오고 실수가 나온다.
그리고 또.
파앙-!
‘그렇지!’
찢어발기는 퍼포먼스로 사람들의 시선을 휘어잡기에, 정신이 팔린 이들이 공간을 허용하게 만들 수 있다.
{“오오-!”}
{“우와-!”}
단 두 번의 터치(퍼스트 터치/패스)로 팬들의 입에서 두 번이나 탄성을 토해 내게 만든 강인이의 플레이가 우루과이의 오른쪽 수비에 문제를 일으킨다.
자신이 시선을 빼앗겼다는 걸 깨달은 길예르모 바렐라가 흥민이 형을 추격했었는데, 그것이 더미(Dummy)였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왼쪽 측면을 길게 내달린 진수 형이 강인이가 보낸 패스를 정확히 받아들고, 한번 슬쩍 골대를 바라본 후 빠른 타이밍에 크로스를 보냈다.
풀백으로서 갖춰야 할 많은 걸 가지고 있지만 늘 크로스가 부족해 K리그 최고에 머물러야만 했던 진수 형의 이번 패스는 타이밍과 낙하지점 모두 완벽했다.
그러나 규성이에게 닿기엔 크로스의 속도가 너무 빨랐다. 몸을 날려 봤지만, 볼이 그대로 통과되어 나간다.
{“아…….”}
순간 안타까운 목소리가 관중석에서 울려 퍼졌지만, 그것은 곧 볼을 향해 달려드는 나로 인해 빠르게 잠잠해졌다.
강인이가 루카스 토레이라를 벗겨 낸 순간부터, 나는 오른쪽에도 공격 숫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서 있는 위치를 파이널 써드로 가져가고 있었다.
덕분에 규성이를 통과한 축구공을 손쉽게 발아래에다 가져다 놨다.
이런 내 앞으로 옛 동료 호세 히메네스가 다가왔고, 거리가 3m 정도로 좁혀진 순간부터 그와 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
“…….”
이 친구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단 평을 듣는다.
내가 아틀레티코에서 뛰던 때만 해도 고딘의 강력한 후계자로 손꼽혔고, 실수가 종종 나오긴 했지만 디에고로부터 많은 것을 전달받아 쑥쑥 성장했다.
본인의 노력도 상당해서 약점이었던 수비 위치 선정도 극복했고, 원하던 장기 계약도 따냈다.
그러나 잘못된 접근방법으로 인한 잦은 부상이 문제가 되면서, 기량의 정체가 찾아왔다.
그래서 지금은 외부로부터 [“경험으로 높은 점수를 줄 수는 있지만, 수비의 핵심이 되기엔 부족한 유리몸의 센터백.”]이란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리그와 컵 대회를 포함 시즌당 30경기 후반을 뛰어 주는 퍼즐 조각으론 손색없으나, 기대치가 ‘제2의 디에고 고딘’이었다는 걸 생각하면 꽤나 큰 추락이다.
고딘은 내가 경험한 최고의 수비수니까.
내가 함께한 선수들로만 구성한 Best 11을 꼽으라면, 고딘은 3-3-3-1의 센터백 중 하나로서 민재/비니와 함께 수비 라인을 형성할 것이다.
미안하지만 히메네스는 조금도 이들을 위협할 수준조차 되지 못한다.
‘너는 늘 집중력이 문제였어. 그렇지?’
부상 말고도 히메네스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이유를 꼽으라면, 피치 위에서 지나치게 산만하다는 것을 들고 싶다.
시야가 넓은 이와 산만한 이의 차이는 같은 것을 본 같은 상황에서 어떠한 결과를 만드느냐에 있는데, 이 부분에서 히메네스는 늘 문제점을 나타냈다.
지금만 해도 히메네스는 잠깐 고개를 들어 옆으로 돌린 나의 동작에 반응해 함께 시선을 가져갔는데, 만약 나였다면 기회다 생각하고 바로 달라붙었을 거다.
섣불리 볼을 빼앗으려는 게 아니라, 그냥 거리를 좁히고 상대가 선택을 먼저 하도록 내버려 둔 채 몸을 밀착해 다음 동작을 가져가기 어렵게 만들었을 거라는 뜻이다.
하지만 히메네스는 볼을 가진 내게서 시선을 돌리는 바보 같은 짓을 했고, 곧바로 그 대가를 치렀다.
삐?익!!
“헤이-!!”
자신의 가랑이 사이로 볼이 통과되는 것을 확인한 히메네스가 다급히 몸을 돌려 나를 붙잡았다.
나는 거기에서 곧바로 넘어질 수도 있었지만, 라인과 발이 맞물렸다고 판단해 한 번 더 버티는 선택을 했다가 기어코 몸통을 밀어 넣은 후에 쓰러졌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파울이었고, 휘슬을 분 사토 류지 주심을 우루과이 선수들이 둘러쌌다.
반면 히메네스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
피곤한 듯, 눈을 꾹 누른다.
“너 지금 내게 뚜론 하나 빚졌어.”
“……풉.”
“금방 웃었지. 안 그래? 그래- 맞아. 넌 웃었어. 왜냐하면 우리의 좋은 추억이 생각났기 때문일 거야.”
“빌어먹을.”
곧바로 표정을 구기며 짜증을 한껏 부리는 히메네스지만, 아틀레티코 시절 함께했던 추억이 떠오른 그는 숨을 크게 내어 쉬며 자신이 저지른 행동을 받아들이는 듯했다.
지금은 분명한 페널티다.
바로 넘어졌다면 VAR을 확인할 소지가 있었겠으나, 지금은 명백히 선 안쪽에서 넘어졌다.
“넌 진짜 개새끼야.”
“그러는 넌 여전히 바보 같고.”
“미친놈.”
“멍청이.”
히메네스의 엉덩이를 툭 두드리는 것으로 위로를 보내던 순간, 굳이 VAR을 확인하고 온 류지 사토 주심이 손을 쭉 뻗어 P.K를 선언했다.
그 순간 관중석 가득 함성이 울려 퍼졌고, 히메네스와 나는 아마도 오늘 마지막일 농담을 주고받았다.
“P.K 허공에 날려.”
“그래. 그럴게. 그물이 있는 곳도 허공인 건 알지?”
“빌어먹을 놈.”
“고마워.”
잠시 주도권을 우루과이에 내주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린 비교적 쉽게 우루과이란 남미의 강호를 상대하고 있다.
바로 이게, 현재의 대한민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