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1)
130화
·전반 09분
A.A 코임브라 0 : 0 SL 벤피카
조금 내려간 양말을 끌어 올리며, 난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러곤 마티치를 향해, 조금 내려와 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러자 그는 너무나도 쉽게 내 말을 따라주었다.
‘웃기네, 진짜.’
지금 이 말은 마티치에게 한 것이 아니다.
그냥, 이 상황 전체가 재미있었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강찬일 감독님과 형들은 그 비결로 하나같이 입을 모아 ‘좋은 팀 분위기’가 성과를 거두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었다.
물론 팀 분위기가 좋았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지만, 난 그것과 올림픽 메달의 관련성을 찾기가 참으로 힘들었다.
하지만 이젠, 조금 알 것도 같다.
어째서 우리가, 피치 위에서 그토록 상대하기 까다로웠던 팀인지를 말이다.
“뒤! 뒤에 간다!”
“앞! 앞!! 앞으로 크게 쏴줘!!”
팀 분위기가 좋을수록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며, 그것을 통해 잃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피치 위에서 우리는 가끔 다른 이의 시야와 판단에 의존한 결정을 내려야만 할 때가 있고, 그래서 서로에게 믿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줘야 하는 것 같다.
마티치도 또 나도, 서로의 목소리를 듣기로 한 순간부터 피치 위에서 뛰는 것이 상당히 편해졌다.
‘그나저나.’
삐-익!!!
현재까지 주목받는 사람은 조금 다른 것 같지만 말이다.
뭐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
‘옐로카드네.’
제로니모의 돌파를 저지하려던 호드리구 갈로에게, 주심이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에이! 이봐!”
“응?”
“너 잘하면 곧 왕 자리를 빼앗기겠다?”
“아- 시끄러워.”
“큭큭큭큭.”
모처럼 수비진영에서 여유를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지금까지 느껴지는 분위기가 이전 경기들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 수비는 무척 단단했고, 중앙 미드필드는 모처럼 자신의 역할을 100% 이행해내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모든 건, 제로니모가 원인인 것 같았다.
코임브라의 수비수들은 느닷없이 나타난 금발의 윙어에게 당황을 감추지 못했고, 최후방이 우왕좌왕 대며 흔들리자 자연히 그 영향은 미드필드에도 미쳐갔다.
전반 15분이 지났을 때 우린 코임브라를 완전히 가둬놓을 수 있었고, 2분이 더 지나자.
“이야아아아아아-!!!!!”
다시 한번 코임브라의 오른쪽 수비를 무너뜨린 제로니모가 카르도소가 뛰어드는 방향으로 정확히 크로스를 올려보냈다.
저런 패스가 카르도소에게로 향하면, 골이 들어가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보면 된다.
골이 들어간 순간 난 뒤를 돌며 불끈 두 주먹을 쥐었고, 양손을 높이 올려 기뻐하는 오블락을 보며 소리쳤다.
“바로 이거야!!!”
물론 이건, 오블락과는 전혀 상관없는 기쁨의 표현이다.
***
촤아아아-악!!!
.
(클레도 코엘류) – BTV 아나운서
“다온의 좋은 태클이었습니다. 다온. 제로니모를 향해 소리치고 있네요. 아마 패스를 너무 쉽게 허용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현일 겁니다. 올 시즌엔 저 친구의 저런 모습을 보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다비드 아비야) – BTV 해설위원
“올림픽에 다녀온 후 매우 호전적으로 변했죠. 전 무척이나 보기 좋습니다. 얌전하고 조용한 수비수가 되는 것보다는, 저런 모습이 백배는 더 나으니까요.”
(클레도 코엘류)
“실망스러운 초반 성적에도 불구하고, 조르제 제수스는 다온의 저런 책임감 넘치는 모습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가대표 경험이, 그가 더욱 책임감을 느끼도록 만들어줬다고 했죠. 현재 SL 벤피카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선수로 평가를 받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네요.”
.
“Vamos!! 최소한의 것은 해줘야지!!”
“…….”
고개를 떨어트린 제로니모가 손을 들어 올리며 사과를 표해왔고, 난 이쯤에서 이야기 하는 것을 그만하기로 했다.
제로니모는 나보다도 팀과 훈련한 기간이 부족하고, 그러니 전술적인 부분에서는 분명한 약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결국은 저 녀석의 부족한 부분을 가까운 포지션의 동료들이 채워줘야 했는데, 마티치가 앞에다 대고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난 따로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조금 더 집중해야만 한다.
코임브라의 공세가 점점 더 거세어진다.
타악-!!!
“에-이!!!”
지금도 코너에서 보내져 온 크로스가 살림 시세(Salim Cisse)의 머리에 닿았고, 다행히도 그것은 골대를 맞고 라인 밖으로 벗어났다.
골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기엔, 코임브라가 계속해서 가해 올 압박이 거셀 것이다.
그러니.
“정신 단단히 차려!!”
“에즈!! 에즈!!”
내가 팀 전체에게 손뼉 치며 목소리를 높이는 동안, 루이장이 가라이를 불러 손짓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 금방 코너킥 상황에서 서로의 위치선정이 맞지 않았던 부분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코임브라는 실점 후 가라앉았었던 분위기를 완전히 털어버린 모습이었고, 그건 이곳 시다드 드 코임브라 역시 마찬가지인 것처럼 보인다.
{“더!! 더!! 더!! 더!!”}
리드미컬한 박수와 함께 ‘더’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그들은, 팀이 더욱 우리를 압박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럴 때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래도 골이겠지만, 지금과 같은 흐름에서 그걸 바라는 건 공격수들에게 너무한 요구다.
일단은 이 파도를 잘 넘기고, 다시 이쪽에서 물결을 일으키는 게 중요해 보인다.
축구란, 밀물과 썰물과도 같다.
“윽-!!!”
코임브라의 왼쪽 멀리에서 높은 크로스가 보내져 왔고, 난 그것을 헤더로 걷어낼 생각으로 볼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런데 오블락 역시, 자신이 직접 볼을 처리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쪽으로 다가왔다.
결국은 우린 공중에서 부딪쳤고, 오른쪽 옆구리에 큰 충격을 받게 된 나는 몸이 그대로 퉁겨지며 앞쪽으로 피치에 추락했다.
“EI!!!!!!”
몸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는 고통으로 내가 괴로워하는 동안, 가라이는 오블락을 향해 무슨 짓을 한 것이냐며 소리쳤다.
항상 공격이 진행되는 상황을 골키퍼는 정면으로 볼 수 있기에,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골키퍼가 먼저 콜을 해주는 것이 옳다.
지금의 화는, 그게 생략되어 나온 거라고 보면 된다.
피치 못할 사고가 아닌 이상, 동료가 동료를 다치게 하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일은 없기 때문이다.
또 지금 내가 오블락을 향해 화를 내더라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긴 했다.
하지만 난 그러는 대신.
“저 일어나요!”
“응?”
“저 일어난다고요. [아이고 삭신이야].”
왼손으로 오른쪽 옆구리를 붙잡은 채, 난 마티치의 도움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곤, 잔뜩 풀이 죽은 오블락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난 괜찮아, Amigo. 흔히 있는 실수야.”
“아, 미안. 정말 난 있지.”
“Vamos. 넌 그냥 열심히 하려고 한 것뿐이야.”
그렇게 오블락의 어깨를 두드리며, 난 피치로 들어오려던 니코 마시엘과 만나 함께 사이드라인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 한번 보자. 팔을 들어봐. 아파?”
“네. 하지만 그냥 충격 때문에 아픈 거예요. 저 지금 다친 지 고작 몇십 초 밖에 안 됐거든요?”
“하하.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니, 정말 괜찮은가 보네.”
벤치를 돌아본 니코가 뛸 수 있다는 사인을 보내고, 난 감독님이 안도하는 것을 본 뒤에 손에 쥔 물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코임브라가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왼쪽 풀백인 내가 빠져있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주심은 야속하게도 이쪽을 쳐다보지 않았고, 그러는 사이 코임브라가 두 번째 코너킥을 시도해왔다.
그리고.
[아~ 썅!!!]줄곧 팀의 골문을 위협하던 살림 시세가, 결국 세트피스를 골로 연결했다.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그러나 실망할 시간이 없다.
“저 들어가요.”
“어. 그래.”
니코도 상심하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1 : 1.
우린 분명 근래 가장 낫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
·전반 종료
A.A 코임브라 1 : 1 SL 벤피카
뭔가, 급제동이 걸려버린 것만 같은 전반이었다.
첫 17분은 완벽했는데, 남은 28분은 아니었다.
감독님도 그 부분을 지적하고 계신다.
“이렇게 표현하고 싶군. 위장이 너무 작아졌어.”
“…….”
“고작 골 하나에 배부른 돼지들이 되어 버리다니, 참으로 실망이다! 저들이 우리보다 더 열심히 뛰었고, 그게 1 : 1이 된 이유야! 요즘 이 말을 너무 자주 하는 것 같군! 그래, 맞아! 하지만 그건 너희가 그렇게 뛰고 있어서지! 열정은 대체 어디로 갔나? 이런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쉽게 가져가던 모습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렸냐고!”
먼저 팀의 정신적인 상태를 지적한 감독님은, 몇몇 전술적인 부분들 역시도 짚어주셨다.
코임브라의 미드필드가 거칠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으며, 그래서 우리가 볼을 조금 더 빨리 돌려야 한다고 하셨다.
“그리고. 선수를 바꾸지. 베르나르두. 네가 뛴다.”
“네.”
곧바로 트레이닝 상의를 벗는 베르나르두가 경기 준비에 들어서고, 한 번 더 우리가 집중하도록 만든 감독님이 라커룸을 떠나셨다.
의자에 앉아 당분이 포함된 음료로 에너지를 보충하고 있었던 난, 앞쪽에 앉은 안드레를 보면서 말했다.
“감독님 말이 맞아. 우린 다 게을러.”
“그래.”
“조금 더 뛰자, 안드레. 그리고 베르나르두. 너도 마찬가지야. 네가 공간을 찾아주면, 내가 그다음에 할 일을 좀 더 쉽게 만들어줄게. 그러려면 많이 뛰어야 해. 알지?”
“응. 물론이지.”
생각에 잠겨있는 다른 동료들과는 다르게, 우리 과자 가족들은 꽤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모두가 들었을 테니, 어떻게 받아들일진 그들의 몫이다.
하지만 나는 어제,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을 했었다.
그러니까 제로니모의 환영식이 있었던 순간, 친구들에게 우리만큼은 항상 우리다움을 잊지 말자고 했다.
과자 가족.
난 비록 외부에서 온 사람이었지만, 지금 이 모임의 90% 이상은 벤피카의 유스 소속이다.
SL 벤피카의 유니폼을 입고 A팀 무대에서 뛰는 건 이들의 오랜 꿈이었을 테고, 그것이 지난 시즌에 현실로 이뤄졌다고 하여 그게 다인 것처럼 굴지 말자고 했다.
우린 반드시 더 나아져야만 한다.
우린 최고의 팀이 아니었으니까.
작년 포르투갈 리그 최고의 팀은 FC 포르투였고, 유럽 최고의 클럽은 잉글랜드의 첼시였다.
그러니 거만해지고 조금 안주를 하려면, 최소한 그 자격을 갖추고 난 뒤에 말을 하자고도 했다.
후반전.
쉽지는 않지만 우린 반드시 해내야만 한다.
‘다시 또 2등은 싫어.’
그리고 당연히, 3등이나 4등이 된다는 건 더더욱 싫었다.
***
·후반 07분
A.A 코임브라 1 : 1 SL 벤피카
베르나르두가 왼쪽 윙어 자리에 들어오게 되면서, 확실히 이쪽에서 좋은 장면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헤이, 헤이!!”
그 이유는 베르나르두의 성격에서 찾을 수 있다.
저 녀석은 피치 밖에서 말이 무척이나 많다.
그리고 그건, 그라운드 위에서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 안으로 간다! 안으로 가!”
가끔 쓸데없는 말까지 한다는 게 문제이긴 했지만, 베르나르두의 저런 대화들은 함께 뛰는 처지에서는 무척이나 좋은 성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베르나르두가 연계에서 큰 장점을 보이는 것 역시, 곁에서 함께 뛰었을 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본다.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은 팀 전체에 활기가 돌게 하고, 또 우리의 플레이를 더 나아지게 만든다.
그것도, 믿을 수 없을 만큼.
정말로 우린 전반 마지막 28분은 물론이고, 그전 17분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팀이 되었다.
팅-!
“아아, 젠장! 더럽게 안 풀리네!”
골포스트를 맞춘 니코가 좌절하여 욕설을 내뱉는 동안, 사이드라인 앞쪽까지 걸어 나온 감독님은 어느새 재킷을 벗은 모습으로 우리를 격려하고 계셨다.
“나쁘지 않아! 좀 더 밀어붙여!”
“그래, 맞아! 계속하는 거야!”
그리고 난 후반전 친구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잡을게!!”
하프라인 근처에서 길게 쏘아 보낸 패스를 안정적으로 잡아낸 오블락이, 그라운드에 엎드린 채 날 보면서 찡긋 윙크를 보내오고 있다.
경기 전에 바짝 쫄아 있던 모습도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는데, 저것만 보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하여간에 손이 많이 가는 녀석들이다.
잠깐 시간을 보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오블락이 내게 패스를 보내오고, 굴러오는 축구공을 발아래에다 둔 나는 마티치에게 패스를 보낸 뒤에 전방에 손짓을 보냈다.
이것은 베르나르두에게 조금 더 사이드라인으로 벌리라는 신호였고, 이는 카르도소가 헤더 경쟁에서 볼을 보낼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을 될 수 있었다.
마티치가 길게 보낸 패스가 카르도소의 머리에 맞고 베르나르두에게 흘렀고, 녀석은 오늘 수난을 겪는 호드리구 갈로에게 다시 한번 끔찍한 악몽을 안겨다 주었다.
{“우어우-!”}
갈로를 걱정한 코임브라의 팬들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를 내뱉기까지 했는데, 베르나르두는 오른쪽으로 움직이려는 보디페이크 하나로 수비수가 엉덩방아를 찧도록 만들었다.
순식간에 A.A 코임브라에 위기가 찾아왔고, 골라인에 접근하는 데까지 성공한 베르나르두가 먼 쪽을 보며 낮지만 빠른 크로스를 보냈다.
그리고 그건.
[그렇지!]적극적인 오버랩을 선보인 막시의 오른발에 맞고 코임브라의 골라인을 넘어섰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베르나르두! 아주 잘 했어!”
“나이스 골, 막시!! 나이스 골!”
다시 한번 저 앞쪽에서 근사한 풍경이 펼쳐지고, 자리에 선 그대로 고개를 들어 올린 나는 제발 더 이상의 실점이 없기만을 기도했다.
그러면 우린 승점 3점을 챙겨갈 수 있을 것이고, 최근 두 경기에서 승리가 없는 나쁜 흐름을 반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러려면, 나부터 열심히 뛰어야 한다.
‘이크!’
다시 반격을 진행하던 코임브라의 윌송 에두아르두가 볼을 길게 차넣으며 속도경쟁을 하려고 했고, 그에 앞서 몸을 밀어 넣으며 포지션을 선점했던 난 발에 걸려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부상을 방지하려 낙법을 활용해 데굴데굴 구른 뒤에는, 주심을 향해 양손을 들어 올리면서 이렇게 외쳤다.
“카드를 줘야죠! 네?! 지금 건 카드라고요!”
하지만 주심은 그런 내게 이렇게 말하고 있다.
“파울을 줬으니, 어서 일어나. 이건 카드 감은 아니라고.”
잔뜩 불만 섞인 표정을 지어 보이면서 자리에서 일어선 난, 몇 번이고 주심에게 지금은 카드 감이었다고 말했다.
곁에서 답답해하고 있는 윌송 에두아르두가, 내 행동에 반응을 보여주기만을 바라면서.
그리고 이번엔.
“좀 입 좀 다물면 안 돼? 우린 축구를 하려고 왔지, 수다를 떨려고 온 게 아니잖아!”
경기 시작 후 거의 60분 만에 미끼를 문 윌송 에두아르두를 보면서, 난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부터, 이 대결은 좀 더 쉬워질 것이다.
그럼 나도.
‘앞으로 좀 더 자주 올라가도 되겠어.’
지금까지 냉철한 모습으로 뒷공간을 호시탐탐 노리던 윌송 에두아르두였기에, 난 공격에 가담하는 일을 최대한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팀이 졸전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오직 승리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윌송 에두아르두는 조금 더 이 경기를 개인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리고 만약 정말 그렇다면.
“베르나르두!!!”
“!!”
윌송 에두아르두는 지금까지의 냉철한 태도를 포기하고, 오직 내 입을 다물게 할 기회를 찾기 위해 어떻게든 나와 대결을 펼치려고 할 것이다.
더구나 오늘은 속도경쟁 대부분에서 내게 패배했다.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면, 그건 이 정도 수준에서 뛸 축구선수가 아니라는 뜻과도 같다.
‘잡혔다.’
[어이쿠!]난 주심이 알아들을 수 없는 한국어와 함께 일부러 나자빠졌고, 주심은 날 뒤에서 붙잡아 챈 윌송 에두아르두에게 경고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금은 그리 심한 파울은 아니었지만, 몇 분 전에 수비진영에서 있었던 일이 참작되었을 거라고 본다.
생각대로 주심은 우리의 수비진영을 가리킨 뒤에,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이는 행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제기랄. 이렇게나 재미있는데.’
하지만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이것도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난 프리킥을 차러 온 니코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제발요, 니코. 난 또 비기거나 지고 싶지 않다고요.”
“우리가 2 : 1로 앞서는 건 알지?”
“네~ 그렇지만.”
“??”
니코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잔디와 흙을 털어낸다.
그러곤, 내 대답을 기다리는 니코를 향해 말했다.
“2 : 1보단 3 : 1이 더 마음에 들어서 말이죠.”
“후후. 넌 진짜 미친놈이야.”
“그럴 수도 있죠.”
프리킥을 맡기고 자리로 돌아가, 조금 초조한 마음으로 프리킥이 진행되는 것을 바라본다.
조금 뒤 니코의 발을 떠난 프리킥이 코임브라의 페널티에어리어 안쪽으로 향했고, 그리고 그것은 가라이의 머리를 맞고 팀의 세 번째 골이 되어버렸다.
경기를 2점 차로 벌린 순간, 어시스트에 성공한 니코는 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가까이 다가오란 손짓을 보내오고 있었다.
“이리 와, 이 미친 녀석아! 지금 내가 3 : 1을 만들었으니까.”
“정확히는 당신이 아니라 에즈가 한 일이죠.”
“뭐? 이놈이!”
“윽!”
자리에서 폴짝 뛰어올라 내 목을 휘감은 니코가 헤드락을 걸며 내 머리카락을 마음껏 헤집기 시작한다.
이거 어째, 익숙한 장면이다?
그나저나, 3 : 1.
아주 조금이지만 이제 겨우, 우리의 모습을 되찾고 있는 것 같다.
.
.
·경기결과(Liga Zon Sagres 4R)
A.A 코임브라 1 : 4 SL 벤피카(2승 1무 1패)
[골] 오스카 카르도소 : 전반 17분(제로니모 베가), 후반 45분막시 페헤이라 : 후반 9분(베르나르두 실바)
에제키엘 가라이 : 후반 14분(니코 가이탄)
김다온 – 90분 출전(평점 7.9/팀 내 5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