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12)
1232화 왜죠 (5)
다가올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은 미국 축구 협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무대였다.
지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북미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트리니다드토바고에 충격 패를 당해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을 만회하는 무대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은 축구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던 중이었고, FIFA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북중미의 핵이자 새로운 축구 메카로서 발돋움을 바라보던 때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더욱더, 트리니다드토바고전 패배는 미국과 FIFA에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실상의 최약체 국가여서 미국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되었는데, 막상 결과는 미국의 0:1 패배였고 이로 인해 많은 것들이 무산되었다.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 ‘Fox Sports’ 전용 중계 스튜디오를 짓겠다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는 미국축구협회보다 FIFA에 더욱 큰 타격이었는데, 이들이 20년 넘게 미국 시장을 공략해 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랬다.
미국의 탈락에 망연자실했던 FIFA는 큰 실망감을 가진 채 러시아 월드컵을 시작했고, 그들의 소망은 다시 훗날을 기약하는 듯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미국의 발 빠른 대처가 빛났다.
FIFA의 지원이 끊길 것을 우려한 보이지 않는 손들은 재빨리 책임을 지는 위치에 있던 이들을 물러나게 만들고, 4년 뒤 월드컵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미국 프로스포츠의 가장 큰 특징인 단장(General Manager)직을 만드는 일이었는데, 센추리 클럽의 멤버인 어니 스튜어트가 첫 단장이 되었다.
이것은 곧, 그렉 버홀터의 임명으로 이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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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34분
대한민국 1 : 0 미국
또 한 번의 위기를 넘긴 그렉 버홀터가 침울한 표정으로 피치를 바라보고 있다.
처절하다고 말하는 게 적합한 오늘의 미국 대표팀은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을 선보이고 있었는데, 이것이 단순한 평가전임을 생각하면 긍정적으로만 보긴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렉 버홀터는 자신의 선수들이 무언가를 직감하고 투혼을 발휘하는 중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필요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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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트롱) – Fox Sports 아나운서
“오늘 몇 번이나 이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운이 좋았습니다. 미국이 이런 경기를 펼치는 건 실로 오랜만에 봅니다. 최소한 제 기억엔 2년 이내에는 없습니다. 지난 월드컵 준우승 국가의 강함입니다.”
(클린트 뎀프시) – Fox Sports 해설
“미국 대표팀엔 좋은 경험입니다. 본선에서 상대할 팀들은 전부 까다로울 겁니다. 물론 한국만큼 강할지는 의문이지만, 이런 경험이 실로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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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축구팬에 가장 익숙할 존 스트롱과 A매치 141경기 57골의 대기록을 가진 존 뎀프시의 인정은 그렉 버홀트가 느끼는 감정을 대변하고 있다.
황금 세대를 맞은 미국의 전력은 결코 약한 게 아니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키워낸 역작(力作)인 크리스천 풀리식과 조반니 레이나가 있고, 유벤투스의 웨스턴 맥케니는 유럽 빅클럽의 주요 타깃이었다.
세르지뇨 데스트 또한 바르셀로나에서의 입지가 불안하긴 해도, 빅리그의 주전으로 평가받는 풀백이다.
이렇듯 어느 때보다 많은 재능과 함께하는 미국은 월드컵에서의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오늘은 순수 체급에서 눌리는 중이다.
그리고 이는 그렉 버홀터가 막막함을 느끼는 이유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있다.
“브랜던!! 진정해!!”
초보적 실수를 범하며 볼을 넘겨준 브렌던 애런슨(Brenden Aaronson)을 향해, 그렉 버홀터가 소리를 질렀다.
평범하게 전해진 패스였건만, 김진수의 압박을 너무 의식한 탓에 볼 컨트롤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필라델피아 유니언 유스에서 성장해 MLS에 신선한 충격을 준 브렌던 애런슨은 미국 내 최고 미드필드로 평가받으며 지난해 1월 잘츠부르크로 이적했다.
시즌 중반부 이적이었지만, 애런슨은 불과 반년 만에 오스트리아 리그 최고의 선수로 등극하면서 클럽의 더블(Double)에 결정적인 역할을 보였다.
이런 브렌던 애런슨의 가장 큰 장점이 탈(脫)압박이었기에, 지금의 실책은 의미하는 바가 컸다.
오른쪽 윙으로 나섰으나 사실상의 10번(AM)으로 미국의 공격을 조립해주어야 할 애런슨이기에, 볼을 받아두는 간단한 작업조차 하지 못하는 건 분명한 타격이다.
경기 초반부터 한국이 보여준 전방 압박이 미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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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뎀프시)
“딱히 약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일 겁니다. 굳이 꼽자면 스트라이커의 파괴력이 약하다는 거지만, 1:0인 상황에선 그것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결국 실점하지 않으면 한국이 승리한다는 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한국의 왼쪽 수비 활약은 놀랍습니다. 실력을 갖춘 이들이라는 건 알지만,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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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상대하는 팀들의 기본적인 접근 방법은 거의 비슷하다.
미드필드에서 주도권을 잡는 한편, 김다온과 김민재가 있는 곳으로부터 최대한 먼 지점에서 공격을 조립하는 것이다. 그리고 손흥민을 막아야 했다.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세 명의 월드클래스가 있는 한국이었기에, 그들을 최대한 피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상수(常數)로 정해둘 수 있는 선수가 무려 셋이나 있었기에, 그들이 없는 곳을 집중적으로 준비하는 건 축구 감독이라면 당연히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이번 6월 한국을 상대한 팀들이 고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변수(變數)를 단단히 틀어막는 일은 보수적인 성향의 벤투에겐 어렵지 않았다.
답답한 전개에 책임감을 느낀 크리스천 풀리식이 김다온을 상대로 1vs1을 시도하나 간단히 볼을 빼앗기고 만다.
엄연히 첼시 FC에서 뛰는 엘리트 윙어건만, 김다온은 몇 수 아래의 선수에게 축구를 가르치는 듯한 모습으로 볼을 처리한 뒤 조언을 건네는 모습까지 선보였다.
“너무 뻔하잖아. 좀 더 해봐.”
바로 앞에서 김다온의 목소리를 들은 그렉 버홀터는 어처구니가 없는 걸 넘어 일종의 경외감을 느꼈다.
미국 프로스포츠의 역사에서 G.O.A.T로 평가받는 이들이 만들어낸 수없이 많은 일화가 있다.
눈을 감고 자유투를 성공한 마이클 조던의 일화야 너무나도 유명한 것이고, MLB의 전설 중 하나인 그렉 매덕스는 고의 사구를 지시한 투수 코치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첫 공은 바깥쪽 포심 스트라이크. 두 번째 공은 그보다 조금 위 투심 스트라이크. 세 번째 공으로 볼이 확실한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면 쟤는 슬슬 헷갈릴 거야. 그런 다음에 마지막 공으로 몸쪽 투심을 던지면 파울 플라이로 잡을걸?”]당시 투수코치로부터 이를 전달받은 바비 콕스는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실제로 일이 그렇게 진행되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NHL의 영원한 G.O.A.T로 남을 웨인 그레츠키 역시 수비수에게 자신의 행동을 먼저 알렸던 걸로 유명하다.
상대에게 대처할 방법을 전부 말해주고도 그것마저 뛰어넘을 자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인데, 지금의 김다온 역시 크리스천 풀리식에게 비슷한 말을 하고 있었다.
마치, 감독이 선수에게 할 법한 행동이었다.
“…….”
역대 최고를 뛰어넘으려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느끼는 지금, 그렉 버홀터는 정우영의 실수를 틈탄 미국의 역습에 잠시 희망을 품는다.
하지만.
“?!”
웨스톤 맥케니가 찔러 보낸 공간 패스를 바라보며 침투한 조반니 레이나의 발이 멈추는 걸 보며 다시 힘이 풀린다.
수비 퍼포먼스만을 놓고 보면, 김민재는 사실 김다온보다 훨씬 더 큰 절망을 선보여왔다. PL 풀타임 단 1년 만에, 최고를 논하던 버질 판데이크를 뛰어넘었다.
볼을 선점한 김민재가 오른쪽 김다온에 패스를 보내고, 전방을 슬쩍 바라본 뒤 오른발을 휘둘러 비어있던 곳으로 정확히 뛰어 들어간 조규성에게 공을 배달한다.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던 팀 림(Tim Ream)과 안토니 로빈슨(Antonee Robinson)이 침투를 허락한다.
그렇게 한 번의 패스로 수비가 무너지고, 페널티 박스로 침투에 성공한 조규성이 어려운 각도에서 슈팅을 가져간다.
펑-!
먼 쪽 포스트를 향한 날카로운 슈팅.
움찔하며 몸을 날린 맷 터너(Matt Turner)가 오른쪽 팔을 쭉 뻗어 가까스로 저지해낸다.
하지만 손바닥에 맞은 축구공은 주인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고, 순간적으로 발이 무뎌진 미국의 선수들이 멍한 틈을 타 손흥민이 루즈볼을 향해 달려든다.
그리고 이런 미국 선수들이 보여준 게으름의 대가는 전반전 두 번째 실점이란 뼈아픈 결과로 이어지고 만다.
촤라라랑-!
삑! 삐?익!
{“—!!!!”}
터질 듯 터질 듯 터지지 않던 상암의 함성이 다시금 뜨겁게 불타오르고, 루즈볼을 처리해 득점에 성공한 손흥민이 카메라의 앞으로 다가가 양손을 모은다.
특유의 찰칵 셀레브레이션에, 이를 큰 화면으로 본 대한민국의 팬들은 더욱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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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트롱)
“치명적인 실점입니다! 축구에서 발을 멈추게 되면, 언제나 이런 대가를 치르게 되는 법이죠. 이번 경험으로 저 선수들이 깨닫기를 바랍니다. 한국과 같은 팀을 상대로, 조금만 느슨하게 되어도 실점이 나온다는 걸요. 브라질과 비기고, 우루과이와 세네갈을 잡아낸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닙니다. That team is so Strong. 한국의 실력이, Team U.S.A를 실험해 들게 하고 있습니다.”
***
.후반 20분
대한민국 3 : 0 미국
거의 일방적인 경기다.
전반전이 끝나갈 무렵에 나온 흥민이 형의 추가득점은 미국의 싸울 의지를 꺾어버렸던 것 같다.
평가전이라 가능했던 일이었겠지만, 한편으론 미국 선수들의 정신력이 얼마나 약한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기도 했다.
리더십의 부재가 가장 커 보였는데, ‘Captain America’란 화려한 별명의 풀리식과 ‘Borderline Genius’ 조반니 레이나 모두 아직 어리다는 게 문제인 것 같았다.
경기가 마음대로 풀리지 않자, 가장 먼저 플레이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도 이 둘이다.
그러면 다른 쪽에서 균형을 잡는 리더십을 발휘해주어야 했는데, 주장 타일러 아담스(Tyler Adams)의 영향력은 생각만큼 크지 않은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젊은 팀의 문제기도 하다.
한번 흐름을 타서 기세를 이어 나갈 땐 최강의 팀을 상대로도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플레이에 짜증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본래 있던 실력도 사라지고 만다.
결국 그렇게 양쪽에서 경고까지 받는 등 퍼포먼스가 떨어지자, 조금 전 그렉 버홀터가 교체를 단행했다.
라이베리아의 전설인 조지 웨아(George Weah)의 아들 티모시 웨아(Timothy Wea)와 정통 9번(ST) 헤수스 페레이라(Jesus Fereira)를 투입한 거다.
하지만 이것이 딱히 상황을 바꿀 선택이 아니었던 건, 풀리식보다 웨아의 경험이 더 일천하기 때문이다.
탁-
“?!”
빅리그 레벨에 적합한 빠른 템포를 지닌 윙이긴 했지만, 티모시 웨아는 기본적으로 오른발 의존도가 높다.
그래서 지금처럼 인버티드(Inverted/반대 발) 포지션에 자리할 때면, 본인이 가장 편하게 발을 쓸 수 있는 곳으로 드리블 하는 것을 선호했다.
처음부터 왼쪽 돌파를 배제하고 안쪽만을 놓고 수비를 한 게 간단히 적중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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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 조선 TV 캐스터
“또 막아냅니다!”
(박성문) – 조선 TV 해설위원
“이야- 정말 대단합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체감상으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돌파를 허용하지 않았거든요? 전반전 크리스천 풀리식에 이어, 티모시 웨아마저도 완벽하게 막아내고 있는 김다온입니다.”
.
“Hey, Kid!!”
“?”
“그게 네가 가진 전부야?!”
“…….”
“더 보여달라고. 너무 쉽잖아.”
만약 축구에도 Trash Talker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면, 나는 아마도 거기에 가까운 사람일 것이다.
처음엔 동양인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강하게 나섰던 게, 어느샌가 나라는 사람의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상대가 강하고 저열하게 나오면 나올수록, 이런 내 성향은 더 커지곤 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조금 맥이 빠진다.
티모시 웨아는 금세 위축된 모습이 됐다.
2020/21 시즌 LOSC 릴의 깜짝 리그앙 우승을 이끌었다곤 해도, 웨아는 나보다 7살이나 어린 젊은 친구다.
‘너무 거칠게 다루진 말까?’
시무룩한 웨아의 모습에 입을 사용하는 걸 조금 자제하기로 하며, 볼 전개에 맞춰 포지셔닝을 가져갔다.
말했듯 오늘은 경기 초반부터 전방의 움직임이 무척 좋았는데, 재성이 형이 빠지고 희찬이가 투입된 지금도 활발한 전방 압박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같은 이유로 전방의 움직임이 많았기에, 벤투 감독님은 체력을 고려해 또 다른 교체를 준비하고 계셨다.
이번 6월 평가전에서 유일하게 출전하지 못한 승범이가 대기 중이었는데, 저러면 강인이가 빠질 것 같다.
본인이 썩 좋아하진 않을 텐데.
오늘 워낙 폼이 좋았다.
삐-익!
볼 데드가 된 상황에서 주심의 휘슬이 불리고, 대기심이 있는 쪽을 바라본 나는 벤투 감독님이 과감한 선택을 했다는 걸 확인하곤 눈이 조금 커졌다.
벤투 감독님의 선택은 강인이가 아닌 인범이를 빼는 거였는데, 그와 동시에 수신호가 전해졌다.
기존 4-2-3-1에서 초창기에 자주 사용한 4-1-4-1로의 변경으로, 최근 우리가 월드컵을 겨냥해 약간의 변형을 주어 준비해온 전형이기도 했다.
하지만 준비해온 것을 하려면 추가적인 변화가 필요했는데, 얼마가 더 지났을 때 다시 교체가 이뤄졌다.
문환이가 대기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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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문)
“이렇게 되면……. 누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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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그러니까 내가 부상으로 쉬었을 때 벤투 감독님이 쓴 4-1-4-1은 성용이 형이 대표팀에 있었기에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던 전술이었다.
앵커로 뛰며 동시에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로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었던 성용이 형은 라볼피아나(Lavolpiana)로서 완벽한 선수였다.
반면 우영이 형은 이런 볼란치(Volante)보다는 포백을 보호하는 피보테(Pivote)적인 성격이 짙다.
가뜩이나 후방 빌드업에 힘을 주는 벤투 감독님이기에, 우영이 형의 단점은 4-1-4-1의 피보테로 활약기엔 많은 부족함을 드러냈다.
벤투 감독님 부임 초기 대표팀의 경기력이 불안했던 가장 큰 이유이며, 한국이라는 축구 시장의 잠재력에 관한 신뢰를 잃었던 것도 같은 부분 때문이었다.
제아무리 측면에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어도, 허리가 부실하면 제대로 된 성능을 낼 수 없다.
하물며 그것이 후방빌드업 중심의 철학을 지닌 감독이라면, 맡은 팀의 한계를 정해두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대한민국의 선수 교체입니다. 3번 김진수가 나오고, 12번 김문환이…….”】
이번 6월부터, 벤투 감독님은 내가 왼쪽에 있을 때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중에서도 특히 중원에서의 영향력에 주목하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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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문)
“이렇게 되면 다시 왼쪽 김다온입니다. 이번 6월에 새롭게 벤투 감독이 선보인 전술이거든요? 오른쪽 김문환 왼쪽 김다온. 상대의 윙어 중 오른쪽이 더 강하다고 판단되면, 얼마든지 이런 식의 선수 용병술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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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우 미국의 오른쪽 윙이 특별히 강한 것은 아니지만, 후방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상대를 빨아들이는 효과를 낼 수는 있을 것 같았다.
기존 4-2-3-1과는 다르게 지금과 같은 4-1-4-1 상황에선, 내가 중앙으로 이동해 3-1-3-3을 형성한 것과 같은 포지셔닝을 만들 수 있다.
우영이 형을 아예 센터백으로 내려보내고, 내가 볼란치가 되어 플레이메이킹을 담당하는 것이다.
측면으로 전방 깊숙이 침투해 플레이하는 빈도는 줄어들겠지만, 후방을 단단히 하여 앞서는 점수를 치켜낸다는 점에서는 훨씬 수월히 플레이할 수 있다.
무득점 패배를 면하길 바라는 미국은 의욕이 떨어져 보이는 와중에도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해왔다.
그에 한두 차례 위험한 상황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민재가 적절히 수비해내며 무난하게 넘어갔다.
하지만 지금처럼 이렇게 3-1-3-3이 되어버리면, 미국의 전방 압박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다.
“민재!”
민재에게서 볼을 받음과 동시에 몸을 돌려, 압박을 가해오던 켈린 아코스타(Kelin Acosta)를 벗겨낸다.
말했듯 미국의 라인은 상당히 올라온 상태였는데, 최전방 아래의 압박이 벗겨지자 금세 취약한 부분을 드러냈다.
전진과 후퇴의 사이에서 망설이던 타일러 아담스가 제자리 유지라는 최악의 판단을 보여주고, 덕분에 손쉽게 다음 판단을 가져갈 수 있었던 난 오른쪽 공간을 바라봤다.
미국은 흥민이 형 쪽의 풀백을 낮게 놓아두고, 반대 방향을 끌어 올리는 전형적인 선택을 했다.
그래서 오른쪽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공간이 있었는데, 후반전 쌩쌩한 컨디션으로 투입된 희찬이의 힘을 상대하는 건 안토니 로빈슨에겐 꽤 힘든 일이었다.
몸을 부딪쳐가며 힘으로 희찬이를 밀어내려고 하지만, 튼튼한 허벅지를 과시한 희찬이가 차징을 버텨내며 수비를 밀어버리는 것에 성공했다.
휘청거리며 속도가 늦춰진 안토니 로빈슨이 그렇게 멀어지고, 박스 안까지 드리블에 성공한 희찬이가 안쪽을 슬쩍 바라보더니 컷백을 가져간다.
후퇴하는 미국의 수비 사이로 패스가 전해지고, 그것을 전달받은 강인이는 왼발 안쪽을 사용해 볼을 골대와 반대 방향으로 밀어 넣는다.
왼발에 관한 의존도가 크다는 단점이 드러난 순간이지만, 오늘 워낙 폼이 좋기에 일단은 기다려 본다.
강인이의 앞을 막은 맥케니.
바로 다음 동작이 이어진다.
‘어?’
한 차례 어깨로 페인트 동작을 건 후 반대 방향으로 볼을 밀어 넣은 순간, 맥케니의 발이 강인이를 걸었다.
곧바로 강인이는 피치 위에 넘어졌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목소리를 높이려던 순간 주심이 휘슬을 강하게 불며 페널티 스폿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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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페널티-! 또 페널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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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당한 맥케니가 얼굴을 감싸쥐고 좌절하는 사이, 벌떡 일어선 강인이가 볼의 앞으로 다가선다.
처음엔 또 P.K를 본인이 처리하려고 저런다고 생각했었는데, 뜻밖에도 강인이는 손을 뻗으며 나를 가리켰다. 심지어 얼른 오라는 듯 손을 휘젓기까지 했다.
벤치를 돌아본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페널티박스 쪽으로 달려갔고, 이윽고 내게 볼을 넘기는 강인이를 보았다.
“형이 차요.”
“야.”
“아까 양보받았으니까. 이번엔 제 차례예요.”
“……하!”
넘겨받은 공을 든 채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가족들이 앉아 있는 곳을 바라보고 말았다.
‘여보. 보여? 강인이가 다 컸어.’
어째서 어린 친구들은 이렇게 빨리 자라는 걸까?
뭔가 모를 벅차오름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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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문)
“왜죠? 요즘 한국 경기를 보면 좀처럼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아- 강해요, 대한민국. 정말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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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살아보면 놀랄 일 투성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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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
대한민국 4 : 0 미국
[골] 이강인 : 전반 01분(P.K)손흥민 : 전반 42분
정우영 : 후반 08분(조규성)
김다온 : 후반 27분(P.K)
김다온 ? 95분 출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