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14)
1234화 When I was Young (2)
2022년 7월 5일. 맨체스터 M11 3DU, 잉글랜드. 13 로슬리 스트리트. 에티하드 캠퍼스. 퍼스트 팀 피치.
스포츠가 거대한 산업이 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어졌다.
흔히들 그런 걸 마케팅으로 묶어서 표현하는데, 축구는 그것 말고도 수입을 얻을 방법이 있는 특수한 종목이었다. 모두가 잘 아는 선수 이적이 바로 그것이다.
모든 축구 클럽은 선수의 판매로 큰 수입을 얻을 수 있고, 그래서 이는 축구 클럽 운영의 핵심이 되었다.
얼마나 우수한 재능을 확보하느냐는 단순하게 클럽의 성적을 좌우하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경영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담당하게 됐다.
그리고 우리처럼 돈이 간절하지 않은 클럽에도, 이적 시장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어제와 오늘, 우린 그 효과를 실감하는 중이다.
“오-!”
현재 나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든 녀석은 아카데미 소속의 리코 루이스(Rico Lewis)다.
맨체스터에서 태어나 8살에 시티 아카데미와 계약한 로컬 보이로, 현재도 시내에 복싱 짐을 가진 전직 타이 복싱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밑에서 성장했다.
아카데미에서의 평가는 발이 빠르고 축구 지능도 좋아 베테랑처럼 뛴다는 것이었다.
“쟤 잘하는데?”
“그러니까.”
고작 이틀일 뿐이지만, 리코는 모든 이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고 있다. 만약 이런 기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프리시즌 도중 EDS 콜업도 가능할 거다.
아카데미에 머무는 것과 EDS로 콜업되는 건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는데, 프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것이지만 1군 팀에서 뛸 기회가 주어진다는 게 가장 크다.
현재 시티는 EDS가 아닌 아카데미 선수는 1군 팀에서 뛰게 하지 않고 있다.
“조슈아도 열심이야.”
“그러게.”
“쟤네한테는 기회잖아.”
이제 베르나르두와 나의 눈은 조금 전 리코에게 한 방을 얻어맞은 녀석에게로 향한다.
런던 출신으로 웨스트햄 유스에서 뛰다 2021년 여름 시티로 합류한 조슈아 윌슨-에스브랜드(Joshua Wilson-Esbrand)가 그 주인공이다.
클럽 내에서는 전부터 꽤 주목받던 친구다.
펩이 진첸코와 지오의 이적을 큰 고민 없이 결정한 것도, 언젠간 조슈아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수준급으로 평가받는 풀백이 될 것임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작년 카라바오컵 위컴 원더러스와의 경기에서 첫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는데, 지난 2월 5년짜리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장기 동행이 확정됐다.
이렇듯 재능을 인정받는 잉글랜드산(産) 두 어린 풀백은, 주앙과 지오의 이적으로 생긴 기회를 손에 넣으려 하고 있다.
“오우-!!”
“바로 그거지, 조슈아!!”
“20유로 내놔.”
“누구야? 누가 내기했어??”
“…….”
리코와 조슈아의 1:1을 두고, 어딘가의 누군가가 내기를 했는가 보다.
프리시즌에서는 가끔 이렇게 젊은 친구들끼리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지곤 하는데, 이 시기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으로 꽤 흥미진진한 볼거리다.
그래서 저렇게 몰래 내기를 하는데, 돈을 딴 것에 흥분해 목소리를 높이는 바보 같은 짓을 저질렀다.
범인(?)을 색출하기 위해 로돌포가 움직이고, 리코와 조슈아에게 주목을 빼앗긴 다른 젊은 녀석들이 본인의 기량을 뽐내기 위해 더욱 열심히 움직였다.
풀백만큼은 아니어도 다른 포지션 역시 경쟁이 치열했는데, 훌리안 알바레스는 살아남기 위한 노력 중이었다.
리오/엘링/포든/흥민/리야드가 있는 시티의 공격진은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지만, 임대를 또 떠나기 싫은 알바레스는 스쿼드 끝자락에라도 진입하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리오의 존재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에 시대적으로도 ‘Messi Kid’에 해당하는 알바레스는 리오의 열렬한 신봉자로 이틀 내내 곁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쿤이 은퇴하게 되며 리오와 보낼 시간이 많아졌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리를 알바레스가 쏙 가져가 버렸다.
실제 플레이 스타일도 쿤과 비슷해 ‘제2의 세르히오 아궤로’란 평을 듣고 있는데, 하는 행동까지 비슷하다 보니 어린 쿤이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느꼈다.
이렇게 누군가가 떠난 자리는 자칫 해이해질 수도 있는 팀에 큰 윤활유가 되어 주고 있다.
촤랑-!!
“오- 좋은 마무리였어.”
“Vamos, 엘링! 보고만 있을 거야?!”
“Fuck You!!”
“낄낄낄낄.”
알바레스와 경쟁구도를 만들려는 베르나르두의 수작을 사전에 차단한 엘링을 보며, 쉬고 있는 우리 쪽에서 크고 작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며칠 뒤에 한국으로 향하게 될 선수는 총 25명.
수술로 재활 중인 리크와 수술은 하지 않았으나 부상을 안고 있는 스톤스와 군도는 이곳에 머물 예정이다.
외의 다른 1군 선수들은 별다른 일이 없는 이상 한국으로 함께 날아갈 것이며, 남은 자리를 EDS와 아카데미 친구들이 채우게 될 거다.
과연 누가 새로운 시티의 얼굴이 될까?
난 즐거운 마음으로 기대하고 있다.
촤—악!!
“오우, 쟤네 둘 붙겠다.”
“뛰어!”
다소 깊은 태클을 시도한 조슈아와 거기에 걸린 리코가 신경전을 펼치고, 가까운 곳에 있던 나와 베르나르두가 얼른 일어나서 둘을 떼어놓았다.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껏 드높아진 열기.
이젠 그것을 조금 식힐 시간이다.
***
※ 2022/23 맨체스터 시티 1군 스쿼드
-> () 안은 나이/몸값(유로)
-> 나이는 2022년 7월 1일 기준
GK ? 에데르송(28세/6,000만)
GK ? 슈테판 오르테가(29세/650만)
GK ? 스콧 카슨(36세/30만)
RB ? 김다온(28세/2억 7,000만)
RB ? 키런 트리피어(31세/3,300만)
CB ? 김민재(26세/1억 4,000만)
CB ? 후벵 디아스(25세/1억)
CB ? 에므리크 라포르트(28세/5,000만)
CB ? 존 스톤스(28세/4,500만)
CB ? 네이선 아케(27세/4,500만)
DM ? 로드리(26세/1억)
DM ? 주드 벨링엄(19세/5,000만)
CM ? 일카이 귄도안(31세/3,500만)
AM ? 케빈 더브라위너(31세/1억 2,000만)
AM ? 베르나르두 실바(27세/1억 2,000만)
AM ? 콜 파머(20세/2,5000만)
RW ? 리오넬 메시(35세/7,000만)
RW ? 리야드 마레즈(31세/4,500만)
LW ? 필 포든(22세/1억 4,000만)
LW ? 손흥민(29세/1억 1,000만)
ST ? 엘링 홀란(21세/2억 1,000만)
ST ? 훌리안 알바레스(22세/6,000만)
이상 22인
Man City Home Grown(6명) ? 스콧 카슨/키런 트리피어/존 스톤스/네이선 아케/콜 파머/필 포든
.
.
[홈 그로운으로 인해 23인 스쿼드로 시즌을 시작할 수도 있는 맨체스터 시티 : 이들은 남은 한 자리의 보강을 왼쪽 풀백에 사용할 것이며, 외의 영입 없이 23인으로 2022/23 시즌을 보낼 수 있다. – 레녹스 베이커 Via Twitter]***
2022년 7월 10일. 대한민국.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필승로 368. 파주 풋볼팬타지움.
오는 20일부터 시작될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일본을 제외한 해외파가 없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소집됐다.
월드컵 엔트리 합류가 예상되는 몇몇 K리그 선수들을 제외하면, 현재보다는 미래를 바라본 스쿼드였다. 벤투 역시 우승보다는 경험을 쌓는 부분에 더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대표팀에 합류한 젊은 선수들은 본인의 실력을 보여 주기 위해 몸이 잔뜩 달았다.
대표팀에서의 활약이 유럽 등으로의 진출과 밀접하게 관련 있다는 걸, 수많은 선배가 몸소 증명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엔 이동경/이동준이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이 본인이라 생각 중이다.
“전부 태도가 좋아.”
소집 첫날 선수들의 눈빛과 태도를 본 파울루 벤투가 세르지우 코스타에게 만족감을 표현한다.
성장이 정체된 강현묵/정상빈 등의 탈락은 아쉽게 다가왔지만, 새로운 얼굴들이 그 자리를 채워내며 한국에 더 많은 재능이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특히 좋았던 건 이번 대표팀에 뽑힌 선수들의 개성이 무척 다양하단 사실이었다.
전형적인 테크니션인 고영준과 체격 좋은 동유럽권의 용병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힘을 가진 이진용. 다재다능함을 보여 주는 풀백 김태환. 그리고 화려한 플레이를 밥 먹듯 해내는 강성진에 이르기까지.
대형 센터백으로 일찍이 주목받아온 이한범과 더불어, 이들을 향한 기대는 상당했다.
“포지션이 고민이로군.”
월드컵 팀과 똑같은 4-2-3-1과 현 스쿼드에 보다 적합한 4-3-3의 사이에서, 파울루 벤투는 즐거운 고민을 이어 나가고 있다.
시간이 충분한 만큼, 어느 정도 훈련을 진행한 후에 정해도 별문제는 없다.
그렇지만 이것 자체로 기분이 좋은 일이라, 벤투는 미소를 감춘 채 동아시안컵 스쿼드의 관찰을 이어 나갔다.
“목소리가 작다-!!”
“애기들 뭐 하냐?!”
“어-이!!”
“파이티잉-!!”
김다온과 김민재의 행동을 보고 배운 이들이 현재 대표팀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김문환과 백승호는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젊은 선수들을 이끄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이는 김문환/조규성처럼 대표팀의 중간층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다행히 선배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아,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모범을 보여 주는 중이다.
“더 열심히!! 훈련이 장난이야?!”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선순환은 이 팀이 가진 재능과 미래만큼 확실하다.
***
※ 2022 Dream Cup 일정
2022.07.21. 맨체스터 시티 VS 전북
2022.07.22. SL 벤피카 VS 서울
2022.07.25. 패배팀 1 VS 패배팀 2
2022.07.26. 승리팀 1 VS 승리팀 2
***
2022년 7월 17일. 맨체스터 WA15 0NJ 잉글랜드. 헤일, 알트링엄 16 힐 탑.
“짐은 다 쌌어?”
“응. 수호는 자?”
“응.”
수호를 재우고 온 아영이가 바로 곁에 앉는다.
내일, 난 다시 한국으로 출국한다.
펩은 오늘 드림컵에 참가할 8명의 EDS를 포함한 27인 스쿼드를 발표했는데, 본래는 25인으로 명단을 꾸리려고 했으나 훈련 성과가 좋아 두 자리가 늘었다.
“자기 일은 잘되어 가?”
“그럼. 당연하지.”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은 아내는 최근 밤을 새우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최대한 육아를 돕고 있었는데, 내일부터는 그럴 수 없는 관계로 부모님이 다시 집을 찾는다.
수호가 할아버지/할머니와 노는 걸 워낙에 좋아하는지라, 아영이에게 큰 도움이 될 걸로 보고 있다.
물론 아내는 조금 힘들어도 부모님께 손을 벌리는 것보다는 나와 둘이서 지내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조금 미안하고 또 아쉬웠지만, 우린 언제나처럼 서로를 이해하며 최선의 행동을 했다.
“곧 있으면 벌써 10년이네.”
“그러게. 벌써 그러네.”
“시간 빠르다.”
“자기가 처음 나한테 번호 줄 때 줬던 펜 기억나?”
“아, 몰라.”
“왜? 부끄러워?”
“응.”
얼마 뒤면 만난 지 10년째를 맞는 우리는 서로를 위한 선물을 준비하는 중이다.
비싸고 화려한 것도 좋겠지만, 풋풋했던 과거와 서로의 중요함을 되새길 수 있는 무언가가 더 좋겠다는 것에 입을 맞춘 상태다.
솔직히 축구보다 어려운 일이어서, 요즘 틈이 날 때마다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모처럼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었던 아영이가 먼저 침실로 들어가고, 곧 뒤따라가겠다고 말한 나는 다시 랩톱으로 시선을 옮겼다.
시티 메디컬 팀으로부터 받은 나의 자세한 몸 상태에 관한 보고서인데, 작년과 별다른 차이는 없지만 몇 개의 지표가 떨어진 것에 눈이 갔다.
밑에 달린 주석에 따르면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수치가 떨어지는 거란다.
한국 나이론 나도 벌써 서른이었고, 내년 12월이 되면 빼도 박도 못하는 서른이 된다. 언제까지고 팔팔한 나이일 줄 알았는데, 어느새 나이가 이렇게 됐다.
연상에다 나이에 민감한 아내에겐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순 없어, 늘 이렇게 홀로 생각에 잠기곤 한다.
물론 함께 나이를 먹어 가는 친구들이 있어 딱히 외롭거나 큰 고민이 되진 않았지만, 요즘 들어 슬슬 다음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 역시 사실이었다.
특히나 이번 프리시즌 리코와 조슈아의 활약을 보면서는 후배들에게 무언가를 물려주는 걸 생각하게 됐다.
‘19년… 아니, 20년인가?’
아버지를 졸라 축구부에 들어갔던 게 초등학교 1학년인지 2학년인지 잘 기억나지 않았다.
딱히 좋은 기억이 많지 않은 학창 시절이지만, 그렇기에 더욱 좋은 유소년 문화를 만드는 일에 몰두했던 것도 같다. 나쁜 경험도 경험은 경험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아카데미 내에 따돌림이 있다는 걸 알았을 때, 발 빠르게 대처할 수도 있었다.
인생의 2/3을 축구라는 녀석과 함께하다 보니, 축구가 없는 삶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다. 이런 주제에 깔끔히 은퇴하겠다고 생각했으니, 참 우스운 결심이었다.
“…….”
딸깍-
본래는 메디컬 팀의 보고서를 끈 뒤에 곧장 침실로 향하려고 했지만, 조금 더 보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
그래서 조용히 침실의 문을 열어 아영이를 확인했는데, 아내는 어느새 곤히 잠들어 있었다. 모처럼 일찍 자기도 하는 거라, 잠시만 더 조용히 놔둘까 한다.
물론 이것도 핑계긴 하지만 말이다.
‘아래층으로 갈까?’
수호의 방과 연결된 베이비 모니터를 챙겨, 나는 허기짐을 채울 겸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몸을 만드는 단계라 야식은 꿈도 꿀 수 없고 우유나 조금 데워서 마실까 했다. 마시멜로가 없는 핫초코 한 잔 정도라면 마셔도 아무 문제가 없다.
스틱을 따 파우더를 잔에다 채운 후, 조용히 냄비를 꺼내 우유를 따르고 불 위에 놓아뒀다.
그러는 동안, 랩톱에 집중했다.
‘많이 컸네.’
시티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링크를 타고 들어가다 보면, 모든 유스 레벨의 풀(Full) 경기를 시청할 수 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건 U-17 팀의 경기로, 월반한 우진이와 오게가 뛰었다. 우진이는 벌써 180cm였고, 오게도 몰라보게 체격이 자라 175cm가 되었다.
성장이 만족스럽지 않아 아카데미를 떠나게 된 로비와 카이를 빼면, Team CFG를 통해 시티와 계약한 모두가 아직 함께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을 받는 게 우진이와 오게로, 향후 2년 내에 EDS 합류가 점쳐진다.
“오-!”
지금도 화면 속에서는 오게의 절묘한 침투 패스를 받은 우진이가 깔끔하게 볼을 밀어 넣어 득점을 만들었다.
“후루룩-”
전에는 마냥 농담처럼 느껴졌지만, 요즘은 어쩌면 정말로 Team CFG의 꼬마들과 1군 무대에서 함께 뛰는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빠르게 데뷔하면 보통 17~18세인 만큼, 앞으로 2, 3년 뒤에는 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에이, 아니지. 너무 성급했어.”
상대 압박에 당황한 오게가 브라이튼 유스에 볼을 넘겨주고, 혀를 차며 아쉬워하는 날 보기라도 한 듯 매섭게 내달린 오게는 곧바로 볼을 되찾아왔다.
기술이 아닌 순수한 힘을 사용한 몸싸움으로 볼을 강탈한 건데, 전이었다면 생각할 수도 없는 장면이었다.
얼굴도 선이 상당히 굵어졌다.
지금의 모습만을 보고 있으면, 미소년처럼 성장할 거란 과거의 예상은 가볍게 빗나갈 것 같다. 오게의 아버지 모습을 떠올리면 무리도 아니긴 하다.
반면 우진이는 키도 크고 얼굴도 조금 변했지만,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우진이의 장난기 어린 행동들은 아카데미를 넘어 퍼스트 팀 센터까지도 전해지곤 했다.
아카데미에 새롭게 합류한 선수에게 가장 먼저 다가서는 것도 우진이였는데, 이러한 모습 때문에 U-15 팀에서 주장을 맡았던 거다.
문득, 다른 아이들이 궁금해졌다.
시계를 보니 밤 11시가 넘었다.
“쓰읍- 조금만 더 해 볼까?”
하지만 난 이대로 잠이 들기 싫었고, 다른 아이들의 모습을 확인해 보기로 하며 랩톱을 끄고 휴대전화를 들었다.
그리곤 알람을 비활성화해 둔 스냅챗의 채팅방에 접속해, 지금도 활발히 교류를 이어 나가고 있는 Team CFG 전체에 메시지 하나를 남겼다.
다들 잘 지내고 있느냐고.
예상대로.
띠링-
“하하. 역시네.”
답장은 바로 도착했다.
정신없이 메시지가 올라가고, 나는 아이들에게 일찍 잠들지 않고 뭘 하고 있었냐며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게임 중이었다거나 유튜브 등을 보고 있었단 답이 이어졌다.
“후후후.”
톡- 토독- 토독.
몸보다 마음이 더 상처받았던 나를 일으켜 세워 준 건, 아내와 바로 여기에 있는 이 아이들이다. 그중 하나라도 없었다면, 난 결코 다시 돌아오지 못했을 거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아이들이 내게 준 것들에 감사하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루틴을 벗어난 일탈(逸脫)조차 축구라는 게 조금 우습게 느껴졌지만, 현재 즐거움을 느끼는 건 축구뿐이기에 이 시간이 조금도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마다 사진을 보내오는 아이들.
그래서 나도 사진을 찍어.
찰칵-
스냅챗 채팅방에 띄웠다.
자정이 넘은 늦은 밤, 나의 평화로운 하루는 최고의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아니, 최고의 시작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