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17)
1237화 When I was Young (5)
2022년 7월 26일.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로 240.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 시작 1시간 전
맨체스터 시티 0 : 0 SL 벤피카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3-4-2-1/4-2-3-1
GK ? 에데르송 / GK ? 오디세아스 블라호디모스
RCB ? 후벵 디아스 / RB ? 알렉산데르 바
CB ? 김민재 / RCB ? 안토니우 실바
LCB ? 네이선 아케 / LCB ? 니콜라스 오타멘디
RWB ? 키런 트리피어 / RB ?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RCM ? 로드리 / RCM ? 엔초 페르난데스
LCM ? 베르나르두 실바 / LCM ? 황인범
LWB ? 김다온 / RAM ? 하파 실바
RAM ? 리야드 마레즈 / CAM ? 이강인
LAM ? 필 포든 / LAM ? 율리안 드락슬러
ST ? 손흥민 / ST ? 곤살루 하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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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시티가 한국 투어를 결정했을 때, 대한축구협회는 두 개의 대회 컨셉을 두고 고민했다.
하나는 K리그 단일 올스타를 구성해 시티와 경기를 치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번 드림컵의 기초가 된 4개 클럽을 초청한 이벤트성 대회였다.
이에 대해 시티는 전자를 택하고 미국 투어 일정을 끼워 넣으려고 했지만, 어디선가 소문을 전해 들은 벤피카가 끼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 시즌 포르투갈 리그 챔피언에 오른 SL 벤피카는 프리 시즌 파트너로 훌륭한 상대였고, 한국에서만 일정을 치러도 된다는 이점 역시 크게 다가왔다.
그렇게 이번, 드림 컵이 탄생했다.
“다오니-!”
“에-이!! 니코!!”
“오랜만이야!”
“네! 정말로요!”
초대(初代) 드림 컵 우승팀을 결정지을 매치를 앞두고 웜업을 하러 그라운드로 나서던 중, 복도에서 날 불러 세운은 반가운 얼굴을 마주했다.
후벵의 영입 때 사실상의 트레이드 형식으로 벤피카로 떠난 오타멘디가 그 주인공이다.
아까 다른 사람들은 니코와 앞서 만났었는데, 난 별도의 인터뷰가 있었던 지라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
시티에서 뛸 자리가 없어 벤피카로 떠난 니코는 지금, 새로운 시즌 SL 벤피카의 주장직을 맡을 만큼 클럽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안 그래?”
“하하. 그러니까요.”
다른 곳도 아닌 한국에서 재회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하는 니코가 어깨를 두드리며 먼저 그라운드로 나선다.
그리고 그의 뒤로 다른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는데, 난 자리에서 좀 더 기다려 그들을 맞았다. 시간이 많이 흘러 모습이 조금 변했지만, 어릴 적 얼굴들은 그래도 남아 있다.
“이런! 키가 많이 컸는데? 얼마야?”
“174cm요.”
“젠장. 이젠 꼬마 주앙이라고 못 놀리겠는걸?”
“절대 안 되죠. 쿡쿡쿡.”
벤피카의 유망주 중 하나인 주앙 네베스(Joao Neves)는 8살에 유스에 입단한 성골이다.
현재는 U-21 팀과 A팀을 오가고 있고, 언젠가 주앙 마리우의 뒤를 이어줄 거란 기대를 받는 중이다. 내게는 그저 꼬마 주앙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말이다.
이런 우리의 곁에 다른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는데, 2년의 임대 생활 끝에 드디어 처음으로 SL 벤피카에서 풀 시즌을 소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플로렌티누 루이스였다.
세이샬에 있는 SL 벤피카의 아카데미에서 가장 나를 잘 따르던 친구기도 했다.
지금도 플로렌티누는 환하게 웃으며 나를 꼭 끌어안았고, 곧이어 등장한 안토니오 실바(Antonio Silva)가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더니 빠르게 멀어졌다.
금방 떠난 안토니오 실바는 벤피카가 지난 2016년 스포르팅 C.P와 치열한 영입 경쟁을 펼친 끝에 아카데미로 데려왔던 우수한 센터백이다.
제주스 감독님이 제2의 후벵으로 만들겠다 점찍은 녀석이기도 한데, 오늘도 니코와 함께 선발 센터백으로 나섰다.
이렇게 예전에 알고 지낸 꼬맹이들과 회포(懷抱)를 나누고 있을 무렵, 한 친구가 내게 다가왔다.
[만나서 반가워요.]“응? 덴마크 어?”
[네. 전 덴마크인이니까요.]“오, 잠깐…….”
퍼뜩 덴마크어가 떠오르지 않았던 난, 잠시 고민하며 머리 한쪽에 쑤셔 박아둔 단어 사전을 꺼내 들었다.
[미안. 요즘 덴마크어는 도통 안 해서.] [하하. 이해해요. 전 당신의 팬이에요.] [고마워. 덴마크 어디에서 왔어?] [태어난 곳은 보되요.] [오-! 그럼 글림트?] [네. 하지만 마지막 2년은 노르셸란에 있었죠.] [진짜?]고개를 끄덕인 이 붉은 머리 친구의 이름은 안드레아스 시엘데루프(Andreas Schjelderup)다.
FC 노르셸란이 일찌감치 유망주로 점찍어 온 친구였는데, 얼마 전 훑어보았던 기사에서 벤피카가 900만 유로에 덴마크 출신을 영입했단 기사가 떠올랐다.
[네. 그게 바로 저예요.] [와-우. 멋진데? 벤피카는 어때?]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일단 당장은 세이샬에서 머물고 있고요. 하지만 정말 잘 대해 줘요.] [그래- 거긴 좋은 곳이야.] [하하. 저도 언젠간 시티로 가고 싶어요.] [안 될 것 없지.]과거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클럽이 그러했던 것처럼, 현재는 우리 시티도 어린 친구들의 드림 클럽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가까울지 멀지 모르는 미래의 일을 이야기하는 시엘데루프의 눈빛엔, 다양한 것에 관한 경외심이 숨어 있는 듯했다.
[그럼 나중에 보자.] [네.]시엘데루프에게 인사를 남기고 얼른 그라운드로 나서자, 여기저기에서 날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인 좀 해주세요~!!”}
{“김다온 선수~!!”}
{“사인요~!!”}
아직은 본격적인 웜업까진 여유가 있어, 난 팬들의 앞으로 다가가 그들이 건네는 펜과 종이를 받아 들었다. 곁으로 온 경호원이 사진은 안된다며 못을 박는다.
셀피가 안된다는 것으로, 이런 내 모습을 촬영하는 부분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다.
“여~ 인기인.”
“응?”
{“이강인이아!!”}
{“사인 좀요!!”}
조용하고 빠르게 지나갔으면 될 것을 괜히 내게 장난을 치다, 강인이 역시 팬들에게 붙잡혀 사인하게 됐다.
이러한 것을 귀찮게 여길 녀석은 아니지만, 먼저 움직일 수 있었던 난 강인이에게 수고하란 말 한마디를 남기며 스트레칭을 시작한 동료들에게로 얼른 달려갔다.
일찌감치 나와 저 반대편에서 몸을 풀던 인범이가 큰 소리를 내며 손을 저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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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맨체스터 시티와 벤피카. 전 세계 최고 클럽과 전 세계 최고의 셀링 클럽 간의 만남입니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건 양 팀에 무려 다섯 명의 한국인이 뛰고 있다는 사실인데, 다섯 명 모두 선발로 나섰습니다. 세계 최고의 수준을 지닌 클럽 간의 대결에서 이렇게나 많은 한국인 선수가 뛰는 모습은 아마도 처음…….”
.
서울의 한여름 밤 펼쳐지는 축구 축제에서, 현재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우리 한국인들이다.
***
시티의 우세가 예상되었던 시합이지만, 벤피카는 조금도 밀리지 않으며 훌륭한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그 중심엔, 핵심인 허리를 책임지는 세 명의 미드필드가 존재했다.
이강인-황인범-엔초 페르난데스.
두 명의 한국인과 한 명의 아르헨티나인으로 구성된 이 조합은 맨체스터 시티의 중원을 강하게 압박하여 잦은 실수를 유도해냈다.
지금만 해도 그랬다.
“이봐-!!”
계속되는 실책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펩 과르디올라가 로드리를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다급하게 일어난 로드리가 빠르게 움직여 수비진영으로 복귀하지만, 오늘 SL 벤피카가 보여주는 공수 전환의 속도는 PL 상위권의 팀과 견줘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엔초 페르난데스에서 이강인. 그리고 멀리 오른쪽으로 움직인 축구공은 라파 실파를 거쳐 빠른 오버래핑을 시도한 알렉산데르 바(Alexander Bah)에게 연결된다.
부모님의 영향으로 감비아 국적을 지니고는 있었지만, 2020년 11월 덴마크 국가대표로 데뷔한 알렉산데르 바는 평생을 덴마크에서만 살았다.
여섯 살 때 유스 생활을 시작했을 정도로 축구를 좋아했는데, 가진 열정에 비해 실력은 그리 돋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알렉산데르 바는 FC 노르셸란에서 뛰는 한 십대 선수의 플레이를 보게 되었고, 자신과 나이가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된 후 충격을 받았다.
며칠 뒤, 알렉산데르 바는 FC 푄의 코치에게 찾아가 포지션을 바꾸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철저히 무명으로 커리어를 마감할 수도 있었던 축구 선수가, 풀백 변환을 통해 SL 벤피카까지 진출하게 된 계기였다.
당시 알렉산데르 바가 보았던 축구 선수는 당연히 김다온이었고, 이후 푹 빠진 선수의 플레이를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한 알렉산데르 바는 몇 년 후 덴마크 하부 리그를 지배했다.
그러다 2018년 쇠네르위스케로 이적하며 덴마크 1부 리그에 데뷔했고, 그해 덴마크 최고의 젊은 수비수로 평가받음과 동시에 덴마크 국가대표 유니폼도 입게 되었다.
이런 스토리를 가진 알렉산데르 바의 가장 큰 장점은 날카로운 크로스다.
탁- 탁- 탁- 탁-
‘가까운 쪽.’
라파 실바가 찔러보낸 패스를 향해 달려 나가던 알렉산데르 바가 안쪽을 흘끔 바라보며 크로스의 방향을 전한다.
킥을 하는 지점이 다소 애매하긴 했지만, 덴마크 리그 최고의 낮은 크로스/컷백 장인으로 불렸기에 언제 어떠한 위치에서도 제대로 볼을 보낼 거란 자신이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가 가만히 있진 않겠지만, 바는 자신과 벤피카의 스트라이커 곤살루 하무스를 믿었다.
그러나.
파팡-!
“?!!”
“…….”
알렉산데르 바는 곤살루 하무스의 경쟁력이나 자신의 킥이 아닌, 다른 부분을 신경 써야 했다는 걸 깨달았다.
‘도대체 언제?’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크로스를 방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래서부터 오버랩을 해 올라왔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알렉산데르 바는 현재 커다란 놀라움을 느끼는 중이다.
“후우~”
“…….”
직전 상황에서 김다온은 라파 실바에게 붙어 있었다.
한데 지금, 크로스를 차단했다.
알렉산데르 바는 자신이 망설였던 건지를 잠시 고민했지만, 공간으로 굴러온 패스를 크로스하기 좋게 한번 잡아놓았던 것이 전부였다.
그런 뒤엔 바로 안쪽을 쳐다봤고, 목표지점을 정하곤 오른발을 휘둘렀다.
‘이걸 따라붙었다고? 진짜?’
윙(Wing)이었다면 크로스가 막힌 부분만을 순수하게 아쉬워했겠지만, 풀백이었기에 알렉산데르 바는 김다온의 리커버리(Recovery) 속도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지를 알았다.
단순히 민첩성과 순간 가속에 좋다고 해서 가능한 수준의 수비가 아니다.
더구나 상황이 SL 벤피카가 중원에서 볼을 빼앗아 역습을 가져가던 때란 것을 생각하면, 신체적인 능력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어야만 지금과 같은 장면을 만들 수 있다.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침착함. 흐름의 정확한 맥을 짚는 판단력. 그리고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을 때 빠르게 내리는 과감한 결단력에 이르기까지.
언급한 요소들 중 단 하나라도 결여되어 있다면, 지금과 같은 수비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알렉스! 알렉스!!”
“?”
수비 장면 하나에 팀의 오른쪽 풀백이 위축되었다는 사실을 파악한 조르제 제주스가 선수의 이름을 크게 외치며 손뼉을 두드리고 격려를 보낸다.
크로스가 무산되었을 때, 몸을 한껏 뒤로 젖힌 벤피카의 감독 역시 크게 안타까워했다.
이강인이 띄운 코너킥이 그대로 에데르송의 품에 안기고, 다시 한 차례 맨체스터 시티를 몰아붙인 SL 벤피카가 진영 정비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다온이 SL 벤피카의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조르제 제주스가 가깝게 온 김다온을 뚫어지게 쳐다봤고, 시선의 의식한 맨체스터 시티의 왼쪽 풀백은 고개를 돌리더니 이를 확인하곤 상큼한 미소를 던졌다.
“징그러운 자식!”
“왜요?!”
“몰라서 묻는 건가?”
“전혀요. 실례.”
다시 한번 여유 넘치는 미소를 남기고 떠난 김다온이 조금 아래로 내려서서는 SL 벤피카의 강한 전방 압박을 뚫어내는 과정을 돕는다.
경기 초반 맨체스터 시티는 다소 흔들리고 있었는데, 제주스는 그 시간 동안 벤피카가 득점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전력상으로 자신들이 뒤처져 있다는 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었고, 기세와 흐름으로 주도권을 쥐었을 때 결과물을 만들지 못한다면 경기는 곧 순리대로 흐를 것이다.
{“와아-!!”}
“응?”
아래를 내려다보며 고심하던 조르제 제주스가 관중석에서 들려온 탄성에 고개를 든다.
그 순간 눈앞으로 한 선수가 빠르게 움직였고, 조르제 제주스는 볼을 달고 드리블을 시작한 이가 김다온이란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정확한 장면은 보지 못했지만, 김다온 혹은 다른 시티의 선수가 멋진 동작으로 팀의 압박을 뚫어낸 듯했다.
오랜 본능이 위기의식을 자극해와 조르제 제주스는 빠르게 손을 저었지만, 벤피카가 진영을 정비하는 속도보다 김다온의 다음 판단이 훨씬 빨랐다.
알렉산데르 바가 사이드라인을 잠그는 것을 본 김다온은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움직였고, 왼쪽 하프 스페이스 센터라인 바로 앞에서 오른발 아웃프런트 킥을 가져갔다.
그러자 마치 처음부터 길이 거기에 있었기라도 한 것처럼, 축구공이 움직이는 경로를 따라 SL 벤피카 진여에 커다란 공간이 등장했다.
어느새 축구공은 벤피카의 뒷공간에 떨어졌고, 그것을 향해 뛰어든 필 포든이 좋은 기회를 맞는다.
그의 바로 옆에선 손흥민이 완전한 오픈 상태가 되어 패스를 요구했지만, 욕심을 부리기로 한 포든은 더 좋은 위치의 동료를 외면하며 직접 슈팅을 가져갔다.
팡-!
하지만 욕심을 부린 결과물이 으레 그렇듯, 포든의 슈팅은 골대를 터무니 없이 벗어난다.
“PHIL!! WHY-?!?!”
패스가 굴러왔다면 아무도 없는 골대에 볼을 밀어 넣을 수 있었던 손흥민이 양손을 뻗어 손바닥을 보이며 자신의 억울함과 짜증을 드러낸다.
머쓱했던 포든이 이를 외면해보지만, 벤치에서도 같은 제스처가 있자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만다.
코를 매만지고 볼을 긁적이는 포든.
이런 그에게 다른 목소리가 전해진다.
“잘했어, 필!!”
“…….”
“좋은 침투였어!! 대신 다음엔 패스를 더 해 보자!!”
그 어떠한 말보다 포든을 달래고 또 마음을 녹인 이야기는 사실 누구보다 지금의 장면이 아쉬웠을 김다온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왔다.
하나 그는 화를 내는 대신, 그 몫을 다른 동료들에게 넘기고 포든에게 당근을 주는 일을 선택했다.
만약 아무도 뭐라 하는 이가 없었다면, 김다온은 반대로 누구보다 크게 성질을 내며 포든을 나무랐을 것이다. 누군가는 반드시 나쁜 일을 짊어져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SL 벤피카에서만 무려 15년 동안 뛴 클럽의 전설이 된 주장이 보여준 모습과 닮아 있었다.
‘꼭 루이장 같군.’
자신의 아래에서 축구를 배우던 시절보다 훨씬 성장해 오히려 감독보다 더 큰 선수가 된 느낌의 김다온이지만, 이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제주스는 뿌듯함을 느꼈다.
다만.
“저기 막아-!!!”
가슴 벅찼던 그 뿌듯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주었던 이가 멋대로 빼앗아 갔기 때문이다.
모처럼 후방부터 제대로 진행된 맨체스터 시티의 빌드업과 공격 전개는 많은 패스를 거쳐 왼쪽 측면으로 넓게 움직인 손흥민에게 이어졌다.
지난 시즌 손흥민은 원톱으로 출전할 때 포처(Poacher)로서의 성격이 더 짙었지만, 오늘은 전형적인 프리롤(Free Role)을 선보이며 많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손흥민이 이렇게 폭넓게 움직이는 동안, 뒤쪽에 자리 잡은 필 포든과 리야드 마레즈가 박스 안으로 침투한다.
지금도 이를 예상한 벤피카의 수비가 일순 박스 주변으로 밀집되며 박스 밖 중요한 선수를 놓치고 말았다.
“에?이!!”
박스 안을 바라보던 손흥민의 선택이 뒤쪽에서 천천히 접근하던 김다온으로 향한 순간, 앞서 이와 같은 장면을 예상했던 조르제 제주스는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이 외침은 선수들에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고, 박스 밖 24m 지점에서 볼을 받아 든 김다온이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슈팅을 가져갔다.
퍽-!!!
상대 팀으로선 절대로 듣고 싶지 않은 둔탁한 파열음이 울려 퍼지고, 정신을 차렸을 땐 SL 벤피카의 선수들 모두 골대 그물을 마찰하는 축구공을 보고 있었다.
“오, 이런.”
실망감에 고개를 떨어트리는 조르제 제주스가 긴 백발을 쓸어 올리는 사이,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김다온이 조용한 셀레브레이션으로 옛 팀을 향한 의리를 과시한다.
.
(한희준)
“바로 이게, 왼쪽 김다온이 지니는 장점입니다. 왼쪽에서 반대발 풀백으로 뛰게 되면, 이런 전개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슈팅 기회가 찾아오거든요? 주앙 칸셀루의 빈자리를 세르히오 고메스가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 많은데, 제 생각엔 과르디올라 감독이 오른쪽 트리피어 왼쪽 김다온을 생각하고 있다고 봅니다.”
.
전반전 15분 만에 자신의 클래스(Class)를 SL 벤피카에 확실히 각인시키는 중인 김다온. 그리고 이는 김다온을 처음 적으로 상대하는 두 명의 한국인에게도 잘 전해지고 있다.
‘잘하네, 저 형.’
‘미쳤네.’
다만 중요한 건, 김다온은 아직 전력을 발휘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