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2)
131화
2012년 9월 26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제1 연습구장.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그러하듯, 산적해 있는 문제 대부분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
‘빙산의 일각’이란 표현이 전 세계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이유 역시, 그것이 보편적인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승리를 위해 모이고 또 그것을 추구하는 이들이 모인 프로축구 클럽 역시, 셀 수도 없이 많은 문제를 수면 아래에다 가라앉혀 두고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팀이 패배했을 때 수면 위로 떠 올라, 수많은 이들을 괴롭힌다.
그렇지만 현재, SL 벤피카의 코치들은, 그토록 목말라 했던 대승이 가져다준 효과를 실감한다.
“확실히,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음-”
A.A 코임브라를 4 : 1로 제압한 SL 벤피카에는 모처럼의 활기가 돌고 있다.
“그나저나, 녀석은 어떻게 하죠? 로테이션? 아니면?”
“······.”
“본인은 뛰길 원하지만, 니코는 그에게 휴식을 주는 게 옳다고 보고 있어요. 지난 7월부터 11경기를 뛴 선수는 녀석이 유일하니까요. 저도, 그게 옳다고 보고요.”
2012 런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가 된 김다온은 두 차례의 평가전을 포함 2달간 8경기를 소화해냈다.
그리 많은 숫자가 아니라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같은 기간 그처럼 뛴 SL 벤피카의 선수는 김다온 단 한 사람뿐이다.
더구나 올림픽의 일정은 무척 빡빡했고, 3일에 한 번 경기를 가져간 그의 몸 상태를 우려하는 건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앞으로의 일정을 생각하면, 지금쯤 휴식을 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일단, 녀석과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지.”
오전 훈련이 끝난 뒤, 제수스는 김다온을 사무실로 부른다.
“전 뛰고 싶어요, 감독님. 특별히 몸에 문제를 느끼지도 않고, 오히려 컨디션이 무척 좋거든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사실도 알아요. 그래서 팀이 어떤 결정을 하든, 전 100% 그것을 지지할 겁니다.”
불과 7개월 사이에 포르투갈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게 된 김다온은 무척이나 영리한 남자다.
그리고 그 좋은 머리를 피치 위에서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도 잘 아는, 몇 안 되는 드문 재능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특히나 최근 그가 피치 안팎에서 발휘하고 있는 영향력은, 현시점 SL 벤피카엔 무척이나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다.
“일단은 잘 알겠네. 내일 명단 발표에 참고하도록 하지.”
“네.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그러지. 그만 돌아가 보게나.”
“네.”
테이블 위 물병을 챙긴 김다온이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그가 나서자,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SL 벤피카의 코치들이 제수스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뭐라고 하죠?”
“뛸 수 있다고 해. 당연한 대답이겠지.”
“녀석은 전사에요. 진짜 전사 말이죠.”
SL 벤피카의 코치들은 그들의 팀이 초반에 부진한 이유를 정신적인 부분에서 찾고 있었다.
하비 가르시아와 악셀 비첼이라는 두 명의 전투적인 미드필드를 떠나보냈고, 그 자리를 네마냐 마티치와 엔초 페레즈로 대체하려 했지만 두 사람에겐 분명한 문제가 있었다.
팀은 부드러워졌고, 그건 결코 피치 위에서는 좋은 게 아니다.
“우린 저 녀석이 필요해.”
“······.”
“저 친구는 팀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녀석이지. 피치에 나가 상대와 싸우고 또 팀이 원한다면 주먹질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녀석 말이야. 축구 경기는 전쟁이야. 싸울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승리를 가져올 수 없어.”
긴 잿빛 머리를 양손으로 쓸어 넘기며, 제수스는 소파에 몸을 파묻어 비스듬히 기댄 채 의자의 방향을 옆쪽으로 돌린다.
그리고 앞에 놓인 화이트보드를 바라봤다.
거기엔 SL 벤피카의 향후 두 달간의 일정이 적혀 있었고, 또 옆에는 모든 대회의 성적과 순위가 표시되어 있다.
당장 승리의 확률을 높이는 것과 장기적인 안목을 가져가는 것.
그 사이에서, 조르제 제수스는 고민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그는 곧 당연한 결정을 내린다.
“이스마일리는 어떤가?”
“좋아요. 본래 잘하던 녀석이기도 했고, 요즘 뛸 기회가 부족해지면서 의욕으로 몸이 달아 있죠. 저는 그가 잘 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해요. 그러니까, 한 경기 정도는 말이죠.”
“······.”
어느새 김다온은 SL 벤피카 수비의 가장 핵심적인 존재로 올라섰다.
어떠한 면에서는 루이장만큼이나 중요한 선수가 됐다.
다음 경기에서도 조르제 제수스는 팀의 어린 선수들을 대거 활용할 계획이었고, 그들 사이에서 리더 격인 김다온의 존재 여부는 무척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하다못해 전용기에 탑승한 순간부터, 어린 선수들 사이에서 그것이 잘 드러날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제수스는 김다온을 선발에서는 제외하되, 후보명단에는 이름을 올리도록 결정한다.
가능하다면 뛰지 않도록 하겠지만, 만약 파수스 데 페헤이라에서의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후반 15분 이후에는 교체로라도 투입할 생각까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벌어져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내일 훈련에서, 이스마일리를 집중적으로 관찰하지.”
“네. 녀석도 아마 좋아할 거예요.”
고개를 끄덕인 코치들이 먼저 식당으로 떠나고, 좀 더 생각을 이어나가기로 한 제수스는 부쩍 성장한 김다온을 떠올린다.
올림픽에 다녀온 후, 그는 몇 개월 전과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어서 나타났다.
축구선수들에게 특히 대표팀의 일원이 된다는 건 무척 중요한 요소가 되는데, 그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피치 안팎에서 책임감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든다.
본래 승리에 대한 갈구가 있었던 김다온이었지만, 이제 그것은 더욱 간절하게 바뀌어있다.
다만 아직은 어린 나이이기에, 그것을 제대로 표현할 노련함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패기로 열정으로 의견을 밀어붙이는 경향이 컸고, 그건 최근 팀 훈련에서 일어난 불협화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제수스는 현재 그것을 필요로 한다.
“후우~”
힘든 결정을 정리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하며, 제수스는 김다온의 이름을 후보명단에다 적어 넣는다.
그 누구보다, 가장 빠른 순서로.
***
2012년 9월 27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방금, 내일 경기의 선발명단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난 선발이 아닌 벤치로 들어갔다.
“당연한 거야. 다음 경기가 더 중요하니까.”
“그래도 말이야. 난 정말 뛰고 싶었다고.”
“하-! 누가 말려.”
감독님의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난 이번 결정을 100% 지지하고 또 이해하고 있다.
현재 팀 사정을 고려하면 남은 리그 경기에서 몽땅 승리해야 하지만, 우리가 치르는 대회는 리그 하나가 아니다.
무엇보다, 다음 시합은······.
“응?”
“왜?”
고개를 뒤로 돌리는 안드레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난 근처에서 접시를 들고 멀뚱히 선 제로니모를 바라봤다.
그러곤 발로 비어있는 의자를 밀어내어, 얼른 이곳에 앉지 않고 뭐 하는 것이냐고 소리쳤다.
그러자 녀석은 머뭇거리는 태도로 말한다.
“어, 저기. 여기 앉아도 되는 거야?”
“제발. 넌 우리와 같은 동료잖아. 무엇보다, 우린 과자 가족이라고. 네가 우리와 함께 있고 싶다면, 그건 허락받을 필요가 없는 문제야.”
“그런거야?”
멋쩍은 미소를 보인 제로니모가 빈 의자에 앉으면서, 우리는 다시 식사로 돌아가게 되었다.
“니모! 내가 이거 먹어도 돼?”
“어? 어, 어. 그, 그래.”
“베르나르두! 넌 다리가 없어? 그냥 네가 가서 가져오면 되잖아!”
“귀찮은 걸 어떻게 해.”
“이런! 미안해, 니모. 얘가 원래 좀 그래.”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은걸.”
기껏 가져온 소시지 하나를 빼앗기고서도, 제로니모는 순박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피치 밖에서 저 녀석이 저렇게 소극적인 데에는, 어린 시절 주변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영향이 크다고 했다.
발육이 유독 더뎠던 제로니모는 10살 때에도 6살이나 7살처럼 보였는데, 그 이유는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하루 한 끼. 그것도 영양가 하나 없는 스프를 먹는 게 전부였기 때문이다.
나도 하루 한 끼만 쌀밥을 먹고, 라면 하나에 김칫국물과 물을 잔뜩 넣고 끓여, 누나와 함께 불린 면을 나눠 먹은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난 유독 제로니모에게 정이 갔다.
“다음에 우리 집에 올 거지?”
“어? 아, 어. 그래도 돼?”
“당연하지. 내가 초대했잖아. 맛있는 거나 먹고, 같이 좀 놀자. 기왕 온 거 자고 가면 더 좋고.”
제로니모의 부모님은 현재 아르헨티나에서 불법 이민자로 분류되어 억류된 상태다.
이 친구가 축구로 주목을 받은 건 불과 18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작년 겨울 CA 보카 주니어스가 영입을 하려는 과정에서 부모님의 신분이 드러나게 됐다.
최근까지 그가 속했던 팀이 부모님을 억류에서 풀어주려고 노력을 했었지만, 결국 두 분은 추방되었고 현재는 포르투갈로 돌아오기 위해 비자 절차를 밟고 계셨다.
하지만 팀의 말론, 그것이 처리되려면 천상 1년이나 2년은 걸릴 거라고 했다.
그래서 그때까진, 제로니모는 클럽하우스에서 머물게 될 예정이다.
“넌 취미가 뭐야?”
“나? 축구.”
“뭐? 그건 우리 직업이잖아.”
제로니모에게 취미를 물은 안드레가 낄낄거리면서 웃자,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거기에 맞춰서 웃었다.
그런데 제로니모의 표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자, 곧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들이 머쓱해졌다.
반면 제로니모는 묵묵히 식사에 열중이다.
같은 방을 쓰는 주앙의 말을 들어봐도, 제로니모는 방 안에 틀어박혀 책을 읽는다거나 잠을 자는 것이 일과의 전부였다.
생각해보면, 이 친구가 과자 가족에 가입하기 위한 시험을 치른 것도 신기한 일이다.
아무리 주앙이 부추겼다지만, 단체에 속하는 것이 결코 어울리는 녀석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그나저나, 니모란 별명은 어때? 마음에 들어?”
“하하. 뭐, 어릴 때부터 그렇게 불렸으니까.”
“진짜?”
“응. 애들이 날 놀리거나 때릴 때, 작은 물고기 같다면서 그렇게 말하곤 했거든.”
“······.”
어린 시절의 불우했던 일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제로니모를 보면서, 다시 분위기가 잠깐 어색해지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화제를 전환 시켰다.
“말해 봐.”
“응? 뭘?”
“네 생각에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는 누구야? 메시? 아니면 호날두?”
“뭐? 아미고! 얘는 아르헨티나 애잖아!”
“뭐, 어때? 그러는 너는 포르투갈인인데, 메시가 최고라며?”
“진짜? 얘가 그랬다고? 배신자!”
“야! 그건 비밀이랬잖아!”
“하하.”
축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어색했던 테이블 위에는 금세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티격태격하는 우리를 본 제로니모가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고, 녀석은 예상대로 메시가 세계 최고의 선수라며 거기에 한 표를 보태었다.
그래서 나도 제로니모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니지. 호날두야 말로, 축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선수라니까. 메시도 훌륭하지만, 호날두만큼은 아니야.”
뒤쪽 테이블에 있던 막시와 니코가 베르나르두의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대화에 가세를 해왔다.
결국엔 곧 두 개의 테이블이 합쳐지게 됐고, 시끄러운 분위기가 싫었던 아이마르는 슬쩍 빠져나가 루이장의 테이블로 향해버렸다.
“메시래도!”
“아냐! 호날두야!”
“메시!”
“호날두!”
“메시!!”
“호날두!!”
글쎄.
분명한 건 누가 우위에 있든, 한쪽의 실력은 얼마 안 있으면 곧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내일 파수스 드 페헤이라 원정이 끝나고 나면, 10월 2일 우리는 FC 바르셀로나라는 거함을 불러들여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2차전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그때, 리오넬 메시가 얼마나 축구를 잘하는지 직접 체감해 볼 기회가 있을 거다.
‘휴우~ 진정하자.’
벌써 그 생각만 하면, 다리가 조금 떨리고 또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식당 한쪽 저 멀리 화면에는 지금, 우리가 10월 2일에 상대해야 할 FC 바르셀로나의 모습이 ‘BTV’의 프로그램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세계 최고의 클럽.
우린 며칠 후, 그들을 만나게 된다.
***
·2012.09.28. 경기결과
파수스 페헤이라 1 : 2 SL 벤피카
[골] 리마 : 전반 7분, 후반 26분(막시 페헤이라)김다온 ? 미출전(명단 포함 미출전)
***
2012년 9월 30일. 바르셀로나, 스페인. 아빙구다 온제 데 세템브레, s/n, 08970 산트 요안 데스피. 씨우타트 에스포르티바 요안 감페르(Ciutat Esportiva Joan Gamper. Avinguda Onze de Setembre, s/n, 08970 Sant Joan Despi. Barcelona, Spain).
‘라 마시아(La Masia)’.
스페인어로 ‘농장’이란 의미의 이 단어는, 축구계에서는 FC 바르셀로나를 상징하는 것으로 쓰이고 있다.
그렇지만 FC 바르셀로나의 사람들은, 그저 단순히 ‘라 마시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들은 ‘라 마시아 데 칸 플라네스’(La Masia de Can Planes)라는 전체명칭으로 불리기를 원하며, FC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아카데미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닌, 팀 전체 선수들이 쓰는 클럽하우스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리기를 원하고도 있다.
다만 FC 바르셀로나의 사람들은 한편으로, ‘라 마시아’가 세계 최고의 유소년 아카데미를 상징한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1979년 캄프 누 근처의 평범한 사옥을 매입해 축구 용도로 활용했던 날을 시작으로, ‘라 마시아’를 통해 성장한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너무나도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1988년부터 약 8년간 ‘라 마시아’를 총괄했던 요한 크루이프(Johan Cruyff)가 자신의 축구 철학을 뿌리 깊이 심으면서, 이곳을 통해 성장한 이들은 전부 티키타카와 토털사커에 익숙한 선수들로 자라났다.
카를로스 푸욜(Carlos Puyol), 안드레스 이니에스타(Andres Iniesta), 세스크 파브레가스(Cesc Fabregas), 헤라르드 피케(Jerard Pique), 세르히오 부스케츠(Sergio Busquets) 등.
‘라 마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현재, 각자의 포지션에서 전 세계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닌 선수들로 평가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리오넬 메시가 지니는 상징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다.
‘신(DIOS)’.
아르헨티나의 사람들은 리오넬 메시를 이렇게 부르며, 의심의 여지 없는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기에 토를 달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걔 좀 잘하던데? 봤어?”
“아니.”
FC 바르셀로나팀 전체가 쓰는 훈련장이자 A팀의 클럽하우스를 겸한 ‘씨우타드 에스포르티바’.
현재 FC 바르셀로나 A팀 선수들은 오전 훈련을 마치고 식사를 하고 있다.
한쪽 테이블엔 리오넬 메시를 포함,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세르히오 부스케츠가 모여 대화를 나누는 중이다.
주제는 모레 대결할 SL 벤피카다.
“내가 보니까 걔가 SL 벤피카의 핵심이더라고. 걔만 무너뜨리면, 알아서 무너질 것 같더라.”
“고작 걔 한 명으로?”
“사울이 준 경기 영상을 미리 좀 봤거든. 걔한테서 전부 나오더라고. 파이팅이라든가 열정, 패기. 뭐 그런 것 말이야.”
“걔 몇 살이랬지?”
“열여덟. 12월에 열아홉이 돼.”
“그렇군.”
음식을 조용히 입에다 가져가고 있던 리오넬 메시는, 이니에스타가 본 장면을 자신에게도 보여 달라고 말한다.
특별히 신경을 쓰진 않지만, 영상을 보아서 딱히 나쁠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본인의 휴대폰을 매만진 이니에스타가 코치가 보내준 영상을 메시에게 보여준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고.
“······꽤 빠르네.”
“그러니까. 올림픽에서도 Best 11이었어. BBC랑 Sky Sports. 심지어 돈 발롱에서도 얘를 Best 11에 넣었다니까.”
“돈 발롱도?”
“응.”
“와우. 그거 굉장하네.”
“그렇지.”
“······얘 진짜 18살이라고?”
“어. 그렇다니까.”
처음으로 작은 감정을 드러낸 리오넬 메시였지만, 그는 이내 다시 평소의 얼굴로 돌아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고 이것이면 충분하다는 것을 알았던 이니에스타는, 감독 티토 빌라노바(Tito Vilanova)를 돌아보며 윙크를 찡긋 보냈다.
지금의 이 행동들은 빌라노바 감독의 요구로 만들어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리오넬 메시가 세계 최고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축구와 가족 외의 일들엔 무관심하며, 상대가 4부 리그의 선수라 할지라도 늘 100%의 태도로 임해서였다.
단순한 축구 실력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리오넬 메시는 단연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다.
그런 그에게 지금 김다온의 영상을 보여준 이유 역시,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잘 알고 있어서다.
하루의 일정이 모두 끝난 뒤.
똑똑똑-
“저기, 사울.”
“응?”
리오넬 메시는 팀의 전력분석관인 사울 로페즈(Saul Lopez)를 찾아, SL 벤피카의 영상을 부탁한다.
특히.
“그쪽 12번이요. 걔의 자료가 좀 필요해요.”
“그래. 30분 이내에 메일로 보내놓을게.”
“좋아요, 그럼. 늘 고마운 거 알죠?”
“하하. 나야말로! 세계 최고와 함께 일을 한다는 건 늘 즐거운 일이지.”
“세계 최고라뇨. 당치도 않아요······ 뭐, 어쩌면 조금은.”
“하핫-!”
저것이 리오넬 메시 나름대로 농담이라는 것을 잘 알았던 사울 로페즈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메시가 부탁하고 간 영상을 찾아본다.
‘어디 보자. 이번에 불쌍한 희생양은 바로 이 녀석이로군.’
사울 로페즈는 모레, SL 벤피카의 사이드백이 가혹한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라는 걸 알았다.
리오넬 메시가 모든 준비를 하고 등장할 테니까.
아마도 그도 모르는, 약점을 깨달을 거다.
‘늘 그래왔지, 늘.’
수비수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공포를, 이젠 대한민국의 어린 사이드백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믿는 사울 로페즈였다.
***
작가의 말 ? 그 초반부인가? 무료분량이고 지금도 그 댓글이 있는지는 알 수 없는데, 가난을 묘사함에 있어서 요즘 시대에 대체 어떻게 그러냐? 고 하시는데.
대부분은 저의 10대 시절 경험입니다.
전 올해 36살이고 극 중 다온이보다 8살이 더 많긴 하지만, 스스로 두 발 딛고 일어나 남들처럼 살게 되기까진 꽤 긴 시간이 걸렸고,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렇게 사는 어린 친구들을 가까운 곳에서 보며 지냈습니다.
그중 한 아이는 남몰래 쌀이나 라면 같은 걸 후원해주기도 했었는데, 다행히도 잘 자랐더라고요. 🙂
가난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더라면 좀 더 자존감 있는 내가 되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가난에 대한 오기가 절 여기까지 이끌었다고 생각하기에 무척 만족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이고 힘들게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분들이 무척 많을 거라고 봅니다. 그에 비하면 전 무척 행복한 편이죠. 힘내세요.
만약 어떤 독자님에게 제 글이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다면, 무척이나 행복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