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21)
1241화 Patriot (3)
2022년 8월 28일. 맨체스터 M3 3RN, 잉글랜드. 164 딘스게이트. 그레이터 맨체스터 뉴스페이퍼(Greater Manchester Newspapers. 164 Deansgate. Manchester M3 3RN, England).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타블로이드 일간지인 MEN(맨체스터 이브닝 뉴스페이퍼)은 맨체스터의 축구 역사와 함께하고 있기도 하다.
과거 1,800년대 맨체스터의 정치인이던 미첼 헨리(Mitchell Henry)의 선거 캠페인 발행지로 출발한 이래, 맨체스터의 크고 작은 소식을 전해 왔다.
현재는 잉글랜드 최고의 미디어 그룹 ‘트리니티 미러(Trinity Mirror)’의 소속으로, 맨체스터 주(州)보다는 축구 글로벌 미디어로서의 모습이 더 도드라지고 있다.
특히 같은 트리니티 미러 산하의 데일리 미러와는 차별되는 공신력 높은 기사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는 편이다.
“이봐, 레녹스. 뭐 해?”
“······.”
드르륵-
본인의 사무실 책상에서 의자를 살짝 끄집어낸 레녹스 베이커가 파티션에 기대고 선 동료를 바라본다.
그 주인공은 제이미 워커(Jamie Walker)로, 어떻게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ITK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남자다. 노력은 가상했지만, 성과는 극히 미미하다.
레녹스 베이커는 늘, ‘트리니티 미러’에 인수된 후 맨유가 그들의 정보통을 바꾸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을 생각했다.
“별일 아니야. 왜?”
“뭐, 그냥. 새로운 소식은 없는가 해서.”
“Come on, 제이미. 그건 네가 발로 뛰어야지.”
“그러지 말고. 정말 좋은 소식 없어?”
“전혀.”
“쯧. 알겠어. 수고해.”
“그래.”
제이미 워커와 같은 인물들을 마주할 때마다, 레녹스 베이커는 자신이 왜 ‘Goal.com’과 같은 P.A(Press Association)에서 근무하려 했는지를 떠올렸다.
프리랜서에 가까운 P.A 소속되면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능력만 보장될 경우 꽤나 짭짤한 수입이 보장된다.
만약 운이 좋다면 사이먼 피치/모하메드 부합시/파브리지오 로마노와 같은 길을 걸을 수도 있다.
그리고 레녹스 베이커는 얼마든지 그와 같은 한 사람이 될 수도 있었지만, 현재 그의 삶은 한 남자와의 만남으로 인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하지만 레녹스 베이커는 단 한 순간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다.
‘흠- 맨유인가?’
공식적으론 샘 리가 여전히 맨체스터 시티의 ITK로 알려져 있었지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레녹스 베이커를 시티의 진정한 정보통으로 생각했다.
가장 따끈따끈한 소식들은 레녹스 베이커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왔고, 주앙 칸셀루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 사실 또한 같은 매개체를 통해 최초로 공개됐다.
덕분에 현재, 레녹스 베이커는 ‘MEN’ 내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출간을 앞둔 김다온의 자서전은 레녹스 베이커를 기옘 발라게와 같은 존재로 인식되게 했다.
잉글랜드의 유명 축구 전문가이자 3년 연속 ‘축구계 올해의 인플루언서’로 꼽힌 기옘 발라게는 펩 과르디올라를 비롯한 축구 스타의 자서전을 발간한 걸로 명성이 높았다.
이런 기옘 발라게조차도 해내지 못한 김다온의 자서전을, 레녹스 베이커는 모두 완성해 두었다.
‘에릭이 네덜란드 출신을 좋아하긴 해.’
월드컵 직전 출간이 결정된 김다온의 자서전 ‘Wonder : Kid, Boy And Man’의 작업을 모두 끝낸 지금, 레녹스 베이커는 쉬어 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심어 둔 정보통으로부터 얻은 소식을 본인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하는 한편, ‘MEN’이 요구하는 레벨의 컬럼을 연재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던 중 동료의 질문은 레녹스 베이커의 방아쇠를 당겼고, 그는 여름 내내 맨유와 연결되었던 AFC 아약스 소속의 공격수와 관련된 뉴스를 찾았다.
브라질 미디어로부터 ‘제2의 네이마르’란 평을 듣는 앙토니(Anthony)를 말이다.
앙토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새롭게 부임한 에릭 텐하흐의 총애를 받았던 선수로, 그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본래 맨유는 8,000만 유로의 이적료를 들고 AFC 아약스와 협상을 벌였으나, [“우리의 요구 조건보다 터무니없이 낮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조차 펼쳐보지 못했다.
하지만 맨유가 안토니의 대리인 측을 꾸준히 구워삶은 결과, 최근 들어 이적을 예감하는 신호가 나오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본래는 김다온과 그가 소속된 맨체스터 시티를 제외한 뉴스에 아무 관심이 없던 레녹스 베이커였지만, 오늘은 동료를 위해 바로 정보 수집에 나섰다.
시간이 흐르고 점심시간이 되었을 무렵, 레녹스 베이커가 수집한 정보를 동료에게 전했다.
알렉스 퍼거슨의 은퇴 이후, ‘MEN’은 맨체스터 클럽과 밀접한 관계를 만들고 있지 못했다. 만약 레녹스 베이커가 아니었다면, 맨체스터 기반 지역지란 사실이 부끄러웠을 거다.
이러한 사정과 기업 내 분위기를 레녹스 베이커 역시 잘 알고 있었고, 동료가 맨유의 정보통이 된다면 본인의 업무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안토니는 맨유로 합류할 거야.”
“정말?”
“그래. 너만 알고 있어. 맨유의 백룸 쪽을 잘 살펴. 그중 한 사람에게선 정보가 나올 테니까. 입이 싼 녀석이 있다더라. 그 정도는 너도 알겠지?”
“오- 생각난 얼굴이 있어.”
“응. 그 인간을 파 봐. 그다음엔 내부 정보라 생각해서 내가 건넨 정보를 흘려, 그럼 맨유가 반응할 테니까.”
“넌 내 영웅이야, 레녹스.”
“알면 나중에 갚아.”
“꼭 그럴게.”
거대하고 스스로 단단하다 믿는 조직일수록, 내부의 잡음에 민감히 반응하는 법이다.
레녹스 베이커는 그런 심리를 잘 알았다.
‘안토니라. 그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은데.’
맨유가 영입을 바라는 브라질리언 윙어가 에레비디시 최고의 선수인 것은 맞지만, 프리미어리그와는 경쟁력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 또한 맞다.
특히 안토니처럼 피지컬적인 측면에서 부족함을 보일 경우, 소속된 무대의 수준을 뛰어넘었을 때의 활약 차가 너무나도 큰 게 보통이다.
사람들은 흔히 축구에서 피지컬적인 요소를 간과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게 바로 신체적인 강인함이다.
리오넬 메시만 해도 169cm의 작은 신장을 지녔지만, 가까이에서 그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절대 메시가 작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레녹스 베이커 역시 리오넬 메시의 몸통 둘레를 보고 당황했던 사람 중에 하나다.
‘그 분야라면, 한 명 더 있기는 해.’
김다온의 체격을 떠올린 레녹스 베이커는 맨체스터 시티의 풀백이 신체적으로 얼마나 완성된 선수인지를 생각했다.
많은 사람이 다양한 이유로 가장 간과하는 부분이지만, 지난 수년 동안 김다온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레녹스 베이커는 그의 육체적 강인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수많은 선수가 김다온을 상대할 때, 그가 동양인이란 이유로 힘으로 밀어붙여 승리를 거두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들이 받아 든 건 다툼에서 허망하게 밀려나 볼품없이 나동그라지는 본인의 육체였다.
바로 전날 있었던 맨체스터 시티와 크리스털 팰리스의 경기만 봐도 그렇다.
딸깍.
‘절대 질리지 않아. 이런 장면은.’
딸깍.
랩톱으로 크리스털 팰리스의 젊은 윙어 에베레치 에제(Eberechi Eze)와 마이클 올리세(Michael Olise)가 튕겨 나가는 모습을 시청하며, 레녹스 베이커가 미소를 지어 보인다.
매년 김다온을 향한 찬사는 연례 행사처럼 있었지만, 올 시즌의 것은 조금 더 특별했다.
‘어쩌면 정점인지도.’
어린 나이에 불쑥 튀어나와 20대 초반의 나이부터 최고로 평가받았던지라, 누구도 김다온의 최전성기가 어느 시점인지를 딱 잘라 이야기하지 못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로 말미암아, 발롱도르를 처음으로 수상한 이후부터 현재까지를 전성기로 잡고 있다.
그러나 레녹스 베이커는 어쩌면, 김다온의 최전성기가 바로 이번 시즌부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역대 유일한 단일 시즌 40+ 어시스트를 기록할 수 있는 축구 선수로서, 김다온은 본인이 꾸준히 해 왔던 것 이상의 뭔가를 보여 주려 하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레녹스 베이커가 특히 주목하는 건, 그 시점이 월드컵과 맞물렸다는 점이었다.
‘얄궂기도 하지.’
만약 앞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김다온이 쥘 리메를 가져갔다면, 이번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은 리오넬 메시의 멋진 피날레가 될 수도 있었을 거다.
하지만 4년 전에 일어난 비극은 다가올 월드컵의 주인공을 두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다.
리오넬 메시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실패와 함께 멀어진 사이, 그 성공을 김다온이 대신해 버렸다.
과연 누가 커리어의 정점을 찍게 될 것인가?
운명이 만들어 낸 기구한 장난을 지켜보며, 레녹스 베이커는 초연한 마음으로 산증인이 되고자 했다.
‘중요한 건 오히려 그 밖일 수도······.’
김다온과 리오넬 메시.
리오넬 메시와 김다온.
전혀 엉뚱한 제3의 팀과 인물이 쥘 리메를 품에 안을 수도 있겠지만, 두 사람의 진검승부를 바라는 레녹스 베이커는 이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 차이를 가를 거로 예측했다.
월드컵까지 남은 시각은 대략 3개월.
긴 기다림은 그 끝을 바라보고 있다.
***
.2022.08.31. 경기 결과(2022/23 EPL 5R)
맨체스터 시티 8 : 0 노팅엄 포레스트
[골] 엘링 홀란 : 전반 12분(김다온), 전반 23분(김다온), 전반 38분(김다온)리오넬 메시 : 전반 18분(F.K)
김다온 : 후반 05분(베르나르두 실바)
손흥민 : 후반 09분(리오넬 메시)
훌리안 알바레스 : 후반 20분(김다온), 후반 42분(손흥민)
김다온 ? 96분 출전(1골 4어시스트/평점 9.8/MoM)
***
[OH MY DAYS, HE DID IT AGAIN! : 다섯 개의 공격 포인트 김다온, 노팅엄을 무너뜨려 – 데일리 미러(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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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r Game, Eleven Assist! : 오, 신이시여. 이게 정녕 가능한 일입니까? – 미러 스포르트(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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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서튼, “펩 과르디올라와 한국 대표팀이 실수한 것이 있다. 어째서 그를 계속 오른쪽에서 뛰게 했나? 다온은 왼쪽에서 뛸 때 더 특별하다. 왼쪽에서 그는 조금 더 중앙에 영향력을 미치고,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프리미어리그의 모든 팀에 왼쪽 다온은 재앙과도 같다. 안 그래도 손흥민이나 필 포든과 같은 선수를 막아야 한다. 그런데 그 뒤에서 김다온이 마음먹은 대로 킬 패스를 뿜어 댄다. 이 모든 걸 어떻게 막을 것인가? 만약 그 방법이 있다면 당장 시티를 제외한 프리미어리그 클럽에 구직해라. 그 즉시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 BBC(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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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퍼디난드, “어쩜 우린, 다온의 가장 정점에 오른 순간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서운 건, 이제 막 그것이 시작되었다는 거다.” – BT Sports(U.K)]***
※ 2022/23 EPL Player of the Month
김다온 ? 5경기/1골 11어시스트/3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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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9월 3일. 버밍엄 B6 6HE, 잉글랜드. 트리니티 로드. 빌라 파크.
.경기 시작 90분 전
애스턴 빌라 0 : 0 맨체스터 시티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1-4-1
GK ? 에데르송 / GK ?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즈
RB ? 키런 트리피어 / RB ? 매티 캐쉬
RCB ? 후벵 디아스 / RCB ? 에즈리 콘사
LCB ? 김민재 / LCB ? 타이론 밍스
LB ? 김다온 / LB ? 뤼카 디뉴
DM ? 로드리 / DM ? 부바카르 카마라
RCM ? 주드 벨링엄 / RAM ? 레온 베일리
LCM ? 케빈 더브라위너 / RCM ? 존 맥긴
RW ? 베르나르두 실바 / LCM ? 도글라스 루이스
LW ? 필 포든 / LAM ? 제이콥 램지
ST ? 엘링 홀란 / ST ? 올리 왓킨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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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최단경기 두 자릿수 어시스트 소식에, 미디어는 꽤나 큰 반응을 보여 주고 있었다.
개인적으론 동료들이 마무리를 잘해 준 것도 있고 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며칠 동안 시달리고 나니 어쩌면 대단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
리그 최종 50+ 어시스트와 60+ 공격 포인트를 바라보는 현재, 나는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중이다.
오늘 경기를 중계할 ‘Sky Sports’의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나누는 것도, 그러한 것의 일환이다.
“완벽히 떠먹여 준 것만 있는 건 아니니까요. 동료들이 마무리를 잘해 준 덕입니다. 어시스트란 그런 거죠. 가끔씩 제가 0.9골에 관여하기도 하잖아요?”
“하하하. 그렇죠.”
“네. 바로 그거예요.”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축구가 좀 더 쉬워졌느냐는 것이었다.
전이라면 달랐겠지만, 요즘은 조금 깊게 생각한다.
내가 바라는 최고 레벨에 머물기 위한 노력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그러한 의미에서 바라보았을 때 축구는 여전히 어려운 운동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인(In) 플레이에 한정해서 말하자면, 솔직히 플레이가 더 편해진 건 사실이다.
불필요한 곳에 쏟았던 에너지를 아끼는 법을 알게 되었고, 힘을 비축하는 동안 상대를 관찰하고 그들이 의도한 바를 읽는 것에도 요령이 생겼다.
상대가 이렇게 나오겠다 하면, 99%는 거의 맞아떨어지는 게 최근이다.
그러나 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언제나처럼 입바른 말을 할 뿐이다.
“프리미어리그는 터프한 곳입니다. 그래서 매번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지금처럼 좋은 결과가 있겠죠.”
몇 마디를 더 이어 나간 인터뷰가 종료되고, 팀이 방송사에 허락한 시간이 모두 끝난 뒤에 나는 다시 동료들이 있는 드레싱 룸으로 돌아왔다.
하나 머뭇거릴 틈 없이 바로 또 움직여야 했는데, 오늘 경기를 맡을 심판진을 만나기 위해서다.
메인 주심을 맡은 남자는 사이먼 후퍼. 우리들 사이에선 대체로 관대한 심판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죄송해요. 조금 늦었죠.”
“괜찮네. 자, 바로 시작하지.”
“······.”
애스턴 빌라의 주장 존 맥긴과 함께 시작한 사전 내용 고지는 곧바로 팀에 전해진다.
대체론 페어플레이를 바라는 이야기지만, 일부는 경기 때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기도 하다.
프로 리그를 운영하는 협회는 흐름에 따라 판정의 기조에 관한 변화를 주기도 하는데, 보통 경기 전 만남 때 주심이 그러한 것들을 우리 선수들에게 전달한다.
선생님들이 조례나 종례 때 학생들에게 전달 사항을 알려 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오늘은 특별한 건 없어.”
“그래?”
“응. 평상시의 사이먼이야.”
“그거 잘됐네. 변수가 적잖아.”
“그렇지.”
주심의 성향이 관대할 경우, 대체로 그건 강팀보다는 약팀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우린 주심의 관대함조차 컨트롤 해 우리에게 유리한 부분으로 바꿔 놓을 수 있다고 믿는 집단이다. 약간은 오만한 생각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마음에 든다.
웜업할 시간이 되어 그라운드로 나서고, 잔디를 막 밟은 나는 애스턴 빌라의 유니폼을 들고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을 외면하며 앞으로 더 나아갔다.
성향 차이기는 하나, 난 이러한 부분에서는 제법 철저하게 선을 긋고 있다.
우리가 상대하게 될 팀이나 나와 전혀 관련 없는 유니폼을 들고 사인을 요청하면, 제대로 된 것을 들고 오라는 말을 남기곤 외면을 했다.
오늘도 그런 팬들이 꽤 많았고, 덕분에 시간을 아끼게 된 나는 몸을 푸는 과정에 더 공을 기울였다.
“하나- 둘-”
“······.”
오늘 상대하는 애스턴 빌라는 스티븐 제라드가 이끄는 팀으로, 현재 PL 17위에 자리하고 있다.
뛰어난 선수는 명장이 되지 못한다는 축구계의 오랜 속설을 몸소 증명 중인 제라드는 전술적으로 특별함을 전해 주지 못하고 있다.
그가 빌라에 심어 둔 축구는 대체로 2010년대 어디 즈음에 머물러 있었고, 오늘도 별반 다르지 않을 거로 생각한다.
물론 우리 역시 리오(경고 누적)와 흥민이 형(햄스트링)이 각기 다른 이유로 출전하지 못하지만, 지금의 전력으로도 충분히 세계 최고의 축구를 펼칠 수 있다.
무엇보다, 실점하지 않으면 된다.
“야. 오늘 알지?”
“당연하지.”
“해 보자. 목소리 크게 하고.”
“어.”
민재와 나누는 은밀한 대화.
실점하지 않는 이상 한 골만 넣어도 승리를 확보할 수 있기에, 난 믿을 수 있는 동료와 함께 클린 시트를 향한 열망을 띄워 보내고 있다.
오늘 우린, 0:0으로 비길지언정 실점하여 승점을 놓치는 일을 맞닥뜨리진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