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22)
1242화 Patriot (4)
며칠 내내 오락가락했던 비와 먹구름이 사라진 하루. 그레이터 맨체스터 주(州)의 한 저택 내부가 무척 분주하다.
무언가, 촬영이 있는 듯했다.
“너무 사랑스러워요.”
“후후. 그렇죠?”
“네. 그나저나, 이번 쇼의 큰 성공을 축하드려요.”
“고마워요. 가족들이 많이 도와준 덕이죠.”
“너무 든든하겠어요. 그렇죠?”
“제 기둥들이죠. 이 아이도요.”
“하하.”
저택 현관에서 대화를 나누던 두 여성의 시선이 의자에 앉아 메이크업 중인 이에게로 향한다.
“완벽한 가정을 꾸리신 것처럼 느껴져요.”
“정말로 그래요. 얼마나 행운인지.”
“분명 서로에게 그러시겠죠?”
“그럼요. 물론 저이의 마음은 잘 모르지만. 하하하.”
런던 기반의 풋볼 뉴스 플랫폼인 ‘90min’은 오늘, 다가올 A매치 기간에 기사화할 특별 인터뷰를 기획했다.
대상은 맨체스터 시티와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장인 김다온으로, ‘90min’은 이번 일정을 위해 무려 8개월 가까이 공을 들였다.
그런 만큼 꼼꼼하고 신중히 기획을 해 왔는데, 잠시 후 오랜 노력의 결과가 나타나게 될 것이다.
특별 인터뷰어로서 섭외된 라라 피츠제럴드(Lara Fitzgerald) 역시, 반년 가까이 따로 시간을 할애해 김다온과 그의 가족을 조사하고 ‘90min’의 미팅에 참여해 왔다.
김다온의 부인이기도 하지만 성공한 디자이너기도 한 권아영에게 인사를 남기며, 라라 피츠제럴드가 본격적인 인터뷰를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로빈?”
이번 인터뷰를 기획한 로빈 에번스(Robin Evans)와 눈을 마주친 라라 피츠제럴드. 그녀는 인터뷰 준비가 끝났음을 확인한 후 가벼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멋진 집이네요.”
“고마워요.”
오늘 ‘90min’의 인터뷰 컨셉은 다가올 월드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들은 다가올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가장 주목받을 선수로 일찌감치 김다온을 점찍었다. 4년 전에 일어난 비극. 그리고 그것을 이겨 낸 과정 모두가 드라마였다.
“우선, 이 이야기부터 해야겠어요.”
“후우- 긴장되는데요?”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잡아먹진 않으니까.”
“그거 다행이네요.”
“좋아요. 시작하죠. Mr. 킴? 다온? 뭐라고 부르죠?”
“편하신 대로요.”
“오케이. 다온이라고 부를게요. 괜찮으시죠? 네. 좋아요. 다온? 당신의 이번 시즌 활약은 정말 놀라운데요. 당신은 몇 년 전부터 세계 최고의 선수였고, 역대 최고를 논하는 축구 선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보다도 더 수준 높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렇게 이야기하고요. 당신 스스로 그걸 느끼나요?”
“음- 실은 그게…….”
절로 나른함을 불러일으키는 따사로운 햇살 아래, 라라 피츠제럴드와 ‘90min’의 사람들은 김다온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우선 그 시작은.
“빌라와의 경기에서부터 그걸 좀 느낀 것 같아요.”
지난 9월 3일에 펼쳐졌던 맨체스터 시티의 애스턴 빌라 원정 경기였다.
***
(마틴 타일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Five Nil- 사실 이런 차이가 벌어질 경기 내용이었나 싶습니다. 경기를 지켜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빌라는 분명 좋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점수가 모든 걸 말해 주고 있습니다. 결국 결과가 중요한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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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반 21분
애스턴 빌라 0 : 5 맨체스터 시티
넋이 완전히 나가 버린 빌라의 선수들을 보며, 나는 약간의 측은함을 느꼈다.
전반전 한 골밖에 실점하지 않으며 나름 우리의 공격을 잘 틀어막았던 빌라인데,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연이어 실점했다.
중원에 존 맥긴(John McGinn)과 도글라스 루이스라는 수비적인 성향이 짙은 조합을 배치해 실점을 막는 일에 힘쓴 만큼, 이런 상황은 빌라에겐 무척 당혹스러울 거다.
준비해 온 플랜대로 되지 않거나 변수가 생겨 양상이 꼬였다면 그나마 핑계라도 댈 수 있을 텐데, 딱히 잘못한 게 없는데도 결과가 5:0이라 더 좌절감이 밀려든 것 같다.
2:0이 된 순간 세 명의 선수를 동시에 교체하며 강수를 둔 제라드도 멍하니 입을 벌리고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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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갑자기 이렇게 됐다는 표현 말고는 지금의 스코어를 설명하기 힘듭니다. 아까 하프 타임 때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애스턴 빌라가 생각보다 잘하고 있다.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가 순수 체급으로 애스터 빌라를 찍어 누른 느낌입니다.”
(김정명) – SPORTV 캐스터
“망연자실한 표정의 스티븐 제라드 감독의 얼굴에서 많은 것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이제 경기는 5:0. 맨체스터 시티가 앞서 나가는 가운데, 다시 경기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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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캐러거)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펩 과르디올라는 모든 경기가 너무 쉬울 겁니다. PLAN A가 안 돼? 그럼 PLAN B로 하자. PLAN B도 안 돼? 그럼 좋아. PLAN C도 괜찮아. 보통, PLAN A가 빗나갔다는 건 그 경기가 풀리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맨체스터 시티엔 그런 게 없습니다. PLAN B, C. 심지어 저들에겐 PLAN Q도 파괴적인 무기일 겁니다. 선수들의 축구 이해도가 너무나도 높습니다. 게다가 구성도 완벽합니다. 모든 포지션이 완벽하진 않습니다만, 다른 이들이 그 모자람을 채워 줍니다. 무엇보다, 다온의 플레이는 여전히 경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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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경기 내용에 비해 결과가 좋지 못했던 건, 애스턴 빌라가 박스 안에서의 준비를 잘해 왔기 때문이었다.
본래 센터백이었던 부바카르 카마라(Boubacar Kamara)를 센터백 사이로 내려보내 파이브백을 세우고, 두 명의 미드필드와 윙을 그 위에 플랫으로 배치해 공간을 잠궜다.
그런 빌라를 상대로 우린 너무 우직하게만 플레이하려 했고, 하프타임 드레싱 룸으로 향하자마자 난 곧바로 목소리를 높여 자존심을 굽혀야 한다고 소리쳤다.
상대를 EPL 17위 팀이 아닌, 언제든 우리를 꺾을 수 있는 팀이라 생각하고 더 진지하게 뛰어야 한다면서 말이다.
직후 펩이 드레싱 룸 안으로 들어섰고, 내 목소리를 들은 그가 조용히 동의 표를 던지곤 우리가 전술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부분을 이야기했다.
민재와 후벵 두 사람만을 후방에 남겨 두고, 나와 키런을 잔뜩 위로 끌어 올려 윙포워드처럼 뛰게 한 것이다.
대신 전반전 중앙과 측면을 활발하게 오가던 포든과 베르나르두의 활동반경을 가운데로 집중시켰는데, 펩이 이들에게 바란 건 볼을 빼앗겼을 때의 행동이었다.
만약 공격 전개 과정에서 애스턴 빌라에게 볼이 넘어가게 될 경우, 포든과 베르나르두는 즉각 상대를 역 압박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또 얼리크로스를 제외한 모든 측면 패스를 금했는데, 그러면서 키런과 내가 와이드(Wide)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역할을 소화하게 됐다.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꽤 많은 내용이 있었지만, 미팅이 끝나고도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우리 시티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된 후반전.
우린.
“옆을 봐!!”
“?!”
탁-!
“!!”
애스턴 빌라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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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타일러)
“더브라위너의 좋은 수비입니다. 바로 맨체스터 시티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앞쪽으로 달리는 포든. 측면으로 빠지는 포든에게 더브라위너가 패스를 잇습니다. 포든. 바깥의 다온에게. 오, 왜 또 저 남자가 혼자서 있죠? 박스 먼 쪽으로 볼이 향합니다. 그리고 실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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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시작 후 25분도 채 되지 않아, 우린 애스턴 빌라의 여섯 번째 실점을 선사했다.
사실상 5분마다 득점 하나씩을 올린 셈으로, 셀레브레이션이 모두 끝났을 땐 빌라 파크의 통로마다 경기장을 떠나려는 팬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야유조차 들려오지 않는 빌라 파크는 싸늘하게 식어 있었고, 단단히 내려앉은 빌라의 선수들을 끌어내고자 나는 30m 지점에서 과감히 슈팅을 날렸다.
퍽-!!!
약간의 회전이 감긴 슈팅이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고, 몸을 날린 골키퍼의 손마저도 통과해 골대를 가르는가 했지만 골대가 빌라를 구원했다.
투웅-!!
{“우오-!”}
최초 관중의 1/3도 채 남아 있지 않은 빌라 파크에서 놀라움이 담긴 탄성이 터져 나오고, 아쉬웠던 난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분명 들어갈 줄 알았는데.
계산이 좀 틀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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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캐러거)
“요즘 다온의 플레이를 보면, 꼭 U-15 레벨에서 뛰는 성인 선수 같습니다. 뭐든 마음대로 합니다. 오늘도 1골과 2어시스트를 기록했는데, 딱히 열심히 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물론 다온은 늘 최선을 다하는 선수입니다. 그저, 그가 만들어 내는 결과물들이 그만큼 놀랍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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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개인적으론 김다온이 2014/15 시즌부터 본격적인 월드클래스 반열에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을 계기로 한 단계 올라섰고, 바이에른 뮌헨 2년 차에 본격적인 재능을 폭발했습니다. 그러곤 쭉 세계 최고. 역대 최고의 레벨이었는데, 아직 시즌 초반입니다만 올 시즌 김다온은 그보다 더 수준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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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물러날 곳이 없는 애스터 빌라가 조금씩 반격에 나서 보지만, 그럴 때마다 민재가 사전에 공격을 끊어 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는 종종 아쉬운 모습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P.K에 대한 부담이 없어지는 지역에서의 민재는 내가 아는 센터백 중 최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지금까지 함께한 비니/제롬/고딘과 같은 최고의 센터백들과 견주더라도, 박스 밖에서의 퍼포먼스는 한참 더 위다.
그렇기에 팀은 더 민재를 믿고 지금과 같은 2-8 전술을 사용할 수 있다.
올리 왓킨스로부터 간단히 볼을 빼앗은 민재가 내게 패스를 보내오고, 하프라인 위에서 몸을 돌려세운 난 전방에서의 움직임을 확인했다.
멀리에 있던 엘링과 눈이 마주친 순간, 내 머릿속에선 녀석과 그 주변 수비수들의 움직임 등이 그려지며 곧 피치 전체의 평면도가 그려졌다.
그러자 내가 패스를 보내야 할 곳이 보였다.
거기로 볼을 보내고자, 난 발을 휘두른다.
팡-!
속도감 있는 롱패스가 하프라인에서 떠올라 빌라의 뒷공간으로 날아들고, 한 골이라도 뽑고자 라인을 높였던 상대는 바로 후퇴를 시작한다.
하지만 알다시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힘을 붙여 달리기 시작한 엘링을 막는 것은 역부족이다.
필사적이었던 에즈리 콘사(Ezri Konsa)가 엘링의 유니폼을 잡아끌어서라도 막아 내려고 하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엘링은 오히려 수비 상대를 넘어뜨린다.
크게 휘청이며 비틀거리던 에즈리 콘사가 볼품없는 동작으로 피치에 넘어지고, 골키퍼와 1:1 상황을 맞은 엘링이 왼발을 강하게 휘둘러 슈팅을 가져간다.
이미 해트트릭을 기록한 상황.
엘링의 강한 슈팅은.
투웅-!!!
“아악-!! 저 새끼 진짜!!!”
크로스바를 두들기고 멀리 튕겨 나와 타이론 밍스에 의해 클리어링이 된다.
“해트트릭해서 그래, 저 새끼!! 아우-!!”
내심 또 다른 어시스트 해트트릭을 노렸던 내가 한국어로 잔뜩 불만을 토해 내는 사이, 이쪽을 흘끔 바라본 엘링이 멋쩍은 얼굴로 혀를 날름 내밀었다.
마음 같아서는 꿀밤이라도 강하게 한 방 꽂아 넣고 싶었지만, 하는 짓이 귀여우니(?) 봐주기로 한다.
‘아니었으면 죽었어, 진짜.’
최근, 아주 조금이지만 나는 축구라는 게 어떠한 식으로 돌아가는 운동인지를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단순한 착각일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생각하곤 있지만, 그렇기에 더 조심하며 자만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그러나 최소 지금까진, 그린 대로 플레이가 되고 있긴 했다.
삐?익!
“응?”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오고, 세르히오 고메스가 대기 중인 것을 확인한 나는 벤치를 보며 내가 빠져나오는 것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인 펩이 손을 휘저으며, 내게 나오라는 신호를 보낸다.
전광판을 바라본 나는 아직 후반전 30분이 되지 않은 걸 확인 후 아쉬움을 느꼈지만, 순순히 주장 완장을 민재에게 넘긴 후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빌라의 팬들은 이런 나를 향해, 야유가 아닌 기립박수를 보내 날 당황하게 했다.
‘오늘 그 정도는 아닌데?’
당황스럽기도 하고 쑥스러운 마음이 교체로 인한 실망을 감춰 주는 사이, 난 어느새 지오와 마주했다.
“부러워요. 원정 경기에서 박수라니.”
“너도 할 수 있어.”
“설마요.”
본인의 한계를 긋는 이야기를 남긴 지오의 뒤통수를 두들긴 후, 난 이따 보자는 말과 함께 다시 걸음을 옮겼다.
“좋은 경기였어.”
“하하. 저걸 알고 계셨어요?”
“전혀. 하지만, 나도 같은 심정이야.”
“그럼 브라보라도 한번 외쳐 주시는 건 어때요?”
“브라보-!!”
“하하. 능청이 많이 늘었어요, 펩.”
“시간은 만인의 교사인 법이지.”
“좋은 스승인가 봐요.”
“자네가 누구보다 잘 알겠지.”
펩과 대화를 나누고 벤치로 돌아왔을 땐, 중간에 교체되어 나온 아쉬움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후우-”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 교체 없이 경기를 끌어온 만큼, 앞으로 계속 선수가 바뀌지 않을까 한다.
예상대로 펩은 우리에게 남은 네 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활용했고, 넉넉한 점수 차에서 기회를 부여받은 이들은 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저들에겐 우리가 6:0으로 이기나 10:0으로 이기나가 중요한 게 아니다.
펩에게 기량을 어필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출전 시간을 받으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어 둬야 한다.
바로 그게 펩이 다섯 장의 교체 카드 중 넷을 신입생들로 채운 이유일 것이다.
“기회야.”
“Let`s go, Julio-!!!”
“쟤 그 별명 싫어하지 않아?”
“뭔 상관이야.”
“하긴.”
좋은 역습 기회를 붙잡은 훌리안 알바레스가 40m 정도의 단독 드리블 돌파를 보여 주고, 각도가 다소 부족한 위치에서 골키퍼와 1:1 상황을 맞이했다.
모두가 먼 쪽을 바라보는 낮은 슈팅을 예상하고 있을 때, 알바레스는 이를 뛰어넘는 선택을 가져갔다.
“오?”
단어 그대로 두둥실 떠오른 축구공이 오늘 가혹한 하루를 보내는 중인 에밀리오 마르티네스를 넘어서고, 완만한 각도로 떨어지며 골대를 향해 움직였다.
“골이야.”
“너무 높은데?”
“아니, 골이래도.”
“아냐. 너무 높다니까?”
“…….”
“…….”
알바레스의 슈팅 결과를 두고 빠르게 의견을 주고받은 베르나르두와 나는 곧바로 입을 다물고 장면을 지켜봤다.
그리고.
통-
“!!”
축구공이 크로스바 윗부분을 맞고 그대로 골라인 밖으로 빠져나가자, 벤치에 앉아 있던 우리 모두는 아쉬워하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만약 지금 골이 되었다면, 정말 그림이었을 거다.
“젠장. 조금 높았네.”
“말했잖아.”
“……응? 이건 뭐야?”
“우리 내기했잖아. 100유로.”
“뭐?! 언제?”
“아까, 네가. 골이라면서 100유로 내기하자며. 이봐, 케빈. 너도 들었지?”
“응. 분명 100유로랬어.”
나의 능청스러운 거짓말에 케빈이 더욱 뻔뻔하게 호응하고, 처음엔 짜증을 내던 베르나르두는 크게 당황하며 다른 동료들에게 정말로 자신이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마치 짜기라도 한 것처럼 다들 비슷한 말을 들었다고 하는 식의 멋진 연기를 선보였는데, 난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아야 했다.
얼마가 더 지났을 때, 홀린 사람과도 같은 얼굴이 된 베르나르두가 이렇게 말을 했다.
“나중에 드레싱 룸에서 줄게.”
“당연히 그러셔야지.”
베르나르두 몰래 케빈과 주먹을 맞댄 건 물론이다. 지금 얻은 100유로는 모레 훈련 전 동료들과 스태프들에게 커피를 돌리는 데 요긴하게 사용될 거다.
왜 모레냐고 했느나면, 보통 이런 경기 뒤에 펩이 하루 휴가를 준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6:0 스코어의 변화 없이 경기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손뼉을 두드리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동료들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런 내 곁으로 카메라 한 대가 다가온다.
난 그에, 싱긋 미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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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캐러거)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번 시즌이 다온의 커리어 하이가 될 확률이 상당히 높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 왔던 것들보다 더욱 굉장한 것들을 보게 될 겁니다. 하지만 저도 그게 무엇인지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도 그런 단계를 본 적이 없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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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이렇게 되면 프리미어리그 여섯 경기에서 2골 13어시스트입니다. 이건 뭐, 말이 안 되는 기록이죠? 김다온의 이번 시즌은 정말 무시무시합니다.”
(김정명)
“중계 카메라도 그것을 잘 아는 것 같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첫 여섯 경기에서 네 번째 King of the Match를 노리는 김다온. 프리미어리그의 Man of the Match는 현재 King of the Match로 불리고 있습니다.”
(한희준)
“정말 왕이죠. 실제 맨체스터 시티 팬들 사이에서의 별명도 KING. 다온입니다.”
(김정명)
“저희는 이렇게 김다온의 활약 속에 맨체스터 시티가 애스턴 빌라를 6:0으로 제압했다는 결과를 알려 드리고 중계를…….”
.
.
.경기 종료(2022/23 EPL 6R)
애스턴 빌라 0 : 6 맨체스터 시티
[골] 엘링 홀란 : 전반 37분(김다온), 후반 05분(케빈 더브라위너), 후반 9분필 포든 : 후반 02분(주드 벨링엄)
김다온 : 후반 20분(F.K)
베르나르두 실바 : 후반 25분(김다온)
김다온 ? 74분 출전(1골 2어시스트/평점 9.6/M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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