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24)
1244화 Patriot (6)
(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벨링엄. 길게 보고 볼을 앞으로 보냅니다. 카르모나가 경합을 벌이고, 홀란이 먼저 헤더를 가져갑니다. 포든. 오-! 좋은 패스입니다. 왼쪽을 파고드는 고메스. 안쪽으로. 하지만 클리어 됩니다. 그런데 온전하지 않습니다. 더브라위너! 크로스를 두들깁니다!! 더브라위너의 날카로운 슈팅! 그러나 끝이 아닙니다. 메시! 메시!! 메시이-!!! 파괴적입니다!! THREE NIL-!! 세비야의 밤은 악몽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
.
(구스타보 로페스) – Movistar+ 코멘테이터
“오- 메시입니다. 세비야가 너무 전진해 있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바로 패스가 들어가고, 그대로 뚫립니다!! 홀란, 홀란, 홀란, 홀란!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골, 골, 골, 골, 골, 골, 골, 골, 고오오오오오오오올-!!”
.
.
(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세비야가 오늘, 맨체스터 시티의 다채로운 공격 옵션에 전혀 대처가 되고 있지 않습니다.”
(양은석) – SPORTV 캐스터
“자, 메시. 오늘 오른쪽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김다온과의 호흡은 오늘도 눈부십니다. 메시가 볼을 옆으로 밀어냅니다. 돌아 뛰고 있는 김다온입니다. 앞을 가로막는 아쿠냐.”
(정지현)
“오오- 네에-!”
(양은석)
“그대로 달리는 김다온! 아쿠냐는 막지 못합니다! 박스 안으로 파고드는 김다온! 낮게-!”
(정지현)
“들어갔어요오오-!!”
(양은석)
“고오오올-!! 5:0을 만드는 맨체스터 시티!! 이번 골의 주인공은 케빈 더브라위너입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도 두 번째 어시스트!! 어시스트 기계도 이 정도는 할 수 없을 겁니다!! 어시스트의 장인 김다온이!! 세비야를 완전히 침몰시키는 다섯 번째 득점을 어시스트합니다!!”
.
.
(대런 플레처)
“또 하나의 기억에 남을 밤을 보내고 있는 김다온입니다. 좋은 위치에서의 프리킥. 충분히 득점을 만들 수 있고, 올 시즌에도 이미 득점을 올렸습니다. 다온. 슛?! 아닙니다! 패습니다! STUNNISHING!! WHAT A BEAUTIFUL PLAY BY Man City-!! 또 하나의 Six in the City 게임입니다-!! 득점에 성공한 훌리안 알바레스-!! 이 새로운 친구도 벌써 많은 득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
.
.경기 종료(2022/23 UCL G.Stage)
세비야 0 : 6 맨체스터 시티
[골] 엘링 홀란 : 전반 20분(케빈 더브라위너), 후반 14분(리오넬 메시)필 포든 : 전반 25분(김다온)
리오넬 메시 : 전반 41분
케빈 더브라위너 : 후반 23분(김다온)
훌리안 알바레스 : 후반 37분(김다온)
김다온 ? 94분 출전(3어시스트/평점 10.0/MoM)
***
[역대 최초, 리그 개막전과 챔피언스리그 첫 번째 경기에서 어시스트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가 된 김다온. – 블리처리포트(U.S)].
.
[이 한국인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방식으로 축구라는 종목을 파괴하고 있다. – BBC(U.K)].
.
[오, 신이시여. 이건 너무합니다 : 세비야를 공중분해 해 버린 김다온과 리오넬 메시 – 엘 데스마르케(스페인)].
.
[훌렌 로페테기, “내 생각에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팀이 몇 개 있다. 다만, 그 1승을 위해서는 99경기에서 패배해야 할 것이다.” – 마르카(스페인)].
.
[김다온/리오넬 메시/엘링 홀란을 설명해 달라는 스페인 기자의 질문에 답한 펩 과르디올라, “세 선수 모두 월드클래스다. 다만, 엘링은 골을 넣기 위해 남은 다른 10명의 선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메시는 혼자서 득점할 수 있다. 그리고 다온은 남은 10명의 선수가 누구든 팀에 트로피를 안겨다 줄 능력을 지녔다.” – 빌트(독일)]***
이번 ‘90min’의 인터뷰가 진행되기 전, 현대 영국 역사에서 가장 큰 애도의 물결이 섬 전체를 뒤덮었다.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재위한 국왕이자 많은 영국인의 사랑을 받았던 엘리자베스 2세(Elizabeth II)가 골수암으로 인한 투병 끝에 서거(逝去)했기 때문이다.
이 소식이 알려짐과 동시에 잉글랜드의 모든 활동이 멈췄고, 프리미어리그 역시 애도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기분이 어떠셨나요?”
“글쎄요. 저는 그분을 잘 몰라서. 하지만 이 나라에서 무척 많은 사랑을 받은 분이라는 건 알았죠. 또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분이라는 것도요.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나름의 애도를 표했습니다. 조용히 가족들과 지냈고, 도시의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기로 했죠. 이 도시와 나라의 슬픔을 함께 위로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요.”
“바로 그 부분 말인데…….”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 가운데에서도, 김다온은 상당히 특별한 행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모국(母國)인 한국에 아카데미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형편이 어려운 수많은 아이를 위한 장학재단 역시 설립, 그들이 독립할 때까지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여전히 덴마크 셸란과 포르투갈 리스본의 몇몇 노약자 단체를 후원 중이며, 이곳 맨체스터에서도 다수의 단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유독 독일에서의 선행이 없는 편이었는데, 김다온은 오늘 그 이유를 이야기한다.
“그곳에서 좋은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
“함께 뛰었던 동료들 말고도 백룸이라든가 자주 가던 레스토랑에서 우리 부부를 담당하던 웨이터 등과도 친구가 되었죠. 그들과는 지금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다른 도시들만큼 좋은 기억이 있진 않습니다.”
“그건 이별 과정 때문인가요?”
“아뇨. 전혀 상관없습니다. 비즈니스는 별개니까요. 제 말은 그러니까, 소속감입니다. 저는 덜했지만, 독일에서 뛴 많은 동양인이 차별을 당했습니다. 같은 팀의 쏘니도 그랬죠. 우린 독일에 관해서는 별로 좋은 기억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좋지만, 나라와 문화는 아니라는 거죠.”
축구 선수로서의 삶에 이어, 김다온이라는 남자 개인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는 인터뷰는 이제 종반에 다다랐다.
재빨리 큐시트를 본 라라 피츠제럴드는 다음 이어갈 주제를 확인했고, 김다온의 이야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자연스레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아마, 가장 어려운 질문일 것 같네요.”
“기다렸어요. 예상했어요.”
“그렇다면, 제 죄책감이 조금 덜할 것 같네요. 이번 질문은 당신이 예상한 것처럼, 당신의 가장 큰 상처. 어쩌면 트라우마라고 부를 수도 있는 부분과 관련이 있습니다.”
“월드컵.”
“네. 그리고 대표팀이죠.”
일곱 개의 빅이어.
다섯 개의 발롱도르.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완벽한 커리어를 이룩한 김다온은 현대 축구에서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사람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는 축구계의 유리 벽을 부쉈다.
동양인이란 두꺼운 벽을.
김다온이 유럽 축구계의 중심으로 도약하기 이전, 동양인은 유럽 내에서 차별 아닌 차별을 받았다. 어떤 의미에선 겉으로 드러나는 인종차별보다도 심각했다.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실력의 저평가를 받은 건 물론이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장면에서 노골적인 카메라 씬 밖으로 밀려난 식이다.
그들과 함께 뛴 동료와 감독도 이런 저평가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정작 그것을 바꾸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 또한, 함께했던 위대한 동양인 선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않고 ‘백인이면 더 위대할 수 있었지만 황인이라 안타까운 경우’로 생각했던 것일 수도 있다.
스스로 인종차별주의자라 인정하는 꼴이기에 절대로 받아들이지 않겠지만, 김다온이 깨트려 흩뿌려진 유리 파편은 그것이 사실임을 간접적으로 보여 줬다.
라라 피츠제럴드는 김다온의 상처를 본격적으로 다루기에 앞서, 이 부분을 먼저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제가 아카데미를 만든 이유기도 하죠.”
“그게 이러한 것들과 관련이 있나요?”
“네. 물론입니다.”
“예를 들자면요?”
“제 다음 세대를 위한 거죠. 그리고 그건 어른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하나의 분야에서 성공한 어른이 내 조국을 위해 해야만 하는 일요. 정치를 한다거나 나라의 경제를 책임지는 일은 하지 못하겠지만, 최소한 축구를 꿈으로 가진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보여 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김다온이 깨트린 유리 벽은 언제든지 다시 쉽게 세워질 수 있다. 만약 한번 깨진 유리 벽이 영원히 허물어진 상태였다면, 삶은 훨씬 더 평온했을 거다.
그렇기에 김다온은 자신 이후 누군가가 본인이 해 왔던 것과 같은 일을 계속하기를 원했다.
“예를 들어, 시티의 우진이가 있겠네요.”
“시티 유스에 있는 선순가요?”
“네. 어린 엘링 홀란으로 불리죠. 하하. 꽤 까불거리는 녀석인데, 축구를 정말 잘합니다. 벌써 다른 애들이 세운 골 기록을 깨부수고 있죠. 가끔 이곳으로 데려와 밥도 배불리 먹입니다. 그 아이에게 가장 강조하는 건, 좋은 축구 선수가 되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 되라는 거고요.”
“그건 무척 중요한 부분이네요.”
“네.”
아카데미의 존재 이유 등을 설명하는 김다온의 표정은 이전 다른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할 때보다도 생기가 넘쳤다.
이를 통해 라라 피츠제럴드는 이 남자가 자신의 조국에 진심이며, 개인적인 이권을 아득히 뛰어넘는 무언가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 역시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한 만큼 김다온에게 있어, 대한민국 대표팀은 남다를 거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었다.
실제로, 김다온은 이를 인정했다.
그것도 매우 격렬하게 말이다.
“대표팀은 제가 속해 있어야 할 곳입니다.”
“오, 시티가 아니군요.”
“하하. 시티는 어떻게 보면 직장인 셈이죠. 오해를 사고 싶진 않으니 한 가지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전 애사심은 있습니다. 이 부분은 꼭 집어넣어 주세요. 기왕이면 밑줄에 별표까지 쳐 주고요. 제 고용주가 행복해야,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거든요. 아셨죠 다들?”
“하하하하.”
“하하하.”
김다온의 농담에 잠시 인터뷰 장소에 웃음꽃이 피고, 이내 사람들은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라라 피츠제럴드는 이 역시 보기 드문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인터뷰 장소에 있는 사람 중 휴식 시간을 제외하곤 딴짓을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프로라면 김다온 정도 되는 선수와의 인터뷰 때 집중해야 하는 것이 옳았지만, 휴대전화를 아예 바라보지도 않은 경우는 극히 보기 드문 게 사실이었다.
그만큼, ‘90min’의 사람들 역시 김다온의 인간적인 매력에 푹 빠졌다고 보는 게 옳을 것이다.
“아무튼, 대표팀은 그런 곳입니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특별함을 설명하기 위해 김다온은 세 개의 팀을 예로 들었다.
첫 번째로는 한국을 떠나 덴마크로 가게 된 계기였던 2007년의 U-15 팀이고, 그다음은 대한민국 최초 올림픽 축구 메달을 안겨다 준 2012 런던 올림픽 팀이다.
“대표팀에서의 경험이 늘 저를 새로운 단계로 이끌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은인인 셈이죠. 전 축구로 나라에 빚을 진 셈입니다. 그리고 팬들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죠. 단지 제가 축구를 한다는 사실만으로, 저를 사랑해 주니까요.”
“그게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나요?”
“음, 조금 복잡해요.”
“듣겠어요. 시간은 많으니까요.”
“하아- 잠시 생각해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커피 리필 가능할까요?”
스태프가 따뜻한 커피를 리필해 오는 사이, 생각을 정돈한 김다온이 멈췄던 말을 잇는다.
“제가 남들보다 축구를 잘한다는 사실은 분명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저를 특별하게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 전체로 보면 저는 그저 축구 선수입니다.”
다시 한번, 라라 피츠제럴드의 눈에 이채가 돌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을 만나 왔지만,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애써 본인을 낮추는 이들도 눈빛에선 여전한 오만함을 뽐내었고,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모두 본인의 이미지를 위한 립서비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도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라라 피츠제럴드는 어쩐지 김다온의 말이 신뢰가 갔다.
저런 눈빛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문장이 명료하다.
“세상엔 사람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인류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들려는 사람들도요. 그들이 특별합니다. 저는 그저, 그들이 돌볼 수 없는 곳을 아주 조금 더 살피려는 것뿐이죠. 단, 축구에 관해서는 제가 조금 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일을 하려고 합니다.”
“인상적이네요. 다시 대표팀으로 돌아가죠.”
“오, 네. 깜빡했네요.”
본론으로 돌아온 김다온은 먼저 2012 런던 올림픽 대표팀을 이야기했다.
“제가 본격적으로 축구에 미친 계기였죠.”
“특별한 경험이었나요?”
“매우. 저희는 정말로 좋은 팀이었습니다. 분데스리가에서 족적을 남긴 선배들이 많았고, 주장이었던 기성용은 이곳 영국에서도 유명합니다. 무엇보다, 그들은 좋은 리더였습니다. 인간으로서 완벽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누구도 그러진 못하니까요. 그들은 제게, 한 감정을 가르쳐 줬습니다.”
“그게 뭐죠?”
“애국심이요.”
“…….”
“실은, 덴마크에 있을 때 귀화를 생각하고 또 실제 제의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걸 생각하기에 저는 너무 어렸고 또 부모님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죠. 그러다 스물이 되기 전에 런던 올림픽을 치르고 왔는데, 그 뒤에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 한국인이었죠. 지금도 그렇고요. 런던에서의 경험이 저를 청년(Boy)으로 만들었습니다.”
“청년이라고요?”
“하하. 네. 그전에는 그냥 꼬마(Kid)였죠.”
런던 올림픽 이후, 김다온은 여느 한국인 축구 선수처럼 A매치 주간을 손꼽아 기다리게 됐다.
대표팀에서의 삶은 그에겐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으며, 그곳에서 보고 들은 것들과 경험한 일들이 클럽에서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때도 있었다.
그렇게 진심을 다한 김다온은 대표팀에서도 조금씩 중심이 되어갔고, 2018년 런던 세대를 배웅했다.
“당신은 월드컵에서 좌절했죠.”
“…….”
“그와 관련된 인터뷰 내용은 너무나도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 일도 축구계를 바꿨죠. VAR 제도 도입에 힘을 실었고, 거친 플레이에 대한 비난의 수위도 높였습니다.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요.”
“그렇죠.”
“그럼 당신은요?”
“…….”
“저는 꼭 이 질문을 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러시아에 있습니까?”
“…….”
다소 서늘한 바람이 인터뷰 장소에 불어온다. 길어지는 침묵에 이를 느낀 스태프 중 몇몇이 옷깃을 여몄다.
문득 이 바람이 쭉 불어온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인터뷰 장소의 온도가 떨어져서 그런지가 궁금했던 한 이가 잠시 딴생각을 할 무렵, 김다온의 목소리가 그런 망상을 깨웠다.
“저는 지금 이곳에 있습니다.”
“이곳이라 하면?”
“이곳 맨체스터. 알트링엄. 또 시티.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대표팀에 말입니다. 전 더는 러시아에 있지 않습니다. 한땐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건 분명하죠. 분명하지 않은 건, 제가 언제 정확히 그곳을 떠났는지는 모른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곳에 제가 어디에 있는지는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처음엔 다소 떨렸지만 이내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김다온은 자신이 속한 위치를 정확히 알렸다.
“전 상처를 입었습니다.”
“…….”
“하지만 이젠 극복했고요.”
트라우마를 지닌 이가 상처를 극복했다고 말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그중 99%가 거짓이다.
마음의 상처는 말 그대로 정신의 상태(State of Mind)에 달린 문제라, 여전히 출혈 중인데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고 괜찮다고 여기는 경우가 존재한다.
라라 피츠제럴드는 김다온은 그런 99%에 속하지 않는 1%라고 생각했다.
“컷! 수고했습니다!”
이후 몇 개의 질문이 더 이어진 인터뷰가 끝나고, 약 한 시간에 걸쳐 정리 정돈이 이뤄지고 난 뒤 ‘90min’의 사람들은 권아영이 직접 구운 쿠키를 들고 저택을 나섰다.
렌트한 차량에 올라타 맨체스터 공항으로 향하는 길 내내 라라 피츠제럴드는 침묵했는데, 런던행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서야 그녀는 로빈 에번스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애국자.”
“응?”
“그는 애국자예요, 로빈. 요즘 보기 드문, 진정한 애국자 말이에요.”
“……애국자라.”
“네.”
김다온은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나라를 위한 일을 하고 있다. 비록 아무도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을 행동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로빈 에번스는 이런 라라 피츠제럴드의 말에 공감이 갔고, 곧바로 이번 인터뷰의 타이틀을 결정했다.
“이건 뭐죠?”
“타이틀. 자네가 지금 막 정한 거야.”
“…….”
Patriot.
곧이어 있을 9월 A매치 주간 ‘90min’의 자존심을 걸고 메인 페이지에 실리게 될 이번 인터뷰 제목은, 김다온이란 축구 선수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단어가 될 예정이었다.
어느덧 구름을 아래에 둔 비행기 안에서 차창 밖을 내려다보며, 라라 피츠제럴드는 훌륭한 사람과 만나 좋은 시간을 보냈다는 만족감을 표정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무척 평화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