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32)
1252화 Eve (2)
2022년 11월 5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전반 10분
맨체스터 시티 0 : 0 풀럼
&Best Eleven(맨시티/상대팀)
&Tactics(맨시티/상대팀) : 4-3-3/4-1-4-1
GK ? 에데르송 / GK ? 베른트 레노
RB ? 키런 트리피어 / RB ? 케니 테터
RCB ? 존 스톤스 / RCB ? 이사 디오프
LCB ? 네이선 아케 / LCB ? 팀 림
LB ? 김다온 / LB ? 안토니 로빈슨
DM ? 로드리 / DM ? 주앙 팔리냐
RCM ? 일카이 귄도안 / RAM ? 해리 윌슨
LCM ? 케빈 더브라위너 / RCM ? 해리슨 리드
RW ? 리오넬 메시 / LCM ?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LW ? 손흥민 / LAM ? 윌리안
ST ? 훌리안 알바레스 / ST ? 카를루스 비니시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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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전 마지막 세 경기를 남겨 놓은 가운데, 오늘 그 첫 번째 경기가 대략 15분 전에 시작됐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면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한 풀럼. 이들은 프리미어리그 개막 경기인 리버풀전에서 2:2 무승부를 거두며 돌풍을 예고했다.
강한 전방 압박과 끈끈한 조직력. 그리고 상대가 누구건 주도권 싸움을 포기하지 않는 팀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올 시즌 풀럼 축구의 레벨을 좌우하는 알렉산다르 미트로비치가 결장했기 때문이다.
카를루스 비니시우스가 미트로비치를 대신해 출전했지만, 풀럼의 좋은 경기력을 책임져 왔던 스트라이커의 공백을 모두 채워 내기에는 무리였다.
“올라가-!! 더-!!”
공격적인 모습을 보길 원하는 펩이 손을 휘저으며 팀 전체의 라인을 높이려고 한다.
그에 맞춰 우린 일제히 라인을 끌어올렸고, 자연스럽게 후방빌드업이 이뤄지는 위치 역시 페널티박스 주변에서 하프라인 근처로 옮겨 갔다.
케빈과 나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왼쪽 측면에서의 빌드업은 올 시즌 우리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이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의 전개가 흘러가고 있었다.
일방적인 수세에 몰리는 풀럼.
상대는 발버둥 친다.
“뒤!!”
“?!”
나의 목소리에 반응한 케빈이 능숙하게 몸을 활용하여 해리슨 리드(Harrison Reed)의 접근을 막는다. 저럴 때의 케빈은 뿌리를 깊게 내린 나무처럼 보인다.
일단 한번 버텨 준 케빈이 내게 패스를 전해 오고, 발 앞으로 퍼스트 터치를 가져간 나는 바로 반대편을 겨냥했다.
팡-!!
오른쪽 하프라인 앞으로 길게 날아간 축구공은 키런의 가슴팍에 정확히 안착한다.
공격의 방향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뀌고, 바로 패스를 연결받은 리오는 풀럼의 진영을 한참 동안 어지럽히다가 파울을 얻어 내며 기회를 이었다.
답답한 양상에 풀럼 선수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오간 순간, 허점을 파고든 리오가 바로 짧게 패스를 보냈다.
“헤?이!!”
리오의 프리킥이 일리걸(Illegal)이라 주장하는 풀럼의 선수들. 하지만 대런 잉글랜드(Darren England)는 경기를 진행했고, 뒷공간을 파고든 알바레스가 슈팅을 가져갔다.
파앙-!
{“우어-!”}
날카로웠던 슈팅에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고, 선방을 보여준 베른트 레노가 팀 수비수들을 향해 손을 휘젓고 소리를 지르며 분명한 불만을 표현했다.
일리걸의 여부야 주심의 소관이고, 지금은 누구 하나라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볼을 추적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자, 실망해 버린 독일 출신의 골키퍼는 화가 나 버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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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SPORTV 해설위원
“일련의 공격 과정들. 그러니까 리오넬 메시의 프리킥과 훌리안 알바레스의 슈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의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케빈 더브라위너와 김다온을 중심으로 한 빌드업. 케빈 더브라위너로서는 김다온이 왼쪽으로 온 것 때문에, 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었을 겁니다.”
(김정명) – SPORTV 캐스터
“맨체스터 시티의 코너킥. 케빈 더브라위너가 코너플랫으로 뛰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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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드업의 시작 장소를 높인 효과는 이후로도 계속해서 발휘됐다.
간헐적으로나마 공격을 시도했던 풀럼은 이제 수비진영에 완전히 갇혀 버렸고, 필사적으로 버티려 노력했지만 의외의 수가 그들의 허를 완전히 찔러 버렸다.
나와 케빈에게 정신을 팔고 있던 풀럼은 군도가 훌리안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고, 두 남자 사이의 텔레파시가 있다는 것 역시 알지 못했다.
팡-!
“?!”
“!!”
군도가 보낸 패스가 풀럼 FC의 수비진영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그리고 이는 계속 아슬아슬하게 라인을 타고 있던 알바레스에게 정확히 이어졌다.
다시 한번 풀럼의 수비수들은 손을 들어 올리며 오프사이드를 주장했지만, 그래 봐야 같은 실수였다.
촤랑-!
{“예에에에-!!!”}
그물이 출렁거리는 순간, 에티하드가 들썩이며 큰 함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풀럼은 오늘 내내 나와 케빈에서 시작되고 리오와 흥민이 형으로 마무리되는 공격을 경계해 왔다. 한데 정작 실점은 그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방식으로 이뤄졌다.
아마도 상대는 군도가 분데스리가에서부터 줄곧 인정받아 온 뛰어난 미드필드이며, 불과 몇 년 전 10-10을 작성할 만큼 공격포인트를 적립할 줄 아는 선수라는 걸 잊어버린 것 같다.
무리도 아니다.
세상의 그 어떠한 축구팀이라고 해도, 상대가 지닌 모든 무기를 견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물며 망각하고 있던 무기가 군도와 훌리안이라면, 거기에서 받은 충격은 그들이 버티는 데 도움이 되었을 모든 것들을 무너뜨릴 만큼 충분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 예상은 곧 현실이 됐다.
풀럼은 사정없이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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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플레처) – BT Sports 코멘테이터
“로드리. 오- 멋진 턴입니다. 다온. 쏜. 측면에서 넓게 벌려주고 있고, 테터가 접근합니다. 더브라위너. 두 명의 한국인이 양쪽으로 뜁니다. 더브라위너가 다온을 택합니다. 다온. 누군가를 본 것 같은데요. Oh- Yes!! 메시이-!! OH- YES!! 그럴 줄 알았습니다! Da-On to Messi!! 맨체스터 시티의 Go-to-Move가 또 한 번 만들어집니다!! 전설이 또 다른 전설에게! 맨체스터 시티가 바로 거리를 벌립니다! Two N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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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아아- 뺏겼어요!”
(김정명)
“안드레아스 페레이라. 실수가 나옵니다.”
(한희준)
“손흥민을 봐야죠! 반대가 비었어요!”
(김정명)
“귄도안. 달립니다. 귄도안. 반대편 멀-리 손흥민이 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귄도안의 선택은 알바레스. 알바레스가 더브라위너에게. 밀어 보내는 더브라위너. 손흥민. 손흥민. 손흥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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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불리기도 전에, 우린 점수를 3:0으로 만들었다.
뉴캐슬과 웨스트햄에 세 골 이상을 허락한 적이 있긴 하지만, 풀럼이 전반전에만 세 골을 허용한 건 오늘이 처음이다. 이토록 일방적으로 당하는 것도 처음일 거다.
흥민이 형의 득점이 만들어진 순간, 난 상대의 전의가 꺾이는 것을 보았다.
“이야아아아아-!!!”
“Come on-!!”
코너플랫에서 다시 한번 셀레브레이션이 이뤄지고, 환한 표정으로 같은 장소에 모인 우린 저마다 소리를 내지르며 경기가 주는 있는 그대로의 행복을 즐겼다.
뭐든 잘 되면 즐거운 법이다.
하물며 그게 축구라면.
“라인 조절 지리네-!!”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누군데?!”
“뭐?”
“어??”
“멍청이들. 뭐 하냐??”
어떻게 보면 단순한 직업.
하지만 단 한 순간도 그런 적이 없는 축구가 이토록 잘 불리는 요즘, 우리는 모든 순간 피치 위에서 흥겹다. 지금과 같은 하루가 오랫동안 이어지기만을 손 모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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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2000년대 이후로도 수많은 위대한 클럽이 있었습니다. AC 밀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하지만 최소한 제가 두 눈으로 직접 본 축구팀 중에서 단연 최고는 현재의 맨체스터 시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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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휴식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여정.
우린 그때까지 전승을 유지하려 한다.
스스로를 향한 강인한 믿음과.
끊기지 않는 신뢰를 바탕으로.
촤랑-!!
{“YEAH-!!!”}
우린, 그 어떠한 팀에도 패배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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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결과(2022/23 EPL 15R)
맨체스터 시티 5 : 0 풀럼
[골] 훌리안 알바레스 : 전반 17분(일카이 귄도안)리오넬 메시 : 전반 23분(김다온), 후반 07분
손흥민 : 전반 43분(케빈 더브라위너)
리야드 마레즈 : 후반 26분(베르나르두 실바)
김다온 ? 95분 출전(1어시스트/평점 8.3)
MoM ? 리오넬 메시(2골/평점 8.7)
***
.2022.11.09. 경기 결과(EFL Cup 3R)
맨체스터 시티 3 : 0 첼시
[골] 리야드 마레즈 : 후반 08분훌리안 알바레스 : 후반 13분
필 포든 : 후반 19분(주드 벨링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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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했던 그레이엄 포터의 첼시, 맨체스터 시티에 0:3 완패. – 런던 이브닝 스탠더드]***
(마틴 타일러) – Sky Sports 코멘테이터
“매우 훌륭한 출발을 보였던 브렌트퍼드입니다만, 이후 분노한 맨체스터 시티로부터 반격을 당했습니다. 또 하나의 훌륭한 시즌을 만들어 나가는 중인 맨체스터 시티. 꺾을 수 없는 팀. 패배하지 않는 이 팀은 14전 전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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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2일. 맨체스터 M11 3FF, 잉글랜드. 애쉬튼 뉴 로드. 에티하드 스타디움.
.후반 52분
맨체스터 시티 6 : 1 브렌트퍼드
느슨했던 출발.
이를 놓치지 않았던 브렌트퍼드에 우린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실망스러운 첫 10분을 보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고, 실점 후 3분 만에 리오가 동점 골을 만들어 내며 반격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는 일방적인 흐름으로 전개됐다.
{“얼른 경기를 끝내-!!”}
{“BOOOO-!!!”}
후반전 추가시간이 7분 넘게 주어지자, 경기 종료를 바라는 관중석에서는 주심을 향한 야유와 휘파람 소리가 쉬지 않고 울려 퍼졌다.
하지만 피터 뱅크스는 뚝심 있게 주어진 추가시간을 전부 사용했고, 8분을 꽉 채우고야 경기를 끝맺었다.
{“YEAH-!!!”}
언제 그랬냐는 듯 크게 환호하며 승리에 기뻐하는 팬들. 조금 전까지 주심을 향해 잔뜩 짜증을 부렸던 것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수고했다.”
“어. 죽겠다.”
“엄살은. 종아리는 괜찮고?”
“어. 괜찮아.”
“그럼 된 거지.”
엄살을 피우는 민재의 등을 토닥인 후, 나는 수고한 아케에게 다가가 팔을 뻗었다. 후벵이 자잘한 부상으로 휴식을 취한 오늘, 아케가 왼쪽 센터백 자리를 책임졌다.
첫 번째 실점 상황에서 이반 토니(Ivan Toney)를 놓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지만, 이후론 완벽에 가까운 경기였다.
“수고했어, 네이선.”
“젠장. 난 펩에게 죽었어.”
“하하. 그러게- 이런 날에는 실수가 더 티 나잖아.”
“후우- 그래도 덕분에 죽어라 뛰었지.”
금방 말한 것처럼, 우리가 오늘 허용한 선제 실점은 아케의 실수로부터 출발했다.
전반 시작과 동시에 리버풀을 연상케 하는 강한 전방 압박을 보여 준 브렌트퍼드는 첫 10분 동안 우리를 압도했다. 점유율을 시작으로, 슈팅/코너킥 심지어 패스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그런 흐름에서 나온 실점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우린 그보다 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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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 – SPORTV 해설위원
“맨체스터 시티가 왜 강팀인가를 보여 준 한 판이었습니다. 선제 실점 직후 흔들릴 법도 했는데, 오히려 브렌트퍼드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단 말이죠.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일어나, 상대에게 계속해서 펀치를 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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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캐러거) – Sky Sports 공동-코멘테이터
“사람들은 정신력이 정말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궁금해합니다. 그에 관한 제 대답은 엄청나다는 것입니다. 오늘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겠군요. 맨체스터 시티가 강력한 이유는 셀 수도 없이 많을 겁니다. 완벽한 스쿼드도 스쿼드지만, 제 생각에 이들의 진정한 강점은 정신력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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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킨) – Sky Sports 펀디츠
“오늘 보셨지 않습니까. 시티는 과거 유나이티드가 지녔던 정신력을 갖고 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그들이 어떻게 해야 승리할 수 있을지를 냉정하게 생각합니다. 보통은 팀에 그런 선수가 하나라도 있으면 역전승을 이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볼 때 현재의 시티에는 그런 선수가 최소 넷은 됩니다. 가장 먼저 다온. 이건 의심할 여지가 없는 부분이죠. 그리고 메시. 더브라위너. 포든.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민재와 홀란도 끼워 넣을 만합니다. 이 둘은 승리하고 싶어서 미친 짐승들입니다. 조금만 일깨워 주면, 앞장서서 그 거대한 몸뚱이로 상대를 파괴해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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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후 드레싱 룸으로 돌아온 우린, 월드컵 이전을 완벽하게 마무리한 것에 관한 자축의 시간을 가졌다.
안으로 들어선 펩은 이런 우리를 크게 격려했고,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선수들의 앞에 선 칼둔은 특별 보너스가 지급될 것을 시사하며 사기를 더 높이 끌어올렸다.
오늘이 지나고 나면, 월드컵에 참가한 이들은 당분간 동료가 아닌 적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이도 있다.
“넌 뭘 할 건데?”
“휴가나 가야지.”
“팔자 좋은걸?”
“X까. 나라고 그러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아?”
“쿡쿡쿡.”
월드컵 기간 멋진 휴가 계획을 세운 엘링은 8강전이 시작될 무렵 다시 맨체스터로 돌아와 먼저 몸을 만들고 있을 예정이다.
휴가지에서도 개인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겠단 약속을 펩과 한 상태라고 들었다.
노르웨이가 월드컵 진출에 실패하면서, 전 세계 축구 팬들은 현시점 최고의 스트라이커를 본선 무대에서 볼 수 없는 불행을 겪게 되었다.
나는 그걸 가끔 엘링의 탓으로 모는 식의 장난을 쳤는데, 처음엔 화내던 이 친구도 지금은 포기해 버린 것 같다.
“다음엔 꼭 나가게 될 거야.”
“그러든가.”
입을 삐죽이며 어깨를 으쓱한 엘링이 먼저 샤워실로 들어서고, 천천히 씻을 준비를 하던 나는 휴대전화의 화면이 반짝이는 것을 보게 되었다.
평소라면 그냥 무시했을 테지만, 한국어가 적혀 있어 손을 뻗어 내용을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딸깍.
‘……?!’
화면엔, 기다렸던 소식이 적혀 있었다.
‘떴다!’
카타르로 향하게 될 26명의 이름.
다만 이것은 아직 비밀이다.
파울루 벤투 감독님은 대한민국 대표팀의 주장인 내게 먼저 이를 보낸 것이고, 정식 발표가 있을 때까지는 모르는 척하면서 있어야 한다.
명단의 끝에 보태어진 추가 내용엔, 한국 시각으로 13일 오전 정식 발표가 있을 거라고 했다.
‘대충 열두 시간인가?’
한국 시각으로 명단 발표가 있을 때를 대강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나는 본격적인 월드컵이 시작되었음을 느꼈다.
“형, 뭐 해? 안 씻어?”
“어?”
“뭘 그렇게 봐. 형수야?”
“아- 어. 수호 사진을 보내 줘서.”
“나중에 보고, 씻자 얼른.”
“그래. 가자.”
오늘 나는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낸 후, 내일 오전 민재/흥민과 함께 카타르로 향한다.
앞서 예비 명단 선수들과 함께 파주에서 훈련했던 이들은 명단 발표를 먼저 확인한 후, 그날 밤 비행기에 탑승한다. 나는 지금 그 이름을 알고 있지만, 당장은 비밀이다.
쏴아-
“…….”
쏟아지는 물을 맞는 내 머릿속은 온통, 월드컵으로 가득했다.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 온 순간이다.
‘이번에야말로.’
이번에야말로 꼭, 나는 그 빌어먹을 쥘 리메란 녀석을 두 손으로 들어 올릴 생각이다.
***
[최종 명단 발표한 벤투호, 마지막 선택은 26인 + 오현규/홍현석 ? FIF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