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40)
1260화 Hello, It`s Me (4)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빛낼 3인의 슈퍼 스타들 : 김다온(대한민국),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킬리안 음바페(프랑스) – ESPN(미국)/2022.11.01.]***
.전반 13분
모로코 0 : 0 대한민국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모로코를 주목한 국가는 없다. 물론 그들의 자국 언론을 제외한다는 전제 조건이 달라붙지만, 어쨌든 모로코는 사람들의 시야 바깥에 놓여 있었다.
게다가 내부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
역량은 갖췄으나 성격적으로 괴팍한 바히드 할릴호지치 전(前) 감독이 망가뜨린 대표팀 내의 조직력 또한, 모로코의 성적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드는 하나의 이유였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감이 있었다.
비가 내린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할릴호지치가 떠나고 선수들로부터 신임이 두터운 왈리드 레그라기가 부임하게 되자,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애국심과 명예를 제외하면 오히려 더 조직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대표팀 축구에서, 이런 선수들의 자발적인 의지는 모로코의 전력 상승을 가져왔다.
그래서 개막을 앞뒀을 땐 모로코 선수들 사이에선 강한 자신감이 생겨났고, 레그라기 역시 팀이 이변을 일으키기 충분한 전력을 가졌다 믿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모로코가 철저한 언더독(Under Dog)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이봐아-!!!”
왈리드 레그라기와 모로코의 이러한 자신감은 첫 번째 단계부터 강한 시련에 부딪히고 있다.
김영권의 차징(Charging)에 유세프 엔네세리가 넘어진 순간, 모로코의 감독은 파울이 아니냐며 주심을 향해 크게 목소리를 내질렀다.
“지금 건 파울이잖아-!!”
그러나 이는 공허한 외침에서 끝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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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광) – KBS 캐스터
“지금까지는 대한민국의 수비가 상당히 좋습니다. 안정적으로 모로코의 공격 시도를 전부 차단하고 있습니다. 볼을 끊어 낸 김영권. 앞쪽의 정우영에게 패스를 보냅니다. 정우영이 다시 오른쪽 김문환에게. 대한민국. 서두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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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조사한 바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몇 개의 포지션에서 분명한 약점을 지닌 팀이었다.
평범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골키퍼. 에이징 커브로 신체 능력 저하가 온 왼쪽 센터백. 김다온을 빼면 국제 레벨과는 거리가 먼 사이드백. 툴(Tool)이 한정된 미드필드. 거기에 득점력이 떨어지는 스트라이커에 이르기까지.
제아무리 강한 전력의 팀이라도 한두 개의 약점쯤은 있는 게 사실이지만, 대한민국은 고점과 저점의 편차가 분명하게 존재하는 팀이었다.
그런데 현재까지 레그라기가 느낀 대한민국 대표팀은 사전 수집한 정보를 모두 의심케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어디에서도, 약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빛나는 곳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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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 맥코이스트) – BBC 공동-코멘테이터
“최소한 지금까지 제게, 한국은 상당히 잘 조직된 팀처럼 느껴집니다. 모로코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모로코의 선수들은 그들이 지켜야 할 것들을 잘 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교묘하게 그걸 망가뜨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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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리드 레그라기가 들을 수 없는 앨리 맥코이스트의 코멘트처럼, 한국은 매우 교묘하게 모로코를 흔들고 있었다.
마치 잔인함과 장난기 가득함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맹수가 무기력한 먹잇감을 앞에다 둔 것처럼, 모로코의 가능성을 하나씩 꺾으며 천천히 궁지로 몰아갔다.
이러한 나쁜 흐름 속에서, 모로코도 나름의 방식으로 반격을 시도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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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브랄 네투) – 포르투갈 TVI 코멘테이터
“한국 오른쪽 수비의 킴. 중앙에 있는 우영에게 패스를 전합니다. 우영이 강인에게. 강인. 벤피카의 뛰어난 미드필드입니다. 오-! 오-! 오-!! 저게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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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게 무슨?!’
지금도 모로코는 한국이 패스를 전개할 위치를 특정한 장소로 몰아간 후, 볼이 거기로 향하자마자 세 명의 선수를 집어넣어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볼을 가로챈 후엔 바로 빠르게 역습을 나설 생각이었는데, 드리블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던 위치에서 이강인이 놀라운 기술을 자랑하며 탈(脫)압박을 이뤄 냈다.
이후 패스는 아래로 내려선 황의조에게 이어졌고, 볼은 전환되어 너른 공간으로 움직였다.
이강인이 선보인 놀라운 기량에 잠시 사고 회로가 멈춘 왈리드 레그라기. 그는 자신과 똑같은 상황의 선수들을 확인한 후 화들짝 정신을 차리곤 다시 소리를 질렀다.
볼을 강탈하기 위해 한 명이 있는 곳에 세 명의 선수를 보낸 만큼, 현재 모로코 진영엔 인원 공백이 생긴 상태다.
황인범이 불쑥 튀어나온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역시 바로 그것 때문이었는데, 한쪽으로 치우쳐버린 모로코의 피치 밸런스는 그들의 오른쪽 수비를 시험에 들게 했다.
약 5m 정도를 전진한 황인범이 왼쪽 빈 공간에 벌려서 있던 손흥민에게 다시 패스를 잇는다.
.
(안정환) – MBC 해설위원
“자, 기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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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축구로 접어들며 드리블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드리블을 단순히 전진하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 가치는 이전보다 더 높은 계수(係數)를 지닌다. 이는 압박 강도의 상승과도 큰 연관성을 가진다.
축구의 흐름이 아무리 바뀌고 중요한 값어치가 달라져도, 절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것이 바로 1vs1 능력이다.
선수들이 볼을 다루는 기량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감독들은 수비수가 1vs1로 볼을 빼앗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해 함정(Trap)을 만들고 압박을 다채화 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질수록, 다수로부터의 압박을 견뎌내는 볼 키핑(Ball Keeping)과 수비수들로부터 달아나는 탈압박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됐다.
현재 아슈라프 하키미가 손흥민을 1vs1로 막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도, 이강인의 멋진 드리블이 모로코가 투자한 자원을 몽땅 삼켜 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왈리드 레그라기가 간과한 것이기도 했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
지난 몇 년 동안 꾸준히 NxGN(Next Generation) Top 50에 선정되며 이름을 알려 온 이강인이었지만, 그의 기량 발전은 분명히 더뎌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빈약한 피지컬과 부족한 수비력은 ‘프로레벨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젊은 재능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이번 대한민국전을 준비하며, 공격 전개의 시발점이 될 이강인을 피지컬적으로 강하게 압박해 무력화하는 계획이 만들어진 것도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었다.
한데 이 모든 준비가 실패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모로코는 본격적으로 수세에 몰렸다.
‘막아, 하키미. 막아 줘.’
부지런히 사이드 스텝을 밟은 하키미의 앞에서, 특유의 준비 자세를 가져간 손흥민이 좌우로 크게 페인팅을 넣는다.
저 영리한 대한민국의 공격수는 본인이 지닌 최대의 장점을 활용하는 법을 알고 있고, 수비수로 하여금 좌우 모두를 신경 쓰게 만든 후 본인이 미리 선택한 진로를 가져간다.
손흥민의 사전 동작엔, 다른 윙어처럼 수비수를 완전히 속이겠다는 의도는 들어 있지 않다.
어차피 상대가 양쪽 발 모두를 신경 쓴 순간, 한쪽을 택해 전력으로 치고 나갈 자신의 속도와 기량을 따라올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범용성이 높은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가장 선호하는 상황에 놓이게만 만든다면 손흥민은 의심할 여지 없는 월드 클래스다.
이전에 있었던 몇 차례의 1vs1에서는 좋은 수비를 보였던 하키미지만, 계속되는 수비 상황에 그도 눈에 보이지 않는 실수를 범하고 만다.
오직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고, 눈으로 보았을 땐 공격수가 잘한 것처럼 보이는 실수다.
‘?! 멍청한.’
왼쪽으로 크게 어깨를 집어넣은 후 반대 방향으로 치고 내달리는 손흥민을 보며, 아슈라프 하키미는 알고 있었는데도 반응이 늦은 자신을 탓했다.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라인을 따라 길게 치고 나가는 건, 손흥민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다.
이윽고 슈팅이 가능한 각도까지 좁힌 손흥민.
그는 망설임 없이 오른발을 휘둘렀다.
파앙-!!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해 발을 쭉 뻗어본 하키미였지만, 축구공은 이미 모로코의 골대를 향해 날아가고 있다.
잘 감겼지만 워낙에 강한 슈팅은 가볍게 안쪽으로 꺾이며 모로코 골대의 왼쪽 위를 노리며 움직였고,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순간 야신 부누의 놀라운 선방이 펼쳐졌다.
팡-!
{“워어-!!”}
.
(배정세) – SBS 캐스터
“아? 막힙니다!! 손흥민의 날카로운 슈팅을 모로코의 야신 부누 골키퍼가 막아 냅니다!”
(이승우) – SBS 월드컵 해설위원
“정말 안타깝습니다. 야신 부누 골키퍼. 정말 야신이 재림했나요? 대한민국으로선 좋지 않은 소식입니다.”
.
경기가 시작되고 첫 15분이 지났다.
그동안 모로코는 한국의 거센 공세에 시달렸지만, 수차례의 위협을 받았음에도 수비수들의 투지와 야신 부누의 놀라운 선방을 앞세워 실점을 막아 내고 있다.
위기를 벗어난 모로코의 선수들이 한숨을 돌리고, 진땀을 뺀 레그라기 역시 바닥에 놓인 물병을 집어 목을 축인다.
“…….”
현재 레그라기의 시선은 대한민국의 벤치에 앉은 파울루 벤투를 향해 있다.
옆쪽의 코치들과 선수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것과는 달리, 파울루 벤투는 날카로운 눈빛을 과시하며 피치를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과연 저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레그라기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개인적인 친분이 전혀 없었기에, 레그라기는 파울루 벤투의 저러한 표정과 몸짓이 의미하는 바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마음에 안 드는군,’
무언가 모를 미묘한 여유가 느껴지는 파울루 벤투의 모습에서 약간의 거북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대한민국이 경기를 주도 중인 건 맞지만, 결국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감독은 흐름이 넘어갈 것을 생각해서 아쉬워하거나, 여러 종류의 징크스를 걱정하는 게 보통이다.
‘당신은 뭘 그렇게 믿는 거지?’
이것을 끝으로 더 이상의 생각을 길게 이어 가지는 않기로 하며, 왈리드 레그라기가 이강인이 선 코너 플랫으로 시선을 돌렸다.
멋진 탈압박으로 모로코를 곤경에 빠트린 대한민국의 10번(AM)이, 손을 들어 올리며 코너킥을 띄워 올린다.
팡-
***
.전반 21분
모로코 0 : 0 대한민국
결정적인 슈팅이 야신 부누의 선방에 모조리 막혔는데도, 대한민국의 기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이 정도의 차이였어?”
“모로코도 꽤 하지 않아?”
“평가전이 있었던가?”
불과 20여 분 만에, 기자석에 앉은 사람들은 대한민국과 모로코의 구도를 재평가하기에 나선다. 한쪽의 우세는 예상했지만, 그 양상이 너무 일방적이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금도, 대한민국은 모로코로부터 간단하게 볼을 빼앗아 내어 점유율을 높여 간다.
그러한 과정에서 눈에 띄는 선수도 경기 전에 했던 예상과는 달랐는데, 현재까지 기자들의 눈을 사로잡은 건 맨체스터 시티 출신의 3인방이 아닌 SL 벤피카의 미드필드 듀오였다.
특히 종횡무진 피치를 누비는 황인범의 모습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다.
“또 6번이야.”
다음 연결 지점을 찾으려는 셀림 아말라(Sellim Amala)가 조금의 망설임을 보인 순간, 여지없이 달려든 황인범이 강하게 몸을 부딪쳐 볼을 빼앗아 낸다.
오늘 모로코의 모든 공격 작업에서 황인범은 모기처럼 달라붙고 있었는데, 약점으로 여겨졌던 피지컬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아 더 인상적이었다.
뒤늦게서야, 기자들은 이강인뿐만 아니라 황인범 역시 육체적으로 단단해졌단 것을 깨달았다.
.
(구자철) – KBS 월드컵 해설위원
“황인범 선수도 그렇고 이강인도 그렇고, 김다온 선수로부터 웨이트트레이닝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알고 있거든요? 너무 근육을 붙이는 것도 좋지는 않지만, 세계적인 레벨에서 경쟁하려면 웨이트는 필수입니다. 저만 해도 독일에서…….”
.
술렁이는 기자석의 목소리를 귀에 담으며, 레녹스 베이커는 모두가 간과 중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대한민국의 미드필드가 예상보다 더 선전해 주는 것도 맞고 전체적인 밸런스 역시 뛰어나 보이는 것도 맞지만, 모로코가 이토록 무기력한 이유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했다.
모로코에 알짜배기 선수가 많기는 해도, 공격에서 결정적인 패스를 만드는 건 하킴 지예시의 몫이었다.
그러나 지예시는 지금까지 김다온에게 꽁꽁 묶여 거의 보이지 않았는데, 오버랩으로 지원해 줘야 할 하키미마저 수비에 갇히면서 존재감이 지워져 있었다.
지금도 김다온은 지예시의 반경 5m 언저리에 자리를 잡은 채, 위성처럼 그 주변을 돌아다녔다.
조금 전 셀림 아말라가 황인범에게 볼을 빼앗긴 것도, 본래라면 지예시에게 연결해야 했으나 김다온이 달라붙어 패스를 받을 여유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피앙 부팔은 오늘 협력수비에 갇혔다.
‘저것 때문이로군.’
김다온 때문에 대한민국 대표팀에 관해서도 나름 알고 있는 레녹스 베이커는 황희찬이 아닌 이재성 선발 카드를 꺼내 든 것에 의아함을 느끼고 있었다.
강한 상대라면 모를까, 수비적으로 나설 것이 전망되는 모로코를 상대하는데 굳이 공격력을 낮출 필요가 없다고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레녹스 베이커는 파울루 벤투가 굳이 이재성을 선발로 넣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어차피 대한민국의 주된 공격 루트는 김다온-손흥민이 버티는 왼쪽에 있었고, 오른쪽은 템포와 속도만을 챙기면 되기에 굳이 날카로운 창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재성의 투입으로, 다소 취약한 오른쪽 수비 라인이 보강된 느낌이 났다.
이재성-정우영-김문환으로 이어진 트랩이 소피앙 부팔을 가두고 볼을 빼앗아 오자, 레녹스 베이커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며 벤투의 용병술에 감탄했다.
지금의 저러한 수비는 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나온 것으로, 유기적인 움직임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정말 많은 준비를 했군.’
벤투는 김다온이라는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어느 정도의 이점을 안겨다 줄 수 있는지를 확실히 아는 것 같았다. 그렇기에 오늘과 같은 전술을 준비해 올 수 있었다.
전반전 25분이 지나도록 대한민국은 모로코에 슈팅 하나조차 허락하지 않았고, 오히려 그들이 지닌 공격 무기를 더욱 화려하게 뽐내려 했다.
전반 27분.
경기 초반에 나온 슈팅 이후 공격적으로는 잠잠했던 김다온이 모로코의 수비가 자신을 간과하고 있는 틈을 타, 순시간에 변속을 가져가며 빠른 스프린트를 보여 준다.
좋은 판단으로 다시 손흥민을 찾은 이강인의 패스 이후, 모로코의 수비는 박스 안으로 쏠리고 있는 상태였다.
전개와 볼의 흐름 그리고 피치 위 선수들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지금은 손흥민이 하키미와의 1vs1 이후 크로스를 올리는 게 이치에 맞았다.
그래서 아제딘 우나히(Azzedine Ounahi)가 하키미와 함께 손흥민을 압박하려고 움직였다.
소피앙 암라바트는 페널티 박스 앞쪽에서 나올 수 있는 슈팅을 견제하기 위해 중앙에 머물렀고, 그렇게 모든 시선은 손흥민과 박스 안쪽 한국 선수들에게 집중됐다.
한데, 바로 그런 순간.
“쏘니-!!!”
손흥민이 기다리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두 명의 모로코 선수를 앞에 둔 대한민국의 윙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뒤쪽으로 가볍게 볼을 굴려 보냈다.
툭.
“?!”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선 레녹스 베이커가 두 눈을 부릅뜬 채로 피치를 바라본다.
손흥민의 패스는 안쪽 언더랩을 택한 김다온에게 이어졌고, 곧 김다온이 속도를 늦추며 퍼스트 터치를 가져가자 레녹스 베이커는 뭔가를 직감하고 환한 미소를 피워 올렸다.
결과가 어떠한 식으로 흘러갈지는 알 수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장면이 연출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슛해.’
레녹스 베이커가 생각하는 김다온의 가장 위대한 점은 피치 위에서의 낭비가 극도로 적다는 부분에 있다.
어떠한 경기에서 김다온은 피치 위 모든 곳에서 나타나는 것만 같은 착각을 전해줄 때가 있는데, 막상 그럴 때 기록을 보면 달린 거리는 11.0~12.0km 정도로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현대 축구에서 많이 뛰는 풀백이 경기당 13.5km 내외를 뛴다는 걸 생각하면,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김다온의 활동량은 의아한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관찰에 관찰을 거듭한 결과, 레녹스 베이커는 김다온이 놀랍도록 불필요한 움직임이 없다는 걸 알아냈다. 90분 내내 피치를 살펴 늘 적절한 포지셔닝을 가져갔다.
특히 경기가 여유로울수록, 김다온의 이런 효율적인 움직임은 그 진가를 발휘했다.
마치 무언가의 달인(達人)이 본연의 일을 할 때 대충하는 것처럼 보이듯, 김다온 또한 여유로운 경기에선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늘 가장 큰 인상을 남겼다.
퍼스트 터치 후 골대를 슬쩍 바라본 김다온.
모두가 그다음 동작을 알고 있다.
퍼억-!!
전반 초반에 이어, 오늘 경기 두 번째로 시도한 김다온의 슈팅은 모로코의 골대를 향해 빠르게 날아간다.
모로코의 골대엔 숱한 선방을 펼친 야신 부누가 있었고, 그는 이번에도 반드시 막는다는 생각으로 자세를 낮춰 몸에 힘을 주며 점프를 할 준비를 했다.
엄청난 속도의 슈팅 궤적을 빠르게 확인한 야신 부누가 몸을 날리려던 순간, 날아오던 공이 허공에서 흔들리며 갑자기 그 방향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무회전이었다고?’
예상을 벗어난 축구공의 움직임에, 야신 부누는 잠시 멈칫했고 곧 그는 망설인 대가를 치르고야 말았다.
망설이지 않았다고 해도 어쩌면 같은 결과가 연출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야신 부누는 자신에게서 그리 멀지 않은 공간으로 빠져나가는 축구공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촤랑-!!!
{“–!!!!”}
“–!!!!”
그물이 찰랑거림과 함께, 관중석의 함성은 폭발했고 야신 부누는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쥔 야신 부누가 자책을 하지만, 세상의 그 어떠한 사람도 모로코의 골키퍼를 탓할 수는 없다. 지금 김다온의 슈팅은 그런 것이었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절로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엄청난 속도와 궤적을 모두 품었던 슈팅은 진짜 야신이 전성기 시절의 기량으로 돌아오더라도 막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자넨 정말이지…….’
약 4년 전 쓰러졌었던 무대 위.
평범한 이였다면 모든 걸 포기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커리어 전체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김다온은 포기라는 것을 몰랐고, 부상 전보다도 더욱 높은 곳으로 올라간 뒤 월드컵으로 돌아와 자신의 건재함을 전 세계에 알렸다.
득점을 확인한 후 센터서클 방향으로 내달린 김다온이 힘껏 점프해 주먹을 휘두르는 셀레브레이션을 펼친다.
더 눈에 띄는 건 바로 그다음이다.
쿵-
쿵-
자신의 다쳤던 발을 피치에 강하게 구르는 복귀 경기의 셀레브레이션을 똑같이 가져가며, 김다온은 다시 한번 월드컵 무대에 도전장을 날린다.
Hello, It`s Me.
(안녕, 나야).
레녹스 베이커는 이번에야말로 월드컵이, 이런 김다온의 인사에 제대로 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샘 매터페이스) – BBC 코멘테이터
“이 남자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합니다!! 25m 지점에서 쏘아 올린 슈팅으로, 다온이 그의 조국에 이번 월드컵 첫 번째 득점을 선사합니다! One Nil-! 지금의 이 슈팅을 보신 것만으로도, 이번 경기는 볼 가치가 있으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