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55)
1275화 Wrong! (3)
.2022.12.05. 경기 결과(16강)
일본 0 : 0 모로코
(일본 2 : 4 모로코) – P.K
[첫 번째 16강 이변! ……‘돌풍의 모로코’ 승부차기 끝, 일본 꺾으며 8강 진출 ? SBS(한국)] [네 명 중에 두 명 실패!! 절반의 일본, 부끄러운 패배 ? 마이니치(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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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5. 경기 결과(16강)
브라질 1 : 1 크로아티아
(브라질 2 : 4 크로아티아) – P.K
[월드컵에서 탈락한 브라질, 8강전에 올라선 크로아티아 ? 마르카(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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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의 날! 모로코, 크로아티아. 각각 일본, 브라질 누르고 8강전 진출. 나란히 승부차기 끝 상대 꺾어. – KBS(한국)] [연속된 승부차기 게임. 한국은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나? – 스포츠뉴스24(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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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 전사들의 16강전 출사표 ? OSEM(한국)]? 이강인, “스페인의 성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동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 정우영, “스페인은 어려운 상대. 그러나 우리가 승리하지 못할 이유도 없어. 계속 노력하는 것이 중요.”
? 손흥민, “팬들의 열망을 잘 이해하고 있어. 선수단은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상태. 기회가 주어지면 놓치지 않을 것.”
? 김다온, “지난 12년 동안, 우리가 스페인보다 월드컵 성적이 나빴던 적은 없다. 내일도 역시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
2022년 12월 6일. 알 라이얀,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Education City Stadium. 8C6F+8QG, Ar Rayyan, Qatar).
.경기 시작 2시간 전
대한민국 0 : 0 스페인
&Best Eleven(한국/상대팀)
&Tactics(한국/상대팀) : 4-2-3-1/4-3-3
GK ? 김승규 / GK ? 우나이 시몬
RB ? 김문환 / RB ? 마르코스 요렌테
RCB ? 김민재 / RCB ? 로드리
LCB ? 김영권 / LCB ? 에므리크 라포르트
LB ? 김다온 / LB ? 조르디 알바
RCM ? 정우영 / DM ? 세르지오 부스케츠
LCM ? 황인범 / RCM ? 가비
RAM ? 이재성 / LCM ? 페드리
CAM ? 이강인 / RW ? 페란 토레스
LAM ? 손흥민 / LW ? 다니 올모
ST ? 조규성 / ST ? 마르코 아센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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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의 가장 큰 특징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의 약진이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여섯 개의 아시아 국가 중 세 팀이 16강에 진출했고, 아프리카 역시 세네갈과 모로코가 토너먼트에 올랐다.
반면 남미는 전통의 강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만이 체면치레했지만, 전날 브라질이 크로아티아에 충격 패 하며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그리고 오늘 스페인 국가대표팀은 유일하게 남은 아시아 국가인 대한민국을 탈락시키기 위해, 카타르 알 라이얀에 있는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을 찾았다.
삐-이.
취-익.
버스에서 내려서는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의 표정은 비장했다. 밝게 웃는 이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가까운 위치에서 촬영을 시작한 이들은 그런 분위기를 곧바로 알아챘는데, ‘ABC’의 베테랑 카메라맨인 고르카 몬티야(Gorka Montilla)는 그것이 조금 의아했다.
월드컵 16강전을 진지하게 임해야 하는 것은 맞으나, 필요 이상의 긴장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셔터를 열심히 누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고르카의 시선에, 자신과 대화를 나눠 줄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스페인 대표팀의 스태프 중 하나인 브라이스 오브레로(Brais Obrero)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곧장 친구의 이름을 불렀지만, 애매한 눈빛만이 돌아왔다.
‘이건 또 무슨…….’
현재, 스페인은 명백히 긴장하고 있다.
경기력이 걱정될 수준으로 말이다.
선수단이 건물 안으로 모두 이동한 뒤 고르카는 같은 ‘ABC’에 근무 중인 이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스페인 대표팀의 훈련 분위기가 어떠했는지를 물었다.
“별로 좋지 않아. 너무 경직되어 보였다고.”
– 네 착각 아니야?
“제발. 내가 축구를 몇 년이나 봐 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10년? 15년? 아니, 자그마치 47년이라고.”
고르카가 친구에게 열변을 토하는 사이.
스페인 대표팀이 드레싱 룸에 들어섰다.
“VAMOS! 힘차게 가 보자고-!!”
선수단 전원이 안에 있다는 것을 확인한 코케가 커다랗게 소리를 지르고, 몇몇 젊은 선수들이 거기에 호응하면서 활기가 맴돌기 시작한다.
세르히오 라모스/제라르 피케/다비드 데 헤아/티아고 알칸타라와 같은 베테랑들이 대거 제외된 스쿼드다.
극한의 라이벌리로 대표팀에서마저 갈라섰던 선대(先代)와는 다르게, 이번 스페인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마드리드와 카탈루냐로 대표되던 대립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역사보다는 소셜미디어에 더욱 익숙한 젊은 선수들은 과거에 일어났던 반목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기에 분위기만큼은 이전보다 더 나았는데, 문제는 그것이 별로 중요한 부분은 아니라는 점이다.
조별 예선 내내 스페인 대표팀은 줄곧 좋은 분위기를 유지해 왔지만, 정작 경기 내용과 결과는 좋지 못했고 오히려 투쟁심 부족 현상이 피치 곳곳에서 드러났다.
보통이라면 이럴 때 베테랑들이 투쟁심을 일깨워 줘야 했지만, 현재 스페인의 스쿼드에서 그걸 해낼 인물이 없다.
뺨을 때려서라도 젊은 선수들을 다그칠 만한 인물들은 월드컵 본선에 함께하지 않았고, 그나마 카리스마를 발휘할 수 있는 부스케츠는 경기력 때문에 힘을 많이 잃었다.
스페인의 젊은 선수들은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올라오지 않은 부스케츠를 과거의 업적만을 이유로 존중하진 않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투쟁심 발현은 스페인의 감독 루이스 엔리케의 과제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우리가 이기지 못할 이유는 없어.”
“더 좋은 팀이니까요.”
현재 스페인 대표팀의 코칭스태프는 그들 스스로의 앞가림을 하기에도 벅차 보인다.
전날 명단을 발표하기 직전까지도, 루이스 엔리케를 포함한 스페인의 코치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최선이자 최고의 선택인가에 끝까지 확신을 두지 못했다.
조별 예선 두 번째와 세 번째 경기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다른 선택을 강요했지만, 훈련 때 확인한 폼은 엔리케에게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만들었다.
결국 루이스 엔리케는 마지막 순간 자신이 좀 더 오랫동안 눈으로 보아 온 것을 믿기로 했고, 훈련장에서의 폼을 우선시한 베스트일레븐을 내어놓았다.
하지만 명단 발표 이후로도 흔들렸기에, 루이스 엔리케는 이렇게 끊임없이 자기최면을 거는 것이다.
스페인이 한국보다 더 좋은 팀이다.
스페인이 한국보다 더 재능 넘친다.
그래서 스페인이 한국을.
‘꺾는다.’
가진 것에서 스페인이 훨씬 더 많다는 생각과 함께, 끊임없이 자신감을 북돋는 중인 루이스 엔리케와 스페인의 코치들. 그러나 그들의 눈빛은 약간은 흔들리고 있다.
***
【50분 후】
@ SBS 중계석
현장에서 월드컵을 중계 중인 대한민국의 미디어 ‘SBS’는 박지성과 이승우라는 두 명의 전(前) 대표팀 선수들을 특별 해설위원으로 채용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카타르를 떠났던 이승우가 돌아오면서, 기존 정지현은 스튜디오 중계를 위해 한국으로 돌아갔다.
전문적인 해설은 조금 기대하기 어려워졌지만, ‘SBS’의 캐스터 배정세는 노련하게 해설진을 이끌 준비가 되어 있다.
“응? 이거 제로톱인가 본데?”
“그러네요.”
“어떻게 봐?”
대한민국 축구 중계를 대표하는 인물답게, 배정세는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과 두루두루 친한 관계다.
김다온과 손흥민 이전 대한민국을 대표하던 박지성과도 허물없이 호형호제하며 지냈는데, 그는 조금 전에 전달받은 선발 명단을 보며 예상을 묻고 있었다.
월드컵 개막 이전, 박지성은 유일하게 일본과 스페인의 토너먼트 진출을 예상하며 스페인의 조2위까지도 맞춘 인물이다.
그래서 배정세는 이번에도 박지성이 어떠한 예측을 내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이럼 한국이 더 쉽지.”
“그래?”
“제로톱은 안돼. 다온이랑 민재가 있는데. 얘네가 이런 구닥다리 전술에 당황할 애들이 아니거든. 그리고 또 센터백이 이러네. 이것도 우리한테 더 좋지.”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전북 현대의 단장으로 취임한 박지성은 유럽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클럽을 기초단계부터 차근차근 바꿔 가는 중이다.
김상식 감독을 계속해서 고집하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행정가로서의 박지성은 합격점을 받고 있다.
특히 날카로운 안목을 바탕으로 신인 드래프트와 용병 시장을 포함한 영입 부분에서 성과를 내는 중이다.
배정세가 박지성의 예상을 믿는 이유다.
“형.”
“응?”
“명단 나왔어?”
“오- 두리 차!”
FC 서울의 유스 강화 실장으로 근무 중인 차두리가 ‘SBS’ 중계 부스의 뒤쪽에서 불쑥 등장한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중인 차두리는 현재, FIFA의 요청으로 기술연구그룹(TSG)에 속해 있다.
TSG란 수치와 통계가 일반화된 스포츠계에서 축구가 뒤떨어진다고 판단한 FIFA가 인재를 직접 선발해, 보다 직관적이고 세밀한 지표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기에서 차두리는 독일의 위르겐 클린스만이나 이탈리아의 알베르토 자케로니와 같은 쟁쟁한 인물들과 함께, 경기를 분석하는 일을 맡았다.
그리고 본업에 충실한 와중에도, 차두리는 끊임없이 대표팀을 향한 애정 어린 행동과 조언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뭐야? 얘네 가짜 9번이네? 이러면 우리가 좋잖아?”
“오-! 똑같아!”
박지성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차두리에 놀란 배정세가 손가락을 뻗으며 두 사람을 차례대로 가리킨다.
“마르코스 요렌테? 이건 또 뭐야?”
“몰라.”
“얘네 완전 짧은 패스에 미쳤네. 내가 감독이었으면 일단 곧 죽어도 카르바할 먼저 넣었지. 그리고 센터백이 로드리야? 부스케츠는 왜 있어?”
“야, 너 누구 편이야?”
“당연히 한국이지! 그냥. 좀 이상하니까.”
“이상해서 좋은 거지. 내놔 인마.”
루이스 엔리케의 용병술에 대해, 차두리는 박지성처럼 대한민국에 유리한 판단이란 평을 내어놓았다.
그리고 이 반응은 안정환/서현욱이 있는 ‘MBC’와 구자철/한희준이 있는 ‘KBS’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팬들로부터 선호 받는 한희준은 약간 과감한 발언도 했다.
“이럼 한 70 프로 한국이 이긴다고 봐.”
“70 프로나요?”
“골은 누가 넣을 건데?”
많은 축구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한희준은 스페인의 득점력 부족을 지적했다.
첫 번째 코스타리카전 7:0 승리가 워낙에 큰 임팩트를 남겨서 그렇지, 이후 두 경기에서 스페인이 보여 준 공격 전개 능력과 골 결정력은 평균치에도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이번에 스페인이 상대할 팀은 조별 예선을 거치며 수비지표 대부분에서 1위를 기록한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한희준은 그게 우연이 아니란 걸 안다.
“이건 루이스 엔리케가 실수한 거야.”
선발 명단이 공개된 후 대한민국 중계진의 분위기가 한껏 밝아져 있을 무렵, 관중석에서 함성이 튀어나오며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1위를 기록한 대한민국이 홈 유니폼인 붉은색을 착용했고, 조2위를 기록한 스페인은 이번 대회 처음으로 어웨이 유니폼인 하늘색을 걸치게 되었다.
날씨만큼이나 무의미한 유니폼 색이지만, ‘MBC’의 서현욱은 스페인 대표팀이 원정 유니폼을 착용한 경기에서의 승률이 절반 밖이 되지 않는 점을 주목했다.
그중엔 3:1로 앞서 나가다가 3:3으로 무승부가 된 경기도 있었고, 네덜란드에 무려 1:5로 패배한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에서도 스페인은 원정 유니폼을 착용했었다.
“뭐, 미신인 것은 맞는데…….”
과학적으로 아무 근거가 없는 미신이라도 믿고 싶게 만드는 경기와 대회. 탈락이 바로 대회의 끝을 알리는 토너먼트가 시작된 지금, 명단 발표만으로 장외는 후끈 달아올라 있다.
***
.경기 시작 10분 전
@ 대한민국의 드레싱 룸
지금까지 수많은 토너먼트를 치러왔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월드컵 토너먼트가 가지는 묵직함이 일등이다.
챔피언스리그는 홈&어웨이 형식을 택하고 있어, 첫 번째 경기 후 탈락할 위기에 처하지 않고야 이 정도만큼의 긴장감은 전해주지 못한다.
오히려 올림픽 토너먼트가 비슷하다.
Wir or Go Home.
이건, 외나무다리 승부다.
“있잖아. 난 지금 이런 생각이 든다?”
“?”
벤투 감독님의 팀 토크가 끝나고, 나는 동료들을 불러 모아 스크럼을 만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 솔직한 마음을 담은 것들이다.
“축구를 하다 보면, 우린 늘 보호받거든.”
“보호?”
“어. 처음엔 부모님. 그다음은 감독님. 그리고는 친구. 프로가 되면 동료. 다음은 팬. 아무리 우리가 실수하고 실패해도, 우리를 위로해 주고 돌아갈 장소는 존재하는 것 같아. 그래서 변명도 할 수 있고. 때로는 자기 위로도 해 가면서 살아가는 거지. 왜? 사람들이 다음이 또 있을 거라고 말하거든.”
“…….”
마치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실내가 고요해진다.
그래서 난 다시 동료들을 돌아봤다.
“그런데 있잖아. 월드컵은 다음이 없어. 물론 다음 대회는 있을 수 있지. 4년 뒤에.”
“…….”
“4년. 그 4년 동안 축구는 얼마나 변할까?”
“…….”
강산이 변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4년은 분명히 긴 시간이다. 현대 사회가 바뀌어 가는 정도는 아니긴 해도, 축구계에서 4년이면 흐름이 족히 두세 번은 바뀔 시점이다.
재작년 우리 맨체스터 시티가 주도했던 전환(Transition)을 강조하는 축구도 어느새 일상이 되어 버린 지금, 축구계는 불과 2년 만에 새로운 대세를 맞이하려고 한다.
축구란 녀석은 지독한 변덕쟁이다.
“4년 뒤에도 내가 똑같이 축구를 할 순 있어. 그런데 난 똑같이 하는데, 아무도 날 불러주지 않는 거야. 이해해?”
“…….”
“…….”
“분명 나는 전이랑 같은 방식으로 축구를 하고 있어. 그리고 심지어 실력은 더 좋아졌어. 그런데, 갑자기 벤치로 밀려나고 난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는 거야. 왜? 축구가 내가 그렇게 뛰는 것을 원하지 않게 되어 버렸거든.”
현재 내가 말하는 건 클럽 축구다.
주로 유럽이지만, 다 비슷하다고 본다.
금방 말을 한 것처럼, 어떠한 축구 선수는 기량이 오히려 성장했는데도 퇴보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좌우 한쪽에 반드시 인버티드(Inverted/반대발)를 놓아두었을 때 밀려난 정통 윙어들이 그러했듯. 또 감독이 바뀌자마자 명암을 바꾼 선수들이 그러했듯.
결국 얼마만큼 축구 사회가 요구하는 흐름에 맞출 수 있느냐가 선수 생명을 좌우했다.
“웃기지 않아? 꼭 삶과 같잖아.”
“…….”
“나는 충분히 일할 수도 있고 또 잘할 수도 있는데. 환경이 그렇지 않다고 말을 해. 그럼 어떻게 해? 셋 중에 하나야. 버티다 사라지든가. 아니면 수준이 낮은 곳으로 가든가.”
“……세 번째는요?”
강인이의 질문에, 난 고개를 끄덕이며 답한다.
“내가 바뀌든가.”
“…….”
“…….”
매우 간단한 질문과 답이다.
너무나도 뻔하다고 할까?
하지만 뻔하다고 해서 뻔하게만 생각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우린 절대고 감동할 수 없다.
잠깐, 지금 내가 뭐라고 했지?
그래.
맞다.
감동(感動).
단순히 감정이 동해 눈물을 흘리거나 기꺼워하는 게 감동이 아니다. 무언가를 깊이 느껴 마음이 움직이고, 그것이 나의 행동과 태도를 바꾸는 게 감동이다.
어떻게 본다면, 우린 감동이란 말을 너무 쉽게 쓰는 셈일 수도 있다.
“그런데 있잖아. 다- 필요 없어.”
“에?”
“??”
이제부터가 진짜 내가 하고픈 말의 시작이다.
“월드컵 토너먼트는 있잖아. 현대 축구의 흐름이 어떻든. 내가 도태되고 있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대회야. 왜? 오직 이 대회만이 감동을 주니까. 누구한테? 축구한테.”
“…….”
“…….”
“집어치워. 월드컵 토너먼트는 빨가벗고 11vs11로 맞서는 무대야. 우리가 가진 모든 것. 그리고 4년 동안 성장한 나를 아무런 가감 없이 보여 줄 수 있는 무대라고. 그렇기에 오직 이 대회만이 축구를 움직일 수 있어.”
“?!”
“!!”
“무슨 말인지 알아들어? 어? 오직 월드컵만. 축구라는 이 빌어먹도록 멋대로인 녀석한테, 우리 말 좀 들으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고. 그리고 실제로 축구라는 녀석을 바꿀 수 있고. 그게 얼마나 멋진 일이야? 안 그래?”
지금까지 거쳐 온 두 개의 월드컵.
이번을 포함해 세 개의 월드컵.
그리고 기간은 12년.
무려 12년이란 시간을 축구란 녀석의 앞에서 알몸으로 있어 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이 월드컵이라는 대회를 조금이지만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나를 의심하지 마. 왜? 이 대회에서는 옳고 그름의 기준이 완전히 다르니까! 그리고 꾸미려고도 마. 왜? 어차피 알몸으로 있으니까! 이제부터는 나를 의심하지 마! 그리고 나를 보호해 줄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 그만큼 동료를 더 믿고 의지해야 해. 어쩔 땐 내가 이끌릴 수도 있고. 어쩔 땐 내가 이끌어야 할 수도 있어. 일단 키를 잡았으면, 뽐내는 걸 걱정하지 말고 가진 걸 전부 마음껏 보여 보라고!!”
자연스럽게 고조된 감정의 끝.
나는 그 끝에서 이렇게 물었다.
“우리가 누구야?!”
“한국.”
“한국. 한국!”
“대한민국!”
조금씩 커지기 시작한 목소리의 끝은 드레싱 룸을 가득 채운 함성과 대한민국이란 네 글자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서 난.
“죽어도 이겨 보자!! 한국!!!!”
“어-이!!!”
모두를 합창하게 만든 선창(先唱)과 함께, 평소의 루틴을 뒤로하고 가장 먼저 드레싱 룸을 힘차게 나서며 가장 앞장선 위치에서 포효를 내질렀다.
“이긴다아아-!!!”
카타르 월드컵의 두 번째 단계.
토너먼트.
난 그 시작을 이렇게 꼭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