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57)
1277화 Wrong! (5)
스페인의 감독 루이스 엔리케는 당황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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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헬 가르시아) – Mediapro 코멘테이터
“한국 선수들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엔리케 감독은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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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13분
대한민국 0 : 0 스페인
오늘의 이 경기가 일방적으로 흘러갈 거로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다. 스페인의 1:0 혹은 2:1 승리 예상이 지배적인 가운데, 연장 혹은 승부차기까지 바라보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현재, 이 예상은 멋지게 빗나가고 있다.
“가비-! 가비이-!!”
루이스 엔리케가 눈에 띄게 동요 중인 가비에게 소리쳐, 진정하란 제스처를 보낸다.
스페인이 자랑하는 신성(新星)은 오늘 벌써 두 번이나 큰 실수를 저질렀다. 그리고 그 모든 상황은 스페인에게 가슴 철렁한 상황으로 이어졌다.
잔뜩 위축되어 낮아져 있는 가비의 위치를 다시 끌어 올리며, 루이스 엔리케가 벤치로 돌아간다.
자리에 앉은 그의 곁엔, 루이스 엔리케 사단의 대표적인 코치인 로베르트 모레노(Robert Moreno)가 있다.
“가비가 완전히 위축됐어.”
“젊은 녀석이잖아, 루이스. 금방 돌아올 거야.”
“반드시 그래야 해. 후우~ 상황이 좋지 않아.”
“…….”
스페인과 대한민국의 역대 전적은 3승 1무 1패로 스페인의 넉넉한 우위였다.
1990 FIFA 월드컵 이탈리아 조별 예선에서 처음 만나 3:1의 승리를 거둔 이후 1무 1패를 더하며 전적이 대등해졌으나, 이후 만난 두 번의 매치업에서 모두 승리를 거뒀다.
특히 2012년 5월의 평가전에선 4:1의 대승을 거뒀었는데, 당시 한국은 모든 면에서 스페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것도 벌써 10년 전의 일이 됐다.
많은 것들이 바뀌고도 남을 시간이다.
한숨을 내쉬며 인상을 살짝 찌푸린 루이스 엔리케의 얼굴에선, 경기가 풀리지 않는다는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그의 눈이 볼이 있는 곳을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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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캐스터
“다시, 패스미스입니다! 스페인답지 않은 실수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부스케츠입니다! 자, 지금까지의 경기 내용만 놓고 보자면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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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해설위원
“스페인 하면 점유율. 점유율 하면 또 스페인입니다. 항상 볼을 오래 점유하고 짧은 패스를 많이 시도하는 게 스페인의 특징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오늘 보면, 대한민국이 점유율적인 측면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있습니다.”
(구자철) – KBS 월드컵 해설위원
“대한민국의 축구 수준이 그만큼 올라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다온, 손흥민, 김민재. 이 세 명은 확실한 월드클래스고, 이강인과 황인범도 당장 빅리그에서 뛸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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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욱) – MBC 해설위원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 겁니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현재 피치에서 뛰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은 스페인이 펼치는 축구에 익숙합니다. 알고 있으니까, 대처할 수 있는 거죠.”
(김정수) – MBC 캐스터
“안정적으로 볼을 돌리고 있는 대한민국. 정우영이 오른쪽 김문환에게 패스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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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환-이강인-이재성이 패스를 주고받으며 스페인의 압박을 벗겨 내자, 관중석에서 다시 한번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오직 원터치만으로 짧은 순간 다섯 개의 패스를 만들어 내는 모습은 스페인과 바르셀로나가 자랑하는 티키타카(Tiki Taka)를 그대로 가져온 것처럼 정교했다.
두 명의 수비수를 허수아비로 만든 이재성의 감각적인 패스가 있고 난 뒤, 볼을 발아래에 둔 이강인이 상체를 활용한 페이크로 부스케츠를 따돌렸다.
당황한 스페인의 베테랑이 다급하게 손을 뻗어 보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의 리치는 한정적이다.
너른 공간으로 빠져나온 이강인은 수비 라인을 안쪽으로 끌고 들어가는 조규성과 손흥민을 보았고, 스페인의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에 공간이 생겨나는 것을 확인했다.
자연스레 타이밍을 재는 이강인.
시야에 김다온이 등장한다.
기다렸다는 듯 왼발을 움직인 이강인이 축구공을 멀리 밀어 보내고, 굴러오는 패스를 받아 든 김다온은 퍼스트터치 후 망설이지 않고 슈팅을 가져갔다.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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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다크) – Fox Sports 코멘테이터
“크로스바를 두들깁니다!! 엄청난 슈팅이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다온입니다- 저 남자는 오늘도 종횡무진 피치를 누비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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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인상을 남긴 김다온의 슈팅이 많은 것을 희석해 버리긴 했지만, 루이스 엔리케는 더 심각한 얼굴이 되고 만다.
현재 대한민국은 김다온이 가져온 주도권을 팀 전체의 기량으로 꽉 붙잡고 있다.
특히 볼프스부르크의 라움도이터(Raumdeuter)로 불리는 이재성과 1년 이내 빅리그 진출이 예상되는 이강인은 확연하게 높은 기량으로 스페인 수비를 상대 중이다.
조별 예선에서 주목받으며 ‘Goal.com’이 선정한 Best 11에 포함된 황인범과 최근 5년 EPL 득점 3위에 빛나는 손흥민이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이게 느껴질 정도다.
금방 나온 김다온의 슈팅도 결국은 이재성과 이강인의 패스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스페인은 이런 변칙(?)에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맨체스터 시티 3인방과 대한민국 중원의 핵심인 황인범을 상대하는 일만을 집중적으로 신경 써왔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긴 했지만, 루이스 엔리케는 굳이 거기까지는 신경을 쓰지 않더라도 승리를 거두는 데는 무리가 없다고 믿었다.
오만해서도 그렇다고 대한민국을 얕봐서도 아닌, 스페인의 젊은 재능을 지나치게 믿은 데서 온 믿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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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하트슨) – ITV 컬러-코멘테이터
“한국이 스페인과의 점유율 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할 수 있는 일은 한국이 훨씬 더 많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은 볼을 가지지 않았을 때, 상대적으로 불안합니다.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그랬고, 일본전에서는 17.7%의 점유율만을 허락했는데도 두 골이나 실점했습니다.”
(셉 허친슨) – ITV 코멘테이터
“페드리. 아센시오. 그러나 민재가 끊어냅니다. 다시 볼을 가져가는군요. 한국의 좋은 수비는 오늘도 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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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15분.
양 팀의 점유율은 정확히 5:5.
경기의 첫 1/6이 지난 현재, 많은 부분이 한국을 향해 활짝 미소 짓고 있다.
***
지난 4년, 우린 파울루 벤투 감독님과 함께하며 새로운 팀 컬러를 익히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건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그래서 더 변화가 필요했다.
하나의 세대를 책임졌던 선배들의 은퇴 속, 그 빈 자리를 채울 새로운 선수들의 발굴이 중요했던 것도 아류(亞流)가 아닌 새로운 무언가가 되기 위해서였다.
자연스럽게 연결된 새로운 얼굴들의 발탁.
거기에서 부족했던 건 경쟁이었다.
일찌감치 월드컵을 바라본 벤투 감독님은 실험보다는 안정을 택했고, 그것이 대표팀의 기강과 분위기를 해친다고 판단했던 나는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익히 알려진 그 충돌이 일어난 이유다.
하지만, 그건 꼭 필요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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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23분
대한민국 0 : 0 스페인
촤아악-!
‘그렇지!’
사이드라인을 따라 달리던 다니 올모를 문환이가 멋진 태클로 저지해 낸다.
본인들이 가지고 있던 수가 막힌다고 판단한 스페인은 얼마 전부터 문환이가 있는 오른쪽 측면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중이었고, 우린 몇 차례의 크로스를 허용했다.
조금이지만 흐름이 스페인에 넘어가려던 순간이었고, 바로 그때부터 문환이가 힘을 내어주기 시작했다.
이번을 포함한 마지막 세 번의 공격에서, 스페인은 전부 다니 올모에게 문환이와 1vs1을 펼칠 환경을 만들어 주었지만 크로스가 올라온 횟수는 제로였다.
그렇게 하나의 수(手)가 막히게 되자, 자연스레 차례는 우리에게 주어졌다.
“침착하게 해-!”
“패스 확실하게-!!”
“집중-!”
피치와 벤치에서 각각 목소리가 튀어나오고, 승규 형이 볼을 내려두었을 때 이미 스페인은 높은 위치에서 전방 압박을 가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상대에게 부담을 줘서 길게 골킥을 하도록 만들 의도였을 건데, 거기에 겁먹을 우리가 아니다.
벤투 감독님과 함께했던 훈련 세션 중, 가장 어렵고 힘들었던 게 바로 지금과 같은 전방 압박을 뚫는 것이었다.
네 명의 수비수와 두 명의 미드필드를 더한 6명의 선수가 8명이 가하는 압박을 뚫는 세션을 진행했는데, 가끔은 압박하는 팀의 숫자가 10명까지 되곤 했다.
처음엔 십중팔구 후방 빌드업에 실패했었지만, 재작년부터 조금씩 성과가 나더니 지금은 정확히 그 반대가 되었다.
“영권!”
아래로 내려서서 측면으로 벌려서 있던 내게 패스가 이어지고, 뒤따르는 스페인의 변화를 빠르게 눈에 담는다.
9번(ST)을 뺀 스페인.
알바로 모라타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를 보유하고 있지만, 루이스 엔리케는 의도적으로 그를 선발에서 제외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라기보단, 전술적 희생으로 봐야 할 거다.
그 자리를 대신 채운 건 아센시오.
전형적인 2선 자원이다.
루이스 엔리케는 이렇게 다수의 2선 자원으로 전방을 꾸림으로써, 전방 압박의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을 거다. 그리고 점유율을 높이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전방 압박과 점유율이란 두 개의 키워드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게 된 순간, 스페인의 이런 시도는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만이 두드러졌다.
기껏 파이널 써드까지 볼을 잘 몰고 가고도 주변을 맴돌기만 하다가 볼을 빼앗긴다거나, 정교했던 연계를 하고도 박스 안에 사람이 없어 다음 흐름으로 이어 가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
“…….”
다니 올모로부터 패스를 받아 든 페드리가 멈칫한 사이. 뒤쪽에서 달려든 재성이 형이 볼을 빼앗았다.
경합이 펼쳐진 순간 쓰러진 페드리를 보며 스페인 벤치 쪽에서 파울을 어필하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주심은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고 오히려 우리의 역습이 전개됐다.
볼을 빼앗은 재성이 형이 우영이 형에게 빠르게 볼을 전달했고, 이것이 강인이에게 이어지며 공격 기회를 붙잡은 것이다.
스페인 포백의 앞에 부스케츠가 버티곤 있지만, 저 위치에서는 아무런 존재감도 발휘할 수 없다.
그래서 강인이 역시 부스케츠를 가볍게 무시하며 플레이를 이어 나갔고, 라인을 파고드는 규성이를 보며 단숨에 전방으로 이었지만 안타깝게도 호흡이 완벽하지 못했다.
달리는 방향과 패스가 향한 곳이 조금 달랐던 건데, 축구공은 그대로 우나이 시몬의 품에 안겼다.
아쉬워하는 강인과 규성.
하지만, 얼른 털어야 한다.
“규성-!!”
커다랗게 내지른 나의 목소리에 반응한 규성이가 아쉬움에 멈췄던 발을 다시 움직인다.
규성이의 목적지는 부스케츠의 곁이었고, 다시금 짜증스러운 상대를 곁에다 둔 바르셀로나의 베테랑은 무언가를 해 보는 대신 손짓으로 볼을 전개할 방향을 알렸다.
바로 저런 부분이다.
현 흐름의 이유.
아무리 9번의 부재가 스페인의 발목을 붙잡는다고 해도, 그 이유 하나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흐름이 나올 수 없다.
루이스 엔리케의 선택과 더해진 우리의 준비가 지금과 같은 양상을 만든 것인데, 세르지오 부스케츠를 괴롭히는 것도 벤투 감독님이 신경을 쓴 것 중에 하나다.
[“스페인이 이 남자를 빼지 못하는 건 이유가 있어서다.”]가비와 페드리로 대표되는 스페인의 젊고 유능한 미드필드가 버티고는 있지만, 결국 스페인 중원의 질을 결정하는 건 부스케츠의 몫이다.
그래서 독일전과 일본전을 참고한 벤투 감독님은 두 명의 선수에게 어떠한 임무를 맡겼고, 경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우린 그것을 잘 해내고 있었다.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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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해설위원
“전반전 25분 지금까지의 경기 내용만을 놓고 본다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준비를 정말 잘 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페인이 어떠한 방식으로 나올 것이고, 핵심이 되는 선수가 누구인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광용) – KBS 캐스터
“어떠한 점에서 그렇습니까?”
(한희준)
“제가 경기 초반부터 유심히 지켜봤는데, 조규성 선수가 오늘 전방 압박 대신 계속 부스케츠에게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이 조금 위로 올라가면, 그 역할을 황인범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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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라인 위와 아래.
벤투 감독님은 구역을 이렇게 두 개로 나눠, 규성이와 인범에에게 부스케츠를 밀착마크 하도록 지시를 내렸다. 목적은 저 남자의 볼 터치를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수비상황에서는 재성이 형을 아래로 내려 미드필드 라인을 플랫(Flat)으로 만들었는데, 페널티 박스의 양 모서리를 따라 그 앞으로 구역(Zone)을 만들었다.
스페인의 공격 패턴이 중앙에서 측면으로 확장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중앙에 구역을 형성해 강한 블로킹라인을 만들면 자연스레 공격이 무뎌질 거란 판단에서였다.
이렇게 핵심 선수와 주요한 공격 루트가 차례대로 저항에 부딪힌 스페인은 무의미한 패스가 늘어났고, 그 결과가 지금의 슈팅 숫자 0이다.
지금도 스페인은 일정한 지역 이내로 접근하지 못했는데, 전환을 위해 보낸 가비의 롱 패스는 그대로 라인을 벗어났다.
{“아…….”}
보기드문 가비의 패스 실수에, 관중석에 있는 스페인 팬들의 사이에서 안타까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금씩 흔들리는 신성을 스페인의 남자들이 붙잡으려고 해 보지만, 하프타임이 되기 전까지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지금 저 녀석의 머릿속은 너무나도 복잡해서,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끼어들 틈은 없을 것이다.
볼 데드가 이뤄진 사이.
난 강인이를 불렀다.
“강인아-!”
“?”
“쟤 흔들리고 있어! 공략해 봐!”
손짓을 섞어 가며 보낸 메시지에, 강인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비가 있는 곳을 슬쩍 쳐다봤다.
내가 한 말의 의도를 정확히 이해한 것 같다.
‘똘똘한 녀석.’
오른쪽 측면에서 시작된 스로인을 문환이가 뒤쪽으로 보내고, 이를 받아 든 민재는 스페인의 발이 멈췄다는 걸 확인하며 천천히 앞으로 볼을 치고 나왔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조금 전 가비의 패스 실수가 스페인 선수들에겐 탈력(脫力)이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올라선 민재가 공간으로 뛰어든 인범이를 발견하고, 거기로 볼이 이어졌을 때 내가 타이밍을 맞춰 앞으로 조금 밀고 올라갔다.
“인범!”
정면에서 달려드는 페란 토레스를 발견한 인범이가 측면에 있는 날 발견하곤, 간단히 꺾어 패스를 보내온다.
역시 마찬가지로, 스페인의 압박이 무디다.
전반전 30분이 다 되어 갈 때까지 꾸준한 강도로 압박을 해 온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한 번쯤 발이 느려질 때가 되었는데, 나는 그것이 지금이라 판단을 내려본다.
즉.
‘움직여야지.’
스페인을 한차례 밀어붙일 요량으로, 전방에서 움직여 주는 선수를 찾던 나의 시선에 강인이가 포착됐다.
흥민이 형이 측면 넓게 펼쳐 포지셔닝을 잡아 준 덕분에, 왼쪽 하프 스페이스 지점에 너른 공간이 생겼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런 상황에서는 6번(DM)이 공간을 커버해 주어야 했지만, 나이가 들어 기동력이 떨어진 부스케츠의 대처는 충분하지 못했다.
‘저기.’
팡-!
하프 스페이스에 홀로 서 있는 강인이를 발견해 패스를 보내고, 뒤늦게 수비 진영에 허점이 있음을 확인한 스페인의 선수들이 빠르게 반응을 보인다.
패스가 향하는 곳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건데, 몸을 골대 방향으로 돌리며 퍼스트 터치를 가져간 강인이는 스페인이 만회할 틈을 주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클래스는 영원한 법.
비록 과거와 같은 기동력은 사라졌지만, 축구를 읽는 눈은 더 트인 부스케츠가 절묘한 위치 선정으로 앞을 막아선다.
강인이의 발에서 뻗어나갈 수 있는 옵션 상당수를 차단한 포지셔닝으로, 직접 몸을 부딪친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훨씬 효과 있는 수비를 보여 줬다.
그렇게 다시 한번 지연(遲延)이 되는가 싶었던 찰나, 누군가에게 등을 떠밀린 강인이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
부스케츠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걸 확인하며, 난 기다렸다는 듯 두 손을 높이 들어 큰 목소리를 냈다.
“파울이야-!!”
그와 교차하는 휘슬.
삐?익!
지금은 굳이 파울을 범할 필요가 없었으나, 가비가 강인이를 뒤에서 미는 실책을 저지르며 우리에게 프리킥을 내어줬다.
허탈했던 부스케츠가 머리를 쥐어뜯고, 휘슬이 불리고 나서야 자신이 파울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가비는 안타까움에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혔다.
그렇게 프리킥이 만들어지고.
벤치에서는 날 곧장 앞으로 보냈다.
“다온!”
전반전 32분.
좋은 프리킥 기회가 우리에게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