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6)
135화
2012년 10월 4일. 에스토릴, 포르투갈. 루아 잉그라테라 387.
나도 어쩔 수 없었다.
최근 공부 중인 영어로는 이런 마음을 Can`t Help Myself라고 하던데, 정말 난 나 자신을 어찌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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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바워) – BBC 2011 챔피언스리그 결승 코멘테이터
“메시~~~!! 리오넬 메시! 2 : 1 바르셀로나!! 누구겠습니까?! 바로 리오넬 메시입니다! 그는 모든 것을 갖추었습니다. 속도, 파워, 정확도. 정말 모든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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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완전한 스토커였다.
2일 경기 이후로 난 메시에 관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고, 시간이 날 때면 닥치는 대로 그의 영상들을 돌려보고, 돌려보고, 또 돌려서 봤다.
그리고 수백 번도 더해본 상상 속에서, 다시 리오넬 메시를 상대하고 있는 나 자신을 그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이틀 전에 일어났었던 일이 재생되어 상상 속 경기를 끝마칠 수 없었다.
화면과 상상 속에서의 그는, 이틀 전보다 훨씬 더 대단했다.
수비수로서 특별히 실수라 생각되기 힘든 장면들을 실수처럼 보이게 만들었고, 아주 자그마한 틈이라도 있으면 여지없이 거길 파고들어 균열을 일으켰다.
수비수가 기다리면 본인이 직접 다가가 돌파를 했고, 성급히 달려들면 훨씬 더 손쉽게 수비수를 바보로 만들었다.
그도 완벽하지 않을 수는 있다지만, 이틀이 지난 지금의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대체 어떻게 저것보다 더 완벽함에 가까운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는 말인가?
난 손을 얼굴로 가져가 문질렀고, 그런 뒤에는 다시 피곤한 눈을 치켜뜨며 화면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때.
똑똑똑-
“아들?”
“?”
엄마가 접시 위에 과일을 가득 담아 방에 들어오셨다.
난 화면을 멈추며 일어섰고, 엄마에게 다가갔다.
“과일 좀 먹어. 엄마가 뭐 맛있는 거 해줄까?”
“아뇨. 됐어요.”
“……아들.”
“저 괜찮아요, 엄마. 정말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혼자서 끙끙거릴 필요 없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씀드리며, 난 다시 혼자가 되었다.
지금은, 이게 더 편했다.
부모님은 날 어떻게든 챙겨주려고 했지만, 그게 오히려 더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후우~”
아삭-!
예쁘게 썰린 사과 한 조각을 입에다가 밀어 넣으며, 나는 다시 멈췄던 화면을 재생시켰다.
그러곤 다시, 상상 속의 싸움을 시작한다.
여전히.
[하아~ 씨팔.]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상대였지만 말이다.
파울을 저지르는 것 외엔, 난 메시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
2012년 10월 5일. 세이샬, 포르투갈. 벤피카 캠퍼스 ? 스포르트 리스보아 벤피카 인턴십 및 교육센터. SL 벤피카 클럽하우스.
지금은 수비수들의 미팅 시간이다.
팀은 이런 식으로 특정 포지션의 선수들만을 불러들여, 별도의 미팅을 연다.
지금 이 자리엔 수비를 담당하는 피에트라(Piettra) 코치님과 전력분석 담당인 테오도시오 멘도사(Teodosio Mendoca)가 함께하고 있다.
이들이 현재 우리에게 강조하고 있는 건, 단 하나.
클린시트(Clean Sheet)다.
클린시트는 그날 경기에서 실점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과거 축구 결과를 기록하던 용지에 실점 기록란이 백지로 남은 것에서 유래된 용어다.
“올해 실수가 너무 잦아.”
“…….”
코치님의 지적에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게 사실이었으니까.
현재까지 우린 챔피언스리그 포함 총 7경기를 치렀고, 그중 클린시트는 단 두 차례뿐이었다.
리그 2라운드 Vt. 세투발 원정에서 6 : 0 대승을 거뒀을 때와 챔피언스리그 그룹스테이지 첫 번째 경기 셀틱 FC와 0 : 0을 기록한 게 전부다.
외의 시합에서는 최소 1실점씩을 했고, 특히 올 시즌에 치른 세 번의 홈경기에서는 2득점에 6실점, 1무 2패라는 형편없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우리를 응원하는 팬들에게 미안해해야만 하는 부끄러운 결과였고, 내일 베이라-마르와의 경기에서는 단순히 승리를 거두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이상의 뭔가를 보여줘야만 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클린시트이긴 하다.
실점이 없으면 당연히 승률은 높아지니까.
그렇지만, 그 클린시트라는 게 말이지.
“저희는 진짜 열심히 하고 있다고요.”
“…….”
“그게 우리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다들 알고 있지 않아요?”
가라이의 의견에, 코치들은 침묵한다.
이것은 막시가 나시오날전 패배 이후부터 줄곧 주장해 오고 있는 의견과 같은 것으로, 다른 포지션에 있는 이들이 좀 더 우리를 도와줘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작년까지 우린 더블 볼란치를 둔 4-4-2 혹은 다이아몬드 형태의 4-4-2를 주요 전술로 활용해 왔으나, 올 시즌 선수단의 구성이 바뀌면서 공격형 4-3-3 혹은 4-1-3-2의 전술을 주로 활용하도록 바뀐 상태다.
지난번 FC 바르셀로나와의 경기 때는 표면적으론 4-3-3이었지만, 실질적으론 4-2-3-1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작년 후반기와 완전히 똑같은 우리 수비진이 생각하기엔, 우리가 받는 미드필드에서의 지원수준이 작년과 비교조차 되지 않을 만큼 형편없었다.
“뭔가 달라요. 네마냐는 분명 굉장한 녀석이죠. 처음에 한두 경기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요즘엔 그때보단 조금 잘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거론 모자라요. 다른 녀석들은 말할 것도 없죠.”
올 시즌 우리의 실점 과정을 살펴보면, 유독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에 의한 실점이 많았다.
일차적으로 막시나 나와 같은 사이드백들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면, 그다음은 측면 수비를 도와줘야 할 나머지 동료들에 실점의 원인을 물을 수 있었다.
솔직히 일차적인 책임도 미드필드에게 묻고 싶은 게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한참 뒤에 고개를 끄덕인 피에트라 코치님이 막시에게 먼저 의견을 물었고, 이후 팀의 전술적인 부분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져갔다.
“차라리 쓰리백을 쓰는 게 더 나아 보여요. 그러니까, 일단 포백으로 시작하더라도 다온이나 제가 조금 더 전진하는 거죠. 그렇게 해서 미드필드와 라인을 맞추고 위쪽에서 압박을 가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요.”
“다온? 네 의견은?”
“저도 생각이 비슷해요.”
“정말?”
“네. 요즘 막시나 제가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는 일이 거의 없잖아요. 제 말은 그러니까, 강한 상대와 붙었을 때요.”
SC 브라가, 셀틱 FC, FC 바르셀로나.
이 세 경기를 놓고 보면, 팀의 사이드백이 전통적인 방식의 풀백 역할에 충실한 시간이 많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이 딱히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제수스 감독님의 축구는 사이드백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이 필요하다.
그게 SL 벤피카의 축구이기도 했고, 작년 좋았을 때를 보면 우리 사이드백이 거의 윙어처럼 뛰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그건 양쪽 윙어에 들어서는 선수들과의 호흡이었는데, 오른쪽의 브루노는 중앙미드필드에 조금 더 적합한 선수라 사이드백 수비를 돕는 일에 소홀한 경우가 많았다.
현재까지 나와 호흡을 맞춘 왼쪽 윙어 중엔, 베르나르두 정도만이 큰 불편함 없이 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사소한 문제다.
진짜 문제는 중원에 있다.
사이드백이 공격에 가담한다는 건, 뒷공간에 위험을 남겨둔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최소 40m는 스프린트 해 나아가는데, 그 공간을 동료의 도움 없이 도로 40m를 스프린트 해와 막으라고 한다면, 그것만큼 불공평하고 말도 안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전 그들이 SL 벤피카의 축구를 하지 않는다고 봐요. 물론 초반에는 어디에서든 문제가 있을 수 있죠. 하지만 다음으로 나아가야 하잖아요. 두 달이 지났어요. 물론, 그들의 탓이라 말하는 건 아니고요. 다만, 우린 더 나은 팀이 되어야만 해요.”
“……그렇다는데요?”
“응?”
느닷없이 뒤를 향해 말하는 피에트라 코치님의 모습에, 나를 포함해 깜짝 놀란 모두가 뒤를 돌아보았다.
어느새 와 계셨던 건지, 제수스 감독님이 보였다.
“모두, 앞을 보도록.”
조용한 목소리로 우리를 다시 앞을 보도록 만든 감독님이, 뚜벅뚜벅 걸어 앞쪽으로 나오셨다.
“자네들의 의견은 참고하겠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가 클린시트가 부족한 데에는 너희들이 파울을 하지 않았던 것도 이유라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야.”
“…….”
“내가 말하는 건 페널티박스 안이라든가 위험지역에서의 파울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30m라든가 그보다 더 먼 거리에서는 때에 따라 파울을 해야 할 때가 있지. 하지만 내가 볼 땐 너흰 그냥 파울을 겁내고 있어. 심판이 내게 카드를 주면 어쩌지? 실수하면 어쩌지? 그건 겁쟁이의 태도야. 너희들은 수비수잖아. 가서 싸워야지! 공격수가 우리 안방을 마음대로 뛰어다니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감독님은 이어 계속 말씀하셨다.
“공격을 중단시키기 위한 파울. 흐름을 끊기 위한 파울. 그게 전부가 아니야. 상대의 전의를 꺾어버리는 파울. 건방지게 날뛰면 큰코다칠 거라는 파울을 해줘야지. 물론 이건 영리하게 해야만 할 거다.”
머리를 긁적인 감독님은 우리를 나무라는 게 아니라고 하신다.
그저 아쉬웠던 점들을 지적하고 있는 거라며, 우리가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듯 말씀하셨다.
“파울을 하지 않는 수비수가 좋은 수비수가 아니다. 경고나 퇴장을 두려워하는 수비수도 좋은 수비수가 아니지. 물론 퇴장당하지 않는 선에서 파울을 한다면 그게 최고이겠지. 내가 말하려는 건, 파울을 잘하는 수비수가 진짜 수비를 잘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거야말로, 개자식이 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지. 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그럼, 계속 진행하도록.”
감독님의 이야기가 모두 끝나고, 난 화면을 바라보면서도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어젯밤, 난 메시의 영상을 보면서 파울을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는 것에 내 능력에 커다란 회의를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감독님은 파울이 수비수의 능력이라 말씀하고 사라지셨다.
물론 우리가 그걸 잘 해내지 못해서 그런 거겠지만, 금방 그 이야기는 내게 무척 도움이 되는 것이었다.
또 다른 것에 대해서도 스스로에 물었다.
동료들에게 그토록 더 뛰어달라고 이야기를 했으면서, 정작 나 자신은 게으르지 않았는지를 말이다.
다행히도 그건 아닌 것 같았지만, 우리 수비수가 조금 더 개자식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옳았다.
시간이 흘러 미팅룸을 빠져나올 땐, 내 마음가짐은 분명 이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이미 FC 바르셀로나 경기에서의 상처는 한쪽에 묻어두기로 결정했고, 지금의 나는 오로지 내일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만을 생각하는 중이다.
바르셀로나전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을 계속하지 않는다면, 난 도태되고 결국엔 과거로 돌아갈 테니까.
가난하고, 또 아무것도 아니었으며, 사람들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해왔던 과거로 말이다.
감독님은 내가 추락했다는 것을 알고 계셨고, 며칠 전 면담에서도 그 부분을 우려하셨다.
메시가 낸 상처가 나를 곪게 하고, 결국 진물이 생겨 어딘가 망가지지는 않겠냐고 말이다.
하지만 감독님이 미처 모르고 계셨던 부분은, 내가 축구를 열심히 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물론, 과거와 비교해 이유가 많아졌긴 하다.
가족들을 위해, 과거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계속해서 축구를 하기 위해, 많은 돈을 벌고 언젠가 전용기를 타기 위해. 등등.
이유는 이제 셀 수도 없이 많아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난 정말이지 축구를 잘하고 싶다.
그것이 날 여기까지 데려왔기에, 앞으로 어디까지 또 나를 이끌고 어떤 위치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할지가 몹시도 궁금하다.
그러니 이 정도에서 주저앉고 싶진 않다.
가난했던 과거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이 풍족하게 사는 지금, 나는 삶을 즐기지 않을 이유가 그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즐길 수 있는 가장 많은 것들이 이곳 클럽하우스와 더 나아가 연습용 그라운드 위 실전이 펼쳐지는 피치 위에 존재한다.
축구는 이제,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되었다.
오직 이것만이, 날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
아니,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파울이라.’
미팅을 끝내고 식당에 앉아, 난 친구들의 틈에서 조용히 생각에 몰두한다.
물론 그것은.
“이봐!”
“어?”
“내 말을 좀 들어보래도? 어제 안야라는 여자애한테 연락했단 말이야. 그런데 걔가 나한테…….”
심각해지는 것을 방해하는 친구들 때문에, 금세 중단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이건 내 축구장 밖에서의 삶이다.
그러니 지금은.
‘여기에 집중하자.’
진지함을 벗어던지고, 나는 친구들이 알고 있는 나로 돌아가기로 한다.
다시 진지해지는 건, 내일 피치 위에서.
시합이 있기까지 약 33시간.
난 그 순간을 기다리기 무척 힘들었다.
***
2012년 10월 5일. 1500-313 리스본, 포르투갈. 에우제비오 다 시우바 페헤이라 거리. 이스타디우 다 루스
·전반 4분
SL 벤피카 0 : 1 SC 베이라-마르
&Match-Up`s Best Eleven(벤피카/상대팀)
&Match-Up`s Tactics(벤피카/상대팀) : 4-1-3-2/4-1-4-1
GK ? 아르투르 모라에스 / GK ? 후이 헤구
RB ? 막시 페헤이라 / RB ? 누누 로페스
CB ? 루이장 / CB ? 뱅상 사쑤
CB ? 에제키엘 가라이 / CB – 우고
LB ? 김다온 / LB – 주아우지뉴
DM ? 네마냐 마티치 / DM ? 자이미 시모에스
RM ? 브루노 세자르 / RM ? 후벵 리베이루
CM ? 엔초 페레스 / CM ? 세드리크 콜레
LM ? 니코 가이탄 / CM ? 다비드 플로리발
ST ? 호드리구 / LM ? 엘데르 로페스
ST ? 오스카 카르도소 / ST ? 아벨 카마라
.
.
하루 전, 감독님은 FC 바르셀로나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라인업을 발표하면서 ‘우리가 만회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몇 번이나 강조하셨다.
하지만 그 이야긴, 그저 공허한 외침이었던 걸로 보인다.
오른쪽 수비를 도왔어야 할 브루노 세자르는 상대 풀백인 주아우지뉴(Joaozinho)가 전진하는 것을 전혀 제지하지 않았고, 결국 수적 열세에 빠진 막시는 상대의 크로스를 허용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것을 간신히 골라인 밖으로 걷어낸 것은 좋았는데, 이어진 코너킥에서 주아우지뉴의 크로스를 상대 센터백인 뱅상 사쑤(Vincent Sasso)가 헤더로 연결했다.
어째서인지 그는 완전히 자유로웠고, 실점에 흥분한 루이장은 곧장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을 찾았다.
SC 베이라-마르의 코너킥이 진행되기 전, 분명 사쑤를 막기로 한 사람은 스트라이커인 카르도소였다.
“이런 빌어먹을!! 매번 같은 실수를 하고 있잖아!!”
성질내는 루이장의 뒤쪽에서는 막시 역시 불만을 참지 못하고 골포스트를 발바닥으로 걷어차며 울분을 표출하고 있었다.
실점 그 자체도 자체지만, 일련의 과정이 너무 나빴다.
특히나 더욱 우리 수비수들을 좌절케 만든 건, 최근 계속해서 같은 피드백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똑같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난 옆쪽을 쳐다봤고, 사이드라인에 서서 고개를 푹 숙이고 계신 감독님은 생각에 잠기신 모습이다.
늘 전적으로 감독님의 편에 서 있는 나이지만, 이번만큼은 감독님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다.
오늘 경기에서는 로테이션을 가져가는 것이 더 좋았을 것이고, 벤치에 있는 안드레/베르나르두/제로니모가 뛰었다면 이런 실점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FC 바르셀로나전과 같은 실망스러운 패배 뒤엔, 선수들에게 만회할 기회를 주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크게 동감하고 있다.
하지만 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만회할 자격은 말 그대로 자격을 갖춘 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피치 위의 몇몇은 자격이 없다.
.
(클레도 코엘류)
“시즌 초반 벤피카의 모습은 지켜보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이렇게 어렵게 출발한 적이 또 있었을까요? 특히 홈에서 두 경기 연속 무득점에 아직 승리가 없습니다. 유일한 득점이 개막전에서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SL 벤피카는 200분 넘게 이스타디우 다 루스에서 득점이 없습니다.”
.
실점 직후부터 베이라-마르를 맹렬하게 두들기고 있지만, 굳게 닫힌 문을 열기엔 어딘가 많이 부족해 보인다.
슈팅은 번번이 골문을 벗어났고, 시간은 야속하게 계속해서 흐르고 있다.
그리고.
삑-!! 삐익-!! 삐이이익-!!
충격적이게도 우린, 현재 리그 최하위 베이라-마르에게 0 : 1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전반을 마쳤다.
상대가 전반전을 앞선 채 끝내는 건 오늘이 처음이었고, 고개를 들지 못하고 피치를 떠나는 우리를 향해, 이곳에 모인 팬들은 전부 야유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럴 만한 경기력이다.
“빌어먹을! 엔초!”
라커룸에 들어서자마자, 모라에스가 엔초 페레즈를 향해 분노를 표출한다.
그는 오늘도 미드필드에서 상대에게 너무 볼을 쉽게 헌납하는 한편, 피치 위에서 불성실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 동료들을 괴롭게 만들었다.
아르투르의 분노와 변호를 위해 항변하는 엔초가 만들어내는 열기에, 라커룸의 분위기는 급속도로 과열되고 있었다.
그리고 선수단의 틈에 앉아 이를 지켜보던 감독님은, 말리려는 코치들을 오히려 만류하면서 계속해서 이 분노가 이어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전부 다했나?”
“…….”
“빌어먹을! 얜 완전히 구제 불능이라고요, 조르제.”
조금 잠잠해진 두 사람에게 질문을 던진 감독님이 자리에서 일어서셨다.
엔초는 곧바로 침묵했고, 좌절한 것처럼 보이는 모라에스는 뒤로 돌아서서 역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가운데에 서신 감독님.
“엔초? 모든 사람이 너를 게으르다고 말한다. 그리고 며칠 전에 넌, 내게 네가 팀의 최고 선수라고 말했지. 난 그걸 부정했고, 곧바로 다음 시합에서 로테이션을 가져가 승리를 만들었다. 4 : 1이었지. 지금도 여전히 네가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하나?”
“…….”
고개를 푹 숙이는 엔초를 뒤로 하고, 감독님은 곧바로 다른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선, 선수교체.
“두 명을 바꾼다. 베르나르두, 제로니모. 너희 둘이 양쪽 윙포지션에 들어간다. 니코가 가운데로 움직이고, 전술은 전반전 그대로 한다. 0 : 1로 뒤지고 있다. 물론 실망스러울 테고, 분노가 일겠지. 하지만 너희는 피치 위에서 실수했다. 그리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야. 전반전은 그런 실수에 대한 대가라고 보면 된다. 후반전엔 피치로 나가, 제대로 한 번 해보자. 몇 번이나 말했지만, 우린 강한 팀이다. 현재 문제가 되는 건 결국, 우리의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야. 이건 내게 좀 더 많은 문제가 있고, 그걸 너희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이야기를 멈춘 감독님의 얼굴은 화가 나 있다기보다는, 반대로 웃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화가 너무 많이 나서 오히려 실성해버릴 것 같으신 게 아닐까?
나라면 아마 그렇게 됐을지도 모른다.
“앞으론 실수를 만회하도록 노력하겠다. 나로 인해, 자네들이 피해를 받고 있군. 자네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야. 몇몇 게으른 자식들이 보이긴 하지만, 남은 이들은 전부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 이상. 후반전을 준비하도록.”
손을 휘저은 감독님이 감독실로 들어가고, 라커룸에 남은 우리는 손뼉을 치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전반전의 나쁜 기억을 잊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리고 나 역시.
“VAMOS!!! 아직 45분이나 남았어!!”
일단 이 경기에 승리한 뒤에, 다른 것들을 말하려고 한다.
***
작가의 말 ? 2012/13 시즌 SL 벤피카의 초반은 실제로도 상당히 가혹했습니다.
답답하실 건데, 빌드업 중이니 조금만 견뎌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