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64)
1284화 Brilhar (4)
‘역시, 그랬어.’
포르투갈이 4-4-2로 나선다는 걸 확인했을 때, 나는 이들이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플랫(Flat) 4-4-2로 변화하는 전술을 가져갈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또 어쩌면 4-3-1-2 혹은 4-2-2-2와 같은 형태로 자유롭게 오갈 수도 있을 거라고 말이다.
보통이라면 그건 전술적 완성도가 높다고 평가할 수 있는 요소지만, 만약 오늘 그런다면 정반대의 의미가 될 가능성이 컸다.
그리고 현재, 포르투갈의 중원은 요동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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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세) – SBS 캐스터
“베르나르두 실바. 아- 그런데 패스 미스입니다! 바로 역습에 들어가는 대한민국! 이강인이 황의조에게 패스를 찔러 넣습니다! 아아? 오프사이드. 오프사이드입니다.”
.
.
.전반 03분
대한민국 0 : 0 포르투갈
이제 겨우 탐색전 단계였을 뿐이지만, 포르투갈은 자신들이 급조한 전술을 들고나왔다는 걸 너무 쉽게 드러냈다.
나름 라인 비슷한 것을 형성하려고는 했지만, 낯설어한다는 증거가 플레이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전을 치르며 조직력이 나아질 가능성도 있기에, 초반이 더 중요해졌다.
“인범!”
“?”
“더 강하게 나가도 괜찮아!!”
“······.”
고개를 끄덕인 인범이가 엄지를 든다.
이후 난 고개를 돌려 수비를 정돈했다.
포르투갈이 어째서 급조된 느낌의 4-4-2를 가져왔고 또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상대가 어떠한 방식으로 공격을 전개할는지는 충분히 짐작해 볼 수 있다.
‘아마도 두 개······ 세 개?’
우선은 첫 번째, 롱패스.
삐?익!
오프사이드 지점에서 프리킥을 가져간 포르투갈이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가져간다.
잦은 패스 실수로 초반 분위기가 뒤숭숭한 만큼, 일단 볼을 돌리며 냉정해질 시간을 벌어주려고 할 것이다. 중원이 흔들리면, 저런 식으로 수비가 도울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경기 초반의 흐름을 놓고 봤을 때 수비진영에서 볼을 돌리면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도 존재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페페와 후벵이 버티는 포르투갈의 수비다. 노련함과 영리함을 모두 갖춘 저 두 남자라면, 미드필드를 거치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알고 있을 거다.
그래서 지금 이러는 건 상대가 친 덫으로 뛰어드는 꼴이지만,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것도 적다.
“Pressao!!”
(압박해!!)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나온 벤투 감독님이 크게 소리치고, 그것을 촉매 삼은 동료들이 전방 압박을 가져간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린 프랑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전방 압박을 가져가고 있는 팀이다. 강인이를 포함한 네 명의 공격수가 빠르게 포르투갈의 수비 라인에 접근한다.
저렇게 되면 필드 플레이어 숫자가 동률이 되기 때문에, 포르투갈은 자연스럽게 후벵 네베스를 내렸다.
바로 여기에서 전방 압박(Angriff Pressing)과 게겐프레싱의 차이가 발생한다.
현대 축구에서 당연한 요소가 된 압박에 있어, 사람들은 앞쪽에서부터 압박을 가져가는 플레이를 통틀어 게겐프레싱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전혀 다르다.
독일에서 앙그리프프레싱이라고 부르는 전방(前方) 압박은 단어 그대로 앞쪽에서 압박을 가하는 것이고, 게겐프레싱은 모든 방향에서 압박을 주는 전방(全方) 압박이다.
한글로 발음이 같아 혼선이 오기 쉬운 것인데, 벤투 감독님과 쭉 함께했던 것은 앙그리프프레싱이다.
공격으로 부를 수 있는 선수들만이 앞쪽에서 압박을 가져가고, 남은 선수들은 자리를 지키며 포지셔닝을 한다.
네베스의 가세와 골키퍼까지 더한 포르투갈이 어렵지 않게 우리의 압박을 벗겨내고, 앞쪽으로 살짝 올라선 후벵이 포르투갈의 공격 라인을 바라본다.
저 녀석이 저렇게 행동한다는 건.
바로 다음에.
팡-!
‘온다.’
이렇게 롱패스가 날아온다는 뜻이었다.
목표 지점은 십중팔구 하무스일 거다.
“영권! 커버!”
짧고 크게 외친 민재가 앞으로 튀어 나가고, 그에 맞춰 영권이 형이 호날두를 찾아 움직인다.
그리고 난 주변을 살핀다.
‘없어. 그렇다면.’
호날두를 제외하면 하무스의 헤더를 연결받을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나는 적당한 공간을 찾아 움직여 다음 플레이를 대비했다.
누군가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면 한 명이 커버하고, 남은 이들은 주변을 살피는 게 가장 기본적인 수비 조직이다.
힘껏 점프해 하무스와 경쟁하는 민재.
승자는.
‘없어.’
퉁-
경합 상황에서 제대로 된 헤더가 이뤄질 순 없다.
볼은 불규칙하게 퉁겨, 아무도 없는 곳으로 굴렀다.
“에?이!!”
하무스가 헤더를 선점하지 못한 것이 싫었는지, 뒤쪽에서 내지른 호날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용이 형의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답답하면 네가 뛰던가.’
솔직히 나는 호날두에 대해 아무런 의견이 없는 쪽에 더 가까웠다.
단 한 순간도 내가 신경쓰거나 걱정해야 할 인물이었던 적이 없었고, 피치 위에서 상대로 마주하며 경쟁했어야 하는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리고 보통이라면 그런 식으로 경쟁했던 이들과 나는 서서히 친분을 쌓거나 지인 혹은 동료가 됐다.
드물게 친구 관계로 발전하는 사례도 있긴 했지만, 나는 친분을 만드는 사람과는 거리가 먼 유형이다.
어쨌든 이런 나의 삶 속에서, 호날두는 매우 드물게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됐다.
물론 결정적 계기는 있었지만 말이다.
세월과 함께 심술이 그득그득 내려앉은 얼굴이 된 호날두를 뒤로한 채, 나는 흐르는 볼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거기로 베르나르두 역시 달려들었고, 우린 곧 교차했다.
먼저 발을 뻗어 볼을 터치한 쪽은 나다.
직후 베르나르두가 발을 내밀었다.
팍-!
“욱!”
정강이가 맞닿으며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고, 그대로 피치를 구르는 내 위로 주심의 휘슬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은 당연히 파울이 선언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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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 MBC 캐스터
“파울-! 베르나르두 실바의 파울입니다! 아, 김다온 선수 다치면 안 되는데 말이죠.”
(서현욱) – MBC 해설위원
“지금은 세컨볼에 대한 김다온의 반응이 아주 빨랐습니다. 베르나르두 실바가 뒤늦게 뛰어들어 봤지만, 김다온의 터치가 한발 앞서 이뤄졌습니다.”
(안정환) – MBC 해설위원
“이제 막 경기가 시작됐지만, 오늘 김다온의 집중력이 상당히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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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의 주심은 파쿤도 테요(Facundo Tello).
아르헨티나 출신이다.
한 경기에서 10개의 레드 카드를 꺼내든 심판으로 유명세를 타긴 했지만, 워낙 특수했던 경기라 오히려 파쿤도 테요의 판단이 옳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성향은 평균보다 좀 더 엄격한 편으로, 이번 월드컵에서도 카드를 망설이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전날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 경기가 조금 특별한 이유에서 논쟁거리가 됐었는데, 그것이 파쿤도 테요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차차 살펴봐야겠다.
“위험한 동작이었어. 자제하도록.”
“네. 조심할게요.”
“······.”
“······.”
아래를 흘끗 내려다본 베르나르두가 아무런 말도 없이 뒷걸음질을 치며 서서히 멀어졌다.
오호라-
그렇게 나오시겠다?
가장 친한 친구의 도발과 집중하는 모습을 본 나는 베르나르두의 선전포고를 받아들이기로 했고, 곧바로 몸에 묻은 흙을 털어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런 내게, 주심이 말을 걸어왔다.
“자네, 둘. 괜찮은가?”
“뭐라고요?”
“친한 친구라 들어서 말이야.”
“하하. 승부는 승부니까요.”
“그렇군. 진행하게.”
“네.”
엄격한 성향과는 다르게 의외로, 말과 호기심이 많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마찬가지라는 걸까?
팡-
쓸데없는 생각을 바로 머릿속에서 털어버리며, 피치 위에 놓여 있던 축구공을 뒤쪽으로 보낸다.
포르투갈의 첫 번째 공격 옵션은 확인됐다.
높은 수준의 연계를 기대하기 어려운 지금, 포르투갈은 미드필드 라인의 선수들이 적응을 끝마칠 때까지 시간을 버는 방법을 선택했다.
어차피 우리가 전방압박을 가져가는 팀이라는 건 익히 알려졌을 것이고, 상대를 끌어들여 단숨에 전방으로 패스를 보내는 건 전통적으로 좋은 공격 방식이다.
그리고 또 하나 포르투갈이 공격 전개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저 남자를 활용하는 것이다.
브루누 페르난드스.
맨유 팬들 사이에서는 폴 스콜스의 재림이라 불릴 정도로 절대적인 신뢰를 얻는 남자이고, 이번 대회에서도 그간의 대표팀 부진을 털어내며 포르투갈의 실질적 에이스가 됐다.
조별 예선 포함 2골 3어시스트를 기록.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해내지 못한 단일 대회 월드컵 5개의 공격포인트 기록을 가져갔다.
다만 개인적으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선수 중 하나였는데, 기량이 좋은 건 인정하나 페널티박스 안에서의 플레이가 너무나도 더러웠다.
가레스 베일/루이스 수아레즈/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같은 유명한 다이버 3대장도 한 수 접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브루누의 다이빙은 악명이 높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공격을 전개하는 능력 자체는 인정하고 또 경계해야 한다.
일단 우리는 브루누를 인범/우영 두 명의 미드필드에게 맡긴 상태다. 워낙 폭넓게 움직이기도 해서, 한 명의 미드필드만으론 억제가 어렵다.
그래서 포르투갈이 어떻게든 브루누를 찾아 패스를 보낼 것으로 생각하는데, 전반전 05분이 지나면서부터 아래로 내려서기 시작하며 활동 반경을 늘렸다.
후방에서 버텨주는 네베스.
공격을 담당하는 브루누.
네 명의 미드필드 중 두 명의 역할이 명확해졌다.
남은 건 베르나르두와 주앙 펠릭스다.
삐?익!
브루누를 막던 인범이가 파울을 범하고, 다가선 테요가 진지한 표정으로 주의를 보낸다.
조심해야 한다.
카드가 쉽게 나올 테니까.
직전 베르나르두가 내게 범했던 파울이 일종의 보험이 되어, 테요가 경고를 꺼내는 걸 멈추도록 했을 것이다. 그러한 부분까지도 오늘은 계산이 되어 있어야 한다.
삑-!
포르투갈의 프리킥으로 다시 인(In)플레이가 시작되고, 아까와 마찬가지로 볼은 다시 후방으로 향한다.
우리 또한 지지 않고 계속된 전방 압박을 시도했는데, 이번엔 저들이 바라는 대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급조된 것이었든 어쨌든 상대가 전술적인 수(手)를 들고나온 것처럼, 벤투 감독님도 포르투갈에 맞춘 몇 개의 전략을 준비해 가져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희찬이의 주전 기용이다.
“이봐아-!!”
“파울이야!!”
금방 포르투갈의 벤치에서 큰 목소리가 터져 나온 이유는 라파엘 게헤이루(Raphael Guerreiro)가 사이드라인 앞쪽에서 넘어졌기 때문이다.
희찬이의 파울을 주장하는 그들이었지만, 주심은 단호히 손짓하며 경기를 진행했다.
바로 저런 부분이 희찬이가 재성이 형이나 컨디션 좋은 상호를 대신해 선발로 출전한 이유인데, 게헤이루는 늘 피지컬적으로 강한 상대의 앞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래서 도르트문트에서는 쓰리백의 왼쪽 윙백으로 출전 중인 건데, 지금처럼 포백의 왼쪽 풀백으로 나설 때면 피지컬과 수비력 불안이란 약점이 쉽게 드러난다.
높은 위치에서의 인터셉트.
게헤이루로부터 볼을 가져간 희찬이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드리블을 가져간다.
허겁지겁 일어선 게헤이루가 그런 희찬이를 뒤쫓고, 앞에서는 후벵이 진로를 막아섰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의조 형이 공간을 찾아 움직인다.
선택의 순간.
일단 의조 형에게 패스를 보내는 게 가장 합리적인 판단일 테지만, 희찬이의 성향을 생각하면 장담할 수 없다.
팀을 위한 선택을 해주길 바랄 수밖에.
그리고 곧.
팡-
‘그렇지!’
이런 내 믿음은 보답받는다.
의조 형에게 패스를 보낸 희찬이가 그대로 앞으로 내달리며 게헤이루와 후벵의 포지셔닝을 강제했고, 그 덕에 의조 형은 더 너른 공간으로 몸을 돌릴 기회를 얻었다.
충분히 슈팅까지도 가능했지만, 후벵 네베스가 좋은 백업에 나서면서 그러기는 어려워졌다.
볼을 빼앗고자 발을 내미는 네베스와 경합을 펼치며, 의조 형이 다리 사이로 축구공을 움직여 수비를 떨쳐 나오려 노력한다.
다소 어설픈 동작이었지만 의조 형은 어떻게든 빠져나왔고, 그러자 왼쪽 수비에 집중하느라 허술했던 오른쪽 진영으로 나아갈 기회가 생겼다.
“패스!”
눈이 동그랗게 변한 강인이가 입을 쭉 내밀며 패스를 요구하고, 자연스러운 방향 전환이 이뤄진다.
후벵 네베스가 의조 형을 막느라 중앙을 비워 놓은 지금, 브루누나 베르나르두가 강인이를 막아 줘야 했다. 그렇지만 두 사람 모두 거리가 떨어져 있다.
“······.”
“······.”
당황스러워하는 베르나르두와 눈을 마주치며, 나는 많은 의미를 담은 미소를 피워 올렸다.
‘넌 나를 너무 잘 알아.’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만약 내가 나를 적으로 마주한다면, 과연 난 녀석을 어떠한 식으로 수비해야 할까?
가끔 클럽하우스에서의 생활이 무료해지는 순간이 오면, 우리는 다양한 엉뚱한 주제를 가지고 쓸데없이 진지하지만 굉장히 심도 있는 토론을 했다.
그 주제 중 하나가 바로 ‘김다온은 김다온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였는데, 새삼스럽고 낯부끄럽게도 난 그것이 상당히 어려운 일임을 인정해야 했다.
공격수와 미드필드가 공격에 먼저 참여하는 상황에서, 까다로운 타이밍에 공격 진영으로 올라선 사이드백을 완벽하게 억제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나마 확실한 방법이 있다면 상대가 공격하지 못하도록 전력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다음으로 확률 높은 방법을 제안한 게 베르나르둔데, 녀석은 미드필드 중 한 명에게 나를 밀착 마크하도록 지시하면 공격에서의 위협을 최대한 억누를 수 있을 거라고 말했었다.
지성이 형이 피를로에게 했고 이후 이 위대한 알렉스 퍼거슨의 전술을 수많은 감독이 빌려 쓴 것처럼, 나를 막기 위해 맨투맨을 써야 한다는 게 베르나르두의 발상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문제가 있다.
어떻게 또 누가 할 것인가?
공격수나 미드필드를 맨투맨 하는 건 수비형 미드필드나 수비수가 할 수 있지만, 사이드백을 맨투맨 하려면 윙(Wing)이나 공격수에게 그 역할을 맡겨야 한다.
하지만 나를 억제할 만큼 수비력이 좋은 윙은 현시점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플랫 4-4-2나 3-5-2와 같은 전술에서 전문적인 측면 수비수를 한쪽에 기용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만족할 성과를 볼 만큼의 맨투맨은 불가능하다.
또한 수비수인 나 역시도, 뒤쪽에서 등장해 먼 거리에서 뻥뻥 슈팅을 날리고 빈공간을 눈으로 보고 뛰어드는 선수를 막는 건 까다로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한 이야기가 있었기에 어쩌면, 난 이번 8강 경기에서 베르나르두가 그 역할을 자처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경기 시작 전 포르투갈이 4-4-2를 가져왔다는 걸 눈으로 본 이후엔 완전히 확신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베르나르두는 수비에 가담한 것도 그렇다고 전방에 머문 것도 아닌 어설픈 포지셔닝을 가져가고 있었다.
후방에서 올라서는 나를 수비하겠다는 의도였던 건데, 정작 내가 아래쪽에 머물자 베르나르두는 붕 떠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강인이가 저렇게 비어 있는 거다.
브루누야, 수비하지 않는다.
수비력이나 수비 가담 자체가 부족한 선수는 아니지만, 브루누도 언제인가부터 게으르다고 말할 수 있는 유형이 되었다. 공격엔 전력을 쏟지만, 수비를 향한 노력은 그 절반쯤이다.
“저기 뭐야-!!”
텅 비어 버린 공간에, 당황한 페르난두 산투스가 고함을 내지른다.
수비진영에서 볼을 빼앗긴 것 치곤 사후 처리가 잘 되면서 막아내는가 싶었는데, 당연히 저 위치에 있어 줬어야 할 선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빨리 시선을 거둔 베르나르두가 뒤늦게 수비에 나서지만, 말 그대로 뒤늦었다.
‘쏴, 강인아.’
재능이란 참으로 어렵다.
발현이란 측면에서 말이다.
같은 10대 중반 시절, 나는 철저한 무명이었던 것에 반해 강인이는 전 세계 최고의 재능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뛰어난 선수가 될 거란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시간은 강인이의 편이 아니었고, 과거 최고가 될 거란 소리를 들었던 많은 유망주가 그러했듯 사람들의 기억 저 뒤편으로 사라질 것만 같았다.
재능은 있지만, 발현되지 않는.
어쩌면 허구였을 수도 있는.
연이어 벽에 부딪힌 순간 강인이는 좌절을 느꼈을 거고 그 좌절 앞에서 고집을 피우고 화를 내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결국 모든 건.
‘한 발이면 돼.’
스스로 정해놓은 자신의 모습이란 편견에 갇혔던,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정체(停滯)라는 것을 말이다.
웨이트를 해라.
정신적으로 단단해져라.
기술만을 쫓던 강인이에게, 낡은 구닥다리와도 같았던 나의 조언은 전해지기까지만 몇 년이 걸렸다.
그래도 강인이는 마지막 순간 나의 이야기를 받아 들여줬고, 신체적으로 발전한 저 녀석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자신이 한국의 다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 증명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러한 사실을 전 세계가 확실히 뇌리 속에 각인할 거라고 확신했다.
파앙-!
골대를 슬쩍 바라본 강인이게 왼발을 휘둘러 슈팅을 가져가고, 밖으로 벗어나는 방향으로 날아갔던 축구공은 급격히 안으로 휘어지며 포르투갈의 골대 왼쪽 위에 꽂힌다.
촤라라라락-!
“!!”
“—!!!!”
초반 불안한 포르투갈과 그걸 공략해야 했던 우리.
경기 시작 후 첫 10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을 오늘의 경기에서, 가장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건 지금 저기 환호하며 내달리는 대한민국의 2001년생이다.
좌절하며 무릎 꿇는 베르나르두.
난 그런 녀석에게.
‘나를 너무 잘 알아서. 그게 오히려 문제였던 거야.’
실제로 들었다면 뼈아팠을 한 마디를 속으로 건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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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08분
대한민국 1 : 0 포르투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