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66)
1286화 Brilhar (6)
페널티가 선언되고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주심의 휘슬 즉시 격렬한 반응을 보인 포르투갈의 선수들을 처음 보았을 땐, 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저들은 디오구 달로트의 파울엔 별로 관심이 없었고, 내가 파울을 당한 지점이 라인 밖이라는 부분에 집착했다.
“어때?”
“아슬아슬해.”
“진짜?”
“어. 넘어질 때 라인이 보였거든.”
“아닐 가능성이 크네.”
“어쩔 수 없지.”
.
(이승우) – SBS 해설위원
“안타깝네요. 마음 같아서는 제가 직접 P.K를 주고 싶은데, VAR을 보면 확실히 라인 밖인 것 같습니다.”
.
.
.전반 27분
대한민국 1 : 0 포르투갈
삐?익!
VAR과 이야기를 끝낸 파쿤도 테요가 조금 전 자신이 내린 판정을 정정한다.
주어졌던 P.K는 직접 프리킥이 되었다.
안타깝지만, 불만은 없다.
“아깝네.”
“밖에 있을게.”
“어.”
비록 페널티는 확보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디오구 달로트에게 주어졌던 옐로카드는 유효하다.
디오구 달로트가 좋은 풀백인 것은 맞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수비에서 좋은 평가를 받진 못했다. 월드컵에서의 폼은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수비는 의문이다.
경고를 보유한 상태에서 흥민이 형과 나를 동시에 상대하는 일을 버거워할 게 틀림없다.
중요한 건, 다른 포르투갈의 선수들 역시 그러한 부분을 생각하고 있을 거란 사실이다.
‘포지셔닝이 강제될 거야.’
금방의 경고로 가장 곤란함을 느끼고 있을 사람은 당사자인 디오구 달로트가 아닌 라인 하나 위의 베르나르두다.
가뜩이나 전술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았는데, 달로트가 옐로 카드를 받게 되면서 수비적으로 신경 쓸 거리가 생겼다.
“졸지에 애를 보게 됐는데?”
“…….”
“우린 쟤를 공략할 거야, 베르. 너도 알지?”
“…….”
베르나르두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나올 거라는 걸.
하지만 지금 저 녀석이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하는 건, 내가 한 이야기가 사실이든 단순한 뻥카이든 본인이 해야 할 일이 하나뿐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거다.
이건 사실상의 가불기다.
지금부터 우리가 달로트가 선 방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도 베르나르두는 수비해야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언제 전환될지 모르는 패스를 대비해 아래로 내려서 있어야 한다.
왜?
‘우리를 알고 있잖아? 안 그래?’
아까와 같다.
베르나르두는 나를.
그리고 흥민이 형을 너무 잘 안다.
경고 카드를 받은 상태에서 흔들릴 달로트를 우리가 집중적으로 공략했을 때, 거기에서 발생한 일들이 경기를 어떤 흐름으로 끌고 갈지를 말이다.
투웅-
‘아- 까비.’
흥민이 형이 속임수를 주고 강인이가 띄운 프리킥이 영권이 형의 머리에 닿았지만, 방향이 잘 꺾이지 않았던 헤더는 골대를 멀리 벗어났다.
좋은 위치에서의 프리킥 기회가 무산된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충분한 이득을 거뒀다.
이어지는 포르투갈의 골킥.
이번에도 킥은 짧다.
“TWO-!! TWO-!!”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선 벤투 감독님이 압박 방식을 살짝 바꾼다. 전방에서 압박하는 강도를 살짝 줄이고, 하프라인 바로 위에서 압박 라인을 형성하도록 했다.
나는 그것을 감독님이 경기 흐름을 제대로 읽고 있는 증거라고 판단을 내렸다.
감독님도 보고 싶은 거다.
베르나르두가 어떻게 할지.
후방에서부터 경기를 조립하기 시작한 포르투갈은 좌우 풀백을 약간 앞으로 올려 두었고, 본래는 그 중심에 후벵 네베스가 원 볼란치(Volante/DM)로 섰으나 이젠 파트너가 생겼다.
더블 볼란치라 부르기는 조금 어렵지만, 베르나르두의 위치는 확연하게 낮아졌다.
이러면 누군가 베르나르두의 역할을 해 줘야 한다.
그런데 그 후보는 한 명뿐.
브루누 페르난드스가 중원에서 해 줘야만 하는 일이 더욱 많아지게 되면서, 덩달아 주앙 펠릭스의 공격 부담 역시도 이전보다는 더 높아졌다.
이전까지는 브루누와 베르나르두가 선 위치를 중심으로 볼이 연결되었다면, 지금은 아래로 내려선 브루누와 왼쪽 하프스페이스의 주앙 펠릭스의 볼 터치가 많아졌다.
공격의 비중이 왼쪽으로 전환되면서 자연스럽게 호날두 역시 볼을 자주 터치하게 된다.
전이었다면 이런 상황이 불편했을 거다.
누가 뭐래도, 세계 최고의 윙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삐?익!
좋지 않은 위치 선정으로 오프사이드를 범한 호날두가 주심의 휘슬 이후 짜증 섞인 몸짓을 보인다.
실망한 것까지야 그럭저럭 봐주겠는데, 직후 호날두는 주앙을 바라보며 입을 여는 모습을 보였다. 멀리 있어서 잘 들리지 않았지만, 짐작은 해 볼 수 있다.
‘왜 빨리 패스를 안 줬냐는 거겠지.’
주앙 펠릭스의 패스 선택은 분명 좋지 못했다.
사실 지금은 보낼 필요가 없었다.
파이널 써드로 볼을 전달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설령 볼이 이어졌다고 해도 0.5초 이내에 호날두는 민재와 문환이의 협력 수비를 마주해야 했다.
좀 더, 본인의 판단을 믿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애당초 주앙이 패스를 받아 든 후 전방으로의 연결을 망설였던 건, 호날두를 제외한 다른 포르투갈 선수들의 숫자가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파엘 게헤이루가 오버랩을 가져갈 시간을 벌어, 문환이를 호날두로부터 떨어트려 놓고도 싶었을 거로 본다.
하지만, 패스를 요구하는 호날두의 외침이 잇따른 부진으로 소심해진 주앙을 움직였다고 생각한다. 저 어린 친구는 포르투갈의 전설적인 존재의 명(命)을 거부할 수 없었다.
이건 내가 쭉 들었던 포르투갈 대표팀이다.
호날두의. 호날두에 의한. 호날두를 위한.
기량이 뒷받침되었을 때라면 호날두의 저런 독선은 아무 문제도 불러일으키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상태라면 저것은 포르투갈의 케미스트리를 좀먹기만 할 것이다.
‘그건 그거고.’
잔뜩 의기소침해진 주앙 펠릭스에게 주었던 안타까운 시선을 거두며, 나는 인범이를 불러 손짓을 보냈다.
베르나르두가 달로트를 돕기 위해 측면으로 좀 더 벌려 설 것이기 때문에, 인범이가 하프 스페이스 안쪽 끝을 따라 움직이게 되면 그것 자체로 골치를 썩을 거다.
동시에 흥민이 형에게 좀 더 많은 동선이 생기기도 할 건데, 난 일단 뒤에서 그것을 지켜보려고 한다.
삑-
프리킥으로 재개되는 경기.
시계는 전반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
.전반 32분
대한민국 1 : 0 포르투갈
조금 전 김다온이 수신호로 위치 조정을 요청했을 때, 황인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것을 따르기로 했다.
피치 위에서의 김다온은 팀의 사령관이다.
공격권이 빠르게 교체되는 상황. 수비를 위해 아래로 내려서던 황인범은 곤찰루 하무스의 앞에서 볼을 끊어낸 김다온을 향해 목소리를 높인다.
“여기, 여기, 여기!”
팡-
뛰었던 팀의 2부리그 강등.
이듬해 챌린지 Best 11.
K리그 데뷔 후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황인범은 현재는 유럽에서 인정받는 중앙미드필드 중 하나가 됐다.
대한민국 대표팀에서 존재감을 발휘하기 시작한 건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직후인데, 벤투호의 주축이 된 황인범에게 파주는 항상 보물창고였다.
파주에 가면 늘 배울 것이 있다.
황인범은 대표팀 소집 기간 클럽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을 배웠는데, 특히 김다온으로부터 보고 들으며 축구 선수로서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때로는 축구를 향한 애정이 시들해지기도 했던 황인범이지만, 김다온을 만난 이후론 단 한 번도 그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다.
‘넓어.’
김다온의 말대로 포지셔닝을 조절한 황인범의 눈에, 이전보다 훨씬 너른 공간이 보인다.
비록 그 공간은 금세 사라졌고 보낸 전진패스 역시 판단이 좋지 않아 바로 포르투갈에 볼이 넘어갔다.
좀 더 침착하게 상황을 지켜보지 못했던 게 아쉬웠던 황인범은 인상을 찌푸렸고, 머리를 사납게 헤집으면서 다음엔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러곤 생각했다.
‘어째서?’
어째서 금방 공간이 넓어졌을까?
물론 단순한 우연이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김다온이 포지셔닝 조절을 요청한 직후에 발생한 일이기에 황인범은 그것을 흘려보내지 않기로 했다.
꽉 붙잡은 생각은 곧 황인범의 사고 회로를 움직이게 했고, 얼마 뒤 황인범은 달라진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다.
“…….”
일단 그것을 눈에 넣어두는 황인범.
확신까진 단계가 필요했다.
.
(클라이브 타이더슬리) – ITV 코멘테이터
“브루누. 그렇지만, 패스가 빗나갑니다. 또 다른 패스 실수로군요. 볼이 그대로 사이드라인 밖으로 벗어납니다. 한국의 스로인. 포르투갈은 진정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리 딕슨) – ITV 공동-코멘테이터
“발이 무거워 보입니다. 오직 몇 명의 선수만이 움직이고 있는 포르투갈입니다. 한국과 같은 팀을 상대론, 포르투갈은 더 부지런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브루누는 게헤이루가 전진해 주길 바랐지만, 생각이 서로 맞지 않았습니다.”
.
포르투갈이 그들 스스로 볼을 넘기는 사이, 생각을 이어 가던 황인범은 한 가지 가설에 도달한다.
만약 이 모든 게 디오구 달로트의 옐로 카드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단순히 손흥민이 편해진 것 말고도 더 많은 부가가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준비 중인 스로인을 보며 고개를 돌린 황인범은 끊임없이 포르투갈 진영을 살폈고, 곧 가설을 확신으로 바꾼다.
김다온이 결론 내린 것보다는 좀 더 단순했지만, 그래도 거의 흡사한 형태였다.
‘흥민이 형하고 나 사이에 둬야 해.’
디오구 달로트의 옐로 카드보다, 베르나르두 실바의 포지셔닝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황인범이 조금 더 큰 자신감을 가지고 플레이에 임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시각.
‘아. 그러네.’
아무런 힌트를 받지 않은 이강인 역시, 갑자기 가까워진 황인범의 포지셔닝으로부터 김다온이 그려낸 플레이의 실루엣을 어렴풋이 확인한다.
플레이 메이킹의 재능 정도에 따라 힌트 필요성의 유무가 갈리긴 했지만, 아무런 도움 없이 포르투갈의 변화와 그 약점을 확인한 이강인 역시 황인범과 같은 김다온 키드(Kid)다.
전반전 41분.
하프라인에서의 경합상황 이후 만들어진 공격 기회에서, SL 벤피카 소속의 두 미드필드가 포르투갈의 균열을 만든다.
***
【같은 시각】 카타르, 도하. 알 사님 거리 970. 알 메실라 럭셔레 콜렉션 리조트&스파 도하(Al Messila, a Luxury Collection Resort & Spa, Doha. Um Al Saneem Street Street Number 970, Doha, Qatar).
호화로운 리조트를 거점으로 삼은 프랑스 축구 대표팀은 지금, 잉글랜드와의 일전을 앞두고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8강전 경기를 시청하고 있었다.
처음은 농담이 만연한 가벼운 분위기였지만, 어느새 프랑스 선수들의 얼굴엔 웃음이 사라졌다.
현재는 다들 심각한 표정이 되어, 누가 더 진지하느냐를 경쟁하는 것만 같은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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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구아르 마르고통) – TF 1 코멘테이터
“황금의 발입니다-!!”
(비셴테 리사라수) – TF 1 공동-코멘테이터
“오- 세상에나.”
.
완벽한 경기력으로 조별 예선을 통과했음에도, 프랑스 미디어는 [“알고 보니 쉬운 조편성이었다.”]는 것을 이유로 대한민국의 선전을 끊임없이 평가 절하해 왔다.
그리고 그것을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프랑스 대표팀 역시, 마음 한구석으론 동조를 해 왔다.
하지만 조별 예선이 끝나고 이어진 토너먼트에서 대한민국이 스페인을 3:0으로 꺾고 나자, 프랑스의 미디어는 침묵했다.
대신 그들은 프랑스 대표팀에 집중했다.
최근 한국 관련 기사가 거의 없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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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구아르 마르고통)
“거의 30m는 됐을 겁니다. 놀랍습니다. 그야말로 이 사내는 황금의 발을 가졌습니다. 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남자를 막을 수 있을까요?”
(비셴테 리사라수)
“먼 거리에서의 슈팅을 저토록 확실하게 골로 연결 짓는 선수는 보지 못했습니다. 축구에서 먼 거리 슈팅은 권장 사항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축구 감독이 골대와 가까워지라고 교육합니다. 저 역시 그런 교육을 받았죠. 먼 거리 슈팅은 하나의 선택 사항입니다. 상황과 기회가 같이 주어지면 선택을 해 볼 수도 있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 당연한 상식을 저 남자는 완전히 뒤엎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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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브 타이더슬리)
“월드컵 여섯 번째 득점입니다! 자신이 가진 월드컵 단일 대회 수비수 최다 득점 기록을 스스로 다시 경신하는군요. 이 남자는 너무나도 환상적입니다.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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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준) – KBS 해설위원
“이렇게 되면 김다온이 월드컵 득점 선두에 올라섭니다. 어쩌면 우린 역대 최초로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 월드컵 득점왕을 보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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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한 상태로 TV에 시선을 고정한 프랑스 선수들은 여전히 쉽게 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하다.
대신 본인들의 세계에 빠져 있다.
어떠한 이들은 포르투갈이 어째서 저렇게 쉽게 많은 선수에게 공간을 내어주게 되었는지를 생각했다. 꼭 대한민국이 마법이라도 부린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중 일부는 얼마 뒤에 대한민국 미드필드의 영리한 포지셔닝이 기회를 만들었다는 데 도달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곤살루 하무스의 호흡이 완전히 어긋난 상황에서, 역습 기회를 잡은 대한민국은 올바로 볼을 보냈고 올바른 곳으로 움직였다.
김영권-정우영-이강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군더더기 없었고, 월드컵 내내 환상적인 기량을 선보인 대한민국의 10번(AM)은 또 하나 기억에 남을 탈압박을 보여 줬다.
파울로 끊겠다고 작정한 브루누 페르난드스의 시도를 멋진 몸놀림으로 벗겨 낸 것인데, 직후 나온 전진패스 역시 훌륭했다.
이강인이 볼을 지키는 사이, 왼쪽 하프 스페이스 안쪽을 따라 빠르게 올라선 황인범이 패스를 받았다. 그런 그의 앞을 가로막은 건 베르나르두 실바와 후벵 네베스다.
하지만 둘의 위치는 너무 어정쩡했고, 전진을 더 허락할 수 없었던 베르나르두가 먼저 안쪽으로 움직였다.
6번(DM)이 후방에 머물고 8번(CM)이 상대의 전진을 막는 건 보편적인 선택이다.
그런데 황인범은 베르나르두 실바의 움직임을 알고 있었다는 듯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타이밍에 왼쪽 측면 넓게 벌려선 손흥민에 패스를 전달했다.
그렇게 쉬운 1vs1 기회가 만들어졌고, 옐로카드로 압박을 받는 디오구 달로트의 수비는 조금 모자랐다.
안쪽으로 잘라 들어가는 척 움직임을 가져가다 골라인 쪽으로 순식간에 달려가기 시작한 손흥민의 드리블에, 포르투갈은 순식간에 왼쪽 델란떼로(Delantero)를 허락했다.
자연히 많은 수비 인력이 손흥민의 슈팅을 막기 위해 투자되었고, 베르나르두 실바와 후벵 네베스는 첫 실점 상황을 떠올리며 이강인과 황인범을 막았다.
이후 페페의 수비 위치 선정은 효과를 거둬 손흥민의 흐름을 끊어 냈고, 그때 포르투갈은 조금 안도했다.
막았다.
그러면 여전히 한 골 차인 0:1이다.
비록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역습을 허용하긴 했지만, 슈팅을 허용하지 않고 수비에 성공하면 얼마든지 경기의 균형을 맞출 기회는 올 수 있었다.
공격을 더 이어 나가는 게 여의치 않았던 손흥민이 발을 멈추고 뒤쪽 먼 김다온에 패스를 보냈을 때, 포르투갈의 선수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
“…….”
.
(아르센 벵거) – TF 1 스튜디오 펀디츠
“명백한 포르투갈의 실수이긴 하지만, 한국의 상대의 심리적인 허점을 잘 찔렀습니다.”
(크리스티앙 쟝피에르) – TF 1 프레젠터
“심리적인 허점이요?”
(아르센 벵거)
“보세요. 첫 번째 실점에서 포르투갈은 상대를 충분히 견제하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게 위협적이라 느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후 실점을 허락하자, 막아야 할 선수가 너무 많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처음부터 준비된 상태로 나선 것이 아니기에, 그 혼란은 더 배가됐을 겁니다. 두 번째 실점 장면에서 다온이 볼을 잡았을 때, 그 즉시 달라붙었어야 합니다. 저는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묻고 싶습니다. 어째서 바로 달라붙지 않았던 거죠? 다온은 볼을 잡았고. 안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렇게 내버려 뒀으면 안 됩니다. 다온에게 30m는 15m 거리입니다. 만약 제가 페르난두 산투스였다면, 머리가 아플 겁니다.”
.
전반전이 끝나고 진행된 ‘TF1’의 스튜디오 진행에서, 아르센 벵거가 포르투갈을 향한 쓴소리를 이어 간다.
호텔 측에 따로 비용을 지불하고 모국어로 된 방송을 지켜보던 프랑스의 선수들은 너무 쉽게 2:0이 되어 버린 경기에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그 대부분은 당혹감.
바로 다음은.
똑똑-
“?!!”
“!!”
“출발할 시간이야.”
“…….”
사실 조 편성이 끝났을 때부터, 프랑스 선수들은 대한민국과 만나는 매치업이 성사되지 않기를 원했다.
4년 전 들어 올렸던 쥘 리메는 영광보단 상처가 더 많았던 성취였고, 시간이 흐르면서는 오히려 김다온보다 더 많은 스트레스와 맞서 싸워야만 했다.
만약 대한민국과의 매치업이 성사된다면 전 세계는 김다온의 복수에만 관심을 둘 것이고, 프랑스를 빌런으로 삼을 것도 너무나 분명해 보였다.
최악의 경우엔 프랑스를 제외한 전 세계를 적(敵)으로 삼아야 할 가능성도 존재했다.
특히나 8강 매치업이 숙적인 잉글랜드가 되면서는 그런 부담이 훨씬 더 커졌다.
가뜩이나 서로의 실패를 자신의 성공보다 더욱 중요하게 여기는 사이였기에, 프랑스와 대한민국이 준결승전을 펼치게 된다면 잉글랜드 미디어는 철저히 상대편에 설 것이다.
축구계에서 잉글랜드와 잉글랜드 미디어가 지닌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여론은 매우 쉽게 형성될 거다.
사면초가(四面楚歌).
준결승에 오르기도 전이지만, 프랑스는 벌써부터 큰 압박감과 맞서 싸우고 있다.
취?익.
삐?이.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 프랑스는 그들이 곧 마주해야 할 잉글랜드보다 대한민국이 훨씬 더 신경 쓰인다.
.
.
.전반 종료
대한민국 2 : 0 포르투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