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69)
1289화 돌려받기 위해 (2)
2022년 12월 12일. 카타르, 도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Jasim Bin Hamad Stadium At Al Saad Club. Qatar, Doha).
숙적 잉글랜드를 꺾고 두 대회 연속 준결승 진출에 성공한 기쁨도 잠시, 대한민국과의 대진이 확정된 순간부터 프랑스가 마주해야 했던 것은 전 세계의 적의(敵意)였다.
폭력으로 따낸 월드컵 우승.
축구 역사상 가장 나쁜 악당.
축구계의 BAD BOYS.
지난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거둔 성과와 팀을 향한 미디어/팬의 평가는 당혹스러울 정도다.
최대한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하며 훈련에 임하는 프랑스지만, 집중이 쉽지 않다.
“A Putain-!!”
훈련장 한곳, 앙투안 그리즈만이 폭발한다.
한때 세계에서 손꼽는 공격수로 불리며 화려한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가 했지만, 독이 되어버린 FC 바르셀로나 이적 이후 기량이 정점에서 내려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프랑스 대표팀엔 중요한 자원이었고, 그런 그리즈만의 짜증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누가 이걸 여기에 가져다 놨어-!!”
“저요, 저요! 미안해요, 앙투안.”
“다칠 뻔했잖아, 이 빌어먹을 새끼야!”
“진짜 미안해요. 바로 치울게요.”
“얼른 이거 들고 꺼져!!”
여전히 주변에 대한 존경심이 부족한 그리즈만은 스태프가 가져다 놓은 아이스박스에 부딪혀 분노했다.
딱히 아프게 부딪힌 것도 아니고 발끝이 살짝 걸린 정도에 불과했지만, 전날부터 예민한 질문을 받은 그리즈만은 화풀이할 거리가 필요한 상태였다.
불퉁한 모습으로 그라운드에 들어선 그리즈만을 달래고자 몇몇 이들이 다가서지만, 한번 화난 마음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멍청한 새끼! 당장 해고해 버려야 해!”
“화 풀어, 앙투안.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닐 거야.”
“다칠 뻔했다고! 네가 겪은 일이 아니잖아-!”
“그러지 말아. 얘는 그냥 널 위로하려는 거라고.”
“제기랄! 사방팔방에서 우리를 악당으로 몰고 있다고. 그거 알아? 병신 같은! 도대체 언제까지 그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건데? 안 그래? 너희는 화가 나지 않는 거야?!”
결국 폭발하는 그리즈만에, 애써 활기차게 있던 프랑스 선수들의 얼굴이 굳는다.
“우린 이미 그 태클에 대한 대가를 치렀어!! 그것 때문에 블레즈가 은퇴했다고!! 그것 말고 도대체 어떤 것을 더 하라는 건데?! 난 이게 너무 지긋지긋해!! 빌어먹을 미디어도! 빌어먹을 팬도! 그 빌어먹을 녀석도 전부 지긋지긋하다고!!”
앙투안 그리즈만이 말한 ‘그 빌어먹을 녀석’은 김다온을 뜻하는 것이었다.
가뜩이나 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그리즈만이다.
아틀레티코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후 줄곧 그랬다.
“감독님.”
“내버려 둬.”
“그래도 될까요?”
“한 번쯤 털어낼 필요가 있었던 일이야. 오히려 지금 터진 게 반가울 정도지. 후우- 다음 경기는 우리가 마주했던 어떤 것보다도 힘들 걸세. 이토록 완벽히 악당이 되었던 적은 저들에게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야. 환호성이 익숙한 이들이야. 정신적으로 그걸 이겨내야 하는데,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적어. 그러니, 계속 저러도록 내버려 두게.”
“……네.”
한국과의 일전을 남겨두고 펼쳐지고 있는 일련의 흐름은 프랑스를 불편하게 만드는 중이다.
***
【같은 시각】 도하, 카타르. 알 에글라 트레이닝 사이트 5.
프랑스를 향한 팬들의 맹렬한 적의는 한국에게도 긍정적으로만 작용하고 있지는 않다.
경기의 포커스가 국가 대 국가의 대결이 아닌, 김다온 개인의 복수에만 맞춰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향력이 큰 선수인 만큼, 주변에서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벤투는 빠르게 경계한다.
훈련 전 미팅을 소집한 이유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는 건 자신이 아니다.
벤투의 눈이 한 남자에게로 향한다.
“…….”
“…….”
전날 별도로 대화를 나눈 두 사람 사이에 교감이 오가고, 고개를 끄덕인 김다온이 앞으로 나선다.
그는 곧 스크럼의 중앙에 섰다.
“어…… 요즘 좀 주변이 시끄러운데…….”
주변이 시끄럽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한 김다온은 경기 그 자체 외의 부분에 신경을 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자신의 복수는 개인적인 부분이라며, 인터뷰 때 복수라는 단어를 끄집어낸 일을 오히려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개를 숙이는 김다온의 모습에, 대한민국 선수단은 살짝 당황한다.
머리까지 숙일 문제도 아니거니와 신경을 쓰고 있긴 했어도 스스로 당연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을 구성한 선수단 대부분은 4년 전 결승 무대에서 김다온과 함께 좌절을 겪었다.
김다온의 이탈 이후 무엇에 홀린 듯 무너지는 팀을 지켜봤던 김민재 역시, 복수를 바라왔던 사람 중 하나다. 그래서 그가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과할 게 아니지, 형-”
“응?”
“?”
예상치 못한 김민재의 목소리에, 파울루 벤투를 포함한 코칭스태프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간다.
대한민국 선수단 역시 마찬가지로 김민재를 바라봤고, 쏟아지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던 세계적인 센터백은 김다온이 고개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 복수전이 맞아!”
“야, 민재-!”
“통역 좀 확실하게 해주세요!”
“!!”
말리려던 최태욱이 반박하는 김민재에 놀라 눈이 커지며 뭔가를 더 말하려고 했지만, 파울루 벤투가 그것을 막았다.
그러곤 곁에 있는 이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이윽고 김민재가 말을 보탠다.
“그때 러시아에 없었던 사람한텐 미안해. 그런데, 프랑스전은 복수전이 맞아. 다온이 형이 다치지 않았고 그게 결승전이 아니었다고 해도, 월드컵에서 지고 다음 대회에서 만났는데 복수전이 아니면 뭐야. 안 그래?”
감정에 치우쳐 냉정을 잃는 것은 문제다.
하지만, 냉정이 끓는 건 별개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김민재는 오히려 프랑스전을 복수전으로 생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역설했다.
그에, 몇몇 이들의 힘을 보탠다.
황희찬.
황인범.
대한민국의 96라인을 대표하는 삼인방 중 두 명이, 라인의 대표격인 김민재를 지원한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명.
“저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강인아-!”
“그때 일은 다온이 형 혼자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상처를 입은 일입니다. 그러니 개인적인 복수전이 아닙니다-!”
“…….”
“…….”
이강인의 목소리 이후, 4년 전 모스크바에서 좌절했던 이들 대부분이 김민재의 편에 서기 시작한다.
손흥민의 경우 끝까지 망설였지만, 이재성과 황의조가 동조하는 것을 본 후엔 용기를 얻어 김민재의 곁에 섰다. 선수단의 80%가 프랑스전을 복수전으로 여기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에 대한민국의 코치들이 잔뜩 당황한 순간, 파울루 벤투가 항복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자네가 이겼군.”]덤덤한 목소리로 말하는 파울루 벤투의 눈은 아직도 허리를 숙이고 있는 김다온을 향해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모두가 당황한다.
김민재가 김다온을 부른다.
“형?”
이윽고 김다온의 어깨가 살짝 떨리기 시작하고, 굽혔던 허리를 편 그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러곤, 포르투갈어로 말했다.
[“내가 말했죠? 말한 대로 됐잖아요.”] [“그래. 자네의 생각대로군.”] [“여전히 믿음이 부족하다고요. 뭐. 이번 경우는 충분히 용서해 드릴만 하지만요.”]여전한 미소의 김다온이 김민재의 곁으로 향한다.
살짝 움찔하는 김민재.
김다온이 손을 뻗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그것은 김민재의 어깨에 닿았고, 토닥이는 움직임으로 변한 손은 곧 원래 위치로 돌아갔다.
뒤로 돌아서는 김다온.
그가 이렇게 말한다.
[“그럼, 제가 이긴 거죠?”] [“그래. 자네가 이겼네.”] [“네, 그럼.”]“응?”
파울루 벤투의 허락을 받은 김다온이 돌아선다.
이제 그의 눈은 김민재를 향해 있다.
“민재야.”
“어? 어?”
“다음 경기는 네가 주장해라.”
“……어??”
프랑스전에서 김민재에게 주장 자리를 넘기겠다고 말하는 김다온. 아까보다 더 놀라운 전개 속에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건, 대한민국의 주장과 감독 두 사람이다.
***
[자국 선수를 변호하는 프랑스 축구협회장과 프랑스의 전설들 ? Sky Sports U.K]? 노엘 르 그라에, “프랑스 선수들을 향한 비난을 멈춰달라. 그들은 진정으로 훌륭한 선수들이며, 그때의 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단지 같은 국적이라는 이유로 그러한 말들을 들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당사자가 이미 책임을 졌다. 다가올 경기는 여느 월드컵 준결승과 같은 환경에서 치러져야 한다.”
? 티에리 앙리, “블레즈 마튀디의 태클은 불행하고 또 불운했던 사고였다.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우린 4년 전에 이미 사과했다. 그리고 계속 수치스러운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팀이란 편견 속에서 지냈다. 과거 프랑스의 대표팀이었던 사람으로서, 그건 매우 슬픈 일이다. 다시 한번 마튀디를 대신해 사과한다. 부디, 비난을 멈춰달라.”
? 파트리크 비에라, “도대체 왜 지금의 프랑스 대표 선수들이 그런 비난을 받아야 하는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당사자는 이미 책임졌고, 프랑스 역시 도의적인 책임을 졌다. 이미 끝난 일이다. 아무래도, 우리 프랑스에 질투심을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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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비난을 유발한 프랑스 축구협회장과 전설들의 발언에 개리 리네커가 일침을 가하다. – BBC(U.K)]? 개리 리네커, “프랑스는 그들이 책임을 졌다고 계속해서 주장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선 사건의 당사자인 블레즈 마튀디는 사과 한마디 없이 은퇴를 택했고, 이후 그와 관련한 어떤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사과하고 책임져야 할 주체가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어째서 프랑스는 블레즈 마튀디를 그렇게 감싸는가? 그는 비겁하게 도망쳤고, 다온은 그의 커리어에서 가장 화려했을 1년을 허비했다. 솔직히 나는 그가 건강하게 돌아온 것이 기뻤다. 그리고 여전히 세계 최고임을 증명했을 때, 난 그를 응원하게 됐다. 블레즈 마튀디의 태클은 선수 하나를 죽이려는 태클이었다. 그를 통해 프랑스는 쥘 리메를 거머쥐었다. 바로 그게, 그들이 비난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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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월드컵 결승전이 아니며, 준결승전이라고 말하는 아르헨티나의 감독 리오넬 스칼로니 ? ESPN U.S]? 리오넬 스칼로니, “솔직히 조금 놀랍다. 우리도 월드컵 준결승에 진출한 팀인데, 이 정도로 주목받지 못할 줄은 몰랐다. (웃음) 꼭 우리와 크로아티아가 3,4위전이고 프랑스와 한국이 결승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준결승이다. 그래도 덕분에 조금 자극이 됐다. 내일 멋진 경기를 보여줄 것.”
***
2022년 12월 13일. 도하, 카타르. 컨퍼런스 센터 거리. 르 메르디앙 시티 센터 도하.
민재에게 프랑스전에서 주장을 맡아달란 부탁을 한 후, 나는 한동안 시달려야 했다.
훈련이 끝나고 객실로 쳐들어온 민재가 무슨 생각인지, 그런 식으로 떠넘기기 있는지와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이다. 녀석이 내 말을 듣도록 하기까진 시간이 걸렸다.
우선 말하자면, 주장 양보는 일회성이다.
좀 더 경기에만 집중하기 위해서다.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시티에서도 또 대표팀에서도 난 주장으로서의 본분을 챙기느라 경기에 100% 집중했던 적이 잘 없다.
정확히는 내 플레이에 집중하지 못했다.
경기에는 늘 100% 몰입했지만, 조금 더 신나게 날뛰려고 하면 주변을 챙겨야 하는 일이 생겼다. 시티에서는 그것이 좀 덜한 편이지만, 대표팀에선 그럴 수 없었다.
그래서 난 그걸 민재에게 말해줬다.
그리고 충분한 설명이라고 믿었다.
한데.
“진짜지?”
“아- 진짜라고! 진짜라고 몇 번을 말해!”
“약속하지?”
“아우- 진짜! 내가 각서 썼어, 안 썼어?”
“약속 안 지키면 죽는다?”
“죽여라, 죽여! 아우–!!”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민재는 틈이 날 때마다 방문을 열고 들어와 내게 몇 번이나 확인을 받고 갔다. 참다가 못해 아침엔 각서까지 썼는데도 저 모양이다.
집요함이 치를 떨 정도라 잠깐 결정을 후회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잘 참아야만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건, 파울루 벤투 감독님에게 요청해 가졌었던 이틀 전의 미팅에서 출발했다.
주장으로서 가지는 정기적인 오전 미팅이었는데, 난 처음부터 벤투 감독님에게 민재에게 완장을 맡기려고 한단 말을 하려고 했었다.
또 벤투 감독님 역시, 미디어와 팬들의 분위기가 프랑스전을 나의 개인적인 복수전으로 몰고 가는 부분을 걱정해 한번 짚어가려고 하던 참이었다.
그렇게 대화를 진행하던 도중, 벤투 감독님은 다음 경기에서 완장을 넘기는 것을 꺼려했다.
팀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충분히 할만한 걱정이었지만, 동료들을 믿고 있었던 나는 벤투 감독님에게 한 가지를 제안했다.
훈련 전 미팅을 소집했을 때 만약 다음 경기를 복수전으로 생각하는 동료의 숫자가 2/3을 넘는다면, 내가 민재에게 주장직을 넘길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벤투 감독님은 처음엔 망설이는 것 같았지만, 계속 된 나의 설득에 내기를 받아들였다.
그러곤 그 일이 있었던 거다.
“결승전은 형이 주장이다?”
“아이, 진짜!”
다시 또 객실 문 앞으로 와 확인하는 민재의 모습에, 더는 참지 못하고 바닥에 있던 슬리퍼를 힘껏 집어 던졌다.
민재는 그것을 잽싸게 피하더니, 고개만 옆으로 빼꼼 내밀어 기어코 한 마디를 더했다.
“나 주장 아니야. 임시야.”
“임시인지 임시완인지, 내가 두 번 다시 부탁하나 봐라!”
“나 임시다?”
“아, 좀 꺼져!!”
이쯤이면 저 녀석도 즐기고 있는 거다.
그렇지 않고야.
“어?”
잠깐.
정말로 민재는 즐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한 가지 꾀를 냈고, 얼마 뒤 민재가 또 찾아왔을 때 이런 식으로 대응했다.
“그래, 민재야. 니 말이 맞아.”
“뭐?”
“내가 생각해 봤는데, 그냥 내가 주장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뭐, 뭐…… 어?”
“그냥 내가 주장할게. 에이! 지금 바로 벤투 감독님한테 가서 말할까? 응? 그러는 게 아무래도 낫겠지?”
“어, 어- 잠깐만.”
예상대로 이 녀석은 즐기고 있었다.
난 그게 몹시 괘씸했다.
그래서 나는 말리는 민재를 뿌리치는 시늉을 하며 어떻게든 객실 밖으로 나서려고 했고, 그런 나를 필사적으로 붙잡는 민재는 자신도 모르는 새 내가 원했던 문장을 내뱉었다.
“아- 장난! 장난이라고-!”
“아냐! 놔! 이거 놔! 나 갈래!”
“아악-! 진짜! 내가 주장 한다고오-!!”
“…….”
“응?”
주장을 맡겠다는 외침을 듣고 난 직후, 난 힘을 주던 것을 멈췄고 그런 내가 의아했던 민재 역시 허리를 감쌌던 팔을 풀고 조심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그런 뒤, 난 태연하게 자리로 돌아와 침대에 앉았다.
그러곤 읽던 책을 폈다.
“지금 뭐 해?”
“뭐하긴, 책 읽지.”
“형 금방…….”
“다음 경기, 네가 분명 네 입으로 주장을 맡겠다고 했다? 그러니까, 이젠 괴롭히기 없기. 할 말 없으니까, 얼른 가 봐.”
“…….”
비로소 자신이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민재는 허탈했는지 무릎에 힘이 풀리더니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곤 곧장 땡깡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 왜-! 속이는 게 어딨는데에-!”
“내가 먼저 속였냐? 니가 먼저 했지.”
“내가 언제에-! 아 반칙! 반칙!!”
“어- 반칙이면 카드 주든가 해-”
이게 어디에서 감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책을 덮은 나는 넋이 반쯤은 나가버린 민재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웃지 말아 줄래. 재수 없으니까.”
“싫은데?”
“토 나오려고 해.”
“그럼 토하든가.”
“우웩-!”
“쿡쿡쿡쿡.”
토하는 시늉을 한 민재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오늘 일은 잊지 않겠다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객실을 나서는 녀석의 등 뒤에서, 나는 이렇게 한마디를 던졌다.
“잘 부탁해! 차기 주장!”
“……어.”
“하하.”
마지막에 민재는 차기 주장이란 말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게, 지금 난 무척 마음에 든다.
성용이 형이 내게 주장직을 넘겨줬을 때와는 다르지만, 그래도 난 물려받은 의지를 다음으로 전달하는 것에 성공했다. 당분간은 내가 계속 주장을 맡겠지만, 월드컵이 끝나고는 아닐 것이다.
내년부턴 민재가 주장이다.
“이제야 조금 살겠네.”
후련한 기분에, 난 침대에 누워 미소 짓는다.
상당히 유쾌한 하루가 흘러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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