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backs are too good at football RAW novel - Chapter (1373)
1293화 뛰어넘다 (2)
.전반 13분
프랑스 0 : 0 대한민국
디디에 데샹에게도 지난 4년은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축구인으로서 높게 평가받아야 할 가장 위대한 업적이 폭력으로 얻어 낸 수치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가뜩이나 보수적인 디디에 데샹을 더 하나에 집착하도록 만들었다.
바로 모든 일을 바로잡는 것.
지네딘 지단과 철의 포백이 함께했던 황금기를 지나 몰락해 가던 프랑스 축구를 부활시킨 이 유능한 감독은 그들이 진정으로 월드컵 우승을 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려고 했다.
두 개 대회 연속 월드컵 우승이란 업적으로.
이를 위해, 데샹은 지난 4년을 바쳤다.
“…….”
.
(김정수) – MBC 캐스터
“황희찬. 슈웃-! 아- 떴습니다. 황희찬에게 좋은 슈팅 기회가 왔는데 말이죠.”
(안정환) – MBC 해설위원
“힘이 너무 들어갔어요. 정확한 임팩트를 가져가는 것에 집중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월드컵 준결승인 만큼 긴장을 조금 한 것도 같습니다.”
(서현욱) – MBC 해설위원
“그렇지만 좋습니다. 지금 슈팅이 오늘 대한민국의 첫 번째 슈팅이었거든요? 확실히 전반전 10분이 지나면서부터는 조금씩 리듬을 되찾고 있습니다.”
(김정수)
“디디에 데샹 감독이 카메라에 잡힙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나가 주도권을 손에 쥐었던 것은 디디에 데샹이 의도했던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한두 차례 득점 기회도 있었지만, 마무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부터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원을 크게 투자한 만큼, 결과가 꼭 만들어지길 바랐었다.
한데 오히려 옐로카드 두 장이 프랑스에 주어지면서 데샹의 불안감은 현실로 조금씩 나타났다.
앙투안 그리즈만.
쥘 쿤데.
그리즈만의 경우 디디에 데샹의 4-2-3-1 전술에서 공격의 키를 맡은 선수였고, 쥘 쿤데 또한 변형 쓰리백과 일반 포백을 수시로 오갈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존재였다.
그런데 이런 전술적으로 높은 값어치가 있는 선수들의 적극성이 떨어지게 되자, 프랑스가 장악했던 경기의 주도권이 조금씩 한국에게 넘어가기 시작했다.
점유율은 어느새 5:5로 균형이 맞춰졌고, 조금 전에는 후방 빌드업에서 슈팅까지 무난히 연결됐다.
디디에 데샹의 고민이 깊어진다.
이렇게 되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이봐-!!”
피치를 향해 소리친 디디에 데샹이 수신호로 열심히 지시를 보낸다.
지루-그리즈만을 이용한 Big&Small 공격이 힘을 잃었을 때, 프랑스를 구원했던 것은 언제나 킬리안 음바페라는 시대 최고의 크랙(Crack)이었다.
이어지는 프랑스의 공격 상황.
곧바로 기회가 주어진다.
.
(스티브 윌슨) – BBC 코멘테이터
“포파나. 바로 한국의 뒷공간을 노립니다. 그리고 출발하는 음바페-! 킬리안 음바페-!! 하지만 막힙니다-! 민재의 훌륭한 블로킹! 맨체스터 시티 소속의 수비수가 팀을 위기 상황에서 구해냅니다! 훌륭했던 수비! 프랑스는 다시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대니 머피) – BBC 공동-코멘테이터
“지금은 음바페가 바로 골대를 봤으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지루 아니면 뎀벨레를 본 것 같은데, 직접 슈팅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겁니다.”
(스티브 윌슨)
“크게 아쉬워하는 디디에 데샹입니다. 하지만 프랑스는 확실히 한국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실점하지 않은 한국에게 실점에 가장 가까운 상황들을 선사 중입니다.”
.
마지막 판단이 아쉬웠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간담을 서늘케 만든 프랑스의 공격은 전환점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옐로카드를 받은 데에서 온 위축감에서 벗어난 그리즈만이 다시 활발한 전방 압박을 시작했고, 경기 초반과 같은 활기 역시 회복됐다.
전진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을 보며, 데샹은 다시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섣부른 믿음이다.
{“오오오-!”}
‘!! 무슨…….’
김영권의 패스가 황인범에게로 향한 순간, 두 명의 프랑스 선수들이 빠르게 에워쌌다.
디디에 데샹은 볼을 바로 되찾아 올 거로 생각했지만, 황인범은 라 크로케타(La Croqueta)를 변형한 멋진 기술로 그리즈만과 포파나를 허수아비로 만들었다.
그렇게 두 명의 선수가 빠져나온 순간 프랑스의 중원 왼쪽에 공간이 발생했고, 황인범은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내달렸다.
오른쪽 넓게 벌리는 나상호.
황인범은 좀 다른 걸 바란다.
좁히라는 손짓을 받은 나상호가 하프 스페이스까지 이동하고, 그걸 확인한 황인범이 이강인을 찾는다.
이어지는 패스.
탈(脫)압박 후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그렇기에 디디에 데샹은 오히려 불안함을 느꼈다.
프랑스를 상대로 맞섰던 팀들 다수가 공격 상황에서 침착함을 갖지 못했다.
압박 강도도 강도지만, 공격할 기회가 드물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기에 침착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서두르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놀랍도록 침착해 보인다.
‘몇 명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체…….’
정신이 번쩍 드는 기술을 보여 준 황인범을 비롯하여, 이강인/김문환/나상호와 같은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들 또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 아는 것처럼 뛰고 있다.
나상호의 하프 스페이스 이동은 김문환이 달릴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줬고, 이강인은 수비를 버텨 내며 팀 동료가 충분히 올라설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피치 밖에서 볼 땐 한국이 어떻게 공격을 전개할지가 잘 보였지만, 안에서 뛰는 선수들에게는 그렇지 않다.
팡-
보기 드문 이강인의 오른발 패스가 프랑스의 왼쪽 공간으로 침투하고, 패스를 받아 든 김문환은 약간의 망설임도 없이 오른발을 휘둘러 크로스를 띄운다.
한눈에 보기에도 날카로운 궤적과 속도.
자신도 모르게, 데샹은 감탄한다.
‘우- 멋지군.’
김다온의 자리라고 믿었던 오른쪽 풀백 자리에서 선발로 출전한 김문환은 과감해야 할 타이밍을 잘 알고 있었다.
짧았던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K리그와 AFC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소화하며 경기 감각을 잔뜩 끌어 올린 김문환이다.
또 평소에도 조언을 아끼지 않는 김다온으로부터 크로스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자신과 동료의 위치에 따른 크로스의 궤적을 시작으로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킥의 방법에 이르기까지, 2022 시즌 K리그 최다 어시스트를 기록한 데는 전부 이유가 있었다.
그런 김문환의 크로스가 프랑스의 센터백 사이로 침투하는 손흥민을 겨냥한다.
뛰어드는 방향을 정확히 예측한 멋진 패스다.
손흥민 역시, 패스의 퀄리티를 느낀다.
발만 제대로 가져다 대면 득점이다.
오랜 경험에서 온 본능이 득점 감각을 일깨우고, 적절한 위치를 향해 뛰어 들어간 손흥민의 발이 가까워지는 축구공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정확한 임팩트.
투웅-
‘됐다!’
발 안쪽에 축구공이 닿은 순간 손흥민은 득점을 확신했지만, 볼이 멀어지기 전에 파란 양말이 앞을 가로막으며 슈팅을 다른 방향으로 굴절시켰다.
빗나간 축구공은 그대로 사이드라인을 벗어났고,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던 손흥민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반대로 디디에 데샹은 안도했다.
“후우-”
이브라히마 코나테의 놀라운 투지가 아니었다면, 영락없이 실점을 허락했을 것이다.
자신이 택한 용병술이 적절했다는 기쁨을 맛보는 것도 잠시, 다시 심각해진 디디에 데샹은 대한민국이 잉글랜드/브라질/아르헨티나와 같은 수준에 있다고 느낀다.
오직 그들만이 프랑스를 상대로 이런 압박감을 만들 수 있고, 득점에 가까운 장면도 만들 수 있다.
조별 예선 세 번째 경기에서 패배를 경험하긴 했지만, 그때 프랑스는 로테이션을 돌렸고 주전 대신 투입된 선수들의 폼과 동기부여도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PLAN A의 비중이 높은 디디에 데샹의 뚜렷한 한계가 만든 패배였지만, 주전의 전력은 확실했다.
‘그래도 막은 게 중요해.’
놀라운 수비를 선보인 이브라히마 코나테와 선수단 전체에게 박수를 보내며, 디디에 데샹은 한숨을 돌리려 한다.
그런데 그 순간.
“흥민!!!”
“응?”
“뭐 해?! 빨리 처리해!!”
프랑스가 수비조직력을 가다듬을 시간을 주고 싶지 않았던 김다온이 손흥민을 재촉하는 모습이 보였다. 굳이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만큼 화가 난 상태였다.
디디에 데샹이 의아해하는 사이, 재빨리 움직인 손흥민이 접근한 이강인에게 패스를 보냈다.
짧게 진행된 코너킥에 프랑스 수비가 반응했고, 재차 볼을 이어받은 손흥민은 박스 안을 바라봤다.
안쪽에선 김민재/김영권/정우영과 같은 높이를 가진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프랑스를 위협하고 있다.
또 다른 크로스가 예상되는 상황.
그러나.
툭-
“?”
뜻밖에도 손흥민은 옆으로 볼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거기로 김다온이 달려든다.
“막아-!!!”
다급함이 묻어나는 데샹의 외침.
그것과는 상관없이.
퍼억-!!!
오직 김다온 한 사람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슈팅 소리가 알 베이트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
때때로 사람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 소중한 것을 희생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얻은 게 꼭 잃은 것보다 더 큰 것은 아니다.
프랑스와 토트넘에서 주장직을 맡고 있는 골키퍼 위고 요리스는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과 조금 전의 장면을 교환할 가치가 있는지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다가온 스태프에게, 요리스가 묻는다.
“골이었을까?”
“글쎄.”
“…….”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신통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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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윌슨)
“프랑스에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변수 하나가 생깁니다. 위고 요리스 골키퍼. 그가 지금 오른손을 확인받고 있습니다. 조금 전 다온의 슈팅을 막아 낸 바로 그 손입니다.”
(대니 머피)
“장면을 돌려 봤을 때, 다온의 슈팅이 골로 이어졌을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높은 확률로 골대 위를 벗어났을 거예요, 하지만 골키퍼로서, 요리스는 참을 수 없었을 겁니다. 다른 선수도 아닌 다온의 슈팅이니까요.”
(스티브 윌슨)
“프랑스가 또 다른 골키퍼를 준비합니다. 이건 디디에 데샹의 예상에는 없었던 일일 겁니다. 스티브 만단다가 준비합니다. 스타드 렌 소속의 베테랑 골키퍼입니다. 졸지에 교체 카드를 하나 사용하게 되겠군요.”
.
일단 의료팀에게 확인을 받기로는 했지만, 위고 요리스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자신은 더 뛸 수 없다.
최소 근육이나 인대가 파열됐을 거다.
운이 나쁘다면 뼈에 금이 갔을 수 있다.
사실, 자신이 어떻게 김다온의 슈팅에 반응해 몸을 날릴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멀리에서 뭔가가 번뜩였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볼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뻗은 손을 거둬야 하나 고민했지만, 의식의 흐름보다 슈팅의 속도가 훨씬 빨랐다.
“내 월드컵은 끝이네요. 그쵸?”
“……유감이네, 위고.”
“후우-”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마무리를 잘하고 싶었다.
새로운 시즌에 접어들어 눈에 띄게 폼이 떨어진 요리스는 자신의 전성기가 끝나 감을 실감 중이었다.
그랬기에 더 월드컵을 위해 노력했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끄집어내어 경기 하나하나에 임했다.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국가대표에서라도 꼭 우승하고 싶었던 게 요리스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위고.”
“난 끝났어, 얘들아. 난 여기까지야.”
“…….”
“…….”
걱정되어 다가왔던 동료들이 침울해하는 것을 보며, 요리스는 애써 환한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일 수도 있는 주장으로서의 몫이다.
그리고 그는 가까운 곳 한 사람을 불렀다.
“라파엘.”
“그래.”
바란에 손을 뻗어 주장 완장을 받는다.
“꼭 이겨. 부탁할게.”
“최선을 다할 거야.”
“응.”
결국 피치를 떠나게 된 요리스.
그에게 박수가 쏟아진다.
준결승 대진이 확정된 이후부터 악역이 되어버린 프랑스지만, 선수가 부상당한 것을 두고 고소해하거나 기뻐하는 사람은 최소 이곳 알 베이트 스타디움에는 없었다.
하지만 프랑스의 팬들은 알고 있었다.
그들이 더 불리해졌다는 걸.
“수고했네, 위고. 남은 건 우리에게 맡기게.”
“네, 감독님. 죄송해요.”
“죄송할 것 없어. 자넨 내게 최고의 골키퍼야.”
“감사해요, 정말.”
자신을 달래는 위로와 같은 감정들.
사색의 길에서, 요리스가 무너진다.
“위고!”
“난 괜찮아, 그냥. 잠시만 이대로 둬.”
“…….”
이미 충분히 많은 경험을 했다.
비록 클럽 커리어는 초라해도, 축구 선수로서 쥘 리메를 거머쥐었고, UEFA 네이션스 리그 두 번째 우승 트로피도 가졌다. 그리고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골키퍼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이런 놀랍고도 화려한 업적이 있는데도, 위고 요리스는 월드컵에서 더는 뛸 수 없게 된 사실이 슬펐다.
현재 그가 흘리는 눈물은 그런 의미다.
그리고 약간의 불안함 역시 있었다.
“후우-”
감정을 조금 털어낸 요리스가 주저앉았던 자리에서 일어서고, 앞으로 걷기 전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 보이는 건 환한 조명 아래의 피치였지만, 요리스의 눈에는 다른 것들이 보이고 있었다.
‘참 길고 굽었네.’
그는 지금, 자신의 축구 삶을 돌아보는 중이다.
마지막 월드컵 무대에서.
***
.전반 30분
프랑스 0 : 0 대한민국
위로 요리스의 이탈 후, 프랑스는 심리적으로 완전히 위축되었다. 경기의 주도권은 완전히 한국에게 넘어갔고, 이는 전반 15분 이후 15분 동안의 지표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점유율 39 : 61
슈팅 숫자 0 : 3
털어냈다고 믿었던 경고 카드로 인한 부담감까지 더해진 지금, 프랑스는 눈에 띄게 대한민국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저걸 좀 봐. 믿을 수 없어.”
“그 프랑스가…….”
현장에 차려진 특별 스튜디오 안에서, ‘BBC’의 남자들이 TV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일부는 가끔씩 뒤로 돌아, 창밖으로 보이는 경기장의 모습을 확인했다.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다.
“어떻게 될 것 같아?”
“글쎄. 프랑스는 분명 저력이 있어.”
“한국도 마찬가지지.”
“그건 그래.”
월드컵에서도 리드 펀디츠로서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얻고 있는 리오 퍼디난드와 그의 영원한 단짝 앨런 시어러는 흘러가는 상황이 매우 흥미로웠다.
머리로는 프랑스의 우위를 전부터 예상했지만, 마음은 잉글랜드를 꺾은 프랑스를 한국이 꺾어주길 바랐다.
그리고 시작된 경기는 초반부터 눈을 뗄 수 없는 전개로 이어졌는데, 전술적으로도 상당히 볼 게 많은 경기였다.
“솔직히, 놀라워.”
“뭐가?”
“한국말이야. 다온, 흥민, 민재. 그들이야 그렇다고 쳐. 하지만 남은 선수들의 수준이 생각보다 훨씬 높아. 특히 6번이랑 18번. 쟤들은 곧 EPL로 오겠는데?”
“5번도 그래. 난 원래 그가 구멍이라 생각했어.”
“저 홀딩 말이야?”
“그래. 너무 느리고 또 발밑이 별로였거든. 하지만 이번 대회 내내 그는 최고의 홀딩인 것처럼 보여.”
“…….”
앨런 시어러의 말에 침묵하던 리오 퍼디난드가 곧 옆을 돌아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의미를 시어러는 단번에 파악했다.
“너도 알지?”
“그래-”
가끔 월드컵과 같은 대회에서는 가진 기량 그 이상의 것을 보여 주는 팀이 등장했다. 그러한 팀의 가장 큰 특징은 한두 선수가 아닌 전체가 활약한다는 점이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월드컵 준결승에 오르는 동안,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여 줬다.
특히 김다온과 김민재가 주축이 된 포백은 단 하나의 실점도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그렇지만 그 과정 속 세간의 모든 관심은 김다온 오직 단 한 사람에게 쏟아졌다. 과거 리오넬 메시가 그러했듯, 그는 주변으로 향했어야 할 모든 관심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아르헨티나와 결정적으로 달랐던 건, 조연이라 믿었던 이들의 정신력이다.
“우리가 오판했어.”
“저들은 팀이야.”
“그래. 그것도 빌어먹을 정도로 좋은 팀.”
“왜 우리가 그걸 놓쳤지?”
“뻔하지, 뭐. 다온 때문이잖아.”
“너무 환한 존재지.”
“너무나도 환해.”
김다온이 가져갔던 스포트라이트.
그것이 지금 적절히 분배되고 있다.
계속해서 탈압박에 성공하는 황인범과 이강인.
투입 이유를 수비로 알려주는 나상호.
욕심부리지 않고 철저히 조연을 자처 중인 김영권과 정우영 등. 대한민국은 팀으로서 완벽한 하모니를 보여 주며 프랑스마저도 실력으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물론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오-!!”
“아름다운 턴이야.”
절묘한 몸동작으로 우스만 뎀벨레를 떨쳐내며 달리는 김다온이 쥐고 있다.